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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01.06 거짓 사랑 - 세번째 -
  3. 2014.01.06 거짓 사랑 - 두번째 -
  4. 2014.01.06 거짓 사랑 - 첫번째 -
  5. 2014.01.06 카테고리 설명
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3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아....저어..."
"유이가하마씨...라고 했나요? 이건 조금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유이가하마는 그저 수화기를 든 채 석화중이다. 저거 분명 어머니가 과로로 쌓인 스트레스까지 풀고 있는 거라고. 

"결혼이란 건, 서로가 새로운 가족과 만나고 알아가는 일 아닐까요? 그런데 말 한마디도 없이..."

먼저 정신을 차린 나는 유이가하마의 손에서 전화를 뺏어들고 외친다.

"어울리지 않게 왠 설교가 그렇게 길어요!
 내가 선택한 여자란 말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잔소리는 안 하셔도 되는 거 아녜요!"

어머 나 어떡해. 코마치 포인트 대폭락에 어머니에게 폭언+전화끊기.
슬슬 히키가야 호적에서 파일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 빌어먹을 아버지라면 이미 서류를 다 준비해 놨을 거 같은데.


넋을 놓고 있던 유이가하마는 그제서야 석화가 풀린 듯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히...힛키... 그건 좀.... 안되잖아?"

고개를 돌린 채 횡설수설하는데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게 확실하다.

"힛키!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린 거짓말로...."
"유이가하마! 생각해봐! 전화로 아무리 설명을 해봤자...
 어머니가 납득할 리 만무하잖아! 비록 자유방임에 무관심한 부모라 해도..
 위장결혼이란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했다가는 오히려..."
"아....."

'띠리리리~~'

....본능적으로 느꼈다!! 코마치...어머니.. 다음은 뻔하다! 빌어먹을 아버지일 가능성이!

"히...힛키!!"
"받지마!!!!!!
 절대로 전화받지마!!"

'띠리리리~ 띠리리리~'

"어...어쩌지...어쩌지 힛키...?"
"나도 몰라!! 몰라!! 그냥 자버릴거야!"

나...왠지 점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자각이 들어.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는데.
영겁처럼 느껴지던 전화벨은 마침내 그치고..(배상을 각오하고 전화선을 뽑기 직전이었다)
베개를 뒤집어쓰고 현실도피하던 나와, 방안을 정신없이 배회하던 유이가하마의 눈이 마주쳤다.
나무아미타불.

유이가하마는 한숨을 쉬며 내 등에 자기 등을 기대온다. 이녀석 나와 똑같은 걸 먹는데 왜 이렇게 물렁물렁한 거야. 생물학을 전공하면 알 수 있는 건가?

"어느 집 부모나 다 똑같구나.."
"응?"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유이가하마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울 엄마 아빠도 잔소리가 얼마나 심하다구..
 융통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
 하두 답답하길래... 그래서...
 아무 말도 안하구 집을 나와 버렸지!!"
"........뭐라고!??"

이제 출생의 비밀만 밝혀지면 충격과 반전의 어메이징 셀레브러티가 완성될 듯 하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저 '결혼해요'라는 편지만 달랑 써놓고 말야. 하..하하♥"

최근 며칠.. 유이가하마에게 말문이 연달아 막혀보는 신선한 경험을 한 것은 확실한 소득이라고나 할까. 유이가하마 너 지금 캐릭붕괴하고 있다고.

"유...유이...유이가하마~!!"
"스물 다섯이나 먹었으면서..
 시집 늦게 간다구 항상 난리였으니까... 옛날 사고방식이거든"

내가 네 아버지를 이해해. 나이 때문이 아닐 거야. 옛날 사고방식도 아니고. 바보니까 얼른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았을까.. 한번도 뵌 적 없는 유이가하마의 아버지와 맥주캔이라도 부딪히고픈 심정이다.

"넌 어째서 그렇게 단순한 거야."
"지금 바보라구 욕하는 거지? 맨날맨날 바보 취급이나 하구... 걱정마! 힛키한테는 폐 안 끼칠 테니까!"

이 시점에서 그 주장은 원숭이도 납득하지 않을 거 같다만.. 

"저어...유이가하마...
 결혼이란 건 역시... 기분이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봐."

그렇다. 그걸 빨리 깨닫지 못한 우리는 소중했던 그녀를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고, 한 축을 잃은 봉사부의 관계 역시 1년이 넘게 단절되었다. 다시 나를 찾아온 유이가하마의 곁에 혹시라도 유키노시타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도 있지만...
유이가하마도, 나도 유키노시타의 결론에 대해서 떠올리는 것조차 거부한 채 서로를 배려해 왔다. 
거짓 부부가 되어 신혼여행을 온 시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도 아는 척 할 생각은 없지만, 거짓으로 결혼하는 건...
 아무래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

엎드린 채 주절거리는 나와..
누운 채 팔로 눈가를 가리고 있는 유이가하마.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바라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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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2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처음부터 뒤죽박죽에 내 의사가 개입될 여지따윈 없이 여기까지 왔지만..

이런 여행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여유있게 해변에 누워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몸을 맡기고
그리고 곁에는 작은 천쪼가리에 불과한 수영복의 아가씨....(완전 아저씨인가..)

으~~음...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힛키!!"
"힛키!! 일어나!!"

이마에 덮인 문고본을 늘어뜨린 손으로 받쳐올리니..
남자의 번뇌를 자극하는 두 개의 밥사발이 눈앞을 장식했다.
태양빛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저 크기로 미루어 유이가하마가 나를 깨우는 상황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 무슨 에로잡지 화보같은 비현실이란 말인가.

"힛키 언제까지 잘거야?
 벌써 대낮이야!"

현실이었다! 그동안이 과정이 주마등처럼 플래시백.
나...남국의 섬에서 신혼여행 중.
파라솔 안으로 들어와 후드티를 걸치는 나의 신부는 여전히 바보같은 색기가 넘쳐난다.

"아이~ 배고파! 힛키 밥먹으러 가자."

자...잠깐만...

"힛...키??"

잠깐만!
근데 어찌보면...

"바람에 모래가 날라와!! 아얏! 아퍼... 아야"

이 여행은 혹시 말야...
어쩌면....
무지무지...

"힛키 뭐해? 말도 없이... 나 밥먹기 전에 샤워하고 올게.."

괴로운 여행이 아닐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을 눈앞에 두고서도...
결코 손을 댈 수도 없다니...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건 오히려 나였단 말인가...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사실들이 대뇌를 맴돌기 시작했다.
상념에 젖어있는 사이.. 시간이 꽤나 지난 것 같은데 유이가하마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아까 전까지 들리던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물소리 역시 그쳐있다.

"...............유이가하마?"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의 커튼을 젖힌다.

'쿠울~~~'

그렇게 활발하던 여자가 기절이라도 한 마냥 곯아떨어져 있었다. 대사 빠르다고!

"유이가하마!!"
"....으응~~"
"네가 먼저 밥 먹으러 가자면서!"
"조금만, 조금만..딱 5분만...쿠울..."

그녀는 몸을 돌려 순식간에 다시 정신을 잃는다.

"유이....가하마..."

심장소리가 들린다.
아니.. 유이가마하가 잠에서 깨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리가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몽유병 환자가 된 마냥, 나의 손이 유이가하마가 걸친 가운의 끈으로 다가간다.
제대로 매듭을 짓지도 않았는지.. 손이 닿자마자 스스륵 풀려나는 가운과...
마치 태양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듯 환해지는 공기.




"아... 히키가야....씨?"

아침에 만난 남녀와 같이 멍하니 앉아 맥주캔만 비워내고 있는 내게 그녀가 말을 건 듯 하다.
.....이름을 물어봤었던가?

"아...저어... 이름이 뭐였더라?...."
"유키예요."

꽤나 붙임성이 붙은 여성이다. 유이가하마는 본능적으로 파장이 맞는 여자를 찾아낸 거였을까?

"혼자 계시는 거예요? 신부는요?"

.......신부? 아하..!

"..지금 자고 있어요.
 낮잠 좀 잔다더니흐악!"

등 뒤의 바보녀는 얼굴을 벌겋게 한 채 찌그러진 맥주캔을 들고 씩씩거리고 있다.

"....뭐야. 유이가하마냐."
"....이익!! 날 왜 깨우지 않은거야!!"

깨웠다고... 네 알몸까지 봤지만 꼼짝도 안했잖아...

"점심밥은!?"
"혼자서 먹었어."
"그럼, 저녁밥은!"
"혼자서 먹...후끼악"

모서리로만은 참아달라고 모서리만은... 아이구. 날 맥주캔으로 구타하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정말 부러워요. 두분은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네요."

뜬금없이 가라앉은 유키...?씨의 목소리에 우리는 동시에 굳어버렸다.
유키씨의 고개와 더불어 목소리도 같이 가라앉고 있었다.

"처음이예요. 하루종일 계속 같이 있게 되니까...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 몰라서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이제 앞으로 부부로서 잘 해나갈 수 있을런지 어떨런지...
 왠지..... 자신이...."
"그...."
"그야 간단하죠."

뭔가 다가서려는 유이가하마의 말을 재빨리 가로챘다.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이럴 때는 역시 변태가야가 등장해야..

"그럴 땐 그것 만 하면 되죠, 뭐!! 
 계~~~속!"
"히....힛키???"
"마음이 맞지 않은만큼 몸을 맞춰 가는 거죠. 그게 신혼부부의 특권 아녜요?"

아까 유이가하마의 잠든 모습을 본 후로 계속 이상했다. 아니.. 혼인신고부터 지금 여기에 있는 나까지 모든 게 정상이 아니고 이해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나 역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 당황하며 날 막으려 드는 유이가하마의 모습을 보니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모두... '부부'가 되어가는 거 아닐까요."
"아....근데 우린 달라요!! 달라!! 나랑 힛키는 아무 일도...
 아! 그렇지! 유키씨!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요?"

유이..가하마....너 설마..!!

"우리 이혼신고의 보증인으로!!"
"이런... 유이가하마!! 무슨 소리야!?"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돌아온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유이가하마는 나를 슬쩍 흘기고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우린요! 사실 진짜 부부가 아녜요!"
"...............네?"
"위장결혼이었어요."






"히키가야씨...
 그런 시시한 이유로.. 어떻게 결혼을 할 수가 있어요!"

크아... 머리 아퍼... 아까 마신 맥주의 탓인지 그 맥주캔으로 맞은 탓인지 머리가 깨질 거 같다.
더불어 이제 완전히 페이스를 되찾은 유키씨의 어이없어 하는 설교 타임.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결혼이란 건 말예요. 엄청나게 중요한 거예요!!"

나도 안다고.. 그래서 나랑은 관계없다고 생각했었다고...

"부모가 되는 일도... 아이 기르는 일도..."

나도 실감하고 있다고. 그나저나 유키씨 아까는 결혼에 그렇게 자신없어 하더니 다른 인격이 들어온 건가.
'유이가하마에게 얘기해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역시 뒤가 켕기는 느낌이었다. 여기서는 일단 무난하게.

"........반성하고 있어요. 앞으로 안 그럴게요."
"저는요. 아까는 그런 식으로 얘기했지만..."

그녀는 옆에 있던 남편에게 몸을 기대며 서로 눈을 맞추고는 미소짓는다. 어이어이.

"결혼이란...의외로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

괴롭다. 이 행복한 부부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무마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는 나도..
어느새 나 몰라라 다시 바닷가로 달려간 유이가하마도...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난 솔직히..
아마 유이가하마도 그렇겠지만...
결혼이란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아...

진짜 부부란 대체 뭘까?

'띠리리리리'

뭐지? 휴대폰은 로밍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비치된 다이얼 전화기가 울려서 본능적으로 받아들었다.

"네? 콜렉트콜이요?"
"삐잇!"
"오빠!!!!!"
"코.....코마치!? 근데 여길 어떻게 안거야??"
"오빠네 회사에 전화 걸었었어!! 그나저나 어떻게 된거야!!
 신혼여행이라던데!?"

아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당연히 코마치에게는 알리지 않았었다.
그야 그럴 것이.. 유이가하마 역시 코마치에게 알리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장결혼이란 걸 알면 코마치는...

"그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을 수 있어!! 고등학교 이후 오빠는 항상 그래!! 대학 진학도! 유키노 언니와의 일도! 하고 있는 일도!! 진짜 너무해!"
"철커덕."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난리났다. 코마치 포인트 대폭락 확정.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습격으로 사태는 악화일로.
그때 샤워가 끝났는지 유이가하마가 예의 가운으로 몸을 감싼 채 내 곁으로 왔다.

"힛키? 무슨 일 있어??"
"윽...."

자초지종을 유이가하마의 얼굴 역시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외치는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큰일났네~!"
'띠리리리~'
"여보세요? 네?"
"잠깐..유이가하마 그거 받으면 안...!"

전화기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예상했던 코마치가 아닌... 오랫만에 들어보는 어머니의 낮게 깔린 음성이었다.

"하치만의 에미 되는 사람인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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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41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보증인?? 새로운 본적? 

 무슨 이런 내용까지 써야하는 거였어??"

결혼식 없는 혼인신고라면 주민신고센터에서 1시간 내로 끝나겠지.. 라는 내 안일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도망가고 싶어... 수많은 예비 부부(아니 신고하러 왔으니 초보 부부들이라
해야겠지)들이 거침없이 뿜어내는 행복의 아우라 속에 나만이 갈라파고스.
이걸 나중에 또 해야 된다는 사실이 더욱 눈앞을 캄캄하게 하는데...

"휴가도 얻었겠다.... 남은 문제는 보증인만 찾으면 되는데..."

이미 반쯤 몰디브로 날아가고 있는 유이가하마는 이미 나따윈 안중에도 없다.
이 자식....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혼자만의 세계에서 그만 현실로 돌아오란 말이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난 왠지 말이지..."
"아무 문제없어!!"

대체 난 왜 이녀석 앞에서 당당해지지 못하는 걸까. 위장결혼을 입에 담은 그 이후부터 히키가야 하치만의 인권은 사라지고.
이녀석에겐 오직 몰디브만이 진리. 하긴 9년동안 한 번도 해외여행 간다고 한 적 없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여권은 있는 걸까? 유이가하마는 여전히 내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가는 부부를 붙잡아 말을 건다.

"죄송한데요. 보증인이 되어주실 수 없을까요?"
"어이!!! 유이가하마!!"

한 발 늦은 거 같다.

"사실 우린... 결혼하려고 하거든요!"

난생 처음 본 여자라 해도.. 결혼을 결심한 여자들끼리 통하는 공감대는 국경과 연령을 초월한 게 아닐까?
불려세워진 여성의 입가가 벌어지며 배경이 핑크빛으로 전환된다. 제발 좀 봐 달라고...흑.

"와아... 축하드려요 ♡♥"

부인(?)의 따스함에(제발...) 감화된 남편(?) 역시 아빠미소 모드로 들어간다.

"사실 우리들도.. 이제 곧 결혼할 예정인데..."
"어머나~"

유이가하마는 어느새 난생 첨 보는 부부(?)에게 펜을 쥐어주고 양손을 맞잡으며 싸인을 받아낸다.
당신들 이래도 되는 거야? 아무리 No를 말하지 못하는 일본인이라도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



혼인신고 재생 패닉이 끝남과 동시에, 어깨 위의 무게가 사라지고 예약한 별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까지 비치는 영롱한 푸른빛 바닷물결.
등대같은 전망대가 돋보이는 하얀 벽면의 벽돌지붕 빌라.
사방이 뚫려 바닷바람이 그대로 불어오는 침실과, 침대... 소파.
곁에 있는 유이가하마의 표정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두려울 정도로 짐작이 간다.
들고 있는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달려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쓴웃음으로 배웅할 뿐.

"우아아아~앗. 넓다!! 넓어 힛키!!"

그래. 넓어.. 아무 연고도 없이 곧 위장결혼의 보증인이 되어준 이름모를 부부(?)처럼.
그녀는 당연한 수순으로 침대에 다이빙. 너 곧 아라사라고...

"아이~ 깨끗해♥ 과연 스위트 룸이야!! 그치 힛키?"
"허.. 더블베드잖아. 당연히 그렇겠지."

문득 침대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유이가하마.
그렇게 보지 말라고. 묘하게 여자냄새가 나니까 말이지. 언제나 보던 그 동그란 눈이 오늘까라 더 천연덕스럽다.

"힛키이~ 어때? 좋지!?
 이 소파 좀 봐!! 무지 크다아!!"

애써 아무 것도 없는 벽면에 시선을 고정하며 짐을 정리한다.

"응. 응. 응. 알고 있어."

"근데~ 히잇키?"
"왜!?"

조금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지금 정리가 안된다고. 짐도 내 머리속도.
유이가하마는 침대를 둘러싼 커튼 뒤로 스륵 몸을 숨기며 눈웃음을 흘렸다.

"날 덮치면 안돼~♥♥♥"
"윽!!!"

......떠올리면 안된다.





"으~ 음~~ 끝내줘!!"

양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유이가하마. 여전히 반응이 시끄러운 녀석이다.

"정~말 맛있다. 맛있어~~~!! 여기 과일 최고야, 최고!!"
"아아.. 으응. 뺨에 붙은 거나 떼어먹어!"

배를 채우고 나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걸까. 유이가하마는 말을 걸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 보이네. 우리랑 같이 도착한 사람들은 다 어디갔지?"
"아니...?"

말하는 순간 발견. 어디서 분명히 본 적이 있는 듯한...?
그 쪽 역시 마찬가진인지 묘한 표정을 짓는 남녀...? 아하.

"보증인?"
"이거..같은 호텔이었군요."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어하는 반면 여자 쪽은 표정이 밝아지는 기색이다.
바로 다가가 여자한테 귓속말을 전달하는 유이가하마.

"여기 과일 무지 맛있어요."
"네에.."

남녀는 테이블에 자리잡고 멍하니 기다린다. 이거...말해줘야겠지?

"저.. 여기 셀프 서비스인데요.."
"아....그래요!??"

여자는 화들짝 놀라 볼을 붉힌 채 자리에서 일어서 카운터로 향한다. 남자는 그 뒷모습을 넋을 잃을 채 바라보고 있고..
어쩐지 이상한...? 마치 잠이 덜 깬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아하..!



"간단히 말해, 이 계절 남국의 섬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신혼부부들이야."

해안가로 향하는 길에 유이가하마에게 아까의 광경에 대해 설명한다.

"아마 모두 지금쯤 땀을 내고 있을걸."
"뭐~ 어?"

그렇게까지 의외인 일을 말한 걸까...라니 난 왜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아니, 우리 연배쯤 되면 보통 그정돈 짐작할 수 있잖아. 눈을 크게 뜨고 이해못한다는 표정짓지 말라고.

"아이~ 아까워! 그런 걸 꼭 여기까지 와서 해야되는 거야!"

넌 초딩이냐. 신혼여행에서 그걸 안하면 언제 한다는 거냐.
반박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숨이 막힌다. 유이가하마....너... 그 수영복...??
하얀 하이레그 투피스에... 목 뒤로 매듭이 있는 좁은 면적의 상의.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아....알고 있었지만 네 폭력적인 가슴에 저 면적의 상의를 걸치면..... 
눈앞이 어지럽다.

"힘들게 온 거니까. 난 수영이나 해야지!"

힘들게 온 건 알고 있었군. 이 상황에서 그걸 알게 된 게 오히려 슬프지만.

"............질문 있는데... 그 비키니 말인데 물에 젖으면 비치지 않냐?"

이렇게 스트레이트하게 질문할 수 있는 것도 나의 레벨업 덕택이다. 물론, 말하기도 전에 냉기를 쏘아대는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어떠냐 나도 성장한다고.

"뭐어? 왜 빤히 쳐다보고 그래?"

이녀석 이제야 자기가 힘든 것의 위험성을 자각하기 시작한 거냐. 그래도 남편인데 내 눈은 눈도 아니냐고.
이 빗치년. 더 매도해주마.

"특히! 저....그 아랫도리......"
"퍼억!!!"
"읔!!!!!!"

그 쥘부채는 어디서 난거야? 어디 들어있었어??

"힛키 바보!! 변태!! 기분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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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네이버 카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에서 활동 중이신  armdecoy님의 허가를 받은 것임을 알립니다.




한 손에 캔맥주를 들고,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말했다.

"힛키! 저기..."
"......?"

"결혼하자. 우리...."

히키가야 하치만. 잡지 칼럼리스트.
결혼을 하기에는, 조금은 이른 듯한 25세.
...랄까...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도 결혼이라는 단어와 아예 연관이 없을 남자 순위를 뽑는다면 아는 이 중 비견될 대상이 없는 인간이다.

나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왜?"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십년 가까이 보아온 독특한 당고머리를 흔들며 대답한다.

"그러니까!! 아까부터 얘기했잖아!!
 올해 안에 결혼 예정인 커플 한쌍을 추첨해서 몰디브에 8일간 여행 보내준다잖아!!"

확실히 해두기 위해 여기서 못박고 싶다.
나랑 이 여자 유이가하마 유이는 9년 전 고등학교 부활을 통해 질긴 인연을 계속해 온 건 사실이지만..
결코 뜨거운 그런 관계는 아니다.
물론 그런 사실은 당장 눈을 반짝거리며 아직도 꿈을 꾸는 이 바보녀 앞에서 다시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여행 말야!!
 스위트 룸이래!! 그것도 공짜로..."

슬슬.. 이 여자를 현실로 돌려보내야겠지.

"그런데 말이지. 유이가하마..."

벌써부터 정신적인 피로감이 뇌를 휘젓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나답지 않은 상식과 정론이 튀어나오는 거다.

"인생 최대의 결단을 그런 시시한 것 때문에 정해버리는 건..."

유이가하마는 이런 나의 노력을 알기나 하는 건지 점점 내 옆으로 다가서서 다그친다.
달콤한 향기... 9년이 지났는데도 변함없는 천연 솜사탕같은 향기에 더불어 성숙한 여자의 색향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게 된다. 여전히 빗치스럽구만... 
그녀는 이제까지 뭘 들었냐는 듯 손가락을 세워가며 설명한다.

"그거야...
 여행에서 돌아오는대로 이혼하면 되잖아?!"
"..........................!"

"위장결혼 말야."

대체 이 녀석은 언제 어른이 되는 거지?
자기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는 건가?

"너 바보 아니냐? 그렇다고 우리가 당첨될 거 같냐?"

언제나처럼 면박을 주지만..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어째 좀........? 불안한 예감은 어긋난 적이 없다는 내 인생은 이번에도 공식을 따른다.

"엉.....?"

그녀는 눈앞에 의기양양하게 종이쪼가리를 들이민다. 이건.... 엽서인가?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잘난 체를 하겠냐는 표정으로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엽서를 천천히 반전시킨다.
엽서의 뒷면에 새겨진 글자는...

[당첨!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되는 바람에...
싱가폴을 경유해서 몰디브까지...


"나 참... 여자들은 무슨 짐이 이렇게 많지?"
"불평하지마! 게다가 꼭 나한테만 들게 하고... 힛키 약골!"

벌써부터 나의 자취방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만 충만한데.. 이녀석은 여전히 기운차다.
나이는 나만 먹는 건지..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짐이 필요한 건지? 하긴 여자와 단 둘이 비행기를 탄 건 처음이군.

공항에서부터는 스피드 보트를 타고
남쪽에 있는 작은 섬으로... 향했다.
이 보트.. 설마 뒤집어지거나 하는 그런 전형적인 이벤트가 일어나진 않겠지? 이녀석 수영할 줄은 알까..?
유이가하마의 수영실력에 대한 단서를 고심하는 내 어깨에 가벼운 무게가 더해진다.

"............쿠울~~"

방금까지 첫눈 맞는 강아지처럼 정신없던 유이가하마는 이미 재충전에 들어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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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가이루 공간/관련 창작 2014. 1. 6. 15:38 by 레미0아이시스

본 카테고리는 블로그 본인만의 창작이 아니라,


허가를 받은 창작도 기재하기 위해서 카테고리를 만들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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