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秋山幽님에게 5월 4일부로 메세지를 보냈으나,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추후 秋山幽님의 반응에 따라 대응할 예정입니다.
시라기쿠 호타루 - 돗토리 2 (참조)
사랑과 벌
하나
성공했다.
넘어지지 않았다. 의상이 찢어지지 않았다. 힐이 꺾이지 않았다. 조명이 꺼지지 않았다. 음악이 끊어지지 않았다. 마이크 전원이 꺼지지 않았다. 세트가 망가지지 않았다. 관객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지 않았다. 가사가 뜨지 않았다. 안무를 틀리지 않았다. 미소를, 지킨 채 끝났다.
――성공했다. 끝까지, 아무 불행도 없이.
스테이지 위에서 숨을 가쁘게 쉬면서, 흔들리는 듯한 환성을 그 몸으로 받으면서, 시라기쿠 호타루는 멍하니 생각한다. 실감난다고 하기엔 남의 일인 것 같고,방관이라 하기엔 그렇지도 않어서, 그렇기에 단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꿈 속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다리가 땅에 붙어 있지 않은 듯한, 둥실둥실, 그런 감각을 호타루는 느끼고 있었다. 고양, 달성감, 가슴을 찌를 것 같은 고동, 가벼운 산소 결핍에 피로감까지도, 모든 것이 그녀를 축복하는 것 같았다.
해프닝에 휩쓸리지도, 실패를 범하지도 않고 마친 스테이지는, 이렇게나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미 양손으로 세지도 못할 정도로 라이브를 했는데, 호타루는 그 빛을 처음으로, 정말로 처음으로 겪었다. 펄 화이트 사이리움이, 8백여명을 동원하는 객석에 가득 켜져 있는 모습은, 눈부신 달빛에 비추어진 은방울꽃밭 같았다.행복이, 거기에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호타루짱」
곁에서, 또렷하게 부르는 목소리. 소리의 홍수 속에서도, 그것만큼은 다른 영역에서 온 것이 확실하게 들렸다.
반 정도 꿈 같은 기분은 느끼고 있는 채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 보았다. 그곳에는 여신이 있었다. 자신의 불행을 지워준, 행운의 여신이.
「카코, 씨」
「자, 모두에게 뭔가 한 마디를」
그렇게 말하며, 카코는 웃었다. 몇 살이나 연상인데도 너무나도 친숙한 천진난만한 미소. 레슨때부터 지금까지 쭉, 쭉, 호타루를 지지해 준 미소.
호타루의 의식이 쿵, 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시선을 앞으로 돌리자, 아직 하얀 빛이 가득했다. 간신히, 호타루는 실감했다. 자신의 라이브가, 성공한 것을.
「――네」
손가락이 희어질 정도로 강하게 마이크를 쥐고, 힘껏 들이마신 스테이지의 공기가, 불타는 듯한 그 열기로 호타루를 채운다.
노래를 마친 후 한 마디--지금까지는 사고나 미스가 있어, 그것을 자신의 불행 탓이라고, 또 저질렀다고 마음 속으로 자신을 탓하면서, 목소리를 겨우 짜내어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이라면 말할 수 있다. 솔직하게, 똑바로.
「오늘, 여기서, 노래를 불러서 기뻐요……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기만 했으니까. 고개를 숙이면 눈물이 흘러 넘치니까, 그런 이유는 아니다. 왜냐하면 눈물은 이미 흘러 넘치고 있었으니까. 카코가 자기 대사를 말하면서, 살며시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스탭 리더의 목소리가 넓은 분장실에 울리고, 그 말에 그곳에 있던 전원이 박수를 쳤다.
벽에 기대면서 호타루도 약한, 그러나 개운한 없는 박수를 친다. 공연을 마친 후 이 공간이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고 느낀 것은, 어릴 적부터 아이돌을 했었던 호타루에게는, 처음일지도 모른다.
공동 출연한 아이돌 동료들도, 오늘은 호타루를 꾸짖거나 위로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었고, 각자가 성공을 만끽하며 평소 이상으로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곁에 서있는 사람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고 하셨습니다, 호타루짱」
「아, 네. 수고 하셨습니다, 카코씨……」
그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 번은 들어 갔었던 눈물이 또 다시 나올 것 같았다. 호타루에게 있어 오늘 라이브의 성공은, 그 정도나 되는 사건이었다.
《미스·포춘》――이번 프로덕션 단독 라이브를 위해서 결성된 그 유닛은, 말하자면 하나의 실험이었다. 본인의 포텐셜이나 모티베이션은 보통 이상이지만 불행 체질 때문에 언제나 라이브를 할 때마다 재난이나 불행을 겪게 되는 시라기쿠 호타루가, 농담 같은 행운으로 지금까지 사고 하나 한번도 겪은 적 없는 타카후지 카코와 같이 유닛을 짜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불행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이 아니다. 호타루 자신, 불행이 일어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결과 실패를 야기했다, 라는 것이 없었다. 이 라이브를 위해 2개월 정도 함께 레슨을 받기도 했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만나서, 그 동안 카코의 행운을 몇 번이나 보기는 했지만--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힘을, 호타루는 확신하게 되었다.
호타루는 이 프로덕션에서는 가장 경험이 많은 아이돌이다. 불운에도 불안에도 방해 받지 않고 유감없이 발휘된 능력이, 오늘 제대로 발휘되었다.
몸 속에서, 스테이지에서 들이 마신 그 뜨거운 공기의 잔재가 아직 계속 남아 있다.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고 싶은 말이 있어, 호타루가 입을 열었다.
「저기, 카코씨--」
「호, 타, 루, 짜아아---앙!」
「우와앗!?」
말을 꺼내려 하는데, 동료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달라 붙어서, 호타루가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잇달아 호타루에게 다가갔다. 깨닫지 못했던 것뿐이고 뭔가 불행을 일으킨 걸까, 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마음의 준비를 했던 호타루였지만, 그녀들은 물론 그런 생각은 없었다.
「수고했어, 호타루짱. 정말로 좋은 스테이지였어!」
「가장 달아올랐어. 이번만은 졌어」
「솔직히 조금 얕봤는데 말이야. 응, 대단했어」
「엄청 멋졌어!」
「지난번에 이상한 말한 거 미안해, 나 호타루짱에 대해 착각 했어!」
「그. 그게, 그……?」
열 명이나 되는 아이돌이 높은 텐션으로 일제히 말했기에 호타루는 반도 알아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들의 마음은 알 것 같다. 모두, 자신을 칭찬해 주고 있다. 꾸지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니고, 칭찬해 주고 있다. 주위에서는 스탭들도 아이돌들을 상냥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과연 카코씨군요. 호타루짱의 불행도 깔끔하게 날렸다니까요」
「아니요. 호타루짱이 노력한 성과예요―」
카코가 명랑하게 말을 하면서, 호타루를 뒤에서 꼭 껴안는다. 신장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아서, 카코의 머리는 호타루의 머리의 위가 아니고 옆에 얹어졌다.가까워진 그 미소에, 호타루의 고동이 다른 이유로 뛰었다. 일단 지적하건대, 신장은 어쨌든 발육 상태는 굉장히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도 실감해 버렸다.
「호타루짱 칭찬 대회는 뒷풀이 때 개최할까요―」
「그렇네. 모두, 우선 정리하자!」
대답하고 있는 동료들의 목소리는, 잘못들은 것도 기분 탓도 아니고, 평소보다 훨씬 밝다. 갑자기 밀어닥쳤다고 생각했는데 눈 깜짝할 순간에 떠난 동료들을 뒤로 하고, 카코에게 꼭 껴안긴 채였던 호타루가 눈치챘을 때는, 둘만 남은 형태가 되어 있었다.
「아, 저기. 우리들도, 가요」
「그렇네요―. 가볼까요?」
카코가 호타루를 놓아준다. 그것이 조금 쓸쓸하다고 생각했는데 카코가 공중을 헤엄치고 있던 호타루의 손을 잡았다. 키는 비슷하지만, 역시 언니—같은 생각을 하면서, 호타루는 카코에게 이끌린 채 나갔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나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지 않았나요?」
「엣, 아, 맞아요…… 있잖아요」
손을 잡을 때 어떤 식으로 얼마나 힘을 넣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면서도, 호타루는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
「괜찮으면, 모두와 하는 뒷풀이와 별도로, 둘이서, 따로 뒷풀이 하지 않을래요……?」
「둘이서, 인가요?」
「네…… 혹시 폐라면」
「아니요―. 우후후, 그럼, 몰래 해버릴까요?」
카코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몰래, 라는 단어가 어쩐지 두근거려, 호타루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행복한 일로 가득하다. 이것으로 평생의 운을 다 쓴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시 한번, 라이브 수고 하셨습니다―」
「네, 수고 하셨습니다」
이틀 후-- 어느 세련된 카페에서, 호타루는 홍차가 담긴 컵을 조심스레 들어, 카코가 내민 컵에 가볍게 대었다. 가게 로고가 새겨진 하얀 컵에서,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를 품은 김이 나오고 있다.
「정말로 좋은 라이브였어요」
「네, 정말로……지금도 아직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홍차를 마시면서 호타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께 라이브, 어제는 출연 아이돌 전원과 뒷풀이,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그 스테이지 위에 서 있었던 기억은 호타루의 가슴 속에서도 둥실둥실 떠있다. 꿈이 아닐까, 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듀서씨에게서, 회장 앙케이트 결과를 살짝 었어요. 호타루짱이 좋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대요」
「그런, 가요……그, 기뻐요. 굉장히」
자신에게는 언제나 불행이 닥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다면-- 호타루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는, 원래 그런 동기다. 그러니까 자신의 퍼포먼스로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다면, 그 이상으로 기쁜 일은 없다.
호타루가 기특해서 매료된 열성 팬도 있고, 실패를 해도 굴하지 않고 퍼포먼스를 한다며 인정해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호타루의 이상적인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아니요, 준비 단계부터, 회장을 나갈 때까지, 단 하나의 불행도 일어나지 않고 끝난 것은. 아이돌이 되고 나서, 처음이었어요. 믿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아니요―. 호타루짱을 쭉 보고 있었으니까요, 알아요」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라고 말하며 호타루는 어깨를 움츠린다. 카코는 가끔 아이돌로서 스테이지에 서기도 했지만, 평소에는 대학에 다니면서 프로듀서의 어시스턴트를--그 행운으로 프로덕션의 운영을 돕고 있었다--했었다. 그러니까 호타루의 체질에 대해서, 아이돌 동료들 보다 잘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호타루는 어릴 때부터 불행을 불러오는 체질이며었으며, 생명에 관련된 사태가 아닌 것이 적어도—라고 해야 할 지 그나마 행운이었을 뿐, 불행이나 불운이라고 할만한 사건은 거의 겪어 보았다. 부적 같은 것을 방에 두거나 해도 효력이 없었고, 아이돌을 시작했는데도 전혀 개선될 기색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제는 정말로, 카코씨 덕분에……」
「호타루짱이 노력한 성과예요―」
「아니요, 그게 카코씨가……」
「아니요 아니요 호타루짱이……」
서로 말을 멈추고, 잠깐 동안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그럼, 둘이서 노력한 결과라는 걸로 해요」
「그, 그렇네요……아하하」
태연하게 카코가 컵을 기울인다. 실제로, 항상 아이돌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카코는 본래의 능력을 만전으로 발휘한 호타루에게 뒤지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운에 뒷받침된 노력의 결과일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카코 본인의 능력도 상당히 높다. 뒷풀이 때 보여준 많은 숨은 재주도, 그런 일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까, 카코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떠넘기지도 않고, 자기의 운이나 능력을 숨기지도 않는다. 귀찮은 것은 언제나 스스로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운도 나눠준다. ――정말로 여신 같은 사람. 그것이 호타루가, 생각하고 있는 카코이었다.
「그래도 카코씨, 저, 답례를 하고 싶어서. ……알고 있겠지만요…… 저, 운이 없어요. 옛날부터 쭉」
호타루가 테이블 아래에 있던 왼쪽 손목을 만졌다. 지금 카코와 만나고 있어서 풀고 있지만, 항상 외출 할 때에는 파워 스톤 브레스렛을 차고 다녔었다.
「몇 년이나 아이돌을 했지만, 언제나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나서, 만족할만한 스테이지가 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렇지만, 카코씨와 둘이서 있었던 그제는, 그렇지 않았어요. 스테이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그렇게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반드시, 카코씨와 함께여서」
카코는 테이블 저 편에서, 미소를 지은 채 호타루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어요, 저와 유니트를 짜준 거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아이돌을 계속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호타루가 노력한 것도 사실이지만, 호타루의 불행을 카코의 행운이 커버했던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실력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동료들의 방해를 하기만 했었던 그녀에게 있어, 카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존재이다.
「지금 프로덕션에 카코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 아이돌을 계속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소속되었던 프로덕션이 도산해서 이적, 그런 경험을, 호타루는 두 번이나 했었다. 지금 있는 곳은 세번째 프로덕션이다.
포텐셜도 아이돌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호타루에게는 그런 무기가 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만났던 프로듀서들도, 포기하지 말라고 하며 이적처를 찾아 주었다. ――그리고 지금 프로덕션에 소속하게 된 것은, 카코와 만나게 된 것은, 지금까지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만큼의 행운을 받은 느낌이었다. 카코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점원이 주문했었던 케이크를 가져왔다. 가루눈 같이 가루가 뿌려진, 겨울 한정 치즈 생크림 케이크. 카코가 이 카페의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 두 개 모두 반액이다. 쿠폰은, 여기로 향하는 도중에 길을 잃고 있었던 노인을 도운 답례로 받았었다. 가려고 했던 가게의 쿠폰을 길을 걷는 도중에 얻었다, 같은 우연도, 카코에게 있어서는 약간의 일상인 정도다.
작은 포크를 들며 망설였지만, 카코는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로 하고 손을 움추렸다.
「그제도 어제도 호타루짱, 정말 멋진 미소였어요」
카코가 먹고 나서 먹으려고 했던 호타루도, 자연스레 손을 놓게 되었다.
「호타루짱은, 역시, 항상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될 수 있다면. 호타루짱이 바란다면, 나는 호타루짱과 함께 있고 싶어요.쭉」
움츠렸던 카코의 손이 다시 테이블의 위로, 내밀어 졌다.
「하, 하지만, 그러면, 제가, 언젠가 카코씨를 방해할지도 모르고 폐를 끼쳐 버릴지도……」
「괜찮아요」
더욱 뻗은 카코의 손이, 호타루의 손을 감쌌다. 무의식 중에 살짝 뛴 호타루의 손등을, 카코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어루만지고 있다. 그 감촉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과 좀 더 느끼고 싶은 기분이 부딪쳐, 숨을 감추었다.
「운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나 자신의 기분으로 정한 것이에요.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카코씨--」
웃음을 띄우고 있는 카코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호타루는 귀까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의미를 카코는 바로 눈치챘고,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두 사람의 손가락이 얽혔다. 손 크기가 다른 것은 7살이나 차이가 나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호타루는 어쩐지 그것에, 안심했다.
「그럼. 케이크, 들어요」
「아, 네……」
케이크에 대해 생각하자마자 자신의 행위가 공연히 부끄러워져서, 호타루는 허둥지둥 손을 풀어 버렸다. 카코가 순간 약간 놀라더니, 쿡쿡 웃는다. 그리고, 호타루가 반사적으로 죄송하다고 연거푸 말하는 것을,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렸다.
무심코 시선을 딴 데로 돌려 버린 호타루. 창 밖에서는, 겨울 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맑은 겨울 하늘 위에 밝은 회색 빛 구름이 하나, 천천히 떠돈다.
†
「어라? 응……?」
묘하게 사진 작가가, 일부러 내는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카메라를 내렸다. 뭔가 조작을 하다가, 머리를 긁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호타루는 무슨 말이 나올지 눈치채 버렸다. 카메라가 망가졌다는 것을.
「미안, 잠깐 기다려줘! 어이~, 카메라 없어? 이 녀석 조금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아」
「아, 지금 가져올게요」
「부탁한다―」
이미 익숙한 이 대화를, 중고등학생 전용 브랜드--귀엽거나 밝은 느낌이 아닌 약간은 발돋움을 했다고 해도 될 만큼 어른스러움이 묻어 나오는—신작 옷을 입은 호타루는, 슬픔과 체념이 반반 섞인 채이다. 여러 각도에서 내리쬐는 라이트가 눈부신 것이 싫다.
카메라가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신호로, 더 심한 불행은 잊지도 않고 찾아 온다. 촬영을 하려던 카메라맨에게 갑자기 가족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온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운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지, 대신할 카메라는 순조롭게 준비되었고, 촬영이 바로 재개되었다.
보통보다 큰 소리를 내며, 셔터가 움직인다. 더욱 운이 좋은 것은, 오늘 담당이 지금까지 일어난 불행을 호타루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은 이 업계, 호타루의 이름과 불행 체질도 이미 알려질 만큼은 알려져 있다. 호타루를 명백하게 역신 취급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를 찍고 있는 이 사람도 어쩌면, 일 때문에 참는 것뿐이고, 사실은 나를--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도 호타루는 그런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은 한다.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검은 무언가를, 표정 연기로 감춘다. 힘든 일은 아니다. 감정과 표정을 떼어내는 것 정도는 익숙해졌다. 즐거운 듯이, 안타까운 듯이, 기쁜 듯이, 외로운 듯이. 차례차례로 이어지는 지시에 제대로 표정을 짓는 것은, 아직 13살이지만 그 나름대로 쌓은 경험 덕분이지만, 아무래도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잘 표현하게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오늘은 즐거움이나 기쁨도 평소보다 잘 표현된 것 같다. 지시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표정 밑에서, 어째서일까, 라고 생각해 본다.
「――후후」
저절로 미소가 넘쳐 버린 것과 카메라맨이 웃으라고 주문한 것은, 어느 쪽이 앞섰는지. 자신을 칭찬해준 카메라 너머 들리는 말도 멀리 느껴진다. 앞서 자문했던 그 대답이, 호타루를 둥실둥실 띄워준다.
간단한 일이다. 그 라이브를, 그리고 카코를 떠올리면, 그것만으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그렇게 들뜬 여자아이 같은 상태가, 지금의 자신이다. 이미 라이브가 끝난 지 1주일은 지났는데.
……첫 번째 코디네이트 사진은 무사하게 촬영이 종료되어서, 호타루는 일단 옷을 갈아 입으로 의상실로 간다. 이 상태로 부탁해, 라고 말하고 지나간 카메라맨은, 처음에 일어났었던 카메라 이상 같은 건 잊어 버린 것 같아, 호타루는 안심했다.
옷도 갈아 입고 살짝 메이크도 바꾸고, 다시 스튜디오에 들어간다. 자기가 없는 동안 나쁜 일이 일어났었던 경험도 양손으로 세어도 부족할 정도라, 흠칫흠칫 엿보듯이 들어가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었다.
스튜디오, 스탭, 기재, 모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늘은 운이 좋다, 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호타루가 조명쪽으로 걷다가—바닥에 꼬여있던 배선에 걸려 넘어졌다.
「아--」
「시라기쿠양!」
근처에 있던 스탭이 소리를 질렀다. 호타루는 심하게 넘어지진 않았지만, 단단한 바닥에 양 무릎을 부딪쳐 버렸다. 충격과 아픔이 전해진다. 조금 전에 입었던 것은 바지였지만 미니스커트로 갈아 입고 왔기에 더 아프게 느껴진다.
「죄, 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
얼굴을 찡그린 것도 한 순간. 걱정하고 있는 스탭들에게 쓴웃음을 돌려주며, 호타루는 무릎을 손으로 털고 걸었다. 몇 번이나 기가 막힌 듯한 시선이 날라왔지만 눈치 못 챈 척 했다.
스튜디오에도 스탭에게도 기재에도 문제가 없을 시, 불행은 자기에게 일어나지 않았는가. 너무 들뜨고 있었던 자신에게 경고하면서, 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한 번 심호흡을 하고, 표정을 만들 때의 마음 자세를 취한다. 촬영이 시작된다. 텐션이 어떻든 표정을 계속 만들 수 있는 자신을, 사람의 형태를 한 무슨 무기물 같다고 느낄 때도, 가끔은 있다.
「…………카코씨」
지시 그대로 애달픈 표정을 지었을 때 호타루의 입술 사이로, 소리가 새었다. 이곳에 카코가 있었다면, 그녀의 행운으로 자신의 불행을 잡아 주었다면—자기도 모른 사이에, 호타루는 그런 생각을 했다.
조금 그것을 자각하고, 호타루는 아연실색했다. 자기가 불행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기에 적어도 다른 사람이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그 바람이 아이돌 시라기쿠 호타루의 원동력이다. 그런데--지금 자신은, 불행하게 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것은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소원일지도 모르고, 카코의 좋은 운을 체감했다면 더욱 더 그렇다, 하지만.
「응? 시라기쿠짱? 무슨 일이야?」
「에?」
「혹시, 조금 전 넘어진 거, 아파?」
카메라맨의 목소리가 호타루를, 사고의 진흙바닥에서 건진다. 카메라 앞에 있는데도,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아……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나오는 사죄의 말. 그것은 그나 스탭들에게 하는 말이자 동시에, 멋대로 떠올려 버린 카코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결국 스튜디오에서는 그 이후에 불행은 없었고, 호타루의 내심은 둘째치고, 촬영은 대체로 무사하게 끝났다. 호타루는 사복으로 갈아 입고, 가까운 곳에 있는 프로덕션 사무소로 향했다.
……그렇다기 보다, 딱히 용무도 없는데도 다리가 멋대로 사무소로 움직이고 있었다. 호타루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사무소 문에 손을 대다가 정전기를 맞았을 때다. 어떻게 할까 망설였지만, 호타루는 결국 다시 손잡이를 만졌다. 이번에는 정전기는 없었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어머, 호타루짱」
「카코씨……」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것은 카코였다. 4대나 놓여져 있는 PC 데스크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무소에는 카코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녀의 본업은 아이돌이 아니라 이쪽 방면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용적이고 꾸미지 않은 이 공간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호타루가 괜스레 불만을 느낀다.
「무슨 일인가요?」
「아, 아니요……일은 없지만, 어쩐지 와버려서. 미안해요, 방해였지요?」
「아니요 아니요 혼자 있어서 외로웠어요. 그렇네요, 조금 더 하면 일이 끝나니까요, 괜찮으면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요?」
「엣?」
사무소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간 뒤에 제자리 걸음을 했었던 호타루는, 카코의 그 제안에 몹시 놀란다. 호타루의 반응을 알아차린 건지 아닌 건지, 카코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일어섰다.
「호타루짱에게 급한 일이 있으면, 무리하게 그럴 필요는 없지만요」
「아, 아니에요! 저, 기다릴게요」
「그런가요? 그럼, 차를 내드릴게요」
카코가 급탕실로 간다. 호타루는 새삼 가속하기 시작한 고동을 한 손으로 누르면서, 문을 닫고, 응접용 소파에 앉았다. 가방을 곁에 두고, 귀마개와 머플러를 그 위에 둔다. 가방에 달린 유리구슬 같은 스트랩은 언젠가 신사에서 산 행운 상품이다.
카코가 머그를 가져왔다.
「조금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곧 있으면 끝나요」
「네……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저, 기다릴 테니까」
그것은 거짓도 과장도 없는 본심이었다. 카코와 둘이서 돌아갈 수 있다는 행운을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힘낼게요, 라고 카코는 말하고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다리고 있는 동 할 일이 없다.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없고, 받은 홍차를 마실 수 밖에 없다. 사과와 벌꿀 향기가 감도는 그것을 마신다..
조금 전 들어갔을 때는 쓸쓸하게 느껴졌던 사무소가, 호타루는 어느 새, 그렇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 따뜻한 홍차, 키보드와 PC가 가동하는 소리, 벽에 붙어 있는 시계 소리, 완연한 밤 경치를 그리고 있는 창문 바깥, 가끔 깜빡 거리는 형광등, 사무를 보고 있는 카코의 뒷모습--아무것도 쓸쓸하지 않다. 이미 완성된 세계 같다고 느낄 정도로, 가득 채워진 세계였다.
할 일은 없지만, 그것으로 괜찮다, 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카코가 일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라고도.
컵을 양손으로 들면서, 호타루는 카코의 등을 바라보았다. 키보드 위를 달리는 양손 말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그 모습을, 호타루는 질릴 일 없이 계속 바라 보았다.
카코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 사무소를 위한 일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 스테이지 전부터, 쭉 카코에게 의지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호타루는 그것을 떠올리고, 따뜻함을 느꼈다.
……그런 식으로 있었던 호타루이기에, 카코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몇 분이었을 지도 모르고, 몇 십 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카코가 의자에 등이 기대고 크게 기지개를 키고는, 앉은 채로 호타루를 바라 보았을 때, 호타루는 먹이를 본 강아지 같은 소란스런 반응을 해버렸다.
「끝났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카코의 뒤에서, 모니터가 꺼지고 베이스 소리같이 울리고 있었던 PC의 가동음이 끊어진다. 조용하다고 생각했었던 사무소가 실은 조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사실에, 호타루는 살짝 놀랐다.
분담해서 문단속이나 전기 같은 것을 체크하고, 호타루와 카코는 사무소를 나갔다. 복도로 나간 순간부터 숨이 희게 물들고, 눈 깜짝할 순간에 귀가 얼어 아무 것도 안 느껴진다. 발 밑을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한 어두운 계단을 내리고 건물을 나가자, 더욱 추워졌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에 앙상한 가로수에 감겨 있는 장식이, 차나 가게나 가로등 빛에 지고 있는 것 같다.
코트 안쪽에 약간 숨어 있는 카코의 머플러는, 디자인은 다르지만 호타루와 같은 색이었다. 호타루는 자기 머플러를 다시 썼다. 카코가 다시 기지개를 켰다. 사무를 마친 카코는 평소보다 무방비해 보인다.
「저기……카코씨, 짐 많지 않나요?」
「아아, 이거 말인가요?」
카코는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 말고도 하나 더, 실용성을 더 중시하는 가방도 들고 있었다. 그 나름대로 커 보이지만, 무거운 것 같지는 않다.
「실은 사무소에 오기 전에, 레슨을 받았어요」
「아……이제 곧 설날이네요」
「그래요」
평소에는 사무만 보는 카코가 아이돌로서 활동하는 것은, 주로 설날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길조를 비는 물건 취급이라는 것이다. 모 방송국이 매년 설날에 방영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새로운 명물로서 카코의 스테이지나 숨은 재주가 나오고 있고, 그것 말고도 일이 몇 개 더 있다.
「호타루짱은 크리스마스 라이브 출연이 정해져 있네요」
「네, 그렇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호타루가 간소한 일루미네이션을 바라 보았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봄 대신, 사람이 빛의 꽃을 피운—최대한 좋게 표현하면 그런 느낌이지만,역시 앙상한 일루미네이션은 오히려 쓸쓸함을 부추기는 것 같다.
「불안, 하나요?」
우물쭈물, 고개를 끄덕인 호타루. 레슨은 보통 이상으로 받았지만, 그것을 만전으로 발휘할 자신이 없다. 크리스마스 라이브에서는 카코는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과 공연을 하기에, 또 방해를 해 버리지 않을까, 그런 불안만이 생긴다.
차라리 솔로로 한다면 좋을 텐데, 프로듀서는 그것을 도망이라고 말하면서, 허락해 주지 않았다. 저와 함께여서 죄송해요--이번에 짜게 된 두 사람에게 바로 그렇게 말한 것을, 프로듀서는 모른다.
「사실은, 카코씨에게 의지하고 싶어요. 카코씨와 하면 저, 반드시 성공할 거에요. 그렇지만 그러면 제 힘으로 성공할 수 없어요…… 언제나 실패만 하는 주제에 이런 생각을 해 버려서」
고집이나 프라이드가 거추장스러운, 자조를 하게 된다. 폭신폭신한 부츠에서 나는 발소리가 허약하다. 옆을 보면, 카코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부츠 높이가 달라서 일까, 그 표정은 평소보다 조금은 멀리 있어 보인다.
엇갈리는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둘이서 돌아가는데 어두운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호타루는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차가 한 대씩 지나갈 때마다 마른 바람이, 코트 너머로 호타루를 흔든다.
「――알겠어요」
카코가 말과 동시에,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흔들리고 있었던 호타루의 오른손을 잡고 양손으로 감쌌다. 무심코 어깨를 움직인 호타루가 움직임을 멈추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카코를 올려다 보았다.
「그럼, 스테이지에 나가지 전에 내가……이런 식으로 손을 잡으며, 운을 나누어 줄게요」
「카코씨……」
「주술 같은 것이에요. 스테이지에 같이 서지 않아도, 힘이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카코씨의 힘에만 의지할 수는」
「호타루짱, 부적 같은 거 많이 가지고 있지 않나요? 그거하고 같은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확실히, 여태 신이나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려고 했었다.
그래도 호타루는, 뭔가 반론할 말을 찾고 있었다. 행복을 원하는 주제에, 막상 그것이 다가오면 의심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그 때문에 놓친 것도, 반드시 많이 있을 텐데.
「저, 카코씨를 귀찮게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 라이브가 끝나고 나서도, 저, 카코씨에게 너무 응석만 부리고--」
「호타루짱」
내용하고는 반대로 매달린 듯한 목소리로 말을 끊고, 카코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바로 앞에서 호타루를 바라 보았다.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요. 나, 호타루짱은 미소가 매우 귀여운 거 알아요」
「――……!」
「그러니까, 어두운 얼굴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돌로서, 팬 모두를 위해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그 이전에, 내가, 호타루짱이 웃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아무런 말대답도 할 수 없었다. 몸을 떨고 있는 만큼 빠르고 강하진 고동이, 가슴 안쪽에 있던 있는 감정을, 비슷하면서도, 그러나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뀌어지는 것을, 호타루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이, 잡힌 손이, 녹을 것 같을 정도로 뜨겁다.
「호타루짱이 믿어 줄 때까지, 몇 번이라고 말할게요. 나는, 호타루짱이 웃었으면 하니까, 호타루짱 곁에서, 호타루짱이 바라는 것을 해주고 싶어요. 호타루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 내 어리광이에요」
카코의 눈동자는 어디까지나 온화했다, 하지만 그 이상 없을 정도 진지했고-- 카코의 이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반드시 이 세계 전부를 의심해도 부족하다, 라고 호타루는 생각했다. 속이는 것도, 아첨하는 것도, 비아냥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감정. 그것이 카코가 지금 호타루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할 말을 전부 마쳤는지 카코는, 단지 미소만을 지으며 호타루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호타루의 입에서 반론이 나올지, 아니면 호타루가 받아들일지,그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호타루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 상냥하게 잡고 있던 손을 살며시 놓았다.
「……가볼까요. 어쩐지 너무 서 있었네요」
「에, 아……그랬네요」
카코의 한 마디에 호타루가 정신을 차린 순간, 더욱 강한 바람이 불었다. 그 차가움에 두 사람이 짧게 비명을 지르고 정신 없이 빠른 걸음으로 역까지 걸었다.
――밤의 차가운 공기에 닿아 호타루의 몸은 차가워지고 있는데, 오른손만은 이상한 열을 띤 채 식을 기색이 없다. 예쁜 나비를 잡은 아이 같이, 아니면 하늘을 올라다 보는 경건한 사람 같이, 호타루는 그 열을 자기 왼손으로 만지고, 가슴에 품었다.
그 후, 호타루와 카코는, 평범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걸었다. 호타루는 일상 중에서 조금이라도 밝은 화제를 찾아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보면, 호타루도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도 제대로 있기는 했다. 단지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뿐이고, 좋은 일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럴 지도 모른다.
호타루는 중학생, 카코는 대학생 절반 정도는 사회인이지만, 같은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다. 다른 세계에 있지만 우연히 살짝 서로 겹친 호타루와 카코는, 서로 진짜 사소한 화제부터 서서히 이야기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 무엇보다도, 카코와 둘이서 친구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생각해 보면, 카코와 단 둘이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호타루에게ㅔ 있어 처음이었지만, 겨울 밤길을 이야기하면서 걷고 있는 것만으르도, 그 라이브와 견줄 정도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역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도 늘었지만, 아직 러쉬는 아니다. 사복을 입고 있는 젊은이나 검정이나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어른들이 반반 정도로 서 있는 플랫폼,그럼에도 사람이 가장 적은 가장 끝에 두 사람은 줄을 섰다.
도착한 열차에 타자, 좌석은 모두 메워지고 차량도 사람들도 채워졌지만, 열차 소리가 거리의 소란을 차단하는 것처럼 차내는 조용했다. 벽에 등을 기댄 호타루는, 야경을 보는 척 하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카코에게 기대어 보았다. 정확히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자세가 되었다. 중학생과 대학생, 그다지 어울려 다닐 일이 없을 텐데도, 키는 그다지 차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것이 호타루는 기뻤고, 동시에 기묘했다.
레슨할 때 입은 옷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 밑에 두고, 카코는 호타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쩔 수 없이 느슨해지는 입가를 머플러로 감추어도, 얼굴이 붉어진 것까지는 가릴 수 없어서, 호타루는 들고 있는 가방의 끈을 양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호타루가 내리는 역은, 카코가 내리는 역에서 두 정거장 전이었다. 호타루로서는 이대로 둘이서 막차까지 쭉 전철에 있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을 바랄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지만
바래다 주겠다면서 내린 카코와 계단을 오른다. 곁에서 걷고 싶어서, 부러 천천히 걸어, 사람들이 그다지 없을 때를 노렸다.
「아, 그……죄송해요, 쭉 의지해 버려서」
계단을 오르면서, 호타루는 머뭇머뭇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행복하다고는 해도,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바로 몇 분 전까지의 자신에게 진심으로 놀라고 있다.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그런 생각 같은 거, 전혀 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었다.
「괜찮아요. 호타루짱이 응석을 부려주는 거, 정말 기쁘니까요」
카코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변함없는 명랑한 미소와 목소리로.
「일단 나, 언니이니까. 사양하지 말고 의지해도 좋고, 응석부려도 좋아요」
「――……」
카코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바느질을 하다가 손가락이 바늘에 찔린 정도로, 희미하게 아프지만, 피가 나올 것 같다.
카코에게 있어 전차 안에서 일어난 사건은, 연하인 아이가 연상인 자신에게 솔직하게 응석부린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데, 쇼크를 받은 자신이 너무 이상했다.
「……감사, 합니다」
단번에 낙담한 기분과는 관계없이,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표정도. 이런 때까지 발휘되는 거라면, 연기 같은 거 익히지 않을걸-- 호타루가 작게 입술을 깨문다.
계단을 다 올라가 개찰구 앞에 도착했을 땐, 인파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역은 마치 거대한 빈 껍질 같았다. 드문 드문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아래에서 들리는 전철 소리, 역내 안내판 음성, 어쩐지 모든 것이 어딘가 먼 세계에 있는 것 같아서, 아아, 꿈 같은 시간이 끝난다, 라며 호타루는 막연히 공허함을 느꼈다.
「오늘, 함께 돌아갈 수 있어서 기뻤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적어도 지금 만큼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 나도에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라고 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타루도 고개를 끄덕이고, 미련을 끊을 수 있도록 뒤를 돌아--걷을 수 없었다.
이름을 불러서가 아니다. 코트 옷자락을 카코가 잡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 카코를 바라 보았다. 변함없는 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카코, 씨?」
「무슨 일인가요?」
「엣, 아니, 그……」
「? ……어머」
몇 초 동안 서로 바라보다가 카코가 겨우 깨닫고 손을 놓았다. 주위의 잡음이 갑자기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고, 호타루는 순간 멍했지만, 카코도 똑같이 멍하니,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만이 있었다. 호타루도 반드시 카코도, 그 침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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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시스입니다.
이번 팬픽을 끝으로 번역량을 대폭 줄일 생각입니다.
야하로 팬픽 이후로 내청춘 팬픽은 그다지 제가 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지금까지 한 것으로 어느 정도 제가 필요한 체계는 갖추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카코와 호타루의 이야기는 꼭 다루고 싶었고, 이 작품은 제가 본 적 중에서 상당히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고 번역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루고 싶었던 이야기이니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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