재미없는 블로그

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사실 히키오에게 말하긴 꽤나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십년만에 재회한 미우라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해서...
문득, 8년 전 우리 곁에서 사라진 여자가 어떻게 변했을지 신경이 쓰이고 만다.
유이는, 그 시절과 다른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거의 매일 그녀석을 보아오고 있는 내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나.. 이혼하고 이 애를 데리고 유이네 집에 신세지고 있어."

......명석해 보이는 눈매에 쾌활한 미소, 벌써부터 긍정의 아우라가 충만한 이 꼬맹이의 아빠가 누군지는..
굳이 유미코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될 거 같다. 그나저나 편모슬하라고는 해도 유전자가 너무 축복받았구만.
'체인지' 기술을 연습했다면 바로 이 타이밍이 써먹을 시점이지만... 안타깝게도 기뉴는 사망한지 오래다.

"하아..."

내 한숨을 연민으로 해석했는지, 유미코 역시 풀이 죽는다. 역시 하야마 관련만 되면 천상 여자가 되는 건 그대로인가.
그렇게 좋으면 왜 이혼까지 하게 된 거냐고. 하야마가 생리적으로 안 맞긴 해도 바람이나 필.... 설마 그건가.

"그래. 이혼은 내 쪽에서 요청했어. 잘못됐다고 생각해?"
"아니, 간신히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뭐 너도 꽤나 고생이 많았군."
"..... 히키오 주제에. 지금도 이혼을 선택한 거 후회는 하지 않아. 저 아이도 있고..."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사는 건 평생이 고역일 것이다. 뭐 나야 경제력만 충분하다면 위자료나 최대한 뜯어내고 평온한 독신생활을 즐기겠지만. 

"유이네 집에서는 행복한가?"
"의외로. 친부모님들은 모두 옛날 분들이라서 이혼 얘길 들었을 때 절연을 선언하셨거든. 
 사실 유이한테도 엄청 혼이 났어. 십년동안 날 그렇게 몰아붙이는 유이 모습은 그때가 유일했던 거 같네."
"호오... 그 유이가 말이지?"
"뭐라더라...? 결혼이나 이혼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면서 길길이 날뛰더라. 이혼은 몰라도 결혼은 그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었는데 말야. 덕분에 좋은 교훈을 얻었어."

.........뭐라?

"쿨럭! 쿨럭쿨럭..."

하도 어처구니없는 얘기라 순간 사레가 들고 말았다. 유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어이 미우라....저어..."

한때 하야마 유미코였던 여자의 부드러운 눈매가 나를 망설이게 한다.

"나....나와 유이가하마...는... 겨....결..혼...."

위장결혼이었고 이혼서류까지 만들었다고. 의아한 눈초리를 하는 유미코의 기색에서 우리의 결혼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르고 있구나... 필시 유이의 가족 역시 아무것도.....

"아....아무것도 아니야. 실례했군."

유미코는 계속해서 내 볼을 콕콕 찔러보는 하야마 2세(?)를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유이한테...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려고 온 거였었는데...."

그녀석 조금 전 집(?)으로 돌아갔다구. 확인사살이냐.

"히키오 널 보니.. 유이에게 완전히 빠져있는 거 같아.. 안심이 되네."

어느새 내 어깨에 턱을 올리고 옷을 잡아당기는 하야마 주니어에게 한 마디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내 귀에..
유미코의 어처구니없는 멘트가 대뇌를 관통했다.

"난 그런 걸 몰라서 고통을 겪었기에... 유이는 나같은 실패를 겪지 않을 거 같아... 꽤 하네 히키오.."




유이를... 잘 부탁해.
라고 부탁을 받아봤자...
나더라 뭘 어쩌란 말이냐.
사실은 지금은 유이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

졸업사진촬영 후 몇년만에 정장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맨다.




"제 1영업과의 유이가하마 유이 씨 말이죠?"
"하아... 저기 죄송합니다만 저기.. 이 근처까지 우연히 와서 그러는데..."

제복을 입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움직이던 접수과 아가씨들은 내 어물쩍거림을 무엇으로 해석했는지
자기들끼리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바로 전화기를 든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내가 지금 왜 이렇게 버벅거리는 거지...?

"앗...그러니까....."

후우...이런 말까지 해야하는 건가.

"저어... 혹시 성씨가... 히키가야로...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유이를 생각나게 하는 밝은 갈색머리의 접수 아가씨는 유감이라는 듯 말했다.

"유이가하마 유이씨는 작년 말에.. 결혼 후 퇴사했다는군요."




어떻게 된 거야!?
매일 아침 출근했었는데....!
유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날 용서해줘..

아...그렇지!?
직장을 바꾼 건지도...
그런데 어디로!?


정장을 갖춰 입은 김에, 나머지 용무를 마치러 사무실로 향했다.


"오오 하치만 공~! 어쩐 일로 그렇게 정장을 갖춰입은 건가? 무슨 모임이라도 있나?"

어김없이 자이모쿠자가 죽치고 있었다.

"아냐 이건.."
"아, 그것보다.. 얼마 전 본관의 요청에 대해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생각이겠지?"

아...그랬지...
독립해서 회사를 세우자는 얘기...

"아니..그게 말야...
 그럴 생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 지금 내겐 그것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나 할까....."

진심으로 날 필요로 하고 성의있는 제안을 해준 자이모쿠자에게...
제대로 된 거절의 말을 찾기가 힘든다.

"경영이라던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난 아직 여러가지로... 아무래도 아직은 부족한 거 같아서... 그래서...."

그렇다 하더라도.. 난 제대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내게 필요한 건 결국 그것이니까.

"자이모쿠자. 난 아직은 현역으로 있고 싶어."

글쓰는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잘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그걸 하고 싶다.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지금은 그걸 하고 싶다.

"아! 젠~장! 왜 이렇게 말이 안되지!"
"음. 확실히 진짜 말을 못하는군."

내 인생을 부정당했다! 자이모쿠자에게 말을 못한단 얘길 들었다고! 최악의 날이야!
자이모쿠자는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린다.

"그렇지만... 본관은 대강 알아듣겠다. 너라는 녀석은 역시 평론가 쪽이야."

잘난 체 하더니 결국 결론이 그거냐.

"그런데 왠지는 모르지만 하치만.. 지금 본관은 조금 네 녀석이 부럽다고 생각해 버렸다."

뭔가가 변한 것은 아니다.

"알았다!! 하치만, 힘내게!"

무엇 하나 새롭게 시작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힛키, 힘내!!"

어디에다 힘을 내라는 말이지?

왠지...
유이랑 미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별 특별한 일도 없는 오늘의 얘기...
의미도 없는 시시한 얘기를...


방으로 돌아와, 불을 켜자..
마치 내 방이 아닌 듯한 위화감이 든다. 


그렇지... 유이는...
나가고 없지..


침대 옆 방구석.
유이의 캐리어가 펼쳐져 있던 유이의 공간은 깨끗이 비워져 있다.


"여기가 나의.... 비밀 기지야~!!"

하핫.. 비밀 기지.. 유치하긴..
그러고 보니 유이와 재회해서 내 방에 자주 놀러오게 된 계기도 이런 느낌으로 시작되었지.





"힛키! 힛키!! 저기 있지... 맥주가 왜 이렇게 많이 있는 거야!?"

19세.. 대학 2년생의 풋풋한 그 시절의 유이.
재회한지 얼마 안되어 어색한 분위기는 남아있었지만...
셋에서 둘이 된 우리는 애써 서로에게 말을 걸고 농담따먹기를 일삼았다.

"아..그거? 명절 때 본가에 들어온 건데... 빌어먹을 아버지는 술을 싫어하거든. 그럼 버릴 것이지 여기로 전부 보낸거다.
 그렇다고 내가 그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하여튼 정신나간 아버지지."

순간 유이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이녀석 대학애 오더니 숨겨왔던 알콜홀릭 재능이 개화된 건가?
뭐 어차피 처치곤란이니...

"마실 거면 마시..."
"마실 거야! 마실 거야! 다 마셔버릴 거야! 힛키!! 너무 좋아!!"

맥주가 그렇게 좋냐? 너희 부모님이 이 사실을 모르시기만 바란다.
유이가하마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캔을 따며 선언했다.

"좋았어! 결정했어 힛키!!!"

뭘 갑자기 결정하고 그래.

"이 방은 나의.. 비밀 기지야!!!"





그때로부터 몇년이나 지났을까...
하나..둘...셋.. 7년!?

그날부터 유이는 진짜로 이방에 거의 매일 들리다시피 했다.

특별히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맥주캔을 따마시고, 
대개는 좋은 기분이 되서..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나는 유이의 콧노래를 뒤로 하고..
컴퓨터 작업을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다.

내가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유이는 줄곧 무엇을 보며.......

그리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줄곧.


무엇을......





온몸에 저절로 오한이 일어나 주체할 수가 없다.
미칠 거 같은 격정이 들고 일어난다. 
나는 왜 이제서야.... 깨닫는 걸까.

유이가 7년동안 앉아서 내 등을 바라보던 침대 옆 그녀의 비밀기지...
지금은 사라진 유이의 공간...


대체 어디로 간거야????

심장이 터질 거 같다.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떠올릴 겨를이 없다.

유이~!!!!!!!!





유이에게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는..
나에게도 찾을 만한 장소가 없다는 말이다.

찾는다?
소용없는 일이다.

어디를?
유이가 갈만한 곳이라면....?

유이의 집...?
아니, 이제 확실히 알았다. 거기는 아니다.
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유이

일단 침착해야...

아무튼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러니까 우선은...
가장 가까운 역부터....


역사에 들어가.. 정액권을 구매하려는 내 손은 오한이 너무 심해 동전을 쏟고 말았다.

"우와!"

동전을 줍기 위해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는데, 내 동전으로 움직이는 새하얀, 아름다운 손가락..


"힛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다음 화가 최종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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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음악, 게임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현재는 역시 내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사키, 러브라이브, 신데마스, 섬란카구라, 아마가미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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