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아이돌마스터/팬픽 - 기타 2016. 1. 7. 23:07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How to walk under the rain

 

   

6여름이 시작되고푸른 하늘이 회색으로 바뀌는그런 계절.

 나는 평소처럼학교를 마친 후우즈키와 합류해 사무소로 가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라고는 말하지만평소와는 조금 다른 일도 있다그것은 둘이서 우산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장마철이 발표된 지 얼마 안 된 도쿄의 하늘은 두꺼운 구름을 맞이하며 빗방울을 내리고 있다어젯밤 본 일기 예보에는 주말까지 우산 마크가 정렬해 있어서우울해졌다비에 젖으면 춥고그것을 막으려고 하면 더워진다통학 중에는 신발도 젖고심할 때는 양말까지 젖는다겨우 학교에 겨우 도착했다고 생각하면 복도는 습기 때문에 침수다길이 아주 「우울」이라는 종점에 이어진 것 같은싫은 계절.

 평소에는 말을 많이 하는 우즈키도 오늘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것도 어쩔 수 없다빗방울이 도로를 두드리는 소리나물을 튕기며 달리는 차가 시끄러우니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우산이 부딪치니까이야기하기 좋은 건 아니다기후 탓에 매일의 즐거움도 사라지고비라는 것이 얄밉다꽃집 딸이 그런 생각을 해도 괜찮은지는 의문이지만…….

「린짱」

 갑작스런 우즈키의 목소리에 놀라서 쳐다 보았다밝고 부드러운빗소리에 지지 않을 정도인 큰 목소리였다.

「잠깐편의점 들러도 될까요?

「응뭐 사려고?

「시간 아직 이르니까과자라도 살까 해서요」

 편의점에 들어가니에어컨의 냉기가 반소매로 드러난 피부에 스친다빗속에 있었던 지라 꽤 춥다장마는 대체로 그렇게적당함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어찌되었든 극단적이고마치 하늘을 가리는 구름이 내 마음도 가리는 것 같다.

 과자 매대 앞에서어째서 그렇게나 망설이는 걸까그런 생각이 들 만큼 우즈키는 고민하고때로는 나에게 묻기도 하고그러다가 겨우 골랐다솔직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이렇게 고민하는 시간도 괜찮을 지도 모른다나로서도묘하게 고민하고 있는 우즈키를 보는 것이 싫증나지도 않고오히려 즐겁다.

 가게에서 나왔더니이번은 덥고시끄러웠다짜증나지만 우산꽂이에서 내 우산을 뽑는다라고 생각했는데실수했다당황해 하면서 되돌리고 내 것을 찾는다.찾아 보지만--

 우즈키는 가녀린 사랑스러운 핑크색 우산을 뽑아우산꽂이 앞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린짱?

「……없어」

「에? 우산 말인가요?

「……응」

 내 우산은수수한 감색 우산이다확실히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고오인 당하기 쉬운 타입이지만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우선그 안에 비슷한 우산이 없다처음에 내가 뽑았던 것도소거법으로 생각하면 이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다잘 보면 손잡이 모양이나 색도 다르다만약 실수로 뽑았다고 해도 바로 눈치챘을 것이다.

 화난 다기 보다 맥이 빠진다..

「누군가잘 못 가져간 걸까요?

「…….그렇겠지」

 어쩐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지친 시선으로 도로를 바라 본다끊임없이 땅을 두드리는 빗방울이 모두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계절 빨리 끝나 버리면 좋을 텐데그렇다고는 해도그런 말을 할 경황이 아니다.

「어쩔 수 없네……

 정말로 화가 나지만편의점에서 비닐우산을 살 수 밖에 없다그렇다고 할까 내 우산을 훔친 녀석도 그랬어야 했다애초에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왜 우산을 가져 오지 않은 걸까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나지만일단 참고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린짱?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즈키가 우산을 폈다그리고는 내 얼굴을 빤히 본다

 뭐가 뭔지 몰라서 우두커니 서있자,

「린짱자요들어오세요」

 그렇게 말하며우즈키가 생긋 웃었다.

 겨우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고, ……동시에사고가 멈추었다.

「린짱?

「……아아응」

 순수하게 바라보는 우즈키의 시선에꺼림칙함을 느끼면서도나는 그녀의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어색하게 걷기는 했지만좁은 우산이니까아무래도 팔이 젖게 된다

「미안해요이 우산 작아서……. 좀 더 안으로 들어 오세요」

 그런 말을 하면서 나를 당기니까몸이 밀착되는 형태가 되어이제는 숨이 막힐 것 같다머 리 속에 검은 선이 갑자기 우산 마크를 그린다그 아래에「우츠키」 「린」이라는 문자가-- 무심코고개를 흔들뻔했다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을까숨이 거칠어지지 않았을까이미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다리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우즈키는거리가 줄어들어 목소리를 듣기 쉬워서일까단번에 평소 대로 말이 많은 그녀로 돌아왔다쾌활함을 찾은 그 모습에거기에 더 가까운 장소에 있으니의식 하지 않을 수가 없다이렇게 되면걸을 때마다 닿는 부드러운 머리카락도감도는 냄새도이미 익숙해졌을 그녀의 사랑스러움조차 강하게 의식되어기분이 이상하게 될 것 정도로가슴이 아프다그런 상태로나는 걷고 있다.

 어떤 의미로는 지옥 같은 시간을 마치고사무소에 도착했을 때는나는 녹초가 되어 버렸다소파 위에 쓰러졌고우즈키는 우즈키 대로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고그러다가과자를 입안 가득히 넣으며 창 밖을 바라 보았다귀가할 때 비가 그치지 않으면 또 같이 우산을 써야하는 걸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까나……)

 마음이 무겁기는 하지만어쩌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즈키와 함께라면.

아이돌마스터/팬픽 - 기타 2015. 12. 19. 17:32 by 레미0아이시스

두 번, 사쿠마 마유는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한다.

 


 * * *

 

 사쿠마 마유의 두 번째 사랑은, 첫눈에 반한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것은 실연 이야기입니다.

 저의, 사쿠마 마유의 두 번째 사랑이 끝날 때까지, 첫눈에 반해서 시작된 사랑이, 결실을 맺을 일도 없이, 구해질 것도 없이, 다만 끝나기만 할, 그런 이야기.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작되기 전부터 끝나 있었고, 시작도 되지 못한 채 끝이 난, 그런 짝사랑, 이야기입니다.

 시작조차 못한 채.

 처음부터 끝났던 연정을, 끝낼 때까지.

 그런, 이야기입니다.

 

 * *

 

 두 번째 사랑이라는 것은, 당연히 첫 번째 사랑이, 말하자면 첫사랑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랑이 있다는 것은.

 그것은 즉, 이미 첫 번째는 끝나 버렸다, 라는 것이지요.

 사쿠마 마유의 첫사랑은, 지금 말할 두 번째 사랑이 시작하기 훨씬 이전, 옛날에 끝나 버렸습니다.

 물론.

 이루어지는 일도 없이, 끝났습니다.

 첫사랑.

 처음으로 한 사랑.

 친 오빠에게 바쳤던--  사랑.

 실수투성이, 사랑.

 일그러짐 투성이였던, 첫사랑.

 이것이 만일 의붓 오빠라든가, 만일 제가 그의 의붓 여동생이라든가. 그랬다면, 정말로 그랬다면, 그런 관계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인가, 『가능성』 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와 오빠는, 틀림없이 같은 부모가 낳아주신, 같은 피가 흐르는 남매입니다.

 그렇기에, 가능성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습니다.

 있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역시, 사쿠마 마유의 첫사랑은, 오빠였습니다.

 이 감정을 자각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옛날부터 「마유짱은 정말로 오빠를 좋아하네」 그런 말을 듣고는 했습니다. 그 감정이 연애의 그것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전보다도, 말하자면, 브라콘이었습니다. 오빠에게 언제나 달라붙고, 언제나 오빠와 같이 있으려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아마, 초등학생 무렵. 3학년일까, 아니면 4학년. 그 때쯤이었을 겁니다.

 명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제가 오빠에게 품은 감정이, 친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버렸습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것』이 이상한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친 오빠에게

 연애 감정을 품는 건, 이상한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고, 허용되지도 않는 다는 상식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의 사쿠마 마유는, 감정을 봉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속마음에 그 감정을 가두어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좋아한다는 느낌으로, 그런 『좋아』라는 감정으로 오빠를 대하려 했습니다.

 단순한 브라콘으로만 보이도록

 그런 감정만 있는 것처럼.

 연애 감정을, 친애 감정으로 덧씌우려고 했었습니다. 메우려고 했었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말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는 않았지만요.

 모든 것을 삼키고, 토해내지 않고, 그 감정을 부수어, 날려 보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사쿠마 마유는, 오빠를 좋아했고, 사랑한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친애, 가족 사랑.

 그렇게 보이도록,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의 경계선, 봄방학 때 일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오빠의 진로가 정해진 것이 원인 중 하나였을 겁니다.

 대학을 졸업한 오빠는, 도쿄로 가게 되었습니다.

 고향 미야기, 센다이시를 떠나 도쿄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예능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멀어집니다. 물리적으로, 멀어집니다.

 그렇기에 단념해야 한다고이를 단념하기 위한 계기로 삼자고, 생각했습니다.

 다행이다, 라고 해도 좋은 것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게 사쿠마 마유의 첫사랑은 차이는 걸로 끝났습니다.

 품어서는 안 되었던 연애 감정. 그 감정을 전할 일도 없이 추억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과거의 일인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저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중학교 2학년 시업식 때, 그 마음을 잘랐습니다.

잘라 버린 것을 모아 추억이라는 앨범 안에 넣고는 닫았습니다.

 그 후, 1년하고도 4개월 이후입니다.

 두 번째가 시작된 것은.

 그 사람과 만난 것은.

 그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

 중학 시절 마지막, 여름방학.

 햇볕이 아스팔트에 내리쬐고, 아스팔트의 지열이 인간을 찝니다. 그런 더운 도쿄에서.

 오빠에게 놀러 가려고 했던, 그 장소에서.

 저는 『그녀』와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루어질 수가 없는, 두 번째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 *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카푸치노와 녹차라테입니다」

 주문을 했었던 두 잔.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피는 그것을 받아, 점원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했습니다.

 일이 하나 끝나고, 다음 현장으로 가는 도중. 점심도 먹을 겸, , 사쿠마 마유와 카나이 와카나는 현장 근처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왔습니다.

 아이돌인, 사쿠마 마유와.

 그 담당 프로듀서인, 카나이 와카나.

 그렇게 두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사쿠마 마유는 『아이돌』입니다.

「프로듀서씨. 다음 일은, 잡지용 사진 촬영이지요?

「맞아. , 잘하는 거잖아」

 별로 그런 건 아니에요, 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어느 잡지의 독자 모델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현지인 센다이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가끔 그런 일을 했었습니다.

 계기는-- 확실히, 길거리에서 스카우트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별로 모델이 되고 싶다든가, 그런 생각은 없었지만, 망설임 끝에, 저는 하기로 했었습니다.

 불순인 동기일지도 모르지만, 『오빠와 멀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일상에서 멀어질 수 있는 다른 것을 바라고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머리를 바꾸기 위해, 마음을 바꾸기 위해.

 그런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시작했었던 모델 일은, 의외로 즐거웠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 제가 소속되었던 사무소는 좋은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동료 모델들도 많아졌고, 카메라맨이나 메이크하는 분들하고도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이 나이치고는, 고등학생 1학년치고는, 화장은 잘 하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메이크 기술, 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직업상 보통 이상으로 많은 화장품을 쓸 기회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가 그다지 강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이 화장수가 좋다든가, 이런 이목구비라면 이런 아이 메이크업이 좋다든가, 그런 식으로.

 그런 건 조금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직업인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도 멀었지만요.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네요.

 그렇게 사쿠마 마유는, 즐겁게 독자 모델로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즐거운 것 뿐만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즐거웠습니다.

 모델 일을 시작한 지 일년이 지나고, 오빠가 상경하고,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무렵, 조금 일을 늘리기도 했습니다.

 지방에 있는 중학생 모델일 뿐이니까. 늘렸다, 라고는 해도,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니었겠지만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중학교 3학년 여름. 그 때였습니다. 제가 프로듀서씨와, 카나이 와카나와 만난 것은.

 여름방학. 학생이 만끽할 수 있는 그 장기 휴일을 틈타, 저는 오빠에게 놀러 가기로 했습니다.

 예능 사무소. 거기서 프로듀서라는 일을 하고 있던 오빠에게

 ……저와 비슷한 나이인 여자애들의 담당 프로듀서로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마음에 걸렸지만요.

 오빠의 휴일에, 거리를 걷고 있었을 때였을 겁니다.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면서, 윈도우 쇼핑을 했었다….. 그렇게 기억합니다.

 기억이 애매한 것은, 그 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이 강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시원한 옷을 입어도 저절로 땀이 흐르게 되는, 7월 하순의 도쿄에서.

 햇빛이 저물기 시작해서 오렌지로 물들기 시작한 거리에서.

 그녀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 마유짱. 아이돌, 흥미 없어!?

 

 * *

 

 높다, 그것이, 도쿄에 대한 첫인상이었습니다.

 아니, 첫인상이라는 단어는 부적당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별로 처음 간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렸을 적에 가족 여행으로 오기도 했고 (엄밀하게 말하자면 치바였던 것 같지만), 독자 모델을 하고 있었을 때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족 여행 때는 도심이 아니었고, 촬영 때문에 왔을 때도, 사무소에서 홍보하기로 한 브랜드의 신작 프로모션에 발탁 된 것뿐이었기에, 그다지 구경은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도쿄를 걷는 것은 처음이었고.

어쨌든, 높다. 그런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제 고향은, 시골은 아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도쿄나,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미묘하다는 점에서, 『도시』 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고층빌딩도 있고, 역 근처는 혼잡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다릅니다. 수가 다릅니다. 밀도가 다릅니다.

 어쨌든, 많습니다. 사람도, 건물도, 어떤 것이라도. 그 좁은 공간에.

 그리고 빌딩들은, 올려보면 목이 아파 보일 정도로 높은 것뿐이었기에.

 그러니까 역시,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높다』 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는 해도. 「이런 거 본 적 없어!」 그런 레벨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아아, 센다이보다 복잡해, 그런 당연한 감정이었지만.

 그런 도쿄에서, 저는 오빠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데이트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마음도 정리하고, 그렇게 정한 지 1년이나 지났었습니다. 1년 이상, 오빠가 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데이트 느낌, 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오빠를 정말로 좋아하는 여동생으로, 약간은 과한, 그러나 단순한 친애라는 느낌으로. 그런 느낌으로, 둘이서 걷고 있었습니다.

 시각은 저녁. 몇 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전일 때와는 다른 빌딩그림자가 생겼을 때였을 겁니다.

 진한 오랜지색이 드리워졌었습니다.

 그런 거리에서.

「어라, 사쿠마군?

「에?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 사쿠마군, 이라는 오빠를 부르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슈트를 입은 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성이 서 있었고.

「와카나? 무슨 일이야? 이런 곳에서」

「무슨 일이라니……나는 오늘도 일이야, . 사쿠마군이야말로 어째서 이런 곳, ……?

 말투를 듣고, 오빠의 동료인 것은 바로 알았습니다. 오빠가 그녀를 「와카나」라고 이름으로 불렀던 것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런 그녀, 이후에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카나이 와카나의 얼굴이, 제 근처에 있었습니다.

「사, 사쿠마군. 그 아이, ?

「응? 아아, 전에 이야기했었잖아. 내 여동생이야. 여름방학이니까 놀러--

「여동생!!

 저에 대해 설명하는 오빠를 막듯이. 그녀가 내 앞에 서고는, 손을 잡았습니다.

「아아여동생이라니 실례였네…… , 이름, 들을 수 있을까?

「네, …… 마유, 입니다. 사쿠마 마유」

「마유짱! 사랑스러운 이름이네!

「저기, ……?

 아직 손이 잡힌 채. 제 오른손을, 감싸듯이 잡은 그녀가, 반짝반짝 눈을 빛내면서.

「저기, 마유짱. 아이돌, 흥미 없어!?

 

 * *

 

 그것이, 저와 그녀의 만남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의 눈동자가 떠오릅니다.

「저기, 프로듀서씨」

「응?」

 느긋하게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는 그녀가, 힘 빠진 대답을 했습니다.

「지금, 애인 같은 건 없나요?

「……쿨럭!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마시던 음료를 필사적으로 삼켰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을」

 조금 더러워진 입가를 냅킨으로 닦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인가요?

「……아, 그래」

 쓴 냅킨을 정리해, 테이블 구석에 살며시 둡니다. 말투에 비하면 꼼꼼한 사람입니다.

「없어. 그런 것에 정신 팔 틈도 없고」

 한번 더, 카푸치노를 마시고 나서는.

「뭐, 지금은 담당인 너가 애인인 셈이지」

「어머, 그럼 마유는 주간지에 실리겠네요」

「그런 의미가 아니야……

어깨를 축 늘어뜨립니다.

정말 알기 쉬운 분이십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한 것이, 그러한 의미가 아닌 것 정도는.

 비유하자면.

『일이 연인입니다』 그런 뉘앙스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속내를 들키지 않도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그렇지만 프로듀서씨, 오빠와 동갑인걸요」

「그렇지만?

「말하자면, 스무--

「말하지마. ……절대로 말하지마」

 아아아아아, 이번에는 머리를 싸맵니다.

저와 9살 차이 나는 오빠. 그 오빠와 동갑이라는 것은, 즉 지금 그녀는 20대 중반 

물론,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요.

「최근 부모님도 슬슬 손자가 보고 싶다고 하는 마당인데, 마유에게까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그런 시기인 것 같네요.

「신경이 쓰이는 사람 같은 건, 없나요?

「엣?

 그녀가 고개를 들더니.

 눈을 크게 뜨면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 그 리엑션을 보니 있으시네요! 있으세요……♪

「어째서 그렇게 즐거운 건데……

「그야, 마유는 아이돌인걸요? 저는 연애를 못하니까, 다른 사람의 연애 정도는 알고 싶은걸요」

 우후후, 그렇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 그렇지반친구들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이 더……

 이 화제는 피하고 싶어, 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대로 「어라」 라는 소리를 내더니, 왼팔에 있는 시계를 바라봅니다.

「너무 늘어진 거 같아. 가자, 마유」

「네」

 영수증을 들고 일어선 프로듀서씨 뒤를 따라 걸어갑니다.

 정말 기운이 넘치는 분입니다

 조금 거칠기도 하지만, 놀리는 보람이 있는 사람.

 조금 난폭한 점도 있지만, 올곧은 사람.

 서툴기도 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

 ――어째서.

「어째서, 좋아하게 되어 버린 걸까요……

 가게를 나와 잠깐 멈춰 서서, 작게 말했습니다.

「잠깐, 마유! 두고 갈 거라고!

「마유를 두고 가면 일을 할 수 없지 않나요?

「알면 빨리 와!

 우후, 웃고는, 차로 다가가, 탔습니다.

 아아, 정말로, 어째서.

 어째서 또 저는.

 허용될 리가 없는 사랑을, 시작해 버린 걸까요

 프로듀서씨가, 엑셀을 밟습니다.

「기사님, 앞에 있는 차를 쫓아 주세요」

「맥락도 없이 형사 놀이 시작하지마!

 그렇게 말하면서, 속도 제한 아슬아슬하게 엑셀을 밟습니다.

 그 옆에서.

 저는 엑셀을 밟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만을 밟고 있습니다.

 그녀와 만나고 나서, 같이 지나고 나서.

 계속, 브레이크만을.

 마음의.

 감정의 브레이크만을, 계속 밟고 있습니다.

 아아,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저는, 그녀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일까요?

 오빠 때와 마찬가지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해 버린 것일까요?

 

 * *

 

 일단 말해두지만, 사쿠마 마유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프로듀서씨를, 카나이 와카나를 좋아합니다. 우애 같은 것이 아닌, 연애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여성을 연애 대상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저의 첫사랑은 오빠입니다. 가족이었기는 해도 남성입니다.

 여성에게 이런 감정을 품은 적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반드시 이것이 특례일 것입니다.

 좋아하게 된 상대가, 우연히 여성이었다, 라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상대가, 우연히 친 오빠인 것처럼.

 완전히-- 정말로,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어째서 오빠는, 피가 이어진 진짜 남매인 걸까요?

 어째서 프로듀서씨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았으면, 행복한 미래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어째서-- 저는, 이런 비뚤어진 사랑만을 해버리는 것일까요?

 비뚤어진 사랑만을, 해 버리는 것일까요?

 정말로 싫어집니다.

 무엇보다도.

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곁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싫어집니다.

 거절했어야 했습니다. 오빠와는 어떻게 해도 관계가 끓어질 일이 없겠지만, 그녀는 완전 남입니다. 애초부터 그녀의 권유를 거절했다면, 그 장소에서, 그녀의 손을 제가 잡지 않았더라면.

 거절하고,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에 고향으로 돌아가서 독자 모델을 계속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거기서 새로운 사랑이라도 시작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되었을 텐데.

 머지않아 상처 받을 것을 알았을 텐데.

 그 때, 거절을 했더라면…..

「…………」

 어째서!

 그것을 할 수 없었기에, 지금 사쿠마 마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기, 마유짱. 아이돌, 흥미 없어!?

 그 때 그녀의.

 조금 땀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그 눈동자가.

 석양에 비추어져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보는 그 눈동자가.

 그것만이, 전부였습니다.

 아마, 그 순간이었을 겁니다.

 아이돌은-- 그럭저럭 즐겁습니다. 모델을 할 때와 비슷한 일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모르는 일이 많았고. 부활동 같은 것에 열중한 적이 없었기에, 그 나름대로는 즐겁습니다.

 댄스는, 잘 못합니다. 운동신경은 좋지 않으니까요.

 노래는, 좋아합니다. 이것만은 어렸을 적부터 쭉 했었으니까요.

 즐겁습니다.

 저는 정말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괴로운 일도 많지만. 그렇지만, 역시 즐겁습니다.

 독자 모델을 할 때와는 다르지만.

 그 무렵처럼, 즐겁습니다.

 그러나, 비교를 하자면,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괴롭다.

 그런 감정이, 가시나무처럼 가슴 안쪽에 계속 박히고 있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데도, 그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질 일은 결코 없ㅅ브니다.

 행운과 불행. 명과 암. 플러스와 마이너스.

 그녀와 있을 때는

 상반되는 두 감정이, 섞입니다 머리 속이 휘저어집니다.

 빙글빙글.

 가슴 깊은 곳을, 어지럽힙니다.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까요?

 이 상황이, 이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오빠 때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선택지.

 연애 감정을 참고, 포기하고. 다른 감정으로 덧씌우는 선택지와.

 다른 하나는.

 부수어 버린다, 그런 선택지.

 어떤 형태든, 지금 우리들의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

저의 마음 속에서가 아니라

 관계 그 자체를, 파괴해 버린다는 선택지.

 한계가 오기 전에, 마음이 망가져 버리기 전에.

 먼저 관계를 끊는다는, 그런 선택지.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습니다.

 존재 할 수 없습니다.

 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미래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아, 큰 일이에요」

 생각을 하다가, 위험하게 프라이팬 안에 있었던 요리를 태울 뻔했습니다

내용물을 뒤집자, 소리가 잠깐 바뀝니다. 뒤집힌 면은 약간 탔지만 색은 괜찮아. 좋아,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프라이팬 뚜껑을 닫았습니다.

 곁눈질로 시계를 보면, 19 47. 메일이 도착한 시간을 생각하면, 슬슬 돌아올 시간입니다.

 프라이팬을 그대로 두고, 샐러드를 테이블 위에 두고. 부엌에 돌아와 프라이팬 뚜껑을 열자, 육즙을 듬뿍 머금은 향기가 솟아오릅니다. 오늘 저녁은, 햄버거입니다.

 대나무 꼬치로 찔러, 육즙이 흘러 넘치는 것을 확인하고는 접시로 옮깁니다.

 프라이펜에 케찹과 소스, 붉은 와인을 넣고 섞은 후에 소량의 버터를 넣으면, 소스도 완성되었습니다.

 소스를 뿌리고는, 조금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치 그 타이밍을 맞추듯이, 문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는, 그를 맞이하러 나갑니다.

「어서 오세요, 오빠」

 

 * *

 

 만약 우리들이 연인이었다면, 이 상황은 소위 동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친남매 둘이서 지내는 것을 동거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제가 상경한 것은, 아이돌을 시작한 것은, 9개월 전부터입니다.

 지금. 밖은 차갑고, 내쉬는 숨도 새하얀 1월 중순. 지금부터 9개월 전, 벚꽃이 한창 피는 초봄일 때입니다.

 반년 전하고도 그 약간. 중학교 3학년 여름, 저는 예정되었던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사실은 고향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그 진학처를 도쿄로 바꾸었습니다.

 이유는 물론, 그녀, 카나이 와카나가 스카우트를 했기 때문.

 부모님들은 바로 허락해주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주셨습니다. 제가 오빠의 동료에게 스카우트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 같았지만, 오빠가 근무하는 사무소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주신 것 같습니다.

 동시에, 사는 것도 오빠와 함께라면 되겠지, 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에게 연인이 생긴다면, 저는 그 집에 살기 힘든 게 아닐까, 그보다 단적으로 말해서 제가 방해자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런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은, 그 때는 오빠가 연애나 애인하고는 무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도 「좋은 사람 없어?」 라고 물어 보셨지만, 웃기만 할뿐,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저도 이런 상태고, 과연 우리 남매는 부모님들에게 손자의 얼굴을 보일 수 있을까요…….

 어쨌든, 허가를 받고. 다음 봄부터 도쿄 생활을 하기로 했습니다.

 조건은 두 가지.

 바쁘면 어쩔 수 없지만, 오빠에게 밥을 차려주거나, 가사를 했으면 하는 것.

 하나 더.

『하기로 한 이상, 제대로 해라』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전자가 어머니가 하신 말씀, 후자가 아버지가 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좋은 부모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모님에게 손자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까, 라고 의아에 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저는 상당한 불효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사쿠마 마유의 도쿄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첫사랑인 사람과 한 지붕 아래에서, 그렇게 표현하면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과장을 보태더라도, 친남매가 같이 사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즐겁기는 해도.

 전혀 답답하지 않다, 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입니다. 저는 오빠에 대한 연애 감정을 완전히 없앤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감정을 앨범에 담았지만, 그 앨범이, 마음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연정을, 단순히 덧씌웠을 뿐입니다.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그에 대한 감정을, 감춘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3년 전입니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보통으로 남매로서 사이 좋게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대로,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적어도 이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 *

 

 변하기 시작한 것은, 2월 중순 경.

 변하기 시작했다, 라고 해야 할 지, 변화를 알아차렸다, 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관계의 변화.

 다만, 그것은-- 사쿠마 마유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와 오빠의 관계가 바뀌진 않았습니다. 3년이나 지난 그에 대한 생각이 다시 악화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와 프로듀서씨의 관계가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그녀를 좋아하지만, 연심을 말할 일도 없었고,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관계는 그대로입니다.

 그럼, 어디서, 누구와 누구의 관계가 변하였을까요?

 그것을 알아 버린 것은, 2 14.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일을 마친 저는 프로듀서씨와 헤어져 집으로 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오빠는 조금 늦어진다고 연락을 했기에, 오늘 저녁밥은 기합을 넣어 만들어 볼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이니까.

 조금 정도는, 호화로운 식사를 만들어 볼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빠에게 건넬 초콜릿은 아침에 주었고, 프로듀서씨에게도 사무소에서 만났을 때에 주었습니다

 여동생이 오빠에게.

 아이돌이 담당 프로듀서에게.

 어느 쪽이든 진심으로, 전력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전자는 단순한 가족이 주는, 후자는 친구가 주는 초콜릿 같은 것입니다. 프로듀서씨에게는 사실 줄 이유는 없다, 라고 할까 그녀가 여성인 이상, 이벤트의 취지를 생각하면 보통은 주지 않아야겠지만. 평소의 답례, 라는 명목으로 건네주자 받아주었습니다.

 그렇게, 할 일을 마쳤습니다. 주고 싶은 상대에게, 제대로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로서는 이 이벤트는 이미 끝난 느낌이었습니다.

 사무소에 잊고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나서, 그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는.

 그 장소에서, 그 광경을 볼 때까지는.

 제가 소속된 사무소는, 4층 빌딩, 그 빌딩의 3층과 4층입니다.

 3층은 응접실과 사장실, 사무실.

 4층은 회의실이나 자료실.

 목적지는 4층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목표로 한 층에 내립니다. 문을 열려고 하다가, 손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습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 사무소의 문이 아닙니다. 뒤에 있는,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계단 위에 있는옥상으로 통하는, .

 처음에는 「별일이네」, 그 정도일 뿐이었습니다.

 옥상에 사람이 갈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옥상이라고는 해도 의자 같은 것도 없었으니, 휴게실로 쓰여질 일도 없었고, 재떨이가 놓여진 것도 아니기에, 흡연자가 갈 일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보통은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닙니다. 시기도 시기이고, 당연히 밖은 춥습니다. 그러니까, 이 계절이라면 더욱 더 옥상에 갈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이 때.

 이 때 제가 호기심을 가지 않았어야 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누가 있는지 보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끼익, 작게 문을 열자.

 사쿠마 유우마와 카나이 와카나가.

 오빠와 프로듀서씨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 *

 

 처음에는, 「뭔가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상태가, 분위기가, 어쩐지 이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프로듀서씨의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업무 중 조금 탁한 눈을 뜬 것과는 다른, 영업 중 활발한 모습과도 다른, 저와 함께 있을 때 조금 거칠었던 느낌과도 다른. 그런 상태.

 말하자면.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근, 가슴 안쪽에서 소리가 울립니다.

 다양한 생각이 쏟아져 나오고, 무겁고도 무거운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가야 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봐서는 안 돼. 봐서는 안 돼. 다리를 움직이고, 뒤로 가서, 잊어버린 물건을 찾자 마자 건물을 빠져 나와야 한다고 마음의 소리가 외칩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면에 뿌리라도 뻗은 듯이.

 시멘트로 굳혀진 듯이.

 무거워진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리는 못으로 고정된 듯이 움직이지 않았고.

 눈은 제대로 고정된 것처럼, 두 사람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야기의 내용이 들리지 않았다, 라는 표현이 맞았을까요? 무언인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보였고, 희미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정확한 내용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귀에 신경이 집중되었는데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직후, 그녀가, 프로듀서씨가 꺼낸 것을 보고.

 어째서 두 사람이 그곳에 있는지, 이해해 버렸습니다.

 그녀가 꺼낸 것은, 붉은 체크 리본으로 싸여진, 작은 직사각형 상자.

그것을 보고

이 상황을, 파악해 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발렌타인 데이.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

 그리고 그 초콜릿은.

 호감이 있는 이성에게주는, .

『프로듀서씨, 신경이 쓰이는 사람 같은 건, 없나요?

『엣?

『아, 그 리엑션을 보니 있으시네요! 있으세요……♪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은 언제였을까요? 아마 1개월 전이나, 좀 더 이전으로.

 그 때는, 단순한 잡담이었습니다. 단순한 잡담이었지만, 실은.

 만약 그녀가 좋아하는 상대가 있었다면. 좋아하는 상대가, 그녀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녀를 포기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그런 뜻으로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씨를 좋아합니다.

 그것이 연정이 아니었다고 해도, 아마 저는 그녀를 좋아했을 겁니다.

 순수하게, 친한 의미로 『좋아』 라는 감정을, 품었을 겁니다.

 나이가 약간 차이가 나는 친구 같은, 오빠의 동료인 좋은 언니 같은, 실은 기대고 싶은 어른 같은.

 그런 그녀를, 평범하게 좋아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프로듀서씨가 그런 리액션을 보였을 때는.

 어쩌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를 느꼈을 때는.

 그렇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녀에게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면, 그 때는 응원을 하자.

 그녀에게 연인이 생긴다면, 그 때는 축복하자, 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반드시--변명을 찾고 있었겠지요.

 사랑을 포기할 이유를 갖고 바란 것뿐이었습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감정을, 잘라 버리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기에.

 프로듀서씨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조금 가슴이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했을, 터였는데.

「어, 째서……

 떨린 작은 목소리가, 바람으로 지워집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오빠를 향해, 그렇게 웃는 건가요?

 사랑 하는 소녀 같이, 수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히며,

 그것도 초콜릿을 포장한 아름다운 빨강을.

 하필이면.

 저의.

 당신을 좋아하는 저의, 사쿠마 마유의.

 그 오빠에게.

 정말로 좋아하는 오빠에게.

 보여주는 건가요?

 제발.

 그만두세요.

 그만두어 주세요.

 모르는 사람이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니,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

 오빠가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오빠가, 아니었다면.

 좋았……는, .

「프로, 듀서씨……

 메마른 목소리는 물론 그녀에게 닿을 일도 없었고. 강한 바람에 섞여, 녹아 사라져 갑니다.

 그 시선 끝에서는.

 부끄러운 듯이 웃고 있는 프로듀서씨와.

 초콜릿을 받고, 어쩐지 기쁜듯이 웃고 있는 오빠가.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뚝뚝, 물방울이 지면에 떨어집니다.

 반드시, 어디선가 물이 샌 것일 겁니다.

 밖에는 비도, 눈도 내리지 않고 있으니까요.

 프로듀서씨.

 어째서, 당신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당신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오빠를, 사랑하게 된 건가요?

 

 * *

 

 어떻게 돌아왔을까. 침대 위에서 쓰러진 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무의식 중에, 말하자면 사고가 날아가 버린 채, 걸어 왔을 겁니다.

 몸이 집으로 가는 길을 기억해서,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할까, 그 이외에는 있을 수 없지만, 그 사이의 기억이 없습니다.

 돌아왔다는 사실만 알뿐, 그 과정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돌아오기는 했지만, 가방은 책상 위에 두었는지, 확인할 기력도 없습니다.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을 뿐.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 상태를,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팔이, 다리가, 온 몸이, 머리가.

 무겁습니다.

 납처럼, 무겁습니다.

 평소보다 중력이 강한 걸까요? 아니, 짓눌리는 것 같네요.

 어떻게 이렇게 무사하게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걸음이 휘청휘청 거리고, 벽을 짚으며 온 것이 아닐지. 기억이 없으니까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괴롭습니다.

 어쨌든, 괴롭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는걸요? 처음부터,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걸요? 마지막까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는데도.

 쭈욱.

 그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응원 하겠다고, 그녀에게 연인이 생긴다면 축복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지금, 저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였을까요? 언제부터, 그녀는 그런 연정을 품은 것일까요?

 오빠에게, 그 연정을.

 품었을까요?

 제가 그녀와 만나기 전부터 였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저와 만나고 나서, 아니면 좀 더 뒤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빠를 압니다. 한 때는 따로 살기도 했지만, 16년이나 알고 지냈습니다.

 저는, 프로듀서씨도 압니다. 아직 오래 지낸 것은 아니지만, 일할 때는 항상 함께 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빠와 프로듀서씨』 에 대한 것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동갑. 대졸에 지금 사무소에 같이 입사한 동기, 그리고

 ……그리, .

 그 정도 밖에, 모릅니다.

 그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모릅니다.

 그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저는, 저와 있을 때의 오빠와 저와 있을 때의 프로듀서씨 밖에 모릅니다.

 그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것 밖에, 모릅니다.

 두 사람은, 오늘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단지 초콜릿을 준 것뿐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 이상 다른 이야기를 한 건지.

 애초에 --그녀가 오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이, 저의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그건.

 동료에게 주는, 그런 단순한 의리 초콜릿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눈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가슴이 조이는 느낌은 듭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습니다.

 달고, . 그런 분위기가 넘치는 거리에서.

  그 도시에서

 제 마음만이 쓰고, 쓸 뿐입니다.

 

 * *

 

「……얼굴 망가졌네요」

 이튿날 아침.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사쿠마 마유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손가락을 거울에 대었습니다.

 거울에 비치는 것은 소녀의 나체. 그 목 위, 그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뭘까요, 이 얼굴은.

 아이돌이 할 얼굴이 아닙니다.

 어째서, 이런 얼굴인 걸까요?

 그런 생각을 지우려고, 씻으려고, 샤워를 합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어깨에 닿은 물은 팔을 타며 흐릅니다.

 이런 짓을 해도, 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제 일어난 사실은 물에 흐르지도 않고, 마음에 남아 있는 탁한 감정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물에 흘려 봅니다.

 ……오늘도, 학교. 그 후에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얼굴은 안 됩니다.

 그렇네요, 오늘은 조금 화장을 바꾸어야겠네요.

 자지 못해 퍼석한 피부를, 눈매를.

 조금이라도, 숨겨야겠습니다.

 ……독자 모델을 하면서 늘어난 화장 기술은, 본래는 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고.

 결코, 안 좋은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럴 때도 있는 겁니다.

 누구라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있으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한번 더 몸을 체크하고, 욕실에서 나와 물기를 닦습니다.

 머리카락을 말리고 방으로 돌아가 화장을 하고, 머리 정돈을 하고, 거울 앞에서, 작게 웃어 보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반드시, 평소대로, 웃을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평소대로, 웃을 겁니다.

 평소대로.

 제대로…… 평소대로, 그렇게.

 괜찮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안녕, 오빠」

「아아, 안녕」

 방에서 나오자, 이미 오빠는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인사를 했습니다.

「어제, 밥 만들지 못해서 미안해」

 조금 피곤했던 거 같아. 돌아오자마자 잠들었어.

 라는 식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말해 봅니다.

 그 후, 귀가한 오빠가, 제 상태를 보러 온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거실이 꺼져 있어, 제 방에 들른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깨어 있었으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괜찮아. 언제나 고마울 다름이야」

 그렇게 웃으며,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아, 와왓, 머리 망가져」

「아! 미안 미안」

 살짝 웃으며, 그 커다란 손을 내 머리에서 때어냈습니다.

「밥 말인데. 힘들면 무리하지마」

「응, 고마워. 그래도, 이제 괜찮아」

 괜찮다니, 도대체 어느 입이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거짓 웃음 뒤에서, 또 다른 제가 웃습니다.

「……저기, 마유」

「응?

 오빠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저를 내려다 봅니다.

 저절로 제가 올려다 보게 됩니다.

 그 눈동자는-- 매우, 진지해서.

「정말로, 괜찮아?

 그 목소리도, 그 음색도, 진지해서.

 무심코, 압도 당했습니다.

「……어째서?

 약간 뜸을 들인 후,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오빠는, 하아, 라고 한숨을 쉬더니.

「……너의 『괜찮아』는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에……?

「옛날부터 그랬어. 넘어져서 무릎이 까질 때도, 괜찮다고 말하더니 울고 말이지」

「그, 그것은, 어렸을 때이고」

「감기 걸렸을 때도 괜찮다고 학교 가더니, 더 악화되고」

「그, 그게, 그러니까」

「너의 『괜찮아』 는 말이지, 뭔가 참고 있을 때 나올 때가 많아」

「아, ……

 그런, 것이었을까요?

 자각은 없었지만, 듣고 보니, 짚이는 곳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버릇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피곤하면 제대로 쉬어. 스트레스 쌓인 거면, 제대로 풀고 ……너무 참으면 무너지니까」

「……응, 그렇네」

 어째서, 이럴 때만 날카로운 걸까요?

 쭉 함께 있었는데도, 제 감정은 눈치 채지 못한 주제에

 둔한 주제에.

 그런 것만은, 제대로 눈치채 줍니다.

『여동생』을 -- 이 사람은, 오빠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여동생으로서의 사쿠마 마유를, 오빠는 누구보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알고 있나요?

 만약 그 말대로 제 마음 속에. 쌓여있는 것은, 남아 있는 것은.

 오빠와 그녀의 일이라는 것을.

 그것을, 눈치채셨나요?

 ……절대로.

 눈치, 못 채셨겠지요.

「오늘 일이 끝나면, 내일은 학교도 일도 쉬니까. 오늘 일 끝내면, 푹 쉴게」

「그런가. 그럼, 오늘 일이 끝나면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으로 갈까!

 나도 오늘은 일 빨리 끝낼 거다! 라고.

「응, 기대할게」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하고, 그대로 그의 뒤에 있는 시계를 바라 보았습니다.

「그럼, 나 먼저 나갈게」

「아아, 잘 다녀와라」

「응, 다녀오겠습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에서 나옵니다.

 아직은 아침이지만, 하늘은 어둡습니다. 어쩌면, 비가 내릴 지도 모르겠네요.

 하늘을 올려다 본 눈, 그 안이 조금 뜨거운 것 같습니다.

 울지마.

 모처럼 화장으로 숨긴 게 드러나.

 그러니까 울지마.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울지마, .

 

 * *

 

『너무 참으면 무너지니까』

 그 말을 오빠에게서 들은 건, 3개월 전이었을까요?

 생각보다 빨리, 일까요?

 생각보다 늦게, 일까요?

 제가 얼마나 참았는지 모르니까, 어느 쪽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애초에, 그 한계 자체를 몰랐을지도요.

 아니면, 의식조차 하지 않으려 했겠지요.

 그래도, 이제 그런 건 괜찮습니다.

 제가 한계를 얼마나 파악했는지, 그런 건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한계』가, 이미 와버렸으니까요.

 그 동안 보지 않았던 한계라는 벼랑에 어느새 내몰렸습니다.

 그리고 , 떨어져 버렸습니다.

 깊고, 깊은. 빛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으로, 그 바닥으로.

 이제는-- 떨어져, 버렸으니까요.

 겨울이 지나 봄이 와서, 벚꽃도 피다 흩날리고,

  이제는 장마철이 다가올 시기.

 사쿠마 마유는,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쌓고 있던 것이, 참고 있던 것이

 튀어나오 듯이.

 ……오히려, 3개월이나 잘도 버텼네요, 라고도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계기는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예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억측이었던 것이, 확신으로 바뀌게 된, 그 계기.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카나이 와카나와 사쿠마 유마는,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단지 이 한 문장뿐. 단 몇 글자인데도.

 그 사실에, 이 말에, 저는 얼마나 큰 데미지를 받아야 했을까요?

 크리티컬 히트? 라고 해야 할까요? 오버킬이란 표현도 괜찮네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제가 그 징조를 알아차렸던 것이 발렌타인 데이였던 것 뿐, 그 전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전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하면, 그녀가 오빠에게 연정을 품은 것은, 당연히 더욱 이전.

 발렌타인 데이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만, 도대체 그 감정은 언제부터 였을까요?

 저와 그녀가 만나기 전부터.

 프로듀서씨는,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을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때 저에게 말을 건 것은, 그런 속셈이었던 것이.

 마음에 둔 사람의 여동생과 사이 좋게 지낼까, 그런 속셈 같은 것이--

「……그렇지는 않을 거에요」

 생각을 했지만, 조금 죽고 싶을 정도인 그럴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지만.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타산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사람을. 아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제가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깎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말하자면, 계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난 건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전에 말한 대로, 저는 『오빠와 프로듀서씨』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그 두 사람은 서로 제가 모르는 두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상상할 수 밖에 없지만.

 관계의 시작은 상상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 시점에서, 발렌타인 데이에,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하게 된 그 현장을 보았으니까요.

 고백 현장을, 봐 버렸으니까요.

 ……아아, 어째서.

 세계는, 이렇게나 잔혹한 건가요?

 신님.

 제가, 혹시, 무엇인가, 나쁜 짓이라도, 저지른 건가요?.

 미움 받을, 무언가를, 저지른 건가요?.

 허용될 수 없는 사랑을 해서 인가요?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견디면서 살았는데.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건가요?

 그 날,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한 그 날. 금이 가 버린 제 마음은.

 점점 더, 갈려졌고.

 내버려두면, 무너질 것만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도자기처럼.

 깨져서 흩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그 후로, 1달 후.

 발렌타인 데이 이후로는, 3달 후.

 여기까지는, 견뎠습니다.

 잘, 참았습니다.

 그렇지만, 안 됩니다.

 이제, 한계입니다.

 더는.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그러니, 끝낼 겁니다.

 제 마음이 망가져 버리기 전에.

 망가져 버리지 않도록.

 다른 것을, 부수겠습니다

 관계를, 자르겠습니다.

 끝내겠습니다.

 끝내야, 합니다.

「……여보세요, 프로듀서씨?

『마유? 뭐야? 무슨 일 있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사랑스럽고 사랑스럽지만, 지금만은 제일 듣고 싶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

「잠깐, 프로듀서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 오늘밤, 시간 비시나요?

 

 * *

 

 정신적 부담은 육체에도 영향을 주고, 육체적 부담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병은 마음에서부터, 반대도 마찬가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단적으로 말해서, 제 몸이 망가졌었습니다.

 그 후.

 고백 현장, 을 목격하고 나서 1개월 후.

 하나의 결단에 이르는 계기가, 1개월 전 그 고백 현장이라면.

 하나의 결단을 내리는 결심을 선 것은, 이번 사건입니다.

 약 3개월 동안, 천천히 침식했었던 정신에 한계가 찾아왔고, 이윽고 컨디션 불량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의사가 무슨 말을 한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스트레스나 피로 같은 게 쌓인 탓이다, 그런 이야기로.

 저는 그것을 멍하게 듣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현기증 같은 증상 탓에, 오빠가 저의 시중들어 주는 식으로, 저는 병원에 있었습니다.

 있었습니다.

 과거형입니다.

 이미 퇴원했고, 입원을 또 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 안정을 취하고, 앞으로는 무리하지 말라고, 그런 대화 끝에, 자리를 떠났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병원에서 멍하니 있는 동안,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 이지만

 저는, 하나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좋은 기회라고.

 절대로, 좋은 타이밍일 거라고.

 그 결단을, 속으로, 내렸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대한 것도, 한 달 전에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한 것도, 그리고 이번에 몸이 무너진 것도

 그 나름대로 충격이었지만, 결코 머리에 둔기를 맞은 것 같은 레벨은 아니었을 겁니다.

 즉사에 이를 정도로.

 충격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긴 상처가, 악화되고, 커지고, 그리고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풀솜으로 머리가 조여지는 것처럼.

 서서히.

 서서히, 한계를 향해.

 쌓아두고 감춘 그 감정이  그 한계로.

 결단을 내린 것은 병원에서. 행동은, 다음날 밤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우리들 세 사람의 관계는, 지금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변하기는 했지만,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변했습니다.

 그 변화는, 어쩌면 관계가 망가지는 것보다 괴로워서.

 망가지는 것이 좋다면.

 차라리, 부서 버리자고.

 그래서, 끝내자고.

「 잠깐, 프로듀서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 오늘밤, 시간 비시나요?

 전화로 그녀를 부르고, 통화를 끊었습니다.

 자.

 끝내요.

 끝을 내세요.

 제발.

 부디 그 손으로.

 끝내, 주세요.

 

 * *

 

 지정한 장소에, 그녀가 나타난 것은, 약속 시간 10분 전이었습니다.

 5월 중순이라고 해도, 이 시간은 아직 조금 춥습니다. 여름은 아직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가 진 공원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아마, 이 시간대라면 그녀의 일이 끝났을 거라고. 갑작스런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녀가 제대로 전해 줄 것이라고. 그러니까, 그녀가 여기에 왔다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뭐.

 컨디션 불량에 일을 펑크 낸 제가 가장 큰 문제이고, 그런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요.

 어쨌든, 이리로 왔습니다. 평소에 입는 정장. 어둠에 동화될 것은 검은 슈트를 입고, 예쁜 검은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기다렸지?

「기다리지 않았어요. 아직 시간 남았는걸요」

「그래도, 더 빨리 왔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기다렸지야」

「우훗, 멋진 대사네요」

「……얼버무리는 게 아니야」

 그런 말을 하며 얼굴을 찡그립니다.

 평소와 같은, 프로듀서씨네요.

「그래서, 이야기는? 아니, 그보다, 밖에 나와도 괜찮아?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 빼먹은 거 죄송해요」

「컨디션은 누구라도 망가지잖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듭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이래저래 폐를 끼쳤을 겁니다.

 서서 이야기하기 힘들지?, 라고 말하며 그녀가 근처에 있는 벤치로 이동해씃ㅂ니다.

 먼저 앉은 그녀가 벤치를 두드리며, 마유도 앉아, 라고 말해 줍니다.

 그렇게 신경을 써 주는 것이 기쁩니다.

 폐를 끼쳤는데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저를 걱정해 주는 것이 기쁩니다.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건데도, 싫을 내색 없이 이리로 온 것이 기쁩니다.

 언제나 언제나, 제 손을 잡아 주는 것이 기쁩니다.

 그 날, 그 여름, 그 장소에서.

 저를 이 세계로 끌어 준 것이 기쁩니다.

 저는, 당신과 만난 것이, 기쁘고 기뻐서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좋아하고 좋아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씨.

 저는.

 저는--

「프로듀서씨」

「응?

 평소에는 제가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이야기를 하고, 그녀가 저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는 벤치에 앉아 있고, 반대로 저는 아직도 선채로.

 평소와는 다른 높이로, 시선이 맞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높이로, 눈과 눈이.

 마주칩니다.

「마유, 프로듀서씨를 좋아해요」

「…………애?

 마주보고.

 말을, 했습니다.

 일직선으로.

「마유는, 저는 ……!

 울 것 같은 것을 참고.

 눈물이 넘쳐 나올 것 같은 것을 참고.

 넘칠 것 같은 말을 참고.

 이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프로듀서씨를, 정말로 좋아해요!!

 쭉, 말하고 싶었습니다.

 쭉, 전하고 싶었습니다.

 쭉,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좋아해요」 라고.

 언제, 어디서나,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에게.

「정말 좋아해요」 , 라고.

 사실은.

 당신도, 말했으면 합니다.

 저에게.

『좋아해』 , 라고.

 공원에 있는 가로등이, 벤치를, 거기에 앉아 있는 프로듀서씨만을 비춥니다.

 제대로 비추어진 그 곳에서, 그녀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놀란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에, 그게. 마유……? 무슨 일이야, 갑자기?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나도 마유를, 좋아해?

 천천히 일어서면서,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달라요.

 당신의 좋아해와

  저의 좋아해는.

 전혀, 달라요.

「그래도, 굳이 이런 타이밍에 말할 건--

「아니에요!!

 무심코, 큰 소리로 그녀의 말을 막았습니다.

「아니, 아니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쥐어 짜내듯이.

「마유는, 프로듀서씨를 좋아해요」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좋아,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좋아, 해요……

 반복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고개를 떨구며, 바닥을 향해 말해 버렸습니다.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의 눈동자는, 제가 올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서.

 보이지 않지만

 저는 양손에, 힘을 넣었습니다.

 저는 양 다리에, 힘을 넣었습니다.

 떨리고 있는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과연--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이 보통이 아닌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제 상태가.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저기,. …………진심으로, 말하는, 거지?

 이런 농담을, 할 아이가 아닌데, 라고.

「…………」

 무언의 긍정. 아직, 고개는 들지 않았습니다.

「아―, ……미안. 솔직히, 꽤 혼란스러웠어」

 여기서 적당한 말을 하지 않고, 솔직한 감정을 말하는 것이 실로 그녀 답습니다

「그, 마음은 기뻐, 라고 생각해. , 그건, 기뻐」

 하나 하나, 자기 감정을 정리하면서, 말을 고르면서.

「그래도, 미안. 마유가 『그런』 의미로 나를 좋아한 거라면…… 나는 아마, 그 마음을 받을 수 없을 거야」

 그녀는, 분명하게.

 저를, 거절했습니다.

 이것으로, 괜찮습니다.

 저는, 이 사랑이 보답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연정을.

 이 관계를.

 끝내고 싶어서, 고백을 했으니까요.

「……미안」

 ……그렇게, 사과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은 나쁘지 않아요.

 나쁘지 않으니까.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마유에요」

 괜찮습니다. 눈물은 흐르지 않고 있습니다.

 눈 안쪽은 뜨겁지만, 정말로, 정말로 뜨겁지만.

 아직, 참을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이기에.

 참을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동성에게 이런 소리를 들어도, 곤란할 뿐인걸요」

 애초에, 해서는 안 되는 사랑.

 싹이 터서는 안 되는 감정.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그야, 여자애에게 이런 말 들은 거, 처음이고. 깜짝 놀랐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만, 그거하고 상관없이. 나나 너가 어느 한쪽이 남자라고 해도, 반드시 나는, 거절했을 거야」

「…………」

 ……대단하네요.

 여자끼리니까, 해서는 안 된다는 일방적인 감정을, 저는 꾸욱 눌렀는데.

 그녀는 그것을, 관계없다고 일축합니다.

 저를 신경 써서 한 거짓말이 아니라.

 아마 진심이겠지요.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네. ……알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던가. …… 아직 말하지 않았지만, 나 그 사람과 사귀고 ……있어」

「네. ……알고, 있어요 」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기에.

 저를 차리라 생각하고.

 저는 당신에게, 고백했으니까요

「오빠, 지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이 사귀고 있는 사람은.

 저의, 사쿠마 마유의.

 오빠, 인걸요.

「……그런가. 알고 있었구나」

「네」

「미안. 숨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하기가 좀 어려워서」

「괜찮아요.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도, 없는걸요」

 이대로 그와 그녀의 관계가 순조로우면, 그 때 몰랐다고 해도, 머지않아 알게 될 테고.

 두 사람이 저에게 숨길 이유도 없을 건비다.

「……이 타이밍에 말하는 것도, 이상할지도 모르지만요」

 달빛은, 없습니다.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있어, 그 모습이 보일 것도 없고. 인공적인 빛만이, 변함없이 그녀를 계속 비출 뿐입니다.

「축하드려요. 그리고……오빠,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장소에 있는 빛은 모조품.

 저의 말도, 모조품.

 만약 이대로, 두 사람의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언젠가 두 사람이 좀 더 이어지면

 그것은 반드시, 사쿠마 마유에게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의 여동생으로서도 프로듀서씨의 시누이로서도.

 가족으로서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반드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지금 저는, 두 사람을 축복할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거짓말은 아니지만, 모조품입니다.

「응.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조금 수줍은 듯이 웃는 그녀는, 매우 사랑스러워서.

 그것이, 매우 분하고, 부럽고, 부러워서.

 무엇보다도.

 그녀의 미소를 보고그런 감정에 휘말리는 제 자신이, 싫어져서.

 추악해 보여서.

「그럼, 마유는 슬슬 돌아갈게요!

「……응. 이미 늦었으니 바래다 줄게」

「괜찮아요. 혼자서 갈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괜찮으니까.

 괜찮, 으니까.

 손을 뻗은 프로듀서씨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얼버무리지 않고, 속이지 않고, 제대로 마주 보고

「고맙습니다」

 제 마음을 들어주고. 제대로 들어주어서.

「……고맙, 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과 함께 있던 시간은 꿈과 같았고.

 그렇지만, 꿈은 반드시 깨게 되어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꿈 속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숙였던 고개를 들고, 마지막으로, 힘껏 미소를.

 모조품일지도 모르고, 가짜일지도 모르고, 진심으로 웃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힘껏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안녕히 가세요, 프로듀서씨」

 정말로, 정말로.

 매일이, 꿈 같았습니다.

 

 * *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는데도, 후회가 물결처럼 밀어닥치고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칩니다.

 좋아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마음을 억누르고, 전할 것도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허무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사쿠마 마유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털어 놓았습니다. 적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을 고하고 끝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느 쪽도 아닙니다.

 말하지 않은 채 끝나도.

 말하고 끝나도.

 어느 쪽이 더 좋을까, 그런 일은 업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픕니다. 그 이유가 다를 뿐입니다.

 하나의 사랑을 끝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리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서, 저는 쿠션에 얼굴을 대며, 계속 울었습니다.

 돌아오고 나서 쭉.

 그 동안 참았던 것이 계속 넘쳐나서.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면서도, ,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유, 있어?

 문 너머, 오빠의 목소리.

「…………」

 대답을 안 하고 있자, 이번은 한숨이 들리더니.

「……들어가마」

「엣, , 기다……

 제지할 틈도 없이, 오빠가 방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낫지 않았는데 어딜 갔다 온 거야?

「……미안, 해」

「아니, 아무 일도 없었다면 괜찮아……

 적어도 언질이라도 해줘, 라고 말하더니, 침대 위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너 왜 우는데?

「……묵비권, 행사할게」

「각하」

「……각하를, 각하」

「그럼 그것도 각하」

「그럼, 그것도--

「말해」

 오빠는, 진지한 눈초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하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울고 있는 이유, 말해」

 그렇게 울 만큼 괴로우면.

 오빠에게, 제대로 말해줘.

 그렇게 말했습니다.

「……오빠」

「응」

「그 전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말해 봐」

「……화내지 않아?

「내용 나름이지」

「……기가 막히거나 않아?

「그건 아니지」

「…………마유, 말이야」

「응」

「아이돌, 그만두고 싶어」

「…………응?

 과연 그건 예상하지 않았던 것일까, 오빠가 약간 얼빠진 소리를 냈습니다.

 이것은, 이미 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고백하기 전부터, 정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변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없습니다.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일하러 가면, 프로듀서씨가, 집에 오면 오빠가 있습니다. 그런 생활, 저는 견딜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직, 제어할 수 있는 동안

 두 사람에게서 멀어지자고, 그렇게 정했었습니다.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지만.

「……일, 싫어진 거야?

 당연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일이 즐거운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깊이 알수록, 싫은 것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것은, 제가 그만둘 이유와는 관계없습니다.

「……아이돌이, 싫어진 것은 아냐. 그렇지만, 조금…… 이 장소에 있는 것이, 힘들어」

……무슨 일 있었어?

「말하지 않을 거야. ……말하고 싶지, 않아」

「…………」

「…………」

 서로 무언으로 견제. 정적이 이어진다.

 오빠는 나를 바라보고 있고.

 저는, 고개를 돌립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오빠였습니다.

「……알았어. 좋아, 말하지 않아도」

「에?

「에, 라니? 말하고 싶지 않다며?

「그야, 그렇지만」

 그, 그렇게 쉽게 수락해도, 괜찮을까요?

 제가 아이돌을 시작한 이유는 프로듀서씨 때문입니다. 그녀에게 스카우트 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빠도 같은 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담당이 아니라도, 그에게 저는 여동생이자, 자기 사무소에 소속된 아이돌.

 그렇게 간단하게, 정해도, 괜찮을 걸까요?

「별로 드문 일은 아니야 뭐랄까, 동기나 이유는 많겠지만, 아이돌이 사무소를 그만 두는 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야」

「으, 응」

 확실히, 그만두는 아이는 의외로 많습니다. 아이돌이 싫어졌다, 아니면, 사정이 나빠졌다, 혹은 인간 관계가 싫어졌다, 그런 이유로 그만두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이유가 있겠지. 사실은, 듣고 싶지만」

「미안, ……

「사과 안 해도 돼」

 그렇게 웃으며, 오빠가 약간 나에게 다가가, 머리를 약간 세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잠깐, , 오빠. 그만……

「……일이니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그만두면 안 되겠찌만」

「오빠……?

 왼쪽으로 아직 쓰다듬은 채로.

「……아직 고등학생인 애에게, 본인의 의지를 무시해서까지 계속 일을 시킬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애, 이군요.

「뭐, 거기에 너 한 번 말하면 말도 안 듣잖아」

「그, 그건...

「많잖아―? 아이돌이 되고 싶으니까 도쿄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겠다거나」

「……」

 확실히, 짐작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집이 쎄」

「……그렇지, 않아」

「으하하핫」

 마치 일부러 웃는 것처럼 웃으면서, 머리를 가볍게 몇 번 두드려 줍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책임 문제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 그만두는 건, 조금 봐줬으면 해」

「으, . 그건, 물론」

 아무리 그래도, 내일부터 갑자기 없어지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멋대로 나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소를 그만두면, 이 집에서도 나가는 게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오빠에게도 연인이 생겼고, 그 상대는 프로듀서씨.

 거기에, 제가 사무소를 그만두면, 방해만 될 뿐입니다.

 전학, 이라는 형태로 고향으로 돌아가, 친가 생활을 하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요?

 한다고 정한 이상, 제대로 해라.

 그렇게 말씀해 준 부모님에게는, 죄송스럽지만.

「……그 말이다, 마유」

「응?

「하나 물어 보겠는데」

「응」

「아이돌이 싫은 건 아니지?

「…………에?

 무슨, 소리일까요?

 굳이 말하자면, 싫은 건 아닙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즐거웠습니다.

 지금 환경은 괴롭지만.

 아이돌은, 싫지 않습니다.

「싫은 건, 아니야?

「……그래」

「오빠……?

 무슨 일일까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요?

「그럼 말이지. 하나, 제안할 것이 있는데--

 

 * *

 

『이적, 해보지 않겠어?

 그것이 오빠의, 사쿠마 유마의 제안이었습니다.

 아이돌이 싫어진 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 한번 더 해보지 않겠어, 그런 이야기로

 아무래도 오빠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저를 주목한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여자 기숙사, 그런 형태로 아파트 관리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잘 할 수 있다면, 고향에 돌아가지 않아도, 오빠에게서 멀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달 후

 전사무소를 그만둔 저는, 오빠가 아는 사람이 소속된 사무소. 신데렐라 프로덕션으로 가는 중입니다

 불안은 많지만. 하기로 한 것,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비교하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이쪽 프로덕션이 규모는 큽니다. 업계 최대기업, 그런 건 아니지만그럭저럭 이름이 알려진 사무소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오빠가 해준 것 같고. 이적과 동시에 담당 프로듀서가 배정된다고 합니다. 아직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 오빠가 아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라이벌 사무소이지만, 나이도 같고 제법 사이가 좋다고도.

 거기에, 제가 개인적인 아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을 같이 했던 아이들도 몇 명 있었습니다.

「……여기구나」

 스마트폰 지도 어플을 보며, 목적지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빌딩 입구에 신데렐라 프로덕션 간판. 틀림없네요.

 1시쯤에 도착하면 될 거라고 들었는데,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큰 사무소이니까 들어가면 접수라도 있는 걸까요…….

 지금은 12 42. 우선, 들어가 보는 게 좋을지도.

「아, 사쿠마 마유양, 이지요?

「네? 아, !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입구 부근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온화한 표정을 짓는 여성이 이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센카와 치히로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네, !! 잘 부탁 드립니다」

 복장을 보건대, 사무를 보는 분이실까요센카와 치히로씨가 「안내할게요」 라고 말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를 쫓듯이 저도 걸었습니다.

「사쿠마양의 담당이 될 프로듀서씨, 지금 외출 나갔어요」

「그랬나요?

「네. 그래서, 지금 사무소에 있는 다른 아이돌들에게, 소개를 하려고 하는데, 괜찮나요?

「네」

 어떤 아이들이 있을까요?

 어떤 만남이 있을까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3층 플로어에 도착했습니다

「……어머, 마유짱?

「카에데씨? 오래간만이에요」

 한 걸음 내딛자, 본 적이 있던 사람과 만났습니다.

 타카가키 카에데.

 모델 출신으로, 잡지 촬영을 할 때 자주 같이 일했던 분입니다. 그러고 보니 카에데씨도 이 프로덕션이었네요.

「지난 달…… 지지날 달 이었나요? 그 이후네요」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 

 당연한 의문일지도 모릅니다. 프로덕션 관계자 전원에게 제가 이적한다고 말했을 리도 없고

「마유, 여기 프로덕션으로 이적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카에데양」

 그렇게 말하며 웃자,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째서 이적한 건지 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지금부터는 같은 사무소 동료『인 거네』요. 후훗」

「네, 잘 부탁……, ……?

 혹시 지금 카에데씨 뭔가 제미있는 말이라도 한 걸까요?

「미안. 카에데씨! 기다리게 해서!

 카에데씨 뒷 편에서, 조금 몸집이 작은 남성이 달려 옵니다.

「늦었어요. 양을 세는데도 질렸는걸요」

「정말 미안…… ? 기다리다 잔 거에요?

 누굴까요? 카에데씨 담당 프로듀서인 걸까요?

「그럼 치히로씨. 카에데씨와 레코딩 다녀 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그 말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습니다. 문이 닫힐 때까지 카에데씨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바빠서 미안해요, 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센카와씨를 따라, 약간 넓은 응접실 같아 보이는 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응접실이 아니라, 아이돌들의 휴게실과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방에는 몇 사람-- 아니, 여자애들이 열 명 정도.

「여러분~ 잠깐 주목해 주세요!

 여자애들의 시선을 모으려는 듯이, 센카와씨가 외쳤습니다.

「아! 치히로씨, 그 아이가, 이적한다는 애다냐!?

「네, 그래요」

 …………냐?

「꽤 귀엽네요! 나 만큼은 아니지만!

 …………응?

「저기, 사람이 늘었으니까, 모리쿠보는 그만두어도……

 …………응? ?

「진홍의 장식을 휘두른 이계의 내방자여. 당신도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동포!

 에? 에? 에?

「오랜만……이라고 말해도, 같이 일한 건 한 번 뿐이니까,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르겠네. 닛타 미나미야. 잘 부탁해마유짱」

 아, 다행이네요! 보통 사람도 있었습니다!

「…………」

 무, 뭐랄까.

 대단한 곳에 와 버린 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 오늘부터 이 사무소에서 신세를 질, 사쿠마 마유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마치고 그 이 후에도 센카와씨…… 치히로씨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소를 어느 정도 돌고.

 다시 한 번 응접실, 아니, 휴게실에 돌아왔을 때는, 조금 전까지 떠들썩했는데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치히로씨도 전화 때문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그런 말을 들었기에, 우선 앉았습니다.

「…………」

 조금, 지쳤습니다.

 이 사무소, 전에 비해 사람도 많지만, 개성도 대단하네요…….

 그래도, 모두 좋은 분들이고.

 일단은,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지만.

 10분 정도 앉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멀리서 계단을 뛰는 듯한 소리가. 그리고 그 직후, 문이 세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생각보다도 협의가 오래 걸려서…… 치히로씨?

 나타난 것은, 아직 젊어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성. 신장은, 175~6 정도일까요? 조금 다부진 체격에 짧은 머리, 보기에도 밝아 보이는 사람입니다.

「치히로씨라면, 지금 여기에는 없는데요……

「아―, 그런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었지만, 곧바로 「뭐, 됐나」 라고 말하며 웃더니 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 사쿠마양, 오늘부터 너를 담당할, 프로듀서 니이누마야」

 그렇다는 것은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오빠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오늘부터, 저의 담당 프로듀서가 될 사람.

「실은 한 번은 만났는데…… 역시 기억이 나지 않겠지? 2년 전에, 콜라보 특집 촬영으로……

「……제3 스튜디오에서 찍은 거 말인가요?

「맞아! 그거야 그거! 그 때, 조명 어시스턴트로 일했었어!

 기억하고 있습니다. 2년하고도 조금 전, 아직 중학생일 때 입니다.

 상경하기 전, 얼마 되지 않았던 도쿄에서 했던 일. 독자 모델을 했었을 때--

「그때 사쿠마양을 보고 말이지! 뭐라고 해야 하나,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운명 같은 게 느껴져서 말이야」

 뭐, 대화도 안 했으니, 나 같은 건 기억도 나지 않았겠지만, 이라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운명.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말을 골랐습니다.

 저는.

 마유는.

 운명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운명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마이너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태어날 때부터, 오빠와 결코 이어질 수 운명이라든가.

 운명적인 만남은 있습니다.

 그것을 처음 느낀 것은 중학교 3학년 여름. 전 사무소의 프로듀서, 카나이 와카나를 만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단순한 착각, 그렇다고 할까, 엇갈림일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운명을 느꼈을 겁니다. 아이돌로서.

 저는 그녀에게 운명을 느꼈습니다. 연애 대상으로서.

 서로 일방적인 감정이었고, 일방통행인 운명이었을 뿐. 언젠가는 끝나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저의 운명은, 그런 것들뿐.

 그러니까, 그다지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운명의 만남 같은 거,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만약 서로 운명을 느낀 것이라면.

 그것이 운명이라는 믿음이고, 일방적이며 독선적인 망상이 아니라면.

 그곳에-- 아무 것도 없었을 그곳에, 가늘고 가는 붉은 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연결이, 희미하더라도

 그렇다면,

 어쩌면.

「유마…… 오빠와는, 그 이후에도 알게 되어 연락하고 지냈는데, 사쿠마양의 오빠라는 말을 듣고 놀랐어」

「후훗. 우리 오빠,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하지 않았나요?

「이상? 그렇지……,  사쿠마양을 우리 사무소로 영입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우리 여동생은 너에게 못 준다! 』 그런 말을 들었어」

「정말이지, 오빠도 참……

 오빠 이야기에(미안해 오빠), 우리 두 사람은 웃었습니다.

「오늘은 만나기만 할 생각이었고, 그다지 쓸데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새삼스럽지만. 그렇게 말한 그는, 미소를 지우고, 진지하게.

「오늘부터 자네를 담당할 니이누마입니다. 도달할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서로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조금 전과 같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잘 부탁해, 사쿠마양. …… ... 『마유』라고 불러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오른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

 ……저기, 신님.

 당신은, 저의 세번째 사랑을 허용해주시는 건가요?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이 감정에 솔직해도

 이 감정에 솔직해져도 괜찮은 건가요?

 천천히 일어서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네. ……마유, 라고 불러 주세요」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커다란 손을 잡았습니다.

 

 * * *

 

 후기

 

 

* * *

 

 사쿠마 마유는 얀데레라는 소리를 자주 듣고 있고, 확실히 그 소질, 자질이라고 할까,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며, 얀데레라는 캐릭터성이 어울린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쿠마 마유는 얀데레가 아니다』 그것이 저의 지론이랄까, 망상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원래  얀데레라는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생략은 하겠습니다만. 아무튼, 기본적으로 저는 그녀가 얀데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병적으로 누군가에게 반했다고 해서, 거기에 장해나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 빠진다고 해서, 그녀가 그 상대나 주변에 위해를 주는 일 같은 건 없다고나 할까, 그런 짓은 할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즐겁게 있다」 그런 시추에이션을 보고, 「방해되니까 그 여자를 죽이자」 같은 발상은 전혀 할 수 없으며, 당연히 「그를 죽여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자」라고 생각할 일도 없습니다. 결국 사쿠마 마유는, 자신의 감정, 혹은 관계를 죽일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에게만 상처를 준다, 라고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어떤 상황에 처할 때, 주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자기를 죽여 버릴 아이야,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쿠마 마유에게 특수한 시추에이션을 준, 지금의 이야기『사쿠마 마유는 두 번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한다. ,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떠셨습니까?

 

 만약을 위해 미리 말하자면, 『사쿠마 마유에게 오빠가 있다」라는 설정은 여기만의 이야기로, 공식에서는 일절 공언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외동이라는 정보도 없으니,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지만요.

 

 신데렐라 걸즈의 이야기는 매번 사무소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이번에 한해서는 조금 다르게, 그 사무소에 이적할 때까지의 이야기, 라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약간은 과거편 느낌입니다. 현대편은 어디?

 

 이번에는, 마유 말고 다른 시점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만 쓸 생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쓰는 도중, 저도 마음이 들쭉날쭉했습니다. 마유의 시점에 너무 몰입해서, 그 때의 저는 완전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소녀였습니다.

 

 다시 한 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105.06. 12

 * * *

아이돌마스터/팬픽 - 기타 2015. 5. 19. 21:20 by 레미0아이시스

,

 

 

 화창한 봄 햇살에 웃으며호타루는 얇은 가디건을 벗고 팔에 걸었다팔에는 이미 블레이저 코트가 걸려있다짊어지고 있는 가방은 학교용 가방이고손에 들고 가방은 다른 용도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이런 시간이면 이미 거리는 어둠에 잠겨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지금은 따뜻해진 바깥 공기가 조금이지만 물기를 머금고 있고새로운 계절의 예감과 함께 호타루를 감싸고 있다신학기가 시작되고교정에 있는 벚꽃이나 다른 꽃이 한창 피는 이 계절을이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던 것은 처음이었다.

 주차장 청소를 하고 있는 완전히 낯이 익은 관리인에게 인사를 하고맨션에 있는 계단을 오른다전선에 나란히 앉아 있는 새들의 지저귐을 BGM으로꾸준히 힐을 울리면서평소 문 앞으로 향한다.

 초인종을 누른다바로 문이 열리고사랑스러운 사람이 마중을 나와 준다.

 

「어서와호타루짱」

 

「네다녀왔습니다카코씨」

 

 ――자러 올 때는실례합니다그렇게 말해주지 말고 이렇게 말해줘라고 카코가 부탁한 이 한 마디도겨우 익숙해질 것 같다.

 카코가 호타루를 껴안으면서 문을 닫는다문이 닫히는 소리에 숨기듯이 키스를 한다호타루도 이제는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자기도 카코에게 다가가고는 한다.

 

「오늘은 교복이네」

 

「네행사가 있어서……그러고 보니교복을 보여드리는 건 처음이었나요?

 

 중학교는 평소에는 저지를 입고 다니고특별할 때만 교복을 입는다고등학교에 가면 언제나 교복을 입는 것 같지만중학교 교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다.

 

「그렇네후후정말 귀여워」

 

속삭이는 듯한 카코의 목소리에호타루는 부끄러워져서 머뭇머뭇한다

 

「자들어와오늘도 자고 갈 거지?

 

「아…… 신세질게요」

 

 봄방학을 계기로호타루는 카코네 집에서 자주 묵게 되었다첫 데이트 때 가지 못했던 장소도 이미 모두 갔고지금까지 이상으로 서로에게 깊이 파고든 이야기도 했고그러면서도 둘이서 조용히 보내기만 시간도 많았다어느 쪽이 먼저 돌아올지 모를 때도 많아서 카코는 호타루에게 예비 열쇠를 주었기에호타루가 카코를 이 집에서 맞아준 적도 몇 번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같은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는 사무원과 아이돌로나이 차이도 있기에이런 저런 이유로 신세를 지고 있다같은 애매한 설명만으로도 별로 의심받을 일은 없다호타루가 외박을 한다고 들었을 때 과장할 정도로 걱정했었던 호타루의 부모님들도같은 프로덕션에서 사이가 좋은 언니라고 말하자 납득해 주었다둘이 카코의 방에서 연인으로서의 시간을 지내고 있는 것--하물며 그 사이가 어디까지 진전한 것도아무도 알지 못한다.

 중학생의 몸으로는 아직 이른 경험을 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호타루는 거실 구석에 짐을 내렸다카코는 부엌에서 코코아를 타고 있다계절을 생각하면 따뜻한 것을 마시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게 되지만역시 이곳에 오면달고 따뜻한 음료를 먹고 싶어진다어쩌면 일종의 의식일지도 모른다.

 카운터 저 편에서 보이는 카코는 은은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단순히 기쁘다 즐겁다그런 것이 아니라좀 더 복잡하고 투명한 감정일 것이라 호타루는 생각했다.

 몇 분 후같은 컵을 들고 카코가 돌아온다익숙한 향기를 가득 들이 마시고 나서호타루는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신다. ――최근에는 집에서도 코코아를 타서 마시기도 하지만카코가 타주는 달콤함이 나오지가 않는다무슨 조미료가 아니라면카코의 숨은 재주 중 하나인 걸까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일은 어땠어?

 

 팔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으며 카코가 물었다호타루는 쓴 웃음을 지으며 컵을 테이블에 둔다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이야기해야 할까불행이 있었는지 어떠했는지를 이야기 해야 할까망설이다가둘 다 말하기로 했다.

 

「애프터 레코딩 자체는제대로 된 거 같아요……단지첫 영상이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려서그리고 기재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요스탭 중에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호타루에 대해서 알고 있다라는 것은물론 그것만의 의미는 아니다전에 소속되어 있었던 프로덕션이 도산한지 1년이나 지났지만그 정도 지나면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호타루에 대해 대강 들었을 것이다.

 

「수고했어호타루짱노력했네」

 

 카코가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이 시간을 생각하면 어떤 불행도 견딜 수 있다고호타루는 진심으로 생각한다카코는 언제나 여신 같이모든 사람들을 상냥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지만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그런 그녀를 독점할 수 있다그녀의연인으로서.

 물론 불행이 있을 때마다 카코를 만나지는 않는다전화를 할 때도 있고 메일을 보낼 때도 있다그럼에도 카코가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다라고 실감할 때마다호타루는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그 날 생긴 일 때문에 생긴 상처만이 아니고좀더 깊고영혼에 달라붙어이미 옛날에 포기했었던 상처까지도.

 

「카코씨언제나 운이 좋은 카코씨가 볼 때언제나 불운한 저는어떻게 보이나요?

 

「어떻게 ……

 

 한 번은 물어 보고 싶었던 것이호타루의 입술에서 나왔다질문은 갑작스러웠지만카코는 눈을 감고 조금 생각하더니다시 한 번 호박색 눈으로 호타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불행은누구라도 있지 않아? 나조차도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불행을 느꼈던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호타루짱은그것이 다른 사람 보다 많은 것은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호타루짱이라는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하자면그다지 관계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

 

「호타루짱이 다친다면나는 옆에서지지해 주고 싶다웃는 얼굴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불행이 이유이든다른 이유이든같아」

 

  마치 당연한 말을 하듯이 말하고 있는 카코를 호타루는 멍하니 바라 보았다정말로 이 사람에게는 놀랄 뿐이다시라기쿠 호타루와 불행을 별개로 생각하다니 친부모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천천히 카코가 호타루를 껴안았다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살짝 비명을 질러 버렸다 호타루의 목덜미에카코가 뺨을 댄다뺨 뿐이라면 아직 괜찮지만조만간 입술에도 닿을 테니호타루는 당황해 하면서 카코에게 말했다.

 

「카카코씨」

 

「응―?」

 

「…………원하시나요?

 

「원해」

 

 쇄골 높이에서 올려다 보는 카코는 바로 조금 전이 거짓말인 것처럼 아이 같아 보였고그 눈동자는 연상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호타루가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그것을 승낙이라고 생각했는지카코는 호타루를 밀어 넘어뜨렸다.

 

「아잠깐만요목욕적어도 목욕하고 나서 해요」

 

「그래? 그럼힘껏 참아 볼게」

 

카코도 아이돌이니까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를 즉흥적으로 만드는 것도 능숙하다.

 

「밥이라도 차릴까나」

 

「아네」

 

 카코가 소파에서 일어섰고호타루도 일어섰다저녁밥을 만들 때는 둘이서그것이 약속이었다.

 

 

라디오 방송국 작은 라운지폭신폭신한 의자에 앉은 채호타루는 창문 너머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학교는 끝났지만 저지 차림으로 직장에 가는 것은 아무래도 싫어서교복으로 갈아입고 있다블레이저 코트가 필요 없는 기온이었지만 일단 가져온 것이 정답이었다실내는 약간 춥다.

 

「……?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보고호타루는 머리를 갸웃거렸다오늘은 라디오 수록이 있어진행자인 여성분과 짧게 협의를 하고 나서 부스로 갈 생각이었는데만날 시간에 되어도 그 사람이 나타날 기색이 없다사전에 받았던 자료를 읽고는 있지만그렇게 긴 프로그램도 아니고 이미 몇 번이나 훑어보았다.

 어째서인지 건물 안에는 호타루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는 것 같았고홀로 라운지에서 기다리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하다교복으로 갈아입었을 때 끼운 은방울꽃 반지가창문 너머 석양을 받아 빛나 보인다.

 약속 시간에서 10분 정도 지났을 때이쪽으로 달려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들자온 것은 진행자가 아니라낯선 남성이었다이쪽으로 오기에어쨌든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몸에 배어든 움직임.

 

「시라기쿠양이군요? 미안해요기다리게 해버려서」

 

「아니요…… 그」

 

「아아미안해요나는 그녀의 매니저입니다처음 뵙겠습니다」

 

「매니저이군요처음 뵙겠습니다시라기쿠 호타루입니다. ……저기진행자는?

 

「그게말이죠--

 

 매니저가 머리를 긁으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 행동만으로도호타루의 가슴 속에서 어떤 스위치가딸깍켜진다.

 

「방금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서지금 스탭이 확인을 했는데아무래도 갑자기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아오늘은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미안합니다평소에는 절대 이렇지 않은데 말이죠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해두겠습니다」

 

「아니요저는 괜찮아요……그보다몸은 괜찮은 건가요? 병이라든가……

 

「네그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그래서 말입니다만시라기쿠양과 할 수록은 다음주 이후로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호타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가방에서 스케줄장을 꺼냈다일 예정으로 달의 반 정도는 메워져 보이지만어떤 이유로 연기가 되거나 연장된 것을 추가 기입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본궤도에 오르면 안 된다라며 호타루는 자숙한다요전 날 애프터 레코딩 일을 할 때도 그랬고한 때 거의 제로였던 사고가최근에는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아무리 카코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자신에게 조금 자신을 가질 수 있게 되어도그걸로 불행 체질이 낫지는 않는다.

 카코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좀 더 원한다--그런 생각을 해서벌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그렇게도 느껴진다아이돌로서의 자신을 잃어 버리면시라기쿠 호타루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그것을 제대로 자각하고 있는데.

 

「시라기쿠양?

 

「……아미안해요……그럼다음주 이후에 비어 있는 일자는--

 

 수록 시간을 그 자리에서 정하고몸조심하라고 말하고는호타루는 라디오 방송국을 나갔다생기 잃은 주황색이 비치는 로터리에서사무소에 예정 변경에 대해 메일을 보내고한숨을 쉰다실내 라면 몰라도 밖은 더워서 블레이저 단추를 푼다.

 ――어디선가무언가를잘못했을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라호타루는 눈썹을 찡그렸다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아니다자신에게 미스는 없는지 어떤지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신경 썼는데이제 와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일이 연기 되어 조금 위축이 되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호타루는 걷기 시작했다우선 전철을 타고그리고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한다바로 집으로 돌아갈까맨션에 갈까카코는 아직 일을 하고 있을 테니 사무소를 간다는 선택지도 있다.

 

「그렇지만. ……어쩌지」

 

 무의식 중에 나온 중얼거림에다리가 멈추었다.

 ……카코를 만나면마음은 편안해질 것이다카코가 주는 사랑은 호타루에게 있어 마치 어떤 상처라도 달래 주는 만능약이다하지만그렇게 치유되어도 괜찮은 걸까.

 카코와 사귄 뒤로전보다 더자신은 카코의 위안이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그 자문을호타루는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 달콤하고 따뜻한 음료가 있는 거실을이 막히는 듯한 진한 사랑을 주는 침실을현실 도피를 위한 장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카코의 행운에 도움을 받지 않으면 지금쯤 자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그것은 알고 있지만그래도 대가가 있다바라던 행복을 위해 호타루가 지불한 것은스스로의 불행에 대한 내성이라든지그것과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마음이라든지그런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카코와 만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비록 프로덕션이 무너졌다고 해도 꺾이지 않는 결의각오만약 그것들을 지불을 했다고 하면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돌아가자」

 

 타이르듯이 빨리 걷는다구두를 준비할 여유는 없어서교복에 스니커즈라는 남자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리고 있었다.

 다음 수록일에는진행자 분에게 무엇인가 병문안 선물--호타루로서는 사과의 선물이라는 기분이지만--를 챙기기로 했다갑작스러운 컨디션 불량에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연락 두절은어떻게 생각해도자기 탓이기 때문에다.

 자기 자신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은 좋다하지만 불행 체질에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어 버렸을 때호타루는 자신을 저주하게 된다주위가 불행에 휩쓸리는 것만은 절대로 익숙해져 버려선 안 되기에경고의 의미도 있다.

 ――가방 속에서 스마트폰이 울리고 있는 것을 깨닫고전신주 옆에서 발을 멈추었다살펴 보니 메일이 아니라착신이었다화면에 표시된 이름에무심코 입술을 깨문다.

 

「카코씨--

 

 평소에는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사람이지만지금만큼은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카코의 목소리를 들으면의지하게 되어 버린다응석부려 버린다. ――그런데도전화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여보세요……」

 

『호타루짱? 지금메일 보았어요』

 

 사무소에서 걸어서 일까경어로 말하고 있지만그 음색에 둘만 있을 때와 같이 특별한 정이 배어 있는 것은전화 너머로도 알 수 있다알기에괴롭다.

 

「죄송합니다……또폐를 끼쳐서」

 

『그런 말 말하지 마세요호타루짱이 나쁜 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상냥한 카코의 어조에호타루의 깊은 곳에서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감정이차라리 절규를 하고 싶을 정도로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전신주에 기대고가방 끈을 강하게 쥐었다말하면 안 된다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그렇게 참자이번에는 눈물로 바뀌어 넘쳐 버릴 것 같다지금은 그 어느 쪽도 사양하고 싶다.

 하늘을 바라본다잔혹할 정도로 깨끗하고 어두운 주홍색을까마귀 두 마리가 지나간다.

 

『…저기호타루짱』

 

「네……」

 

『와주실래요?

 

 카코의 한 마디는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 손을 닮았다사람을 방심시키고머리 한 부분을 간단하게 녹여 버리는부드러운 손.

 주어가 없는 말은  주어가 없기에 더욱 더호타루만은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지금 스스로 해결 하겠다고 다짐했는데도 3 문자로 뒤집어졌다언제 이렇게 약하고 어리석은 아이가 되어 버린 걸까라고 자조 하면서호타루가 긁힌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달과 별이 태양 대신 일할 무렵갈아입을 옷과 숙박용 짐을 챙기기 위해 일단 자택으로 돌아간 호타루를어머니가 묘하게 싱글벙글 웃으면서 맞아 주었다.

 

「어서와호타루잠깐 이리 와봐」

 

「다녀왔습니다……무슨 일이야?

 

「우후후됐으니까 됐으니까」

 

 신발을 벗은 호타루의 등을 기분 좋게 미는 어머니또 자러 간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면서도,  호타루는 밀리는 대로 거실로 들어갔고멍하니 서 있게 되었다.

 테이블의 위에는평소보다 호화로워 보이는 저녁밥과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평소에는 이 시간에는 없는 아버지도저 너머에서 상냥하게 호타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늘무슨 기념일이었어?

 

「그래호타루가 지금 프로덕션에 들어간 지오늘로 딱 1년이 되는 기념일이야」

 

 예기치 못한 어머니의 말에호타루가 몹시 놀란다그러고 보니 바로 이전에전에 있던 프로덕션이 도산해 버린지 1년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그 말인 즉 이적하고 난지 1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어머니와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도부모만이 보낼 수 있는 시선으로 귀여운 딸을 바라보았다.

 

「호타루지금까지 같은 프로덕션에서 1년 동안 있던 적이 없었지? 그래서축하 하려고 했어」

 

「지금이니까 말할 수 있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그만두는 게 어때말하려고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그렇지만호타루를 믿고 지켜보자고 정했어그것은 역시 틀리지 않았네」

 

「아……」

 

 달짝지근한 아픔이 가슴을 찔러깨어난 듯한 느낌이었다불행에만 신경 쓰느라 옆에 있는 행복을 놓친 것처럼--누구보다도 길게누구보다도 강하게자신을 지탱해 주고 있었던 사람들을잊고 있었다.

 

「자옷 갈아입고 손을 씻고 와」

 

「――응……!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호타루는 뒤를 돌아 자기 방으로 뛰어들었다짐을 던지고카코에 전화를 걸었다. 4번 콜 후에 연결되었다.

 

「여보세요카코씨?

 

『네카코입니다

 

「갑자기 죄송합니다……아직사무소이지요?

 

『그래요무슨 일 있나요?

 

「그…… 죄송합니다역시 오늘은갈 수 없어요」

 

『그런가요뭔가 트러블이라도 생겼나요?

 

「아니요그게 아니에요」

 

 한 호흡 뒤로호타루가 천천히 입을 연다새로운 일이 정해진 것을 보고할 때처럼 기운찬 목소리가가 아니라가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그런 목소리로.

 

「……제가 지금 프로덕션에 온 지오늘로 1년이라고……부모님이축하 해주는 것 같아요그러니까--

 

『과연…… 그럼어쩔 수 없네요』

 

 카코의 말투가 어둡지 않아호타루는 안심했다단지 살짝 외로운 척 농담인 척 말할 뿐으로카코도 호타루를 축복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괜찮아요가족끼리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네. ……저기정말로 죄송해요간다고 말했는데」

 

『아니에요정말 괜찮아요』

 

「대신……이랄까이번 주말에또 묵으러 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에요기대할게요』

 

「네저도 기대할게요. ……그럼안녕히 주무세요」

 

『네에안녕히 주무세요』

 

 노래하는 듯한 음색전화 저 편으로 카코의 미소가 떠오른다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꽉 쥐고 호타루는 천장을 바라보다가서둘러 갈아 입기 시작했다.

 

 

 카코와 약속한 주말호타루는 다시 그 드레스라고도 갑옷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그 후 계속 해온 연습 덕분에이 역할도 완전히 몸에 배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오늘 촬영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되었다아무리 익숙해진 의상이라고 해도 피로는 쌓인다전세 받은 차에 앉아 쉬고 있는 호타루에게뒤에서 프로덕션 아이돌 동료 중 한 사람이 말을 걸었다.

 

「호타루치괜찮아-?

 

평소 대로가 산뜻한 태도이지만그 모습만은 평소와 달리얼굴 오른쪽 반이 꺼림직한 특수 메이크로 분장되어 있었다그녀는 언젠가 호타루가 허리에 우산을 꽂으며 했었던 마지막 연습을 보고 흥미가 생겨오디션을 봤다고 한다합계 5화 정도 밖에 차례가 없는 게스트역이지만그렇게 깔끔하게 합격하다니 굉장하다,라고 호타루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괜찮아요……아직 체력이 부족한 거 같아요」

 

「아니 아니그 의상을 입고 그토록 움직였잖아호타루치 나이로서는 굉장하잖아몸을 그 이상 단련하면 아이돌로서 좀 그렇지 않아?

 

 쾌활하게 웃고 있는 동료의 말에호타루는 조금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처음에 카코와 짠 그 라이브를 계기로경계심이 어느 정도는 희미해졌겠지만그 이후에는 사람 나름이다지금은 이 아이돌처럼 부담 없이 대해 주는 사람도불행 체질인 호타루를 다시 피하려는 사람도호타루의 능력을 실감해서 시기하게 된 사람도 있다.

 호타루는상대의 태도에 맞추어 태도를 명확하게 바꾸지는 않고 있다상대가 별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단지자신을 호의적으로 대해 주는 사람에게는자신도 마음을 허락해 버린다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동시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은 카코만이 아니다그날 밤케이크를 먹으면서 다시 느낀 것을호타루는 소중하게 가슴에 간직하고 있었다.

 

「시라기쿠씨스탠바이 부탁 드립니다~

 

「아……네갑니다」

 

 부르는 소리에 일어서자갑옷 부분이 무거운 소리를 울린다가볍게 몸를 움직여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동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촬영 장소로 향한다그 중요한 동료는 윙크로 화답해 주었다특수 메이크를 하고 있지만.

 대본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호타루는평소보다 등을 펴고 걷고 있었다꺾이지 않겠다는  자신이 호타루의 등을 밀고 있었다그리고앞으로 2시간 정도 후에는예정대로 촬영이 끝나게 되고카코를 만날 수 있다위로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순수하게연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카코의 행운이나 상냥함에 의존해 버리는 것 같은 마음은 이전 보다는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그것과 사랑은 별개의 이야기다.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아직 다른 컷 촬영을 하고 있었다호타루는 스탭들과 함께충분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두 남자 간부가 일제히 히어로에게 덤벼 들고히어로는 그것을 저번에 얻은 새로운 힘으로 견디고 있었다지금까지 쓴 4 종류의 힘을 각각 양팔 양다리에 두른마지막 최강의 힘단순하게 접전하는 것 만이 아니라거리를 벌리고 하늘을 날거나편집이나 효과가 추가되는 것을 전제로 한 액션도 많았기에옆에서 보기엔 기묘했다.

 싸움이 교착 상태가 되었을 때오픈카를 베이스로 특촬 답게 개조된 머신이중후한 엔진음을 울리며 저쪽에서 달려 온다다른 히어로다내리고 나서 변신을 하기로 되어 있으며격전에 임하는 웅장한 얼굴로 배우가 운전하고 있다대본 대로세 사람이 싸움을 멈추고 그 쪽으로 눈을 돌려--

 

「――……이봐!

 

 카메라로 영상을 보고 있었던 감독이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주위에 있는 스탭도 이변을 알아차리고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호타루도 약간 늦게 그것을 이해했다. ――너무 빠르다.

 바라 보면배우의 얼굴은 연기는 아니라 정말로초조해 하고 있다혼란해 하고 있다그리고브레이크가 듣지 않아라는 배우의 절규가현장의 긴장감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히어로 풍으로 된 장식이 마치 조롱인 것처럼제어를 잃은 개조차가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바로 돌한다사태를 이해하고히어로도 적 간부도 연기를 포기하고 당황해 하면서 물러나려고 하지만-- 히어로는지난 주 손에 넣은 직후인 새로운 차림이었다순간적인 움직임에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배우일까슈트일까,엉성한 아스팔트에 발이 묶인 히어로가 길 한가운데에서 굴러 버렸다폭주한 머신이 전우를 향해 덤벼든다두 적 간부가 히어로를 일으키려고 한다고함과 비명이 계속 울린다그 상황을호타루는 놀라면서 바라 보았다입술이 떨리고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뭉개는 소리가 단말마처럼 울렸다브레이크가 고쳐진 것이 아니었다배우가 핸들을 돌려가로수에 부딪쳤다. ……둔탁한 소리그 크기와 의미에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몸을 떨었다특별한 힘을 숨긴 머신이 가로수에 심하게 충돌해성대하게 구르고 멈췄다우연히 진짜 영웅이 된 배우가 신음소리를 내면서 문을 열고 비틀린 차 안에서 나왔다.

 그 자초지종을호타루는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오늘 촬영은 중지한다」

 

 구급차나 견인차가 지나간 후감독은 남은 캐스트와 스탭들에게 말했다원래부터 조용했던 사유지는이미 도시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울적한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침묵이 흐른 뒤머리만은 본 모습으로 돌아온 히어로역 배우가 조심조심 물었다.

 

「중지……입니까?

 

「남은 멤버만으로도 찍을 수 있는 컷은 있지만그런 사고 뒤다일에 열중하기도 힘들겠지향후 촬영 스케줄에 대해서는 내일이라도 연락을 돌리마오늘은 해산이다모두 마음을 추스리도록」

 

 각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구석에서호타루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왠지--굉장히오랜만이다무거워진 공기가 천천히 폐를 압박하는 것 같은 답답함온 몸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죄악감휩쓸릴 것 같은 중압감아마몇 사람 정도는 여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이 정도의 불행인데호타루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니이제 와서 이런 행운도 없다.

 조금 정도의 불행 정도에 지지 말고 힘내자라고 결의를 굳혔지만지금까지 살면서 최악의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불러와 버렸다머신을 타고 있던 배우는 생명에 이상은 없는 것 같지만 당분간 입원해야 하고머신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그 사이 그가 등장하지 않는 시나리오도 다시 짜지 않으면 안 되고그것만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사고의 중대함도폐를 끼친 사람의 수도틀림없이호타루 기억하는 한 최악이다.

 ――이런 것은무리이다.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눈을 돌릴 수도도망갈 수도없다.

 

「…………」

 

 문득 시선이 느껴져호타루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들어 버렸다.

몇 분 전에호타루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 준 그 사람이호타루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특수 메이크를  한채 바라 보고 있지만그녀의 얼굴에 있는 곤혹과 혐오와 연민과 분노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호타루와 시선이 마주치자어색한 듯이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그것이 자신과 세계를 이은 모든 것이 단절된 것 같아호타루의 사고는 멈춰 버렸다.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대본에 눈은 로보트 같이 향했지만그것을 줍는 기능은 없어져 버렸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버린 불행 때문에 텅 비어 버리게 된 호타루는얼빠진 눈으로어떻게든 간신히 카코의 멘션까지 겨우 올 수 있었다.

 지금 카코를 만나면반드시 달라붙어울면서 모든 것을 이야기 해서위로를 받고 싶다그것을 부정하려는 생각도 안 든다이번 것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하면아무리 시라기쿠 호타루라도 망가져 버린다.

 오늘은 카코도 일이 빨리 끝난다고 말했지만역시 호타루가 먼저 온 것 같다예비 열쇠를 사용해 방으로 들어간다부츠를 벗고 가지런히 푼 끈을 다시 묶었다.

 활기찼던 거실은중요한 카코가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호타루의 마음 같이 텅 빈 것 같았다아아여기는 이렇게나 넓은 방이었구나같은 쓸데없는 감상을 하면서벽 옆에 가방을 두었다자동 인형 같아 보이는 움직임으로 화장실에 가 세수와 양치를 했다.

 그리고 호타루는 코코아를 만들기로 하고부엌에 들어갔다히터나 냄비를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다음에 사과하기로 했다.

 재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코코아 분말우유그리고 소금이전에집에서 코코아를 만들었을 때 카코가 만들어 준 것에 비해 달콤함도 맛의 깊이도 어쩐지 부족한 것 같아카코에게 물어보니소금을 넣었다고 가르쳐 주었었다.

 코코아와 소금은 찬장에 있었다. ――그러나냉장고를 열자우유가 없었다문 뒤에 있는 스페이스는농담 같을 정도로 비어 있었다.

 

「……」

 

 호타루는 냉장고를 닫았다그리고냉장고에 달라 붙는 것 같은 모습으로질질 쓰러졌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밖은 봄답게 밝은데몸 속에서 나오는 한기가 멈추지 않는다.

 

「카코씨--

 

 빨리돌아와주세요.

 어리광을 부리던 입은금붕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부엌 바닥의 차가움이힘 없는 다리를 타고 온 몸에 퍼져자신을 얼리는 듯한그런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허무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호타루의 의식을 현실로 되돌린 것은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였다호타루는 벌떡 일어나 그 사람을 마중 나간다이런 상태에서도 순간 미소를 지으려는 자신을차라리 때려 주고 싶었다.

 

「어서오세요」

 

「어머……다녀왔어호타루짱」

 

 허무 속에서 쭉 기다리고 있었던 미소가 거기에 있었다카코는 샌들을 벗고호타루의 부츠 곁에 두었다.

 카코가 들고 있는 슈퍼 비닐 봉투에는고기나 야채와 함께우유팩이 들어 있었다그것을 본 순간마룻바닥의 차가움으로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 빨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얼음이 녹아가는 것을호타루는 느꼈다두근고동이 크게 울리고감당할 수 없는 모든 것이 혈류를 타 호타루의 몸 속으로 퍼져호타루의 몸을 멋대로 움직이기--

 

「빨리 왔네빨리 끝난 거야?

 

「네…… 그실은」

 

「좀더 늦을 거라고 생각했어빨리 만날 수 있어서 기뻐이전에 역시 묵으러 올 수 없다고 들었을 때외로웠는걸?

 

 ――그말에멈춰 버렸다.

 

「아………… 아………

 

  현기증이 느껴지고세계가 반전하는 환시에호타루는 뒤로 휘청거렸다카코가 놀라서 호타루의 어깨를 잡았다.

 

「호타루짱?

 

 얼굴을 엿보는 카코의 호박색 눈을거기에 비치는 자신의 표정을호타루는 남의 일처럼 바라보았다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예를 들어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황야 한 가운데에서 들고 있었던 물이 다 떨어져 버린 나그네길게 쓴 수식 첫 부분에서 초등학생 같은 미스를 발견한 수학자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해 고른 가련한 꽃이 맹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된 사랑 하는 사람--아이돌이 해도 좋은 표정은 아니다라며 이상할 정도로 냉정한 머리의 일부분이 웃었다.

 

「호타루짱……? 무슨 일이야무슨 일 있었어?

 

 카코가 초조한 목소리로살며시 호타루의 손을 잡았다같은 반지가 서로 부딪치고희미한 소리가 난다호타루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니요아무것도 아니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

 

 ――누구에게 있어서 불운이누구에게 있어서는 행운일까요?

 그렇게 소박한 의문을호타루는 카코에게 전할 수 없었다이런 확증도 없는 이야기를 해서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웃는 얼굴로 있어 주기를 원한다고언젠가 카코는 말해 주었다하지만 호타루도카코가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그러니까.

 

「카코씨」

 

「무슨 일이야?

 

「코코아가마시고 싶은데만들어 줄 수 있나요?

 

「……그래바로 만들 테니까잠깐 기다려줘」

 

 카코는 허둥지둥 하면서도 미소를 지은 채 짐을 거실에 두고화장실로 가려던 발을 멈추고 호타루에게 손짓했다.

 

「잊고 있었어」

 

 그리고 카코가 호타루를 껴안았다호타루도 카코의 등에 팔을 두른다서로 바라보고입술을 겹친다카코의 입술은 마르고 있었지만뜨겁고 달았다.

 입술을 떼자카코는 호타루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다시 화장실에 갔다호타루는 거실에 놓여진 슈퍼 봉투를 들고 부엌에 두고는내용물을 냉장고에 옮겼다문 뒤에 있던 스페이스의 공백은예상대로 종이팩 우유가 하나딱 들어갔다.

 

「카코씨-- 는」

 

 숨은 쉴 수 있다목소리도 나온다제대로 자기 다리로 일어섰다머리도 움직이고 있다단 하나매우 중요한 것이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아니어쩌면 그것은 이전부터 그랬고단지 둔한 자신이 깨닫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벌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있어서 행운은행복은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자신은불행투성이의 나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었던 걸까.

 

 멍하니 생각하면서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는다폭신폭신하고편안하고따뜻하고기뻐서참을 수 없어서울 것 같아서그럼에도운다는 것은 무엇일까그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지금 깨달았다.

 

 

 

 

 

 

에필로그.

 

 

「――저희들은 이상의 조건으로시라기쿠 호타루씨,  타카후지 카코씨가 이쪽 프로덕션으로 이적했으면 합니다어떨까요?

 

「나는 상관없어요호타루짱은 어때?

 

「네,  ……기쁘지만그게…… 제가 가도괜찮을까요……

 

「괜찮다라는 건?

 

「어두운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요……아실 지도 모르지만소속되어 있었던 프로덕션이 도산해 버려서 이적하는 거처음이 아니에요전에도그 전에도……

 

「아아솔직히 말씀드리자면시라기쿠씨에 관한 소문은 나도 들었습니다그렇지만우리 프로덕션은 소속 아이돌들에게 기분 좋은 장소인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실제로아이돌들도 사이가 매우 괜찮아요시라기쿠양도 받아줄 겁니다」

 

「……그래도걱정되어서」

 

「괜찮아나도 함께이니까프로듀서씨가호타루짱은 반드시 나와 같은 곳으로 이적시키겠다고 말했어」

 

! ……그렇군요」

 

「……어떨까요지금 당장 대답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만--

 

「아니요……이적시켜 주세요단 하나만…… 지금 말한기분 좋은 장소라는 거하고사이가 좋다는 이야기-- 믿어도괜찮을까요?

 

? 네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이니까요」

 

「알겠어요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나도잘 부탁 드릴게요」

 

「저힘낼게요……! 절대로이번에야말로--

 

「네두 사람 모두앞으로 잘 부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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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시스입니다.

이 작품은 여기까지입니다. 둘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정말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팬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지향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번역을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돌마스터/팬픽 - 기타 2015. 5. 19. 17:23 by 레미0아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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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과 보라색을 기조 곳곳에 체인이나 해골이 달린 불길한 롱 드레스스탭들이 그 어깨와 팔에 붉은 갑옷과 파츠를 입힌다무릎까지 차는 부츠도 신고허벅지 부위에도 파츠를 채운다마지막으로 허리에 벨트를 채우고 호리호리한 검을 꽂는다호사스러운 의상은 외형에 비해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언제나 표정을 밝게 보이게 하도록 했었던 메이크는오늘은 오히려 울적한 분위기를 내듯이 했다해골과 날개 머리 장식 흔들린다.

 호타루가 오늘부터 반년 정도 연기를 하게 된 것은특촬로 주인공 앞을 가로막는 적 간부 중 한 명이다얼굴을 드러낼 때도 다소의 액션은 있는 것 같지만본격적으로 싸울 때는 풀페이스 로 변신한 다음액션은 슈트 엑터로 교체하고호타루는 그에 소리를 맞추는 식이다.

 의심할 여지도 없는 악역이 올해 첫 일이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게 되지만상당한 대작이다거기에역시 밝은 역할보다 어두운 역할을 압도적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그건 둘째치고 서라도주인공 사이드보다는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라기쿠양 들어갑니다~

 

「시라기쿠 호타루입니다……잘 부탁 드립니다」

 

 박수를 받아 고개를 숙이자장갑이 몸을 누른다

격렬한 액션도 있고화약을 쓰고 있는 현장에서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냥 끝나지 않기에솔직히 말해 불안하기도 하다이 일의 오디션을 볼 때도 상당히 주저했다하지만 도전해 보고 싶었고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디고 생각했다거기에카코가오디션을 볼 때는 라이브를 위해 레슨을 받고 있었지만등을 밀어 주었다그것을 생각하면호타루는 가슴을 피고 촬영에 임할 수 있다.

 오늘 첫 장소는폐허가 된 교회였다벽이나 스테인드 글라스가 갈라져 있고이곳 저곳에 덩굴이 쳐져 있다여기서 이미 등장한 두 간부와 함께 주인공을 기다리다가 선전포고를 하는 장면이다이후 몇 번이나 장소를 옮겨 촬영을 할 계획이다.

 안으로 들어가옆으로 쓰러진 의자나 썩은 카페트를 밟으며 제단으로 향한다태양빛을 차단한 어슴푸레한 플로어제단에는 십자가가 아니고 조직의 엠블럼이 장식되어 있었고그 밖에도 배치된 몇몇 장식이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조금 기분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느다라고 생각해 버린 것을 당황해 하면서 뿌리친다.

 다른 간부를 연기할 두 배우들도 들어왔기에 인사를 했다두 사람 모두 신인답게연하인 호타루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서로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그 후세 사람은 각자 정 위치로 갔다제단 안쪽 벽에 기대는 사람은 연미복에 푸른 갑옷을플로어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은 포멀 슈트에 은빛 갑옷을입고 있다체인이나 해골이나 날개 모티브는 세 사람 모두 공통이다호타루도 허리에 있는 검을 칼집에서 빼고맨 앞줄에 형태가 그나마 있는 의자에 앉는다그리고,악의 여간부 라는 역할로 의식을 바꾼다카메라나 조명이 들어 오고촬영이 시작된다.

 

 

 어슴푸레하고 황량한 실내익숙하지 않는 의상보통 드라마 와는 다른 대사 표현액션 신--호타루의 불행 체질에 걸릴 것 같은 요소는 산만큼 있지만호타루의 예상과는 반대로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호타루 자신에게도 다른 배우들이나 스탭기재나 세트에도눈에 띌말한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드레스라고 해야할 지 갑옷이라고 해야할지 말하기 어려운 의상을 벗고돌아가는 전차 안에서,  호타루는 벽에 기댄 채 카코에게 메일을 보낸다오늘이 촬영 첫날이라는 것일의 내용배우나 스탭이 대체로 자기에게 호의적인 것눈에 띈 불행이 없었던 것그리고 마지막으로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요?,, 라고너무 길어 지지 않도록 글을 쓴 후송신그 후에도 손은 무언가를 비는 것 같이 스마트폰을 꽉 쥐고 있다.

 ――둘이서 첫 참배를 하러 간 날그 벤치에서 첫 키스를 한 후둘은 사귀게 되었다.

 연인이 생겼다는 것은 호타루의 인생에 있어 처음이었고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길 거라 생각도 한 적이 없었고하물며 그 상대가 남성도 아니고 여성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불안이나 당황스러움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이다그럼에도그런 마이너스 감정에 짓눌리지 않게 된 것은상대가 카코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카코에게 운을 받을 때는 손을 잡았지만올해부터는대신 키스를 하게 되었다어제도 사무소에서 남몰래오늘 촬영을 위해서 했다키스를 하는 것은손을 잡는 것보다 좀 더 강하게 그녀가 느껴진다나눠 받은 운도전보다 많아진 걸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오늘 일이 잘 풀린 것은 그것만이 아닐 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호타루는 과거를 되돌아 보았다.

 확실히 자신은 언제나 불행에 휩쓸렸고그 탓에 수포로 돌아간 퍼포먼스도 많았다그렇지만 어쩌면불행이 계속 일어난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진 탓에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미스가 일어난 것도 많을 지도 모른다거기에 불행이라는 익숙해진 라벨을 변명으로 더욱 자신을 없애 버리려는그런 연쇄에 갇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카코와 연인이 된 시라기쿠 호타루의 세계는앞으로는 조금씩좋아 질지도 모른다일이라든지 일상이라든지다양한 것들이세계가조금은 자신에게 상냥하게 된다면그 때는 반드시마음에 그리는 이상의 자신에게도다소나마 접근할지도 모른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넘쳐 버려호타루는 머플러에 입가를 숨겼다.

 꽉 쥐고 있었던 스마트폰이 울리며 메일 수신을 알렸다곧바로 메일을 열고 읽는다지금은 업무 중이지만 이제 곧 끝나니까역에서 기다려 준다면 바로 갈게요라고 쓰여 있었다.

 

「…………아」

 

 날 것 같을 정도로 기쁜 것도 한 순간호타루는 고개를 들고안내 방송에서 나오는 역 이름을 확인했다카코가 지정한 역을 이미 정거장지나 있었다다음 역에서 내리고 서둘러 반대쪽으로 달려가기로 정하고 호타루는 재빨리 답신했다역에서 뛰는 것이 자기에는 위험한 일일 텐데도호타루는 1초도 우물쭈물 하지 않겠다고 정했다근거는 없지만넘어질 일도 사람에게 부딪칠 일도 없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6시 전 차창 너머 경치는 이미 밤으로 물들어 있었고거기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호타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기로 한 역 개찰구에서넘어지지도 부딪치지도 않고 겨우 도착한 호타루는 사람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숨이 희어질 정도로 춥지만역은 평소보다 사람이 많고 떠들썩하다.

 개찰구에서 시계를 본다조금 전 카코와 통화를 한 내용을 미루어 생각하자면앞으로 10분 후 정도에 역에 도착할 것 같다하지만 호타루에는 그 시간조차 길어서부츠 뒤꿈치를 이따금 누르기도 했다.

 엇갈리거나연락이 갑자기 두절되거나약속한 상대에게 해프닝이 생기거나어쨌든 기다리는 것은 익숙하다그럼에도 지금은 1초 1초가 매우 아쉽고지금 당장이라도 카코가 일을 하고 있는 곳까지 달리고 싶다.

 

「카코씨」

 

 그녀의 이름이 희고 떠들썩한 공기의 속에서 사라지는 것 같아머플러 안에서 중얼거렸다.

 

「빨리 만나고 싶어요」

 

 핸드백을 들고 있는 양손에 힘이 들어간다지금까지라면 틀림없이, 10분 정도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카코에게 어리광을 부려도 좋다고 말한 주제에,사실은 자기도 어리광을 부리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왔어요」

 

「히야아!?

 

 ――갑자기 뒤에서 호타루를 꽉 껴안는 사람이 있었다무심코 비명을 질렀지만바로 그것이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어느새 소리 없이 다가왔었던 것 같다.

 

「수고 하셨습니다호타루짱」

 

「아! , 수고하셨습니다……

 

 의식 바깥에서 갑자기 뺨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온 카코를호타루는 허둥지둥 볼 수 밖에 없었다매끈매끈한 뺨달려 왔는지 조금 흐트러지고 뜨거워진 숨결,어쩐지 작은 하얀 꽃을 떠오르게 하는 희미한 향기발육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껴 버리게 되는 두 개의 감촉이가는 팔이 자신을 확실히 안고 있는 것등등 그런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호타루의 의식에 뛰어들어 오기에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꼭 껴안길 수 밖에 없었다.

 즐거운 듯이 카코가 뺨을 문질러서호타루는 드디어 혼란에 빠져 버렸다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있어도 괜찮을까 생각했지만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여자끼리이고나이 차이도 있다장난치고 있다고는 생각해도 이상한 눈으로 볼 것 같지는 않다진짜 상황을 아는 것은 당사자뿐이다.

 

「저기카코씨……부끄러워요……

 

 그래도 너무 길게 당하면 머리가 끓을 것 같아서한계를 넘기 전에 어떻게든 말을 했다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힘이 없고 작은 목소리였다.

 

「후후그럼 일단은 이쯤에서」

 

 겨우 호타루를 놓아준이러면 이런대로 아쉽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어리광이다--, 카코가 다시 정면으로 온다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상냥한 분위기로몇 번을 봐도 여신 같이 느껴지는 사람이다완전히 화끈해진 뺨에 양손을 대면서 호타루가 물었다.

 

「카코씨폐가 아니었나요……? 갑자기 만나자고 말해서……

 

「아니요나도 만나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오늘은 둘이서 어딘가 갈 수 있는 시간도 없고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은 호타루가 내리는 역 개찰구까지다호타루는 아직 중학생이니까늦게까지 밖에 있을 수 없다.

 

「그럼가볼까요」

 

 카코가 손을 내민다호타루가 흠칫흠칫 그 손을 잡는다그래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아직은 손을 잡은 채 걷는 게 어색했다.

 개찰구를 지나며호타루는 문득 지난달에 대해 떠올렸다퇴근길에 사무소에 들러서카코가 일을 마치는 것을 기다리고 함께 돌아간그 날 에 대해호타루가 개찰구를 지나려 했을 때카코가 무의식 중에 호타루의 코트 옷자락을 잡아 만류했었던그 사건.

 

「그러고 보니그런 일도 있었네요」

 

 계단을 내려가는 카코에게 말을 꺼냈더니수줍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 때는 정말로 무의식적이었어요지금 생각해보면그 때부터 이미 나는호타루짱에게 빠졌던 거 같아요」

 

「그렇군요……

 

 차가운 바깥 공기를 맞고 있는데도얼굴이 뜨거워지고 전혀 식지 않는다카코는 어떤 일이라도 정면에서 솔직하게 말한다그것이 기쁘기는 하지만때로는 부끄러워서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뭐랄까그 부끄러움조차도 마음 어디선가 즐겨서 있는 자신도확실히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으~응」

 

 홈에 물러나자카코가 무엇을 찾는 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무슨 일 있나요?

 

「아니요키스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멍하니 있는 호타루를 두고화장실은 좀 그렇지 않을까같은 말을 태연하게 하는 카코호타루의 손을 잡고아직 전철이 올 때까지 천천히 걷는다.

 

「그조금 기다려 주세요카코씨」

 

「어머혹시호타루짱은 키스 하고 싶지 않았나요……?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코이지만연기인 것은 쉽게 눈치챈다최근 알게 된 것이지만카코는 연상인 주제에 가끔 이렇게 아이 같은 짓을 한다그리고 그런 점도호타루는 완전히 싫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오늘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카코씨가 그런 말을 해버리니까저도역시 하고 싶어져서……

 

 무엇을 말하는 건지스스로도 바보 같은 말일고 생각해서호타루는 말을 하다가 도중부터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곁눈질로 엿보자카코는 매우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기대 그대로의 반응을 해버리는 것 같다.

 ――결국 두 사람은호타루가 내리는 역 홈에서전철과 승객들이 완전히 빠져 나가길 기다린 후에기둥 그늘에 숨어 키스를 했다그렇게 정한 차내에서 쭉 이어져 있었던 손은이미 초콜릿같이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대와 고양감과 다른 감정을 감추듯이 별 거 아닌 말을 뽑았던 입술은홈이 고요에 휩싸인 순간참기 힘들었다는 듯이 탐하고 있다부드러움과 뜨거움과 달콤함만이 의식 전부를 지배하고 있는 이 감각은아직 당분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입술을 겹치고그리고 떨어진다그 떨어진 순간에만 카코가 보여주는섹시한 표정혹시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세상에서 자신 혼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호타루의 뇌리를 스쳤다.

 

 

 몇 장이나 스티커가 붙여진 대본을 들고호타루는 벽을 가득 매운 큰 거울을 마주보고 있다운동복 차림에허리에는 벨트 대신 끈이 감겨 있고검 대신에 비닐우산을 들고 있다근처에서 트래이너가 팔짱을 끼고 호타루를 지켜보고 있다.

 3일 전에 받은 대본이지만얼핏 보기엔 언제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그러나 지금 들고 있는 대본은다소 지저분하고 찢기긴 했지만읽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고 한 손으로 들고 연습하는 데는 지장 없다아직 방심은 할 수 없기는 지만대체로 무사한 대본은 호타루에게 용기를 준다.

 거울 앞에서우선 악의 여간부 같이 서본다그리고 몸짓과 함께 대사를 말한다눈앞에 있는 것은 약간 멍청한 모습인 자신의 거울상이 아니라그 몸이 모두 불탈 때까지 싸울 각오를 다진 히어로다뒤에 보이는 것은 트래이너가 아니라 부하 괴물이라고 생각하면웃어 버릴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얼핏 보기에는 쿨하고 상냥한 표정을 짓는 여성이지만한번 진심으로 화내면 말릴 수 없다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트레이너이다실제로 그것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극소수이고,그 당사자들은 무서워서 절대로 말을 안 한다같은 소문.

 호타루의 대사가 조용한 레슨장에 울린다호타루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싸울 때 말고는 조용한 숙녀이기에 그다지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지만작은 목소리는 그 만큼 밀도가 높은 연기가 요구된다동시에 평소 상태와 전투 모드에 들어간 상태에 대해 연기를 구분할 필요도 있기에꽤 어려운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대사 도중부터우산 손잡이를 오른손으로 잡는다거울을 향해 만든 미소는평소 연습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악한 미소다위압감을 주도록 천천히 우산을 뽑아무한 마크와 비슷한 궤도로 휘두른다그것은 변신 할 때 포즈이다영상에서는 날카로운 효과음이나 효과가 호타루를 감싸겠지만지금은 그 대신 트래이너의 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응마지막 표정은 아주 좋았어」

 

「가감사합니다……

 

 사악한 표정을 짓는 것에 대해 칭찬을 받는 다는 것은 복잡한 기분이다그래도 우선 인사를 했다.

 

「조용한 목소리라고는 해도좀 더 크게 해도 될 거야그리고두 군데 막혔어」

 

「아……죄송해요특수한 용어 같은 것이 많아서아직 익숙하지 않다 보니……

 

 대본을 바라 보면호타루의 대사 중에 굉장히 낯선 단어가 꽤 있다이야기의 핵심과 이어진 캐릭터이기에등장할 때마다 이런 느낌이다호타루는 지금까지 특촬영이라는 것을 제대로 접한 적이 없었기에이 부분이 가장 고역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이라고 호타루는 생각한다카코와 연인이 되거나 불운이 줄어들거나그런 이유로 조금 들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그럴 때일수록 성대하게 넘어질 때가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거기에카코의 행운에 너무 의지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무엇보다도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힘을 내지 않는다면반드시 카코 곁에 있을 자격은 없다.

 

「힘낼게요……힘내지 않으면 안 돼요」

 

? ……아아힘내라」

 

 우산을 허리에 되돌리고 대본을 들고 있는 호타루를 보며트래이너는 머리를 갸웃거린다호타루와 카코의 관계가 변한 것은물론 누구에게도 가르치지 않았다여자끼리이고아이돌과 사무원 겸 아이돌이고그다지 환영 받을 만한 관계는 아니다우선프로덕션 사무원이 한 아이돌을 편애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연습했던 부분을 한번 더 연습하려고 다시 대본을 펼쳤을 때정확히 노크 소리가 들렸다들어 온 것은 프로덕션 아이돌 동료였다.

 

「수고 하셨습니다」

 

「응수고어쩐지 재미있는 모습이네? ――특촬이야?  그러고 보니액션 신이 있었네」

 

「네검을 취급해요정확히 무게가 이 정도라서……

 

 얼핏 보기엔 상당히 무거울 것 같은 진짜 검으로 보이지만실제로 잡아 보면 전혀 무겁지 않다특촬영 슈트나 소도구에 대해선 항상 이런 저런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단지,  그래도 주인공 슈트 같은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몇 십 킬로나 된다고도 한다.

 

「헤―……아에 카코씨가 전한 말씀레슨이 끝나면 사무소에 들러달래」

 

「카코씨에게서 말인가요…… 알겠어요」

 

「시라기쿠딱 좋은 시간이잖아한 번만 더 하고오늘 레슨은 이만 마치자」

 

「조금 봐도 돼? 어쩐지 재미있을 거 같아」

 

「아 네…… 괜찮아요」

 

 트래이너가 대본 카피를 들고호타루와 대치하는 형태가 되었다카코가 호출하는 이유가 신경이 쓰이지만일단 호타루도 의식을 바꾼다싸움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주인공을 서포트하고 있는 여성 근처에 나타나 잘 되면 해치워 버리자그런 장면이다.

 입고 있는 옷이 저지라도허리에 있는 것이 비닐우산이라도지금 자신은 세계를 어둠으로 물들이려는 조직의 여간부다그리고 대치하고 있는 사람은그 계획을 방해 하는 사람 중 한 사람호타루가 입을 연다조금 전보다 조금 소리를 지른다.

 

 

 호타루의 일은 학교가 시작될 쯤에는 조금 줄고카코의 아이돌 일도 2월에 들 무렵에는 없다그렇기에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간단하다.

 일이 끝나고 나서 그 짧은 시간을 둘이서 보낸다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하지만 역시하루 종일 쭉 둘이서 지내고 싶은 것이 본심이었다. 1월은 카코가 바빴고그러는 동안 호타루는 3학기가 시작되어 버렸기에결국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은사귀기 시작한 후한 달 이후였다.

 ――이 날을 위해 새로 산 옷은밝고 귀여운 것을 고를까 많이 망설이고 고민했지만평소 대로 차분한 색과 디자인을 골랐다무리하게 귀여움을 연출하는 것보다 자신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그런 판단이었다오늘의 럭키 컬러도 흰색이었으니 딱 좋다부츠는 제일 마음에 드는 것으로조금 높은 힐이다.사실은 힐이 부러지거나 넘어질까봐 무서워서 좀처럼 신지 않았지만오늘은 주저하지 않고 신었다그리고 핸드백 안에는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가 하나.

 밖에 나갔을 때는하늘은 쾌청했고봄 같이 따뜻하고 밝다힐을 신어서 일까푸른 하늘이 평소보다 조금은 가깝다소중한 날이 맑은 것은어느 쪽인가 하면,카코의 행운 덕분이 아닐까.

 

「그럼다녀 오겠습니다」

 

「다녀와조심해」

 

 언제나 호타루가 나갈 때마다 조마조마한 표정을 짓던 어머니도이 날만은 호타루의 표정이 정말로 밝아안심하면서 딸을 배웅했다.

 

 

 다소 트러블이 있어도 지정된 시간에 늦지 않도록호타루는 평소 30분 전에 도착할만한 여유를 두고 출발한다오늘도 그렇게 여유를 두고 집에서 나왔지만,빨간불에 많이 걸린 것 정도 뿐 굉장한 트러블에는 휩쓸리지 않아서결과적으로 약속 장소에 너무 빨리 도착해 버렸다.

 휴일 역 앞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아그야말로 도시 같이 소란스럽다카코는 호타루를 위해 조용한 곳이 좋지 않을까 물어봐 주었지만카코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라며 호타루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이럴 때 정도는 응석을 부리고 싶지 않다.

 호타루의 키 정도 되는 전위 예술 같은 동상 근처에서 역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데갑자기 뒤에서 자기를 안는 사람이 있었다.

 

「히야아」

 

「호타루짱」

 

 얼굴 바로 옆에서 즐거움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그 다음에 비벼지는 뺨과 뺨밀착되는 몸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멍하니 생각하는 한편사귀게 된지1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 감촉이 신선하게 느껴진다고호타루는 그렇게 실감했다.

 

「기다리게 했나요?

 

「아아니에요……제가 너무 빨리 도착해 버려서…. 미안해요……

 

생각해 보면불행이라는 이유가 없어도어떤 의미로는 안절부절 해서 빨리 출발한 것 같기도 하다광장 중앙에 있는 시계를 보면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15분이나 남아 있었다.

 

「카코씨도 빨리 왔네요」

 

「네왜냐하면호타루짱과 첫 데이트인걸요두근거려 버려서」

 

마치 자기가 지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간파한 듯이 카코가 말하기에호타루는 가자기 안긴 것 하고는 다른 부끄러움에 습격 당했다몸이 접하는 것과 마음이 접하는 것은비슷하지만 역시 다르.

 

「……맞다카코씨잊기 전에……

 

 수줍음을 감추기 위해호타루는 핸드백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서 카코에게 내밀었다정확히 양손으로 들어야 할 크기에예쁜 포장지로 포장된 그것을 보고카코가 몹시 놀란다.

 

「이거……카코씨에게선물이에요」

 

「나에게 말인가요? 어째서--

 

「그게요……그저께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요카코씨는설날이 생일이었는걸요그 날모처럼 만났는데도완전히 잊고 있어서……

 

 그 날 어쩌면 카코도 조금은 기대 했었을지도라고 생각하면호타루는 후회와 죄송한 마음으로 웅크리고 싶어져 버린다이것만은 불행이라는 변명도 할 수 없다순수하게 호타루 자신의 실태다.

 

「그……한 달 이상이나 늦게 준비한 건 미안해요그래도괜찮다면받아 줄 수 있나요?

 

「――후후그럼받을게요고마워요호타루짱그렇지만 나선물이라면벌써 받았다고 생각해요」

 

카코가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뻗는다그러나 상자를 받지 않고우선 손가락 끝으로 호타루의 입술 위를 덧씌운다몇 초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이해하고호타루의 귀가 단번에 뜨거워졌다.

 

「그그게그러니까」

 

「그래도호타루짱의 소중한 거지요?

 

「그게…… 확실히처음이었지만」

 

「그러니까호타루짱에게 그럴 생각이 없었어도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에요, .그래도 제대로 준비한 선물도정말 기뻐요」

 

 조롱이 아니라 솔직한 말그 뒤에 카코가 겨우 상자를 받아 준다정말로 치사한 사람이다.

 

「무엇인지는 신경이 정말 쓰이지만……여기서 여는 것은 과분할지도 모르겠네요그럼우선 가볼까요?

 

「……네」

 

 호타루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둘은 손을 맞잡는다연인이 되고 나서는 손을 잡는 것도 바뀌었다손가락의 사이로 스르륵 들어오는 카코의 손가락은 이제 완전히 익숙해졌지만그래도 그것을 맞이하는 측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그리고나란히 걷는다 보폭은 그럭저럭 익숙해졌다.

 누군가와 걸을 때는 조심스레 한 발작 뒤에서 걷는 호타루도카코와 걸을 때만은곁에 서는 것이 가능하다칭찬도 들었다그래서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다어떤 선택을 해도--아이돌이 된다는 선택에 대해서도-- 불안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던 호타루로서는자신의 마음이 이렇게도 올곧게 되는 것은 처음이라정말로 행복했다.

 사람이 지나가는 거리를 둘이서 천천히 걷는다오늘 데이트는 카코의 쇼핑하는데 호타루가 같이 가는 식이다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일에 대해서나 일상에 대해, 3일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끊어질 기색이 없다.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카코가 추천한 레스토랑에서우선은 조금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개인이 경영하는 작은 가게이지만런치 타임인데도 두 사람 분 자리는 비어 있었고수량 한정 메뉴도 남아 있었다거기에 호타루 취향의 가게 분위기마지막으로 카코와 함께 있어서 일까어쩌면 지금까지 인생 중 가장 훌륭한 식사일지도 모르겠다.

 그 후 다시 손을 잡으면서 걸어목적지인 쇼핑 몰에 도착했지만카코의 봄 옷을 사러 왔을 텐데어느새 카코는 자기보다 호타루의 코디네이트를 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고마지막에는 맞춤옷을 사자는 제안까지 했다과연 맞춤 옷은 아직 부끄러워서 거절했지만악세사리 정도라면이라는 것으로 어떻게든 서로 납득할 수 있었다.

 카코에게 이끌리는 대로 이런 저런 가게에 들어가는 것은호타루에게 있어서는 결코 지치거나 힘든 일은 아니었다평소 자기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하거나 몇 발자국 앞서 가는 사람의 등을 쫓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호타루로서는자신의 손을 잡고 이렇게나 이끌어 주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도중엔 호타루도 과감히 카코를 이끌었고카코는 그것을 미소로 받아들여 주었다그렇게 눈에 띈 가게를 닥치는 대로 들어갔고위험할 정도로 지갑이 얇아졌지만그 시간이꿈 같았다.

 

「너무 들떴을 지도 모르겠네요」

 

 휴게용 벤치에 앉은 카코가옆에 짐을 둔다옷이 든 봉투가 3그보다 작은 잡화나 액세서리가 들어간 것이 4호타루도 옷 봉투 2개와 잡화 봉투를 하나 들고 있었다즐거운 탓에지갑 끈이 느슨해져 버렸다.

 

「그렇네요……예정보다 돈을 많이 써버렸어요조금 들어 줄까요?

 

 과연 카코도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짐이 너무 늘어나서어느덧 손도 잡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조금 도와줄래요손을 내밀어주세요」

 

「손? ㄴ!……

 

 그 말대로 봉투 너머로 내민 오른손카코는 자기가 들고 있는 봉투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더니호타루의 손을 잡고그 집게 손가락에 미끄러뜨렸다.

 

「엣? 이것……

 

「액세서리라고 말해주었는걸요그래서 조금 전에 몰래 샀어요」

 

 호타루의 집게 손가락에심플한 실버 반지가 끼워졌다호리호리한 링에 새겨져 있는 것은잘 살펴 보면 은방울꽃이다카코는 같은 디자인에 약간 큰 반지를 호타루에게 건네주고자신의 손을 내밀었다호타루는 조심조심 그 섬세한 손가락에자기가 쓰고 있는 것과 같은 반지를 끼웠다마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듯한 행위에손가락이 떨리고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든 다 끼우고호타루는 무심코 깊이 한숨을 쉬었다카코가 자기 손가락에 끼워진 그것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첫데이트 기념이네요」

 

「네소중히 간직할게요절대로평생……!

 

 울 것 같으면서도호타루는 다시 한 번 오른쪽 집게 손가락에 있는 은빛을 보았다카코가 자신을 위해 골라준둘이 같은호타루에 있어서 행복의 꽃이 새겨진 링농담도 과장도 아닌가장 커다란 보물호타루는 다른 사람에게 받은 것은 무엇이라도 소중히 하지만이것은 그 이상으로 특별하다.

 

「……어머?

 

 호타루를 지켜보고 있었던 카코가 무언가를 깨닫고시선을 위로 향한다주위를 둘러 보면 다른 손님들도 어쩐지 웅성거리며 하늘을 보고 있다.

 

「무슨 일 있나요……?

 

「어머비 같네요」

 

「비?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닫올려다 보면반투명한 천장이 젖어 있는 것 같아 보였고귀를 기울이면 확실히 빗소리 같이 들린다오늘 아침 일기 예보에서 강수 확률은 10퍼센트라고 했지만그러고 보니 그 10 퍼센트에 당첨되는 것이 자신이었다..

 

「우산가져오지 않았어요. ……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러면 안 되요」

 

 호타루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카코는 재빨리 짐을 모았다.

 

「사실은 가고 싶은 곳이 더 있지만……일단 내 집으로 갈까요?

 

「에? 카코씨네 집말인가요?

 

「이 근처이에요실은」

 

 어째서 데이트하러 온 쇼핑 몰 근처에 카코의 집이 있는 걸까혹시 별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호타루였지만생각해 보면언제나 먼저 전철을 내리는 것은 호타루였기에카코가 내리는 역이 어디인지는 몰랐었다카코는 첫 데이트에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소개해 줄 생각이었다라는 것이었다.

 

 

 하늘은 저 끝까지 답답한 회색 빛으로 가득 차 있고아무래도 소나기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다행히 빗줄기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최대한 압축한 짐을 꼭 껴안고두 사람은 카코가 사는 맨션까지 달렸다.

  아이돌이기에 체력은 있는 편이라젖은 쥐 꼴은 되지 않았다카코가 맨션 관리인에게서 호타루가 갈아 입을 옷을 빌리고재빨리 카코의 방에 들어갔다그곳은아무런 특색도 없는 1 LDK이었고부드러운 색채로 통일된 장식들은 오늘 처음 들어간 레스토랑을 떠올리게 했다.

 

「정말기운 내주세요호타루짱」

 

 코코아를 타가지고 온 카코의 말에도호타루는 소파에 앉은 채 고개 숙일 뿐이었다솔직히카코와 함께 있어서 방심을 한 탓도 있다덕분에 카코가 세워둔 이 후 예정도 모두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자신의 불운은 영혼에 달라붙은 것이라 완전히 사라질 일이 결코 없는 것이라는 것을새삼 느끼게 되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다음 데이트 때 가면 돼요그리고있지요--

 

 곁에 앉은 카코는 미소를 지은 채갑자기 호타루를 껴안고는 입술을 빼앗았다호타루는 어깨를 움찔했다비의 차가움과 입술의 뜨거움이 섞인 감각은 어쩐지 기묘했다.

 

「여기라면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요?

 

「그것은…… 그렇지만……

 

 어째서일까카코가 전혀 아쉬워하지 않기에호타루도 마냥 의기 소침하고 있을 수는 없었고테이블 위에 있는 컵에 들었다이것도 조금 전 쇼핑 몰에서 카코가 산 색이 다른 컵 두 개나란히 두면 각각 고양이 그림이 붙어꼬리가 하트 형태를 그린다.

  코코아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한 모금 마시자달콤함과 따뜻함이 몸 속까지 퍼진다카코와 둘 만 있을 때는언제나 달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 같다.

 

「그래호타루짱에게 받은 선물열어도 괜찮을까요?

 

 카코가 손뼉을 치며 그렇게 말했고호타루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침실로 향했다바로 호타루가 준 그 작은 상자를 들고 왔다비 때문에 걱정했지만아무래도 가방 안에서 무사하게 있었던 것 같다.

 카코가 가지런히 무릎 위에 상자를 두고 조심스레 포장을 풀고나온 상자의 뚜껑을 연다내용은 빗과 비녀 세트였다설날에 입고 있던 화려한 기모노와 어울릴 것은 비녀와 머리카락을 빗을 수도 있고 장식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빗새겨져 있는 것은 밤에 살랑거리는 풀과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작은 빛 무리-- 결국은여름 밤을 수놓는 반디들이었다.

 

「아있잖아요그 무늬를 보고정말로 망설이다가……너무 무겁다고 하지 않을까생각했지만그래도 가장 예쁜 것 같아서정말로 가게에서 1시간 정도는 망설여서……

 

 카코의 반응을 엿보는 것도 무서워서테이블에 있는 컵을 의미도 없이 바라보며호타루가 이야기를 했다. 1시간 동안 망설인 것도 사실이고그 가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코에게 어울릴 것 같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하필이면 그것이 반디 무늬라는 것은카코의 반응을 보면지금까지 인생 중 최대급 불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타루짱」

 

 카코가 입을 열자호타루가 살짝 몸을 떨었다. ――하지만평소와 달리 진지한 음색으로 카코가 한 말은호타루의 상상하고는 다른 말이었다.

 

「나실은 살짝 불안했어요」

 

? 불안--인가요?

 

「내가 호타루짱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단지 어른으로서 아이인 호타루짱을-- 그런 의미로 호타루짱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라고그리고 호타루짱이 좋아한다는 것도같은 의미가 아닐까라고그렇지 않다고는 알고 있지만불안했어요」

 

 호타루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카코가 고백한 그 의문은호타루도 예전에 품고 있었다하지만언제나 밝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사랑해 준 것처럼 보이는 카코가 실은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렇지만안심했어요호타루짱은 오늘그 반지를 받아 주었고이런 선물도 주었으니까요--이제의심할 일은 없겠네요」

 

 카코가 선물을 테이블에 두고상냥하게인형 모양 사탕이라도 취급하는 듯이 호타루를 껴안는다겨우 호타루도 얼굴을 들어 올린다숨결마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서눈과 눈이 마주쳤다.

 

「고마워요호타루짱정말 좋아해요정말로좋아해요」

 

 호타루의 팔이 반 무의식 중에카코의 등을 두른다두 사람의 모습은 그 신사 벤치 위에서 키스를 했을 때보다도 가까웠지만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저도, ……좋아해요정말 좋아해요카코씨를진심으로생각하고 있어요….

 

 잠깐 침묵이 있었다그리고자석 반대 극이 당기듯이혹은 돌고 있던 별가루가 혹성의 인력에 잡힌 듯이혹은 떨어진 과실이 부드러운 그늘 잡초로 향하듯이,호타루와 카코는 입맞춤을 했다.

 카코의 호박색 두 눈동자가 물기를 띠고 있는 것을호타루는 볼 수 있었다다음 순간에는 자신의 눈도 똑같이 된 것을 느꼈다한 번 떨어지고숨을 쉬고다시 입술을 겹쳤다이번에는 단지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카코가 살며시 혀끝으로 호타루의 입술 사이를 덧쓴다호타루에게도 이미 그 정도의 지식은 있었다.조심조심어떤 기대도 담으며 입술을 연다카코의 혀가입술만으로도 느껴지는 코코아의 맛과 향을 더욱 진하게 거느리며천천히 들어오다물론 지식만 있을뿐 경험 같은 건 없어서호타루는 입 안을 뒤지는 듯한 미지의 감각에 당황한다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등골이 오싹오싹해지고 몸의 떨림도 멈추지 않아손은 카코의 옷을 강하게 잡고 있었다카코가 손으로 호타루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지만그것 조차 지금의 호타루에게는 역효과였다불안을 부추긴다는그런 의미가 아니다카코의 손이 기분이 좋아서더욱 더 오싹오싹한 감각을 느껴버린다그럼에도 입술은 멋대로 카코를 유혹하고 있고유혹을 받은 카코는 지금은 사양하지 않겠다는 듯이--적어도 호타루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호타루를 맛보고 있다소리가 울린다자신의 심장이 이렇게도 빠르고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는 몰랐다얼굴은커녕 몸 전체가 뜨거워져서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데도 쓸데없이 아련하다가슴이 답답하고 간지러워서무섭고 달아서불안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서그 감정의 혼돈에서이윽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이 나타난다.

 카코의 혀는 호타루에게 시간의 개념마저 빼앗았는지그 진한 키스가 얼마나 길었는지호타루는 감도 잡을 수 없었다카코가 떨어졌을 때그 혀끝에 투명한 실이 뻗어 나와 끊어진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그 순간 갑자기 굳어 있던 몸에서 힘이 빠졌지만카코에게 매달리고 있는 팔만은 그대로 있었다호타루의 입술 끝에서 흐르던 침을카코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닦았다

 밖에서는 빗소리가고장 난 라디오처럼 계속 울리고 있다벽시계가 1초 1초를 천천히 새긴다휴일 맨션이라는 것은 이렇게나 조용한 것이었을까그런 의문도 잠깐 떠올랐지만그런 것은 이미어찌되었든 좋았다.

 ――아아반드시나는지금부터.

 호타루의 마음 속에서 생긴 그것은확신이었다두 사람을 멈추거나 주저하게 하는 것은반드시 아무것도 없다.

 

「카코씨는……언제나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있을 뿐인 저 같은 것을원하고 있네요그것이……굉장히기뻐요믿을 수 없을 정도로…… 꿈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말이 되어 준다.

 

「그런데도저는좀 더 갖고 싶어져서……카코씨가 저를 원하는 것 이상으로 제가 카코씨를 갖고 싶은 마음만 커져서. ……어리광 부리고욕심 부리고」

 

「――그걸로 좋다고호타루짱이 말해 주지 않았나요?

 

 카코가 아이다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지금 호타루짱을 갖고 싶어요그리고같은 정도로호타루짱에게 나를 주고 싶어요」

 

 그것이결정타였다되돌릴 수 없는 곳으로 함께 날아가기 위한탄환.

 

「카코씨. ……좀 더바라고 있나요?

 

「……네오히려 원해요」

 

「괜찮아요카코씨에게라면……

 

 왜냐하면카코 앞에서 빌린 옷을 입는 것은이제 더 이상참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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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마지막 편이 절정입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을 위해 번역하기로 했었습니다.



아이돌마스터/팬픽 - 기타 2015. 5. 19. 13:41 by 레미0아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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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본이 달린 마이크를 잡은 손에는스테이지에 오르기 직전에 카코에게 받은 따스함이아직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라이브답게 붉은 의상에 입고호타루는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든다공동 출연한 두 사람도각자 인사를 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객석에서 흔들리는 수많은 빛도오늘은 빨강과 초록과 약간의 흰색이 섞여세계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트리 같아 보인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넘어지거나 물건이 떨어지거나 했지만약속대로 카코와 손을 잡고 나온 스테이지는재해 하나 없이 대성공으로 끝났다노래도 댄스도 토크도제대로 잘 말했다는 실감을 호타루 자신도 강하게 느끼고 있다무대 뒤로 가서는세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난데없이 하이 터치를 주고 받았다.

 

「수고했어! 잘했네」

 

「무슨 일이 있으면 대처를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호타루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호타루가 카코에게 운을 나눠 받은 것을 알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어쨌든 멤버들은 무사하게 성공한 것에 대한 놀라움이나 기쁨이 더 큰 것 같았다호타루 자신도 그렇기에그것도 그 동안 폐만 끼쳤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다음 차례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다두 사람은 분장실로 향했지만호타루는 따라가지 않고무대 뒤편 엷은 어둠에서 스테이지를 바라 보았다이미 다음 유닛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프로덕션에서 유닛으로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4인조로입고 있는 의상은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이지만 하나 하나가 각자의 개성도 반영하고 있다.

 스테이지를 그렇게 보다가호타루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자기가 보고 있는 스테이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또 자신의 탓이라고 들어버릴 지도 모르고듣지 않더라도 일단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불행을 부른 것 같은 상황을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봤었다.호타루는 빠른 걸음으로 분장실로 갔다어슴푸레하고 배선이나 기재가 널브러져 있는 곳을힐을 신은 채 걷는다넘어진 적이 산만큼 많다 보니시선은 내려가기 십상이다.

 

 

「어머호타루짱수고 하셨습니다」

 

 분장실로 돌아간 호타루를 맞이해준 것은카코의 미소였다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것 같은 두 사람을 미소로 맞아주었다카코와 만나면 운을 나누어 준 것에 대해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다른 사람들도 있다면 아무래도 하기 힘들다.

 

「마침 시라기쿠양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저의 이야기……인가요?

 

 조건 반사적으로 준비를 해버리는 호타루였지만들어보니 아무래도 호타루의 평소 노력이나 아이돌로서의 포텐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겨우 호타루짱을 제대로 봐주었구나라고 생각하니정말 기뻐요」

 

 그런 말을 태연하게 하며카코는 평소대로 싱글벙글 웃고 있다그 표정에 대해서 호타루의 마음 속에서 태어난 감정은 두 가지어느 쪽이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모순되는 감정이라는 것은 확실히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래호타루치실력으로는 우리들하고 짤만한 아이돌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요 아니요 두 사람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야 노력하고 있지만그래도 솔직히 시라기쿠양의 실력을 보자면―……

 

 겉치레를 들은 경험도 풍부한 호타루로서는두 사람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은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그리고 동시에 거기에 있는 바람이 결코 칭찬이나 부러움 같은--긍정적인 감정 만이 아닌 것도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호타루의 스케줄은 연말에도 나름대로 채워져 있었고대신 새해가 되고 나서 며칠 간은 레슨을 제외하면 오프이다.

 아직 연초까지 일이 생길 정도로 인기 있는 아이돌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연초에 호타루가 일하러 나와봤자 재수가 좋지 않다고 프로듀서가 조정을 해주었다,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프로덕션에서는연초에 안성맞춤인 운이 좋은 아이돌도 있고.

 

『그럼 이쯤에서 특별 게스트 등장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명물수수께끼 아이돌타카후지 카코씨

 

『안녕하세요카코입니다―. 가지가 아니라 카코예요

 

 매년 새해마다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생방송을자택 거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설날은 이렇게 한가롭게 보내고첫 참배 같은 것은 다음날 이후에 하는 것이 시라기쿠가이다.

 떡국이 담긴 그릇에서 오르는 김 저 편에서기모노 차림으로 나타나 매년 하는 대사를 말하는 카코는역시 아름답고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만--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 미소와 누구도 아닌 자기를 향한 미소는전연 비교가 되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카코와 직접 만난 것은크리스마스 라이브 뒷풀이였다그 후에는 몇 번 정도 전화로 사무적인 이야기를 한 정도다호타루에게도 일이나 레슨이 있고카코도 연초 아이돌 활동을 위해 레슨 중이라연말에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하고 있었다하지만--만나고 싶었다정말로강하게.

 1주일 동안 만나지 않는 것이전에도 별로 드물지 않았던 일인데지금은 그것이 마치 세계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을 보는 것 같아외롭고 슬프다.

 반드시 그것은 자기 안에서 생겨 버린 감정 탓호타루도 그 정도는 이미 자각하고 있었다카페 테이블 위에서 닿았던 손가락 감촉밤 중에 돌아가는 길에 상냥하게 감싸 준 손의 따스함칭찬의 말격려의 말그 어떤 말도어떤 것도 빠뜨리지 않고생생하다.

 

「이 사람호타루가 지금 있는 프로덕션의 아이돌이었네」

 

「아응」

 

「사이 좋아?

 

  무를 젓가락으로 뜨면서옆에서 어머니가 묻는다톳토리현민인 어머니는 아직 관동 떡국에 익숙해지지 않았는지무를 몇 초 바라보고 나서야 입으로 옮겼다.. 내년에는 팥이 들어간 톳토리 현 식 떡국이 나오니까아버지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잉다.

 카코와 사이가 좋은 것인가다시 생각해 보면의외로 어려운 질문이었다적어도 험악한 사이는 아닌 것 같다카코는 호타루를 응원 해주고몰래 도와주기도 한다무엇보다도카코 본인이 호타루는 웃는 얼굴로 지내 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주었다그것도 두 번이나--두 번이나 그런 말을 잘못 들었다는 호타루의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솔직히 그 언동이 어떤 감정 때문인 건지호타루는 전혀 알 수 없었다자신을 특별 취급해 주는 건지단지 프로덕션 일원 중 한 사람으로서 신경을 써주는 건지연장자로서 책임을 지는 건지. 

냉정하게 돌이켜 보면웃는 얼굴로 지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심코 들떠 버린 감이 있다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사이는좋다고 생각해」

 

 결국애매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어머니도 적당하게 반응하고 떡을 먹었다.

 둘이서 뒷풀이를 했을 때와 우연히 둘이서 돌아가게 되었을 때실제로는제대로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그 때밖에 없었다그렇기는커녕그 라이브를 위해 함께 레슨을 받게 될 때까지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호타루는 애초에 일 말고는 상대와 필요이상으로 깊은 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물론자기의 불행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카코가 운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그렇다고 해도 호타루가 태도를 바꾸진 않았다.

 그럼에도함께 레슨을 받았을 때카코는 당연하다는 듯이 호타루에게 말을 걸어주었다호타루의 불행 체질을 모를 일도 없을 텐데겁을 먹지도 않은 것처럼,자연스럽게그래서방심해 버렸다.

 

「굉장히좋은 사람이야나에게도 상냥하게 대해주고지지해 주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호타루의 입에서그런 말이 나오고 있었다그릇을 들어 올리고 있던 어머니가 눈으르 동그랗게 뜨고 놀라며호타루의 옆 얼굴을 바라 보았다.

 

「호타루가 프로덕션 사람에 대해그렇게 기쁘게 이야기하는 거처음일지도」

 

「에? 나……기뻐 보여?

 

「정말 기뻐 보여」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어머니야말로 매우 기뻐 보였다자신도 그 말 그대로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호타루는 남의 일 같이 느껴져갑자기 어색한 움직임으로 젓가락으로 떡을 집어 먹었다.

 텔레비전에서는 깜짝 기획 VTR이 끝나고드디어 카코의 숨은 재주 코너를 하고 있었다올해의 숨은 재주는 팽이 돌리기라고 한다그냥 돌리는 것이 아니라,팽이를 공중에 띄우고팽이끈으로 바로 쳐서 그 위에 태워 올리는 기술인 것 같다그 자리에 있는 연예인이나 탤런트들 중 몇 명 정도 시도를 했지만당연하게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다.

 신인 연예인이 날린 팽이가 그 사람의 머리에 직격으로 맞아 모두 웃었고거물 탤런트가 같은 짓을 해서 더욱 웃게 하더니팽이와 끈이 카코에게 갔다쭉 싱글벙글 웃고 있었던 카코가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화한 분위기는 변함 없어얼핏 보기엔 그냥 미소 짓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끈을 감은 팽이를 살짝 던지고끈을 힘차게 당긴다회전을 시작하면서 떨어지려는 팽이를 양손으로 편 끈으로 받아 들인다--보통이라면 백 번을 도전해도 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곡예라도카코에게 걸리면 단 번에 성공한다팽이는 끈 위에서 곡예 같이 계속 돈다연예인들 사이에서 관람석에서 성대한 박수가 나온다.이 사람은 매년 대단하네라며 호타루의 어머니도 작게 박수를 쳤다.

 많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할 수 있고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돌카코는 호타루에게 있어아이돌로서 이상에 가까운 존재였다아무리 레슨을 받아도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해도영혼 깊이 있는 무엇인가에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는어쩌면 평생 따라 잡을 지도 못할그런 이상.

 그럼에도질투나 자기 혐오는커녕부러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다만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다그녀가 더 이상 먼 존재가 되어 버리기 전에.

 

 

 내일은 첫 참배를 하러 가거나 친척 집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오늘 예정은 특별히 없기에오후쯤에 이르러서는 호타루도 한가함을 주체를 못하게 되었다학교 숙제도 이미 끝났다평소에는 혼자 연습하러 가겠지만과연 호타루라도 설날부터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다공부를 위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계속 보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다가애초에 제대로 공부가 될만한 프로그램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 까닭에 어머니와 둘이서코타츠에서 나가는 것도 귀찮은 기분으로 틀어둔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었던 호타루였지만다다미에 두고 있었던 스마트폰이 갑자기 울렸다화면을 봤더니 거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름멍했던 의식은 그 이름을 본 순간얼음물을 맞은 것처럼 제 정신으로 돌아오고갑작스런 연락에 놀라 당황하면서도호타루는 통화를 탭했다.

「네!,  시라기쿠입니다」

 

『여보세요―,  호타루짱인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올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네에나야 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해요』

 

「아니요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나요?

 

 바로 2시간 정도 전에 텔레비전을 통해 듣고 있었던 목소리를지금은 직접 듣고 있다그것이 어쩐지 뭉클해진다동시에 무언가 중요한 것을 떠올린 것 같지만빨리 지워 버렸다.

 

『괜찮다면첫 참배 가지 않을래요?

 

「첫 참배인가요? 그카코씨와둘이서인가요?

 

『호타루짱이 좋다면둘이서가는 게 어떨까요?』

 

 경악 후에 한층 더 경악호타루는 무심코 일어나려다가코타츠 모서리에 제대로 무릎을 부딪쳤다괜찮아?. 라고 어머니가 의아하다는 묻는 것에 쓴 웃음으로 대답하면서코타츠에서 나온다.

 

「갈게요가고 싶어요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면 되나요? 그일은 괜찮나요?

 

『오늘 일은 우선 끝났어요내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정이 가득 차서간다면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요』

 

그 후 카코가 말한 것은평소에는 거의 가지 않는 역 이름이었다작고 사람들도 많지 않은 역인 걸로 기억하고 있다신경 써준 걸까그럼 기쁠 텐데그 생각이 호타루의 입가를 느슨하게 만들었다불행에 말려들게 하거나 말려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사람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알겠어요그럼 있다가 봐요!

 

 전화 너머로 인사를 하고호타루는 전화를 끊었다. ……설날부터 바라고 있었던 것이 갑자기 실현되어 버렸다어쩌면 이걸로 올해 운을 다 쓴 걸지도 모르지만,그걸로 카코와 둘이서 첫 참배를 갈 수 있다면나쁜 거래는 아니다.

 

 

 

「어머후리소데」

 

「아니요아니에요이것은……

 

 약속 장소인 역 앞에서호타루는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다텔레비전에서 입고 있던 것하고는 다른 기모노를 입은 카코가 더 이상은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과자신의 궁상맞은 후리소데 차림을 하필이면 카코에게 보여 버려 부끄러운 것얼굴이 붉어진 이유는 주로 그 두 가지였다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기모노가 익숙하지 않은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첫 참배에 간다고 말했더니 어머니가 이상하게 기합을 넣어 버려서……첫 참배는 언제나 부모님과 이튿날 가다 보니제가 부모님 말고 다른 사람하고 첫 참배를 하러 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서그래서……

 

「그런가요우후후정말 잘 어울려요귀여워요호타루짱의 어머님께 감사해야겠네요」

 

 어쩐지 매우 기뻐하고 있는 카코그것을 보고결과 좋은 걸까라고 호타루는 생각했다거기에 카코도 기모노 차림이기에호타루가 원래 생각했던 대로 사복을 입고 왔다면 그야말로 기가 죽었을 것이다하늘 반 정도를 가리는 구름도 카코의 걸음에 맞춰 개이고 있다라고 생각해 버릴 정도로카코의 기모노 차림은 눈부셨다.

 

「그럼가볼까요?

 

 카코가 걷기 시작했다이 역에서 갈 수 있는 신사에 대해 호타루는 아는 바가 없기에카코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기억 그대로 사람이 적은 역나오자마자 호타루는 포장이 엉성한 지면 위에서 넘어졌다.

 

……

 

「괜찮나요?

 

「죄죄송해요옷도 신발도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역에 올 때도 몇 번이나 넘어질 거 같아서한 번은 정말로 넘어졌지만요……

 

「그런가요그럼손을 잡아요」

 

 카코의 마치 당연한 듯한 발언에라고 호타루가 맹한 소리를 내버렸다멍하니 있는 호타루를 향해 카코가 손을 내밀었다호타루는 그 새하얀 손을 바라본다.

 

「무슨 일 있나요?

 

「그……가족 말고다른 사람하고 손을 잡는 거처음일지도 몰라서」

 

 나에게 닿으면불행이 전염될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뻔했다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그런 말을 하면카코는 반드시 슬퍼해줄 지도 몰라서.

 대신마음을 다잡고손을 뻗었다내밀어진 카코의 손을 살며시 잡자카코가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악수예요」

 

「엣? 아죄송해요……

 

 

 

「그러고 보니첫 참배어째서 저와……?

 

 3할 정도만 열려 있는 조용한 상점가에서두 사람 분의 딱딱한 발소리가 울린다카코의 왼손을 잡는 자신의 오른손은 어떻게 해야 할까힘은 어느 정도 주어야 할까어디까지 손을 대어도 좋을까같은 생각을 하며 당황했지만서도 호타루가 물었다.

 

「어쩐지……호타루짱하고 같이 있고 싶다고어쩐지 모르게 생각했어요」

 

 꼬옥카코의 왼손에 작게 힘이 들어가호타루의 사소한 당황을 날려 버린다카코의 음색은 정말로 밝았지만호타루에는 시선을 그녀에게 돌릴 용기조차 없었다.

 

「나는 역시 설날에는 길조를 비는 물건 취급이라 첫 참배에 함께 가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불러요올해도 그랬지만그래도 전부 거절했어요」

「……저와 함께 있는 게좋아서인가요?

 

「아마그럴 거에요」

 

「과분해요그런……저 같은 것과 가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 하고 가는 것이 더 즐거웠을 텐데..

 

「정말조금 전에도 말했잖아요나는호타루짱하고 있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어요」

 

 카코의 오른손이어르듯이 호타루의 머리에 닿았다자신의 손보다 약간은 큰 손바닥기쁘고안심이 되었다그러면서도 더욱 당황하게 된다.

 카코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걸까어떤 생각으로 대해주는 걸까알 수 없다동정해 주는 걸까신경 써주는 걸까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가볍게 놀리는 걸까모두 있을 수 있을 만한 일이지만한편 위화감도 있다조용한 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그것만이호타루가 단언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호타루가 이름도 모르는작은 신사였다첫 참배를 나온 사람은 거의 현지 사람들뿐인 것 같고경내에는 대충 열 정도 밖에 보여지 않는다.

 

「여기는 예능신이 있어요그리고사람이 적은 곳이 좋을 거 같아서」

 

「카코씨……

 

 이어진 손에 자연스레 조금 힘이 들어가 버린다이런 상태로 닿고 있으면뭔가 착각할 것 같다.

 기모노를 입고 첫 참배를 하러 온 것이 처음이라다소 어설프게 손을 씻고 돌층계를 천천히 오른다손은 또 다시 맞잡았다차갑고 촉촉해진 서로의 손은손을 씻기 전보다도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참배객이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을 호타루는 느꼈다작은 신사에화려한 기모노 차림인 두 사람--게다가 둘 다 아이돌--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무리도 아니다오전에 TV를 통해 카코를 본 사람도 있을 테고호타루도 알려져 있을 가능성은 있다머지않아 외출하는데 변장이 필요할까라고 생각해 볼까도 했지만,그런 자신을 마음 속으로 그리는 것은호타루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얀 계단을 올라가배전에 손을 맞댄다카코는 일부러 신에게 빌지 않아도 대체로 바라는 것은 척척 이룰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한 구석으로 치우고호타루는 자기는 아무리 해도 봐줄 것 같지 않은 신에게그럼에도 마음을 담아 빌었다믿는 마음까지 없어져 버린다면정말 손을 쓰지 못할 것 같다.

 

「무엇을 비셨나요?

 

「그카코씨와--

 

 올해도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무심코 계단을 내리다가 멈춰서고는호타루는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말하려고 한 것을 겨우지금 자기가 빌었던 것을 겨우 깨달았다마치 그렇게 빌기로 한참 전부터 정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터무니 없는 일을 바라고 있었다.

 

「――카코씨프로덕션 모두그리고 가족들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기쁘기를이라고……

 

「어머자기에 대한 게 아닌 가요?

 

「저는……주변 사람이 행복하다면저도 행복하니까요」

 

 어떻게든 둘러댄 소원을 다행히 카코는 의심하지 않는 것 같다호타루다운 소원이다라고 생각해 준 것 같다그것은 그것대로 조금은 슬프지만.

 

「저는 불행할 뿐이고연습하지 않으면 미소도 지을 수 없으니까……적어도 다른 사람은 미소를 지었으면 해서그래서 아이돌이 되었어요저는」

 

「그럼나와 같네요나도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고 싶어서 아이돌이 되었어요평소에는 사무원이지만요」

 

「……그랬군요」

 

「네그래도저는 역시 호타루짱이 먼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고그래서 호타루짱이 행복그런 것이 아니라호타루짱이가장 먼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계단을 내려 갈 때 다시 이은 손을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리며카코가 곁눈질로 호타루를 본다호타루의 고동이 뛴다.

 오미쿠지 뽑을까요라고 카코가 말한다돌층계를 걷자 마자 뽑는 곳이 있다.

 

「오미쿠지인가요……그러고 보니카코씨는 지금까지 대길 밖에 뽑은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정말인가요?

 

「정말이에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카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호타루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일단 말해두지만 호타루는 정 반대로태어나서 길을 뽑은 적이 없었다올해는 대흉이 아니고 흉이었다고 조금은 좋을지도라고 학교에서 이야기하면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 경험도 있다.

 게다가오늘은 카코와 함께 있다아무리 그래도 대흉은 아니지 않을까정도의 희망이 생길 것도 같다앞이 투명한 상자에 백 엔을 넣고 카코와 쭉 잡고 있었던 손을 살며시 떼었다조심조심 뽑고숨을 감추며 열어 보았다.

 

「마말길……!?

 

 호타루에게 있어 그것은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기쁨보다 곤혹스럽고 초조한 마음이 압도적이어서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카코를 바라 보았다.

 

「어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코씨……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올해의 운을 남김없이 써 버렸어요……

 

「아니무서워할 일이 아니에요……?

 

호타루가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는 것이 전해졌는지카코가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든 호타루를 진정시킨다.

 

「말길이든 흉이든그런 것 보다 쓰여 있는 문장이 중요해요어떻게 쓰여 있나요?

 

「……행복한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무엇이 행복한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다잘못하면 재난을 부른다. ……라고 해요」

 

 뭐랄까 당연한 말들만 써있는 것 같아서곤란해져 버렸다그렇다고는 해도 태어나서 처음 뽑은 말길이다반드시 경고가 아닌 격려하는 문장일 테니마음에 새겨 두자라고 호타루는 생각했다밑에도 세세한 것들이 많이 쓰여 있어 읽었더니가장 밑에 있는 한 줄이 눈에 띄었다.

 연애-- 신중하게 할 것.

 

「나도 뽑아 볼게요」

 

 포근한 목소리카코도 100엔을 상자에 넣고일부러 호타루와 이어져 있었던 왼손으로 오미쿠지를 뽑았다호타루가 깨달았을 때는 카코는 이미 다 뽑은 뒤였고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펼치고 있었다.

 

「후후보세요올해도 대길이에요」

 

 설날부터 호타루짱과 만날 수 있게 된 시점에서 확신을 했었지만같은 말을 하며카코가 내용을 대충 훑어보기 시작한다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신중하게 인 것일까 호타루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제비 뽑는 곳 옆에 있는 텐트에서 나눠주고 있는 감주를 받고두 사람은 경내 구석에 있는 낡고 더러운 벤치에 앉았다돌층계에서 꽤 떨어진나무 그늘에 가려져서 남들 눈에 좀처럼 띄지 않을 듯한 장소이다평소에는 일어날 때 옷이 찢어지지 않을까 무서워서 그다지 앉지 않지만지금은 카코와 함께 있으면이라며 안심하고 있다.

 몇몇 참배객들의 이야기 소리나 나무 어디에서인가 들리는 새의 소리만이 들릴 뿐경내는 아주 평온해서 기분이 좋았다여기서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종이 컵을 양손으로 들고 감주를 한 모금 마시자걸쭉한 달콤함이 입 안에 가득히 퍼진다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따뜻하고 맛있다.

 

「아카코씨오전에 생방송 봤어요」

 

「어머감사합니다숨은 재주도 성공했고나로서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지만요……

 

「네굉장히 멋졌어요숨은 재주도……매년 조금씩 난이도 오르고 있지요? 그……

 

「네매년 봐주고 있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서힘내고 있어요」

 

 감주를 마시고 한숨을 쉬는 카코.

 

「호타루짱은일 며칠부터 시작하나요?

 

「저는 그게……일은 5일부터이에요레슨 시작은 모레이지만요」

 

「모레인가요? 모처럼 설날이고좀 더 쉬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 정도 밖에할 일이 없어서요오늘도 정말 한가해서카코씨가 불러 주지 않았다면아마 쭉 집에서 텔레비전을 만 봤을 테고」

 

 자조하며 힘이 빠지는 호타루취미란에 레슨이라고 써 버릴 정도로호타루에게는 아이돌 밖에 없다게다가 그 아이돌 활동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그런 자신을 돌아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괜찮아요지금 있는 프로덕션이라면-- 카코씨가 있어 준다면」

 

 굵은 자갈을 밟고 있는 발에서 시선을 떼고 과감히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손을 잡고 있는 건 아니지만대신에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있다.언제나 어딘가 닿고 있다그 따스함이 호타루를 받쳐준다.

 

「내가인가요? 확실히호타루짱에게 운을 나누어 주거나 지지해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아니요그런 게 아니라…… 그게그것도 있지만」

 

 호타루는 작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카코에 대한 기분이실은 불행투성이였던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 대한 감사나 동경을 착각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지금도 그 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스·포츈》으로서 했던 그 첫 라이브는카코와 함께였기에그렇게나 반짝반짝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라고 호타루는 생각한다그 인식 자체는 지금도 변함없다단지-- 카코 덕분그렇게 말한 것은단지 그녀가 행운을 가져와 주었기 때문에라는 것만이 아니라.

 라이브를 위해 같이 레슨을 받을 때어쩌면 그보다 좀 더 이전에그리고 그 겨울 날 돌아가는 길에서돌이킬 수 없게 된감정그녀에게 첨부된 행운이라는 가치가 아니라좀 더 순수하게타카후지 카코 라는 단 한 사람에게호타루는 애타는 감정을 반드시 품고 있다그렇지 않다면카코가 해준 말이나 표정이나 손의 따스함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건있을 수 없다.

 

「그……카코씨가 대단한 행운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그 라이브를 하는 도중에 평소처럼 무엇인가 불행이 일어났더라도-- 카코씨와 함께 라이브를 했다는 것만으로도저에게 있어서 그것은굉장히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서……

 

「호타루짱--

 

「물론카코씨는 운이 정말 좋고제 불행을 지워주어서그것도 기쁘고감사를 다 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요. …… 그래도」

 

 말을호타루는 아직 정리할 수 없었다많은 단어들이많은 문장들이 거품처럼 떠오르고자제심이란 방탄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무엇을 어떻게 전해야 좋을까, 10년 겨우 넘은 인생 경험으로는 온전히 판단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다만얼굴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조금진지한 이야기를 해도괜찮을까요?

 

 카코가 넌저시지금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물었다종이컵에서 떨어진 손가락이조금 전 뽑았던 대길 오미쿠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진지한 이야기인가요…..

 

「진지한 이야기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카코의 옆 얼굴은 매우 진지했다사무원으로서 일을 하고 있을 때와도아이돌로서 레슨을 받을 때와도일에 몰두할 때와도 다른호타루가 카코와 만나고 나서 처음 보는 표정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 밖에 몰랐던 호타루에게 있어서그것은 어떤 의미로 불안했다

 

「나어릴 때부터우연히 이런저런 것을 쉽게 얻었어요그래서그 이상을 갖고 싶어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어요그런 것은 어리광이니까요」

 

 그녀 자신의 양심 탓도 있을 지도 모른다주위 사람들의 질투하는 시선그런 것이 어린 카코의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호타루는 상상했다카코는 상냥한 사람이니까--그렇지 않으면그런 인생이었기에 상냥하게 되었던 걸까.

 

「언제부터인가무엇인가를 갖고 싶다는 감정 그 자체가조금씩 사라지는 거 같았어요」

 

 호타루하고는 정반대라고 해도 괜찮은 인생이 거기에 있었다호타루는 언제나 갖고 싶어하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어그럼에도 포기를 할 수 없어서다음에야말로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어 버린 적이 많다지금도 그렇다레슨을 많이 받고경험을 많이 쌓으면조금 더 하면 잡을 수 있다라고 생각한 순간에 밸런스가 무너지고실패한다그런 것 뿐이다.

 

「그런데최근--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조금 이상해요」

 

 카코의 시선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장소가 아니라 시간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었다호타루는 카코의 옆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덧깨달았을 때는호타루짱을 만나고 싶다일도 함께 하고 싶어다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나가거나 하고 싶다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 버렸어요」

 

「…………?

 

「작년처음으로 함께 레슨을 받았을 때그 후에우리들 이야기 했었지요?

 

「네……그랬네요」

 

「그래서처음에는 나는 적어도 호타루짱을 친구라고 생각하니까그래서 만나고 싶어하는 걸까라고 생각했어요그렇지만그것도 어쩐지 아닌 것 같았고이 기분은 무엇일까라고……

 

 호타루짱 본인에게 물을 수 있는 일은 아니네요라고 카코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호타루는 웃을 여유도 없이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카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주는 카코의 진심을 이래저래 억측했었던 호타루에게카코 자신도 잘 모르겠다그런 대답이 날아 오고 있었다단지 그것은 호타루의 입장이고카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그 기분이 무엇인지는대체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정말로 나는 잘 모르겠어요나는어쩐지 모르게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대부분 우연히 손에 들어와요그래서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기분으로 이렇게 머리가 가득 채워진 것은인생에서 처음이에요」

 

「제가……갖고 싶은가요?

 

「그렇게되는 건가요?

 

 카코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순진함도질문을 긍정해준 것도호타루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 같은 놀라운 일이었다종이컵을 쥔 손이 희미하게 떨린다.

 

「호타루짱이 웃는 얼굴로 있으면 좋겠다내 개인적인 어리광이다라고전에도 말했지요그것은 정말이에요? 호타루짱의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워서좀 더 보고 싶어요정말로그만큼이에요」

 

 카코는 부끄러운 듯했지만얼버무리거나 하지 않는다이미 곡해의 여지도 없는 말만을 했다그렇기에 호타루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그녀는정말로 진심으로 자신을 원하고 있다그런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그런 거에요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호타루짱은어떤가요?

 

「엣?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호타루는 몹시 놀란다천천히 이쪽으로 향하는 카코의 눈동자에는호박색 안에는불안이 배어 있었다그렇지만 입가는 여전히 미소의 형태인 것이호타루의 가슴을 조인다.

 

「호타루짱은갑자기 불러도 이렇게 나와주지만……귀찮지 않습나요? 나의호타루짱을 갖고 싶다는 이 어리광을계속 부려도 괜찮을까요?

 

「폐라니그런……!

 

 무심코 몸을 편 채호타루가 고개를 가로젓는다대답을 1초라도 주저하면 그 사이에 카코가 멀어질 것 같아서깊은 곳에서 나오는 말들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저도카코씨와 같아요카코씨를 좀 더 만나고 싶어서좀 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좀 더 함께 있고 싶어서……이야기를 하거나외출을 하거나그런 게 아니라도단지 함께 레슨을 받거나일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서우연히 같이 집으로 갈 때도… …..

 

 무릎 위에 있었던 카코의 손에호타루는 무의식 중에 손을 포개고 있었다스스로 누군가를 만지기 위해서 상당히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호타루가무의식 중에 그런 행동을 했다

 

「아무튼……카코씨와 함께 있으면 좋아요카코씨와 둘이 있으면 좋아요」

 

 말을 하면 할 수록정말로 전하고 싶은 바람들이 호타루의 마음 속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예상도 상상도 없다오직 하나의 신념 밖에 없다라고 호타루는 느꼈다지금을 놓치면이제 전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불행뿐인 호타루의 인생이지만다시 생각해 보면 행운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예를 들자면지금까지 생명이 위험해질 만한 상처나 병은 없었다지금 이쓴ㄴ 프로덕션에 올 수 있었다카코와 만날 수 있었다그런 몇 개의 기적들 덕분에지금 이 순간에 이 장소에 있다.

 

「저카코씨를 좋아해서-- 그러니까」

 

꾸밀 여유 따위는 없었다전하고 싶은 마음을 뽑아내는 것도고작이었다

머리 위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이상할 정도로 확실하게 들린다사랑 노래일지도 모른다새도 그냥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는 것일 뿐이겠지만그것을 사람들은 노래라고 표현한다그렇다면 새가 보기에는자기가 말한 지금 꾸미지도 못한 고백도노래로 들리는 것일까그런 것을머리 한 구석이 떠올리고 있었다.

 

 

「――좋아해」

 

 시선을 맞춘 채로카코가 그 한 마디를 되새긴다두 번세 번눈을 크게 깜박임인다마른 바람이 발 밑에서 분다자신의 마음이 분명하게 제대로 전해졌는지호타루는 불안해서 참을 수 없었다만약 좋아해’ 라는 단어의 의미가 카코와 호타루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면그것은 아마아무 것도 전하지 않는 것보다도 괴롭고슬플 것이다서로 바라보기만 하는 침묵의 시간이, 1분 정도 이어졌다.

 그것을 살며시 지운 것은카코가 지어준 미소평소 대로상냥하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그랬네요이 기분은그런 것이군요」

 

 가속하는 심장이 뛸 때마다 불안이 쌓이지만그 호박색을 호타루는 들여다 보려고 했다카코의 손이 뻗고,, 그런 호타루의 뺨에 닿았다머리카락을 빗기고손가락이 귀에 닿았다.

 

「좋아해요호타루짱을 좋아하네요그래서갖고 싶어하고만나고 싶어 하고-- 만나서함께 있으면 좀 더 좀 더 갖고 싶어지는 거네요. ……호타루짱에게배워 버렸어요」

 

 카코의 무릎의 위에서 포개져 있었던 두 사람의 손은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손가락끼리가 얽혀 있었다이제 호타루에게는카코의 목소리와 자신의 심장과 혈류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랬어요호타루짱을쭉 보았어요」

 

갈 곳을 잃은 호타루의 한 손이 하늘을 방황하다가똑같이카코의 뺨에 닿았다매끈매끈한 하얀 피부에 닿으면타는 듯이 뜨거운 뺨감주 때문이다라는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열이렇게 된 이유를 호타루는 하나 밖에 생각할 수 없었고그것은 지금 자신의 뺨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와 같았다카코와 호타루는 마치 거울 바라보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모르는 사이에 가까워진 서로의 눈을 보고 있었다.

 

「쭉보았어요」

 

「아-----저ㄷ」

 

 저도반드시.

 말하려고 했던 호타루의 입술이카코의 입술로 막힌다.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된다부드러운 감촉녹을 것 같은 달콤함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카코의 입술이 가져온 그 감각에세계의 모든 것이 채워진다놀라는 걸까행복한 걸까?  그런 단순한 것마저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고단지 부드러움과 달콤함과 뜨거움만이텅 비어진 의식을 채워줄 뿐이다.

 시간의 개념마저 잊게 된 호타루는,그게 얼마나 길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호타루짱?

 

 어느새 떨어져 있던 카코의 입술이 이름을 꺼내자그제서야 호타루는 간신히 눈을 떴다두 사람의 양손은 아직 변함없이 그 위치 그대로다시선도 마주보고 있다그럼에도 세계는확실히 변했다.

 

「아죄송해요……처음이라그」

 

 급격하게 부끄러움이 끓어 올라호타루는 눈을 피하려고 했다하지만 호타루의 뺨에는 여전히 카코의 손이 닿아 있어호타루는 도망갈 수도 없었다카코의 시선에서그리고 자기 마음 속에서 속절없이 태어나 버린 어리광에게서.

 

「그다시 한번……이번엔제가 먼저해도 될까요?

 

「――네부디」

 

 카코가 눈을 감는다호타루가 천천히 다가간다요염한 입술에 자신의 그것을 포개는 것을 주저했던 것은자신에게 닿으면 불행이 전염된다는 것도자신의 입술이 카코만큼 예쁘지 않다는 것도 아니었다말하자면그것은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예감-- 그러나.

 호타루와 카코는두 번째 입맞춤을 했다첫 번째보다 강하고상냥하게.

 

아이돌마스터/팬픽 - 기타 2015. 5. 19. 11:5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秋山幽님에게 5월 4일부로 메세지를 보냈으나,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추후 秋山幽님의 반응에 따라 대응할 예정입니다.






타카후지 카코 - 시마네 2 (참조)

 



 

시라기쿠 호타루 - 돗토리 2 (참조)



 

 

사랑과 벌

 

하나

 

 

 성공했다.

 넘어지지 않았다의상이 찢어지지 않았다힐이 꺾이지 않았다조명이 꺼지지 않았다음악이 끊어지지 않았다마이크 전원이 꺼지지 않았다세트가 망가지지 않았다관객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지 않았다가사가 뜨지 않았다안무를 틀리지 않았다미소를지킨 채 끝났다.

 ――성공했다끝까지아무 불행도 없이.

 스테이지 위에서 숨을 가쁘게 쉬면서흔들리는 듯한 환성을 그 몸으로 받으면서시라기쿠 호타루는 멍하니 생각한다실감난다고 하기엔 남의 일인 것 같고,방관이라 하기엔 그렇지도 않어서그렇기에 단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꿈 속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다리가 땅에 붙어 있지 않은 듯한둥실둥실그런 감각을 호타루는 느끼고 있었다고양달성감가슴을 찌를 것 같은 고동가벼운 산소 결핍에 피로감까지도모든 것이 그녀를 축복하는 것 같았다.

 해프닝에 휩쓸리지도실패를 범하지도 않고 마친 스테이지는이렇게나 반짝반짝 빛이 난다이미 양손으로 세지도 못할 정도로 라이브를 했는데호타루는 그 빛을 처음으로정말로 처음으로 겪었다펄 화이트 사이리움이, 8백여명을 동원하는 객석에 가득 켜져 있는 모습은눈부신 달빛에 비추어진 은방울꽃밭 같았다.행복이거기에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호타루짱」

 

 곁에서또렷하게 부르는 목소리소리의 홍수 속에서도그것만큼은 다른 영역에서 온 것이 확실하게 들렸다.

 반 정도 꿈 같은 기분은 느끼고 있는 채로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 보았다그곳에는 여신이 있었다자신의 불행을 지워준행운의 여신이.

 

「카코씨」

 

「자모두에게 뭔가 한 마디를」

 

 그렇게 말하며카코는 웃었다몇 살이나 연상인데도 너무나도 친숙한 천진난만한 미소레슨때부터 지금까지 쭉호타루를 지지해 준 미소.

 호타루의 의식이 쿵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시선을 앞으로 돌리자아직 하얀 빛이 가득했다간신히호타루는 실감했다자신의 라이브가성공한 것을.

 

「――네」

 

 손가락이 희어질 정도로 강하게 마이크를 쥐고힘껏 들이마신 스테이지의 공기가불타는 듯한 그 열기로 호타루를 채운다.

 노래를 마친 후 한 마디--지금까지는 사고나 미스가 있어그것을 자신의 불행 탓이라고또 저질렀다고 마음 속으로 자신을 탓하면서목소리를 겨우 짜내어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지만오늘은 다르다오늘이라면 말할 수 있다솔직하게똑바로.

 

「오늘여기서노래를 불러서 기뻐요……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기만 했으니까고개를 숙이면 눈물이 흘러 넘치니까그런 이유는 아니다왜냐하면 눈물은 이미 흘러 넘치고 있었으니까카코가 자기 대사를 말하면서살며시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스탭 리더의 목소리가 넓은 분장실에 울리고그 말에 그곳에 있던 전원이 박수를 쳤다.

 벽에 기대면서 호타루도 약한그러나 개운한 없는 박수를 친다공연을 마친 후 이 공간이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고 느낀 것은어릴 적부터 아이돌을 했었던 호타루에게는처음일지도 모른다.

 공동 출연한 아이돌 동료들도오늘은 호타루를 꾸짖거나 위로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었고각자가 성공을 만끽하며 평소 이상으로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곁에 서있는 사람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고 하셨습니다호타루짱」

 

「아수고 하셨습니다카코씨……

 

 그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한 번은 들어 갔었던 눈물이 또 다시 나올 것 같았다호타루에게 있어 오늘 라이브의 성공은그 정도나 되는 사건이었다.

《미스·포춘》――이번 프로덕션 단독 라이브를 위해서 결성된 그 유닛은말하자면 하나의 실험이었다본인의 포텐셜이나 모티베이션은 보통 이상이지만 불행 체질 때문에 언제나 라이브를 할 때마다 재난이나 불행을 겪게 되는 시라기쿠 호타루가농담 같은 행운으로 지금까지 사고 하나 한번도 겪은 적 없는 타카후지 카코와 같이 유닛을 짜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불행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이 아니다호타루 자신불행이 일어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결과 실패를 야기했다라는 것이 없었다이 라이브를 위해 2개월 정도 함께 레슨을 받기도 했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만나서그 동안 카코의 행운을 몇 번이나 보기는 했지만--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힘을호타루는 확신하게 되었다.

 호타루는 이 프로덕션에서는 가장 경험이 많은 아이돌이다불운에도 불안에도 방해 받지 않고 유감없이 발휘된 능력이오늘 제대로 발휘되었다.

 몸 속에서스테이지에서 들이 마신 그 뜨거운 공기의 잔재가 아직 계속 남아 있다그것이 사라지기 전에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고 싶은 말이 있어호타루가 입을 열었다.

 

「저기카코씨--

 

「호짜아아---!

 

「우와앗!?

 

 말을 꺼내려 하는데동료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달라 붙어서호타루가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다른 아이들도 잇달아 호타루에게 다가갔다깨닫지 못했던 것뿐이고 뭔가 불행을 일으킨 걸까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마음의 준비를 했던 호타루였지만그녀들은 물론 그런 생각은 없었다.

 

「수고했어호타루짱정말로 좋은 스테이지였어!

 

「가장 달아올랐어이번만은 졌어」

 

「솔직히 조금 얕봤는데 말이야대단했어」

 

「엄청 멋졌어!

 

「지난번에 이상한 말한 거 미안해나 호타루짱에 대해 착각 했어!

 

「그그게……?

 

 열 명이나 되는 아이돌이 높은 텐션으로 일제히 말했기에 호타루는 반도 알아 듣지 못했지만그래도 그녀들의 마음은 알 것 같다모두자신을 칭찬해 주고 있다꾸지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니고칭찬해 주고 있다주위에서는 스탭들도 아이돌들을 상냥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과연 카코씨군요호타루짱의 불행도 깔끔하게 날렸다니까요」

 

「아니요호타루짱이 노력한 성과예요

 

 카코가 명랑하게 말을 하면서호타루를 뒤에서 꼭 껴안는다신장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아서카코의 머리는 호타루의 머리의 위가 아니고 옆에 얹어졌다.가까워진 그 미소에호타루의 고동이 다른 이유로 뛰었다일단 지적하건대신장은 어쨌든 발육 상태는 굉장히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도 실감해 버렸다.

 

「호타루짱 칭찬 대회는 뒷풀이 때 개최할까요

 

「그렇네모두우선 정리하자!

 

 대답하고 있는 동료들의 목소리는잘못들은 것도 기분 탓도 아니고평소보다 훨씬 밝다갑자기 밀어닥쳤다고 생각했는데 눈 깜짝할 순간에 떠난 동료들을 뒤로 하고카코에게 꼭 껴안긴 채였던 호타루가 눈치챘을 때는둘만 남은 형태가 되어 있었다.

 

「아저기우리들도가요」

 

「그렇네요―가볼까요?

 

 카코가 호타루를 놓아준다그것이 조금 쓸쓸하다고 생각했는데 카코가 공중을 헤엄치고 있던 호타루의 손을 잡았다키는 비슷하지만역시 언니같은 생각을 하면서호타루는 카코에게 이끌린 채 나갔다.

 

「그러고 보니조금 전에 나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지 않았나요?

 

「엣맞아요…… 있잖아요」

 

손을 잡을 때 어떤 식으로 얼마나 힘을 넣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면서도호타루는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

 

「괜찮으면모두와 하는 뒷풀이와 별도로둘이서따로 뒷풀이 하지 않을래요……?

 

「둘이서인가요?

 

「네…… 혹시 폐라면」

 

「아니요―우후후그럼몰래 해버릴까요?

 

 카코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몰래라는 단어가 어쩐지 두근거려호타루는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행복한 일로 가득하다이것으로 평생의 운을 다 쓴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시 한번라이브 수고 하셨습니다

 

「네수고 하셨습니다」

 

이틀 후-- 어느 세련된 카페에서호타루는 홍차가 담긴 컵을 조심스레 들어카코가 내민 컵에 가볍게 대었다가게 로고가 새겨진 하얀 컵에서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를 품은 김이 나오고 있다.

 

「정말로 좋은 라이브였어요」

 

「네정말로……지금도 아직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홍차를 마시면서 호타루는 고개를 끄덕였다그저께 라이브어제는 출연 아이돌 전원과 뒷풀이이틀이나 지났는데도아직 그 스테이지 위에 서 있었던 기억은 호타루의 가슴 속에서도 둥실둥실 떠있다꿈이 아닐까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듀서씨에게서회장 앙케이트 결과를 살짝 었어요호타루짱이 좋았다고많은 사람들이 말했대요」

 

「그런가요……기뻐요굉장히」

 

 자신에게는 언제나 불행이 닥치지만적어도 다른 사람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다면-- 호타루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는원래 그런 동기다그러니까 자신의 퍼포먼스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다면그 이상으로 기쁜 일은 없다.

 호타루가 기특해서 매료된 열성 팬도 있고실패를 해도 굴하지 않고 퍼포먼스를 한다며 인정해주는 사람도 있다하지만그것은 호타루의 이상적인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아니요준비 단계부터회장을 나갈 때까지,  단 하나의 불행도 일어나지 않고 끝난 것은아이돌이 되고 나서처음이었어요믿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아니요―호타루짱을 쭉 보고 있었으니까요알아요」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라고 말하며 호타루는 어깨를 움츠린다카코는 가끔 아이돌로서 스테이지에 서기도 했지만평소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프로듀서의 어시스턴트를--그 행운으로 프로덕션의 운영을 돕고 있었다--했었다그러니까 호타루의 체질에 대해서아이돌 동료들 보다 잘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호타루는 어릴 때부터 불행을 불러오는 체질이며었으며생명에 관련된 사태가 아닌 것이 적어도라고 해야 할 지 그나마 행운이었을 뿐불행이나 불운이라고 할만한 사건은 거의 겪어 보았다부적 같은 것을 방에 두거나 해도 효력이 없었고아이돌을 시작했는데도 전혀 개선될 기색이 없었다.

 

「그러니까그제는 정말로카코씨 덕분에……

 

「호타루짱이 노력한 성과예요

 

「아니요그게 카코씨가……

 

「아니요 아니요 호타루짱이……

 

 서로 말을 멈추고잠깐 동안 시선을 맞춘다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그럼둘이서 노력한 결과라는 걸로 해요」

 

「그그렇네요……아하하」

 

 태연하게 카코가 컵을 기울인다실제로항상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카코는 본래의 능력을 만전으로 발휘한 호타루에게 뒤지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운에 뒷받침된 노력의 결과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카코 본인의 능력도 상당히 높다뒷풀이 때 보여준 많은 숨은 재주도그런 일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까카코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떠넘기지도 않고자기의 운이나 능력을 숨기지도 않는다귀찮은 것은 언제나 스스로 하고다른 사람들에게 운도 나눠준다. ――정말로 여신 같은 사람그것이 호타루가생각하고 있는 카코이었다.

 

「그래도 카코씨답례를 하고 싶어서. ……알고 있겠지만요…… 운이 없어요옛날부터 쭉」

 

호타루가 테이블 아래에 있던 왼쪽 손목을 만졌다지금 카코와 만나고 있어서 풀고 있지만항상 외출 할 때에는 파워 스톤 브레스렛을 차고 다녔었다.

 

「몇 년이나 아이돌을 했지만언제나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나서만족할만한 스테이지가 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렇지만카코씨와 둘이서 있었던 그제는그렇지 않았어요스테이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알게 된 것은반드시카코씨와 함께여서」

 

 카코는 테이블 저 편에서미소를 지은 채 호타루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다시 한 번 말하고 싶어요저와 유니트를 짜준 거 감사합니다덕분에……아이돌을 계속해서 다행이라고생각해요」

 

 호타루가 노력한 것도 사실이지만호타루의 불행을 카코의 행운이 커버했던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실력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동료들의 방해를 하기만 했었던 그녀에게 있어카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존재이다.

 

「지금 프로덕션에 카코씨가 있어서다행이에요…… 아이돌을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소속되었던 프로덕션이 도산해서 이적그런 경험을호타루는 두 번이나 했었다지금 있는 곳은 세번째 프로덕션이다.

 포텐셜도 아이돌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호타루에게는 그런 무기가 있다그러니까 지금까지 만났던 프로듀서들도포기하지 말라고 하며 이적처를 찾아 주었다. ――그리고 지금 프로덕션에 소속하게 된 것은카코와 만나게 된 것은지금까지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만큼의 행운을 받은 느낌이었다. 카코가 입을 열려고 할 때점원이 주문했었던 케이크를 가져왔다가루눈 같이 가루가 뿌려진겨울 한정  치즈 생크림 케이크카코가 이 카페의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두 개 모두 반액이다쿠폰은여기로 향하는 도중에 길을 잃고 있었던 노인을 도운 답례로 받았었다가려고 했던 가게의 쿠폰을 길을 걷는 도중에 얻었다같은 우연도카코에게 있어서는 약간의 일상인 정도다.

 작은 포크를 들며 망설였지만카코는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로 하고 손을 움추렸다.

 

「그제도 어제도 호타루짱정말 멋진 미소였어요」

 

 카코가 먹고 나서 먹으려고 했던 호타루도자연스레 손을 놓게 되었다.

 

「호타루짱은역시항상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어요그러니까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될 수 있다면호타루짱이 바란다면나는 호타루짱과 함께 있고 싶어요.쭉」

 

 움츠렸던 카코의 손이 다시 테이블의 위로내밀어 졌다.

 

「하하지만그러면제가언젠가 카코씨를 방해할지도 모르고 폐를 끼쳐 버릴지도……

 

「괜찮아요」

 

 더욱 뻗은 카코의 손이호타루의 손을 감쌌다무의식 중에 살짝 뛴 호타루의 손등을카코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어루만지고 있다그 감촉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과 좀 더 느끼고 싶은 기분이 부딪쳐숨을 감추었다.

「운이라든가그런 게 아니라나 자신의 기분으로 정한 것이에요그러니까어떤 일이 일어나도후회는 하지 않아요」

 

「카코씨--

 

 웃음을 띄우고 있는 카코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호타루는 귀까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자기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그 의미를 카코는 바로 눈치챘고그리고테이블 위에서 두 사람의 손가락이 얽혔다손 크기가 다른 것은 7살이나 차이가 나니까 당연한 것이지만호타루는 어쩐지 그것에안심했다.

 

「그럼케이크들어요」

 

「아……

 

 케이크에 대해 생각하자마자 자신의 행위가 공연히 부끄러워져서호타루는 허둥지둥 손을 풀어 버렸다카코가 순간 약간 놀라더니쿡쿡 웃는다그리고호타루가 반사적으로 죄송하다고 연거푸 말하는 것을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렸다.

 무심코 시선을 딴 데로 돌려 버린 호타루창 밖에서는겨울 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맑은 겨울 하늘 위에 밝은 회색 빛 구름이 하나천천히 떠돈다.

 

 

「어라? 응……?

 

 묘하게 사진 작가가일부러 내는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카메라를 내렸다뭔가 조작을 하다가,  머리를 긁으면서 고개를 들었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호타루는 무슨 말이 나올지 눈치채 버렸다카메라가 망가졌다는 것을.

 

「미안잠깐 기다려줘! 어이~, 카메라 없어? 이 녀석 조금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아」

 

「아지금 가져올게요」

 

「부탁한다―」

 

 이미 익숙한 이 대화를중고등학생 전용 브랜드--귀엽거나 밝은 느낌이 아닌 약간은 발돋움을 했다고 해도 될 만큼 어른스러움이 묻어 나오는신작 옷을 입은 호타루는슬픔과 체념이 반반 섞인 채이다여러 각도에서 내리쬐는 라이트가 눈부신 것이 싫다.

 카메라가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신호로더 심한 불행은 잊지도 않고 찾아 온다촬영을 하려던 카메라맨에게 갑자기 가족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온 것 같다다행히 오늘은 운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지대신할 카메라는 순조롭게 준비되었고촬영이 바로 재개되었다.

 보통보다 큰 소리를 내며셔터가 움직인다더욱 운이 좋은 것은오늘 담당이 지금까지 일어난 불행을 호타루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은 이 업계호타루의 이름과 불행 체질도 이미 알려질 만큼은 알려져 있다호타루를 명백하게 역신 취급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를 찍고 있는 이 사람도 어쩌면일 때문에 참는 것뿐이고사실은 나를--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도 호타루는 그런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은 한다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검은 무언가를표정 연기로 감춘다힘든 일은 아니다감정과 표정을 떼어내는 것 정도는 익숙해졌다즐거운 듯이안타까운 듯이기쁜 듯이외로운 듯이차례차례로 이어지는 지시에 제대로 표정을 짓는 것은아직 13살이지만 그 나름대로 쌓은 경험 덕분이지만아무래도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잘 표현하게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오늘은 즐거움이나 기쁨도 평소보다 잘 표현된 것 같다지시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표정 밑에서어째서일까라고 생각해 본다.

 

「――후후」

 

 저절로 미소가 넘쳐 버린 것과 카메라맨이 웃으라고 주문한 것은어느 쪽이 앞섰는지자신을 칭찬해준 카메라 너머 들리는 말도 멀리 느껴진다앞서 자문했던 그 대답이호타루를 둥실둥실 띄워준다.

 간단한 일이다그 라이브를그리고 카코를 떠올리면그것만으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그렇게 들뜬 여자아이 같은 상태가지금의 자신이다이미 라이브가 끝난 지 1주일은 지났는데.

 ……첫 번째 코디네이트 사진은 무사하게 촬영이 종료되어서호타루는 일단 옷을 갈아 입으로 의상실로 간다이 상태로 부탁해라고 말하고 지나간 카메라맨은처음에 일어났었던 카메라 이상 같은 건 잊어 버린 것 같아호타루는 안심했다.

 옷도 갈아 입고 살짝 메이크도 바꾸고다시 스튜디오에 들어간다자기가 없는 동안 나쁜 일이 일어났었던 경험도 양손으로 세어도 부족할 정도라흠칫흠칫 엿보듯이 들어가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었다.

 스튜디오스탭기재모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오늘은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호타루가 조명쪽으로 걷다가바닥에 꼬여있던 배선에 걸려 넘어졌다.

 

 

「아--

 

「시라기쿠양!

 

 근처에 있던 스탭이 소리를 질렀다호타루는 심하게 넘어지진 않았지만단단한 바닥에 양 무릎을 부딪쳐 버렸다충격과 아픔이 전해진다조금 전에 입었던 것은 바지였지만 미니스커트로 갈아 입고 왔기에 더 아프게 느껴진다.

 

「죄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

 

 얼굴을 찡그린 것도 한 순간걱정하고 있는 스탭들에게 쓴웃음을 돌려주며호타루는 무릎을 손으로 털고 걸었다몇 번이나 기가 막힌 듯한 시선이 날라왔지만 눈치 못 챈 척 했다.

스튜디오에도 스탭에게도 기재에도 문제가 없을 시불행은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았는가너무 들뜨고 있었던 자신에게 경고하면서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한 번 심호흡을 하고표정을 만들 때의 마음 자세를 취한다촬영이 시작된다텐션이 어떻든 표정을 계속 만들 수 있는 자신을사람의 형태를 한 무슨 무기물 같다고 느낄 때도가끔은 있다.

 

「…………카코씨」

 

 지시 그대로 애달픈 표정을 지었을 때  호타루의 입술 사이로소리가 새었다이곳에 카코가 있었다면그녀의 행운으로 자신의 불행을 잡아 주었다면자기도 모른 사이에호타루는 그런 생각을 했다.

 조금 그것을 자각하고호타루는 아연실색했다자기가 불행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그렇기에 적어도 다른 사람이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그 바람이 아이돌 시라기쿠 호타루의 원동력이다그런데--지금 자신은불행하게 되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해 버렸다그것은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소원일지도 모르고카코의 좋은 운을 체감했다면 더욱 더 그렇다하지만.

 

「응시라기쿠짱? 무슨 일이야?

 

「에?

 

「혹시조금 전 넘어진 거아파?

 

 카메라맨의 목소리가 호타루를사고의 진흙바닥에서 건진다카메라 앞에 있는데도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아……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

 

 이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나오는 사죄의 말그것은 그나 스탭들에게 하는 말이자 동시에멋대로 떠올려 버린 카코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결국 스튜디오에서는 그 이후에 불행은 없었고호타루의 내심은 둘째치고촬영은 대체로 무사하게 끝났다호타루는 사복으로 갈아 입고가까운 곳에 있는 프로덕션 사무소로 향했다.

 ……그렇다기 보다딱히 용무도 없는데도 다리가 멋대로 사무소로 움직이고 있었다호타루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사무소 문에 손을 대다가 정전기를 맞았을 때다어떻게 할까 망설였지만,  호타루는 결국 다시 손잡이를 만졌다이번에는 정전기는 없었고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어머호타루짱」

 

「카코씨……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것은 카코였다. 4대나 놓여져 있는 PC 데스크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사무소에는 카코 말고는 아무도 없다그녀의 본업은 아이돌이 아니라 이쪽 방면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실용적이고 꾸미지 않은 이 공간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호타루가 괜스레 불만을 느낀다.

 

「무슨 일인가요?

 

「아아니요……일은 없지만어쩐지 와버려서미안해요방해였지요?

 

「아니요 아니요 혼자 있어서 외로웠어요그렇네요조금 더 하면 일이 끝나니까요괜찮으면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요?

 

「엣?

 

 사무소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간 뒤에 제자리 걸음을 했었던 호타루는카코의 그 제안에 몹시 놀란다호타루의 반응을 알아차린 건지 아닌 건지카코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일어섰다.

 

「호타루짱에게 급한 일이 있으면무리하게 그럴 필요는 없지만요」

 

「아아니에요! 저기다릴게요」

 

「그런가요? 그럼차를 내드릴게요」

 

 카코가 급탕실로 간다호타루는 새삼 가속하기 시작한 고동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문을 닫고응접용 소파에 앉았다가방을 곁에 두고귀마개와 머플러를 그 위에 둔다가방에 달린 유리구슬 같은 스트랩은 언젠가 신사에서 산 행운 상품이다.

 카코가 머그를 가져왔다.

 

「조금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곧 있으면 끝나요」

 

「네……서두르지 않아도 돼요기다릴 테니까」

 

 그것은 거짓도 과장도 없는 본심이었다카코와 둘이서 돌아갈 수 있다는 행운을 위해서라면몇 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힘낼게요라고 카코는 말하고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고는 해도기다리고 있는 동 할 일이 없다도와줄 수 있는 일도 없고받은 홍차를 마실 수 밖에 없다사과와 벌꿀 향기가 감도는 그것을 마신다..

 조금 전 들어갔을 때는 쓸쓸하게 느껴졌던 사무소가호타루는 어느 새그렇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따뜻한 홍차키보드와 PC가 가동하는 소리벽에 붙어 있는 시계 소리완연한 밤 경치를 그리고 있는 창문 바깥가끔 깜빡 거리는 형광등사무를 보고 있는 카코의 뒷모습--아무것도 쓸쓸하지 않다이미 완성된 세계 같다고 느낄 정도로가득 채워진 세계였다.

 할 일은 없지만그것으로 괜찮다라고 생각했다여기서 카코가 일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그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도.

 컵을 양손으로 들면서호타루는 카코의 등을 바라보았다키보드 위를 달리는 양손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그 모습을호타루는 질릴 일 없이 계속 바라 보았다.

 카코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이 사무소를 위한 일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다그 스테이지 전부터쭉 카코에게 의지했었다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호타루는 그것을 떠올리고따뜻함을 느꼈다.

 ……그런 식으로 있었던 호타루이기에카코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도 모른다몇 분이었을 지도 모르고몇 십 분이었을지도 모른다어쨌든 카코가 의자에 등이 기대고 크게 기지개를 키고는앉은 채로 호타루를 바라 보았을 때호타루는 먹이를 본 강아지 같은 소란스런 반응을 해버렸다.

 

「끝났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카코의 뒤에서모니터가 꺼지고 베이스 소리같이 울리고 있었던 PC의 가동음이 끊어진다조용하다고 생각했었던 사무소가 실은 조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사실에호타루는 살짝 놀랐다.

 

 

 

 분담해서 문단속이나 전기 같은 것을 체크하고호타루와 카코는 사무소를 나갔다복도로 나간 순간부터 숨이 희게 물들고눈 깜짝할 순간에 귀가 얼어 아무 것도 안 느껴진다발 밑을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한 어두운 계단을 내리고 건물을 나가자더욱 추워졌다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에 앙상한 가로수에 감겨 있는 장식이차나 가게나 가로등 빛에 지고 있는 것 같다.

 코트 안쪽에 약간 숨어 있는 카코의 머플러는디자인은 다르지만 호타루와 같은 색이었다호타루는 자기 머플러를 다시 썼다카코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사무를 마친 카코는 평소보다 무방비해 보인다.

 

「저기……카코씨짐 많지 않나요?

 

「아아이거 말인가요?

 

 카코는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 말고도 하나 더실용성을 더 중시하는 가방도 들고 있었다그 나름대로 커 보이지만무거운 것 같지는 않다.

 

「실은 사무소에 오기 전에레슨을 받았어요」

 

「아……이제 곧 설날이네요」

 

「그래요」

 

평소에는 사무만 보는 카코가 아이돌로서 활동하는 것은주로 설날이다말하자면일종의 길조를 비는 물건 취급이라는 것이다모 방송국이 매년 설날에 방영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새로운 명물로서 카코의 스테이지나 숨은 재주가 나오고 있고그것 말고도 일이 몇 개 더 있다.

 

「호타루짱은 크리스마스 라이브 출연이 정해져 있네요」

 

「네그렇지만……

 

 말꼬리를 흐리며호타루가 간소한 일루미네이션을 바라 보았다아직 찾아오지 않은 봄 대신사람이 빛의 꽃을 피운최대한 좋게 표현하면 그런 느낌이지만,역시 앙상한 일루미네이션은 오히려 쓸쓸함을 부추기는 것 같다.

 

「불안하나요?

 

 우물쭈물고개를 끄덕인 호타루레슨은 보통 이상으로 받았지만그것을 만전으로 발휘할 자신이 없다크리스마스 라이브에서는 카코는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과 공연을 하기에또 방해를 해 버리지 않을까그런 불안만이 생긴다.

 차라리 솔로로 한다면 좋을 텐데프로듀서는 그것을 도망이라고 말하면서허락해 주지 않았다저와 함께여서 죄송해요--이번에 짜게 된 두 사람에게 바로 그렇게 말한 것을프로듀서는 모른다.

 

「사실은카코씨에게 의지하고 싶어요카코씨와 하면 저반드시 성공할 거에요그렇지만 그러면 제 힘으로 성공할 수 없어요…… 언제나 실패만 하는 주제에 이런 생각을 해 버려서」

 

 고집이나 프라이드가 거추장스러운자조를 하게 된다폭신폭신한 부츠에서 나는 발소리가 허약하다옆을 보면카코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부츠 높이가 달라서 일까그 표정은 평소보다 조금은 멀리 있어 보인다.

 엇갈리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모처럼 둘이서 돌아가는데 어두운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호타루는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차가 한 대씩 지나갈 때마다 마른 바람이코트 너머로 호타루를 흔든다.

 

「――알겠어요」

 

 카코가 말과 동시에믿음직스럽지 못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호타루의 오른손을 잡고 양손으로 감쌌다무심코 어깨를 움직인 호타루가 움직임을 멈추고싱글벙글 웃고 있는 카코를 올려다 보았다.

 

「그럼스테이지에 나가지 전에 내가……이런 식으로 손을 잡으며운을 나누어 줄게요」

 

「카코씨……

 

「주술 같은 것이에요스테이지에 같이 서지 않아도힘이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카코씨의 힘에만 의지할 수는」

 

「호타루짱부적 같은 거 많이 가지고 있지 않나요그거하고 같은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확실히여태 신이나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려고 했었다.

 그래도 호타루는뭔가 반론할 말을 찾고 있었다행복을 원하는 주제에막상 그것이 다가오면 의심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그 때문에 놓친 것도반드시 많이 있을 텐데.

 

「저카코씨를 귀찮게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 라이브가 끝나고 나서도카코씨에게 너무 응석만 부리고--

 

「호타루짱」

 

 내용하고는 반대로 매달린 듯한 목소리로 말을 끊고카코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바로 앞에서 호타루를 바라 보았다.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요.  호타루짱은 미소가 매우 귀여운 거 알아요」

 

「――……!

 

「그러니까어두운 얼굴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아이돌로서팬 모두를 위해서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 이전에내가호타루짱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이제아무런 말대답도 할 수 없었다몸을 떨고 있는 만큼 빠르고 강하진 고동이가슴 안쪽에 있던 있는 감정을비슷하면서도그러나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지는 것을호타루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이잡힌 손이녹을 것 같을 정도로 뜨겁다.

 

「호타루짱이 믿어 줄 때까지몇 번이라고 말할게요나는호타루짱이 웃었으면 하니까호타루짱 곁에서호타루짱이 바라는 것을 해주고 싶어요호타루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고그렇게 말하는 건내 어리광이에요」

 

 카코의 눈동자는 어디까지나 온화했다하지만 그 이상 없을 정도 진지했고-- 카코의 이 말을 믿을 수 없다면반드시 이 세계 전부를 의심해도 부족하다라고 호타루는 생각했다속이는 것도아첨하는 것도비아냥도 아닌있는 그대로의 감정그것이 카코가 지금 호타루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할 말을 전부 마쳤는지 카코는단지 미소만을 지으며 호타루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리고호타루의 입에서 반론이 나올지아니면 호타루가 받아들일지,그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윽고 호타루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상냥하게 잡고 있던 손을 살며시 놓았다.

 

「……가볼까요어쩐지 너무 서 있었네요」

 

「에……그랬네요」

 

 카코의 한 마디에 호타루가 정신을 차린 순간더욱 강한 바람이 불었다그 차가움에 두 사람이 짧게 비명을 지르고 정신 없이 빠른 걸음으로 역까지 걸었다.

 ――밤의 차가운 공기에 닿아 호타루의 몸은 차가워지고 있는데오른손만은 이상한 열을 띤 채 식을 기색이 없다예쁜 나비를 잡은 아이 같이아니면 하늘을 올라다 보는 경건한 사람 같이호타루는 그 열을 자기 왼손으로 만지고가슴에 품었다.

 그 후호타루와 카코는평범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걸었다호타루는 일상 중에서 조금이라도 밝은 화제를 찾아 이야기를 했다그렇게 보면호타루도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도 제대로 있기는 했다단지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뿐이고좋은 일이 적은 것은 아니다그럴 지도 모른다.

 호타루는 중학생카코는 대학생 절반 정도는 사회인이지만같은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다다른 세계에 있지만 우연히 살짝 서로 겹친 호타루와 카코는서로 진짜 사소한 화제부터 서서히 이야기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무엇보다도카코와 둘이서 친구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은정말 즐거운 일이다생각해 보면카코와 단 둘이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호타루에게ㅔ 있어 처음이었지만겨울 밤길을 이야기하면서 걷고 있는 것만으르도그 라이브와 견줄 정도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역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도 늘었지만아직 러쉬는 아니다사복을 입고 있는 젊은이나 검정이나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어른들이 반반 정도로 서 있는 플랫폼,그럼에도 사람이 가장 적은 가장 끝에 두 사람은 줄을 섰다.

 도착한 열차에 타자좌석은 모두 메워지고 차량도 사람들도 채워졌지만열차 소리가 거리의 소란을 차단하는 것처럼 차내는 조용했다벽에 등을 기댄 호타루는야경을 보는 척 하며아무말도 하지 않고 카코에게 기대어 보았다정확히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자세가 되었다중학생과 대학생그다지 어울려 다닐 일이 없을 텐데도키는 그다지 차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그것이 호타루는 기뻤고동시에 기묘했다.

 레슨할 때 입은 옷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 밑에 두고카코는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어쩔 수 없이 느슨해지는 입가를 머플러로 감추어도얼굴이 붉어진 것까지는 가릴 수 없어서호타루는 들고 있는 가방의 끈을 양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호타루가 내리는 역은카코가 내리는 역에서 두 정거장 전이었다호타루로서는 이대로 둘이서 막차까지 쭉 전철에 있고 싶었지만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을 바랄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지만

 

 

 바래다 주겠다면서 내린 카코와 계단을 오른다곁에서 걷고 싶어서부러 천천히 걸어사람들이 그다지 없을 때를 노렸다.

 

「아……죄송해요쭉 의지해 버려서」

 

 계단을 오르면서호타루는 머뭇머뭇 고개를 숙였다아무리 행복하다고는 해도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바로 몇 분 전까지의 자신에게 진심으로 놀라고 있다.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그런 생각 같은 거전혀 하지 않았다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행복한 기분이었다.

 

「괜찮아요호타루짱이 응석을 부려주는 거정말 기쁘니까요」

 

 카코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변함없는 명랑한 미소와 목소리로.

 

「일단 나언니이니까사양하지 말고 의지해도 좋고응석부려도 좋아요」

 

「――……」

 

 카코의 말이가슴에 박혔다바느질을 하다가 손가락이 바늘에 찔린 정도로희미하게 아프지만피가 나올 것 같다.

 카코에게 있어 전차 안에서 일어난 사건은연하인 아이가 연상인 자신에게 솔직하게 응석부린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쇼크를 받은 자신이 너무 이상했다.

 

「……감사합니다」

 

 단번에 낙담한 기분과는 관계없이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그리고 표정도이런 때까지 발휘되는 거라면연기 같은 거 익히지 않을걸-- 호타루가 작게 입술을 깨문다.

 계단을 다 올라가 개찰구 앞에 도착했을 땐인파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역은 마치 거대한 빈 껍질 같았다드문 드문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아래에서 들리는 전철 소리역내 안내판 음성어쩐지 모든 것이 어딘가 먼 세계에 있는 것 같아서아아꿈 같은 시간이 끝난다라며 호타루는 막연히 공허함을 느꼈다.

 

「오늘함께 돌아갈 수 있어서 기뻤어요정말 즐거웠어요」

 

 적어도 지금 만큼은연기가 아니라 진심나도에요조심해서 돌아가세요라고 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호타루도 고개를 끄덕이고미련을 끊을 수 있도록 뒤를 돌아--걷을 수 없었다.

 이름을 불러서가 아니다코트 옷자락을 카코가 잡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순간적으로 뒤를 돌아카코를 바라 보았다변함없는 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카코?

 

「무슨 일인가요?

 

「엣아니……

 

? ……어머」

 

 몇 초 동안 서로 바라보다가 카코가 겨우 깨닫고 손을 놓았다주위의 잡음이 갑자기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고호타루는 순간 멍했지만카코도 똑같이 멍하니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만이 있었다호타루도 반드시 카코도그 침묵을어떻게 해야 할지전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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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시스입니다.

이번 팬픽을 끝으로 번역량을 대폭 줄일 생각입니다.

야하로 팬픽 이후로 내청춘 팬픽은 그다지 제가 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지금까지 한 것으로 어느 정도 제가 필요한 체계는 갖추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코와 호타루의 이야기는 꼭 다루고 싶었고, 이 작품은 제가 본 적 중에서 상당히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고 번역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이니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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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음악, 게임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현재는 역시 내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사키, 러브라이브, 신데마스, 섬란카구라, 아마가미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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