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4 by 레미0아이시스
"자아, 이거요! 도장도 벌써 찍어놨으니까요."

이 사람들 성격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앞날이 걱정되는 부부다.
어쨌든 감사는 표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사실은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지만요. 두사람이 벌써 결정한 일이니까."

도장도, 서류 조언도 모두 유키씨가 일임했다...라기보다, 남편은 거의 말없이 뒷쪽에서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다. 괜찮은 거냐고.

"유키씨 도장도 가지고 다니시네요."

넌 궁금한 게 그거냐.

"결혼하는데 수속이나 절차가 하도 많아서 말이죠. 도장 가지고 다니는 게 버릇이 되버렸죠!"

일주일 전의 나였다면 그저 남의 이야기였겠지만 지금은 가슴이 팍팍 저려온다.




남국의 섬에서 이혼신고..
패배의 아이콘. 흑역사의 창조자 히키가야 하치만이라지만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 또 있을 수 있나?

"히잇키~ 수영할래?? 오늘이 마지막날이잖아!!"

유이가하마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힛키 이리루 와봐! 이리! 무지 귀여운 물고기가 있다구!"

어차피...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인데...

"힛키~ 그쪽으로 가버렸어~"
"으아악~!"

잠수경도 채 착용하지 못한 나는 물 속으로 불쑥 튀어나온 기괴한 생물에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 먹지도 못하게 생긴 물...고기는 뭐야.

"이 섬에서 먹이를 주며 기르는 물고기래! 이름은 하치센(八千)!"

이름이 왜 그따위야. 하긴 포인트는 열배 빨리 모이겠네.


내가 기겁하는 모습을 보며 킥킥대던 유이가하마는 내 팔에 매달리며 졸라대기 시작한다.

"마지막 날이니까아~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 좋은 옷으로 입고. 바닷가재라던지...바닷가재라던지..바닷가재!"
"............좋은 옷같은 거 가져왔을까 보냐."






"와아~ 와아~~ 예쁘다~~!!"

바닷가재(?)를 쑤셔넣고 방으로 돌아오니, 침대 시트 위 꽃잎들이 유이가하마를 흥분시켰다. 뭐냐 이 쓸데없이 정성들인 서비스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나는 얼른 잠자리 - 소파 위 - 를 확보. 점거에 돌입했다.

"꺄아- 이렇게 멋진 침대에서 자다니 너무 아깝다..."
"............" 흠칫..

히키가야 하치만의 인생에서, 좋지 않은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다. 중요한 거니까 두번 말하는 거지만.. 현실은 예감보다도 잔혹하게 다가온다.

"힛키! 저기 있잖아....! 방바닥은 시원해서 기분이 좋은데......!"

그럼 네가 방바닥에서 시원하게 잠을 청하면 되지 않겠니. 코마치에게도 잠자리는 내준적 없단 말이다.

"안돼. 소파는 절대로 내줄 수 없어!"
"힛키 정말 너무해!!"
"너무한 건 바로 너야!"
"그럼 난 대체 어디서 자라는 거야!?"
"내 위나 아래서 자던가!!"

굳었다.
일단 내가. 그리고 유이가하마는 동시에 정지화면을 연출했다.

"아..."

이거... 석고대죄라도 해야하는 건가. 보나마나 또 기분나빠...라는 매도의 향연이..

"후후후.. 그거 말 되네."

매도의 향연이...?
잠깐 유이가하마..왜 얼굴을 들이미는 거냐고.

"어..어어.. 유이가하마??"

그녀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잠깐만! 유이가하마 왜 이러는 거야!?"
"....키스하려는 것 뿐이야."

그녀의 숨소리가 가빠오는 것과 반대로 내 숨소리는 정지했다. 뭐???

"그정도라면... 괜찮지...?"

더 말할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아..."

....부드러운 향기..
향수를 쓰지 않는 유이가하마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오롯한 내음..
나는 뱀 앞의 히키가에루가 되어 그저 그녀의 이름을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다.

"유이.........."
"힛키.............
 내 알몸 봤었지?"

퓨즈가 나갔나?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나...알고 있었어..."

견딜 수 없었다. 내 머리 속은 오직 유이가하마라는 단어 하나로 지배되고 있다.
사건의 지평선에 접촉한 혜성과도 같이.. 내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유이가하마에게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유이가하마!!!

그녀의 작은 비명과 함께..
유이가하마와 나의 위치는 반전되었다. 
부러뜨리고 싶고, 문질러 닳게 하고 싶은.. 
나는 토끼에게 달려드는 표범과 같이 유이가하마의 턱을 거세게 잡고 그녀의 눈동자를 노려본다.
이것은 최후의 확인이자,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강요.

"키스만 하면 되는 거겠지?"
"...읍..읍..으"

내가..
내가 지금까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아....아아...."

어떤 생각을....

"젠장.... 귀여운 소리도 적당히 내.."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은 채 습기찬 입김을 내뿜고 있다.
무언가 말을... 왜 갑자기 침묵하는 거지??
불안감이 엄습할 무렵... 

"...헉!"

그녀의 두 손이 내 셔츠를 걷어올려 맨살의 등을 어루만지며 감싸안았다.
그 차갑고 부드러운 손길에 그녀를 노려보자..

"유이..."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곁눈질로 당황하며 쭈볏쭈볏 말을 이어간다.

"마...만지기만...
 만져보기만..."

그것은 유이의 욕망인가..
아니면 나의 욕망인가...

내 손은 거칠게 그녀의 네글리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드러나는 그녀의 진실. 호흡과 더불어 요염하게 등락을 반복하는 우아한 언덕과, 
카마쿠라의 육구색깔보다 더 선명한 핑크빛의 작은 돌기.

"아앗...아..아..."
"유이...."

내 손은 이미 대뇌의 통제를 벗어나 유이의 호흡을 따라 사냥을 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어를 통해 그녀를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다.

"위에만 있는 건 괜찮지?"
"으...으응~"
"하지는 않을게. 유이..."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눈동자가 다시 마주쳤다.
뭐지.. 생소하지 않은 표정이다. 9년 전 그녀의 연민을 거절했을 때, 유키노와의 단절 후 유이의 눈앞에서 돌아서려 할 때..
유이는 저런 표정을 했었다. 거친 호흡.. 붉게 상기된 얼굴.. 그리고 흘러내리는 눈물. 

"...바.. 힛키...바보..."

...바보는 나였나. 그래 바보는 나였다.

"으...응...힛키이...아아...힛키...제..발..."

유이의 고개가 젖혀지며 내 눈길이 향하는 곳은 하얗고 길다란 유이의 목덜미...
그 목덜미에 이빨을 세우자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매달린다.

"부탁이야...힛키..!"

-------------------------------------------------검열삭제-------------
......... 내용전개상 꼭 필요한 에로씬이라 최대한 공개했는데....
더이상은 너무 노골적이라 무립니다. 네. 무리.
만화로도 서너페이지 분량인데 이건 일단은 생략합니다.

다음 편이 드디어 이 이야기의 결말.


'오레가이루 공간 > 관련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둘이서 아침까지 - 첫번째 -  (1) 2014.01.06
거짓 사랑 - 마지막 -  (2) 2014.01.06
거짓 사랑 - 네번째 -  (0) 2014.01.06
거짓 사랑 - 세번째 -  (0) 2014.01.06
거짓 사랑 - 두번째 -  (0) 2014.01.06
BLOG main image
재미없는 블로그
만화, 애니, 음악, 게임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현재는 역시 내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사키, 러브라이브, 신데마스, 섬란카구라, 아마가미 활동중입니다.
by 레미0아이시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806)
관심있는 이야기 (1)
재미없는 이야기 (28)
상관없는 이야기 (18)
귀중한 이야기 (22)
오레가이루 공간 (344)
오레가이루 팬픽 (883)
사키 (132)
사키 웹코믹 (428)
사키 팬픽 (414)
러브라이브 (1104)
아이돌마스터 (464)
아마가미 (107)
섬란카구라 (179)
DOA (64)
마마마 (35)
칸코레 (418)
백합 (102)
기타 번역 (42)
쓸데없는 잡담 (21)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