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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6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AM 7 : 03


대학 입학 시절부터 10년째 살고 있는 방 하나짜리 연립주택.
잘 수 있을 때까지는 잔다! 라는 신념으로 살 수 있는 프리터 칼럼리스트(25)에게 이 시간대는 종종 
피 말리는 마감과의 전쟁 클라이막스.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인 책상 위 빈 MAX 커피캔의 숫자만 봐도 히키가야 하치만이 무리했다 라는 사실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모르는 것이다.
정진정명 전업주부 지망의 하치만이 치열한 생활전선의 선두에 서있는 것도 그렇지만, 이미 결혼과 이혼까지 클리어.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아직인... 40대 근방 은사가 떠오른다. 
얼마 전 본가에 내려갔을 때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아직 장래희망에 변화가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심하게 쳐다보던 10년 전과는 달리, 두꺼비를 노리는 뱀의 눈빛으로 말이다.
이젠 누가 제발 좀 데려가 달라고. 이름과 얼굴조차 모르는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지만.


'삐~잉 뽀~옹!'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고 망설이는 사이 초인종 소리의 간격은 점점 빨라져 간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급한 불은 초기에 끄지 않으면 안된다. 어차피 당할 일이라면 알고 당하는 쪽이 그나마 나은 것이다.

"나, 참. 대체 누구야?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문고리를 돌려 밀어내는 내 눈이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가방에 달린 바퀴.

"누구세..."

문을 열자, 그녀가 있었다.




"나야, 힛키."

여행 가방(캐리어)를 든 채로 그녀는 입을 열였다.

"나 우리 집에서 나와 버렸어. 당분간만 여기 있어도 되지?"





히키가야 하치만. 25세. 잡지 칼럼리스트를 가장한 프리터.
마감에 쫓겨 밤을 새우고 난 아침의 일상적인 풍겨....이라니 뭔가!

"이봐...."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위기였지만 간신히 이성을 유지했다. 

"미~~안!! 부모님이랑 크게 싸웠거든!"
"어이! 유이가하마! 잠깐만 기다려 다오."



미리 알려두겠지만.. 나와 이 여자애..아니 이제 애는 아니지만.. 어쨌든 유이가하마 유이는..
결코 에로틱한 관계는 아니다.

"너랑은 인연을 끊을 거니까!! 나가! 래...."


.............어찌 보면 에로틱한 관계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을지도...
뭐라고 할까!? 그러니까....
아아 설명하기도 복잡해서 귀찮다.. 애초에 누구에게 설명해야 되는 건데...

"유이가하마..."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싶어졌다.

"이혼한 부부는 말이다... 이렇게 쉽게 만나서는 안되는 거다!!"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캐리어를 앞세워 진입하려는 유이가하마와 
일단 막아서는 나의 본격적인 실랑이가 시작되려는 순간,
옆문이 쾅 하고 열리며 몇 번 마주쳐 얼굴 정도는 기억하는 옆집 아가씨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우리 뒤를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오늘 타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구.... 헉.

"아......"
"앗...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사태를 수습하려 인사를 건네는 내 가드가 풀린 틈을 타 은근슬쩍 유이가하마의 위치가 내 등뒤로 옮겨졌다.
그림자 대쉬냐! 캐리어까지 가지고....너 언제 그런 기술 익힌 거냐고.
혀를 쏘옥 내민 채 순식간에 신발을 남기고 쑥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는 수밖에.

"이봐... 유이가하마.."

간단히 말해... 그렇다.

"나는 아직 된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만!!"

나,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는 이혼한 '전' 부부의 관계다.


어느새 외투를 벗고 넥워머를 풀어헤쳐 터틀넥 스웨터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바닥에 무릎꿇고 캐리어를 여는
그녀는 바닥을 탕탕 치며 나를 뒤돌아본다.

"그래! 여기야 여기! 여기 구석이면 충분해!"

하얗고 매끈한 살결이 드러남과 동시에 향수를 쓰지 않는 유이가하마의 오싹한 체취가 방안에 퍼지고..
아름다운 몸의 곡선이 그대로 각인되며 애써 억눌렀던 그 날의 영상이 재생준비를 마쳤다.
아는지 모르는지, 유이가하마는 어느새 내용물을 다 꺼낸 캐리어를 펼쳐 벌려 세운 다음
캐리어 뒷쪽으로 몸을 숨기며 으스댄다.

"여기가 나의.. 비밀 기지야~!♥"

유이가하마의 어처구니없는 언동에 익숙해져 있다고 자부하는 내게도,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비밀 기지?"

뭐야 그 초등학생도 요즘은 코웃음칠 진부한 얘긴. 이제는 좀 냉정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난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을 이었다.

"즉 유이가하마. 아까부터 말했지만...."
"힛키!!! 부탁이야!!"

다시 머리속이 하얗게 비워진다. 진입할 때 약간의 눈치는 챘었지만 이녀석 분명 후우마라던가 이가에서 적잖은 수행을 쌓아 쿠노이치 레벨을 올린 거다. 알싸하고 향긋한 체취가 대뇌활동을 방해하는 것도, 내 뻣뻣한 목덜미를 감싼 부드러운 손가락도, 복부에 짓눌려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저 폭력적인 가슴도 수행의 결과일 것이다.
유이가하마는 끌어안은 먹이감에게 최후의 독니를 꽂는다. 귓가를 간질이는 따스한 입김.

"난 여기 말고는... 갈 데가 없어..."


아아...
오랫만에 맡아보는...
유이가하마의 냄새...
왠지.. 그리운 느낌의...

"그리웠어... 힛키의 냄새....
 ........꺄악!"

무조건 반사 능력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밀어냈다.
마감에 쫓겨 이틀이나 샤워한 기억이 없는데... 냄새라니 젠장!
더이상 그녀의 말도 안되는 언동에 휘말리는 건 사양하고 싶다. 이번만은 넘어가선 안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튼!!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혼했으니까..."
"안했어!!"

............뭐??? 요즘 석화 상태가 잦군...이라기보다, 메두사냐 너.
굳어 있는 내게 활짝 웃어보이며 유이가하마는 풀어놓은 짐을 뒤져 뭔가를 내민다.

"우리들 아직 이혼 안했어. 이것 봐."

기억에 있는 서류. 그녀가 내민 것은 유키씨의 서명과 더불어 그녀의 이름과 내 이름이 적힌 이혼 신고서.

"아직 이혼 신고를 하지 않았거든."

아.. 풀렸다.

"뭐~~어!!!"

...가 아니라... 석화가 패럴라이즈로 바뀐 것 뿐. 이혼신고서를 붙잡고 부들부들 떠는 내게 유이가하마는 다시금 활짝 웃으며 선언.

"신고하는 걸 내가 깜빡해버렸지 뭐야~♥"
"유....유이가하마!!!"
"히키가야"
"왜!"
"나두...아직 히키가야인 걸? 유이가하마 아냐♥♥♥"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둬줘!!!"

제대로 소리지르기도 전에 귀를 막고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 그녀를 보며 탈력감이 온몸을 감싼다.

"이...이런 거엔 유통기한이..."
"힛키 바보! 유통기한이 아니라 유효기간이겠지!?
 난 대게 낮에는 근무중이기 때문에 구청에 갈만한 시간이 없어!!"

이젠 유이가하마....아니 히키...아니!! 이녀석에게 바보취급까지 당할 정도로 영락한 나는 이혼신고서를 든 채 어지러움을 느낀다.
대체 이녀석은 언제까지 날 괴롭힐 작정인 거냐고.

"힛키는 자기 집에서 일하니까... 나보단 훨씬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잖아??"

그녀는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내게 설교하듯 목소리톤을 높인다.

"그러니까 이런 건 힛키가 해야하는 게 상식 아냐?"
"말도 안돼!! 그것은...."




"우리 말야.. 확실하게 이혼하는 거지?"

숨이 막힌다.

"정말...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어."

환하게 웃으며 공항 밖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

"힛키... 고마워"

지금도 꿈에 다시 볼까 두려운 최악의 기억.



유이..는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듯 곁눈질로 노려본다.

"그건...네가...헤어지자고 해서..."


그랬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한 약속.
8일간의 신혼여행.
8일간의 결혼생활
..........이었었다.

단 하룻밤의.......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로를 갈구했던 그 하룻밤.. 소름돋을만큼 완벽했던 유이의 알몸..
그 요염했던 표정과 신음소리...




문득 현실로 복귀하자 이미 그녀는 내 침대로 파고드는 중이었다???

"앗.. 어이! 아니.. 어느새??"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겨 덮으며 내 베게에 머리를 올렸다.

"자세한 얘긴 나중에 해 힛키. 나중에! 일단 잠 좀 자고....나 너무 졸려...
 어젯밤에 나 잠을 못 잤거든."
"지금 농담하는 거냐~~! 나야말로 어제 밤새워 일했던 말이다!"

꺄꺄거리는 그녀의 앙탈을 무시하고 이불 강탈을 시도하며 나는 항변했다.

"이건 내 침대야!! 최근 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마음대로..."


"그럼... 같이 잘래?"

그녀의 저항만 멈춘 게 아니라 이불을 손에 든 나 역시 정지.

"힛키, 같이 자자."



어느 새 그녀는 이불 속에서 스커트까지 벗었는지..
가느다란 발목과 쭉 뻗은 정강이.. 티끌 하나 없는 무릎에서 부드러워 손대면 묻어날 듯한 허벅지..
생각보다 도드라진 골반과 엉덩이가 시리도록 눈을 찔러온다.
입을 벌린 채 굳어있는 내게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미소를 짓는다.



"뭐, 어때? 우린...부부잖아?"

유이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모르겠다. 안다고 생각하자마자 더욱 모르겠다.

"가...같이 자자는 의미는 그러니까..."

유이는 살짝 몸을 일으켜 내게 접근하며 천진하게 웃는다.

"왜애? 싫은 거야? 우린 부부잖아."
"....난 아직... 샤워도 안했는데..."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요즘 내 입이 대뇌의 통제에 대한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 하필이면 샤워라니...
정말 최악이잖아.
잠시 반성하는 사이 부드럽고 따듯한 촉촉함이 볼에 닿는다. 또 당하는 건가...



그렇다.
'부부'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녀의 하체를 감싸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라니 애초에 이불 속에서 속옷까지 벗은 거였어??
며칠만에... 체감상으로 일년은 지난 시간 후에 내 침대 위에서 다시 보게 된 유이의 몸은........
더한 충격으로 내 이성을 중독시킨다.

남의 일이었다면 나도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때.. 그 한 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우리 말야.. 확실하게 이혼하는 거지?" 

나는 그때 느꼈던 절망감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날 흔들고도.. 아직 부족한 거야? 흥분과 분노가 뒤섞여..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살짝 눈을 감은 그녀의 애달픈 표정은 가학심을 극도로 자극한다.
이번이 두번째지만.. 이 빗치녀는 철저하게 잠자리에서는 피학적이다.
자신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달라는 듯 유혹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내 모든 말에, 모든 손길에 반응하며 느낀다.



그녀의 뒷쪽 목덜이에 고개를 파묻고 잡티 하나 없는 등을 쓸어내려가다가...
손끝에 느껴지는 미끈한 점액질.. 움찔하며 가쁜 숨을 토해내는 유이.

"하앗...아악..."

나의 가학심은 본격적으로 발동걸린 듯 하다.
유이의 귓가에 경멸하는 어조로 도발을 시작했다.

"굉장한데.. 벌써 이렇게 되있다니..."
"아앗....아...."
"처녀였다고 하지 않았어? 사실은 정말 빗치였었다던가..?
".........몰라...."

그렇지 않지? 유이...
항상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찾아와서
내 방의 맥주를, 내가 아끼는 MAX커피를 마음대로 따서..
별 의미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부탁이야...더이상...힛키..."

난 그대로라도 좋았었다.
이혼하고는 
그래도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보다야...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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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고 내 방 환경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땀에 젖은 그녀의 상기된 표정을 인식할 수 있었다.
유이는 반쯤 넋을 잃은 채... 중얼거린다.

"힛키는.... 이걸 너무 잘해....."

순간적으로 그녀를 덮쳐누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작은 비명소리를 내는 유이는 그제서야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힛키?"

나는 견딜 수 없는 민망함에 그녀에게서 몸을 돌려 침대 구석으로 대피했다.

"왜 그래 힛키?"
"갑자기 그런 말을 하냐 이 빗치!!"

방향성을 알 수 없는 나의 매도에도 그녀는 색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힛키는 정말 잘해."

자...잘한다니 대체 뭐냐고! 평가가 가능한 거냐 넌!

"전혀 무겁지 않거든."

무거...워?

"아마 힛키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무거워할까 봐서 몸으로 날 누르지 않도록 버티는 거지?"

그녀는 개구쟁이처럼 소리내어 웃으며 그대로 몸을 눕힌다.

"그러니까... 정말 잘해."




아무래도 유이는... 이 방에 눌러 앉을 모양인 것 같다.
숨겨진 의도를 알아보는 편이...

빈 MAX커피에 담뱃재를 털어넣으며 상념에 잠긴 내 귓가에...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닿았다.

"어~이. 유이?"
"쿠~~울 쿠~~울."


들릴 리가 없는 푸념이지만, 나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티 정도는 입어라...좀."









네..예고한 대로 거짓 사랑...의 뒷이야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게 재미는 더 있어요. 이걸 하기 위해 거짓 사랑을 먼저 한 걸로 봐주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처음부터 에로씬이 폭풍처럼 나오는 김에 진땀뺐네요.
에로신 수위조절을 고민하는 게 가장 어려운 작업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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