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와 검과 과자
(프롤로그)
……으응.
이것은, 조금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조금 생각을 해보자. 이제 쓸데없는 체력은 쓰고 싶지 않지만…….
숙소를 나왔을 때, 컨디션은 아직 괜찮았었다. 잠깐 산책해 하다가, 스미레에게 말하고는, 봐두었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고…….
……응. 그걸로 모든 것은 끝나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좀 더 걸어갔더니 공원이 있었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많고 떠들썩했다. 벤치가 있어서, 거기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으려고 했는데…….
……아아, 그건 비극이었다. 봉투를 열려고 하다가, 내용물을 전부 쏟아 버리고 말았다. 잠시 동안 사고가 얼었다. 아깝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쓸어 모아 휴지통에 버렸다.
……이거다. 가장 큰 원인은 이게 아닐까.
그건 그렇고……결국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애초에 내가 과자를 다 먹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거기에, 지갑에 최저한의 돈밖에 입금하지 않았던 것도……아니, 이제 됐다. 이런 상태로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어쨌든. 쓰레기통에 버리러 간 나는 치명적인 미스를 범했다. 그것은 벤치에, 남은 과자가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잊어 버렸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돌아와 보면 벤치 위에 봉지는 없었다. ……정말이지, 범인은 못된 장난 정도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문자 그대로 「치명적」이며, 불평도 못하고…… 아아,지금은 그런 건 됐다. 우선…….
당황해 하면서 새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 지갑에 돈이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스미레의 지갑에서 만 엔 권 한 장 정도 빌릴 걸 그랬다……응, 완전히 이제 와서다. 거기에, 그런 일 비인도적이다…….
……비인도적.
조금 웃고 싶었지만, 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 나는 숙소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다.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어쩐지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 어쩐지 거리 전체가 바뀐 거 같은……그런 의심이 머리를. 정확히, 눈앞에서 태양이 가라앉는 것처럼.
말하자면 이것은 「미아」 라는 것이지만, 그런 의식은 나에게는 없었다. 내가 만전이면 지금쯤이면 숙소로 돌아가 스미레에게 돈을 빌려 다시 과자를 샀을 것이다. (뭐, 만전이면 보충이 필요 없겠지만). 즉, 이것은 미아가 아니라, 단순한 「부진」, 백보 양보해서 미아라고 해도, 부진의 연장으로서의 미아다. 결코 나의 부주의가 아니며, 하물며 내가 방향치라는 것도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그런 건, 당장의 위기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고…….
어쨌든 나는 지금, 이 오사카의 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미궁 같은 거리. 오히려, 내가 거점으로 하고 있는 곳이 시라이토다이 주변인 것을 귀감안 하면, 여기가 더 복잡하다.
…땅거미 색이 짙어지고, 초조해진다.
땀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곤란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 이것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공연한 참견으로 사람이 말을 걸다가, 내 정체가 발각되어 버리면 곤란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깨달았을 땐, 눈앞에 느슨한 비탈이 있었다. 황혼 저녁놀에 물들어진 그 길은 한산했다. 반사적으로 그 쪽 길을 선택했다. 어차피, 어디를 걸으나 못 돌아간다. ……아아, 나는 괜찮을 걸까. 사고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아니, 그만두자. 괜찮을 거다……그렇게 믿고 싶다. 믿고 싶지만…….
……아아, 이것은.
시야가 갑자기 희미해졌다. 직립 부동으로 참는다. 머리가 떨어질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좋지 않다, 일지도 모른다.
우선, 다리를 움직인다. ……이미 비상사태다. 스미레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선, 남의 눈이 없는 곳까지…….
비탈 중턱 근처에 넓은 부지가 있어, 그쪽으로 향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몽롱한 머리를 들어 올려, 눈앞을 확인한다. ……그러자.
……아아, 큰일났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거기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시야가 희미해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최악의 두 글자를 봤다. ……병원. ……아아, 큰일났다.
병원 앞에서 넘어지다니, 제일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좋지 않다. 빨리, 여기서 떠나야 한다……. 그러나,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야가 더욱 희미해진다. ……아아. 이제 다리도 움직일 수 없다. 몸 균형이 무너져……안면에 충격이.…… 눈앞에 어두운 곳이. 서서히 온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 간다……아아, 큰일났다……. 스미레에게 정말로 미안한 짓을 했다…….
그 때 과자가, 하나만이라도 있었다면…….
…………………….
……………….
………….
…….
(1)
케이가 학교를 나왔을 땐, 거리는 땅거미에 잠겨 있었다.
국민 마작 대회 (국마대)를 몇 일 앞둔 9월 중순. 아직도 새단장은 이르지만, 저녁이 되면, 여름이 끝난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그런 계절. 쥬니어 B로 북오사카 대표로 선출된 케이는 매일 늦게까지 부실에 남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국마대 쥬니어 부는 A와 B 2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A는 고3·고2, B는 고1·중3에서 대표가 나오게 되어 있다. 그 때문에 고1인 케이는 B. 올해 여름 인터하이 개인전에서 같은 작탁에 앉은 미야나가 테루· 츠지카이토 사토하는 같은 고2이니까, 국마대에서 얼굴을 맞댈 일은 없다. 개인전에서 빛나는 2위를 차지한 케이는 당연하게 유력한 B블록 우승후보이지만, 역시 방심은 할 수 없다. 인터 하이에서 지금까지, 그 약간뿐인 기간 동안 급성장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중학생 중에서 고등학생을 웃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케이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 결코 교만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속내는,
(기대된데이, 국마대. 어떤 아가 나오려나?)
어디까지나 「기대」 가 제일이었다. 그것이 케이가 강한 이유 중 하나였다.
(테루씨나 사토하씨와 못치는 게 유감이구마……)
개인전 탑3에 3학년이 끼지 못하게 한 테루·케이·사토하는 각자의 실력을 서로 인정해서, 인터 하이 이 후에도 서로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야기는 거의, 사토하가 천연인 테루에게 딴죽을 날리고 그 상황을 케이가 즐기는 식이다.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테루는 단체전에서도 1학년부터 레귤러에 발탁 된 시라이토다이의 단체전 2연패에 크게 공헌했다. 작탁에서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하고는 다르게, 매스컴에 대한 대응은 매우 상냥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케이나 사토하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고 또 다른, 어쩐지 허물 없는 면을 보여주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모두 당황했지만, 이야기해 보면 의외로 재미있어서,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뭐, 뭔가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데이. 셋이서 모인 것은 인터 하이 뿐이었고, 그도 재미있겠구마)
테루는 시라이토다이, 사토하는 린카이 여고, 두 사람 모두 도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 둘도 멀다면 먼 것 같지만, 오사카-도쿄 거리만큼은 아니다.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고, 실제 인터 하이 이 후에 둘이서 놀기도 한 거 같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케이는 언제나 불공평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도 두 사람하고 놀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것을, 케이는 느끼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국마대 중간에 테루씨와 만나서, 사토하씨 만날까나)
어쨌든,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사토하의 반응이 어쩐지 예상이 된다.
웃음을 참으면서 걷다가, 집 앞에 있는 비탈에 도달했다.
완전히 밤이 되어 가로등이 쓸쓸해 보이는 그 비탈길을 오른다. 경사는 완만해서 힘들지 않지만, 그 만큼 거리가 길다. 간신히 중턱 부근에 왔을 때는 숨이 차 올랐다. ――그 때.
(무, 뭐고……? )
산 중턱에 있는 넓은 부지. 거기에 케이의 부모님이 원장인 아라카와 병원이 있다. 그 문 앞. 가로등 저쪽 편에서 사람이 쓰러진 것 같아 보인다.
당황해서, 숨을 고르는 것도 잊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의 다리는 서서히 느려졌다. 가까워지면서,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쓰러져 있었던 것은 확실히 인간이었다. 신장을 보면 여고생 정도. ――그리고.
(……무슨, 이……)
갑자기 가슴 고동이 빨라지고, 머리 속으로 울린다. 어깨로 숨을 쉴 때마다 내쉬는 뜨거운 한숨이, 타는듯한 목이, 온 몸을 흐르는 혈액의 순환이, 머리 속에서 겹쳐, 공명한다. 그것이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의식은 또렷하다…….
쓰러진 소녀는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다. 그것도, 돌아가면서 쭉 생각하고 있었던 그 사람을 닮은 것 같은 기분이…….
케이는 비틀비틀 걸었다. 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설마……)
부모님이 병원에서 일했기에, 케이는 어렸을 적부터 자주 병원에 왔었다. 병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니고, 병원이 일종의 놀이터이었기 때문이다.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아가씨」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었다. 입원을 오래해서 심심할 것 같은 아이나 노인들을 상대해주기에, 환자들의 평판도 좋았다. 그러나, 병원이라는 곳이 그렇듯, 괴로운 장면을 보는 일도 많았다. 자식들도 떠나고 남편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 고독한 병원 생활을 보내다가 돌아가신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적도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그 날, 병실에 들어갈 때 느낀 것과 같은 감각이, 또렷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소녀는, 그리고.
곁에 서서, 얼굴을 들여다 본 순간, 케이는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거기에 쓰러져 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미야나가 테루, 그 사람이었다.
(2)
「테루씨!」
얼굴을 확인하고는 순간적으로 숙여 팔을 잡았다. 순간, 등에 냉수가 부어진 것 같은 소름이 끼쳤다.
차갑다…….
그것도, 오싹할 만큼. 이 차가움은 밤공기에 체온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좀더 근본적인, 몸 한 가운데에 있는 불길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애초에 이 시기의 밤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다. 피부에서 체온을 빼앗아 버릴 정도는 아니다.
주뼛주뼛, 맥을 잡는다. 잡으려고 하지만…….
맥이 없다…….
몸이 떨린다. 정말로 현실인 것일까. 테루가 이런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고, 애초에 그녀는 정말로 테루인 걸까. 한번 더 얼굴을 바라 본다. 하지만 역시,테루 이외의 누구도 아니었다. 텔레비전에서, 잡지에서, 사진으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았던 미야나가 테루의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혈색이 없다. 창백해진 그 색은, 마치…….
입과 코 앞에 손을 대었지만,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 울 것 같았지만 몸을 위로 눕히고, 가슴에 귀를 대었다. 가만히 있었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찌할 바를 몰라 피하고 싶은 생각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교착해서, 이중 나선을 그리며 머리 속을 휘젓는다. 케이는 후자의 생각에 자극은 받았는지 테루의 가슴에 양손을 포갰다. 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한다. 심장 마사지를 한동안 한 후, 턱을 들어 올려 인공 호흡을 한다. 다소 주저는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럼에도 테루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소생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케이는 겨우 16세 소녀였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팔이 저렸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 마사지를 했다. 그러나 서서히 페이스가 늦어지고, 리듬도 무너진다. 거기에 따라, 그녀의 사고도…….
희미하게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도 차갑다는 것은, 사망한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소생법은 아무 의미도 없고…….
흘러 넘치기 시작한 눈물이 손등에 떨어진 순간, 팽팽하던 실이 툭, 끊어졌다.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고, 현실감이 멀어지고, ……그러다, 케이는 테루의 가슴에 푹 엎드려 울었다.
(……어째서)
어째서.
단지 그것뿐이었다. 어째서 테루가 죽은 걸까. 어째서 여기서 테루가 죽어 있는 걸까. 어째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걸까. (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만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순간 새하얗게 되었지만.
그 뒤에 머리 속은, 테루와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고등학생 마작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으로서 테루를 처음 알게 된 건 중3 때. 순식간에 앞다투어 잡지에서 취재했고, 과자를 좋아한다든가, 그런 뜻밖의 일면을 알게 되었을 때. 다음 해, 이번에는 쓰러뜨려야 할 상대로서 지구 예선에서 테루를 만났을 때. 개인전 결승작탁에서 싸워, 그 실력을 피부로 체감 했을 때. 시합 후, 사토하까지 합쳐 셋이서 이야기 했을 때. 테루가 야금야금 케이크를 먹어 치워서 몹시 놀란 것. 케이가 오사카에 돌아간 이후에도, 몇 번이나 두 사람과 서로 연락을 해서…….
――국마대 참가하러 오사카에 가면, 거기있는 케이크 가게도 가 보고 싶은데.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했다. 가 보고 싶은 유명한 가게가 있으니까 기회를 봐서 가고 싶다……그렇게 그녀가 말했기에, 케이가 안내하겠다며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러자 사토하가 불만스럽게 「나에게는 말 안 해주는 건가?」 그런 말을 하기에……케이는 「물론 사토하씨도 함께입니데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과자……)
그러고 보니 테루는 언제나 과자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던 것 같다. 좀 더 먹고 싶었을 것이다……그런데, 이런 젊은 나이에…….
케이는 가방을 열어 초콜릿을 꺼냈다. 그것을 테루 입술 사이에 끼운다. 입 안에 들어가자, 문자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축 늘어졌다.
(그럴 리가 없데이……)
우선 이것을 전해야……. 누구에게? ……아아, 이제 누구라도 좋다. 누구라도 괜찮으니까 그녀의 사체를 이런 곳에 방치하지 말고, 옮겨 주었으면…….
(……사토하씨에게는 알려야)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 어플로 사토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가방에 넣었다. ……아아, 이제 누구라도 좋다. 누구라도 괜찮으니까 빨리 와줘……. 자기 뒤에 병원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케이는, 무릎을 움켜 쥐면서 그런 생각만을 했다.
……그러나, 그 때.
(――!?)
케이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 끝에는 테루의 사체가. ……그것이.
「테루씨……?」
그것이 조금 전, 시야 한 구석에서, 움직인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라고도 생각한다. 9할 9푼 현실적인 해석을 해도, 케이는 1푼의 가능성으로 다가갔다.
테루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여전히 얼음 같이 차갑다. 그래도, 그래도, 그녀는 일말의 희망으로 가슴에 살며시 귀를 대었다. ……그러자.
두근…… 두근…….
그런 소리가 희미하지만 확실히 들렸다. 감격해서 의식이 멀어질 것 같다. 단번에 넘치는 눈물은 신경쓰지 않고, 케이는 테루의 어깨를 잡고, 힘껏 흔들었다.
「테루씨! 테루씨!!」
반응이 없다. 한번 더 가슴에 귀를 댄다. ……두근. 들린다. 두근 ……두근. 확실히 들린다. 환청이 아니다. 테루는 소생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눈을 뜨레이! 테루씨!!」
어깨를 흔들고, 뺨을 두드린다.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더니, 테루가 갑자기 찡그렸다.
「테루씨!?」
미간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살짝 열린 그녀의 눈동자에는, 확실히 생의 빛이 깃들어 있어서--
「테……」
무의식 중에 케이는 테루를 안았다.
「테루씨!」
끓어오를 것 같은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말이 울먹이는 소리가 되어, 입에서 넘쳐 나온다.
「바보 바보 바보! 틀림없이 테루씨가 죽었다고 생각했데이……테루씨 바보!」
몸을 떼어 놓고, 테루의 얼굴을 본다. 어쩐지 자고 일어난 듯한, 멍한 표정으로 케이를 보고 있다. 하지만 기분 탓인지 안색이 좋아진 것 같다. 손을 잡자, 체온이 돌아온 느낌이 있었다. 맥박도 확실히 있다.
케이도 침착해졌는지,
「아, 여기 우리 병원입니데이-. 누군가 부를 테니, 잠깐 기다--」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 때, 테루가 케이의 팔을 잡았다.
「……안돼」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케이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안 된다니, 우야?」
그 질문에, 테루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바로 케이의 눈을 바라보고는,
「어쨌든, 병원은 안돼」
그렇게 우겼다. 잘 모르지만, 테루에게도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감각이 마비되어 있는 케이의 머리가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했다.
「그럼, 병원 뒤에 우리 집이 있으니, 거기 어떻나? 그 정도는 괜찮제?」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케이가 말한다. 테루는 조금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3)
테루를 어깨로 부축하면서 병원 뒤편으로 왔다. 거기에 케이의 집이 있었다.
큰 서양식 이층 저택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저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외장도 수수하고, 어쩐지 겸허한 모습. 원장이라는 직함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닌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실제로, 병원 바로 뒤에 집을 지은 것은,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가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 때문에 케이의 아버지는 항상 집에 없었지만, 딸은 그것 때문에 불만을 품은 적은 없다. 오히려, 장래에 아버지와 같이, 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다.
집에 들어가, 자기 방까지 데리고 간다. 정리 정돈이 잘 된 널찍한 방에, 가장 안 쪽에 있는, 세미 더블 침대에 테루를 눕혔다.
「그럼 갈아입을 옷을 가져 올 테니, 기다리레이. 뭔가 필요한 거 있나?」
테루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과자……」
「알겠데이」
살며시 웃으며, 케이는 자기 방에서 나갔다. 들어올 때도 알았지만, 부모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다. 두 분 모두 병원에서 근무하니까, 자주 그렇다.
1층 거실에서 과자를 꺼내고, 객실에 있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객실에 재우면 좋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자신 방에 들어가는 것이 무의식 중에 중시되었던 탓일 것이다.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잠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옷을 벗으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테루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떨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되는 거고?」
「응」
「그렇지만……」 이번에는 물고 늘어지는 케이. 물론,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디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우선은 옷을 벗으레이」
케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테루는 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그전에 과자를……」 이라며 과자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것이 배알이 꼬였는지, 케이는 옷자락에 손을 댔다
「!?」
테루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지만,
「안 되데이. 제대로, 봐야 하니께―」
케이가 양팔로 억눌렀다. 병 직후--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특수하지만--의 몸으로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고, 허무하게 옷이 벗겨졌다.
케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캐미솔 정도는 입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입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가 놀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선이 어느 한 점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그것은, 배 한가운데. 배꼽이 있어야 할 장소. 지방이 부족한 하얀 피부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케이는 눈을 깜박였다. 착각이 아니다 거기에, 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
평평한 복부에, 정확히 장보다 조금 작을 정도의 정방형이 그려져 있다. 잘 보면, 피부에 먹혀 있다. 말하자면 도랑이다.
정방형 안쪽, 좌측 모서리 중간 부근에도 작은 직사각형이 있고, 거기도 도랑이 있다. 그러나 그 직사각형만은 주변 피부와는 질감이 다르다. 인간의 피부가 아니다. 뭐랄까, 밥솥의 개폐 버튼이 같았다.
「테…… 테루씨. 이거--」
그렇게 말하고 테루의 얼굴을 보았을 때였다. 케이는 깜짝 놀랐다. 테루의 팔을 잡고 있는 자기 왼손. 거기로 전해지는 체온이, 어느 새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맥을 잡아 본다. 그러나--
「테루씨……」
맥이 다시 사라져 있었다. 갑작스러워 패닉을 일으킬 것 같다. 하지만…… 어째서? 이것은 도대체?
무의식 중에, 오른손이 멋대로 테루의 배에 닿아 있었다. 직사각형에 손가락을 대고 힘을 가한다. 반응이 있다. 직사각형은 피부 안에 들어가다가 어느 정도까지 가자, 찰칵이라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라 무심코 손가락을 떼어 놓는다. 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이제부터였다. 이번에는 정방형이, 오른쪽 말고도 다른 변이 약간 떠오른 것이다.
흠칫흠칫, 피부와 정방형 틈새에 손가락을 넣는다. 망설이기는 했지만, 무서운 것을 보고 싶은 것 같은, 호기심이 이겼다. 결심을 굳히고, 문을 여는 듯한 요령으로 배를 열었다.
「…………」
케이는 말문 막혔다. 거기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었다. ……아니, 결코 내장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것을 상정했다면 열지도 않았다. 단지, 막연하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게 되면, 역시 현실에 근거한 사고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다. ……아니, 오히려,현실적인 사고를 해서 이상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복부 안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라, 잘 알 수 없는 기계 종류였다. 잘 모르지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몸이 아니다. 인체에 기계를 이식하는 것은 페이스 메이커를 시작으로 확실히 선례가 있지만, 힐끔 봐도 이것은 그 정도를 넘은 거다.
배의 뚜껑 부분을 보고, 케이는 뭔가 쓰여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Jandroid Prototype T-EL Hirose Group
「『T-EL』……테루……?」
그것은, 「미야나가 테루」를 말하는 걸까
이제, 뭐가 뭔지 모른다. 케이는 머리를 싸맸다. 역시 이것은 꿈은 아닐까. 테루가 병원 앞에서 쓰러진 것도, 있을 수 없는 상태에서 소생 한 것도, 그녀의 배 안에 기계가 차 있는 것도, 그렇다면 설명이 된다. 꿈이면 빨리 깨었으면 좋겠다. 테루의 배를 열어 그 안을 관찰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무서운 구도가 머리 속에 스치자, 케이는 그러기를 바랐다.
……아아,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 있다-- 희미하게 그렇게 느끼고 있다.
즐겨서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사고가 새로운 지침을 내세우며, 몸을 움직이려 한다. 안절부절 못할 것 같다.
결국 케이는, 그 충동을 거역할 수 없었다. 가져온 쿠키를 하나 꺼내, 적당하게 자른다. 그리고 그것을, 테루의 입 안에 넣었다.
1 조각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다. 조금씩 넣다가, 5개째 테루의 몸이, 삐그덩, 움직였다. 물러나서, 상태를 지켜본다. 지금도 열려 있는 배 안에서 전자음이 희미하게 들린다. 그대로 잠시 후, 테루는 다시 눈을 떴다.
「테루씨……」
부르기는 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더는 말할 수 없었다. 테루는 자기의 배가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뚜껑을 닫고 옷으로 숨겼다.
그리고,
「과자, 있어……?」
라고 임종이 다가온 환자처럼 가냘픈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
(4)
가져온 과자를 모두 평정한 테루는, 침대 구석에서 의기 소침하고 있는 케이를 바라 보았다.
「케이」
「……네」
「봤어?」
잠시 동안 침묵하는 케이. 그러나 이 상황에서 발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
솔직하게, 하지만 무거운 말투로, 케이는 대답했다.
「그래」
그 후, 테루도 입을 닫고,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엿본다. 무표정하지만, 어쩐지 그림자가 진 것 같아 보인다. 병실에서 혼자, 나른한 눈으로 밖에 있는 시든 가지를 바라보는 듯한 얼굴. 하지만 그 눈동자는 닫혀 있다. 눈시울 뒤로,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잠시 후 테루가 조용히 눈을 뜨더니,
「……어쩔 수 없네」
살며시, 그런 말을 했다.
침대에서 물러나려고 하기에, 케이는 당황해서 만류하려고 한다.
「테루씨, 아직……」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그래도」
「거기에, 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이를 두고 테루는 침대에서 일어나, 몇 발자국 걷더니, 거기서 뒤를 돌아 케이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작은 결의를 담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우지 않으면 안 돼」
케이는 무심코 숨을 감추었다.
「미안. 케이에게 원한은 없지만」
테루의 오른팔이 갑자기 드릴 회전을 시작하더니--
「그래도 알려진 이상, 지우지 않으면 안 돼」
맹렬한 회오리 같은 기류를 팔에 감으며, 케이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테루가 오른 팔을 당긴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고,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그제서야, 케이는 겨우 제 정신을 차렸다. 테루가 주먹을 내민다. 떨어지듯이 침대에서 피한다. 다음 순간--
격렬한 굉음과 돌풍이 케이를 덮쳤다.
그러나 아프지는 않았다. 명중은 피할 수 있었다. 반사적으로 감은 눈을 뜨자, 시야에는 깃털이 꽃보라처럼 춤추고 있었다. 저 너머에서 보이는 테루의 모습. 옆 얼굴. 그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케이를 번뜩 노려본다--
「――!」
당황해 하면서 케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넘어질 듯이 방에서 뛰쳐나온다. 그 뒤에, 충격음이 귀에 닿았다. 복도를 달리면서 뒤를 봤더니, 테루가 주먹으로 문을 부슨 것 같았다.
(테루씨 정말로 내를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나……? )
그러자(면) ,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을 긁어 지우는것 같이 배후로부터 목소리가 날아 온다.
「――기다려!」
등골이 오싹해졌다. 균형이 무너질 것 같은 것을 어떻게든 유지했지만, 손발이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다. 숨이 찬다. 괴롭다. ―― 1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2단씩 뛰었고 마지막 5단 정도는 뛰어내렸다. 그러나 실패했다. 착지와 동시에 다리가 저린다. 뒤에서는 여전히 발소리가. 무모하게 다리를 움직였지만, 그런 상태로 걷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는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어떻게든 내려가서 뒤를 바라 보니, 테루가 계단을 걸으려는 참이었다. 오싹해서 한번 더 달리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프다. 울 것 같지만 현관을 목표로 달린다. 밖에 나가면. 밖에 나갈 수 만 있으면, 바로 병원이 있다. 사람이 많이 있다. 도움을 부르면 누군가 와 준다. 그런 생각으로 계속 달린다. 멈추면 두 번 다시 달릴 수 없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테루가 원활하게 추적할 수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대로 방에 숨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상대는 벽도 깰 수도 있는 완력이 있다. 방구석에서 몸을 웅크리며 파괴음을 듣는 것도 정신적으로 무리이고, 애초에 발을 멈추면 바로 죽는다는 것이 케이가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현관에 도착하자 겨우 냉정해졌다. 다리를 감싸면서 밖으로 나온다. 병원 뒷문은 바로 저기다. 이제 사람을 부를 수 있다. 아픈 다리에 힘을 담아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그 때.
「!」
뒤에서 굉장한 돌풍이 케이의 몸을 덮쳤다. 다리가 꼬이고 몸이 휘청거린다. 쓰러졌다. 바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
……다리가.
다리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곧, 이제 곧 인데--
「포기해」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몸이 조금씩 떨린다. 추운 것도 아닌데 체온이 사라져 없어진 것 같다. 그런데도 돌아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목만이 움직였다.너무나도 어색하게, 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끊어질 듯한 움직임으로--
「미안해, 케이」
테루가 다가온다. 오른 팔에는 변함없이 맹렬한 회오리가.
「――포기해」
그 팔을 저으며, 그녀가 달리기 시작한다.
――죽는다. 죽어 버린다. 그 생각만이 든다. 그렇지만, 움직일 수 없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눈도 움직일 수 없다. 케이의 시야에서 테루의 상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광선이 번쩍였다.
(5)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케이는, 순간 날카로운 금속음을 들었다.
질풍이 휘몰아쳐 케이의 머리카락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그 바람은, 케이의 얼굴 바로 정면에 맞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주뼛주뼛 눈을 뜬다. 멍한 시야. 그 가운데에--
거기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눈을 크게 뜬다. 바람에 흔들리는 장발. 어둠 속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칠흑.
확실하게 있었다. 빛을 반사 받으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그것은--
「괜찮은 건가? 케이」
어깨 너머로 여기를 돌아 보는 그 얼굴, 깊은 보라색 눈동자. ……아아, 어째서…….
「……사토하씨……」
거기에 서 있던 것은, 일본도를 들고 있는 츠지카이토 사토하였다.
「어째서, 이런 곳에……」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테루는 바로 앞에 있는 테루를 바라 보았다.
「미야나가. 도대체 어떤 일이야?」
「……」
「나에게는 네가 케이에게 덤벼 드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테루는 입을 다물었다. 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어이, 케이 어때?」
「엣, 아아, 네. 그렇습니데이」
대답하고 나서 케이는, 조금 전까지 테루가 했던 말을 생각해 냈다.
「그렇지만, 왠지 『어쩔 수 없어』 그런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토하는 다시 테루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너는 할 말 없어? 덮친 이유에 대해서」
「아, 그것은--」
케이가 말하려고 하기 전에, 테루가 먼저 말했다.
「대답할 수 없어」
테루의 눈초리가 험해진다.
「사토하에게 들킨다면, 사토하도……」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나서, 단언했다.
「――지울 수 밖에 없어」
그 말을 듣고, 사토하가 칼을 휘두른다.
「그렇다면, 그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상대를 해볼까」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충돌했다. 조가 주먹을 내밀면, 사토하가 그것을 칼로 흘린다. 그때 마다 불꽃이 나오고, 금속음이 울린다. 주위를 휘몰아 치는 폭풍 때문에 칼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아, 사토하는 아무래도 방어 일변도가 된다. 그것을 알아챈 듯이 테루는 차례차례 공격을 계속 한다. 테루의 일격의 무게는 알고 있기에 주의하면서 방어하는 사토하였지만, 그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칼을 휘두르는 것이 방해되지 않는 풍향이 되었다.
「――하앗!」
테루의 주먹을 튕기자마자, 사토하는 칼을 휘둘러 배었다.
「!」
그것을 눈치챈 테루가, 순간적으로 팔을 치켜든다.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바람 때문에,
「――!?!?」
……사토하의 스커트가 올라가 버렸다.
「아…… 검정」
속옷색은 케이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레이스…… 사토하씨, 꽤 섹시하게 입는데이)
하지만, 테루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순간의 틈을 노려 칼을 튕겼다.
「아차--」
그 충격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져 쓰러진 사토하. 그 머리에 테루의 주먹이 날아가려고 할, 그 때.
「――이제 그만 두레이! 내를 위해 싸우지 말레이!」
갑자기 나온 말에, 과연 테루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사토하와 둘이서,
「너(케이) 때문이 아니야!」
라고 같이 소리를 질렀다. 케이가 웃기 시작했다. 멍한 얼굴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었지만, 그 타이밍이 또 동시였기에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테루도 사토하도 기세가 꺾여, 전투를 계속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테루는 팔을 내리고, 바람도 거두고 포기한 듯이 말했다.
「역시 나 두 사람을 때릴 수 없어」
「아니, 때리려고 했잖아」
「뭐, 그건 됐다고 치제이 커뮤니케이션은 우선 대화부터라고 누가 말했고 말이제-」
또한 눈물을 띄우면서 웃고 있었던 케이였지만,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차분하게, 지금까지에 이른 경위를 사토하에게 설명했다.
「……………………」
사토하는 뭐랄까, 완전 바보 취급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기에 테루에게 보여달라고 했더니, 이마에 주먹을 대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테루씨의 정체는 결국 뭡니꺼?」
우선 사토하는 두고 테루에게 물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대체로 짐작은 가지만, 본인의 입으로 듣지 않으면 역시 납득할 수 없다.
테루는 순간 주저하는 듯했지만, 다짐을 했는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마작용 안드로이드 『쟝드로이드』 시험 제작기. 정식명칭은 『T-EL』. 거기서 테루라는 가명을 만들었고, 인간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리고 있어」
「쟝드로이드……그런 물건은 들어 본적이 없지만, 시험 제작기라고 한다면 수긍은 가」
실제로 봐서 일까, 사토하는 어찌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동력원은 과자. 그러니까 과자가 끊어지면 에너지가 끊어져 움직일 수 없게 돼」
「아! 그래서 내가 과자를 넣자 부활했구마」
고개를 끄덕인 테루는, 자기가 어째서 아라카와 병원 앞까지 도착했고, 그리고 왜 쓰러졌는지 꽤 비장한 말투로 설명했다.
하지만 케이는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으응―? 그렇지만, 시라이토다이의 숙소는 여기서, 엄청 멀다 아이가? 헤맨다고 해도 무리가 있는데……」
라며 의아에 했지만, 사토하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것을 부정한다.
「아니…… 이 녀석 방향치는 인간의 상상을 넘어. 그 정도라면 이상하지 않아」
「아, 혹시」
「아아……. 둘이서 만날 때라든지」
납득은 했지만, 그거하고는 별개로, 「둘이서 만날 때」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애매하게 말하면, 마치 둘이서 데이트 하는 것을 숨기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사토하씨도 연락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왔습니데이?」
「엣……」
무심코 심술궂은 말을 해버렸다. 사토하는 의표를 찔렀는지, 분수에 맞지 않게 동요했다.
「혹시 처음부터 다 본 거 아닙니꺼?」
「아, 아니……」
「실은 내를 놀래키려고?」
「그, 그렇지 않아!」
「그럼 어떤 이유로?」
큭, 말문이 막혔지만, 횡설수설 대답은 한다.
「우, 우연이야. 아, 아니, 미야나가가 이 근처를 걷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헤에-」
「정말이야」
「그럼, 그런 것으로 해둡니꺼……」
「어이, 정말이라니까」
「그래서, 우리들을 죽이려고 한 것은?」
사토하를 무시하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바로 그 본인은 그 질문을 듣고 놀라고 있다.
「『죽이려고』……?」
「에?」
두 사람이 엉뚱한 소리를 냈다.
「아니, 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닙니꺼?」
터무니 없다, 라고 말하려는 듯이 테루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단지, 머리에 강한 쇼크를 주면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
「……『지운다』라는 것이 『기억을 지운다』 였습니꺼……」
케이와 사토하, 둘은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거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건 곤란한 거 아닙니꺼?」
「응. 사실은 두 사람에게도 말하면 안 되지만……」
눈을 치켜 뜨고 보면서 둘을 바라보는 테루를 보며, 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세 사람만의 비밀로. 사토하씨도 괜찮제?」
「아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약속한다」
「케이…… 사토하……」
케이는 생긋 웃으며, 새끼 손가락을 세웠다.
「약속! 새끼손가락 걸기!」
「응」
테루도 고개를 끄덕이고, 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나도 해야 하나」
그리고, 둘의 시선을 받은 사토하도 마지못해 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약속! 새끼손가락 걸기, 거짓말 하면 바늘 천 개..」
이상한 형태로 얽힌 새끼 손가락을 떼고, 셋은 각자 웃었다.
「……바늘 방석은 먹을 수 없을 거 같지만, 포키가 천개 박힌 케이크라면 먹을 수 있어」
「엉망이야」
그런 평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케이는 웃으면서 바라 보았다.
(에필로그)
인터하이가 곧 멀지 않는 7월 중순.
케이는 나라현 대표 아치가 여고 마작부를 맞이했다.
레벨 업을 위한 특훈이라는 것으로 그녀들과 대국했지만, 고교생 마작계에서 유명한 케이를 앞에 두고 흥분했는지, 휴식 중에 다양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의 인터하이가 화제가 되었을 때,
「아라카와씨는 챔피언과 싸웠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눈을 빛내면서 묻는 사람은 아치가 대장 타카카모 시즈노. 건강하고 귀여운 아이이네, 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어쩐지 장난치고 싶어져서.
케이가 말했다.
「미야나가 테루는, 사람이 아니레이」
뭔가 의미 심상한 미소를, 그 얼굴에 띄우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