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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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08 별의 파편
  2. 2016.01.07 잠에 취한 명화
  3. 2016.01.07 백의와 검과 과자
  4. 2016.01.06 열리지 않는 곳
  5. 2016.01.06 18+1≠20-1
  6. 2016.01.05 구원의 벚꽃
  7. 2016.01.05 친구
  8. 2016.01.04 당신의, 칠흑의, 눈동자
  9. 2015.12.27 토요네 「하얀 옆 얼굴」
  10. 2015.12.25 사키 「정말로 좋아하는 당신에게, 커다란 행복을」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8. 22:4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별의 파편

 


 

 부실에서 나오자 12월의 공기가 몸을 감싸, 테루는 코트 옷깃을 여몄다.

 밖은 어둡기만 하고, 맞은 편에 보이는 교사도, 불이 켜진 창문도 셀 수 있을 정도 밖에 없다. 복도도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어, 상당히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계단 근처까지 가자, 높은 곳에 조명이 있어서 밝기는 했지만, 이번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발소리만이 들리는, 한산한 밤의 교사.

 계단 위에 선 테루는, 조금 우물쭈물 하고 나서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밝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발 밑은 더 어둡다. 넘어지지 않도록 난간에 손을 대면서 올라가, 조명조차 켜지지 않은 옥상 계단까지 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걷는다. 긴 시간을 들여 문 앞에 이르렀고, 손잡이를 잡는다. 얼음처럼 차갑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허무한 소리가 울리기만 할 뿐. 가볍게 숨을 쉬고, 테루는 되돌아 갔다. 어차피 굉장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열리지 않는다고 해도 낙담할 일은 아니다. 계단을 오르고 있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예상 이상으로 낙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테루는 내심 놀랐다. 문 너머 저편, 차가운 바깥 하늘에 그려진 빛의 궤적. 그렇게나 그것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12월 15일 오늘-- 쌍둥이자리 유성군이 관측 피크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그것도, 올해는 최근 몇 년을 비교해도 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것 같고, 다음에 이런 좋은 조건으로 보려면 10년 이상이나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도쿄에서도, 비교적 거리 빛이 부족한 시라이토다이라면, 어쩌면 학교 옥상에서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결과는, 도달조차 할 수 없었지만.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 가는 동안에도 가슴에 있는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아침부터, 침대 위에서 눈을 뜬 뒤로 느껴졌던, 어떤 위화감 같은 것이었다. 늦잠 잤다고 생각했는데, 시계 바늘은 평소 그대로인 7시 반이었다. 잠버릇이 심했을까, 생각하며 거울을 보았지만 그러지도 않았고, 실은 오늘이 축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달력을 확인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치 먼가 잃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방을 봐도 필요한 것은 제대로 준비된 상태였으니, 그것도 아니었다. 미묘하게 짜증을 느끼며 집에서 나왔지만, 그 후에도 정체 불명의 감정이 계속 느껴졌다.

 교사에서 나와, 멈춰 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잠시 동안, 그렇게 있었지만, 유성 같은 것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목이 아파져서 그만두고,  걷기 시작한다. 이렇다면 옥상에서 봐도 같았을 거라고 변명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위화감을 씻을 수는 없었다.

 원래 테루는 이 하늘이 밤하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밤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밤하늘은 아니다. 구름도 끼지 않았는데, 하늘이 탁하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장막이 진짜 밤하늘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아침부터 느껴졌던 위화감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아……」

 묵묵히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하얀 숨을 토한다. 한숨과 함께 이 기분도 내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식으로 정체 불명의 위화감에 지배당한 채,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려고 해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빛이 신경을 자극했다. 거리의 빛이 원망스러웠다. 가로등이 방해되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은 장소에 가고 싶다. 조용히 맑은 밤하늘에서, 마치 나아가는 듯한 유성의 궤적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결국, 유성군은 계기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을 핑계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는 장소로 가고 싶었던 것뿐.

 발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7시 15분. 기숙사 폐문시간은 9시다. 아직 시간은 있다. 걷고 있어도 별 수 없지만, 돌아가 방에 틀어박히는 건 더 싫다. 오히려, 더 갑갑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걷는 게 좋다.

 그 때, 무언가가 번쩍여서, 테루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처럼 얄팍한 생각이었지만, 머뭇거리는 시간도 아까워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게 더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분 정도 계속 걷다가, 완전히 데워진 몸으로 간신히 도착한 곳은 아사마산 공원이었다. 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하고 싶어질 만큼 낮은 산으로, 확실히 표고 80미터도 안 된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정비되어 있으니까 헤매지 않고 바로 오를 수 있다. 폐문시간까지 돌아갈 수 있을지 어떨 지가 미묘했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초범이고, 설교나 반성문 정도로 끝날 것이다.

 지친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나무들로 덮인 언덕을 오른다. 갑자기 옛 일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을 뿌리치듯이 무모하게 계속 걸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코트 안은 땀투성이다. 그 무렵도 그랬을까--. 봄의 양기를 받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축축히 땀을 흘리고 있었을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물결이 밀어닥치듯이 추억이 소생한다.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선명한 색채를 그리는 햇빛. 바다처럼 푸른, 활짝 개인 넓은 하늘. 곁에서 순진하게 웃는, 그 아이의 모습--.

 테루는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마음껏 울면 될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며 오열을 견뎠다. 누구도 없는 장소에 가고 싶었을 텐데, 실제로 그렇게 되자, 슬퍼서 어쩔 수 없었다. 마음 속에서, 복잡하게 서로 얽히고 있는 신경 다발이 다친 것 같은, 그런 아픔이 온 몸으로 퍼진다.

 잠시 동안, 그렇게 웅크리고 앉다가, 별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 보았을 때였다. 저 너머의 밤하늘에, 한줄기 빛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무심코 생각이 멈추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된 것은, 오늘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산정상까지 서둘렀다. 여기는 나무가 있어 시야가 나쁘다. 정상은 나무도 많지 않고 하늘이 넓다. ――그럴, 테지만

 걸으면서, 테루의 표정이 점점 의아하게 바뀌었다. 바로 도착해야 할 정상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쩐지, 길 양쪽에 있는 나무들이 잎이 달려 있다. 고목 밖에 없었을 텐데, 어느 새 상록수를 심은 것 같다. 거기에, 갈수록 나무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길도 가늘어지고 있다. 하늘이 열릴 일도 없고,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길을 착각한 것일까. 그러나 헤맬 수도 없는 오솔길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걸었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

 그러자, 거기에 있어야 할 고목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상록수 숲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길이 길다. 걸어 온 거리는 가볍게 넘었을 것이다. 그 완만한 경사는 사라져 있었고, 평지 오솔길로 바뀌어 있었다.

 한 번 눈을 감고, 다시 떴다. 그러나 경치는 변함없다. 조용했던 머리 속이 다시 사고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도대체 왜일까? 마치 다른 세계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무섭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바라 보았다. 하늘은 거의 나무 가지로 덮여 있었지만, 그 틈새로 엿볼 수 있었다. 테루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밤하늘이다. 아름답게 맑은 칠흑의 천개. 거기를, 마치 화살처럼 빛이 돌아다닌다. 도쿄의 하늘과는 다르지만, 유성군은 확실히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테루는 앞으로 나아갔다.그 유성이 향한 곳으로.

 가로수로--라고 할까 숲은, 울창하고 어두웠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갈 수 있던 것은, 하늘이 밝았기 때문이다. 별로 가득 찬 밤하늘이 빛을 흩뿌리고, 그것이 나뭇잎 사이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머리 위로 유성이 지나갔다. 그 강렬한 빛은, 마치 불꽃 같아서, 그렇지만 소리도 없이, 그림자를 지나 저 편으로 사라져 갔다.

 직접 볼 수 없어도, 이런 형태다, 테루는 평소와 다르게 맑고 깨끗한 기분이었다. 쌍둥이자리 유성군은, 이미 죽은 혜성 티끌과 지구의 궤도가 교차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혜성은 태양의 열을 받으며 사라지고, 우주에 자기 티끌을 날린다. 마치 눈처럼. 그러니까, 유성군은 우주의 눈이다. 지구에 떨어지고, 덧없이 녹는,우주의 눈.

 그 한편, 러브죠이 혜성처럼 태양을 지나도 살아 남는 혜성도 있다. 산 글레이저라고 하는, 그 빛은 밤하늘에 계속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경우, 우주의 눈은 혜성을 따라 은하수처럼 웅장한 모습을 밤하늘에 그린다.

 혜성도 유성도, 그 신비적인 아름다움을 지구에 보여 준다. 지금도, 혜성에서 태어난 유성이, 마치 천마처럼 별들의 바다를 앞질러간다.

 깨달았을 때는, 전방에 숲이 끊어진 광장이 있었다. 어슴푸레한 주위와는 반대로, 거기만은 푸른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나무가 없기에 아낌없이 별 빛이 비추고 있다. 그 밑에는 작고 하얀 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노란색도 섞인 것 같아 보이니, 계절을 생각하면 윈터 코스모스일까.

 발 밑에 빛이 달린다. 그림자를 꿰뚫은 빛은, 광장의 밝음에 빨려 들여가듯이 사라져 간다. 이렇게, 테루의 발 밑을 지나 간 빛이, 저 광장에 모이는 걸까.

 천천히 걸어, 광장에 도착하니, 천개(天蓋)의 빛은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 비춰지기 시작한 하얀 화원. 예상대로, 역시 윈터 코스모스 같다. 광장 전역에 그 작은 꽃잎이 만발해 있다. ――그 속에서.

「……?」

 테루는 「그것」을 향해 걸었다. 이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화원에 굴러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역시, 작은 여자아이였다. 가련한 꽃에 둘러싸인, 태어났을 때의 모습, 양손을 가슴 위에 대고, 위를 향해 누운 형태. 눈은 감겨 있고, 미동도 없다. 무질서하게 펼쳐져 있는 장발은 금빛. 얼굴은 어리다. 이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루는,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뻐……」

 오히려, 그 말이, 저절로 나왔다.

 시야 한 구석, 숲의 그늘이 있는 곳에, 빛이 보였다. 순간 고개를 들자, 밤하늘을 흐르는 별이, 정확히 머리 위로 스칠 뻔했다

「으응……」

 자기 것이 아닌 목소리가 들려, 테루는 한번 더, 소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마치 자고 일어난 듯이, 눈을 비비면서, 그녀는 반신을 일으켰다. 테루를 알아차렸는지,고개를 돌리고, 그리고, 눈시울을 위로.

 테루는 무심코 숨을 감추었다. 둥근, 녹색 눈동자. 뭘까--. 아아, 그래. 텍타이트 색이다.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힘을 가진 보석. 그녀의 눈동자는, 그 깊고 맑은 녹색과 비슷했다.

 아직 머리가 멍한 걸까, 그녀는 소리도 내지 않고 테루를 바라보고 있다. 자고 있을 때는 예쁜 몸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어나서 그렇게 바라보면 쑥스럽다. 시선을 돌리고 코트를 벗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괜찮아?」

「……」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일어서서 코트를 입었다.

「너, 이름은?」

「……오호호시, 아와이……」

 아직 잠에 취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평소에는 억양이 부족한 테루였지만, 이번만은 제대로 긴장하고 있다. 냉정함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혼란 투성이었다. 이 장소도 모른다. 이 소녀도 모른다. 여기는 어디이고, 그녀는 어째서 이런 곳에서, 그런 식으로 자고 있었던 걸까. 전혀 모른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에 테루도 하늘을 바라 보았다. 유성은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조금 기울여,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 유리 세공 같은 눈동자에 별이 머물고 있었다. 밤하늘의 광경을 새기는 걸까, 소녀는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인다. 마치 요리의 뒷맛을 즐기고 것 같았다.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돌풍이 일어났다. 숲이 웅성거리 시작한다. 발 밑에 있는 코스모스가 꽃잎을 날린다. 떠다니며, 밤하늘 빛을 발하면서 꽃보라가 된다. 바람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발 밑에서, 주변에서, 하늘에서. 꽃잎이 흩날리며 춤추듯이 날아 올라, 테루를 감싼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 몸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람 소리가 그쳐, 조심조심 눈을 떴을 땐, 꽃보라는 그쳐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뒤에는 고목이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초록색 그림자는 전혀 없는 차가운 광장으로 변해있었다.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백일몽이라는 걸까. 그러나 눈앞에는 그 소녀가 서 있고, 이번에는 그녀가 테루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선--

「너, 집은 어디?」

 그렇게 물었지만, 그녀는 바로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집은 없어」

「무슨?」

 또 다시 그녀는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볼 뿐이었다. 가출일지도 모른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을까. 조금 전까지 한 체험은 잊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파출소에 데려 간다고 해도 들어줄까. 거기에 알몸인 소녀에게서 코트를 벗겨내 혼자만 돌아가는 것도 할 수 없고, 곤란하다.

「……파출소 갈래?」

 결국, 다른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스트레이트하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 왔다.

「파출소?」

 순박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갸웃거린다.

「집, 없지?」

「가면, 거기서 살 수 있는 거야?」

 이번에는 테루가 머리를 갸웃거리고 싶었다. 이 아이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파출소를 모르는 걸까. 작다고는 해도 중학생만한 몸집이다. 그런데 상식이 없다. 그냥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다.

「어쨌든, 가자」

 아무튼,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산길로 향했다. 그녀는 「출발~!」 그렇게 말하고 있어, 테루는 데리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 각오했다.

「아, 그래. 너 이름은?」

「미야나가 테루」

 무뚝뚝하게 말한다.

「잘 부탁해, 테루」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별이 흐르는 하늘 아래에서, 테루는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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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코멘트 : S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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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7. 22:32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잠에 취한 명화

 


 

7 12일요일오전 10 13츠지카이토 사토하는 린카이 여고 기숙사에 도착했다.

 레드 칼라 세라복을 맵시 있게 입고요염한 검은 장발을 휘날리면서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걷는다그 표정은 이상하게 험하고미간에는 주름이…….

 어느 방 앞에 도착하고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인터폰을 연타했다.

「네~……?

 잠시 후문 너머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사토하는 팔장을 끼며 기다렸지만,

「………………」

 그것 뿐이고 다시 조용해진 것이 짜증나서다시 벨 세례를 퍼부었다.

 간신히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복도를 걷는 소리, ……, ……그리고또 무음.

「――명화!!!

 복도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겨우 문이 열렸다.

「아사토하…… 안녕하세요……

 거기에는희미한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있는 명화가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나 고함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로 보인다그냥 자다 일어난 듯하다그 증거로 그녀는 눈을 비비고 있고머리카락은 엉망이다.

「무슨 일인가요이렇게 일찍……사토하도 함께 자나요?

 이런 알 수 없는 말을 한다생각보다 「중증」이다어쨌든벌써 10시라고 외치고 싶지만계속 고함치는 것도 귀찮아서필사적으로 참았다대신 전혀 눈치가 없는 앞에 있는 소녀를 노려본다.

「너오늘은 낮부터 연습 시합이라고 들었지?

「…………」

 명화는 멍하니 있다가,

「――아! 확실히 그랬네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지금 몇 시인가요?

10 20분」

「그럼 아직 시간이 있네요준비할게요」

 그전에 방에 모여서 연습한다는 건 완전히 잊은 것 같았지만이미 그럴 경황이 아니다안으로 들어가려는 명화의 팔을 잡고욕실까지 잡아 끈다.

「잠깐사토하~……?

「니 페이스로 준비하면 절대로 늦겠지!

 샤워기를 틀며사토하가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맹한 프랑스인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은언제나 사토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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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7. 22:2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백의와 검과 과자

 


 

(프롤로그)

 

 

 ……으응.

 이것은조금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조금 생각을 해보자이제 쓸데없는 체력은 쓰고 싶지 않지만…….

 숙소를 나왔을 때컨디션은 아직 괜찮았었다잠깐 산책해 하다가스미레에게 말하고는봐두었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고…….

 ……응그걸로 모든 것은 끝나야 했다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좀 더 걸어갔더니 공원이 있었다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많고 떠들썩했다벤치가 있어서거기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으려고 했는데…….

 ……아아그건 비극이었다봉투를 열려고 하다가내용물을 전부 쏟아 버리고 말았다잠시 동안 사고가 얼었다아깝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쓸어 모아 휴지통에 버렸다.

 ……이거다가장 큰 원인은 이게 아닐까.

 그건 그렇고……결국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지도 모른다애초에 내가 과자를 다 먹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거기에지갑에 최저한의 돈밖에 입금하지 않았던 것도……아니이제 됐다이런 상태로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어쨌든쓰레기통에 버리러 간 나는 치명적인 미스를 범했다그것은 벤치에남은 과자가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잊어 버렸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돌아와 보면 벤치 위에 봉지는 없었다. ……정말이지범인은 못된 장난 정도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나에게 있어서는 문자 그대로 「치명적」이며불평도 못하고…… 아아,지금은 그런 건 됐다우선…….

 당황해 하면서 새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지갑에 돈이 없다이럴줄 알았으면 스미레의 지갑에서 만 엔 권 한 장 정도 빌릴 걸 그랬다……완전히 이제 와서다거기에그런 일 비인도적이다…….

 ……비인도적.

 조금 웃고 싶었지만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나는 숙소에 돌아가려고 했다그리고지금 이 상황이다.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어쩐지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어쩐지 거리 전체가 바뀐 거 같은……그런 의심이 머리를정확히눈앞에서 태양이 가라앉는 것처럼.

 말하자면 이것은 「미아」 라는 것이지만그런 의식은 나에게는 없었다내가 만전이면 지금쯤이면 숙소로 돌아가 스미레에게 돈을 빌려 다시 과자를 샀을 것이다. (만전이면 보충이 필요 없겠지만). 이것은 미아가 아니라단순한 「부진」백보 양보해서 미아라고 해도부진의 연장으로서의 미아다결코 나의 부주의가 아니며하물며 내가 방향치라는 것도 아니다.

 ……뭐그렇다고 해도그런 건당장의 위기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고…….

 어쨌든 나는 지금이 오사카의 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도쿄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미궁 같은 거리오히려내가 거점으로 하고 있는 곳이 시라이토다이 주변인 것을 귀감안 하면여기가 더 복잡하다.

 …땅거미 색이 짙어지고초조해진다.

 땀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곤란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이것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이다공연한 참견으로 사람이 말을 걸다가내 정체가 발각되어 버리면 곤란하다어떻게 해서든지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깨달았을 땐눈앞에 느슨한 비탈이 있었다황혼 저녁놀에 물들어진 그 길은 한산했다반사적으로 그 쪽 길을 선택했다어차피어디를 걸으나 못 돌아간다. ……아아나는 괜찮을 걸까사고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이대로라면……아니그만두자괜찮을 거다……그렇게 믿고 싶다믿고 싶지만…….

 ……아아이것은.

 시야가 갑자기 희미해졌다직립 부동으로 참는다머리가 떨어질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좋지 않다일지도 모른다.

 우선다리를 움직인다. ……이미 비상사태다스미레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우선남의 눈이 없는 곳까지…….

 비탈 중턱 근처에 넓은 부지가 있어그쪽으로 향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몽롱한 머리를 들어 올려눈앞을 확인한다. ……그러자.

 ……아아큰일났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거기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시야가 희미해서 보지 못했다그리고최악의 두 글자를 봤다. ……병원. ……아아큰일났다.

병원 앞에서 넘어지다니제일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좋지 않다빨리여기서 떠나야 한다……. 그러나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야가 더욱 희미해진다. ……아아이제 다리도 움직일 수 없다몸 균형이 무너져……안면에 충격이.…… 눈앞에 어두운 곳이서서히 온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 간다……아아큰일났다……. 스미레에게 정말로 미안한 짓을 했다…….

 그 때 과자가하나만이라도 있었다면…….

 …………………….

 ……………….

 ………….

 …….

 

 

 

(1)

 

 

 케이가 학교를 나왔을 땐거리는 땅거미에 잠겨 있었다.

 국민 마작 대회 (국마대)를 몇 일 앞둔 9월 중순아직도 새단장은 이르지만저녁이 되면여름이 끝난 것을 실감할 수 있는그런 계절쥬니어 B로 북오사카 대표로 선출된 케이는 매일 늦게까지 부실에 남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국마대 쥬니어 부는 A B 2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A는 고2, B는 고3에서 대표가 나오게 되어 있다그 때문에 고1인 케이는 B. 올해 여름 인터하이 개인전에서 같은 작탁에 앉은 미야나가 테루· 츠지카이토 사토하는 같은 고2이니까국마대에서 얼굴을 맞댈 일은 없다개인전에서 빛나는 2위를 차지한 케이는 당연하게 유력한 B블록 우승후보이지만역시 방심은 할 수 없다인터 하이에서 지금까지그 약간뿐인 기간 동안 급성장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중학생 중에서 고등학생을 웃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케이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결코 교만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속내는,

(기대된데이국마대어떤 아가 나오려나?)

 어디까지나 「기대」 가 제일이었다그것이 케이가 강한 이유 중 하나였다.

(테루씨나 사토하씨와 못치는 게 유감이구마……)

 개인전 탑3 3학년이 끼지 못하게 한 테루·케이·사토하는 각자의 실력을 서로 인정해서인터 하이 이 후에도 서로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이야기는 거의, 사토하가 천연인 테루에게 딴죽을 날리고 그 상황을 케이가 즐기는 식이다.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테루는 단체전에서도 1학년부터 레귤러에 발탁 된 시라이토다이의 단체전 2연패에 크게 공헌했다작탁에서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하고는 다르게매스컴에 대한 대응은 매우 상냥했다그렇게 생각하면 케이나 사토하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고 또 다른어쩐지 허물 없는 면을 보여주는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처음에는 모두 당황했지만이야기해 보면 의외로 재미있어서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뭔가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데이셋이서 모인 것은 인터 하이 뿐이었고그도 재미있겠구마)

 테루는 시라이토다이사토하는 린카이 여고두 사람 모두 도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그 둘도 멀다면 먼 것 같지만오사카-도쿄 거리만큼은 아니다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고실제 인터 하이 이 후에 둘이서 놀기도 한 거 같다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케이는 언제나 불공평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도 두 사람하고 놀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면뭔가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것을케이는 느끼고 있다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국마대 중간에 테루씨와 만나서사토하씨 만날까나)

 어쨌든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사토하의 반응이 어쩐지 예상이 된다.

 웃음을 참으면서 걷다가집 앞에 있는 비탈에 도달했다.

 완전히 밤이 되어 가로등이 쓸쓸해 보이는 그 비탈길을 오른다경사는 완만해서 힘들지 않지만그 만큼 거리가 길다간신히 중턱 부근에 왔을 때는 숨이 차 올랐다. ――그 때.

(뭐고……? )

 산 중턱에 있는 넓은 부지거기에 케이의 부모님이 원장인 아라카와 병원이 있다그 문 앞가로등 저쪽 편에서 사람이 쓰러진 것 같아 보인다.

 당황해서숨을 고르는 것도 잊고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케이의 다리는 서서히 느려졌다가까워지면서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쓰러져 있었던 것은 확실히 인간이었다신장을 보면 여고생 정도. ――그리고.

(……무슨……)

 갑자기 가슴 고동이 빨라지고머리 속으로 울린다어깨로 숨을 쉴 때마다 내쉬는 뜨거운 한숨이타는듯한 목이온 몸을 흐르는 혈액의 순환이머리 속에서 겹쳐공명한다그것이 그치지 않는다그런데도이상하게 의식은 또렷하다…….

 쓰러진 소녀는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다그것도돌아가면서 쭉 생각하고 있었던 그 사람을 닮은 것 같은 기분이…….

 케이는 비틀비틀 걸었다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마치.

(설마……)

 부모님이 병원에서 일했기에케이는 어렸을 적부터 자주 병원에 왔었다병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니고병원이 일종의 놀이터이었기 때문이다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아가씨」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었다입원을 오래해서 심심할 것 같은 아이나 노인들을 상대해주기에환자들의 평판도 좋았다그러나병원이라는 곳이 그렇듯괴로운 장면을 보는 일도 많았다자식들도 떠나고 남편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고독한 병원 생활을 보내다가 돌아가신 것을가장 먼저 발견한 적도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다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그 날병실에 들어갈 때 느낀 것과 같은 감각이또렷이 생각났다. ……그리고그 소녀는그리고.

 곁에 서서얼굴을 들여다 본 순간케이는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거기에 쓰러져 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미야나가 테루그 사람이었다.

 

 

 

(2)

 

 

「테루씨!

 얼굴을 확인하고는 순간적으로 숙여 팔을 잡았다순간등에 냉수가 부어진 것 같은 소름이 끼쳤다.

 차갑다…….

 그것도오싹할 만큼이 차가움은 밤공기에 체온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좀더 근본적인몸 한 가운데에 있는 불길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애초에 이 시기의 밤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다피부에서 체온을 빼앗아 버릴 정도는 아니다.

 주뼛주뼛맥을 잡는다잡으려고 하지만…….

 맥이 없다…….

 몸이 떨린다정말로 현실인 것일까테루가 이런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고애초에 그녀는 정말로 테루인 걸까한번 더 얼굴을 바라 본다하지만 역시,테루 이외의 누구도 아니었다텔레비전에서잡지에서사진으로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았던 미야나가 테루의 얼굴이었다그렇지만혈색이 없다창백해진 그 색은마치…….

 입과 코 앞에 손을 대었지만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울 것 같았지만 몸을 위로 눕히고가슴에 귀를 대었다가만히 있었지만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찌할 바를 몰라 피하고 싶은 생각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교착해서이중 나선을 그리며 머리 속을 휘젓는다케이는 후자의 생각에 자극은 받았는지 테루의 가슴에 양손을 포갰다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한다심장 마사지를 한동안 한 후턱을 들어 올려 인공 호흡을 한다다소 주저는 했지만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럼에도 테루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게다가소생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케이는 겨우 16세 소녀였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팔이 저렸다그래도 그녀는 계속 마사지를 했다그러나 서서히 페이스가 늦어지고리듬도 무너진다거기에 따라그녀의 사고도…….

 희미하게는 알고 있었다이렇게도 차갑다는 것은사망한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이다그러니까이런 소생법은 아무 의미도 없고…….

 흘러 넘치기 시작한 눈물이 손등에 떨어진 순간팽팽하던 실이 툭끊어졌다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고현실감이 멀어지고, ……그러다케이는 테루의 가슴에 푹 엎드려 울었다.

(……어째서)

 어째서.

 단지 그것뿐이었다어째서 테루가 죽은 걸까어째서 여기서 테루가 죽어 있는 걸까어째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걸까. (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만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순간 새하얗게 되었지만.

 그 뒤에 머리 속은테루와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고등학생 마작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으로서 테루를 처음 알게 된 건 중순식간에 앞다투어 잡지에서 취재했고과자를 좋아한다든가그런 뜻밖의 일면을 알게 되었을 때다음 해이번에는 쓰러뜨려야 할 상대로서 지구 예선에서 테루를 만났을 때개인전 결승작탁에서 싸워그 실력을 피부로 체감 했을 때시합 후사토하까지 합쳐 셋이서 이야기 했을 때테루가 야금야금 케이크를 먹어 치워서 몹시 놀란 것케이가 오사카에 돌아간 이후에도몇 번이나 두 사람과 서로 연락을 해서…….

 ――국마대 참가하러 오사카에 가면거기있는 케이크 가게도 가 보고 싶은데.

 아아그러고 보니그런 말을 했다가 보고 싶은 유명한 가게가 있으니까 기회를 봐서 가고 싶다……그렇게 그녀가 말했기에케이가 안내하겠다며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그러자 사토하가 불만스럽게 「나에게는 말 안 해주는 건가?」 그런 말을 하기에……케이는  「물론 사토하씨도 함께입니데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런데어째서 이런…….

(과자……)

 그러고 보니 테루는 언제나 과자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던 것 같다좀 더 먹고 싶었을 것이다……그런데이런 젊은 나이에…….

 케이는 가방을 열어 초콜릿을 꺼냈다그것을 테루 입술 사이에 끼운다입 안에 들어가자문자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지고축 늘어졌다.

(그럴 리가 없데이……)

 우선 이것을 전해야……. 누구에게? ……아아이제 누구라도 좋다누구라도 괜찮으니까 그녀의 사체를 이런 곳에 방치하지 말고옮겨 주었으면…….

(……사토하씨에게는 알려야)

 휴대폰을 꺼내메시지 어플로 사토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가방에 넣었다. ……아아이제 누구라도 좋다누구라도 괜찮으니까 빨리 와줘……. 자기 뒤에 병원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케이는무릎을 움켜 쥐면서 그런 생각만을 했다.

 ……그러나그 때.

(――!?)

 케이가 고개를 들었다시선 끝에는 테루의 사체가. ……그것이.

「테루씨……?

 그것이 조금 전시야 한 구석에서움직인 것 같았다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착각이라고도 생각한다. 9할 9푼 현실적인 해석을 해도케이는 1푼의 가능성으로 다가갔다.

 테루에게 다가가손을 잡는다여전히 얼음 같이 차갑다그래도그래도그녀는 일말의 희망으로 가슴에 살며시 귀를 대었다. ……그러자.

 두근…… 두근…….

 그런 소리가 희미하지만 확실히 들렸다감격해서 의식이 멀어질 것 같다단번에 넘치는 눈물은 신경쓰지 않고케이는 테루의 어깨를 잡고힘껏 흔들었다.

「테루씨! 테루씨!!

 반응이 없다한번 더 가슴에 귀를 댄다. ……두근들린다두근 ……두근확실히 들린다환청이 아니다테루는 소생한 것이다그러니까, ――그러니까.

「눈을 뜨레이! 테루씨!!

 어깨를 흔들고뺨을 두드린다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더니테루가 갑자기 찡그렸다.

「테루씨!?

 미간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살짝 열린 그녀의 눈동자에는확실히 생의 빛이 깃들어 있어서--

「테……」

 무의식 중에 케이는 테루를 안았다.

「테루씨!

 끓어오를 것 같은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말이 울먹이는 소리가 되어입에서 넘쳐 나온다.

「바보 바보 바보! 틀림없이 테루씨가 죽었다고 생각했데이……테루씨 바보!

 몸을 떼어 놓고테루의 얼굴을 본다어쩐지 자고 일어난 듯한멍한 표정으로 케이를 보고 있다하지만 기분 탓인지 안색이 좋아진 것 같다손을 잡자체온이 돌아온 느낌이 있었다맥박도 확실히 있다.

 케이도 침착해졌는지,

「아여기 우리 병원입니데이-. 누군가 부를 테니잠깐 기다--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려고 했다그러나 그 때테루가 케이의 팔을 잡았다.

「……안돼」

 그렇게 말하고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케이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안 된다니우야?

 그 질문에테루는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바로 케이의 눈을 바라보고는,

「어쨌든병원은 안돼」

 그렇게 우겼다잘 모르지만테루에게도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감각이 마비되어 있는 케이의 머리가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했다.

「그럼병원 뒤에 우리 집이 있으니거기 어떻나? 그 정도는 괜찮제?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케이가 말한다테루는 조금 망설이다가고개를 끄덕였다.

 

 

 

(3)

 

 

 테루를 어깨로 부축하면서 병원 뒤편으로 왔다거기에 케이의 집이 있었다.

 큰 서양식 이층 저택이다그렇다고는 해도 대저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외장도 수수하고어쩐지 겸허한 모습원장이라는 직함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닌 것을 간파할 수 있다실제로병원 바로 뒤에 집을 지은 것은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가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그 때문에 케이의 아버지는 항상 집에 없었지만딸은 그것 때문에 불만을 품은 적은 없다오히려장래에 아버지와 같이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다.

 집에 들어가자기 방까지 데리고 간다정리 정돈이 잘 된 널찍한 방에가장 안 쪽에 있는세미 더블 침대에 테루를 눕혔다.

「그럼 갈아입을 옷을 가져 올 테니기다리레이뭔가 필요한 거 있나?

 테루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과자……」

「알겠데이」

 살며시 웃으며케이는 자기 방에서 나갔다들어올 때도 알았지만부모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다두 분 모두 병원에서 근무하니까자주 그렇다.

 1층 거실에서 과자를 꺼내고객실에 있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고다시 방으로 향했다처음부터 객실에 재우면 좋을 지도 모르겠지만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자신 방에 들어가는 것이 무의식 중에 중시되었던 탓일 것이다.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잠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옷을 벗으라고 지시한다그러자 테루의 얼굴이 굳어지더니떨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되는 거고?

「응」

「그렇지만……」  이번에는 물고 늘어지는 케이물론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어디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우선은 옷을 벗으레이」

 케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테루는 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그 뿐만 아니라「그전에 과자를……」 이라며 과자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것이 배알이 꼬였는지케이는 옷자락에 손을 댔다

!?

 테루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지만,

「안 되데이제대로봐야 하니께

 케이가 양팔로 억눌렀다병 직후--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특수하지만--의 몸으로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고허무하게 옷이 벗겨졌다.

 케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캐미솔 정도는 입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입지 않았었다그러나 그녀가 놀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시선이 어느 한 점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그것은배 한가운데배꼽이 있어야 할 장소지방이 부족한 하얀 피부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케이는 눈을 깜박였다착각이 아니다 거기에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

 평평한 복부에정확히 장보다 조금 작을 정도의 정방형이 그려져 있다잘 보면피부에 먹혀 있다말하자면 도랑이다.

 정방형 안쪽좌측 모서리 중간 부근에도 작은 직사각형이 있고거기도 도랑이 있다그러나 그 직사각형만은 주변 피부와는 질감이 다르다인간의 피부가 아니다뭐랄까밥솥의 개폐 버튼이 같았다.

「테…… 테루씨이거--

 그렇게 말하고 테루의 얼굴을 보았을 때였다케이는 깜짝 놀랐다테루의 팔을 잡고 있는 자기 왼손거기로 전해지는 체온이어느 새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맥을 잡아 본다그러나--

「테루씨……

 맥이 다시 사라져 있었다갑작스러워 패닉을 일으킬 것 같다하지만…… 어째서? 이것은 도대체?

 무의식 중에오른손이 멋대로 테루의 배에 닿아 있었다직사각형에 손가락을 대고 힘을 가한다반응이 있다직사각형은 피부 안에 들어가다가 어느 정도까지 가자찰칵이라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라 무심코 손가락을 떼어 놓는다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이제부터였다이번에는 정방형이오른쪽 말고도 다른 변이 약간 떠오른 것이다.

 흠칫흠칫피부와 정방형 틈새에 손가락을 넣는다망설이기는 했지만무서운 것을 보고 싶은 것 같은호기심이 이겼다결심을 굳히고문을 여는 듯한 요령으로 배를 열었다.

「…………」

케이는 말문 막혔다거기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었다. ……아니결코 내장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그것을 상정했다면 열지도 않았다단지막연하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실제로 보게 되면역시 현실에 근거한 사고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다. ……아니오히려,현실적인 사고를 해서 이상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복부 안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라잘 알 수 없는 기계 종류였다잘 모르지만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이것은 인간의 몸이 아니다인체에 기계를 이식하는 것은 페이스 메이커를 시작으로 확실히 선례가 있지만힐끔 봐도 이것은 그 정도를 넘은 거다.

 배의 뚜껑 부분을 보고케이는 뭔가 쓰여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Jandroid Prototype T-EL Hirose Group

 

 

「『T-EL……테루……?

 그것은「미야나가 테루」를 말하는 걸까

 이제뭐가 뭔지 모른다케이는 머리를 싸맸다역시 이것은 꿈은 아닐까테루가 병원 앞에서 쓰러진 것도있을 수 없는 상태에서 소생 한 것도그녀의 배 안에 기계가 차 있는 것도그렇다면 설명이 된다꿈이면 빨리 깨었으면 좋겠다테루의 배를 열어 그 안을 관찰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무서운 구도가 머리 속에 스치자케이는 그러기를 바랐다.

 ……아아그런데도.

 이상하게도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 있다-- 희미하게 그렇게 느끼고 있다.

 즐겨서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다만무엇을 해야 할까그런 사고가 새로운 지침을 내세우며몸을 움직이려 한다안절부절 못할 것 같다.

 결국 케이는그 충동을 거역할 수 없었다가져온 쿠키를 하나 꺼내적당하게 자른다그리고 그것을테루의 입 안에 넣었다.

 조각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다조금씩 넣다가, 5개째 테루의 몸이삐그덩움직였다물러나서,  상태를 지켜본다지금도 열려 있는 배 안에서 전자음이 희미하게 들린다그대로 잠시 후테루는 다시 눈을 떴다.

「테루씨……

 부르기는 했지만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더는 말할 수 없었다테루는 자기의 배가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지만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뚜껑을 닫고 옷으로 숨겼다.

 그리고,

「과자있어……?

 라고 임종이 다가온 환자처럼 가냘픈 목소리로그렇게 말했다.

 

 

??

(4)

 

 

 가져온 과자를 모두 평정한 테루는침대 구석에서 의기 소침하고 있는 케이를 바라 보았다.

「케이」

「……네」

「봤어?

 잠시 동안 침묵하는 케이그러나 이 상황에서 발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

 솔직하게하지만 무거운 말투로케이는 대답했다.

「그래」

 그 후테루도 입을 닫고눈을 감았다그 모습을 곁눈질로 엿본다무표정하지만어쩐지 그림자가 진 것 같아 보인다병실에서 혼자나른한 눈으로 밖에 있는 시든 가지를 바라보는 듯한 얼굴하지만 그 눈동자는 닫혀 있다눈시울 뒤로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잠시 후 테루가 조용히 눈을 뜨더니,

「……어쩔 수 없네」

 살며시그런 말을 했다.

 침대에서 물러나려고 하기에케이는 당황해서 만류하려고 한다.

「테루씨아직……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그래도」

「거기에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이를 두고 테루는 침대에서 일어나몇 발자국 걷더니거기서 뒤를 돌아 케이를 바라 보았다그리고작은 결의를 담은 목소리로이렇게 말했다.

「……지우지 않으면 안 돼」

 케이는 무심코 숨을 감추었다.

「미안케이에게 원한은 없지만」

 테루의 오른팔이 갑자기 드릴 회전을 시작하더니--

「그래도 알려진 이상지우지 않으면 안 돼」

 맹렬한 회오리 같은 기류를 팔에 감으며케이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테루가 오른 팔을 당긴다공기의 흐름이 바뀌고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그제서야케이는 겨우 제 정신을 차렸다테루가 주먹을 내민다떨어지듯이 침대에서 피한다다음 순간--

 격렬한 굉음과 돌풍이 케이를 덮쳤다.

 그러나 아프지는 않았다명중은 피할 수 있었다반사적으로 감은 눈을 뜨자시야에는 깃털이 꽃보라처럼 춤추고 있었다저 너머에서 보이는 테루의 모습옆 얼굴그 눈동자가 움직이더니케이를 번뜩 노려본다--

「――!

 당황해 하면서 케이가 달리기 시작했다넘어질 듯이 방에서 뛰쳐나온다그 뒤에충격음이 귀에 닿았다복도를 달리면서 뒤를 봤더니테루가 주먹으로 문을 부슨 것 같았다.

(테루씨 정말로 내를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나……? )

 그러자() ,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을 긁어 지우는것 같이 배후로부터 목소리가 날아 온다.

「――기다려!

 등골이 오싹해졌다균형이 무너질 것 같은 것을 어떻게든 유지했지만손발이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다숨이 찬다괴롭다. ―― 1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2단씩 뛰었고 마지막 5단 정도는 뛰어내렸다그러나 실패했다착지와 동시에 다리가 저린다뒤에서는 여전히 발소리가무모하게 다리를 움직였지만그런 상태로 걷는 것은 무리다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는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어떻게든 내려가서 뒤를 바라 보니테루가 계단을 걸으려는 참이었다오싹해서 한번 더 달리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프다울 것 같지만 현관을 목표로 달린다밖에 나가면밖에 나갈 수 만 있으면바로 병원이 있다사람이 많이 있다도움을 부르면 누군가 와 준다그런 생각으로 계속 달린다멈추면 두 번 다시 달릴 수 없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테루가 원활하게 추적할 수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이대로 방에 숨을까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상대는 벽도 깰 수도 있는 완력이 있다방구석에서 몸을 웅크리며 파괴음을 듣는 것도 정신적으로 무리이고애초에 발을 멈추면 바로 죽는다는 것이 케이가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현관에 도착하자 겨우 냉정해졌다다리를 감싸면서 밖으로 나온다병원 뒷문은 바로 저기다이제 사람을 부를 수 있다아픈 다리에 힘을 담아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그 때.

!

 뒤에서 굉장한 돌풍이 케이의 몸을 덮쳤다다리가 꼬이고 몸이 휘청거린다쓰러졌다바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

 ……다리가.

 다리가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곧이제 곧 인데--

「포기해」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몸이 조금씩 떨린다추운 것도 아닌데 체온이 사라져 없어진 것 같다그런데도 돌아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목만이 움직였다.너무나도 어색하게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끊어질 듯한 움직임으로--

「미안해케이」

 테루가 다가온다오른 팔에는 변함없이 맹렬한 회오리가.

「――포기해」

그 팔을 저으며그녀가 달리기 시작한다

――죽는다죽어 버린다그 생각만이 든다그렇지만움직일 수 없다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눈도 움직일 수 없다케이의 시야에서 테루의 상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광선이 번쩍였다.

 

 

 (5)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케이는순간 날카로운 금속음을 들었다.

 질풍이 휘몰아쳐 케이의 머리카락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그 바람은케이의 얼굴 바로 정면에 맞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주뼛주뼛 눈을 뜬다멍한 시야그 가운데에--

 거기에누군가가 서 있었다.

 눈을 크게 뜬다바람에 흔들리는 장발어둠 속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칠흑.

 확실하게 있었다빛을 반사 받으며아름답게 빛나고 있는그것은--

「괜찮은 건가케이」

 어깨 너머로 여기를 돌아 보는 그 얼굴깊은 보라색 눈동자. ……아아어째서…….

「……사토하씨……

 거기에 서 있던 것은일본도를 들고 있는 츠지카이토 사토하였다.

「어째서이런 곳에……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테루는 바로 앞에 있는 테루를 바라 보았다.

「미야나가도대체 어떤 일이야?

「……」

「나에게는 네가 케이에게 덤벼 드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테루는 입을 다물었다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어이케이 어때?

「엣아아그렇습니데이」

 대답하고 나서 케이는조금 전까지 테루가 했던 말을 생각해 냈다.

「그렇지만왠지 『어쩔 수 없어』 그런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사토하는 다시 테루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하는데너는 할 말 없어덮친 이유에 대해서」

「아그것은--

 케이가 말하려고 하기 전에테루가 먼저 말했다.

「대답할 수 없어」

 테루의 눈초리가 험해진다.

「사토하에게 들킨다면사토하도……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나서단언했다.

「――지울 수 밖에 없어」

 그 말을 듣고사토하가 칼을 휘두른다.

「그렇다면그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상대를 해볼까」

 다음 순간두 사람은 충돌했다조가 주먹을 내밀면사토하가 그것을 칼로 흘린다그때 마다 불꽃이 나오고금속음이 울린다주위를 휘몰아 치는 폭풍 때문에 칼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아사토하는 아무래도 방어 일변도가 된다그것을 알아챈 듯이 테루는 차례차례 공격을 계속 한다테루의 일격의 무게는 알고 있기에 주의하면서 방어하는 사토하였지만그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칼을 휘두르는 것이 방해되지 않는 풍향이 되었다.

「――하앗!

 테루의 주먹을 튕기자마자사토하는 칼을 휘둘러 배었다.

!

 그것을 눈치챈 테루가순간적으로 팔을 치켜든다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바람 때문에,

「――!?!?

 ……사토하의 스커트가 올라가 버렸다.

「아…… 검정」

 속옷색은 케이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레이스…… 사토하씨꽤 섹시하게 입는데이)

 하지만테루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순간의 틈을 노려 칼을 튕겼다.

「아차--

 그 충격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져 쓰러진 사토하그 머리에 테루의 주먹이 날아가려고 할그 때.

「――이제 그만 두레이! 내를 위해 싸우지 말레이!

 갑자기 나온 말에과연 테루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사토하와 둘이서,

「너(케이때문이 아니야!

 라고 같이 소리를 질렀다케이가 웃기 시작했다멍한 얼굴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었지만그 타이밍이 또 동시였기에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테루도 사토하도 기세가 꺾여전투를 계속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테루는 팔을 내리고바람도 거두고 포기한 듯이 말했다.

「역시 나 두 사람을 때릴 수 없어」

「아니때리려고 했잖아」

「뭐그건 됐다고 치제이 커뮤니케이션은 우선 대화부터라고 누가 말했고 말이제-

 또한 눈물을 띄우면서 웃고 있었던 케이였지만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차분하게지금까지에 이른 경위를 사토하에게 설명했다.

「……………………」

 사토하는 뭐랄까완전 바보 취급하는 듯한 표정이었다어쩔 수 없기에 테루에게 보여달라고 했더니이마에 주먹을 대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테루씨의 정체는 결국 뭡니꺼?

 우선 사토하는 두고 테루에게 물었다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대체로 짐작은 가지만본인의 입으로 듣지 않으면 역시 납득할 수 없다.

 테루는 순간 주저하는 듯했지만다짐을 했는지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마작용 안드로이드 『쟝드로이드』 시험 제작기정식명칭은 『T-EL거기서 테루라는 가명을 만들었고인간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리고 있어」

「쟝드로이드……그런 물건은 들어 본적이 없지만시험 제작기라고 한다면 수긍은 가」

 실제로 봐서 일까사토하는 어찌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동력원은 과자그러니까 과자가 끊어지면 에너지가 끊어져 움직일 수 없게 돼」

「아! 그래서 내가 과자를 넣자 부활했구마」

 고개를 끄덕인 테루는자기가 어째서 아라카와 병원 앞까지 도착했고그리고 왜 쓰러졌는지 꽤 비장한 말투로 설명했다.

 하지만 케이는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으응―? 그렇지만시라이토다이의 숙소는 여기서엄청 멀다 아이가? 헤맨다고 해도 무리가 있는데……

 라며 의아에 했지만사토하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것을 부정한다.

「아니…… 이 녀석 방향치는 인간의 상상을 넘어그 정도라면 이상하지 않아」

「아혹시」

「아아……둘이서 만날 때라든지」

 납득은 했지만그거하고는 별개로「둘이서 만날 때」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렇게 애매하게 말하면마치 둘이서 데이트 하는 것을 숨기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사토하씨도 연락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왔습니데이?

「엣……」

 무심코 심술궂은 말을 해버렸다사토하는 의표를 찔렀는지분수에 맞지 않게 동요했다.

「혹시 처음부터 다 본 거 아닙니꺼?

「아아니……

「실은 내를 놀래키려고?

「그그렇지 않아!

「그럼 어떤 이유로?

 큭말문이 막혔지만횡설수설 대답은 한다.

「우우연이야아니미야나가가 이 근처를 걷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헤에-

「정말이야」

「그럼그런 것으로 해둡니꺼……

「어이정말이라니까」

「그래서우리들을 죽이려고 한 것은?

 사토하를 무시하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그러나 바로 그 본인은 그 질문을 듣고 놀라고 있다.

「『죽이려고』……?

「에?

 두 사람이 엉뚱한 소리를 냈다.

「아니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닙니꺼?

 터무니 없다라고 말하려는 듯이 테루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단지머리에 강한 쇼크를 주면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

「……『지운다』라는 것이 『기억을 지운다』 였습니꺼……

 케이와 사토하둘은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거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건 곤란한 거 아닙니꺼?

「응사실은 두 사람에게도 말하면 안 되지만……

 눈을 치켜 뜨고 보면서 둘을 바라보는 테루를 보며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세 사람만의 비밀로사토하씨도 괜찮제?

「아아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약속한다」

「케이…… 사토하……」

 케이는 생긋 웃으며새끼 손가락을 세웠다.

「약속새끼손가락 걸기!

「응」

 테루도 고개를 끄덕이고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나도 해야 하나」

 그리고둘의 시선을 받은 사토하도 마지못해 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약속새끼손가락 걸기거짓말 하면 바늘 천 개..

 이상한 형태로 얽힌 새끼 손가락을 떼고셋은 각자 웃었다.

「……바늘 방석은 먹을 수 없을 거 같지만포키가 천개 박힌 케이크라면 먹을 수 있어」

「엉망이야」

 그런 평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케이는 웃으면서 바라 보았다.

 

 

 

(에필로그)

 

 

 인터하이가 곧 멀지 않는 7월 중순.

 케이는 나라현 대표 아치가 여고 마작부를 맞이했다.

 레벨 업을 위한 특훈이라는 것으로 그녀들과 대국했지만고교생 마작계에서 유명한 케이를 앞에 두고 흥분했는지휴식 중에 다양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의 인터하이가 화제가 되었을 때,

「아라카와씨는 챔피언과 싸웠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눈을 빛내면서 묻는 사람은 아치가 대장 타카카모 시즈노건강하고 귀여운 아이이네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어쩐지 장난치고 싶어져서.

 케이가 말했다.

「미야나가 테루는사람이 아니레이」

 뭔가 의미 심상한 미소를그 얼굴에 띄우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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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6. 22:2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열리지 않는 곳

 

 

 

역에서 나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시가지 변두리에그 건물은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콘크리트로 다져진 직육면체였다지어지고 나서 상당한 세월이 지난 걸까회색빛 벽은 군데군데 거무스름하고 벽에 있는 낙서가 마치 금 같아 보인다.

 장마가 한창인 7월 한낮이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고올해 제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진한 파랑이 하늘을 칠하고 있었다그러나 그것은여름이 점점 다가온다는 걸까매미소리가 울리고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그런 여름은 이미 다가 오고 있다.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이 건물은그런 거와는 상관 없이 솟아 있을 뿐이다.

 정면에 있는 남쪽 벽에 있는 창문은 적고거기에 그 모든 창문이 작고 가늘다마치 태양광이 들어가는 것을 거절하는 것으로 보이는그런 모습검은 외벽과 함께「여기」에 있다는 존재감도 얇다그러나 그것은 「여기」에 있기에 더욱 이상한 ──결국의아스러운 존재감을 자아내면서 그 건물은 서있다.

「스미레」

 그 한마디에스미레가 정신을 차린다.

 입구 앞에 있는 작은 현관 앞에 미야나가 테루가 서서여기를 보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 잡으며 한마디 사과를 한다문은 유리벽이지만진한 검은색이어서 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그 앞에 벽에 달려 있는 문패를 보고안도와 함께 가벼운 의심을 느꼈다.

 도대체 무엇이 의심스러운 걸까스미레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여기는──이 문패에 쓰여져 있는 대로여기는──

 여기는단순한 도서관이니까.

「들어가자」

 테루가 먼저 문을 민다.

 희미한 불안을 씻으면서스미레도 문을 밀었다그렇지만동시에 그녀의 가슴은 다른 이유로 크게 울렸다마치 아무도 모르는 세계에 발을 디디는 듯한 흥분이자무서운 것을 볼 것 같다는 기대…….

 ──그래나는 지금기대를 하고 있다.

 앞에서 걷는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게들어간다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그 붉은 머리카락이 작게 흔들리고희미하게 달콤한 냄새가스미레의 비강까지 들어온다.

 미야나가 테루스미레의 동급생으로, 1학년부터 같은 반이었고같은 부활동을 한말하자면 친구하지만 수수께끼가 많아, 2년하고도 3개월 동안이나 매일같이 보고 있지만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물어도 딴 대답하고어느덧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성격도 수수께기 같아서본인은 자각하고 있지 않겠지만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는 도서관」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스미레는 은밀하게 기대하고 있었다.

 스미레도 또한테루에 매료된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

 

 

 주말같이 나갈 수 없게 되었어──

 테루에게 그 말을 들은 것은 5일전화요일이었다.

「뭔가 예정이라도 생겼는지?

 테루는 고등학생 마작 세계에 있어 전국 1위이며잡지나 신문에서 취재도 많이 왔다갑자기 그런 일정이 잡힌 걸까 생각했지만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반환 기한이 이번 일요일까지이었어」

「그때까지 반환하면…… 아직 다 못 읽은 거야?

 그 물음에도그녀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다 읽기는 했지만도서관이 하치오지에 있어서……

「아아」

 평일에는 부활을 늦게까지 하니까도서관 폐관 시간이 지나 버린다토요일은 평소 그렇게 늦게까지는 하지 않지만인터하이도 가까운 요즘은 해가 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휴일에는 도서관 폐관 시간이 앞당겨지니까역시 힘들겠지다른 도서관 카운터를 통해 반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지만그런 네트워크에 참가하지 않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나도 가도 될까?

 드물게 기특한 테루에게 그렇게 말하자어쩐지 그녀가 고개를 들며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그 기세에 압도 당해서──오히려 스미레가 낭패스러웠다. ──아니그렇지는 않다스미레의 눈을 보는 테루의 눈동자가──그것이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맑고 깨끗한 눈동자가그 시선이 내 마음을 간파하는 것 같아서.

 그녀의그런 눈동자를 좋아했기에그러니까 그 눈과 마주치자무심코 얼떨떨 해버린 것이다.

 그런 동요를 어느 정도 눈치챘는지는 모르지만눈을 살며시 감았고그리고 열었다.

「좋아」

 그리고구슬이 구르는 듯한 맑은 목소리로,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도서관이니까」

 그녀는그렇게 말했다.

 

 

   ☆

 

 

 들어가니우선 눈에 들어 온 것은 뜻밖의 광경이었다.

 이 건물은 평면도로 보면도로에 접한 남쪽이 긴 직사각형이다서쪽 밖에는 자그마한 전용 주차장이 있어건물 입구는 그 서쪽과 방금 스미레 일행이 들어온 남서쪽두 개다.

 들어가니 오른 편에는 외벽과 같은 벽이 있지만건물 중앙에서 동서로 뻗는 복도에서 끊겨 있었다왼 편에는 복도에 닿은 형태로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고이것도 또한 유리였지만 진한 검은색이었다.

 그러나 스미레가 놀란 것은 그것이 아니라더욱 안정확히 그녀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듯한 대량의 봉제인형 장식이었다.

 테루를 따라 복도를 걷는다복도에 닿는 형태로 유리벽이 퍼져 있고드문드문 봉제인형이 놓여져 있었고내부에는 책장도 몇 개 보인다이것이 테루가 「마음에 들어 하는 도서관」……인 것일까복도는 하얀 조명으로 어슴푸레하지만 도서관은 따뜻한 빛이 가득 차 있다바닥도 리놀륨이 아니라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카운터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여성 사서가작은 여자애와 웃는 얼굴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스미레」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관찰을 계속했었던 스미레였지만테루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 보자테루는 바로 오른 편에 있었던 계단에 있었다입구 부근 벽 뒤편에 계단이 있었지.

「그쪽은 아동용 도서관」

「……아아」

 스미레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은」

「에?

「어떤 의미?

「……그건」

 눈을 돌린 스미레에게 더는 추궁 하지 않고테루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에는 높은 곳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을 뿐건물 남측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서늘했다들어가기 전부터 생각했지만잘도 이런 설계로 허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반대 의견은 없었던 것일까그렇지 않으면 건축 예술적인 무슨 의도가 있어서……라고 생각해야 하나.

 2층에 도착하자눈앞에 폭이 좁은 게이트가 3개 있었다그것을 지나자바로 오른 편에 카운터가 있었다테루가 가방 뒤지는 동안스미레는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우선 첫인상은「어둡다」였다. 1층 아동용 도서관하고는 다르게여기 조명에는 색이 없다확실히 도서관답게 광원 자체는 많아서복도나 계단 보다는 현격히 밝았지만그것이 오히려 쓸쓸해 보인다창문은 서쪽 밖에 없고그 창문도블라인드가 쳐져 있다아래에 있는 도서관에는 아이들을 포함해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여기는 한산하다대충 살펴봤을 뿐이지만 10 명 정도일까독서 스페이스에도 공석이 눈에 띄었다.

 책꽂이는 천장까지 닿는 스틸제로북측 벽에 접하고 있다게다가 책꽂이와 책꽂이 사이가 매우 좁아 두 사람도 다 못 들어갈 거 같다휠체어를 탄 사람은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애초에이 건물엘리베이터가 없으니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공공 시설로서 그래도 되는 걸까약간 기가 막히다.

 다시 말하지만이 도서관은 「어둡다」. 2층인데지하실에 있는 것 같다마루가 리놀륨인 것까지 감안하면마치 밤의 병원……그것도 영안실이라고 했던가철저하게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거절하는 것 같은……그런 인상을 받았다.

 마음에 든다고 했기에좀더 소쇄한 건물이라고 생각했었다붉은 벽돌교회 같은 높은 천장스테인드 글라스가 새겨진 창문바닥은 연지색 카펫이 깔려 있고,계단 난간에는 아르누보풍 디자인이 새겨진 것 같은그런 클래식한.

 그러나 「테루의」라는 생각을 하면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녁이 되면 저녁 햇빛이 비쳐기분 좋은 우울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천천히 하얀 소용돌이 무늬를 그리는 커피 컵 같은달콤한 음울…….

「스미레」

 테루의 말에스미레의 여행이 끝났다.

「빌릴 책 고르고 올 테니조금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책꽂이 숲으로 들어간다어떤 책을 빌릴지 흥미가 있었기에스미레도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테루」

 사람이 없다고는 해도 도서관이므로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째서 일부러 여기서 빌려? 시내에도 도서관은 있을 텐데」

 테루는 침묵한 채책을 꺼내거나 되돌리거나 반복하고 있었지만책 1권을 꺼내더니그것을 스미레에 전했다. ──『카타기리류그 미학』.

「근처 도서관에서 이 사람의 책이 있는 곳여기 밖에 없어서」

「과연」

「여기는그 카타기리라는 프로작사의 출신지인데마이너한 선수였지만전부 모아두고 있어」

 그런 마이너한 선수의 책까지 볼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건지그렇지 않으면 역시 전국 1위 다운 노력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다시 한번 테루의 얼굴을 바라 보았지만그녀는 호리호리한 몸으로 스미레의 곁을 지나더니다른 선반으로 향했다.

 테루는 단행본 코너 안쪽정확히 그림자가 어슴푸레한 곳에 주저앉아 있었다그녀에게 다가가자좁은 골목길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엇을 빌릴 거야?

 그러자테루가 조용히 일어서더니,

「──알고 싶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반대로 그렇게 물었다.

 자기 마음의 두근거림을 숨기려고 물은 건데진정되기는커녕더욱 시끄럽게울려댄다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책꽂이 사이에서살며시목소리를 낮추며── 마치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려는 것 같아서

 대답한 목소리가 과연 평소처럼 말한 건지 자신이 없다.

「아아아…… 알고 싶어」

 그러자테루가소리를 더욱 낮추며이렇게 말했다.

「도서관법에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조문이 있습니다」

 순간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하아……?」 그런 말이 새어 버렸다.

「──농담」

 여기를 바라 보는 테루의 얼굴에희미하게 미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책을 몇 권 들고카운터로 가는 테루를 보지도 않고스미레는 먼저 게이트를 지나쳤다.

 그러다오른 편 벽에작은 게시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아래에는 학교책상이 있었고투서용지와 그것을 넣는 상자가 있었다.

 신경이 쓰여 가보았다게시판에는 받은 투서를 직원이 코멘트를 하고다시 워드 작업한 것이 붙어져 있었다스미레는 가까이 다가갔다아무래도 어둡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다.

 하나는 도서관을 향한 감사와 찬사의 말이었다의외로 테루가 썼다거나그렇게 생각하면서 쓴웃음을 짓고는다음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

 무심코 말을 잃었다내용은아래 층에 있는 도서관에서 아이의 소리나 발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불평하는 것이지만어쨌든 문장이 심하다공격적이고예의 없는 말만 쓰여 있다.

 다음 투서도 같은 내용이었지만말투는 그 이상이었다「그런 머리 나쁜 아이를 방치해 두다니 여기 직원에게는 바보 밖에 없는 것인가?──이것이 제일 상냥한 문장이었다.

 그리고 같은 투서가 계속되었다그에 대한 직원의 코멘트도보기에는 예의 바른 것처럼 보이지만같은 건의 불평에 대해서는 카피한 것 같은 대답일 뿐이다.쓰는 사람도 쓰는 사람이지만붙이는 사람도 붙이는 사람이다.

「그거언제 봐도 그런 느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어두운 기분이었는데어느 새 테루가 뒤에 서 있었다스미레는 소리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놀라 버렸지만테루는 태연한 얼굴로이렇게 말했다.

「──지독한 사람뿐」

 몸을 돌리고계단으로 향하는 테루한편으로 스미레는──전신의 체온이 빼앗긴 것 같았다.

 평소대로억양이 부족한아름답고 조용한 목소리였다「내뱉는다」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그 말에는주변의 모두를 떨쳐내는 것 같은 울림이 있어──

 스미레는 생각했다나는그녀의 말하는 「사람뿐」 중에 있었던 것일까그렇지 않으면 밖에 있었던 것일까조금 전그녀가 보여준 희미한 미소는── 그것은,내가 그녀의 세계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그렇지 않으면단순한 오판으로그녀는 다른 모든 것들을 거절하고──

 생각이 소용돌이치고현실감이 떨어져정신이 몽롱해질 것 같다아아이 냉기는나의 체온이 떨어졌기 때문일까그렇지 않으면이 「장소」가──나를 내쫓으려고그래서 일까.

 스미레는 잠시동안 멍하니 서서시야에서 사라져 가는 테루의 등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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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6. 22:26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18+1≠20-1

 

 

 

18+1

 

 

 밖은 완전히 어둡다복도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고나란히 있는 문을 밝게 비추고 있다그 안엘리베이터에서 오른손 안쪽 문으로 테루는 발길을 향했다.

 이 맨션에 있는 방을 빌린 것은 반년 전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였다고등학교 마지막 인터하이가 끝나고가을에 드래프트 회의에서 도쿄 프로 팀으로 지명을 받았다오랜 세월 지속되었던 가족 문제가 겨우 해결된 것도 있어졸업 후 기숙사에서 나가면 어머니의 맨션으로 돌아 가려고 했었지만여동생도 있고역시 어머니는 나가노에 계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테루는 독신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프로작사로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으니까거주하고 있다는 실감은 별로 들지 않는다집에 갈 때마다 쌓여 있는 먼지를 청소하는 것도 귀찮아집안은 약간 어지러져 있다이번에는 모레까지 있을 수 있으니까이번이야말로 청소해볼까라고 생각하면서문을 열었다.

「……?

 현관에 들어간 순간테루는 눈을 깜빡였다복도 앞 거실로 이어지는 문거기서 빛이 퍼져 있다혹시 집에서 나갔을 때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린 것일까-- 그러나 그 의혹은신발을 벗으려고 발 밑을 바라본 순간풀렸다.

 거실 쪽에서 발소리가 들린다문이 힘차게 열리더니안에서 사람 그림자가 튀어 나온다테루는 스위치를 찾아 복도 불을 켰다.

「――테루!

 그대로 망설이는 일 없이 품으로 뛰어들어 온 것은에이프런을 입은 한 소녀였다요염한 금발달라 붙으며 자기를 바라 보는 눈동자는 몰다바이트 같은 깊은 초록사랑스러운 외모는 변하지 않았지만반년 전까지 있었던 천진난만함은어쩐지 희미해진 것 같다.

「에헤헤어서 오세요!

「왔어. ――아와이」

 오오호시 아와이테루가 고등학교3학년 때의 인터하이 단체전 멤버이며지금은 그녀의 2살 연하의 연인이다현재 2학년으로올해 17살이 된다.

「메일 보내 주어서와버렸어」

 그렇게 말하면서 떨어지더니다시 한 번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테루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그 순진한 표정이 순간 도발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눈을 치켜 뜨면서 테루를 보더니,

「그럼 테루밥 먹을 거야? 목욕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리고 약간 뜸을 들이더니목소리를 낮추고속삭이듯이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바 로 나?

「밥으로……」

 쌀쌀한 대답에와아이가 실망한다.

「분위기 못 읽어?

「별로 상관없어」

 그런 식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실은조금 전 준비도 다 했고마침 잘되었네」

「――아와이」

 거실로 돌아가려는 아와이를 불러 세웠다「왜?」라고 말하며 돌아 보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끌어 들인다.

「테--

 그녀의 놀라는 얼굴하지만이윽고온화한 표정으로테루에게 기댄다.

 한 바탕 키스를 주고 받고입술을 떼어 놓더니다시 아와이가 기댄다철가면처럼 무너지지 않는 무표정을이 때만은 풀며테루가 말했다.

「아와이. ……다녀왔어」

「……어서 오세요테루」

 아와이도 행복하게 미소를 지으면서연인의 가슴에 뺨을 대었다.

 

 

   ☆

 

 

「――맛있어」

 테이블에 있었던 요리를 먹고테루는 그런산문적인 감상을 말했다.

「정말?

「응솔직히 놀라고 있어……

 성격은 천연에생활에 관해서는 꽃다운 여고생답게 흐리멍텅엉뚱한 언동도 자주 하는 그녀가 「식사 준비 다 되었어」 라고 말했을 때는 내심 불안했었지만,나온 요리는 적어도 테루가 만든 것 보다는 맛있었다주변을 둘러 보면청소도 해 준 것 같다가사 재능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한 지라연인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실은 꽤 이전부터 공부하고 있었어」

 그에 대해 물어 보자그런 대답이 돌아 왔다.

「테루가 프로가 되고 나면 만날 수 있는 것도 줄어든다라고 생각했거든」

 그것이 어떻게 요리 공부와 이어지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우선 감사해 두기로 했다그러나--

「아와이는 괜찮아? 마작 말이야」

 그렇다자기를 생각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그걸로 부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사태는 아니다아와이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괜찮아괜찮아~. ……그보다테루는……

「 나?

 무심코 멍해졌다

「뉴스 안 봤어? 일단 아직 무패이지만」

「그런 게 아니라…… ……

 아와이는 시선을 돌리고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영문을 몰라그런 그녀를 보면서 묵묵히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다가겨우 이해했다자세를 고치고소파 옆에 앉아 있는 아와이를 바라 보았다.

「――즉내가 바람피지 않았나그거?

 그 솔직한 표현에순간그녀가 굳었다아무래도 적중이었던 것 같다.

 프로에 들어간 후만날 기회도 줄어들고거기에 테루는 다른 고리에 끼게 되었다아와이는 아와이대로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그러니까 어울리지 않게 요리 공부 같은 것을 해서라도테루에게 도움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녀는,  「테루는 팀에 있는 거 어때」 라고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렇다고는 해도 대답이야 정해져 있다.

「괜찮아바람 안 피어」

 그녀를 껴안는다.

「아와이가 제일이야」

「정말?

「정말」

「그렇지만나보다 강한 사람은 있지?

 테루가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거와 상관 없이그렇지 않으면그렇게 믿을 수 없는 거야?

「――아니」

 테루의 품에서 아와이가 고개를 가로젓는다그러자마치 향수를 뿌린 것처럼좋은 냄새가 비강에 들어간다.

「아와이……」

 아와이의 턱을 들어 올려또 다시 기습 키스를 했다.

--

 그리고 그대로 살그머니그녀를 소파 위로 밀어 넘어뜨린다입술을 떼자바라 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약간 무서워하면서도기대를 하는 듯한그런 복잡한 표정--

「최근 만날 수 없어서아와이분이 부족하니까보충 받을게」

 그렇게 말하면서허벅지에 손가락을 댄다아와이는 가볍게 비명을 질렀지만그 얼굴에는 이미 미혹은 없고오히려 다음 순간에는어쩐지 고혹적인 요염함조차 느껴진다이번에는 그녀가 입술을 포갰다.

「나도……」

 이어지는 말은조금은 토라진듯한 말투로.

「나도 테루분 주지 않으면 싫어」

 고개를 끄덕이고는테루가 계속하려고 했지만,

「그렇지만…… 우선은 밥을 먹어야지?

「……」

 테루가 움직임을 멈추었다낙담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조금 전 그런 이야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아와이가 당황해 하면서 계속 말했다.

「모처럼 만들었으니까따뜻할 때 먹어 주었으면 해서」

「……」

「안 돼?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는 아와이.

「……아와이」

 이윽고테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유혹하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아」

「하아아!?

 말대답하려 입을 막고보다 강하게 누른다.

「저정말 ……

 말과는 반대로아와이도 저항하지 않고테루에 몸에 다리를 얽는다.

「아와이……」

「테루……」

 마치 눈동자로 키스를 서로 주고 받는 듯이 서로 바라보다가잠시 후 못참겠다는 듯이 서로 입술을 겹친다몇 번이고 몇 번이나 반복해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두 사람은깊어지는  밤에몸도 마음도 가라앉힌다.

 

 

20-1

 

 

 ――어째서 이런 일이 된 걸까.

 요시코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다이유는 단순 명쾌하다하지만우선 침착해지기 위해서라도지금 상황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금속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 어색한 움직임으로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 처음으로 방문한 방그 주인의 화려함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쓸데없는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지금 있는 30첩 정도되는 넓이의 거실&주방에는부엌 카운터 옆에 놓여져 있는 식탁그 반대편 벽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 액정TV와 거기에 마주 보는 위치에 있는 소파 세트테이블의 위에는 맥주 빈 깡통이 2…….

(……)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이것은 빈 깡통 때문이 아니다확실히 요시코는 19세로 미성년이지만이것은 아무튼 그녀가 마신 것이 아니다현재의 우려랄까당장의 문제랄까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며 결코 멈추지 않는머리를 괴롭히고 있는 현실은다른 것이다아니결코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렇다확실히 이것은현재 처한 이 곤경은틀림없이 그 빈 깡통 때문이다.

 고개를 돌려소파자기가 앉아 있는 옆을 바라 본다.

 살짝하얀 피부가 보인다아아안 된다더는 안 된다바로 시선을 되돌렸다그러나 그 한 순간만으로도그 새하얀 색이 새겨졌다눈을 감아도 선명하다가슴 안쪽이 어쩐지 쑤신다얼굴 앞에서 쥐고 있는 손이 희미하게 떨린다필사적으로 억눌렀지만이번은 다리가팔이어깨가떨린다목이 마르다입술을 빨았지만이 행위가 어쩐지-- 그런 것이 연상되어 버려반대로 자신을 죄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이런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분명히 말하지만이렇게나 오래 참고 있는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다.

「후우하아……

 바로바로 옆에서 알몸이 된 채누워 있는 마음에 둔 사람을 앞에 두고 참고 있는 자기 자신을…….

 

 

   ★

 

 

 사건은 2시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적인 교류도 있는프로작사 겸 현역 아이돌 미즈하라 하야리의 방에 카이노 요시코는 오늘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다.

 오늘은 우연히 근처에 일이 있어끝나는 타이밍도 비슷했다그리고 서로 다음날 일이 없기도 해서하야리가 먼저 말을 걸어 주었던 것이었다그리고보기에도 크고 호화로운 맨션에 있는그녀의 방에서두 사람은 건배를 했다요시코는 주스로하야리는 맥주로.

 그 후로적당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기억이 있지만중요한 내용은 오래 전에 날아가 버렸다그리고 어느새 하야리가 술에 취한 채로 요시코에게 「안겼다」  끝으로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는 바로 옆에서 잠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럼여기서 요시코가 해야 할 일은하야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주거나침실까지 옮겨 주거나 그런 것일 것이다물론요시코도 잘 알고 있고실행으로 옮기려고 했다했지만…….

 설명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카이노 요시코가 미즈하라 하야리의 엄청난 팬이라는 사실이다올해 27살인데도 아직도 현역 아이돌이라니그런 소리도 나오고는 있지만요시코에게 있어서는 그런 말은 망언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그러니까 길게 말할 필요 없이필요한 것만 말한다어쨌든요시코는 하야리의 엄청난 팬이다외모도 성격도 노래도 댄스도 라이브 퍼포먼스도 모두 좋한했다그리고 요시코는하야리에게 있어 어느 정도 친한 사람이며 사적으로 알고 지낸다는 점에서이미 팬이라는 범주를 넘었다그녀에게 있어서 하야리는 짝사랑 상대라는 유일무이한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상대가 바로 옆에서알몸으로 자고 있는 것이다. 19살인 요시코가 충동을 일으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그리고 뭔가 하려고 해도하야리의 알몸이 눈에 들어온 순간요시코는 완전히 움직임이 봉쇄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3초 이상 그 광경을 바라 보면 충동에 몸을 맡기게 될 것이다눈을 맞추기는커녕아예 봐서는 안 된다완전히 진정시켰다고 생각했던 가슴 속 불도잠깐 봤을 뿐인데 활활 타오른다.

 카이노 요시코의 명예를 위해 덧붙여 두자면분명히평소 그녀라면 이러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목적을 수행했을 것이다그러나지금 문제는 하야리가 「안겼다」 는 것이다그것이 요시코의 정신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움직이지 않고 계속 참고 있는 요시코의 피부에 지금도 그 감촉이 남아 있다아쉽지만 잊으라고 명령해도뇌가 멋대로 남겨둔 것이다그 감촉을 기억하고 있기에조금만 자극이 있어도 몇 십배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다.

 요시코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하나 더 있지만머리에 떠오른 순간전 뇌세포가 부정했다그러나 전 뇌세포 안에남아 있다.

「이 상황상대가 유혹한 거나 다름없으니까기세에 맡기면 된다」라는악마의 속삭임이…….

 

 

   ★

 

 

 벽에 걸려 있는 시계 바늘 소리가 끝없이 반복된다마치그녀의 정신을 갈아 먹는 것 같이.

 요시코는 이미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애초에가장 중요한 것은 하야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까자기 보신은 아닌 게 아닐까? 그런 본말전도스러운 생각조차 할 정도로.

 이마에 땀이 맺힌다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고력도 저하했다. (이제 차라리 편해져 버리면……? ) 그 저하된 틈새로 그런 달콤한 유혹이 퍼져이대로는 사고 전체가 끝장날 것 같다.. (절대로 기분이 좋을 거야……) 피부에닿아 있는 하야리의 가슴 감촉이……. (한 번만 더……) 눈을 강하게 감고는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뿌리칠 수 있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점차 사고는……. (한 번만 더……) (잠깐만……) (조금 손댈 뿐이니까……) 타협이라는 이름의 유혹에 물들고……. (그 정도라면 용서해 줄 거야) (하야리씨의 성격은 잘 알고 있어피할 수 없는 어두운 바닥에 떨어져…….

(한 번만한 번만이라면……)

(깨지 않게소프트하게)

(그것만 하면침실로 옮기고)

(그걸로 끝내자)

 한 번 불이 붙어 버리면뒤는 이제 간단.

 하야리를 바라본다지금까지 참았던 것이 단번에 날아간다…….

 정신을 차렸을 땐요시코는 하야리를 안고 있었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하야리의 잠자는 얼굴동안에피부는 섬세하고투명한 흰색에입술은--

 그 때바라 보고 있던 그녀의 입술이갑자기 떠오르더니요시코의 입술에 닿았다패닉을 일으킬 새도 없이목이 끌어 당겨진다감각이 겨우 뇌에 닿았다부드러운이상한 감촉그 사이로물고기처럼요시코의 입 안에 무엇인가가 뛰어들어 왔다.

 이번에야말로 패닉에 빠졌지만목이 잡혀 있어 꼼짝을 할 수 없다뛰어들어 온 후덥지근한 무엇인가가 이빨에 닿자 나가더니이번에는 입술 표면을 어루만졌다척추에 전기가 흐른다.

 목에 둘러진 압박이 약해져서요시코는 서둘러 얼굴을 떼어 놓았다심장 박동이지금까지 살아 왔던 인생 중에서정말 강하다박동이 한 번 칠 때마다몸 여기저기 있는 혈관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새하얗게 된 머리 속은 그런 감각만이 지나갈 뿐앞이 보이지 않는 착각마저 느껴졌지만.  눈앞에 있는 하야리가 눈을 뜨자세계가 선명해진다.

「요시코짱……

  하야리의 담홍색 입술이살며시 움직인다.

 여기서 겨우 요시코는자기가 처한 상황을 이해했다자기가 하야리에게 하려고 했던 것무엇을 하려고 했는지어떤 생각으로 거기에 도달했는지기억이 소생했고그리고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의 중대함이--노도처럼 밀어닥치는 후회와 함께뇌에 새겨졌다.

 무엇인가--무엇인가 말하지 않으면--그러나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 때하야리의 입술이다시 움직였다.

「……할래?

 사고가다시 부서졌다.

 몸을 요염하게 요시코에 얽으며하야리가귀에다 속삭인다.

「저기? ――할 거지?

 요시코는 이미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빨려 드는 것처럼,  하야리의 입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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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5. 23:27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 팬픽은 마이 스페이스 속편입니다.

http://remi0aisis.tistory.com/entry/%EB%A7%88%EC%9D%B4-%EC%8A%A4%ED%8E%98%EC%9D%B4%EC%8A%A4




구원의 벚꽃

 



 

 

(*)

 

 

 맑게 개인 하늘 위에서눈 같은 흰색 조각들이 팔랑팔랑 춤춘다내밀어진 작은 손바닥 위에 그것은 떨어지고그 작고 귀여운 눈동자로 바라본다.

 새하얀 색이라 생각했었던 그것은술에 취한 뺨 같이 은은한 빨간색이 들어간조개 같이 완만한 선형내밀어진 손바닥 위로두 개세 개 떨어진다고개를 들자하늘 위로 펼쳐진 나무 꼭대기빽빽한 꽃잎이하늘을 가리고 있다.

 무녀 옷을 입은 소녀가 있는 곳은 벚꽃나무 아래나무에 기대어 다리를 핀 채 앉아 있다히하카마(무녀복 바지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감촉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서도저히 맨 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나무 밑에는 꽃잎이 쌓여연분홍색 융단을 만들고 있다좌우로 눈을 돌리면그것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은벚꽃 가로수로길 양측에 정연하게 나무가 줄을 서 있고각각 꽃잎을 만개하고 흩뿌리고 있다그것이 눈 같이 쌓인다손가락으로 찔러 보아도 지면에 닿지 않는다한 번백의의 소매를 어깨까지 걸고는 팔을 넣어 보았지만그래도 지면에 닿지 않는다.

 ――여기는 도대체무엇일까.

 산 속 깊은 키리시마 신경그 저택의 뒷문을 나와 숲 속으로 들어가 걸어서 도착한 곳그러나 일정하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5분도 안 되어서 도착할 때도 있다혹은아무리 걸어도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그러다가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 하면다음 한 걸음으로 도착하기도 했다.

 이 장소는 도대체 무엇일까평소 쓰지 않는 뇌를 열심히 굴려도결국 알 수 없었다. (이상한 곳……) 단지 그렇게 생각할 뿐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다시 둘러보면역시 이상한 장소다나무 사이는 안개가 걸린 것처럼 뿌여서저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그것은 하늘도 마찬가지여서밖으로 나갈 때 아무리 맑게 개인 날이라도여기에 오면 바로 흐려진다쏟아지는 꽃잎 탓에 설경 같다하지만춥지 않다그렇다고 더운 것은 아니고습도도 낮은 것도 높은 것도 아니다모든 것이딱 좋다.

 좌우길 입구와 출구에도 안개가 끼어 있어저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잘 보이는 것은 나무들로 포위된 길굳이 말하자면 긴 직사각형일까그 안 뿐이다.

 의아해서나무들 사이에서 나간 적이 있었다그러면 그곳은 보통 숲이었다나무가 하늘을 가려 어슴푸레한울창한 숲안개도 없었다돌아 보면벚꽃 가로수로는 사라져 있었다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으로 가는 도중또 가로수로에 돌아왔었다정말로모르겠다.

 다만모르긴 해도여기는 마음이 편안해진다새소리도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소리도 없다꽃잎이 떨어질 뿐인 온화한 장소쭉 여기에 계속 머물고 싶지만,그럴 수도 없다그녀는 신경을 시중드는 무녀로서의 일이나 수행을 해야 한다휴식 시간에 살짝 빠져 나온 것이니까있을 수 있는 시간도 그 잠깐뿐이다.

 그렇지만이 장소에 오더라도 그녀가 딱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춤추며 떨어지는 벚꽃잎을 단지 멍하니 바라볼 뿐달리 한다고 해도좋아하는 흑설탕을 먹는 정도다.

 오늘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소녀는 천천히 왼손목을 바라 본다손목시계를 보면휴식 시간도 슬슬 끝날 무렵 한숨을 쉬고 일어선다또 그 장소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마음이 무겁다.

 벚꽃 융단 위를 걸으며 입구로 향한다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가볍게 가라앉아발바닥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숲의 부엽토도 부드럽지만이 정도는 아니다.

 안개에 싸인 입구 앞에 서고는문득 뒤를 돌아 본다반대쪽 출구도 하얗게 서려 보이지 않는다평소대로인 풍경. ――소녀는 언제나그렇게 출구를 바라 본다그리고 뇌리에이 모습을 새긴다.

 지난날의 기억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는그녀 말고는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희미한그 상냥한 미소--

 작게 머리를 흔들고는소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안개 속에 들어가 몇 걸음 걸으면그것이 개인다조금 전까지 경치가 거짓말인 것처럼울창한 숲이다.

 걸을 때마다소녀의 버선에 붙어 있었던 벚꽃잎이 떨어진다마치 이정표처럼 점점이 이어지는 그것은나무들의 흔들림과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팔랑팔랑 흩날린다마치생명을 얻은 것처럼.

 

 

 

(1) 하루

 

 

 높이 솟아 오른 봉우리가 회색 하늘을 찌른다암석 같은 하늘에는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빛의 띠가 새겨져 있다우뚝 솟은 산은 어슴푸레한 곳에서 검디검은 그림자가 되어엄숙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그 정상에당당한 자태를 드러내는 신경 본전이 있다.

 하루는 그 건물 가장자리에 서서경치를 바라보고 있다.

 머나먼 저편에는 안개가 끼어 있다그 속에서 푸른 능선이 완만하게혹은 급격하게 능선을 그린다정상 부근 바위 산에는 식물은 보이지 않고참배길이 뻗어있다.

「하루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하루는 뒤를 돌아 보았다조금 멀리 안개가 끼어 있다.

「그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

 도저히 13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침착한 음색으로그녀가 말한다멀리서 말을 걸어준 것도 하루를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대범하고 의젓한 미소는 앳되지만행동거지나 분위기는 이미 완숙하다.

「미안합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그래도 조심해」

 카스미가 살며시 웃었다.

「이제 쉬어도 좋아」

 ――하루는그 미소가 싫었다.

 

 

   ☆

 

 

 이와토 카스미는, 6선녀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6선녀 라는 것은이곳 키리시마 신경의 공주를 시중드는 여섯 명의 무녀를 일컫는다.

 그리고 키리시마 신경이라는 곳은…… 실은잘 모른다.

 하루는 어렸을 때부터 6선녀 중 한 사람으로 뽑혔기에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날 까지는.

 일년 전 설날하루는 사촌인 카이노 요시코를 만났다그녀는하루의 어머니의 여동생--즉 숙모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을 따라 온 것이었다그리고 하루와 만나 이야기를 했다그녀의 신상에 대해

 숙모는 젊었을 무렵외국인과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낳게 되었다그러나 그것은 신경을 시중드는 혈통으로서는 금기였던 것 같다그 때문에 숙모는 혈족에서 추방 당했고에히메로 가서 딸을 기르게 되었다그것이 하루의 사촌인 요시코그녀는그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딱히 그녀는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그러나하루으로서는 뭔가 걸리는 말이었다.

 이곳 키리시마 신경이 어떤 장소인지 아무리 하루가 어려도 알게 모르게 이해하고 있었다인습에 얽매여 불합리한 압력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그러나알고는 있었지만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런 곳에서 자랐으니,  「그런 거다」라고 납득했었기 때문이다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하루는 자기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신경은그 성격에 의해 둘도 없는 자기 사촌을 추방한 장소그것을 알지 못했었고지금까지 편히 살아 온 곳이라고요시코와 헤어진 후,하루는 당분간 그 생각으로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지금까지 쭉 여기서 지냈기에달리 말하자면 속박되었기에그것을 벗어나는 것은여기서 태어난 이상 곤란할 것이고아이 혼자서는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하다애초에 그녀가 신경을 떠난다고 해서요시코의 입장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결국죄악감을 쓸어 담으며하루는 그대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

 

 

 집으로 돌아가 손목시계와 흑설탕 봉투를 꺼내고는나가려고 하자또 다시 뒤에서.

「하루짱어디로 가니?

 부드러운 음색에 하루는 몸이 굳었다흠칫 거리며 뒤를 돌아보자차분히 미소 짓고 있는 카스미가 있었다안 좋을 때 들켰다고내심 탄식한다.

「……잠깐밖에……

 카스미는 미소를 지은 채조금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다.

「밖이라면숲에 들어가는 거니?

「……네」

 하루가 고개를 숙인다그녀는 변함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어떻게든 변명을 찾으려고 하지만눈도 돌아 버릴 것 같다.

 잠시 후카스미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숲은 길을 잃기 싫으니까조심해」

 하루가 고개를 들었다설마 허락해줄 줄은 몰랐다.

 그러나아주 조금 표정이 밝아진 하루와는 대조적으로카스미는 여전한 표정이다.

「――알겠니? 절대로길 잃어 버리지 말아줘」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

 

 

 숲에 들어가 잠시 동안 걷자주위가 희미해졌다평소 일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걷자,  갑자기 개이고 시야가 열렸다벚꽃 가로수로에 도착한 것이다.

 부드러운 꽃잎 융단을 밟으며 만개한 벚꽃에 눈을 돌리면서왼쪽에서 4번째로 있는 나무에 다가간다좌우 양측에 7개씩 있으니까그것이 좌측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다그 나무 아래가 하루의 특등석이다여하튼그녀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지만.

 앉아서 나무에 기댄다짚신을 신고 산에서 걷는 것은 솔직히 힘들다버선은 쉽게 더러워지며나무 밑에 있는 잡초에 걸려 망가질 때도 있다통학용 스니커즈를 신고 싶었는데저택 현관에 있는 그것을 가지러 가고 싶어도남의 눈이 있어 꽤 고생스럽다.

 약간 거칠어진 숨을 정돈하고위를 올려다 본다.

 벚꽃이 지는 것이예쁘다.

 그것이 쌓여서 이 융단을--지층을 만들고 있다정말 예쁘겠다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그 본연 자체가 아름답다「변함없다」라는 것 때문.

 그러니까눈을 감고 있어도 이곳은 기분 좋은 장소이다아무것도 보이지 않고아무것도 들리지 않는그럼에도 아름답고기분이 좋은 곳.

 나무에 기대고 있었던 머리를 이동시킨다머리는 호를 그리며 지면에 닿는다부드러워서충격은 없다다리도 피고위를 향해 누웠다체중만큼꽃잎층이 가라앉는다마치 누군가에게 껴안기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있으면 뇌리에 떠오른다공주님을 시중드는 것을 하루에게 타이르는 모친의외로 나이가 가까워서 놀란공주와의 첫 대면다른 선녀들과의 대면.같은 혈연이라고 들었을 때 가슴이 크게 울린 것옛날에는 천진난만했던 카스미모두와의 수행어른스러워지는 카스미의 미소일년전 설날요시코의 미소둘이서 올려다 본그 일그러진 달--

 가슴 속엣차츰차츰 무엇인가가 울컥거린다.

(만나고 싶어……)

 몸이 뜨거워진다그 때이마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눈을 떠 보니춤추며 떨어진 벚꽃잎이었다.

 다시 눈을 감는다하나둘 떨어진다체온이 빼앗기는 것 같아 나른해졌다.

 

 

 

 

(2) 요시코

 

 

 요시코는 산을 걷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이미 황혼색이다겨울에는 해가 빨리 저문다이미 산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한 시간대지만그러고 싶지 않기에그녀는 무심히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

 아니무심하지 않다머리속은 혼란스럽다생각하는 것은 많은데생각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많아서안절부절 할 수 없어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행동만 보고 말한다면 무심했다.

 ――요시코이 학교는어떠니?

 가을어머니가 보낸 학교 팜플렛기숙사제 여고였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기에요시코는 쾌히 승낙했다애초에 그다지 이야기한 적도 없는 부모 자식이었지만어머니가 이혼하고 나서는 한층 더 심해졌다사실요시코는 그다지 까다로운 성격도 아니고어머니를 좋아했지만그것을 표현하고 싶어도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그것이 반대로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라는 듯이기숙사제 학교를 권유 받았을 때에는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합격 발표 날시험을 본 오죠인 여고는 굉장히 멀리 있고요시코는 학교에 가야 했기에어머니가 확인을 하러 갔다방과후「합격했어」라는 메일이 왔다.

 집에 돌아와혼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데어쩐지 쓸쓸해졌다석양이 비치는 낡은 단층집 거실빛 속에서 흩날리는 먼지가 마치 빛나는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그런 느낌이참을 수 없이 싫었다.

정신이 들었을 땐옷을 갈아 입지도 않고 집에서 뛰쳐나가 있었다집 뒤에 있는 산에 들어가마구 걸었다이제 누구에게도 발견되고 싶지 않다그러나 생각해 보면어머니가 찾으러 와줄 리도 없었다애초에 이미 이혼까지 했고피가 이어진 요시코마저 없으면 친가로 돌아갈 수 있다방해만 되는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자요시코는 심히 낙담했다.

방해가 되었기에그래서 기숙사제 고등학교로 보내 버리고자기는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설마라고 생각하지만있을 수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실제로 자기 존재가 방해가 되는 것은 변함 없다.

(딱히 상관없잖아……)

 발을 멈추고눈을 감았다어두운 곳에서목이 따끔거린다.

(이제혼자서 살아가자……)

 고등학교에 있는 동안뭔가 기술을 익혀졸업 하고 일을 하자최대한 빨리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제일 효도일 것이다.

(……)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요시코는 걷기 시작했다결심한 직후치고는발걸음은 무겁다마치 망연자실하듯이비틀비틀 걸었다.

 그러다가앞에서 뭔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우아하게 하늘을 나는 하얀 나비였다.

 요시코는어쩐지 모르게 그 나비를 쫓았다집에 돌아가는 것도 귀찮았다정말로 생각 없는 행동이었지만어쩌면 그 나비에 매료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그 모습을 관찰하다가나비 날개가 새하얗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고 배추 흰색 나비처럼 검은 반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전체가살짝 붉다몇 백배나 희석한 것 같은 희미하한 다홍색연분홍색라는 말이 어울렸다.

 그리고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요시코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주변이 흰색으로 되어 있었다.

 무심코 시선을 돌려주변을 둘러보았다전후좌우모든 곳이 자욱하다설마산불일까당황해하면서 손수건을 꺼냈다왔던 길로 돌아가려고 했지만어느 쪽이 왔던 방향인지 알 수 없다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여기에 머물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어쨌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연기는 개이지 않았다오히려 더욱 더 진해졌다발화점에 다가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방향을 바꿔도 변화는 없었다한 번 멈춰 서서 봤지만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확실히 오리무중이다서서히 연기가 나무마저 덮쳤다.

 몰리고 있다어느 새인가 둘러싸여이미 늦었다도망갈 장소가 없다이대로는 속수무책--그것만큼은 싫다한번 더더러워진 스니커즈에 힘을 싣는다.

 그 때다음 순간시야가 열렸다.

 

 

   ★

 

 

 요시코는 발을 멈추었다어깨로 숨을 쉬며눈앞에 있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뭘까이곳은.

 그곳은벚꽃 가로수로였다전체적으로 색채가 부족한 인상이었지만나무들 사이를 보고 납득했다거기에도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어흰색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단지 이상하게도길 한복판으로는 들어 오지 않는다가로수로 안은 선명해서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연기를 직사각형으로 도려낸 것 같은 형태인 것 같다.

 길의 폭은 10미터 미만 정도넓다그러나 깊이는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길다란 길이다그 양측에 나무가 7개씩 서로 마주 보며 서있다나무는 각각 정말로 컸고꽃도 많이 피어 있다품종도 한 종류가 아닌 것 같다벚나무처럼 꼭대기가 하늘로 향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버들 벚꽃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들은모두 만개한 상태였다아직 2월인데도확실히 겨울 벚꽃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개화 시기는 1월말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늘에는 끊임없이 꽃잎이 흩날리고 있고길은 그 떨어진 꽃잎들로 덮여 있다길 저 너머에는 안개가 끼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그러다가무언가 보였다.오른쪽 4번째에 있는 버들 벚꽃 뿌리연분홍색 길 위에다른 색이 섞여 있다선명한 빨강과 초록과--살색.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처럼 보여요시코는 다리를 들어 올렸다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위화감을 느꼈다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부드럽다발 밑을 보면 스니커즈가 가라앉아 있었다소름이 났다허리만 살짝 숙여 지면 위로 떨어진 꽃잎을 살펴 본다.  그 아래도 꽃잎이었다그 꽃잎을 손으로 집고던져 보았다연분홍색이 춤춘다한번 더발 밑을 바라 보았다.. 있는 곳은또 꽃잎이었다.

 식은 땀이 났다뭘까이곳은고개를 들자 한없이 떨어지는 벚꽃꽃잎그것이 쌓인 건가어떤 환상일까…….

 환상그 이외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다시 살펴보니이곳에는 소리가 없다단지 벚꽃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고 있을 뿐보통꽃은 떨어지면 죽어흙으로 돌아간다그럼에도 이 장소에서는 그렇지 않다죽음이 없는 생은 과연 생일까요시코에게는이 벚꽃이 어쩐지 두려워졌다마치 이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난 곳 같다어쩌면 자기는 이미 죽어서천국이나 아니면 다른 곳이 아닐까그녀는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우선--저기 쓰러져 있는 사람 그림자 같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자그렇게 결심하고요시코는 걷기 시작했다.

 

 

 

(3) 하루

 

 

 갑자기 의식이 떠오르고온 몸에 감각이 소생한다.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몸에 영혼을 되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로서는 관할 밖이라 잘 모르지만신경의 공주와 카스미는 공수를 한다신령을 몸에 빙의 시켜그 힘을 사용하거나 신탁을 받거나 한다.

 자기의 몸을 타인에게 명도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공주의 경우 그녀의 의식이 「잔다」 「일어난다」라는 듯하지만카스미의 경우는 어떨까.

 본래대로 라면카스미는 공수를 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나공주에게 내리는 신령들 중 하나그녀에게 부담이 되는 「무서운 것」을 대신 받기로 하고방법을 체득했었다공주와 피가 가까운 인간 밖에 할 수 없다고 하니오히려 그것만을 위해 신경에 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이 5 년 전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카스미는 점점 변했다분위기는 세련되어졌고, 6선녀의 통제역으로서 어른스러워졌다달리 말하자면신경의 색으로 물들어졌다그것은 어른의 손에 의해 바뀐 것이 아닐까하루는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아무튼하루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아이이니까어른의 비호 하에서 밖에 살 수 없는 약한 존재이니까그렇게 아무 것도 못한 채어느덧그녀가 싫어하는 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요시코짱……)

 빌듯이그녀는 생각했다.

(한번 더만나고 싶어……)

 그 때였다완전히 소리가 없던 세계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루?

 

 

   ☆

 

 

 눈을 뜨자버들 벚꽃이 보였다흐린 하늘에서 하얀 얇은 그림자가 떨어진다그대로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 보았다.

「……살아 있어?

 봄은 눈을 깜빡였다어쨌든그 광경을 받아들인다.

「하루……지?

 그리운 목소리몇 번이나 뇌리에서 재생한 그 목소리.

 그리고그리운 얼굴쭉 생각했던 그 얼굴.

「요시코짱……

 하루의 얼굴을 엿보는 듯이 서있던 소녀는다른 누구도 아닌 카이노 요시코.

「꿈……?

 아직도 믿을 수 없어그런 말이 나왔다.

「역시 꿈이야」

「……아마아니라고 생각해……

 머리를 갸웃거리는 요시코하루가 상체를 일으키자몸 위에 쌓여 있던 꽃잎이 뿔뿔이 떨어졌다.

「어째서……?

「응?

「어째서여기에 있는 거야……?

「여기?

「신경……」

 요시코가 눈살을 찌푸린다.

「신경? 카고시마의 키리시마 신경?

 고개를 끄덕이자요시코는 더욱 「잘 모르겠어」라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에히메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카고시마야?

「응……

「……노 웨이」

「그럼…… 카고시마라고 할까……

 6선녀나 공주는 카고시마현에 거주하고 있지만신경이라는 곳은 그곳과는 조금 다른 장소에 있다구체적으로 말하자면전세계 어느 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장소단 그것은 신경을 시중드는 인간 및신경측 안내를 받은 인간에 한한다요시코는 일족의 혈통을 잇고는 있지만 시중을 드는 것은 아니니까아마 후자일 것이다.

(내가만나고 싶다고 생각해서……? )

 우선 그에 대해 설명했더니요시코는 한번 더 「노 웨이」라고 중얼거렸다하지만바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튼……하루가 여기 있으니까…… 리얼리일지도」

 그렇게는 말을 했지만아직 반신반의하는 듯 하다그런 요시코를 바라보는 하루도 마찬가지로 반신반의하는 중이다정말로 현실일까아니꿈이 아니기를…….

「신경은 항상계절에 관계없이 벚꽃이 피어?

 하루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여기만……」

「……『여기』?

 요시코가 주변을 둘러본다만개한 벚꽃 가로수로.

「그럼,  『여기』은 무엇?

「신경의 숲 속……

 거기까지 말하다가 말문이 막혔다하루도이 장소가 현실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어쨌든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가지각색이다. 30분 이상과 5분 미만이라는 체감 시간도 그렇고언제나 같은 루트를 걷는 것도 아니니까 거리 문제도 아니다.

「나도잘 몰라……

 결국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요시코는 단념한듯이 한숨을 쉬었다하루와 마찬가지로벚꽃 뿌리 위에 앉았다.

「하루는 여기에 자주 오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요시코 옆에 앉았다확실히 존재감이 있다진짜 조금 옆그녀가 있다뭉클거려가슴 한 쪽이 쑤셨다.

「신경에는이런 스트레인지한 장소가 많이 있는 걸까……

 스트레인지는 무슨 뜻일까하루는 생각했다요시코는 부모 중 한 분이 외국인이라서 일까때때로 이상한 말을 한다하루가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어쩐지온 세상을 돌아 다니는 여행자 같다.

「……바다도 있어……

「바다?

 3년 전 여름공주와 6선녀 모두가 바다에 갔던 적이 있었다저택 정문에서 나와 산을 지나자,  갑자기 울창한 숲이 열리고거기에는 해변이 퍼져 있었다맑게 갠 푸른 하늘과 그것을 비추는 듯한 깨끗한 바다조용한 해안에 울리고 있는 물결 소리「신경의 바다」라고 카스미가 가르쳐 주었다그 때의 카스미는아직 아이 같았는데.

「의외로 가까워서놀랐어……

「보이거나 하지 않아? 여기도 그렇지만바다가 펼쳐져 있는 경치라든지」

 하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본전은 산 정상에 있지만……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아……

 그것은 저택도 마찬가지다저택은 본전에서 꽤 멀지만잘 보이지 않는다경치는 안개에 전부 싸여있다.

「흐응……」

 요시코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이야기가 없어졌다하지만 불편하지 않다일년 전에도 그랬다두 사람은 말도 없이 달을 올려다 보며그 정적을 맛보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그 날둘이서 흑설탕을 먹었다.

「요시코짱……

 그것을 떠올리고가지고 있던 흑설탕 봉투를 내밀었다.

「먹을래……?

「아아그 때……. 고마워」

 한 알 입에 넣는 요시코를 보면서하루는 손목시계를 바라 보았다잊고 있었지만어느 새 깊이 잠들어 버렸다일도 있으니까 7시에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돌아가는 길과 본전에 오르는 시간을 감안하면 6시에는 나가야 한다.

「지금 몇 시?

5시 50……

 지금은 2태양은 이미 완전히 가라앉았을 것이다숲 속으로 돌아가는 것은 곤란하지만가로수로를 나가 똑바로 걸으면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별로 문제는 없다오히려 요시코가 걱정이다그것을 생각했더니곧 그녀와 헤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우울해졌다모처럼 오랜만에 만났는데

「벌써 6시인데왜 이렇게 밝은 걸까……

 요시코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벚꽃 꼭대기가 하늘에 있는 균열처럼 뻗어 하늘을 숨기고 있다길 양측에 벚꽃이 있으니까 하늘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길의 폭이 넓으니까 한가운데 부근에서는 하늘이 보인다그러나 보이는 것은 항상 흐린 하늘그녀가 올려다 보는 지금 하늘도 그랬지만시간에 어울리지 않는다낮이면 모르겠지만밤이면 백야다.

「시간이 멈춘 거 같아……

 감탄 하는 듯이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신경의 숲은 언제나 이렇게 밝아?

 하루는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여기만……」

「흐응……돌아갈 수 있어? 밤의 숲은 데인져러스라고 생각하는데」

「괜찮아」

 그것을 듣고 요시코는 머리를 갸웃거린다조금 강하게 물었다.

「괜찮아? ……정말로?

「응……. 언제나 그랬으니까괜찮아」

「언제나 그랬다?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이지만……똑바로 걸으면 도착하니까……

 그렇게 말하다가하루는 카스미가 한 말을 떠올렸다.

 ――숲은 길을 잃기 쉬우니까조심해.

 그러나 하루는 그동안 혼자서 여길 오갔지만한번도 헤맸던 적이 없었다카스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루를 신경에 옭아매기 위한 거짓말. ――아니만일 그렇다면 하루가 숲에 나가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그렇다면 그녀가 한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그럼」

 그렇게 생각하는데하루 옆에서요시코가 일어섰다.

「나도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4) 요시코

 

 

「벌써 돌아가는 거야……?

「이제 가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고요시코는 출구를 바라 보았다가로수로는 마치 연기에 포위된 듯한 형태여서 출구를 알 수가 없다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루는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하루가 입을 다물고고개를 숙인다.

「……아직 여기에 있고 싶은……니까」

「그래」

 매정하게 말하며요시코는 하루를 외면했다기분 나쁜 감촉을 느낀 채한 걸음씩 걷는데뭔가에 잡혔다하루가 옷을 잡고 있었다.

「……요시코짱」

 발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올려다 본 시야에벚꽃잎이 춤추며 떨어진다.

「괜찮아또 만날 수 있어」 그런 말을 하려고 뒤를 돌아 보았다하지만허를 찔려 요시코는 숨을 감추었다.

 가로수로에서 고요한 오열이 새었다하루의 몸이 떨린다.

「부탁해……」

 단지 그 말뿐그녀는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부탁해』……)

 그녀는요시코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

 꽃잎이 끊임없이 떨어진다마치두 사람을 숨기려는 듯이.

 

 

   ★

 

 

 일년 전하루와 만났을 때묘한 감회를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루의 어머니의 전 성은요시코의 모친과 같은 「카이노」다하지만 그녀는일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보다 신경의 피가 진한 타카미가의 신부가 된 것 같다.태어한 여자아이는 계획대로 선녀가 되었다그 경위를 알아서 였을까사촌여동생에 대한 이미지는 「경건한 교도」였었다반드시 윗사람들에게 교육을 있는 대로 받았을 것이라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실제로 만났더니 그런 이미지는 완전히 뒤집어졌다신경에 용해되기는커녕오히려 떠 있는 것 같은그런 인상이었다.

 그렇기에자기 신상을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도착 전까지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애초에 사촌여동생과 만나서 이야기할 생각조차 없었는데도둘만 있게 되자알아서 말해 버렸다.

 그것은그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요시코는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결코 냉대 당한 것도 아니고요시코도 다른 사람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그럼에도 용해되지가 않았다주위에 진공을 두른듯한 이물감을요시코 자신도 자각하고 있었다하루의 첫인상이그런 자기와 비슷하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요시코는 어쩐지지금 하루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계절과 관계 없이 만개한 벚꽃계속 변함없이 지는 꽃잎시간이 멈춘 것처럼 밝은 가로수로이 압도적인 환상과 요시코가 헤맨 의미그것들은 하루의--그녀의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주저앉아 하루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 보았다.

「나는 가지 않으면 안 돼」

 숙인 얼굴에서물방울이 떨어졌다.

「하루도여기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고」

 그녀의 눈과 시선이 맞는다당장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그녀가 고개를 가로젓는다눈초리에 모여 있던 눈물이 진다.

「……하루」

 허리를 들어 하루의 머리에 손을 싣는다.

「……알지?

 하루의 몸이 순간 약간 떨렸다잠시 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시코도 고개를 끄덕이고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또만날 수 있어」

 ――다음에 만날 때는네가 행복해지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이마에요시코가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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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 작품을 번역하면서 느낀 건데, 상당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십니다. 


작품 중에, 유우의 독백도 있고,  쿠로와 토요네가 꿈 속 사막에서 서로 만나는 것도 있고,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판타지는 아니지만 몽환적인 느낌을 상당히 많이 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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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5. 17:1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친구

 


■사와유안

 

 

 소꿉친구이니까자주 그런 말을 듣는다.

 그 후에 이어지는 말은 대체로「신경 쓰인다」 「무엇이든지 상담할 수 있다」 「자신을 잘 이해해 주고 있다」 「이심전심 관계」――그것들은 이따금질투를 머금은 채 나에게 다가온다그런 상대가 있어 유안은 좋겠다라고.

 그렇지만 그 말이반드시 좋은 의미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소꿉친구이니까그런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나쁜 의미인지 아닌지는 모른다반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소꿉친구라는 입장은「거리가 가깝다」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그러나 뒤집어 말하자면그 입장이 아닐 경우그 관계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말하자면 동전의 양면이다.

 다만나에게는그다지 기분 좋은 건 아니다

 사와야를 「그런 대상」으로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확실히중학교 3학년 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한발 앞서 고등학생이 된 사와야가다른 소꿉친구히모리 치카코와 재회했다는 말을 들어--

 확실히 세이코도 「소꿉친구」다그러나 그녀는 초등학교로 진학할 때 사와야와는 다른 학교에 가 버렸고그 이후 연락이 없었다소꿉친구가 그런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계속 함께 있다 보니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다세이코의 경우는 긴 공백이 있기에오히려드라마틱한 재회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나는 사와야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었다.

 

 

   ☆

 

 

 황혼이 저문 길을 사와야와 함께 걷는다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둘이서 돌아가는 길.

 주변을 바라보면시선 바로 아래에 사와야의 머리가 보인다내가 한 학년 아래이지만키는 사와야가 작다키가 자라는 동안에도 쭉 함께 있었기에사와야가 전날보다 작게 보여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유안 키 크네」

 몸을 돌려내 생각을 간파한 듯한 말을 한다.

「그림자 길어」

 돌아 보면그림자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커도 좋은 일 없어」

「그래?

「자주 머리가 어지럽고」

「흐~응」

 그 때머리에 뭔가 떠올랐다주위에는 아무도 없다느리게 걷는 사와야의 앞에 선다의아스러웠는지사와야가 발을 멈춘다.

「……그래도키가 큰 덕분에 이런 건 할 수 있을 지도」

조금 굳어져 버린 목소리는 우선 무시하고사와야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턱에 손을 대고그대로 들어 올린다사와야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보인다말하자면,키 차이가 있는 커플이 키스를 할 때와 같은 식으로보통 친구 관계라면 혼나겠지만--소꿉친구이기에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용서해줄 것이라

사와야는 눈을 한 번 깜빡였지만「흐~응」이라고 말하고는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 보고 있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내 사고는 멈추어 버린다. (어떤 눈을 하고 있는 걸까저녁노을 색조차 메울 것 같은 눈동자불타는 듯한 빨강그럼에도내 마음을 간파하는 것 같은맑은 색

 그랬다사와야는 옛날부터 이런 눈이었다누구보다도그것을 잘 안다.

 시간이 멈추었다고 느끼고 있었던 차에사와야가 표정을 바꾸었다미소를 지으며입을 연다.

「이런 것을 하고 싶어하는구나유안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와야가입가를 느슨하게 만들면서--

「그런 눈이야」

 그렇게 말하고는얼굴을 접근했다.

 뺨에 감촉이 있다.

 깨달았을 때는사와야는 이미 나에게서 떨어져세걸음 정도 앞에 있었다.

「……소꿉친구인데괜찮아?

 무엇인가머리 속에 있는 실이 끊어져 버린 것 같이입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꿉친구인데그런 눈으로 봐주는 거야?

 사와야가 머리를 갸웃거린다.

「유안이 나를 보고 있는데어째서 내가 너를 보지 않아?

 그리고 방향을 바꾸고는사와야는 걸었다나는 우뚝 서있었지만정신을 차리고는어렸을 때와 같이그녀의 그림자를 뒤쫓았다.

 

■노도유키

 

 

「아」

「아」

 유키코가 하라무라 노도카가 다시 만난 것은국민 마작 대회 숙소에서였다.

「오래간만이에요」

「네……그러니까하라무라씨였지요?

「네인터 하이 준결승에서 만난 이후네요」

 대범하고 의젓한 미소를 띄우는 그 얼굴에유키코는 무심코 두근했다.

 또렷한 눈에늘씬한 코얇은 핑크 입술은 요염하다사이드 테일인 장발도 핑크새빨간 리본이 사랑스럽다말하자면예쁘다고 생각한다그녀를 알게 된 것은여름 지구 예선 이후인터 하이 특집 잡지에 실려 있었던 사진을 본 것이 처음이었지만그 때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눈을 마주치면 어쩐지 쑥스러워서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있는데노도카가 말을 걸었다.

「마야씨는 홋카이도 대표로?

「ㄴ!

「그렇습군요서로 힘내요」

「……네」

 부드럽게마치 아이를 어르는 듯한 목소리에유키코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어째서 이렇게 지내기 불편해지는 걸까콘포타쥬를 마시다가캔 바닥에 있는 알을 먹지 못하는 아쉬움 같다무엇보다도 그런 경우라면 그냥 버리면 되지만지금은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까 그럴 수 없다성모처럼 따뜻한 시선이지금 유키코에게는 마치 개구릴 바라보는 뱀의 눈 같다.

「그렇네요괜찮으시면 제 방에 오지 않을래요?

「네?

 예상하지도 못한 말을 듣고유키코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 고등학교에서는 두 사람이 더 있어요괜찮으시면……

 노도카는 거기서 말을 끊고는조용히 눈을 감았다입가는 미소를 지은 채이지만약간은 곤란한 표정이다유키코는 유키코 대로바라만 보고 있다.

 이윽고 그녀는 눈을 뜨고웃고는작게 머리를 기울인다사이드 테일이 흔들린다.

「――친구가되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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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4. 20:2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당신의칠흑의눈동자

 

  

 복도로 나가자주위는 칠흑의 어둠이었다.

 달이 없는 밤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해별빛조차 보이지 않는다심야도 자시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신경에 사람의 등불은 없다시중들고 있는 여선도 모두 잠들어 조용한 시간이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두운 곳한 소녀가 춤추는 듯한 발걸음으로 걷는다발자국 소리는 없고벌레 소리조차 없다다만 쓸쓸하고적막하게무엇인가 숨을 감추는 듯한 차가운 공기가물결 하나 없는 호수처럼 가득 차 있다.

 소녀가발을 멈추었다고요함 속에서 나오는 균열그러나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떨어지는 피처럼선명한 색을 눈에 새기고는바로 투명하게 녹는 이단자.그것은차가운 가을하늘로 퍼지는 뜨거운 한숨희미하게 떠오르는 순백의문 너머에서 새는 교성.

 그것을 듣는 것이소녀에게는 처음이 아니었다오히려그녀가 이렇게 깊은 밤 중에 밖을 걷는 것은그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살며시복도 기둥에 기대어,눈시울을 감는다새까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교성은두 사람의 것이다신경의 공주와--그녀를 시중드는 여선 중 한 사람.

 머리 속에피어 오르는 정경에소녀는 흥분한다심장 주위가 철사로 둘러진 것처럼박동할 때마다그 작은 가슴에 가혹한 아픔이 느껴진다그러나 소녀는 그것이 좋았다상처받은 심장에서 배이는 피가전신으로 스며드는그 아픔을 맛보는 것을 좋아했다씁쓸하고 시큼해서그래서 감미로운 그 맛을 좋아했다.

 두 사람은 지금서로를 위로하고 있겠지요하얀 피부를새빨간 입술을검은 머리카락을서로 겹치고 있을까서로의 부드러운 피부에 손톱을 먹히게 하고서로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거미줄로 이어져쾌락에 빠져 있는 그 상태를 즐기고 있을까.

 애초에두 사람은 어째서 서로 사랑한 걸까누가 먼저 상대를 원한 것일까모른다소녀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다만 확신한다공주가 원했다면 여선은 따랐을 것이다라고특히지금공주를 상대하고 있는 그녀라면공주의 부담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살아있는 천예가 된 그녀신경에 있어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모두 공주를 위해 두고 있는 그녀라면.

 어느 광경이뇌리에 스쳐소녀는 무심코 눈초리를 닦았다.

 이미 먼 옛날그녀와 처음 만난 날에 본흑진주처럼 반짝이던 눈동자--

 그 빛은지금도 변함없다그러니까 소녀는 생각한다그녀가 바라 보고 있을 때빨려 들여가 버릴 것 같을 정도로 아름다운검은 마노 같은 눈동자빨려 들여가 버리고 싶다당신 안에 들어가고 싶다당신의 추억 속에 있는우리들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흘러 버렸다그녀의 칠흑의 눈동자는지금은 이미 모든 것을 가둘 검은 호박색.

 ――이제그 때의 우리들로 돌아갈 수 없다.

 시야에 펼쳐진 하늘이침전되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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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2ch 2015. 12. 27. 11:57 by 레미0아이시스


토요네 「하얀 옆 얼굴」



1::2015/05/25() 00:04:54. 80 ID:DIAM9wVlO

처음 보았을 때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빨려 들여갈 것 같은 붉은 눈동자새하얀 옷에 칠흑의 장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나는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사랑에 빠져 버렸다.

 

 

 

2::2015/05/25() 00:07:02. 87 ID:DIAM9wVlO

유리 너머로 찬란히 빛나는 수많은 빛.

 

그녀의 진한 주홍 눈동자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거리의 빛을 바라보고 있다.

 

「토요네」

 

아쉽지만 그 옆 얼굴을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고 말을 걸었다.

 

「응?

 

「즐거워?

 

「즐거워

 

만면의 미소를 짓는 그녀.

 

나도 그에 이끌려 입가가 느슨해진다.

 

토요네의 미소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도 행복해진다.

 

만약 시합에서 져 버리면토요네는 웃어 줄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3::2015/05/25() 00:09:27. 18 ID:DIAM9wVlO

「저기시로」

 

「왜?

 

나의 어두운 예상이 토요네의 말에 차단당한다.

 

「시로에 옆 얼굴예뻐」

 

「갑자기 무슨 말이야?

 

「어쩐지 말이야시로라는 느낌이 들어」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얼버무리듯이 입에서 열을 내뿜었다.

 

「토요네의 옆 얼굴은 토요네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좋아해」

 

「아하하」

 

아무것도 할 수 없기 없으니까 기분만이라도 풀어주려고 했지만어쩐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귀찮고칭찬 받는 건 기뻤으니까.

 

 

4::2015/05/25() 00:14:41. 03 ID:DIAM9wVlO

화면 저 편에서 토요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도 슬펐다.

 

아니확실히 슬펐지만 지금 당장 토요네를 위로하며껴안고 싶었다.

 

토요네가 대기실로 돌아온다.

 

나는 내 마음과는 반대로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토요네가 미소를 지은 채머뭇거리고 있었으니까.

 

사에도쿠루미도에이슬린도모두 토요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다.

 

「다녀왔습니다

 

토요네가 많은 색지를 보여 주며기쁘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눈동자에 고여 있는 눈물을 봐 버렸다.

 

이윽고 그 중량감을 견딜 수 없게 되었는지토요네의 뺨에서 눈물이 흐른다.

 

「나모두와 함께 이 축제에 참가했어」

 

울면서 웃는 그녀는강하고아름답게 보였다.

 

「소중한 추억이 될 거야」

 

나의 예상을 배반하고토요네의 미소는 평소 대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5::2015/05/25() 00:17:12. 75 ID:DIAM9wVlO

호텔에서 모두 잠들 무렵나는 베란다로 나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높은 곳에서 보이는 야경은 마치 별을 내려다 보는 것 같은데.

 

천국에 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시로」

 

뒤에서 토요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 보지 않고 대답 한다.

 

토요네가 옆으로 다가와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조금 전에는 반대였는데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토요네에게 나도 미소로 화답했다.

 

 

 

6::2015/05/25() 00:19:28. 90 ID:DIAM9wVlO

「끝나버렸네」

 

「그렇네」

 

의미가 없는데도 손이 잡고 싶어졌다.

 

토요네는 의아해했지만손을 잡아 주었다.

 

심장 고동이 시끄럽지만그럼에도말하려고 결의를 다진다.

 

「토요네좋아해」

 

토요네는 초조한 기색도 없이부드러운 음색으로 승낙했다.

 

「응」

 

토요네의 눈은 요염한 주홍색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천사로 보인다.

 

손바닥으로각자의 생각을 서로 전한다.

 

「소중한 추억하나 더 증가해 버렸네」

 

「응」

 

우리들의 여름은 끝나 버렸다.

 

그렇지만앞으로는 새로운 세계가 우리들에게 펼쳐질 것이다.

 

 

 

 

7::2015/05/25() 00:20:31. 26 ID:DIAM9wVlO

마지막

사키 팬픽/2ch 2015. 12. 25. 21:20 by 레미0아이시스

http://blog.livedoor.jp/dpdmx702/archives/46506910.html



사키 「정말로 좋아하는 당신에게커다란 행복을」

 

 

 

 2015/10/07() 17:33:21. 10 ID:Lj9RWS/z0

 

핫… 정신이 차려지고무거운 눈꺼풀을 올린다

 

어두운 실내노도카가 주위를 살짝 둘러본다

 

흔들리는 시야

 

땀 범벅이 된 몸

 

 

아침 보다는 열이 내린 걸까

 

그것을 확인하려고 해도체온계를 향해 손을 뻗는 것조차 귀찮다

 

그대로 다시 자고 싶다.

 

 

 

 2015/10/07() 17:34:45. 38 ID:Lj9RWS/z0

 

사키 「노도카짱일어났어?

 

혼자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린다

 

노도카 「사키 …

 

사키 「목마르지몸 일으켜 줄까?

 

노도카 「네

 

나른해진 탓에 무거워진 상반신을 어떻게든 일으킨다

 

사키는 곁에 있던 쿠션을 노도카의 등 뒤에 두어 기대게 했다.

 

 

 

11  2015/10/07() 17:36:36. 83 ID:Lj9RWS/z0

 

사키 「아아땀 많이 흘렸네이거 마시면갈아입자」

 

감기 옮으니까 다가오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해도 듣지도 않고,

 

노도카를 돌보기 위해 사키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죽을 만들거나얼음을 교환하거나부지런히노도카의 간병을 하고 있었다

 

 

물을 받고는노도카가 천천히 마신다

 

차가운 수분이 몸에 스며든다

 

사키 「조금 편해졌어?

 

노도카 「어떨까요

 

 

 

13  2015/10/07() 17:38:28. 70 ID:Lj9RWS/z0

 

사키 「열 잴래?

 

체온계를 꺼내 노도카의 겨드랑이에 끼운다

 

서늘한 그것에 약간 몸이 떨리고멍하니 사키의 얼굴을 바라 봤다

 

노도카 바로 옆에 앉은 사키가 땀으로 젖은 노도카의 앞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그 이마에 자기 이마를 대고 열을 잰다

 

사키 「아직 뜨겁네」

 

노도카 「가까워요감기 옮을 거에요

 

 

 

25  2015/10/07() 18:29:25. 23 ID:YpItZKXs0

 

사키 「그걸로 노도카짱이 괜찮아진다면 기꺼이」

 

노도카 「바보 같은 말 하지 말아 주세요

 

사키가 미소를 지으며부드럽게 노도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삐빅체온계에서 소리가 났다

 

체온계는 『37.7℃ 

 

사키 「그다지 내리지 않았네

 

노도카 「그래도 밤에는 보통 체온이 높아지니까… 괜찮은 수치 아닌가요?

 

 

 

26  2015/10/07() 18:32:57. 14 ID:YpItZKXs0

 

사키 「힘들어?

 

노도카 「몸이 아직나른하네요

 

사키 「빨리 갈아입고 쉬자」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사키가 옷장을 열어 새로운 잠옷을 꺼낸다

 

타올이나 속옷도 꺼내다가 「아 , 」 라고 말하더니노도카를 본다

 

사키 「몸을 닦고 갈아입는 게 좋겠네더운 물 가지고 올 테니까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사키가 거실로 갔다

 

 

사키가 자신을 위해 간병을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기운이 날 것 같아노도카의 표정이 느슨해진다.

 

 

 

27  2015/10/07() 18:36:30. 75 ID:YpItZKXs0

 

노도카 「사키양에게 간병 받고 있으니까… 빨리 낫지 않으면

 

체온이 낮은 편이라, 37℃ 후반인 지금 체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식욕은 없으니까우선 수분을 보충해야

 

물을 우선 한 모금 마셨다

 

 

사키 「노도카짱기다렸지」

 

더운 물을 담은 통을 바닥에 두고사키가 타올을 담근다

 

타올을 짜고는 노도카가 들고 있는 컵을 받는다

 

몸을 닦기 위해 땀으로 젖은 잠옷을 벗기려 한다

 

하지만힘이 별로 없어생각보다 힘든 것 같다

 

사키는 노도카가 힘들다는 걸 눈치채고잠옷을 벗겼다.

 

 

 

29  2015/10/07() 18:38:57. 37 ID:YpItZKXs0

 

노도카 「에?

 

사키 「노도카짱만세해」

 

노도카 「사키양」

 

사키 「자만세~

 

노도카 「

 

마지못해 양팔을 들자불쾌하기만 했었던 잠옷이 벗겨졌다

 

젖은 타올로목덜미… 사키가 차례차례 닦는다

 

그 따스함에 노도카는 평온한 표정을 지었고뒤는 사키에게 맡기기로 했다

 

사키 「기분 좋아?

 

노도카 「네

 

 

 

31  2015/10/07() 18:41:21. 21 ID:YpItZKXs0

 

사키 「사실은 뭔가 먹었으면 하는데」

 

노도카 「그것은

 

사키 「알아아직 무리인 거 같네」

 

상반신을 다 닦자사키가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옷을 받은 노도카가 천천히 단추를 채운다

 

사키 「아래도 해 줄까?

 

노도카 「괜찮아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노도카를 보며사키는 쿡쿡 웃으면서 타올을 짰다.

 

 

 

33  2015/10/07() 18:44:34. 70 ID:YpItZKXs0

 

사키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언제나 하고 있는걸서로 옷을 벗기거나

 

노도카 「사사키양그 이상은 괜찮으니까요!

 

열하고는 다른 의미로 온 몸을 붉히며 당황하고 있는 노도카를 보며사키가 또 웃는다

 

사키 「황도 사왔어가지고 올 테니까 그 사이에 갈아입어줘」

 

노도카 「네

 

사키 「식욕 없는 건 알지만아무 것도 안 먹으면 약도 못먹잖아」

 

노도카 「

 

사키 「그렇지 않으면 역시 몸 닦아 줄까남아있는 부분 전부

 

노도카 「머먹을 게요」

 

사키는 노도카에게 타올을 주고는,  속옷을 노도카의 손이 닿는 위치에 두고 방에서 나갔다

 

안도의 한 숨을 쉬고는노도카는 옷을 갈아 입는다.

 

 

 

35  2015/10/07() 18:46:07. 36 ID:YpItZKXs0

 

 

사키 「하나 더못 먹겠어?

 

노도카 「네

 

 

옷도 다 갈아입고몸도 다 닦은 노도카가 황도를 먹고 있다

 

아앙먹을 것을 내미는 사키와 입을 열며 기다리고 있는 노도카

 

반 정도 먹었지만노도카가 「이제 무리입니다」라며 기브업했다

 

사키 「잘 먹었어장해 장해」

 

노도카 「아이 취급이네요」

 

사키 「하지만 순순한 노도카짱 귀여운걸」

 

노도카 「정말」

 

 

 

36  2015/10/07() 18:48:59. 20 ID:YpItZKXs0

 

접시와 포크를 쟁반에 두고사키가 힐끔시계를 보았다

 

작게 입가에 미소를 띄우더니노도카를 마주 보고는그대로 그 입술을 빼앗았다

 

노도카 「

 

닿을 뿐인 키스를 반복한다

 

부드럽고달콤한 감각에감기가 누그러진 것 같다

 

 

사키 「생일 축하해노도카짱」

 

 

노도카 「?

 

 

어두운 방 안시계를 바라본다

 

시계는 0시를 넘어 있었고오늘은 10 4.

 

 

 

37  2015/10/07() 18:53:48. 90 ID:YpItZKXs0

 

사키 「축하해」

 

노도카 「감사합니다」

 

 

어째서일까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사키 「노도카짱」

 

노도카 「네

 

사키 「태어나 주어서 고마워아무리 사랑을 전해도 부족할 정도로 노도카짱을 좋아해」

 

노도카 「

 

 

 

38  2015/10/07() 18:55:46. 58 ID:YpItZKXs0

 

뚝뚝노도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넘친다

 

기쁘다--- 사키가 해준 말이상냥함이애정이전부 기쁘다---. 

 

 

노도카 「저도저도 사키양을 아주 좋아해요

 

 

사키는 노도카를 상냥하게 꼭 껴안고는그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한 번 흘러 넘친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노도카는 사랑스러움으로 흘러 넘치는 감정을 품은 채사키에게 안기며 눈물을 계속 흘렸다.

 

 

 

39  2015/10/07() 18:58:32. 48 ID:YpItZKXs0

 

서로 꼭 껴안은 채침대에 누웠다.

 

사키가 노도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쿨쿨조용한 숨소리가 들렸다

 

열도 간신히 내리는 중인 거 같고호흡도 많이 안정되었다

 

 

사키 「빨리 나아줘노도카짱

 

 

선물은 깨어나면 건네주자

 

그리고힘껏좋아한다고사랑한다고전하자

 

 

 

 

정말로 좋아하는 당신에게커다란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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