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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2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처음부터 뒤죽박죽에 내 의사가 개입될 여지따윈 없이 여기까지 왔지만..

이런 여행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여유있게 해변에 누워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몸을 맡기고
그리고 곁에는 작은 천쪼가리에 불과한 수영복의 아가씨....(완전 아저씨인가..)

으~~음...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힛키!!"
"힛키!! 일어나!!"

이마에 덮인 문고본을 늘어뜨린 손으로 받쳐올리니..
남자의 번뇌를 자극하는 두 개의 밥사발이 눈앞을 장식했다.
태양빛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저 크기로 미루어 유이가하마가 나를 깨우는 상황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 무슨 에로잡지 화보같은 비현실이란 말인가.

"힛키 언제까지 잘거야?
 벌써 대낮이야!"

현실이었다! 그동안이 과정이 주마등처럼 플래시백.
나...남국의 섬에서 신혼여행 중.
파라솔 안으로 들어와 후드티를 걸치는 나의 신부는 여전히 바보같은 색기가 넘쳐난다.

"아이~ 배고파! 힛키 밥먹으러 가자."

자...잠깐만...

"힛...키??"

잠깐만!
근데 어찌보면...

"바람에 모래가 날라와!! 아얏! 아퍼... 아야"

이 여행은 혹시 말야...
어쩌면....
무지무지...

"힛키 뭐해? 말도 없이... 나 밥먹기 전에 샤워하고 올게.."

괴로운 여행이 아닐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을 눈앞에 두고서도...
결코 손을 댈 수도 없다니...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건 오히려 나였단 말인가...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사실들이 대뇌를 맴돌기 시작했다.
상념에 젖어있는 사이.. 시간이 꽤나 지난 것 같은데 유이가하마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아까 전까지 들리던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물소리 역시 그쳐있다.

"...............유이가하마?"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의 커튼을 젖힌다.

'쿠울~~~'

그렇게 활발하던 여자가 기절이라도 한 마냥 곯아떨어져 있었다. 대사 빠르다고!

"유이가하마!!"
"....으응~~"
"네가 먼저 밥 먹으러 가자면서!"
"조금만, 조금만..딱 5분만...쿠울..."

그녀는 몸을 돌려 순식간에 다시 정신을 잃는다.

"유이....가하마..."

심장소리가 들린다.
아니.. 유이가마하가 잠에서 깨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리가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몽유병 환자가 된 마냥, 나의 손이 유이가하마가 걸친 가운의 끈으로 다가간다.
제대로 매듭을 짓지도 않았는지.. 손이 닿자마자 스스륵 풀려나는 가운과...
마치 태양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듯 환해지는 공기.




"아... 히키가야....씨?"

아침에 만난 남녀와 같이 멍하니 앉아 맥주캔만 비워내고 있는 내게 그녀가 말을 건 듯 하다.
.....이름을 물어봤었던가?

"아...저어... 이름이 뭐였더라?...."
"유키예요."

꽤나 붙임성이 붙은 여성이다. 유이가하마는 본능적으로 파장이 맞는 여자를 찾아낸 거였을까?

"혼자 계시는 거예요? 신부는요?"

.......신부? 아하..!

"..지금 자고 있어요.
 낮잠 좀 잔다더니흐악!"

등 뒤의 바보녀는 얼굴을 벌겋게 한 채 찌그러진 맥주캔을 들고 씩씩거리고 있다.

"....뭐야. 유이가하마냐."
"....이익!! 날 왜 깨우지 않은거야!!"

깨웠다고... 네 알몸까지 봤지만 꼼짝도 안했잖아...

"점심밥은!?"
"혼자서 먹었어."
"그럼, 저녁밥은!"
"혼자서 먹...후끼악"

모서리로만은 참아달라고 모서리만은... 아이구. 날 맥주캔으로 구타하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정말 부러워요. 두분은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네요."

뜬금없이 가라앉은 유키...?씨의 목소리에 우리는 동시에 굳어버렸다.
유키씨의 고개와 더불어 목소리도 같이 가라앉고 있었다.

"처음이예요. 하루종일 계속 같이 있게 되니까...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 몰라서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이제 앞으로 부부로서 잘 해나갈 수 있을런지 어떨런지...
 왠지..... 자신이...."
"그...."
"그야 간단하죠."

뭔가 다가서려는 유이가하마의 말을 재빨리 가로챘다.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이럴 때는 역시 변태가야가 등장해야..

"그럴 땐 그것 만 하면 되죠, 뭐!! 
 계~~~속!"
"히....힛키???"
"마음이 맞지 않은만큼 몸을 맞춰 가는 거죠. 그게 신혼부부의 특권 아녜요?"

아까 유이가하마의 잠든 모습을 본 후로 계속 이상했다. 아니.. 혼인신고부터 지금 여기에 있는 나까지 모든 게 정상이 아니고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나 역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 당황하며 날 막으려 드는 유이가하마의 모습을 보니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모두... '부부'가 되어가는 거 아닐까요."
"아....근데 우린 달라요!! 달라!! 나랑 힛키는 아무 일도...
 아! 그렇지! 유키씨!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요?"

유이..가하마....너 설마..!!

"우리 이혼신고의 보증인으로!!"
"이런... 유이가하마!! 무슨 소리야!?"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돌아온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유이가하마는 나를 슬쩍 흘기고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우린요! 사실 진짜 부부가 아녜요!"
"...............네?"
"위장결혼이었어요."






"히키가야씨...
 그런 시시한 이유로.. 어떻게 결혼을 할 수가 있어요!"

크아... 머리 아퍼... 아까 마신 맥주의 탓인지 그 맥주캔으로 맞은 탓인지 머리가 깨질 거 같다.
더불어 이제 완전히 페이스를 되찾은 유키씨의 어이없어 하는 설교 타임.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결혼이란 건 말예요. 엄청나게 중요한 거예요!!"

나도 안다고.. 그래서 나랑은 관계없다고 생각했었다고...

"부모가 되는 일도... 아이 기르는 일도..."

나도 실감하고 있다고. 그나저나 유키씨 아까는 결혼에 그렇게 자신없어 하더니 다른 인격이 들어온 건가.
'유이가하마에게 얘기해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역시 뒤가 켕기는 느낌이었다. 여기서는 일단 무난하게.

"........반성하고 있어요. 앞으로 안 그럴게요."
"저는요. 아까는 그런 식으로 얘기했지만..."

그녀는 옆에 있던 남편에게 몸을 기대며 서로 눈을 맞추고는 미소짓는다. 어이어이.

"결혼이란...의외로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

괴롭다. 이 행복한 부부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무마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는 나도..
어느새 나 몰라라 다시 바닷가로 달려간 유이가하마도...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난 솔직히..
아마 유이가하마도 그렇겠지만...
결혼이란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아...

진짜 부부란 대체 뭘까?

'띠리리리리'

뭐지? 휴대폰은 로밍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비치된 다이얼 전화기가 울려서 본능적으로 받아들었다.

"네? 콜렉트콜이요?"
"삐잇!"
"오빠!!!!!"
"코.....코마치!? 근데 여길 어떻게 안거야??"
"오빠네 회사에 전화 걸었었어!! 그나저나 어떻게 된거야!!
 신혼여행이라던데!?"

아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연히 코마치에게는 알리지 않았었다.
그야 그럴 것이.. 유이가하마 역시 코마치에게 알리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장결혼이란 걸 알면 코마치는...

"그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을 수 있어!! 고등학교 이후 오빠는 항상 그래!! 대학 진학도! 유키노 언니와의 일도! 하고 있는 일도!! 진짜 너무해!"
"철커덕."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난리났다. 코마치 포인트 대폭락 확정.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습격으로 사태는 악화일로.
그때 샤워가 끝났는지 유이가하마가 예의 가운으로 몸을 감싼 채 내 곁으로 왔다.

"힛키? 무슨 일 있어??"
"윽...."

자초지종을 유이가하마의 얼굴 역시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외치는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큰일났네~!"
'띠리리리~'
"여보세요? 네?"
"잠깐..유이가하마 그거 받으면 안...!"

전화기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예상했던 코마치가 아닌... 오랫만에 들어보는 어머니의 낮게 깔린 음성이었다.

"하치만의 에미 되는 사람인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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