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리본이 달린 마이크를 잡은 손에는, 스테이지에 오르기 직전에 카코에게 받은 따스함이, 아직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라이브답게 붉은 의상에 입고, 호타루는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든다. 공동 출연한 두 사람도, 각자 인사를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객석에서 흔들리는 수많은 빛도, 오늘은 빨강과 초록과 약간의 흰색이 섞여, 세계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트리 같아 보인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넘어지거나 물건이 떨어지거나 했지만, 약속대로 카코와 손을 잡고 나온 스테이지는, 재해 하나 없이 대성공으로 끝났다. 노래도 댄스도 토크도, 제대로 잘 말했다는 실감을 호타루 자신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무대 뒤로 가서는, 세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난데없이 하이 터치를 주고 받았다.
「수고했어! 잘했네」
「무슨 일이 있으면 대처를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호타루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호타루가 카코에게 운을 나눠 받은 것을 알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멤버들은 무사하게 성공한 것에 대한 놀라움이나 기쁨이 더 큰 것 같았다. 호타루 자신도 그렇기에, 그것도 그 동안 폐만 끼쳤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다음 차례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다. 두 사람은 분장실로 향했지만, 호타루는 따라가지 않고, 무대 뒤편 엷은 어둠에서 스테이지를 바라 보았다. 이미 다음 유닛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프로덕션에서 유닛으로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4인조로, 입고 있는 의상은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이지만 하나 하나가 각자의 개성도 반영하고 있다.
스테이지를 그렇게 보다가, 호타루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자기가 보고 있는 스테이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또 자신의 탓이라고 들어버릴 지도 모르고, 듣지 않더라도 일단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불행을 부른 것 같은 상황을,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봤었다.호타루는 빠른 걸음으로 분장실로 갔다. 어슴푸레하고 배선이나 기재가 널브러져 있는 곳을, 힐을 신은 채 걷는다. 넘어진 적이 산만큼 많다 보니, 시선은 내려가기 십상이다.
「어머, 호타루짱. 수고 하셨습니다」
분장실로 돌아간 호타루를 맞이해준 것은, 카코의 미소였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것 같은 두 사람을 미소로 맞아주었다. 카코와 만나면 운을 나누어 준 것에 대해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다면 아무래도 하기 힘들다.
「마침 시라기쿠양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저의 이야기……인가요?」
조건 반사적으로 준비를 해버리는 호타루였지만, 들어보니 아무래도 호타루의 평소 노력이나 아이돌로서의 포텐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겨우 호타루짱을 제대로 봐주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정말 기뻐요」
그런 말을 태연하게 하며, 카코는 평소대로 싱글벙글 웃고 있다. 그 표정에 대해서 호타루의 마음 속에서 태어난 감정은 두 가지. 어느 쪽이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모순되는 감정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래. 호타루치. 실력으로는 우리들하고 짤만한 아이돌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요 아니요 두 사람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야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솔직히 시라기쿠양의 실력을 보자면―……」
겉치레를 들은 경험도 풍부한 호타루로서는, 두 사람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은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기에 있는 바람이 결코 칭찬이나 부러움 같은--긍정적인 감정 만이 아닌 것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
호타루의 스케줄은 연말에도 나름대로 채워져 있었고, 대신 새해가 되고 나서 며칠 간은 레슨을 제외하면 오프이다.
아직 연초까지 일이 생길 정도로 인기 있는 아이돌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 연초에 호타루가 일하러 나와봤자 재수가 좋지 않다고 프로듀서가 조정을 해주었다,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프로덕션에서는, 연초에 안성맞춤인 운이 좋은 아이돌도 있고.
『그럼 이쯤에서 특별 게스트 등장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명물, 수수께끼 아이돌, 타카후지 카코씨! 』
『안녕하세요, 카코입니다―. 가지가 아니라 카코예요―』
매년 새해마다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생방송을, 자택 거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설날은 이렇게 한가롭게 보내고, 첫 참배 같은 것은 다음날 이후에 하는 것이 시라기쿠가이다.
떡국이 담긴 그릇에서 오르는 김 저 편에서, 기모노 차림으로 나타나 매년 하는 대사를 말하는 카코는, 역시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만--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 미소와 누구도 아닌 자기를 향한 미소는, 전연 비교가 되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카코와 직접 만난 것은, 크리스마스 라이브 뒷풀이였다. 그 후에는 몇 번 정도 전화로 사무적인 이야기를 한 정도다. 호타루에게도 일이나 레슨이 있고, 카코도 연초 아이돌 활동을 위해 레슨 중이라, 연말에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만나고 싶었다. 정말로, 강하게.
1주일 동안 만나지 않는 것, 이전에도 별로 드물지 않았던 일인데, 지금은 그것이 마치 세계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외롭고 슬프다.
반드시 그것은 자기 안에서 생겨 버린 감정 탓. 호타루도 그 정도는 이미 자각하고 있었다. 카페 테이블 위에서 닿았던 손가락 감촉, 밤 중에 돌아가는 길에 상냥하게 감싸 준 손의 따스함. 칭찬의 말, 격려의 말, 그 어떤 말도, 어떤 것도 빠뜨리지 않고, 생생하다.
「이 사람, 호타루가 지금 있는 프로덕션의 아이돌이었네」
「아, 응」
「사이 좋아?」
무를 젓가락으로 뜨면서, 옆에서 어머니가 묻는다. 톳토리현민인 어머니는 아직 관동 떡국에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무를 몇 초 바라보고 나서야 입으로 옮겼다.. 내년에는 팥이 들어간 톳토리 현 식 떡국이 나오니까, 아버지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잉다.
카코와 사이가 좋은 것인가—다시 생각해 보면, 의외로 어려운 질문이었다. 적어도 험악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카코는 호타루를 응원 해주고, 몰래 도와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카코 본인이 호타루는 웃는 얼굴로 지내 주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해 주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두 번이나 그런 말을 잘못 들었다는 호타루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솔직히 그 언동이 어떤 감정 때문인 건지, 호타루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특별 취급해 주는 건지, 단지 프로덕션 일원 중 한 사람으로서 신경을 써주는 건지, 연장자로서 책임을 지는 건지.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 웃는 얼굴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심코 들떠 버린 감이 있다.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사이는, 좋다고 생각해」
결국, 애매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흐~응, 어머니도 적당하게 반응하고 떡을 먹었다.
둘이서 뒷풀이를 했을 때와 우연히 둘이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실제로는, 제대로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그 때밖에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그 라이브를 위해 함께 레슨을 받게 될 때까지,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호타루는 애초에 일 말고는 상대와 필요이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물론, 자기의 불행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다. 카코가 운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호타루가 태도를 바꾸진 않았다.
그럼에도, 함께 레슨을 받았을 때, 카코는 당연하다는 듯이 호타루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호타루의 불행 체질을 모를 일도 없을 텐데, 겁을 먹지도 않은 것처럼,자연스럽게. 그래서, 방심해 버렸다.
「굉장히, 좋은 사람이야. 나에게도 상냥하게 대해주고, 지지해 주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호타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릇을 들어 올리고 있던 어머니가 눈으르 동그랗게 뜨고 놀라며, 호타루의 옆 얼굴을 바라 보았다.
「호타루가 프로덕션 사람에 대해, 그렇게 기쁘게 이야기하는 거, 처음일지도」
「에? 나……기뻐 보여?」
「정말 기뻐 보여」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어머니야말로 매우 기뻐 보였다. 자신도 그 말 그대로,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호타루는 남의 일 같이 느껴져, 갑자기 어색한 움직임으로 젓가락으로 떡을 집어 먹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깜짝 기획 VTR이 끝나고, 드디어 카코의 숨은 재주 코너를 하고 있었다. 올해의 숨은 재주는 팽이 돌리기라고 한다. 그냥 돌리는 것이 아니라,팽이를 공중에 띄우고, 팽이끈으로 바로 쳐서 그 위에 태워 올리는 기술인 것 같다. 그 자리에 있는 연예인이나 탤런트들 중 몇 명 정도 시도를 했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신인 연예인이 날린 팽이가 그 사람의 머리에 직격으로 맞아 모두 웃었고, 거물 탤런트가 같은 짓을 해서 더욱 웃게 하더니, 팽이와 끈이 카코에게 갔다. 쭉 싱글벙글 웃고 있었던 카코가,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화한 분위기는 변함 없어, 얼핏 보기엔 그냥 미소 짓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끈을 감은 팽이를 살짝 던지고, 끈을 힘차게 당긴다. 회전을 시작하면서 떨어지려는 팽이를 양손으로 편 끈으로 받아 들인다--보통이라면 백 번을 도전해도 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곡예라도, 카코에게 걸리면 단 번에 성공한다. 팽이는 끈 위에서 곡예 같이 계속 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관람석에서 성대한 박수가 나온다.이 사람은 매년 대단하네, 라며 호타루의 어머니도 작게 박수를 쳤다.
많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할 수 있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돌. 카코는 호타루에게 있어, 아이돌로서 이상에 가까운 존재였다. 아무리 레슨을 받아도,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해도, 영혼 깊이 있는 무엇인가에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는, 어쩌면 평생 따라 잡을 지도 못할. 그런 이상.
그럼에도, 질투나 자기 혐오는커녕, 부러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다. 그녀가 더 이상 먼 존재가 되어 버리기 전에.
내일은 첫 참배를 하러 가거나 친척 집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오늘 예정은 특별히 없기에, 오후쯤에 이르러서는 호타루도 한가함을 주체를 못하게 되었다. 학교 숙제도 이미 끝났다. 평소에는 혼자 연습하러 가겠지만, 과연 호타루라도 설날부터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다. 공부를 위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계속 보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다가, 애초에 제대로 공부가 될만한 프로그램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까닭에 어머니와 둘이서, 코타츠에서 나가는 것도 귀찮은 기분으로 틀어둔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었던 호타루였지만, 다다미에 두고 있었던 스마트폰이 갑자기 울렸다. 화면을 봤더니 거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름. 멍했던 의식은 그 이름을 본 순간, 얼음물을 맞은 것처럼 제 정신으로 돌아오고, 갑작스런 연락에 놀라 당황하면서도, 호타루는 통화를 탭했다.
「네, 네!, 시라기쿠입니다」
『여보세요―, 호타루짱인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ㄴ, ㄴ,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네에, 나야 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해요』
「아니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나요?」
바로 2시간 정도 전에 텔레비전을 통해 듣고 있었던 목소리를, 지금은 직접 듣고 있다. 그것이 어쩐지 뭉클해진다. 동시에 무언가 중요한 것을 떠올린 것 같지만, 빨리 지워 버렸다.
『괜찮다면, 첫 참배 가지 않을래요?』
「첫 참배인가요? 그, 카코씨와, 둘이서, 인가요?」
『호타루짱이 좋다면, 둘이서. 가는 게 어떨까요?』
경악 후에 한층 더 경악. 호타루는 무심코 일어나려다가, 코타츠 모서리에 제대로 무릎을 부딪쳤다. 괜찮아?. 라고 어머니가 의아하다는 묻는 것에 쓴 웃음으로 대답하면서, 코타츠에서 나온다.
「갈게요, 가고 싶어요.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면 되나요? 그, 일은 괜찮나요?」
『오늘 일은 우선 끝났어요. 내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가득 차서, 간다면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요』
그 후 카코가 말한 것은, 평소에는 거의 가지 않는 역 이름이었다. 작고 사람들도 많지 않은 역인 걸로 기억하고 있다. 신경 써준 걸까, 그럼 기쁠 텐데, 그 생각이 호타루의 입가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불행에 말려들게 하거나 말려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사람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알겠어요, 그럼 있다가 봐요!」
전화 너머로 인사를 하고, 호타루는 전화를 끊었다. ……설날부터 바라고 있었던 것이 갑자기 실현되어 버렸다. 어쩌면 이걸로 올해 운을 다 쓴 걸지도 모르지만,그걸로 카코와 둘이서 첫 참배를 갈 수 있다면, 나쁜 거래는 아니다.
「어머, 후리소데」
「아니요, 그, 아니에요, 이것은……」
약속 장소인 역 앞에서, 호타루는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다. 텔레비전에서 입고 있던 것하고는 다른 기모노를 입은 카코가 더 이상은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과, 자신의 궁상맞은 후리소데 차림을 하필이면 카코에게 보여 버려 부끄러운 것. 얼굴이 붉어진 이유는 주로 그 두 가지였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기모노가 익숙하지 않은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첫 참배에 간다고 말했더니 어머니가 이상하게 기합을 넣어 버려서……첫 참배는 언제나 부모님과 이튿날 가다 보니, 제가 부모님 말고 다른 사람하고 첫 참배를 하러 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서, 그래서, 그……」
「그런가요? 우후후, 정말 잘 어울려요. 귀여워요. 호타루짱의 어머님께 감사해야겠네요」
어쩐지 매우 기뻐하고 있는 카코. 그것을 보고, 결과 좋은 걸까, 라고 호타루는 생각했다. 거기에 카코도 기모노 차림이기에, 호타루가 원래 생각했던 대로 사복을 입고 왔다면 그야말로 기가 죽었을 것이다. 하늘 반 정도를 가리는 구름도 카코의 걸음에 맞춰 개이고 있다, 라고 생각해 버릴 정도로, 카코의 기모노 차림은 눈부셨다.
「그럼, 가볼까요?」
카코가 걷기 시작했다. 이 역에서 갈 수 있는 신사에 대해 호타루는 아는 바가 없기에, 카코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기억 그대로 사람이 적은 역, 나오자마자 호타루는 포장이 엉성한 지면 위에서 넘어졌다.
「……」
「괜찮나요?」
「죄, 죄송해요. 옷도 신발도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역에 올 때도 몇 번이나 넘어질 거 같아서, 한 번은 정말로 넘어졌지만요……」
「그런가요? 그럼, 손을 잡아요」
카코의 마치 당연한 듯한 발언에, 에, 라고 호타루가 맹한 소리를 내버렸다. 멍하니 있는 호타루를 향해 카코가 손을 내밀었다. 호타루는 그 새하얀 손을 바라본다.
「무슨 일 있나요?」
「그……가족 말고, 다른 사람하고 손을 잡는 거, 처음일지도 몰라서」
나에게 닿으면, 불행이 전염될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뻔했다.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을 하면, 카코는 반드시 슬퍼해줄 지도 몰라서.
대신, 마음을 다잡고, 손을 뻗었다. 내밀어진 카코의 손을 살며시 잡자, 카코가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악수예요」
「엣? 아, 죄송해요……」
「그러고 보니, 첫 참배, 어째서 저와……?」
3할 정도만 열려 있는 조용한 상점가에서, 두 사람 분의 딱딱한 발소리가 울린다. 카코의 왼손을 잡는 자신의 오른손은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은 어느 정도 주어야 할까, 어디까지 손을 대어도 좋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당황했지만서도 호타루가 물었다.
「어쩐지……호타루짱하고 같이 있고 싶다고, 어쩐지 모르게 생각했어요」
꼬옥, 카코의 왼손에 작게 힘이 들어가, 호타루의 사소한 당황을 날려 버린다. 카코의 음색은 정말로 밝았지만, 호타루에는 시선을 그녀에게 돌릴 용기조차 없었다.
「나는 역시 설날에는 길조를 비는 물건 취급이라 첫 참배에 함께 가자, 라고 많은 사람들이 불러요. 올해도 그랬지만, 그래도 전부 거절했어요」
「
「……저와 함께 있는 게, 좋아서, 인가요?」
「아마, 그럴 거에요」
「과분해요, 그런……저 같은 것과 가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 하고 가는 것이 더 즐거웠을 텐데..」
「정말!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요. 나는, 호타루짱하고 있는 게 좋아요, 라고 말했어요」
카코의 오른손이, 어르듯이 호타루의 머리에 닿았다. 자신의 손보다 약간은 큰 손바닥.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더욱 당황하게 된다.
카코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걸까, 어떤 생각으로 대해주는 걸까, 알 수 없다. 동정해 주는 걸까, 신경 써주는 걸까,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가볍게 놀리는 걸까. 모두 있을 수 있을 만한 일이지만, 한편 위화감도 있다. 조용한 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 그것만이, 호타루가 단언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호타루가 이름도 모르는, 작은 신사였다. 첫 참배를 나온 사람은 거의 현지 사람들뿐인 것 같고, 경내에는 대충 열 정도 밖에 보여지 않는다.
「여기는 예능신이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적은 곳이 좋을 거 같아서」
「카코씨……」
이어진 손에 자연스레 조금 힘이 들어가 버린다. 이런 상태로 닿고 있으면, 뭔가 착각할 것 같다.
기모노를 입고 첫 참배를 하러 온 것이 처음이라, 다소 어설프게 손을 씻고 돌층계를 천천히 오른다. 손은 또 다시 맞잡았다. 차갑고 촉촉해진 서로의 손은, 손을 씻기 전보다도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참배객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을 호타루는 느꼈다. 작은 신사에, 화려한 기모노 차림인 두 사람--게다가 둘 다 아이돌--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무리도 아니다. 오전에 TV를 통해 카코를 본 사람도 있을 테고, 호타루도 알려져 있을 가능성은 있다. 머지않아 외출하는데 변장이 필요할까, 라고 생각해 볼까도 했지만,그런 자신을 마음 속으로 그리는 것은, 호타루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얀 계단을 올라가, 배전에 손을 맞댄다. 카코는 일부러 신에게 빌지 않아도 대체로 바라는 것은 척척 이룰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한 구석으로 치우고, 호타루는 자기는 아무리 해도 봐줄 것 같지 않은 신에게, 그럼에도 마음을 담아 빌었다. 믿는 마음까지 없어져 버린다면, 정말 손을 쓰지 못할 것 같다.
「무엇을 비셨나요?」
「그. 카코씨와--」
올해도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무심코 계단을 내리다가 멈춰서고는, 호타루는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 말하려고 한 것을 겨우, 지금 자기가 빌었던 것을 겨우 깨달았다. 마치 그렇게 빌기로 한참 전부터 정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터무니 없는 일을 바라고 있었다.
「――카코씨, 프로덕션 모두, 그리고 가족들,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기쁘기를, 이라고……」
「어머, 자기에 대한 게 아닌 가요?」
「저는……주변 사람이 행복하다면, 저도 행복하니까요」
어떻게든 둘러댄 소원을 다행히 카코는 의심하지 않는 것 같다. 호타루다운 소원이다. 라고 생각해 준 것 같다. 그것은 그것대로 조금은 슬프지만.
「저는 불행할 뿐이고, 연습하지 않으면 미소도 지을 수 없으니까……적어도 다른 사람은 미소를 지었으면 해서, 그래서 아이돌이 되었어요, 저는」
「그럼, 나와 같네요. 나도,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고 싶어서 아이돌이 되었어요. 뭐, 평소에는 사무원이지만요」
「……그랬, 군요」
「네. 그래도, 저는 역시 호타루짱이 먼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고, 그래서 호타루짱이 행복, 그런 것이 아니라. 호타루짱이, 가장 먼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계단을 내려 갈 때 다시 이은 손을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카코가 곁눈질로 호타루를 본다. 호타루의 고동이 뛴다.
오미쿠지 뽑을까요? 라고 카코가 말한다. 돌층계를 걷자 마자 뽑는 곳이 있다.
「오미쿠지, 인가요……그러고 보니, 카코씨는 지금까지 대길 밖에 뽑은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정말이에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카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호타루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말해두지만 호타루는 정 반대로, 태어나서 길을 뽑은 적이 없었다. 올해는 대흉이 아니고 흉이었다고 조금은 좋을지도, 라고 학교에서 이야기하면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 경험도 있다.
게다가, 오늘은 카코와 함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대흉은 아니지 않을까, 정도의 희망이 생길 것도 같다. 앞이 투명한 상자에 백 엔을 넣고 카코와 쭉 잡고 있었던 손을 살며시 떼었다. 조심조심 뽑고, 숨을 감추며 열어 보았다.
「마, 말길……!?」
호타루에게 있어 그것은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기쁨보다 곤혹스럽고 초조한 마음이 압도적이어서,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카코를 바라 보았다.
「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코씨…… 저,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올해의 운을 남김없이 써 버렸어요……」
「아니, 무서워할 일이 아니에요……?」
호타루가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는 것이 전해졌는지, 카코가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든 호타루를 진정시킨다.
「말길이든 흉이든, 그런 것 보다 쓰여 있는 문장이 중요해요. 어떻게 쓰여 있나요?」
「……행복한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무엇이 행복한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다. 잘못하면 재난을 부른다. ……라고 해요」
뭐랄까 당연한 말들만 써있는 것 같아서, 곤란해져 버렸다. 그렇다고는 해도 태어나서 처음 뽑은 말길이다. 반드시 경고가 아닌 격려하는 문장일 테니, 마음에 새겨 두자, 라고 호타루는 생각했다. 밑에도 세세한 것들이 많이 쓰여 있어 읽었더니, 가장 밑에 있는 한 줄이 눈에 띄었다.
연애-- 신중하게 할 것.
「나도 뽑아 볼게요」
포근한 목소리. 카코도 100엔을 상자에 넣고, 일부러 호타루와 이어져 있었던 왼손으로 오미쿠지를 뽑았다. 호타루가 깨달았을 때는 카코는 이미 다 뽑은 뒤였고,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펼치고 있었다.
「후후. 보세요, 올해도 대길이에요」
설날부터 호타루짱과 만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확신을 했었지만, 같은 말을 하며, 카코가 내용을 대충 훑어보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신중하게 인 것일까 호타루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제비 뽑는 곳 옆에 있는 텐트에서 나눠주고 있는 감주를 받고, 두 사람은 경내 구석에 있는 낡고 더러운 벤치에 앉았다. 돌층계에서 꽤 떨어진, 나무 그늘에 가려져서 남들 눈에 좀처럼 띄지 않을 듯한 장소이다. 평소에는 일어날 때 옷이 찢어지지 않을까 무서워서 그다지 앉지 않지만, 지금은 카코와 함께 있으면, 이라며 안심하고 있다.
몇몇 참배객들의 이야기 소리나 나무 어디에서인가 들리는 새의 소리만이 들릴 뿐, 경내는 아주 평온해서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종이 컵을 양손으로 들고 감주를 한 모금 마시자, 걸쭉한 달콤함이 입 안에 가득히 퍼진다. 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따뜻하고 맛있다.
「아, 카코씨. 오전에 생방송 봤어요」
「어머, 감사합니다. 숨은 재주도 성공했고, 나로서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지만요……」
「네, 굉장히 멋졌어요. 숨은 재주도……매년 조금씩 난이도 오르고 있지요? 그……」
「네. 매년 봐주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서, 힘내고 있어요」
감주를 마시고 한숨을 쉬는 카코.
「호타루짱은, 일 며칠부터 시작하나요?」
「저는 그게……일은 5일부터이에요. 레슨 시작은 모레이지만요」
「모레인가요? 모처럼 설날이고, 좀 더 쉬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 정도 밖에, 할 일이 없어서요. 오늘도 정말 한가해서, 카코씨가 불러 주지 않았다면, 아마 쭉 집에서 텔레비전을 만 봤을 테고」
자조하며 힘이 빠지는 호타루. 취미란에 레슨이라고 써 버릴 정도로, 호타루에게는 아이돌 밖에 없다. 게다가 그 아이돌 활동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그런 자신을 돌아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있는 프로덕션이라면-- 카코씨가 있어 준다면」
굵은 자갈을 밟고 있는 발에서 시선을 떼고 과감히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손을 잡고 있는 건 아니지만, 대신에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있다.언제나 어딘가 닿고 있다. 그 따스함이 호타루를 받쳐준다.
「내가, 인가요? 확실히, 호타루짱에게 운을 나누어 주거나 지지해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 그게, 그것도 있지만」
호타루는 작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카코에 대한 기분이, 실은 불행투성이였던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 대한 감사나 동경을 착각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그 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스·포츈》으로서 했던 그 첫 라이브는, 카코와 함께였기에, 그렇게나 반짝반짝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라고 호타루는 생각한다. 그 인식 자체는 지금도 변함없다. 단지-- 카코 덕분, 그렇게 말한 것은, 단지 그녀가 행운을 가져와 주었기 때문에, 라는 것만이 아니라.
라이브를 위해 같이 레슨을 받을 때, 어쩌면 그보다 좀 더 이전에. 그리고 그 겨울 날 돌아가는 길에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감정. 그녀에게 첨부된 행운이라는 가치가 아니라, 좀 더 순수하게, 타카후지 카코 라는 단 한 사람에게, 호타루는 애타는 감정을 반드시 품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카코가 해준 말이나 표정이나 손의 따스함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그……카코씨가 대단한 행운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그 라이브를 하는 도중에 평소처럼 무엇인가 불행이 일어났더라도-- 카코씨와 함께 라이브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있어서 그것은, 굉장히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서……」
「호타루짱--」
「물론, 카코씨는 운이 정말 좋고, 제 불행을 지워주어서, 그것도 기쁘고, 감사를 다 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요. …… 그래도」
말을, 호타루는 아직 정리할 수 없었다. 많은 단어들이, 많은 문장들이 거품처럼 떠오르고, 자제심이란 방탄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전해야 좋을까, 10년 겨우 넘은 인생 경험으로는 온전히 판단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다만, 얼굴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카코가 넌저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물었다. 종이컵에서 떨어진 손가락이, 조금 전 뽑았던 대길 오미쿠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진지한 이야기, 인가요…..」
「진지한 이야기, 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카코의 옆 얼굴은 매우 진지했다. 사무원으로서 일을 하고 있을 때와도, 아이돌로서 레슨을 받을 때와도, 일에 몰두할 때와도 다른, 호타루가 카코와 만나고 나서 처음 보는 표정.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 밖에 몰랐던 호타루에게 있어서, 그것은 어떤 의미로 불안했다
「나, 어릴 때부터, 우연히 이런저런 것을 쉽게 얻었어요. 그래서, 그 이상을 갖고 싶어하면 안 된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은 어리광이니까요」
그녀 자신의 양심 탓도 있을 지도 모른다. 주위 사람들의 질투하는 시선, 그런 것이 어린 카코의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호타루는 상상했다. 카코는 상냥한 사람이니까--그렇지 않으면, 그런 인생이었기에 상냥하게 되었던 걸까.
「언제부터인가, 무엇인가를 갖고 싶다는 감정 그 자체가, 조금씩 사라지는 거 같았어요」
호타루하고는 정반대라고 해도 괜찮은 인생이 거기에 있었다. 호타루는 언제나 갖고 싶어하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어, 그럼에도 포기를 할 수 없어서, 다음에야말로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 적이 많다. 지금도 그렇다. 레슨을 많이 받고, 경험을 많이 쌓으면, 조금 더 하면 잡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한 순간에 밸런스가 무너지고, 실패한다. 그런 것 뿐이다.
「그런데, 나, 최근--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조금 이상해요」
카코의 시선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타루는 카코의 옆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덧, 깨달았을 때는, 호타루짱을 만나고 싶다. 일도 함께 하고 싶어다,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나가거나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 버렸어요」
「…………?」
「작년, 처음으로 함께 레슨을 받았을 때, 그 후에, 우리들 이야기 했었지요?」
「네……그랬, 네요」
「그래서, 처음에는 나는 적어도 호타루짱을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만나고 싶어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것도 어쩐지 아닌 것 같았고. 이 기분은 무엇일까, 라고……」
호타루짱 본인에게 물을 수 있는 일은 아니네요, 라고 카코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호타루는 웃을 여유도 없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카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는 카코의 진심을 이래저래 억측했었던 호타루에게, 카코 자신도 잘 모르겠다, 그런 대답이 날아 오고 있었다. 단지 그것은 호타루의 입장이고, 카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기분이 무엇인지는, 대체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정말로 나는 잘 모르겠어요, 나는, 어쩐지 모르게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대부분 우연히 손에 들어와요. 그래서,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기분으로 이렇게 머리가 가득 채워진 것은, 인생에서 처음이에요」
「제가……갖고 싶은, 가요?」
「그렇게, 되는 건가요?」
카코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순진함도, 질문을 긍정해준 것도, 호타루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 같은 놀라운 일이었다. 종이컵을 쥔 손이 희미하게 떨린다.
「호타루짱이 웃는 얼굴로 있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인 어리광이다, 라고, 전에도 말했지요. 그것은 정말이에요? 호타루짱의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워서—좀 더 보고 싶어요. 정말로, 그만큼이에요」
카코는 부끄러운 듯했지만, 얼버무리거나 하지 않는다. 이미 곡해의 여지도 없는 말만을 했다. 그렇기에 호타루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정말로 진심으로 자신을 원하고 있다. 그런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그런 거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호타루짱은, 어떤가요?」
「엣?」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 호타루는 몹시 놀란다. 천천히 이쪽으로 향하는 카코의 눈동자에는, 호박색 안에는, 불안이 배어 있었다. 그렇지만 입가는 여전히 미소의 형태인 것이, 호타루의 가슴을 조인다.
「호타루짱은, 갑자기 불러도 이렇게 나와주지만……귀찮지 않습나요? 나의, 호타루짱을 갖고 싶다는 이 어리광을, 계속 부려도 괜찮을까요?」
「폐라니, 그런……!」
무심코 몸을 편 채, 호타루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대답을 1초라도 주저하면 그 사이에 카코가 멀어질 것 같아서,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말들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 카코씨와 같아요. 카코씨를 좀 더 만나고 싶어서, 좀 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좀 더 함께 있고 싶어서……이야기를 하거나, 외출을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도, 단지 함께 레슨을 받거나, 일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우연히 같이 집으로 갈 때도… 그…..」
무릎 위에 있었던 카코의 손에, 호타루는 무의식 중에 손을 포개고 있었다. 스스로 누군가를 만지기 위해서 상당히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호타루가, 무의식 중에 그런 행동을 했다
「아무튼, 저……카코씨와 함께 있으면 좋아요. 카코씨와 둘이 있으면 좋아요」
말을 하면 할 수록, 정말로 전하고 싶은 바람들이 호타루의 마음 속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예상도 상상도 없다. 오직 하나의 신념 밖에 없다, 라고 호타루는 느꼈다. 지금을 놓치면, 이제 전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 불행뿐인 호타루의 인생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행운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까지 생명이 위험해질 만한 상처나 병은 없었다, 지금 이쓴ㄴ 프로덕션에 올 수 있었다. 카코와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몇 개의 기적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 이 장소에 있다.
「저, 카코씨를 좋아해서-- 그러니까」
꾸밀 여유 따위는 없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을 뽑아내는 것도, 고작이었다
머리 위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확실하게 들린다. 사랑 노래일지도 모른다. 새도 그냥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는 것일 뿐이겠지만, 그것을 사람들은 노래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새가 보기에는, 자기가 말한 지금 꾸미지도 못한 고백도, 노래로 들리는 것일까. 그런 것을, 머리 한 구석이 떠올리고 있었다.
「――좋아해」
시선을 맞춘 채로, 카코가 그 한 마디를 되새긴다. 두 번, 세 번, 눈을 크게 깜박임인다. 마른 바람이 발 밑에서 분다. 자신의 마음이 분명하게 제대로 전해졌는지, 호타루는 불안해서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좋아해’ 라는 단어의 의미가 카코와 호타루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 아무 것도 전하지 않는 것보다도 괴롭고, 슬플 것이다. 서로 바라보기만 하는 침묵의 시간이, 1분 정도 이어졌다.
그것을 살며시 지운 것은, 카코가 지어준 미소—평소 대로, 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그랬네요. 이 기분은, 그런 것이군요」
가속하는 심장이 뛸 때마다 불안이 쌓이지만, 그 호박색을 호타루는 들여다 보려고 했다. 카코의 손이 뻗고,, 그런 호타루의 뺨에 닿았다. 머리카락을 빗기고, 손가락이 귀에 닿았다.
「좋아해요, 나, 호타루짱을 좋아하네요. 그래서, 갖고 싶어하고. 만나고 싶어 하고-- 만나서, 함께 있으면 좀 더 좀 더 갖고 싶어지는 거네요. ……호타루짱에게, 배워 버렸어요」
카코의 무릎의 위에서 포개져 있었던 두 사람의 손은,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손가락끼리가 얽혀 있었다. 이제 호타루에게는, 카코의 목소리와 자신의 심장과 혈류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랬어요. 나, 호타루짱을, 쭉 보았어요」
갈 곳을 잃은 호타루의 한 손이 하늘을 방황하다가, 똑같이, 카코의 뺨에 닿았다. 매끈매끈한 하얀 피부에 닿으면, 타는 듯이 뜨거운 뺨. 감주 때문이다, 라는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열. 이렇게 된 이유를 호타루는 하나 밖에 생각할 수 없었고, 그것은 지금 자신의 뺨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와 같았다. 카코와 호타루는 마치 거울 바라보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모르는 사이에 가까워진 서로의 눈을 보고 있었다.
「쭉, 보았어요」
「아-----저ㄷ」
저도, 반드시, 쭉.
말하려고 했던 호타루의 입술이, 카코의 입술로 막힌다.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된다. 부드러운 감촉, 녹을 것 같은 달콤함,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 카코의 입술이 가져온 그 감각에, 세계의 모든 것이 채워진다. 놀라는 걸까? 행복한 걸까? 그런 단순한 것마저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 단지 부드러움과 달콤함과 뜨거움만이, 텅 비어진 의식을 채워줄 뿐이다.
시간의 개념마저 잊게 된 호타루는,그게 얼마나 길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호타루짱?」
어느새 떨어져 있던 카코의 입술이 이름을 꺼내자, 그제서야 호타루는 간신히 눈을 떴다. 두 사람의 양손은 아직 변함없이 그 위치 그대로다. 시선도 마주보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는, 확실히 변했다.
「아, 죄, 죄송해요……저, 처음이라, 그」
급격하게 부끄러움이 끓어 올라, 호타루는 눈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호타루의 뺨에는 여전히 카코의 손이 닿아 있어, 호타루는 도망갈 수도 없었다. 카코의 시선에서, 그리고 자기 마음 속에서 속절없이 태어나 버린 어리광에게서.
「그. 다시 한번……이번엔,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요?」
「――네. 부디」
카코가 눈을 감는다. 호타루가 천천히 다가간다. 요염한 입술에 자신의 그것을 포개는 것을 주저했던 것은, 자신에게 닿으면 불행이 전염된다는 것도, 자신의 입술이 카코만큼 예쁘지 않다는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예감-- 그러나.
호타루와 카코는, 두 번째 입맞춤을 했다. 첫 번째보다 강하고, 상냥하게.
'아이돌마스터 > 팬픽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w to walk under the rain (우즈린) (0) | 2016.01.07 |
---|---|
두 번, 사쿠마 마유는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한다. (0) | 2015.12.19 |
사랑과 벌 -4- (백합 - 카코, 호타루) (0) | 2015.05.19 |
사랑과 벌 -3- (백합 - 카코, 호타루) (0) | 2015.05.19 |
사랑과 벌 -1- (백합 - 카코, 호타루) (0) | 2015.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