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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3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아....저어..."
"유이가하마씨...라고 했나요? 이건 조금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유이가하마는 그저 수화기를 든 채 석화중이다. 저거 분명 어머니가 과로로 쌓인 스트레스까지 풀고 있는 거라고. 

"결혼이란 건, 서로가 새로운 가족과 만나고 알아가는 일 아닐까요? 그런데 말 한마디도 없이..."

먼저 정신을 차린 나는 유이가하마의 손에서 전화를 뺏어들고 외친다.

"어울리지 않게 왠 설교가 그렇게 길어요!
 내가 선택한 여자란 말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잔소리는 안 하셔도 되는 거 아녜요!"

어머 나 어떡해. 코마치 포인트 대폭락에 어머니에게 폭언+전화끊기.
슬슬 히키가야 호적에서 파일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 빌어먹을 아버지라면 이미 서류를 다 준비해 놨을 거 같은데.


넋을 놓고 있던 유이가하마는 그제서야 석화가 풀린 듯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히...힛키... 그건 좀.... 안되잖아?"

고개를 돌린 채 횡설수설하는데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확실하다.

"힛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린 거짓말로...."
"유이가하마! 생각해봐! 전화로 아무리 설명을 해봤자...
 어머니가 납득할 리 만무하잖아! 비록 자유방임에 무관심한 부모라 해도..
 위장결혼이란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했다가는 오히려..."
"아....."

'띠리리리~~'

....본능적으로 느꼈다!! 코마치...어머니.. 다음은 뻔하다! 빌어먹을 아버지일 가능성이!

"히...힛키!!"
"받지마!!!!!!
 절대로 전화받지마!!"

'띠리리리~ 띠리리리~'

"어...어쩌지...어쩌지 힛키...?"
"나도 몰라!! 몰라!! 그냥 자버릴거야!"

나...왠지 점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자각이 들어.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는데.
영겁처럼 느껴지던 전화벨은 마침내 그치고..(배상을 각오하고 전화선을 뽑기 직전이었다)
베개를 뒤집어쓰고 현실도피하던 나와, 방안을 정신없이 배회하던 유이가하마의 눈이 마주쳤다.
나무아미타불.

유이가하마는 한숨을 쉬며 내 등에 자기 등을 기대온다. 이녀석 나와 똑같은 걸 먹는데 왜 이렇게 물렁물렁한 거야. 생물학을 전공하면 알 수 있는 건가?

"어느 집 부모나 다 똑같구나.."
"응?"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유이가하마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울 엄마 아빠도 잔소리가 얼마나 심하다구..
 융통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
 하두 답답하길래...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하구 집을 나와 버렸지!!"
"........뭐라고!??"

이제 출생의 비밀만 밝혀지면 충격과 반전의 어메이징 셀레브러티가 완성될 듯 하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저 '결혼해요'라는 편지만 달랑 써놓고 말야. 하..하하♥"

최근 며칠.. 유이가하마에게 말문이 연달아 막혀보는 신선한 경험을 한 것은 확실한 소득이라고나 할까. 유이가하마 너 지금 캐릭붕괴하고 있다고.

"유...유이...유이가하마~!!"
"스물 다섯이나 먹었으면서..
 시집 늦게 간다구 항상 난리였으니까... 옛날 사고방식이거든"

내가 네 아버지를 이해해. 나이 때문이 아닐 거야. 옛날 사고방식도 아니고. 바보니까 얼른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았을까.. 한번도 뵌 적 없는 유이가하마의 아버지와 맥주캔이라도 부딪히고픈 심정이다.

"넌 어째서 그렇게 단순한 거야."
"지금 바보라구 욕하는 거지? 맨날맨날 바보 취급이나 하구... 걱정마! 힛키한테는 폐 안 끼칠 테니까!"

이 시점에서 그 주장은 원숭이도 납득하지 않을 거 같다만.. 

"저어...유이가하마...
 결혼이란 건 역시... 기분이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봐."

그렇다. 그걸 빨리 깨닫지 못한 우리는 소중했던 그녀를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고, 한 축을 잃은 봉사부의 관계 역시 1년이 넘게 단절되었다. 다시 나를 찾아온 유이가하마의 곁에 혹시라도 유키노시타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도 있지만...
유이가하마도, 나도 유키노시타의 결론에 대해서 떠올리는 것조차 거부한 채 서로를 배려해 왔다. 
거짓 부부가 되어 신혼여행을 온 시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도 아는 척 할 생각은 없지만, 거짓으로 결혼하는 건...
 아무래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

엎드린 채 주절거리는 나와..
누운 채 팔로 눈가를 가리고 있는 유이가하마.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바라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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