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6.07.03 졸업, 축하해
  2. 2016.07.03 응석부리다
  3. 2016.07.03 벚꽃 발자국
  4. 2016.07.03 잠시 동안
  5. 2016.07.03 장마가 끝나고 개인 날 오후의 조용한 물 속 같은
  6. 2016.01.09 그 아이의 등 뒤
  7. 2016.01.08 방향을 잃은 바람과 떨어진 별
  8. 2016.01.08 별의 파편
  9. 2016.01.07 잠에 취한 명화
  10. 2016.01.07 백의와 검과 과자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7. 3. 18:26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졸업축하해

 


 

(1) 사와야

 

 

 ――사와야는 대학 어디로 갈 거야?

 ――그렇네여기에 남을 거야.

 ――나는 도쿄멀리 떨어지겠네.

 ――원래대로 돌아올 뿐이지? 후훗그럴지도.

 ――그렇지만…….

 

 잠들 것 같은미약한 황혼 햇살나는 불도 켜지 않고 어슴푸레한 방에 혼자 있었다창틀에 비치는 호박색 사양에 별가루 같이 먼지가 반짝인다새벽부터 시작해 저녁에 끝나는 우리들의 시간그런 나날들도 오늘이 마지막이다오늘은 졸업식우리들 3학년이 학교를 떠나는 날.

 유키네는 졸업 축하로 무언가를 준비하기는 했지만그것은 내일 알려주겠다고 했다그 때문에 나 말고 다른 마작 부원들은 집에 들어가서오늘은 혼자다.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구워진 사과처럼 둥근 태양그에 물든 저녁노을은 마치 과즙 같다그 빨강은 마치아아그 때의 경치…….

(붉은 바다……)

 플레어처럼 격렬하게 물결치고 있었던 그 바다그 색도 정말로 붉어서혈관 안이라면 이런 경치를 볼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퇴폐적이어서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들썩이게 하는선명하면서도 어두운 빨강…….

(붉은 하늘……)

「지옥」이라는 이름의 그의 배경 같은 그 하늘모든 불길을 암시하는 듯한 꺼림직한 빨강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나의 붉은 눈동자가 필터가 되어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맞고어떤 의미로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본 그 「빨강」은확실히 내 눈을 통해서 밖에 볼 수 없는 경치다하지만 그 빨강을 만들어 낸 것은 내 인식이 아니라다른 존재다피바다 지옥 같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거대한 낙지와 같은 생물.

 그것은 「카무이」――아이누에서 신과 같이 우러러볼 수 있는 존재그 중 하나였다.

 나는 타인과 달리 그것을 볼 수 있었지만어째서 인지는 아직도 모른다처음 본 것도 꽤 옛날 일이니까무엇이 계기었는지도 잘 모른다단지그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사람을 같이 도와주거나 마작할 때 그 힘을 빌려주거나어쩔 땐 생명을 구해준 적도 있다.

(나는……)

 나는그런 카무이들을 배반할 수 없다그러니까 이 땅에 남기로 정했다.

 조금 전 말한 대로내가 그들의 모습을 지각할 수 있는 이유는 불분명하다단지그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이제 거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그리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그들의 존재 자체가 희박하게 되어 버린 것도.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 땅에 머물러 있어야 할 존재다내가 떨어지면 그들을 지각할 수 있는 인간이 사라져그 존재는 더욱 희미해져 버릴 것이다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은 사라져 없어져 버릴 지도 모른다하지만 머지않아 멸망할 존재라고 해도--아니그렇기에나는 그들 곁에 있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지각하면 그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그들은 나에게 힘을 빌려 주고 생명을 돕는다. Win-Win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그것 보다는 나로서는 몹시 편안하다나만 다른 것이 보여 소외감을 맛본 적도 있었지만나 밖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반대로 고독감을 달래 주기도 했다어쩌면서로 의존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이걸로 좋다후회는 없다별로 여기 있다고 불편한 것도 아니고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토지에는 애착이 있다.

 

 ――그렇지만…….

 

 ……오늘 같은 저녁노을그 날.

 둘이서 돌아가는 길에서그 때.

 분수에 맞지 않게 조용하고 투명한 것을 말한 그녀의그 표정…….

 

 ――그것은조금 외롭네.

 

 갑자기 한 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어」

 그 감정은 조만간 누구나 느껴야 하는 것이니까그러니까…….

 나는저물 때까지 태양만을 바라 보았다.

 

 

 

 

 

(2) 치카코

 

 

 부실 문을 열자사와야가 놀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하는 거야이런 곳에서」

「돌아가지 않았던 걸까」

 혼잣말처럼 그녀가 말한다.

「나루카네는 돌아갔어그래서 왜?

 사와야가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었다.

「노을졌네」

「흐~응」

 문을 닫고 부실에 들어간다사와야는 호박색 사양 빛 아래반짝반짝 빛나는 먼지에 싸여 서 있었다.

 부실을 둘러보면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우왓치카도 같이 황혼져?

 익살맞은 소리에 노려 보았다.

「그런 기분이 아니야」

「……미안」

 사와야는 바람 때문에 날아간 모자를 바라보는 소녀 같은 쓴웃음을 짓고는다시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응」

 고개를 끄덕이며 회상한다소원했던 소꿉친구와 생각지도 못한 재회를 한 1학년 봄또 다른 소꿉친구와 초중에서 함께였던 나루카가 입부해 준 것이 2학년 봄마작부라는 이름뿐이었던 활동그 가을유키코와 만나고제대로 마작부 활동 시작연습을 해서 도전한 지구 예선그리고 인터하이.

 유감스럽게도 준결승에서 졌지만급조된 팀으로서는 대건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출발점에서 일주한 올해 가을손에 담겨 있던 모래가 흐르듯이,내 마음 속의 무엇인가도 가을 바람에 조금씩 휩쓸려 가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응」

 그렇지만 결국 이런 감상 밖에 말할 수 없다끝나면 어떤 것이라도 억지로 모아야만 하는 잡다한 기억으로그 중 하나를 차분히 맛 본다든가 그런 건 힘들다.

 이제 와서는 전부가 좋은 추억좋게 말하자면.

「나루카네는 괜찮을까……

「괜찮지 않아?

 무책임한 대답에 초조해져.

「그렇게 무책임한--

「무책임하지 않아아무개씨와 달리 나는 도와줄 수 있는 곳에 있고」

「윽--

「그러니까괜찮아」

 무엇인가 말대답하려고 했지만마지막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잠시 동안 반론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그럼잘 부탁해」

 결국한숨을 쉬며 이 말만 했다.

「별로 보호자역까지 부탁 받을 생각은 없는데」

 하지만 나오는 말이 이러니까한숨만 나온다.

「말은 잘하네」

「그럴까나?

「그래」

 사와야는 이런 인간이다이상한 중력으로 주위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그녀를 따라가면 즐거울 거라 믿을 수 있고그것이 배신당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와 다시 만난 후나도 조금은 들떴을지도 모른다일년 후에 나루카가 우스잔에 입학했을 때 「치카짱바뀌었네요……?」라고 당황했었을지도 모른다나로서는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이지만.

(――아아그랬구나)

 앞으로는 진학을 위해 도쿄에 가사와야와 헤어져도 그것은 「원래대로 돌아온」 것 뿐이다가을이 되고조금씩 없어졌던 내 안의 무언가는사와야의 존재를 잃는 것으로 완전히 소멸한다그리고원래 나로 돌아간다그것뿐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아아그래도그렇게 논리적인 말로 나를 채우려 해도그 결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 시간조차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나의 폐가 호흡을 할 때내 안에서 무엇가는 없어져 가고그리고새롭게 생긴 감정이 가슴 틈새를 채운다그 감정의 이름은…….

 

 ――그렇지만조금

 

「치카」

 제 정신을 차리자바로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차렸다.

 어느 새 해가 가라앉아 버린 것 같다저녁노을을 가둔 것 같은 사와야의 진홍색 눈동자가나의 눈과 마주쳤다.

「어차피이니까마지막으로 하나 말할게」

희미한 곳에서 사와야가 미소를 지었다

그 입술이 움직이고

나오는 말은…...

 

 

 

 

 

 

 

 

 

 

 

 

 

 

「졸업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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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응석부리다

 


 

 

「요---~

 요시코는 벚꽃처럼 희미하게 빨간 하야리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들고 있는 자료를 바라 보았다.

「저기요시코짱~

 그러나 하야리는 기분이 나빠진 기색은 없고오히려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요시코의 팔에 휘감겼다.

「요시코짱∼♪

 밤 11하야리가 사는 고층 맨션에 어느 방마츠야마에 거주하는 요시코는 도내에 일이 있을 때마다그녀의 방에 숙박할 때가 많다오늘도 그렇고내일은 작년에 이어 인터하이 해설을 해야 한다그 때문에 출장 예정인 선수들의 자료를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체크 하는 중이었지만.

「저기요시코짱~, 쪽 해줘~

 눈을 치켜 뜨면서 바라보며눈감을 생각도 안 한 채입술을 쑥 내민다거의 만취한 것 같은데도 굉장하다고 오히려 감탄해 버렸다키스하자는 얼굴은 천진난만하고신선함조차 느껴진다전혀 천함이 없다술주정 부리는 어른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갑자기 끓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면서요시코는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는 자료에 의식을 되돌렸다. ……아니제대로 말하자면돌아온 것은 시선만이다지금도 조금 전까지도자료 내용은 제대로 머리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에헤헤……☆ 요시코짱좋아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 부위에 뺨을 문지른다.

「그래도한번 또 하자

 둥글고 크고 또렷한 갈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그 시선이 피부에 닿자그에 이끌려 안구를 움직여 버릴 것 같다눈을 맞추면 인생이 끝난다더욱 견디면서그럼에도 눈을 세게 감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짓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자료에 집중한다이미 무엇을 위한 자료인지 모르겠다.

「정말요시코짱~

 하야리가 어깨를 잡아당긴다그녀의 가슴이 팔에 닿아무심코 침을 삼켰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요시코의 뺨에 키스를 한다하지만 요시코는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긴장 하는 중이었지만얼핏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인다하야리가 급기야 뺨을 부풀리더니,

「요---~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다완전 애다.

철저하게 무시하며 자료만을 바라보는 요시코지만그것이 하야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그렇다고 스킨십을 즐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기 ,  요시코 짱

 뒤에서 목에 팔을 두른다등 뒤에 가슴이 꽉 눌리는 것이 기분 좋다.

「하야리와 놀자?」

 어깨를 흔든다최대한 무시하는 척하고 있으니자연스럽게 머리를 앞 뒤로 흔든다.

「아하하요시코짱 인형 같아

 웃는 포인트가 뭔지 모르지만 갑자기 깔깔 웃다가잠시 후 웃는 것도 지쳤는지 등 뒤에 딱 달라붙었다.

「요시코짱의 등따뜻해……

 그러다가 무슨 생각했는지 셔츠 위로 등에 키스를 해서무심코 몸이 반응해 버렸다.

「하얏놀랐네∼……좀 더 장난칠 거야

 그대로 목을 향해 키스를 계속한다그때마다 움찔거리는 감각이 온 몸을 흐른다.

「마지막에는∼」

 목덜미 근처에 입술을 꽉 대었다이미 한계 같다자료는 이미 구겨지기 시작했다하지만이대로는 안 된다사명감 같은 감정이심장을 침식하기 시작하고 있던 정동을 억누른다여기는 참지 않으면 안 된다참지 않으면……. 그렇게 계속 빈다.

「요시코짱고집이 너무 세~

 하야리가 불만스런 소리를 낸다어쩐지 연기 같기도 하다.

「그럼좀 더 장난칠 거야

 하야리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더니,

「에잇☆」

 소파에 누워요시코의 무릎을 베개로 삼았다시선이 제대로 하야리에게 가버린다그녀는 위를 향해 누워 있어시선이 딱 마주쳤다.

「아요시코짱의 패배! 하야리를 봤으니까 에헤헤」

 눈썹을 찡그리는 척하고자료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그렇게 하야리를 무시하고 싶어하는 요시코에게는 벌이야∼☆

 하야리가 팔을 뻗더니갑자기 요시코의 가슴을 만졌다.

「…………」

「어때?」

「그만두세요」

「하야리는 기분 좋아? 요시코짱의 가슴부드럽고 귀여워∼☆

「…………」

 대사만 들으면 충분히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요시코는 한숨을 쉬고는오른손을 하야리의 이마에 대었다.

「무슨 일이야? 하야리감기 걸린 거 아니야?

「알코올이 들어간 거뿐이지요」

 그렇게 말하고는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빗어 준다그리고 자료에 눈을 되돌린다오른손은 그대로 하야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우후훗」

 하야리가 마음 속 깊이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요시코짱~♪

 갑자기 일어서더니요시코를 밀어 넘어뜨린다.

「요시코짱∼……

 요시코의 가슴에 버려진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는 하야리지금까지 고양되었던 기분은 어디에 갔는지갑자기 얌전해지고는입을 다물었다.

「하야리씨」

 그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요시코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를 내면서하야리는 요시코의 등에 팔을 둘렀다자료가 바닥에 떨어지고요시코도 그녀의 몸을 꼭 껴안는다.

「괜찮아요」

「……괜찮아?

「네」

「……요시코짱좋아해」

 요시코의 눈동자에하야리의 물기를 띤 눈동자가 비쳤다.

 

   ☆★

 

 하야리가 요시코 앞에서 처음으로 술을 마신 것은요시코가 성인이 된 생일이었다.

 그때까지 자기 앞에서 마시기는커녕 동료와 마시러 갔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던 요시코는 대단히 의외라고 생각했다단지 그 때는 「모처럼 어른이 되었으니까」 그 말에 순순히 납득했다.

 그것이 의심으로 바뀌었던 날꽤 간단하게 술에 취해 버린 그녀는 요시코에게 찰싹 붙고는아이처럼 행동하거나소악마같이 달라붙거나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히요시코에게 딱 달라붙거나.

 그리고는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하야리조금 피곤할지도……

 그런 나약한 소리를나직하게 말했던 것이다.

 그 때 요시코는 생각했다하야리가 오늘 이렇게 술을 마신 것은그 힘을 빌려 평소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평소 행동거지가 이미 아이돌 자체인 그녀가힘껏 부르짖는 건 아닐까.

 요시코는 그 때 다짐했다자신이 어른이 될 때까지하야리에게 계속 응석부렸지만 어른이 된 지금이번엔 자신이 그녀를 지지하겠다고때로는자신의 품 안에서응석부리게 해주겠다고.

 좀처럼 솔직하지 않은 하야리는 취기가 돌아도 그렇다가어느 순간 아이처럼 응석을 부린다그것은 결국 굉장히 직설적이지 않아서그에 응하는 것이 그녀가 원하는 건지 잘 알 수 없다그 때문에 요시코는 계속 무시하다가 하야리의 마음이 보인 순간에 허락하고 있다사실은 좀 더 빠른 시점에서 그녀를 꼭 껴안고 싶지만그러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그러니까 그녀의 어프로치는 필사적으로 참아야 한다솔직히 죽을 거 같지만이것도 하야리를 위해서다.

 그리하여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되었다하야리는 취하고 있는 동안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그럼에도 단편적으로는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니까만약 싫었다면 요시코 앞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그것을 지금도 하고 있다오히려 그녀의 앞이기에 더욱 하고 있다그것은 자신을 의지해 주고 있다는 증거라고요시코는 생각하고 있다.

 오늘 밤도 그렇게 요시코는 8살 연상인 연인의 응석을 받아주고 있다품 안으로 하야리가 뛰어들고는마치 갓난아기로 돌아간 것처럼 달라붙고는 놓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하야리를 달래고 싶어서이지만,

「……하야리씨매력적이어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다..

「나도 좋아해요하야리씨」

 몇 분 전 그 말에 대답을 돌려주고 나서요시코는 생각한다.

 작사인 당신도아이돌인 당신도연인인 당신도. ……응석을 부리는 당신도.

 지금도 옛날도 앞으로도좋아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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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7. 3. 16:52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벚꽃 발자국

 


 

      땅땅새겨진당신에 대한 마음

  나는털실만을뽑지 않았다

  똑똑두드린등뼈의 뒤편

  밤이 죽고아침이 오면웃을 수 있을까

 

  농농울리지 않는난로의 푸른 등불이

  싱싱쌓이고녹지 않는 나를계속 비춘다

 

  벚꽃이 흩날리며 날아간다

  풀어헤친 실을

  바람으로 묶어 날렸다

  나는날 수 없으니까

 

「무슨 노래야?

 명화는 부르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츠지가이토 저택 툇마루어느 일본식 방 안쪽사토하가 과자 상자를 들며 서 있었다.

「『벚꽃 발자국』 이라는 노래인 거 같아요가수가 누군지는 까먹었어요」

「그것도 누군가가 가르쳐 준 거야?

「네다음에 노래방에서 불러 보고 싶어서……

「이미 가수잖아」

 사토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명화 곁에 앉았다. 3 29일 낮아직 삼한사온의 계절이지만오늘은 봄이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따뜻하고 밝았다뜰에 하나 있는 벚꽃도 만발하다.

「그래도 이 노래저도 좋아해요」

「별 일이네」

「『땅땅』 이라든지 『농농 』 이라든지재미있는 onomatopee가 많아서 재미있어요」

 유창한 프랑스어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토하가 웃는다.

「계속해도 되나요?

「아아」

 명화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노래하기 시작했다.

 

  깡깡세면대로흐르는 유리구슬

  빙글빙글돌면서떨어진다

  반드시 당신은웃고 있겠지요

  의미도 없이순진한 얼굴을빛내면서

 

  퐁퐁떠오르는당신과 새끼양의 그림

  살며시눈을 감으면귀에 남아 있는자장가 소리

 

벚꽃이 흩날리며 날아간다

  풀어헤친 실을

  바람으로 묶어 날렸다

  나는날 수 없으니까

 

「…………」

 갑자기 입을 다문 명화의 얼굴을사토하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래?

「작년 꽃놀이한 게 생각나서……

「아아……」

 그 무렵을 더듬듯이사토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물감을 푼 것 같은 희미하게 파랗고 맑은 하늘분행색 벚꽃이 만개한 것이 떠오른다주위의 소란이 생생히 들린다의식이 마치 멀어지는 듯한 감각…….

 작년 이 때쯤사토하 일행은 근처 명소에서 꽃놀이를 했다명화와 같이 올해부터 특별우대생인 하오와 넬리와 작년부터 계속 있는 메간이렇게 다섯이서넬리는 몇 일 전이었던 24일이 생일이었으니 그 축하도 겸했다그 시점에서도 적당히 사이가 좋아졌던 다섯 명이었지만그것을 계기로 더욱 친해진 것 같았다.

「도시락가게면 많이 벌 거 같아」

「자리세을 받으면 득을 볼 것 같은데

「장소 잡기 대행업이라도 있는 걸까」

「핫…… 지금이라도 맥주나 과자를 팔아 버리면……

 순수하게 보이는 외모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는 얼굴이 생각난다지금은 없다그리고 내년도도 없을 그 소녀의 얼굴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넬리짱」

「그렇구나……」

 명화도 그리워졌는지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넬리짱……)

 그 먼 하늘 저 편으로그녀는 날아 올라가 버렸다. ……아니그렇지 않다날개가 나 버린 것이다앞으로는 좀 더 날아 갈 수 있을 텐데.

 내년부터 넬리가 특별 우대생으로 있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사토하나 감독이 개인적인 원조를 타진했다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절했다완고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어쩌면 친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어쨌건 그녀는 모국에 돌아가 버렸고내년부터는 새로운 특별 우대생이 들어오게 된다.

「내년 인터 하이는 우승해명화하오」

 전송하러 간 공항 로비이별의 키스를 주고 받은 후넬리는 웃으면서 말했다산뜻하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미소였다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천진난만하게 보여도 의외로 타산적이었고묘하게 시원시원한 곳도 있었다.

「사토하도 메구짱도 넬리도 없어져솔직히 불안합니다」

 그녀는 미소를 띄우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시간이 다 되어 떠나갈 때명화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마작은 계속할 거지요?

 시종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단 한 순간만진지한 표정이 되었다그렇지만 곧 1초 전 웃는 얼굴로 돌아오고는,

「물론또 어디선가 만나자」

 그렇게 말하고그녀는 떠났다.

 그 말은 정말이었을까실은 거짓말이고마작에서 멀어져 버려-- 혹은 정식 무대에 나올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마작 밖에 접점이 없는 우리들은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그런 불안이 가득 차지금도 가슴이 아련하다.

 그녀와 지내던 나날들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주었을 때눈을 빛내면서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은 것둘이서 피크닉을 가초록빛 언덕 위를 뛰놀던 것명화가 노래를 부르면 칭찬해 준 것.

「내 나라 노래도 불러 줄래?

 그렇게 말하며 가르쳐 준 노래어느 날 밤잘 수 없다며 명화의 방에 와그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고 부탁해준 것.

 그리고 무엇보다마작을 하고 있었을 때그녀는 정말로 지금까지 싸워 온 누구보다도 강했다이런 상대와 일년내내 칠 수 있다니 행복하다고 생각했고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이국의 땅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으로서 가까운 친구로서 함께 인터하이 우승을 목표로 하는 동료로서 그리고 서로를 높이는 호적수로서.명화는 정말로 넬리를 좋아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 없고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한다작년 인터하이에서 우승했다면 조금은 변했을까좀 더 자신이 강했으면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몇 번이나 명화는그런 의미도 없는 자문을 반복했다.

「…………」

 명화는 나막신을 신고 뜰로 들어갔다.

「노래해도 괜찮나요?

 뒤돌아 보며 사토하에 물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빛이생기는 하늘

  좀 더밤에 손톱을세우고 싶지만

  쿵쿵나는잘나 내고

  안녕이제 나는걸어 가야만 하는 것 같다.

 

 명화는 생각한다과연 나는 이 노래처럼 걸을 수 있을지앞으로도 쭉 「 밤에 손톱을세워 아픈 」 마음을 계속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닌지그렇지만그것을 「잘나 내는」 것은 ,  넬리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이 든다.

 아아그러니까 나는…….

 

  벚꽃을 흩날리며 반짝이는 하늘

  풀어해친 실을

  바람으로 묶어 날렸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바람이 살며시 불고는벚꽃색 하나를 날렸다.

 바람이지구를 둘러싼 혈류가이 꽃잎에 실은 내 생각을 보내 주었으면 좋을 텐데--

 ――가슴 한 쪽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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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7. 3. 11:5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잠시 동안

 

 

 최근생각해야만 할 일이 많다.

 

 어제까지는 준결승의 상대.

 히메마츠의 스에하라양다음에 싸울 때는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조금 전까지는 마작에 대해.

 우스잔의 시시하라양무서운 오라만 내던 그녀와 스에하라양이 같은 작탁에 있는데.

 어떻게 시합을 이기고결승에 갈까.

 

 지금은내일 치를 결승전에 대해.

 린카이의 넬리양오늘 시합을 통해 알게 된 그녀의 실력.

 시라이토다이의 오오호시 아와이양언니네 학교 대장.

 아치가의 타카카모양노도카짱의 옛친구코로모짱에게서도 그 강함을 들었다.

 

 솔직히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토너먼트를 이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감에 따라 스케줄은 엄격해지지만상대도 강해진다는 것을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일이 많아진다언니와 화해 하기 위해서는 이겨서 다음 단계로 간다--내일 이길 뿐--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역시 불안은 씻을 수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생각할 것은 옛날부터 쭉 있었다.

 지금 머리를 괴롭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의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제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노도카짱의 어깨에 기대면서 생각한다.

 

 ……응노도카짱에게도 말했지만이것은 「잠시 동안」.

 내일이 되면 피로도 잊고여태까지 한 것처럼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니까지금 잠시 동안만.

 

「노도카짱……」

 

 목욕탕에서 울리는가냘픈 나의 목소리.

 

「무슨 일인가요?

 

 똑같이 울리는 노도카짱의 목소리.

 목욕탕넓은데도지금은 나와 노도카짱하고 유우키짱 밖에 없으니그런 생각이 들지도.

 그래유우키짱도 있으니까부끄러운 것은 말할 수 없어.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는 말하면서조금 거리를 채워 본다.

 

「……그렇습니까」

 

 말만 들어 보면 매정하지만노도카짱이 내 마음을 눈치챈 것처럼 들렸다.

 ……노도카짱하고 있으면역시 진정된다.

 불안하지만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응.

 

 ……좋아해노도카짱.

 

 노도카짱의 체온을 느끼면서…… 살며시눈을 감았다.

 마치잠들도록--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7. 3. 11:2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개인 날 오후의 조용한 물 속 같은

 

 

 정식 발표는 아직이지만라고 부연하며그녀는 말했다.

「히로세양당신을 팀 토라히메에 넣으려고 합니다」

 토요일 오후해였다들뜬 빛 입자가 커텐 너머로 들어오는 부실에서불시에 나를 호출한 감독이 그렇게 말했다스으으으……뭔가 스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방내의 웅성거림이 서로 겹쳐하모니가 되었다가늘고 맑은 소리가 실 같이 뻗어 나오다가 구부러져머리 속을 휘젓거나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거나 한다.

 그 선율에 싣듯이 그녀는 계속했다.

「그러니까인사하러 갔다 오세요」

 인사? 라고 말하는 듯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자그녀는 갑자기 천장을 가리키더니,

「가면 알아요」

 미소를 얇게 띄우면서손을 내밀었다.

 그 가느다란 집게 손가락에는더러워진 태그가 붙어 있는 열쇠가 있었다.

 

 

 로퍼 바닥이 딱딱한 소리를 낸다.

 싸늘한 계단계단을 다 올라가 고개를 들자살짝 푸른 하늘이 보인다아무도 드나들지 않았다는 듯이 오래되어 낡은 미닫이창문은 더럽고그에 비친 맑은 하늘도 어쩐지 흐려 보인다그 창문을 통해 빛이 희미한 그림자와 대조적이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 보았다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하늘로 오르는 계단처럼발을 디뎌서는 안 되는 절벽으로도 보였다한동안 나는 그렇게 온 세상의 시계가 멈춰진 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백일몽 같은 환상에서 빠져 나오자눈앞에 문이 보였다열쇠로 문을 열자 소리가 크게 울렸다.

 문 저 편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인 것 같았다.

 

 

 남쪽과 북쪽으로 뻗어있는 넓은 옥상은 생각보다 깔끔했다쇠퇴한 분위기가 감돌던 계단과는 달리여기만은 지어지고 나서 얼마 안 되었다는 듯이 얼룩이 없다오후 햇빛을 받아 흰색 벽이 반짝이고 있다.

 발을 디딘 것과 동시에 깨달았다눈앞에 있는 급수탑 위그 그림자의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열쇠……)

 저절로 손이 움직여 주머니를 확인한다손가락 끝에 금속 감촉이 있다.

 급수탑 위에 있는 그 소녀가 나를 바라 보았다나는 다가갔다 걸을 때마다 발소리가 울린다밖에 나왔을 터인데도그 소리는 오히려 실내에 있을 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콩,  ……

 한 걸음씩 다가감에 따라,

 코--……

 소리는 더욱 커지고,

 코-……-……

 높은 하늘에서 쏟아지듯이 내 귀에 들린다.

 코-……-……

   코-…… -……

    코-…… -……

 마치 보석을 찾는 사람처럼나는 일부러 소리를 울렸다.

 소리가 그친다고개를 들자시선이 마주쳤다강렬한 피존 블래드 눈동자였다.

「…………」

「…………」

 침묵을 유지한 채로 서로 바라보았다표정을 봐도 감정을 읽을 수 없다환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방해를 받아 기분을 잡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의아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그것들 모두가 섞인 것 같이도 보였다한편으로 그 어떤 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눈 깜박이조차 하지 않고그녀는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의 안에 내 눈동자가 비쳤다(――그렇게 느껴졌다). 나의 파랑이 그녀의 빨강에 빨려 들여가 녹아 보라색이 되었다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그녀의 깊은 곳에서 솟아 오른 칠흑이 그것을 감추었다휘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어느 순간 호수처럼 파문 하나 없는 그녀의 눈동자가 있었다.

 그것이나에게 무언가를 명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새 입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감독에게 들어서 왔어」

「――그래」

「토라히메에 들어가라고」

「――헤에」

 마치 쳐도 울리지 않는 종 같았다그러나 혼잣말 같은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잘 들렸다유성과 같이 허공을 가르는 화살 같이 나의 심장을 뚫었다그 짧은 한마디 한마디에 내 가슴이 아련해진다차츰차츰 퍼지고손가락 끝까지 이르렀다.

「――이름은」

 처음으로 그녀가 말을 걸었다.

「히로세 스미레」

「――흐응」

 거기서 말을 끊고는그녀는 들고 있던 책을 덮었다그리고,

「――상상한 것보다사랑스러운 이름이네」

 그렇게 말하고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나도 발길을 돌려 계단으로 돌아갔다보물 상자를 닫듯이문을 잠갔다.

 탈칵 소리가가슴 속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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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9. 23:0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 아이의 등 뒤

 


 

(1)

 

 

 ──잘 수 없다.

 칸나는침대에 누웠지만 몇 번이나 뒤척였다.

 귓가에 벌레 소리가 들린다온화했던 의식의 물결이 순식간에 얼고 날카로워진다무시하려고 했지만다시 한번 더바보 취급한 것 같은 소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겨우 갔다고 생각하면마치 마음을 읽은 듯이 찾아온다그때마다 짜증나서잠을 잘 수 없다.

「아아정말!!

 벌떡 일어나서침대 옆에 있는 스탠드를 켰다등색 빛 속에벌레 그림자가 있었다양손을 친다손을 열어 보았지만모기의 시체는 없었다.

(젠장)

 머리의 뒤에 깍지를 끼며소리를 지르며 누웠다조금 전보다 의식이 또렷해진 것 같다가슴 안쪽이 따끔따끔 거려 화가 나다그것도 저것도──

(그 녀석……)

 오늘 저녁받은 메일「그 녀석」 특유의암호문 같은 메일같이 있었던 시노가 해석을 해주었다말하자면 「아이돌 데뷔가 정해졌으니까라이브 보러 오지 않을래?」라는 내용이란다일부러 보낸 것도 짜증났지만그보다──

 시노는 기뻐했었다그녀는 그런 인간이니까 딱히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칸나는 다르다.

(어째서──)

 어째서「이제 와서」그 녀석은꿈을 단념한 것이 아니었던 것일까.

 칸나는 그다지 다른 사람이 꿈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비뚤어진 인간은 아니다그러나「그 녀석」에 대해서는 예외다특별이랄까칸나 자신도 잘 모른다나는 그 녀석에게 무엇을 바란 것이었을까그 녀석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둘이서 만난 12년 전부터──

「……아―망할!

 가슴언저리를 쥐어짜낸다그 안쪽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이요동을 친다쭉 그랬다그 녀석에 대해서 생각하면언제나 언제나──

 안절부절 할 수 없어칸나는 침대에서 일어섰다청바지와 양말을 입고쟈켓을 껴입는다열쇠를 들고 스탠드를 끄고방에서 나왔다현관 신발장 위에 있는 헬멧을 들고집에서 나온다맨션 계단을 내려 가면서 헬멧을 쓰고장갑을 끼고고글을 장착한다주륜장에 있는 검게 빛나는 드래그스타 250로 다가간다.

(뭐 하는 거야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이제 와서가 돌아가는 것도 그렇다바이크를 꺼내다가엔진 소리가 근처 시끄럽지 않을까 생각했지만서늘한 밤바람이 좋으니이제 와서 별 수도 없다.

 달리기 시작한다그렇게 달리는 동안칸나는 그 동안이라도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으니까.

 ──12년 전 그 때부터.

 

 

 

(2)

 

 

 월요일점심시간 교실쉬는 시간 중이지만다음 수업이 이 교실인 학생들은 여기에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쿄우카도월요일 이 시간에는친구인 칸나와 항상 만나고 있다.

 계단식 강의실 한가운데북쪽 창문 옆평소라면 교실에 들어 오는 쿄우카를 보자마자 「여-」 그렇게 인사하는 칸나였지만그렇지 않고오늘 거기에 있는 것은엎드려 있는 칸나였다.

「뭘 하고 있어?

「……」

 칸나가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뭐야쿄우카인가」

 그런 말을 하며 또 자려고 하기에쿄우카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파아프다고……

「기분 나쁠 정도로 기운 없네무슨 일이야?

 칸나는 한 번 크게 기지개를 키고는눈을 비볐다눈 아래 기미가 있는 걸 보니아무래도 그냥 수면 부족 같다그 이유는── 알 것 같지만.

「어제하야리짱의 메일 본 거지?

 천천히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갈 거야?

「쿄우카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야」

「…………」

「그래서칸나는 어떻게 할 거야?

「……누가 갈까 보냐」

「그래」

 중얼거림과 동시에쿄우카가 갑자기 한숨을 쉰다.

 칸나는 언제나 이렇다하야리에 대한 건 아이 같아 진다사실은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는 주제에솔직하지 못해서심술궂은 말만 한다초등학생 때도 그랬지만대학생이 된 지금도 그렇다그녀가 하야리를 만난 12년 전──초등학교 4학년 무렵그 후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변함없이.

 그래도햐아리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 해서우리들과 멀어져 버리고 나서는칸나도 조금은 유해진 것 같다변함 없이 대충이고유에와 아이처럼 싸우기도 하지만역시 하야리가 없어진 것은 그녀에게 역시 커다란 사건이었을 것이다뭔가 송곳니가 뽑힌 것 같은패기가 없어진 것 같은그런 느낌.

「대답했어쿄우카는」

「나는 갈 거야.

「…………」

 하아큰 한숨을 쉬고는칸나는「아 그래」 그렇게만 말했다.

 

 

 

(3)

 

 

 대학생이라지만 4학년쯤되면 한가해지고오히려 취직활동이 더 중요해진다그래서만은 아니지만최근에는 어쩐지 강의도 지루하다오늘은 특히나 강의가 머리 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 녀석……)

 ──졸업 하면병원에 가기로 했어.

 ──연구자가 될 생각이어서…….

(그런 말 했는데……)

 ──아이돌이 된다는 건대체 무슨 소리야.

(어째서 이제 와서……)

 ──나조금지쳐 버려서…….

 힘없이 웃는그 얼굴「그 녀석」의 그런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대학이 시작되기 전 봄방학귀성한 그 녀석과 둘만 있었을 때 주고 받은 이야기──

(……)

 그것을 들은 순간 복받치는 분노로 마구 아우성쳐 버렸던 것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분노를 느꼈는지는그 때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쏟아지는 말을 단지 그 녀석 앞에서 퍼부었을 뿐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기억하고 있는 것은갖은 험담을 퍼부었는데도 여전히 웃고 있었던 그녀의 얼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어떤 심경 변화인지무엇 하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그 녀석은 언제나 그랬다괴로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다그 이야기가 유일하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다무엇이 그 녀석을 그렇게 만든 건지어째서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건지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녀가 보고 있는 세계에 대해칸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번도 그렇다그런 말을 한 주제에어째서 또 아이돌이 되기로 한 건지아니애초에 어떻게 데뷔하게 되었는지 그 경위조차 모른다어째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걸까모르는 사이에 앞길을 정하고어느새 머나먼 곳에 가버린다.

 솔직한 쿄우카나 유에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겠지만자기 입으로 묻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그렇지만 그 고집 때문에언제나 그 녀석의 등 밖에 볼 수 없어서──

 통증을 느끼며칸나가 제 정신을 차린다무의식 중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가볍게 한숨을 내쉰다칠판을 바라봐도암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그럼에도 손목시계를 보면강의가 시작된지 아직 20분도 지나지 않았다지금부터 시작될 길고 괴로운 고문에 머리가 아프다.

 지긋지긋해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누가 팔을 찔렀다놀라서 옆을 본다쿄우카가 웃고 있다전해 받은 쪽지를 보면,

『그냥 나갈래?

 그렇게 쓰여 있어무심코 칸나도 쓴웃음을 지었다강의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샤프를 들어그 아래에 이렇게 쓴다.

『한번 그래 볼까』

『호의를 받아서』

 강사의 서늘한 시선을 느끼며두 사람은 교실을 빠져 나갔다.

 

 

(4)

 

 

 오토바이 안장 가방에 가방을 두고칸나에게 받은 쟈켓을 입고 헬멧을 쓴다헬멧은 후르페이스라어떻게 생각해도 운전자가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칸나는 칸나로 흰 바탕에 금빛 별 마크가 들어 있는 반캡 디자인이 취향인 것 같고말해도 소용없을 거다.

(나를 소중하게 여겨서……)

 그런 강제적인 해석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리가 없겠지)

 그렇게 자조 기색으로 한숨을 쉬며바이크를 타고 있는 칸나를 본다. 7월 햇빛을 받아 빛나는 드래그스타 250. 부모에게 돈 받아 사기는 싫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해서겨우 산 중고품이지만이 윤이 나는 커다란 아메리칸 타입이그녀의 호리한 체형에 잘 어울린다장갑을 꽉 끼고고글을 쓰는 행동은분하지만 조금 멋있다.

「준비 다 됐어?

「응」

 칸나의 시트 보다 높은 2인승 시트에 앉고발판에 발을 싣는다칸나의 옆구리에 매달리자「그럼출발!」 구호와 함께 엔진이 울린다.

 아메리칸 타입그것도 배기량250 cc 클래스 오토바이 정도면 스피드가 그다지 없다고 하지만그래도 쿄우카에게는 아슬아슬 그 자체였다처음 쿄우카가 탔을 때위험을 피하기 위해 칸나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그냥 자기가 짐이라고 생각해 버려』

 결국칸나와 오토바이에 몸을 맡기라는 말.

 직선을 가르며 바람을 느낄 때커브에서 체중이 기울 때쿄우카는 오토바이를 통해 칸나와 일체화 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그것이 즐거워서쿄우카는 자주 그녀의 뒤에 타고는 한다그녀와 만나는 날은 정해져 있어서 바지를 입었다짐도 오토바이 안장 가방에 들어가는 정도만 가지고 왔다전부그녀의 마음에 은밀하게 닿을 수 있는이 즐거움을 위해.

(──그래도)

 그렇지만이렇게 달리는 동안칸나는 무심할 거라 생각한다그녀는 언제나 달리고 싶기 때문에 달리는 것뿐이고쿄우카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칸나는 친구로서 쿄우카를 소중히 생각해 주고 있다그렇지만그녀가 달리고 있는그 동안에는──

(그 시야에나는 없다──)

 쟈켓을 잡고 있던 왼손을 놓고살며시칸나의 헬멧을 만진다옆에 그려진금빛 별 마크그렇다그녀의 시선 끝에는언제나──

「꽉 잡아!

 얼굴은 앞을 바라 본 채칸나가 소리를 질렀다엔진과 바람 소리가 시끄러워서 큰 소리가 아니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손을 원래대로 되돌려자기도 큰 소리로 대답한다.

「미안!

 그리고등을 향해 한 마디만 더.

「……바보~

 

 

(5)

 

 

 짧은 투어링을 마친 두 사람이 쿄우카의 집에 도착했다헬멧을 풀고 있는 칸나를 곁눈질로 보면서쿄우카는 2인승 자전거 시트에서 내린다.

「하아지쳤다」

「수고했어들어 갈래?

「으응―……」

 약간 생각하다가칸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역시 됐어나도 곧 집에 가야하고」

「그런가」

「그러고 보니 말이야쿄우카」

「응?

「운전 중에나에게 『바보』라고 말했잖아그거 어떤 의미?

 쿄우카가 눈을 깜박였다.

「들렸어?

「그만큼 가까우면 들려·············. 그래서뭔데?

「……바보~

「하아!? 어이눈 돌리지마!

 모레에 대한 생각을 하면 말이지라고 칸나가 화를 내다가저절로 미소를 지었다그녀도 「……정말이지」 투덜투덜하면서사랑스럽게 뺨을 부풀리고 있다서로 미소로 맞댄 후쟈켓과 헬멧을 벗어 돌려주었다실컷 달려서 일까그것을 받는 그녀는여름 푸른 하늘 같은시원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래서쿄우카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칸나」

「응?

「역시하야리짱의 데뷔 라이브가지 않을 거야?

 허를 찔러진 듯이 칸나의 표정이 굳어지고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그러니까! 누가 저런 녀석의 라이브를──

「칸나」

 말이 끊어지자칸나가 고개를 숙였다이것은쿄우카의 평소 역할이다. (나는언제나 이렇게 ……) 아이를 어르듯이 칸나를 타일러자기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게 해왔다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에게 좋은 일이라고쭉 생각해 왔기에.

「칸나가 와주면하야리짱도 기뻐할 거라 생각해」

 칸나는  얼굴을 붉힌 채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오히려와주지 않으면 쓸쓸해 할 거야」

 칸나의 마음은 알고 있다. (곁에 있었으니까……) 그녀가 원하는 것도,  나아가고 싶은 방향도. (내가 제일칸나의 마음에 접해 있었으니까……) 쿄우카는잘 알고 있다.

「칸나」

~~!

  퇴로가 막혀그녀는 고개를 돌리며팔짱을 끼면서 입을 삐죽였다.

「어어쩔 수 없네! 쿄우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렇구나」

「뭐뭐야 그 얼굴!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이지!

 마치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이 칸나가 헬멧을 쓰고고글을 끼었다.

「조심해서 운전해」

「너가 내 엄마냐!

 듣고 나니 이상해서쿄우카가 실소했다.

「──그럼!

「응또 보자」

 배기음을 울리며 드래그 스타가 달리기 시작한다열기를 내뿜으며아스팔트 위를 바람처럼 달려간다찌는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것을 바라보면서쿄우카가 중얼거렸다이번에는칸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바보~

 그 말은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칸나의 등이순식간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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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방향을 잃은 바람과 떨어진 별

 

 

 

 

 뜨거운 햇빛을 반사하는 빌딩이 눈부신 7월 도쿄그 거리를 오오호시 아와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거기우물쭈물 하면 신호 바뀌어」

「아잠깐기다려주세요

 어쩐지 모르게 대범하고 의젓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것은 최명화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다 건너는 것과 동시에 눈 앞에 있는 아와이를 노려 본다.

「아와이갑자기 달리지 말아 주세요」

「신호가 바뀔 거 같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걸」

 아와이가 팔짱을 끼며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그렇지 않아도 혼잡해서 자포자기해 버릴 것 같은데」

 명화가 조금 입을 삐죽인다들고 양산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것을 가리키며,

「그럼그거 빌려줘내가 가리고 있으면 눈에 띄어서 찾기 쉽잖아」

「그건 안 되요」

 명화가 단호히 거절한다.

「가리지 않으면 햇볕에 그을려 버려요」

「그건 나도 같은데」

「그렇지만 그것은 그 쪽의 자기책임이지요?

「흥」

 아와이가 불쾌하다는 듯이 코웃음 치며,

「그것이 부탁하는 태도? 별로 나는 당신 안내하는 거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놀러 가도 상관없는데

 과연 명화도 그 말에는 울컥했지만실제로 혼자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는 이상아무 말도 할 수 없다그렇다고 해도 아와이가 요구한 대로 우산을 줄 수도 없다굉장히 곤란해서

「사토하의 손도 빌리고 싶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을아와이가 우연히 들었다.

「사토하~? 너네 학교의 부장?

「그렇습니다만무슨 일 있나요?

「손을 빌리고 싶은 것이 그 사토하 정도라니너도 딱하네」

 우산을 돌리던 손이 딱 멈추었다.

「……어떤 의미인가요?

 그러자 아와이가 「흐~흥」이라며 득의에 찬 얼굴로,

「정해져 있잖아? 우리 테루가 몇 백배나 의지가 되는 걸로

「……그렇지 않아요! 우리 사토하가 절대로 의지 되어요!

「작년에 테루에게 진 주제에?

 순간말문이 막혔지만바로 반격한다.

「작년은 작년이에요! 올해는 절대로 사토하가 이길 테니까!

「하아? 우리 테루 얕보지마! 테루도 작년 보다 강해졌으니까!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당연하잖아」

 태연한 얼굴로 대답하는 아와이였지만명화는 어쩐지 모르게 심술궂은 말투로 ,

「연습 환경으로는 우리가 이기고 있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

「즉시라이토다이 보다 우리가 강한 상대와 연습할 수 있으니까사토하가 거기 있는 챔피언 보다 더 강해졌다는 이야기에요」

 몇 초가 지난 후의미를 깨달은 아와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뭐야 그건! 너 테루만이 아니라 나까지 바보 취급 한 거야!?

 언급된 것은 시라이토다이 전체였는데「자신과 테루」 밖에 머리에 없는 아와이다.

「정말 최악! 이대로 해매다가 쓰러져!

「애애초에 먼저 싸움을 건 것은 아와이가 아닌가요!?

「그쪽이 얌전하게 우산을 빌려 주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어!

「그것과 이것은 다른 이야기겠지요!?

 ……그런 싸움을 5분 이상 하다가주위의 시선을 겨우 눈치챘다.

「아니 탓에 나까지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잖아」

「그러니까발단은 아와이가 아닙니까이런 곳에서 화를 내다니 상식이 없는 사람이군요」

「너에게 듣고 싶지 않아!!

 실제로 여기까지 오는 도중아와이는 명화의 기묘한 행동에 농락당했었다이 불평이 정당하기는 했다.

 그 후소규모 전투 같은 말싸움이 조금 이어졌고주위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딱 입을 닫고두 사람 모두 긴 한숨을 쉬었다.

「……이제 됐어가자」

「……네부탁합니다」

 떨어뜨린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터벅터벅 두 사람은 걷기 시작했다.

 

   ☆

 

 사건의 시작은 1시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 생각 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아와이는통행인 무리 중 눈에 띄는 존재를 발견하고 발을 멈추었다.

 그 소녀는 얼핏 봐도몹시 떠 있었다아이보리와 가까운색소가 얇은 금발 헤-. 둥실둥실해서 그야말로 쓰다듬고 싶어지는 그것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옷자락에 레이스를 넣은 흰색 원피스 위에 엷은 핑크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고흰색 프릴이 달린 우산을 쓰고 있다자기보다는 연상으로 보이는정말 청초한 인상의 미소녀그렇게 세련된 분위기가좋은 의미로 주위로부터 떠 있게 했다.

 그렇다고 해도 마음에 걸린 것은 그게 아니었다그 서양인 같은 하얀 피부인형 같이 갖추어진 생김새아와이는 자기 머리 어딘가가 그것과 공명하는 것을 느꼈다혹시--라는 기대와 일말의 불안을 품으며그녀는 엇갈릴 때까지 소녀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엇갈릴 때까지도 떠오르지 않아 뒤를 돌고는 그 소녀를 추월해서 멈춰 섰다그리고 다시 엇갈릴 때까지그녀의 얼굴을 계속 관찰했다.

 그런 것을 반복하고일곱 번째아무래도 꺼림칙했는지소녀도 발을 멈추었다그러나 예상에 비해 그 표정에 불쾌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오히려 단순한 의문이라는 느낌으로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대로 서로 바라보고 나서 5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 얼굴에 무엇인가 묻어 있나요?

 아와이는 순간 멍하니 있었지만제 정신이 든 것처럼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니그런 게 아니라」

「그렇다면조금 전부터 제 얼굴을 들여다 보는 건 어째서인가요?

「어쩐지어디선가 본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와이가 솔직히 말하자눈앞에 있는 소녀도,

「우연이네요저도 당신 어디선가 본 것 같네요」

 기대 대로-- 아니기대 이상일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아와이가 무심코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디서!?

「으으응……어디일까요확실히 본 기억은 있습니다만」

「제대로 생각해!

「에」

「대답이 애매해!

「네……?

 여기까지 와서야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는 소녀였지만여기서 놓칠 수 없다아와이는 더욱 거리를 채우고 소녀의 얼굴을 엿본다.

「알겠어?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어쩌면 너에게도 중요한 일일지도 몰라그러니까 절대로 생각해」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그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테루에게 주워지기 전에는 무엇을 했었던 걸까지금은 여기서 마작을 치고 있지만내 가족은 걱정을 하며 나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을 때.

「――아」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린카이 여고의」

「시라이토다이의」

 마작부--선수였다과연 본 적이 있을만 했다허탕을 친 것 같으면서도안도가 되는그런 복잡한 기분이다.

「확실히 유학생이었나」 그렇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네프랑스에서 유학 왔어요최명화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명화는 차분히 미소 짓고는인사를 했다.

 그러나대하는 아와이의 태도는 매우 불손했다「그래 그래」 라고 귀찮은 듯이 대답하고는긴 한숨을 한번 더 내쉬었다.

 애초에 아와이는 린카이 여고의 유학생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이 최명화는 확실히 세계 랭커라는 이유로 유학온 것 같지만, 17세 나이에 상위 랭커 같은 천재라면 일본 따위에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요컨데 굉장한 실력이 아니라는 말이다감독이나 부장인 스미레가 대책으로 머리를 싸맬 때아와이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책을 강구할 정도이니 무시할 수도 없다그렇지만명화와 실제로 대국하는 것은 아와이가 아니라 중견인 시부야 타카미다자기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타카미 선배라면 어떨까라는 것으로묘하게 위로 보는 시선으로 보는 듯한 배려로아와이는 이 명화와 좀 더 교제하기로 했다물론뭔가 유용한 정보를 캐낼 수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런데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그러니까요」

 거기서 일단 말을 끊더니,

「그보다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

 그 질문에는 약간 울컥했다오더가 다르다고는 해도자기 존재에 관심 없다는 뜻이니까그래서 무뚝뚝한 어조로 답했다.

「오오호시 아와이」

「아와이……아와이……

 그렇지만 명화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더듬걸며 반복했다그러더니돌연 폭탄 발언을 했다.

「아와이……알겠어요아와이짱이군요」

 주저 없이 아와이가 외쳤다.

「짱 붙이지마!

? 무슨 일인가요?

 명화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식으로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머리만을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다.

「아아이 취급 하는 거잖아」

「하지만 연하이고……

「그렇다고 아이 취급해선 안 되잖아!

? 으음……일본어는 어렵네요」

「그런 문제가 아니야」

 더욱더 물고 늘어지는 아와이였지만이야기가 꽤 맞물리지 않는다일본어는 꽤 유창한 주제에,  중요한 내용이 아직도 외국인이다.

「아 무 튼짱 붙이면 안 돼!

「하아……그럼 『아와이』로」

 발음이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그것은 이미 타협했다아이 취급 당하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좋다.

「그래서? 아까 물은 거지만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그러니까요」

 거기서 또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이번에는 바로 대답했다매우 상쾌한 미소를 지으면서

「실은 지금길을 잃은 거 같아요」

 

   ☆

 

 ――그런 경위로아와이는 명화를 안내하고 있다.

 안내를 하는데주변에 사람이 많이 있는데도 그와는 관계없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거나신경이 쓰이는 가게가 있으면 바로 발을 멈추고 바라보아서눈치챘을 땐 옆에 없거나어쨌든 정신이 없다주의를 해주어도 소용이 없다어떤 면으로는 테루와 닮은 거일지도 모르지만그렇지 않다단지 이 프랑스인이 태평할 뿐이다그러나이런 식이면 정보를 캐기 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그것에 관해서는 꽤 말하지 않는다만약 성공하면언제나 잔소리가 많은 스미레를 입다물게 할 수가 있을 것이고테루에게 칭찬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그런 상상에 빠지는 한편,

(……아무튼이 녀석을 보면정말로 길가에 쓰러질까 봐 무섭고……)

 그런 생각도 들었다.

 별로 길가에 쓰러져도 상관 없지만그러면 버린 자기가 잠을 못 잘 거다어쨌든아와이는 명화와 같이 있다.

「아목 말라」

「자동 판매기에서 뭔가 살까요?

 바로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아와이는 사이다를명화는 녹차를 샀다.

「사이다 좋아나요?

「에? 뭐좋아하기는 하는데」

「헤에저 못 마셔요탄산」

「흐~정말 마음이 맞지 않네우리들」

「글쎄요어째서일까요?

 그 말은 뭔가 싫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아와이가 기가 막힌다.

「오히려 맞을 이유가 없지 않아?

「그런가요? 외형이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아?

 확실히 듣고 나니금발에 장발 미소녀라 점이 같다그러나,

(아니 아니니 머리카락이 더 예뻐--)

 그런 생각이 들어당황해 하면서 고개를 세게 가로 저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아니 뭐 확실히 아름다운 건 저쪽이 위일지도 모르지만외국인이고그렇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패배라고 해야 할까 뭐라 말할까 프라이드적으로 허락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아니 어째서 적을 칭찬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바보 아냐 아 정말! )

 그런 혼란은 조금도 깨닫지 못한 채명화는 의아한 눈으로 아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정말어서 가자!

「아그러니까 갑자기 달리지 마세요」

「별로 그런 거 아니야! 니가 너무 약할 뿐이야!

 실제 약간 빠른 걸음이지달리지는 않았다명화의 페이스는 늦다.

 간신히 그녀가 따라잡더니,

「아와이」

  말을 걸었다아와이는 일부러 외면한 채 「왜?」 언짢은 듯한 소리를 냈다.

「외모 이야기를 해서 떠오른 건데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명화는 생긋 웃었다.

「아와이와 이렇게 있으면고향 친구에 대한 생각이 나요」

 발을 멈추고아와이가 명화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제 친구의 머리카락도 아와이와 같은 색이었어요. ――거기에눈도」

 거기서 말을 끊고는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댔다무심코 몸을 움츠렸지만명화는 온화한 표정으로,

「――아와이와 같은맑고깊은 녹색이었어요」

 금새 얼굴이 빨게 지는 것이 느껴졌다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지만입이 빠끔빠끔 할 뿐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 모습을 즐기고 있는 걸까그렇지 않으면 단순하게 아와이에게서 친구 모습을 발견한 걸까명화는 그 표정을 지은 채 다른 곳을 보지 않는다눈을 맞추고 싶지 않은데마치 중력에 이끌린 혜성처럼 시선이 가 버린다그리고 그대로그녀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 버린다. ……아아예쁘다내 눈을 칭찬해주기는 했지만 니 눈도 굉장히 아름다워거기에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

「……아와이?

 ――앗.

 명화의 목소리에 제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아와이가 얼굴을 피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치켜세워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으니까」

「별로 치켜세운 건 아닌데요……

「이이제 됐으니까 빨리 가자!

「아,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갑자기……

「아정말!

 아와이가 그렇게 외치고는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명화의 우산을 들고 있지 않은 손을 잡았다.

「알았으니까. ……같이 가자」

 확연하게 새빨갛게 된 아와이를 눈치채지 못한 걸까명화는 조금 멍하니 있었지만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와이는 한숨을 쉬고는 걸으면서옆을 바라 보았다.

(생각해 보면……)

 유학생이라는 것은 당연히 태어나서 자란 고향에서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는 거다언어에 의한 벽이나 문화 차이에 의한 당황스러움도 많을 것이다성질은 크게 다르겠지만아와이도 그 기분은 알 것 같았다.

 아와이는 테루가 주워주기 전까지 그 기억이 없다신원도 아직도 판명되지 않고 있다히로세 그룹의 힘 덕분에 학교에 다니며안정된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자신이 누구인지어디에 살아 있었는지가족은 어떤지진짜 다니던 학교는 어디인지친구는…… 모르기 때문에항상 불안했다지금이 즐거우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하는 한편항상 뒤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그렇기에부모 슬하를 떠나 이국 땅에서 살고 있는 명화의 입장이 공감되기는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당분간 말없이 걷고 있었지만,

「……어차피 같이 걸으니까안에 들어갈게」

 살짝 중얼거리고는아와이는 명화의 양산 밑으로 들어갔다한 우산을 쓰는 모양새다.

「아좋네요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어요」

「……아무튼 처음에는싸우기도 했고……

「에그랬었나요?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명화다.

「……아무튼 뭐랄까……그 때는 미안……

「아니요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래?

「네」

「그럼 됐어」

「조금이지만」

「어느 쪽이야……

 그런 아와이를 보며명화는 쿡쿡 웃었다.

 관계가 개선된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걷고 있었지만명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기아와이」

「응?」

「역시 더우니까떨어져 주지 않으시겠어요?

 그 말과는 반대로아와이의 얼굴은 얼어붙어 있었다.

 

   ☆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여정도 드디어 마지막을 고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세계의 연어 전시회인지 뭔지 잘 모르는 행사가 열리고 있는 백화점이었다.

「귀가는 괜찮아?

「지금 연락하면감독이 마중 나와 준다고 해요」

「상냥하네너네 감독……

 입구에서 말을 주고 받은 후아와이는 이별을 고했다.

「그럼다음에 만날 때는 인터 하이에서」

「그렇네요서로 힘내요」

 적당하게 대답하고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아잠깐 기다려주세요」

 불러 세웠기에 돌아 보았다그러자--

 아와이의 몸이 양산에 둘러싸였다어느새 명화가 바로 옆까지 다가오더니양산으로 가렸던 것이었다그리고 다음 순간--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럼평안하세요

 아와이에게 멀어져 우산을 접지 않고 백화점에 들어가는 명화아와이는 그것을 보면서 굳어진 채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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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8. 22:4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별의 파편

 


 

 부실에서 나오자 12월의 공기가 몸을 감싸, 테루는 코트 옷깃을 여몄다.

 밖은 어둡기만 하고, 맞은 편에 보이는 교사도, 불이 켜진 창문도 셀 수 있을 정도 밖에 없다. 복도도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어, 상당히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계단 근처까지 가자, 높은 곳에 조명이 있어서 밝기는 했지만, 이번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발소리만이 들리는, 한산한 밤의 교사.

 계단 위에 선 테루는, 조금 우물쭈물 하고 나서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밝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발 밑은 더 어둡다. 넘어지지 않도록 난간에 손을 대면서 올라가, 조명조차 켜지지 않은 옥상 계단까지 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걷는다. 긴 시간을 들여 문 앞에 이르렀고, 손잡이를 잡는다. 얼음처럼 차갑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허무한 소리가 울리기만 할 뿐. 가볍게 숨을 쉬고, 테루는 되돌아 갔다. 어차피 굉장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열리지 않는다고 해도 낙담할 일은 아니다. 계단을 오르고 있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예상 이상으로 낙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테루는 내심 놀랐다. 문 너머 저편, 차가운 바깥 하늘에 그려진 빛의 궤적. 그렇게나 그것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12월 15일 오늘-- 쌍둥이자리 유성군이 관측 피크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그것도, 올해는 최근 몇 년을 비교해도 관측 조건이 가장 좋은 것 같고, 다음에 이런 좋은 조건으로 보려면 10년 이상이나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도쿄에서도, 비교적 거리 빛이 부족한 시라이토다이라면, 어쩌면 학교 옥상에서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결과는, 도달조차 할 수 없었지만.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 가는 동안에도 가슴에 있는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아침부터, 침대 위에서 눈을 뜬 뒤로 느껴졌던, 어떤 위화감 같은 것이었다. 늦잠 잤다고 생각했는데, 시계 바늘은 평소 그대로인 7시 반이었다. 잠버릇이 심했을까, 생각하며 거울을 보았지만 그러지도 않았고, 실은 오늘이 축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달력을 확인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치 먼가 잃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방을 봐도 필요한 것은 제대로 준비된 상태였으니, 그것도 아니었다. 미묘하게 짜증을 느끼며 집에서 나왔지만, 그 후에도 정체 불명의 감정이 계속 느껴졌다.

 교사에서 나와, 멈춰 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잠시 동안, 그렇게 있었지만, 유성 같은 것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목이 아파져서 그만두고,  걷기 시작한다. 이렇다면 옥상에서 봐도 같았을 거라고 변명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위화감을 씻을 수는 없었다.

 원래 테루는 이 하늘이 밤하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밤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밤하늘은 아니다. 구름도 끼지 않았는데, 하늘이 탁하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장막이 진짜 밤하늘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아침부터 느껴졌던 위화감과 상당히 비슷하다.

「하아……」

 묵묵히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하얀 숨을 토한다. 한숨과 함께 이 기분도 내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식으로 정체 불명의 위화감에 지배당한 채,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려고 해도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빛이 신경을 자극했다. 거리의 빛이 원망스러웠다. 가로등이 방해되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은 장소에 가고 싶다. 조용히 맑은 밤하늘에서, 마치 나아가는 듯한 유성의 궤적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결국, 유성군은 계기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을 핑계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는 장소로 가고 싶었던 것뿐.

 발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7시 15분. 기숙사 폐문시간은 9시다. 아직 시간은 있다. 걷고 있어도 별 수 없지만, 돌아가 방에 틀어박히는 건 더 싫다. 오히려, 더 갑갑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걷는 게 좋다.

 그 때, 무언가가 번쩍여서, 테루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처럼 얄팍한 생각이었지만, 머뭇거리는 시간도 아까워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게 더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분 정도 계속 걷다가, 완전히 데워진 몸으로 간신히 도착한 곳은 아사마산 공원이었다. 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말하고 싶어질 만큼 낮은 산으로, 확실히 표고 80미터도 안 된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정비되어 있으니까 헤매지 않고 바로 오를 수 있다. 폐문시간까지 돌아갈 수 있을지 어떨 지가 미묘했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초범이고, 설교나 반성문 정도로 끝날 것이다.

 지친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나무들로 덮인 언덕을 오른다. 갑자기 옛 일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을 뿌리치듯이 무모하게 계속 걸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코트 안은 땀투성이다. 그 무렵도 그랬을까--. 봄의 양기를 받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축축히 땀을 흘리고 있었을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물결이 밀어닥치듯이 추억이 소생한다.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선명한 색채를 그리는 햇빛. 바다처럼 푸른, 활짝 개인 넓은 하늘. 곁에서 순진하게 웃는, 그 아이의 모습--.

 테루는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차피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마음껏 울면 될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며 오열을 견뎠다. 누구도 없는 장소에 가고 싶었을 텐데, 실제로 그렇게 되자, 슬퍼서 어쩔 수 없었다. 마음 속에서, 복잡하게 서로 얽히고 있는 신경 다발이 다친 것 같은, 그런 아픔이 온 몸으로 퍼진다.

 잠시 동안, 그렇게 웅크리고 앉다가, 별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 보았을 때였다. 저 너머의 밤하늘에, 한줄기 빛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무심코 생각이 멈추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된 것은, 오늘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산정상까지 서둘렀다. 여기는 나무가 있어 시야가 나쁘다. 정상은 나무도 많지 않고 하늘이 넓다. ――그럴, 테지만

 걸으면서, 테루의 표정이 점점 의아하게 바뀌었다. 바로 도착해야 할 정상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쩐지, 길 양쪽에 있는 나무들이 잎이 달려 있다. 고목 밖에 없었을 텐데, 어느 새 상록수를 심은 것 같다. 거기에, 갈수록 나무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길도 가늘어지고 있다. 하늘이 열릴 일도 없고,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길을 착각한 것일까. 그러나 헤맬 수도 없는 오솔길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걸었던 길을 되돌아 보았다.

「……?」

 그러자, 거기에 있어야 할 고목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상록수 숲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길이 길다. 걸어 온 거리는 가볍게 넘었을 것이다. 그 완만한 경사는 사라져 있었고, 평지 오솔길로 바뀌어 있었다.

 한 번 눈을 감고, 다시 떴다. 그러나 경치는 변함없다. 조용했던 머리 속이 다시 사고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도대체 왜일까? 마치 다른 세계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무섭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바라 보았다. 하늘은 거의 나무 가지로 덮여 있었지만, 그 틈새로 엿볼 수 있었다. 테루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밤하늘이다. 아름답게 맑은 칠흑의 천개. 거기를, 마치 화살처럼 빛이 돌아다닌다. 도쿄의 하늘과는 다르지만, 유성군은 확실히 내리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테루는 앞으로 나아갔다.그 유성이 향한 곳으로.

 가로수로--라고 할까 숲은, 울창하고 어두웠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갈 수 있던 것은, 하늘이 밝았기 때문이다. 별로 가득 찬 밤하늘이 빛을 흩뿌리고, 그것이 나뭇잎 사이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머리 위로 유성이 지나갔다. 그 강렬한 빛은, 마치 불꽃 같아서, 그렇지만 소리도 없이, 그림자를 지나 저 편으로 사라져 갔다.

 직접 볼 수 없어도, 이런 형태다, 테루는 평소와 다르게 맑고 깨끗한 기분이었다. 쌍둥이자리 유성군은, 이미 죽은 혜성 티끌과 지구의 궤도가 교차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혜성은 태양의 열을 받으며 사라지고, 우주에 자기 티끌을 날린다. 마치 눈처럼. 그러니까, 유성군은 우주의 눈이다. 지구에 떨어지고, 덧없이 녹는,우주의 눈.

 그 한편, 러브죠이 혜성처럼 태양을 지나도 살아 남는 혜성도 있다. 산 글레이저라고 하는, 그 빛은 밤하늘에 계속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경우, 우주의 눈은 혜성을 따라 은하수처럼 웅장한 모습을 밤하늘에 그린다.

 혜성도 유성도, 그 신비적인 아름다움을 지구에 보여 준다. 지금도, 혜성에서 태어난 유성이, 마치 천마처럼 별들의 바다를 앞질러간다.

 깨달았을 때는, 전방에 숲이 끊어진 광장이 있었다. 어슴푸레한 주위와는 반대로, 거기만은 푸른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나무가 없기에 아낌없이 별 빛이 비추고 있다. 그 밑에는 작고 하얀 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노란색도 섞인 것 같아 보이니, 계절을 생각하면 윈터 코스모스일까.

 발 밑에 빛이 달린다. 그림자를 꿰뚫은 빛은, 광장의 밝음에 빨려 들여가듯이 사라져 간다. 이렇게, 테루의 발 밑을 지나 간 빛이, 저 광장에 모이는 걸까.

 천천히 걸어, 광장에 도착하니, 천개(天蓋)의 빛은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 비춰지기 시작한 하얀 화원. 예상대로, 역시 윈터 코스모스 같다. 광장 전역에 그 작은 꽃잎이 만발해 있다. ――그 속에서.

「……?」

 테루는 「그것」을 향해 걸었다. 이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 화원에 굴러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역시, 작은 여자아이였다. 가련한 꽃에 둘러싸인, 태어났을 때의 모습, 양손을 가슴 위에 대고, 위를 향해 누운 형태. 눈은 감겨 있고, 미동도 없다. 무질서하게 펼쳐져 있는 장발은 금빛. 얼굴은 어리다. 이 장소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루는,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뻐……」

 오히려, 그 말이, 저절로 나왔다.

 시야 한 구석, 숲의 그늘이 있는 곳에, 빛이 보였다. 순간 고개를 들자, 밤하늘을 흐르는 별이, 정확히 머리 위로 스칠 뻔했다

「으응……」

 자기 것이 아닌 목소리가 들려, 테루는 한번 더, 소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마치 자고 일어난 듯이, 눈을 비비면서, 그녀는 반신을 일으켰다. 테루를 알아차렸는지,고개를 돌리고, 그리고, 눈시울을 위로.

 테루는 무심코 숨을 감추었다. 둥근, 녹색 눈동자. 뭘까--. 아아, 그래. 텍타이트 색이다.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힘을 가진 보석. 그녀의 눈동자는, 그 깊고 맑은 녹색과 비슷했다.

 아직 머리가 멍한 걸까, 그녀는 소리도 내지 않고 테루를 바라보고 있다. 자고 있을 때는 예쁜 몸이라고 생각했지만, 일어나서 그렇게 바라보면 쑥스럽다. 시선을 돌리고 코트를 벗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괜찮아?」

「……」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일어서서 코트를 입었다.

「너, 이름은?」

「……오호호시, 아와이……」

 아직 잠에 취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평소에는 억양이 부족한 테루였지만, 이번만은 제대로 긴장하고 있다. 냉정함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혼란 투성이었다. 이 장소도 모른다. 이 소녀도 모른다. 여기는 어디이고, 그녀는 어째서 이런 곳에서, 그런 식으로 자고 있었던 걸까. 전혀 모른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에 테루도 하늘을 바라 보았다. 유성은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조금 기울여,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 유리 세공 같은 눈동자에 별이 머물고 있었다. 밤하늘의 광경을 새기는 걸까, 소녀는 정말 기분이 좋아 보인다. 마치 요리의 뒷맛을 즐기고 것 같았다.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돌풍이 일어났다. 숲이 웅성거리 시작한다. 발 밑에 있는 코스모스가 꽃잎을 날린다. 떠다니며, 밤하늘 빛을 발하면서 꽃보라가 된다. 바람 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발 밑에서, 주변에서, 하늘에서. 꽃잎이 흩날리며 춤추듯이 날아 올라, 테루를 감싼다. 무심코 눈을 감았다. 몸이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람 소리가 그쳐, 조심조심 눈을 떴을 땐, 꽃보라는 그쳐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뒤에는 고목이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초록색 그림자는 전혀 없는 차가운 광장으로 변해있었다.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백일몽이라는 걸까. 그러나 눈앞에는 그 소녀가 서 있고, 이번에는 그녀가 테루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선--

「너, 집은 어디?」

 그렇게 물었지만, 그녀는 바로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집은 없어」

「무슨?」

 또 다시 그녀는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볼 뿐이었다. 가출일지도 모른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을까. 조금 전까지 한 체험은 잊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파출소에 데려 간다고 해도 들어줄까. 거기에 알몸인 소녀에게서 코트를 벗겨내 혼자만 돌아가는 것도 할 수 없고, 곤란하다.

「……파출소 갈래?」

 결국, 다른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스트레이트하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 왔다.

「파출소?」

 순박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갸웃거린다.

「집, 없지?」

「가면, 거기서 살 수 있는 거야?」

 이번에는 테루가 머리를 갸웃거리고 싶었다. 이 아이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파출소를 모르는 걸까. 작다고는 해도 중학생만한 몸집이다. 그런데 상식이 없다. 그냥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다.

「어쨌든, 가자」

 아무튼,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산길로 향했다. 그녀는 「출발~!」 그렇게 말하고 있어, 테루는 데리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 각오했다.

「아, 그래. 너 이름은?」

「미야나가 테루」

 무뚝뚝하게 말한다.

「잘 부탁해, 테루」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별이 흐르는 하늘 아래에서, 테루는 걷기 시작했다.

 

 

 

 ------------

작가님 코멘트 : S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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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잠에 취한 명화

 


 

7 12일요일오전 10 13츠지카이토 사토하는 린카이 여고 기숙사에 도착했다.

 레드 칼라 세라복을 맵시 있게 입고요염한 검은 장발을 휘날리면서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걷는다그 표정은 이상하게 험하고미간에는 주름이…….

 어느 방 앞에 도착하고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인터폰을 연타했다.

「네~……?

 잠시 후문 너머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사토하는 팔장을 끼며 기다렸지만,

「………………」

 그것 뿐이고 다시 조용해진 것이 짜증나서다시 벨 세례를 퍼부었다.

 간신히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복도를 걷는 소리, ……, ……그리고또 무음.

「――명화!!!

 복도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겨우 문이 열렸다.

「아사토하…… 안녕하세요……

 거기에는희미한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있는 명화가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나 고함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걸로 보인다그냥 자다 일어난 듯하다그 증거로 그녀는 눈을 비비고 있고머리카락은 엉망이다.

「무슨 일인가요이렇게 일찍……사토하도 함께 자나요?

 이런 알 수 없는 말을 한다생각보다 「중증」이다어쨌든벌써 10시라고 외치고 싶지만계속 고함치는 것도 귀찮아서필사적으로 참았다대신 전혀 눈치가 없는 앞에 있는 소녀를 노려본다.

「너오늘은 낮부터 연습 시합이라고 들었지?

「…………」

 명화는 멍하니 있다가,

「――아! 확실히 그랬네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말했다.

「지금 몇 시인가요?

10 20분」

「그럼 아직 시간이 있네요준비할게요」

 그전에 방에 모여서 연습한다는 건 완전히 잊은 것 같았지만이미 그럴 경황이 아니다안으로 들어가려는 명화의 팔을 잡고욕실까지 잡아 끈다.

「잠깐사토하~……?

「니 페이스로 준비하면 절대로 늦겠지!

 샤워기를 틀며사토하가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맹한 프랑스인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은언제나 사토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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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백의와 검과 과자

 


 

(프롤로그)

 

 

 ……으응.

 이것은조금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조금 생각을 해보자이제 쓸데없는 체력은 쓰고 싶지 않지만…….

 숙소를 나왔을 때컨디션은 아직 괜찮았었다잠깐 산책해 하다가스미레에게 말하고는봐두었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고…….

 ……응그걸로 모든 것은 끝나야 했다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좀 더 걸어갔더니 공원이 있었다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많고 떠들썩했다벤치가 있어서거기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으려고 했는데…….

 ……아아그건 비극이었다봉투를 열려고 하다가내용물을 전부 쏟아 버리고 말았다잠시 동안 사고가 얼었다아깝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쓸어 모아 휴지통에 버렸다.

 ……이거다가장 큰 원인은 이게 아닐까.

 그건 그렇고……결국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지도 모른다애초에 내가 과자를 다 먹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거기에지갑에 최저한의 돈밖에 입금하지 않았던 것도……아니이제 됐다이런 상태로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어쨌든쓰레기통에 버리러 간 나는 치명적인 미스를 범했다그것은 벤치에남은 과자가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잊어 버렸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돌아와 보면 벤치 위에 봉지는 없었다. ……정말이지범인은 못된 장난 정도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나에게 있어서는 문자 그대로 「치명적」이며불평도 못하고…… 아아,지금은 그런 건 됐다우선…….

 당황해 하면서 새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지갑에 돈이 없다이럴줄 알았으면 스미레의 지갑에서 만 엔 권 한 장 정도 빌릴 걸 그랬다……완전히 이제 와서다거기에그런 일 비인도적이다…….

 ……비인도적.

 조금 웃고 싶었지만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나는 숙소에 돌아가려고 했다그리고지금 이 상황이다.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어쩐지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어쩐지 거리 전체가 바뀐 거 같은……그런 의심이 머리를정확히눈앞에서 태양이 가라앉는 것처럼.

 말하자면 이것은 「미아」 라는 것이지만그런 의식은 나에게는 없었다내가 만전이면 지금쯤이면 숙소로 돌아가 스미레에게 돈을 빌려 다시 과자를 샀을 것이다. (만전이면 보충이 필요 없겠지만). 이것은 미아가 아니라단순한 「부진」백보 양보해서 미아라고 해도부진의 연장으로서의 미아다결코 나의 부주의가 아니며하물며 내가 방향치라는 것도 아니다.

 ……뭐그렇다고 해도그런 건당장의 위기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고…….

 어쨌든 나는 지금이 오사카의 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도쿄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미궁 같은 거리오히려내가 거점으로 하고 있는 곳이 시라이토다이 주변인 것을 귀감안 하면여기가 더 복잡하다.

 …땅거미 색이 짙어지고초조해진다.

 땀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곤란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이것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이다공연한 참견으로 사람이 말을 걸다가내 정체가 발각되어 버리면 곤란하다어떻게 해서든지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깨달았을 땐눈앞에 느슨한 비탈이 있었다황혼 저녁놀에 물들어진 그 길은 한산했다반사적으로 그 쪽 길을 선택했다어차피어디를 걸으나 못 돌아간다. ……아아나는 괜찮을 걸까사고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이대로라면……아니그만두자괜찮을 거다……그렇게 믿고 싶다믿고 싶지만…….

 ……아아이것은.

 시야가 갑자기 희미해졌다직립 부동으로 참는다머리가 떨어질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좋지 않다일지도 모른다.

 우선다리를 움직인다. ……이미 비상사태다스미레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우선남의 눈이 없는 곳까지…….

 비탈 중턱 근처에 넓은 부지가 있어그쪽으로 향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몽롱한 머리를 들어 올려눈앞을 확인한다. ……그러자.

 ……아아큰일났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거기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시야가 희미해서 보지 못했다그리고최악의 두 글자를 봤다. ……병원. ……아아큰일났다.

병원 앞에서 넘어지다니제일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좋지 않다빨리여기서 떠나야 한다……. 그러나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야가 더욱 희미해진다. ……아아이제 다리도 움직일 수 없다몸 균형이 무너져……안면에 충격이.…… 눈앞에 어두운 곳이서서히 온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 간다……아아큰일났다……. 스미레에게 정말로 미안한 짓을 했다…….

 그 때 과자가하나만이라도 있었다면…….

 …………………….

 ……………….

 ………….

 …….

 

 

 

(1)

 

 

 케이가 학교를 나왔을 땐거리는 땅거미에 잠겨 있었다.

 국민 마작 대회 (국마대)를 몇 일 앞둔 9월 중순아직도 새단장은 이르지만저녁이 되면여름이 끝난 것을 실감할 수 있는그런 계절쥬니어 B로 북오사카 대표로 선출된 케이는 매일 늦게까지 부실에 남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국마대 쥬니어 부는 A B 2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A는 고2, B는 고3에서 대표가 나오게 되어 있다그 때문에 고1인 케이는 B. 올해 여름 인터하이 개인전에서 같은 작탁에 앉은 미야나가 테루· 츠지카이토 사토하는 같은 고2이니까국마대에서 얼굴을 맞댈 일은 없다개인전에서 빛나는 2위를 차지한 케이는 당연하게 유력한 B블록 우승후보이지만역시 방심은 할 수 없다인터 하이에서 지금까지그 약간뿐인 기간 동안 급성장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중학생 중에서 고등학생을 웃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케이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결코 교만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속내는,

(기대된데이국마대어떤 아가 나오려나?)

 어디까지나 「기대」 가 제일이었다그것이 케이가 강한 이유 중 하나였다.

(테루씨나 사토하씨와 못치는 게 유감이구마……)

 개인전 탑3 3학년이 끼지 못하게 한 테루·케이·사토하는 각자의 실력을 서로 인정해서인터 하이 이 후에도 서로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이야기는 거의, 사토하가 천연인 테루에게 딴죽을 날리고 그 상황을 케이가 즐기는 식이다.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테루는 단체전에서도 1학년부터 레귤러에 발탁 된 시라이토다이의 단체전 2연패에 크게 공헌했다작탁에서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하고는 다르게매스컴에 대한 대응은 매우 상냥했다그렇게 생각하면 케이나 사토하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고 또 다른어쩐지 허물 없는 면을 보여주는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처음에는 모두 당황했지만이야기해 보면 의외로 재미있어서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뭔가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데이셋이서 모인 것은 인터 하이 뿐이었고그도 재미있겠구마)

 테루는 시라이토다이사토하는 린카이 여고두 사람 모두 도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그 둘도 멀다면 먼 것 같지만오사카-도쿄 거리만큼은 아니다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고실제 인터 하이 이 후에 둘이서 놀기도 한 거 같다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케이는 언제나 불공평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도 두 사람하고 놀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면뭔가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것을케이는 느끼고 있다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국마대 중간에 테루씨와 만나서사토하씨 만날까나)

 어쨌든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사토하의 반응이 어쩐지 예상이 된다.

 웃음을 참으면서 걷다가집 앞에 있는 비탈에 도달했다.

 완전히 밤이 되어 가로등이 쓸쓸해 보이는 그 비탈길을 오른다경사는 완만해서 힘들지 않지만그 만큼 거리가 길다간신히 중턱 부근에 왔을 때는 숨이 차 올랐다. ――그 때.

(뭐고……? )

 산 중턱에 있는 넓은 부지거기에 케이의 부모님이 원장인 아라카와 병원이 있다그 문 앞가로등 저쪽 편에서 사람이 쓰러진 것 같아 보인다.

 당황해서숨을 고르는 것도 잊고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케이의 다리는 서서히 느려졌다가까워지면서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쓰러져 있었던 것은 확실히 인간이었다신장을 보면 여고생 정도. ――그리고.

(……무슨……)

 갑자기 가슴 고동이 빨라지고머리 속으로 울린다어깨로 숨을 쉴 때마다 내쉬는 뜨거운 한숨이타는듯한 목이온 몸을 흐르는 혈액의 순환이머리 속에서 겹쳐공명한다그것이 그치지 않는다그런데도이상하게 의식은 또렷하다…….

 쓰러진 소녀는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다그것도돌아가면서 쭉 생각하고 있었던 그 사람을 닮은 것 같은 기분이…….

 케이는 비틀비틀 걸었다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마치.

(설마……)

 부모님이 병원에서 일했기에케이는 어렸을 적부터 자주 병원에 왔었다병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니고병원이 일종의 놀이터이었기 때문이다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아가씨」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었다입원을 오래해서 심심할 것 같은 아이나 노인들을 상대해주기에환자들의 평판도 좋았다그러나병원이라는 곳이 그렇듯괴로운 장면을 보는 일도 많았다자식들도 떠나고 남편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고독한 병원 생활을 보내다가 돌아가신 것을가장 먼저 발견한 적도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다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그 날병실에 들어갈 때 느낀 것과 같은 감각이또렷이 생각났다. ……그리고그 소녀는그리고.

 곁에 서서얼굴을 들여다 본 순간케이는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거기에 쓰러져 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미야나가 테루그 사람이었다.

 

 

 

(2)

 

 

「테루씨!

 얼굴을 확인하고는 순간적으로 숙여 팔을 잡았다순간등에 냉수가 부어진 것 같은 소름이 끼쳤다.

 차갑다…….

 그것도오싹할 만큼이 차가움은 밤공기에 체온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좀더 근본적인몸 한 가운데에 있는 불길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애초에 이 시기의 밤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다피부에서 체온을 빼앗아 버릴 정도는 아니다.

 주뼛주뼛맥을 잡는다잡으려고 하지만…….

 맥이 없다…….

 몸이 떨린다정말로 현실인 것일까테루가 이런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고애초에 그녀는 정말로 테루인 걸까한번 더 얼굴을 바라 본다하지만 역시,테루 이외의 누구도 아니었다텔레비전에서잡지에서사진으로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았던 미야나가 테루의 얼굴이었다그렇지만혈색이 없다창백해진 그 색은마치…….

 입과 코 앞에 손을 대었지만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울 것 같았지만 몸을 위로 눕히고가슴에 귀를 대었다가만히 있었지만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찌할 바를 몰라 피하고 싶은 생각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교착해서이중 나선을 그리며 머리 속을 휘젓는다케이는 후자의 생각에 자극은 받았는지 테루의 가슴에 양손을 포갰다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한다심장 마사지를 한동안 한 후턱을 들어 올려 인공 호흡을 한다다소 주저는 했지만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럼에도 테루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게다가소생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케이는 겨우 16세 소녀였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팔이 저렸다그래도 그녀는 계속 마사지를 했다그러나 서서히 페이스가 늦어지고리듬도 무너진다거기에 따라그녀의 사고도…….

 희미하게는 알고 있었다이렇게도 차갑다는 것은사망한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이다그러니까이런 소생법은 아무 의미도 없고…….

 흘러 넘치기 시작한 눈물이 손등에 떨어진 순간팽팽하던 실이 툭끊어졌다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고현실감이 멀어지고, ……그러다케이는 테루의 가슴에 푹 엎드려 울었다.

(……어째서)

 어째서.

 단지 그것뿐이었다어째서 테루가 죽은 걸까어째서 여기서 테루가 죽어 있는 걸까어째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걸까. (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만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순간 새하얗게 되었지만.

 그 뒤에 머리 속은테루와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고등학생 마작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으로서 테루를 처음 알게 된 건 중순식간에 앞다투어 잡지에서 취재했고과자를 좋아한다든가그런 뜻밖의 일면을 알게 되었을 때다음 해이번에는 쓰러뜨려야 할 상대로서 지구 예선에서 테루를 만났을 때개인전 결승작탁에서 싸워그 실력을 피부로 체감 했을 때시합 후사토하까지 합쳐 셋이서 이야기 했을 때테루가 야금야금 케이크를 먹어 치워서 몹시 놀란 것케이가 오사카에 돌아간 이후에도몇 번이나 두 사람과 서로 연락을 해서…….

 ――국마대 참가하러 오사카에 가면거기있는 케이크 가게도 가 보고 싶은데.

 아아그러고 보니그런 말을 했다가 보고 싶은 유명한 가게가 있으니까 기회를 봐서 가고 싶다……그렇게 그녀가 말했기에케이가 안내하겠다며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그러자 사토하가 불만스럽게 「나에게는 말 안 해주는 건가?」 그런 말을 하기에……케이는  「물론 사토하씨도 함께입니데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런데어째서 이런…….

(과자……)

 그러고 보니 테루는 언제나 과자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던 것 같다좀 더 먹고 싶었을 것이다……그런데이런 젊은 나이에…….

 케이는 가방을 열어 초콜릿을 꺼냈다그것을 테루 입술 사이에 끼운다입 안에 들어가자문자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지고축 늘어졌다.

(그럴 리가 없데이……)

 우선 이것을 전해야……. 누구에게? ……아아이제 누구라도 좋다누구라도 괜찮으니까 그녀의 사체를 이런 곳에 방치하지 말고옮겨 주었으면…….

(……사토하씨에게는 알려야)

 휴대폰을 꺼내메시지 어플로 사토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가방에 넣었다. ……아아이제 누구라도 좋다누구라도 괜찮으니까 빨리 와줘……. 자기 뒤에 병원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케이는무릎을 움켜 쥐면서 그런 생각만을 했다.

 ……그러나그 때.

(――!?)

 케이가 고개를 들었다시선 끝에는 테루의 사체가. ……그것이.

「테루씨……?

 그것이 조금 전시야 한 구석에서움직인 것 같았다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착각이라고도 생각한다. 9할 9푼 현실적인 해석을 해도케이는 1푼의 가능성으로 다가갔다.

 테루에게 다가가손을 잡는다여전히 얼음 같이 차갑다그래도그래도그녀는 일말의 희망으로 가슴에 살며시 귀를 대었다. ……그러자.

 두근…… 두근…….

 그런 소리가 희미하지만 확실히 들렸다감격해서 의식이 멀어질 것 같다단번에 넘치는 눈물은 신경쓰지 않고케이는 테루의 어깨를 잡고힘껏 흔들었다.

「테루씨! 테루씨!!

 반응이 없다한번 더 가슴에 귀를 댄다. ……두근들린다두근 ……두근확실히 들린다환청이 아니다테루는 소생한 것이다그러니까, ――그러니까.

「눈을 뜨레이! 테루씨!!

 어깨를 흔들고뺨을 두드린다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더니테루가 갑자기 찡그렸다.

「테루씨!?

 미간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살짝 열린 그녀의 눈동자에는확실히 생의 빛이 깃들어 있어서--

「테……」

 무의식 중에 케이는 테루를 안았다.

「테루씨!

 끓어오를 것 같은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말이 울먹이는 소리가 되어입에서 넘쳐 나온다.

「바보 바보 바보! 틀림없이 테루씨가 죽었다고 생각했데이……테루씨 바보!

 몸을 떼어 놓고테루의 얼굴을 본다어쩐지 자고 일어난 듯한멍한 표정으로 케이를 보고 있다하지만 기분 탓인지 안색이 좋아진 것 같다손을 잡자체온이 돌아온 느낌이 있었다맥박도 확실히 있다.

 케이도 침착해졌는지,

「아여기 우리 병원입니데이-. 누군가 부를 테니잠깐 기다--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려고 했다그러나 그 때테루가 케이의 팔을 잡았다.

「……안돼」

 그렇게 말하고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케이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안 된다니우야?

 그 질문에테루는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바로 케이의 눈을 바라보고는,

「어쨌든병원은 안돼」

 그렇게 우겼다잘 모르지만테루에게도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감각이 마비되어 있는 케이의 머리가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했다.

「그럼병원 뒤에 우리 집이 있으니거기 어떻나? 그 정도는 괜찮제?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케이가 말한다테루는 조금 망설이다가고개를 끄덕였다.

 

 

 

(3)

 

 

 테루를 어깨로 부축하면서 병원 뒤편으로 왔다거기에 케이의 집이 있었다.

 큰 서양식 이층 저택이다그렇다고는 해도 대저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외장도 수수하고어쩐지 겸허한 모습원장이라는 직함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닌 것을 간파할 수 있다실제로병원 바로 뒤에 집을 지은 것은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가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그 때문에 케이의 아버지는 항상 집에 없었지만딸은 그것 때문에 불만을 품은 적은 없다오히려장래에 아버지와 같이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다.

 집에 들어가자기 방까지 데리고 간다정리 정돈이 잘 된 널찍한 방에가장 안 쪽에 있는세미 더블 침대에 테루를 눕혔다.

「그럼 갈아입을 옷을 가져 올 테니기다리레이뭔가 필요한 거 있나?

 테루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과자……」

「알겠데이」

 살며시 웃으며케이는 자기 방에서 나갔다들어올 때도 알았지만부모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다두 분 모두 병원에서 근무하니까자주 그렇다.

 1층 거실에서 과자를 꺼내고객실에 있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고다시 방으로 향했다처음부터 객실에 재우면 좋을 지도 모르겠지만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자신 방에 들어가는 것이 무의식 중에 중시되었던 탓일 것이다.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잠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옷을 벗으라고 지시한다그러자 테루의 얼굴이 굳어지더니떨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되는 거고?

「응」

「그렇지만……」  이번에는 물고 늘어지는 케이물론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어디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우선은 옷을 벗으레이」

 케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테루는 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그 뿐만 아니라「그전에 과자를……」 이라며 과자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것이 배알이 꼬였는지케이는 옷자락에 손을 댔다

!?

 테루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지만,

「안 되데이제대로봐야 하니께

 케이가 양팔로 억눌렀다병 직후--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특수하지만--의 몸으로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고허무하게 옷이 벗겨졌다.

 케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캐미솔 정도는 입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입지 않았었다그러나 그녀가 놀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시선이 어느 한 점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그것은배 한가운데배꼽이 있어야 할 장소지방이 부족한 하얀 피부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케이는 눈을 깜박였다착각이 아니다 거기에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

 평평한 복부에정확히 장보다 조금 작을 정도의 정방형이 그려져 있다잘 보면피부에 먹혀 있다말하자면 도랑이다.

 정방형 안쪽좌측 모서리 중간 부근에도 작은 직사각형이 있고거기도 도랑이 있다그러나 그 직사각형만은 주변 피부와는 질감이 다르다인간의 피부가 아니다뭐랄까밥솥의 개폐 버튼이 같았다.

「테…… 테루씨이거--

 그렇게 말하고 테루의 얼굴을 보았을 때였다케이는 깜짝 놀랐다테루의 팔을 잡고 있는 자기 왼손거기로 전해지는 체온이어느 새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맥을 잡아 본다그러나--

「테루씨……

 맥이 다시 사라져 있었다갑작스러워 패닉을 일으킬 것 같다하지만…… 어째서? 이것은 도대체?

 무의식 중에오른손이 멋대로 테루의 배에 닿아 있었다직사각형에 손가락을 대고 힘을 가한다반응이 있다직사각형은 피부 안에 들어가다가 어느 정도까지 가자찰칵이라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라 무심코 손가락을 떼어 놓는다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이제부터였다이번에는 정방형이오른쪽 말고도 다른 변이 약간 떠오른 것이다.

 흠칫흠칫피부와 정방형 틈새에 손가락을 넣는다망설이기는 했지만무서운 것을 보고 싶은 것 같은호기심이 이겼다결심을 굳히고문을 여는 듯한 요령으로 배를 열었다.

「…………」

케이는 말문 막혔다거기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었다. ……아니결코 내장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그것을 상정했다면 열지도 않았다단지막연하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실제로 보게 되면역시 현실에 근거한 사고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다. ……아니오히려,현실적인 사고를 해서 이상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복부 안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라잘 알 수 없는 기계 종류였다잘 모르지만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이것은 인간의 몸이 아니다인체에 기계를 이식하는 것은 페이스 메이커를 시작으로 확실히 선례가 있지만힐끔 봐도 이것은 그 정도를 넘은 거다.

 배의 뚜껑 부분을 보고케이는 뭔가 쓰여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Jandroid Prototype T-EL Hirose Group

 

 

「『T-EL……테루……?

 그것은「미야나가 테루」를 말하는 걸까

 이제뭐가 뭔지 모른다케이는 머리를 싸맸다역시 이것은 꿈은 아닐까테루가 병원 앞에서 쓰러진 것도있을 수 없는 상태에서 소생 한 것도그녀의 배 안에 기계가 차 있는 것도그렇다면 설명이 된다꿈이면 빨리 깨었으면 좋겠다테루의 배를 열어 그 안을 관찰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무서운 구도가 머리 속에 스치자케이는 그러기를 바랐다.

 ……아아그런데도.

 이상하게도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 있다-- 희미하게 그렇게 느끼고 있다.

 즐겨서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다만무엇을 해야 할까그런 사고가 새로운 지침을 내세우며몸을 움직이려 한다안절부절 못할 것 같다.

 결국 케이는그 충동을 거역할 수 없었다가져온 쿠키를 하나 꺼내적당하게 자른다그리고 그것을테루의 입 안에 넣었다.

 조각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다조금씩 넣다가, 5개째 테루의 몸이삐그덩움직였다물러나서,  상태를 지켜본다지금도 열려 있는 배 안에서 전자음이 희미하게 들린다그대로 잠시 후테루는 다시 눈을 떴다.

「테루씨……

 부르기는 했지만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더는 말할 수 없었다테루는 자기의 배가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지만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뚜껑을 닫고 옷으로 숨겼다.

 그리고,

「과자있어……?

 라고 임종이 다가온 환자처럼 가냘픈 목소리로그렇게 말했다.

 

 

??

(4)

 

 

 가져온 과자를 모두 평정한 테루는침대 구석에서 의기 소침하고 있는 케이를 바라 보았다.

「케이」

「……네」

「봤어?

 잠시 동안 침묵하는 케이그러나 이 상황에서 발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

 솔직하게하지만 무거운 말투로케이는 대답했다.

「그래」

 그 후테루도 입을 닫고눈을 감았다그 모습을 곁눈질로 엿본다무표정하지만어쩐지 그림자가 진 것 같아 보인다병실에서 혼자나른한 눈으로 밖에 있는 시든 가지를 바라보는 듯한 얼굴하지만 그 눈동자는 닫혀 있다눈시울 뒤로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잠시 후 테루가 조용히 눈을 뜨더니,

「……어쩔 수 없네」

 살며시그런 말을 했다.

 침대에서 물러나려고 하기에케이는 당황해서 만류하려고 한다.

「테루씨아직……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그래도」

「거기에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이를 두고 테루는 침대에서 일어나몇 발자국 걷더니거기서 뒤를 돌아 케이를 바라 보았다그리고작은 결의를 담은 목소리로이렇게 말했다.

「……지우지 않으면 안 돼」

 케이는 무심코 숨을 감추었다.

「미안케이에게 원한은 없지만」

 테루의 오른팔이 갑자기 드릴 회전을 시작하더니--

「그래도 알려진 이상지우지 않으면 안 돼」

 맹렬한 회오리 같은 기류를 팔에 감으며케이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테루가 오른 팔을 당긴다공기의 흐름이 바뀌고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그제서야케이는 겨우 제 정신을 차렸다테루가 주먹을 내민다떨어지듯이 침대에서 피한다다음 순간--

 격렬한 굉음과 돌풍이 케이를 덮쳤다.

 그러나 아프지는 않았다명중은 피할 수 있었다반사적으로 감은 눈을 뜨자시야에는 깃털이 꽃보라처럼 춤추고 있었다저 너머에서 보이는 테루의 모습옆 얼굴그 눈동자가 움직이더니케이를 번뜩 노려본다--

「――!

 당황해 하면서 케이가 달리기 시작했다넘어질 듯이 방에서 뛰쳐나온다그 뒤에충격음이 귀에 닿았다복도를 달리면서 뒤를 봤더니테루가 주먹으로 문을 부슨 것 같았다.

(테루씨 정말로 내를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나……? )

 그러자() ,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을 긁어 지우는것 같이 배후로부터 목소리가 날아 온다.

「――기다려!

 등골이 오싹해졌다균형이 무너질 것 같은 것을 어떻게든 유지했지만손발이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다숨이 찬다괴롭다. ―― 1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2단씩 뛰었고 마지막 5단 정도는 뛰어내렸다그러나 실패했다착지와 동시에 다리가 저린다뒤에서는 여전히 발소리가무모하게 다리를 움직였지만그런 상태로 걷는 것은 무리다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는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어떻게든 내려가서 뒤를 바라 보니테루가 계단을 걸으려는 참이었다오싹해서 한번 더 달리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프다울 것 같지만 현관을 목표로 달린다밖에 나가면밖에 나갈 수 만 있으면바로 병원이 있다사람이 많이 있다도움을 부르면 누군가 와 준다그런 생각으로 계속 달린다멈추면 두 번 다시 달릴 수 없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테루가 원활하게 추적할 수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이대로 방에 숨을까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상대는 벽도 깰 수도 있는 완력이 있다방구석에서 몸을 웅크리며 파괴음을 듣는 것도 정신적으로 무리이고애초에 발을 멈추면 바로 죽는다는 것이 케이가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현관에 도착하자 겨우 냉정해졌다다리를 감싸면서 밖으로 나온다병원 뒷문은 바로 저기다이제 사람을 부를 수 있다아픈 다리에 힘을 담아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그 때.

!

 뒤에서 굉장한 돌풍이 케이의 몸을 덮쳤다다리가 꼬이고 몸이 휘청거린다쓰러졌다바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

 ……다리가.

 다리가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곧이제 곧 인데--

「포기해」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몸이 조금씩 떨린다추운 것도 아닌데 체온이 사라져 없어진 것 같다그런데도 돌아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목만이 움직였다.너무나도 어색하게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끊어질 듯한 움직임으로--

「미안해케이」

 테루가 다가온다오른 팔에는 변함없이 맹렬한 회오리가.

「――포기해」

그 팔을 저으며그녀가 달리기 시작한다

――죽는다죽어 버린다그 생각만이 든다그렇지만움직일 수 없다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눈도 움직일 수 없다케이의 시야에서 테루의 상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광선이 번쩍였다.

 

 

 (5)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케이는순간 날카로운 금속음을 들었다.

 질풍이 휘몰아쳐 케이의 머리카락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그 바람은케이의 얼굴 바로 정면에 맞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주뼛주뼛 눈을 뜬다멍한 시야그 가운데에--

 거기에누군가가 서 있었다.

 눈을 크게 뜬다바람에 흔들리는 장발어둠 속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칠흑.

 확실하게 있었다빛을 반사 받으며아름답게 빛나고 있는그것은--

「괜찮은 건가케이」

 어깨 너머로 여기를 돌아 보는 그 얼굴깊은 보라색 눈동자. ……아아어째서…….

「……사토하씨……

 거기에 서 있던 것은일본도를 들고 있는 츠지카이토 사토하였다.

「어째서이런 곳에……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테루는 바로 앞에 있는 테루를 바라 보았다.

「미야나가도대체 어떤 일이야?

「……」

「나에게는 네가 케이에게 덤벼 드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테루는 입을 다물었다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어이케이 어때?

「엣아아그렇습니데이」

 대답하고 나서 케이는조금 전까지 테루가 했던 말을 생각해 냈다.

「그렇지만왠지 『어쩔 수 없어』 그런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사토하는 다시 테루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하는데너는 할 말 없어덮친 이유에 대해서」

「아그것은--

 케이가 말하려고 하기 전에테루가 먼저 말했다.

「대답할 수 없어」

 테루의 눈초리가 험해진다.

「사토하에게 들킨다면사토하도……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나서단언했다.

「――지울 수 밖에 없어」

 그 말을 듣고사토하가 칼을 휘두른다.

「그렇다면그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상대를 해볼까」

 다음 순간두 사람은 충돌했다조가 주먹을 내밀면사토하가 그것을 칼로 흘린다그때 마다 불꽃이 나오고금속음이 울린다주위를 휘몰아 치는 폭풍 때문에 칼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아사토하는 아무래도 방어 일변도가 된다그것을 알아챈 듯이 테루는 차례차례 공격을 계속 한다테루의 일격의 무게는 알고 있기에 주의하면서 방어하는 사토하였지만그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칼을 휘두르는 것이 방해되지 않는 풍향이 되었다.

「――하앗!

 테루의 주먹을 튕기자마자사토하는 칼을 휘둘러 배었다.

!

 그것을 눈치챈 테루가순간적으로 팔을 치켜든다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바람 때문에,

「――!?!?

 ……사토하의 스커트가 올라가 버렸다.

「아…… 검정」

 속옷색은 케이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레이스…… 사토하씨꽤 섹시하게 입는데이)

 하지만테루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순간의 틈을 노려 칼을 튕겼다.

「아차--

 그 충격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져 쓰러진 사토하그 머리에 테루의 주먹이 날아가려고 할그 때.

「――이제 그만 두레이! 내를 위해 싸우지 말레이!

 갑자기 나온 말에과연 테루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사토하와 둘이서,

「너(케이때문이 아니야!

 라고 같이 소리를 질렀다케이가 웃기 시작했다멍한 얼굴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었지만그 타이밍이 또 동시였기에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테루도 사토하도 기세가 꺾여전투를 계속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테루는 팔을 내리고바람도 거두고 포기한 듯이 말했다.

「역시 나 두 사람을 때릴 수 없어」

「아니때리려고 했잖아」

「뭐그건 됐다고 치제이 커뮤니케이션은 우선 대화부터라고 누가 말했고 말이제-

 또한 눈물을 띄우면서 웃고 있었던 케이였지만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차분하게지금까지에 이른 경위를 사토하에게 설명했다.

「……………………」

 사토하는 뭐랄까완전 바보 취급하는 듯한 표정이었다어쩔 수 없기에 테루에게 보여달라고 했더니이마에 주먹을 대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테루씨의 정체는 결국 뭡니꺼?

 우선 사토하는 두고 테루에게 물었다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대체로 짐작은 가지만본인의 입으로 듣지 않으면 역시 납득할 수 없다.

 테루는 순간 주저하는 듯했지만다짐을 했는지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마작용 안드로이드 『쟝드로이드』 시험 제작기정식명칭은 『T-EL거기서 테루라는 가명을 만들었고인간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리고 있어」

「쟝드로이드……그런 물건은 들어 본적이 없지만시험 제작기라고 한다면 수긍은 가」

 실제로 봐서 일까사토하는 어찌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동력원은 과자그러니까 과자가 끊어지면 에너지가 끊어져 움직일 수 없게 돼」

「아! 그래서 내가 과자를 넣자 부활했구마」

 고개를 끄덕인 테루는자기가 어째서 아라카와 병원 앞까지 도착했고그리고 왜 쓰러졌는지 꽤 비장한 말투로 설명했다.

 하지만 케이는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으응―? 그렇지만시라이토다이의 숙소는 여기서엄청 멀다 아이가? 헤맨다고 해도 무리가 있는데……

 라며 의아에 했지만사토하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것을 부정한다.

「아니…… 이 녀석 방향치는 인간의 상상을 넘어그 정도라면 이상하지 않아」

「아혹시」

「아아……둘이서 만날 때라든지」

 납득은 했지만그거하고는 별개로「둘이서 만날 때」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렇게 애매하게 말하면마치 둘이서 데이트 하는 것을 숨기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사토하씨도 연락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왔습니데이?

「엣……」

 무심코 심술궂은 말을 해버렸다사토하는 의표를 찔렀는지분수에 맞지 않게 동요했다.

「혹시 처음부터 다 본 거 아닙니꺼?

「아아니……

「실은 내를 놀래키려고?

「그그렇지 않아!

「그럼 어떤 이유로?

 큭말문이 막혔지만횡설수설 대답은 한다.

「우우연이야아니미야나가가 이 근처를 걷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헤에-

「정말이야」

「그럼그런 것으로 해둡니꺼……

「어이정말이라니까」

「그래서우리들을 죽이려고 한 것은?

 사토하를 무시하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그러나 바로 그 본인은 그 질문을 듣고 놀라고 있다.

「『죽이려고』……?

「에?

 두 사람이 엉뚱한 소리를 냈다.

「아니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닙니꺼?

 터무니 없다라고 말하려는 듯이 테루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단지머리에 강한 쇼크를 주면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

「……『지운다』라는 것이 『기억을 지운다』 였습니꺼……

 케이와 사토하둘은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거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건 곤란한 거 아닙니꺼?

「응사실은 두 사람에게도 말하면 안 되지만……

 눈을 치켜 뜨고 보면서 둘을 바라보는 테루를 보며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세 사람만의 비밀로사토하씨도 괜찮제?

「아아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약속한다」

「케이…… 사토하……」

 케이는 생긋 웃으며새끼 손가락을 세웠다.

「약속새끼손가락 걸기!

「응」

 테루도 고개를 끄덕이고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나도 해야 하나」

 그리고둘의 시선을 받은 사토하도 마지못해 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약속새끼손가락 걸기거짓말 하면 바늘 천 개..

 이상한 형태로 얽힌 새끼 손가락을 떼고셋은 각자 웃었다.

「……바늘 방석은 먹을 수 없을 거 같지만포키가 천개 박힌 케이크라면 먹을 수 있어」

「엉망이야」

 그런 평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케이는 웃으면서 바라 보았다.

 

 

 

(에필로그)

 

 

 인터하이가 곧 멀지 않는 7월 중순.

 케이는 나라현 대표 아치가 여고 마작부를 맞이했다.

 레벨 업을 위한 특훈이라는 것으로 그녀들과 대국했지만고교생 마작계에서 유명한 케이를 앞에 두고 흥분했는지휴식 중에 다양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의 인터하이가 화제가 되었을 때,

「아라카와씨는 챔피언과 싸웠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눈을 빛내면서 묻는 사람은 아치가 대장 타카카모 시즈노건강하고 귀여운 아이이네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어쩐지 장난치고 싶어져서.

 케이가 말했다.

「미야나가 테루는사람이 아니레이」

 뭔가 의미 심상한 미소를그 얼굴에 띄우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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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블로그
만화, 애니, 음악, 게임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현재는 역시 내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사키, 러브라이브, 신데마스, 섬란카구라, 아마가미 활동중입니다.
by 레미0아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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