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AM 7 : 00


'삐삐삐삐삐"

계속 듣다 보니 어느 새 익숙해진 알람소리가 날짜의 전환을 알린다.
원래대로라면 지금부터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는데.. 가슴과 어깨, 오른팔에 달라붙어 있던 부드럽고 따뜻한
살결이 흠칫 떨어지며.. 유이가 눈을 비비며 웅얼대기 시작한다.

유이와의 생활도 어느덧 한달이 지나고...

어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 유이는 엎드린 몸을 일으키고 알람을 끈다.
속옷조차 입지 않고 둘 모두 좁은 침상에서 밀착 상태로 잠들고 일어난 건 오늘도 2주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로를 탐닉하다 정신을 잃은 채 눈을 뜬 것도 2주.

피곤이 덜 가신 음성으로 그녀에게 묻는다.

"회사?"
"..으응.. 가야지..."

2주만에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나 변화했다.
상체를 일으킨 유이의 잘록한, 새하얀 허리가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제 슬슬 면역이 생길 때도 된 거 같은데...

"힛키는 조금 더 자!"



최근에는 깊이 생각하는 일도 없어졌다.
반쯤 감긴 눈으로 간이 화장대(펼친 캐리어로 만든)를 바라보며 눈썹을 집고, 마스카라를 그리며
화장하는 아내를 구경한다. 
여자가 화장하는 건 몇번을 봐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유이에게서는 맨얼굴에서의 천연가련함과는 다른..
남자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색기가 가득하다. 특히 저 뒷모습.. 문을 짚고 다리를 들어 하이힐에 작은 발을 끼워넣는 건..

"유이.."

홀린 듯이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가슴을 주무른다. 유이는 내 접근이 그저 인사를 나누기 위한 포옹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나 귓가에 불어넣는 내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화들짝 놀란다.

"자..잠깐? 힛키! 잠깐만..... 나 빨리 나가야 돼."

가슴을 쓰다듬던 손을 그대로 하강시켜 원피스를 밀어올리고...

"...회사가 너무 멀리 있으니까...."

작은 보석이 박힌 이어링이 채워진 도톰한 귓머리를 살짝 깨문 후 귀에 난 솜털을 입술로 어루만진다.
유이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다가 서서히 눈동자가 흐려지고, 이내 눈을 감고 허리에 힘이 사라진다.
나의 혀는 그녀의 목덜미에 머물렀다가 유이의 노출된 아랫도리에 밀착하는 하반신과 교대로 다시 물러난다.

"힛키...너무 밝혀..."
"...누가? 어느 쪽이 밝힌다는 거지?"

요즘 우리 부부는 오로지 이런 것만 하고 있다. 너무 빠진 게 아닐까 마음이 무겁다가도...
유이의 향기가 느껴지는 범위에만 들어서면 마치 최면술이 발동된 듯 그녀를 미치도록 갈구하게 된다.


'띠리리리~'

집전화가 울리고.. 땀을 흘리며 서로에게 열중하던 우리는 자연스레 동작을 멈추고 수습한다.
젠장 대체 누구야.. 이렇게 아침일찍부터..
요즘 아침부터 날 괴롭히는 사람들이 늘었다.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왠지 기억에 있는 목소리. 기억 도서관을 검색하다 보니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한다.



"..................
 미우라라고 하는데요. 혹시 히키오?"

이건 또 뭐야. 대체 내 방 번호를 미우라 유미코가 왜 알고 있는 거지. 코마치도 유미코와는 접점이 없을 텐데.

"히키오 맞지? 확인할 게 있는데, 유이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거지?"
"으앗!"

십년이 지났는데도 변함없이 직구승부구만. 이제 은퇴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아...히키오? 다름이 아니라 그 애한테 전해 줬으면 하는 말이 있거든?"

옷매무새를 거의 추스린 유이가 '무슨 일인데?' 의아해하며 내 곁으로 다가온다. 내용을 알기 전엔 조심해야할 거 같아 소리낮춰 유미코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말인데?"
"역시 함께 있구나. 어쨌든 전할 말은 간단하니까. 
 유이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 유이 부모님들이 모두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에, 대강 알았다는 의사만 전달한 후 통화를 종료했다.
미우라 유미코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보다도, 전해달라는 메시지가 골치를 아프게 한다.
뭐랄까... 얘기가 안 맞는 거 같은데....

"나 그럼 회사 간다! 힛키?"

...부모님이 '나가!'라고 했다고..? 
쫓겨났다고...?

"이봐!!"
"아이 깜짝이야. 놀래키지 마 힛키!"
"유이 너...."


엉겁결에 유이를 붙잡았지만
결국 아무런 추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어리둥절한 그녀의 커다란 눈을 쳐다보기만 했을 뿐...

"아냐.... 아무것도 아냐..."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버린다면...
유이는....





"여어~"
"어...! 왠일인가 하치만! 네가 사무실까지 행차를 다 하고.. 혹시 본관에게 용무가 있던가?"

잡지에도 그 종류가 A부터 Z까지 다양하게 있지만,

"혹시 하치만... 너 벌써 다 끝난 거냐!?"
"그럭저럭.."

내가 일하는 잡지의 사무실은 맨션의 방 하나를 단기 임대한 아주 쬐끄만한 곳이다.
물론 비정규 프리랜서 컬럼리스트인 내가 일한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긴 하군.
일단은 직원인 자이모쿠자만을 상대로 하고 있으니 다른 직원들은 얼굴 정도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고교 졸업 후 자이모쿠자는 꿈을 향해 게임회사 인턴으로 입사. 수십개의 게임회사를 전전하다가 얼마 전
종합 서브컬처 소개 및 평가를 주 컨텐츠로 하는 현 회사에 직원으로 자리잡았다.
워낙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라 편집에서 기사작성까지 멀티태스킹해가며 매달 간신히 분량을 채우고 있지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녀석을 용케 데리고 있다는 사실만 해도 그릇이 큰 회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잃어버린 20년이라 해도, 항상 예외는 있는 법.

"어이 자이모쿠자. 넌 아직도 그거 못 끝냈냐!?"
"하치만~~! 내 말 좀 들어보시게나!!"

저번에 와서 어깨 너머로 본 기사를 아직도 작성하고 있다. 내가 사무실을 왠만하면 오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다.
이녀석이 일하는 꼴을 보면 편집자와 작가가 바뀐다니까. 자이모쿠자는 뚱뚱한 체구를 꼴사납게 흔들어가며 하소연한다.

"위에 있는 인간들이 말일세. 맨날 지시사항이 바뀐다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지금까지 계속 바뀌기만 했어~!"
"................ 그러니까 지시사항을 매번 구두로만 받아오는 네 책임은 없다는 거냐."

자이모쿠자는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매달린다. 땀냄새... 유이의 향기로움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강하게 뿌리치며 독설을 내뱉는다.

"그런 건 귀찮더라도 제대로 문서를 만들어서 정리하는 게 기본 아니냐!"
"하...하치만... 그렇지만 말일세...본관은.."
"그렇지만은 무슨...! RFP라고 하던지 뭐든지 문서로 만들어서 증거를 만들어 놓으란 말이다! 말하는대로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대강 생각하면 손해보는 건 너뿐이라고!"
"흐~~~응..."

그렇다.
이대로라면...
언제까지라도 그녀에게 끌려만 다니게 되고 만다.

"하치만 공.. 그런데 자네 말일세.
 본관을 따라 독립해 볼 생각 없나?"

뭐라는 거야 이자식이.

"그러니까 본관이 사장, 자네는 전무!! 어떤가!"
"농담할 타이밍이냐 지금??"
"본관은 언제나 진심을 다하고 있네. 어디가 농담같단 말인가! 십년 전 운명적 혈맹을 맺는 순간부터 쭉 생각해 왔던 걸세. 하치만 공과 함께한다면 우리는 무적. 본관의 잠재력과 하치만의 감각이 결합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고!"
"...............자이모쿠자.."
"자네도, 언제까지나 프리랜서로 하청일만 할 생각은 아니었지 않은가?"







일요일.
이래저래...
머릿속은 엉망진창.
그동안 너무 생각없이 살았던 건 아닐까. 
원래부터 도움 안되는 녀석인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자이모쿠자 녀석에게까지 휘둘릴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숨을 내쉬며 상념에 빠진 내게,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머그컵을 들고 유이가 접근한다.

"힛키! 오늘은 일요일인데 일해?"

일하는 게 아냐. 생각이 너무 복잡하다고. 그러니 잠시만 날 좀 내버려둬.

".....아니 좀.... 생각할 게 있어..."
"그런데 왜 컴퓨터 앞에 있어?"

유이는 지금 내게 너무 치명적이다. 일정 범위 안으로 접근하면 나는 사고능력을 잃어버리는 지경.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몸을 돌려 방 구석으로 대피.

"저어....힛키??"

어차피 이 집엔 너랑 나 둘 뿐이잖아. 힛키힛키 그만 좀 불러.

"처음으로 섹스한 게 언제야?"
"우푸풋!!"

입으로 가져갔던 머그컵을 그대로 얼굴로 끼얹고 말았다. 이 걸레년... 갑자기 뭐냐고.
내가 패닉에 빠지던 말던... 유이는 천진난만하게 말을 이어간다.

"대학교 때? 으음... 그때는 이렇다 할 소문을 들었던 적 없으니까..... 설마 고등학교 때???"

키보드까지 커피가 스며들었잖아. 대체 이 여자의 속셈은 뭐냐고...!

"~아니!? 설마~~ 중학교 때!?"
"이제 좀~~ 적당히 해둬~~!!"

수치심과 분노가 역치를 넘어서 유이에게 다그친다.

"유이, 빗치로 유명한 너는 어떤데???!"

유이는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 드디어 날 쳐다보네."

또다시,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릴 수밖에.



그녀는 뚱한 눈초리로, 나는 초점없는 눈으로 서로를 잠시 마주본다.
이제 더이상 삭힐 순 없다고.. 결심했다.

"유이.. 너,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작정이냐?"

그녀는 여전히 내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잠시동안만이라며...? 분명히 내게 한달 전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녀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짐과 동시에, 나의 가학심이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정신과에 상담을 좀 받아볼까.

"네 부모님들도..."
"그래!! 알았어!!!"

그녀는 몸을 홱 돌려 순식간에 짐을 싸기 시작한다.

"나가면 되잖아!?"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네 부모님이 걱정을...."
"내가 있으니까 일에도 방해되는 모양이니까!!!"

유이. 그러지 마.

"글쎄 힛키야... 컴퓨터를 쳐다보고 있는지 화내든지 둘 중에 하나만 하니까...!!!"

유이는 캐리어를 닫고 낑낑거리며 현관으로 향한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된 거냐고..

"유....유이가하마!!!"

무슨 말을 하지? 뭔가를 말해야...

"유이가하마... 집으로 곧장 돌아가는 거지!??"

유이의 눈에서는 드디어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린다. 얼굴을 분노로 새빨갛게 물들인 채..
유이는 눈물을 소맷자락으로 닦고 내게 혀를 내밀며 '메~롱'하며 밖으로 나가 문을 쳐닫았다.

아...
왜..?
어째서...!?
어째서 항상 이런 식이 되고 마는 건가.







나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유이가 나간 방향을 응시하며 주저앉아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난 이제 무엇을 해야...

'삐잉뽀옹'
'삥뽕삥뽕삥뽕삥뽕!!"

이 초인종 소리는??!!!!

머리의 지끈거림조차 한순간 잊어버린 채, 나는 문고리를 뽑을 기세로 문을 열어젖힌다.
유이.....

문이 열리고..
서너살 되어보이는 잘생긴 꼬맹이 하나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꼬맹이를 안고 있는 여자는, 내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안고 있던 꼬맹이에게 주의를 주며 야단치는 중.

"그럼 못써! 그렇게 마구 누르면 어떡하니?"

..........유미코.

"아..히키오!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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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음악, 게임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현재는 역시 내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사키, 러브라이브, 신데마스, 섬란카구라, 아마가미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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