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팬픽은 2side님이 결혼시리즈 작가 tetsukugi님의 허가를 받은 것을 대리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두분께 감사의 예를 이자리에서 표합니다.
그녀의 시시한 소원
「모두 사이 좋게」
2 학년 첫 진로 지도 앙케이트에, 그렇게 썼었다.
신조라든가, 그런 거 갑자기 물어도, 잘 몰라서, 우선 그 날 방과후까지 제출하려고 서둘러 쓴, 그 말.
어째서 그런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진로 지도 선생님이 히라츠카 선생님이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고 어쩐지 납득했다.
신조.
자신이 믿는 것.
반드시 유키농이라면 확실히 있을 거 같고, 어쩐지 뭔가 어려운 말로 그것을 나타낼 거 같다. 내가 모르는 것도, 유키농은 정말 많이 알고 있다. 가끔은, 같은 고교생일까 불안해질 정도로.
힛키도 반드시 있다. 그래도 그런 종이에는 솔직하게 쓸 거 같지 않지만. 그래서, 이런 저런 비뚤어진 이유로 빈 칸을 채우고,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혼나는 그런 광경이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나는.
나는, 그런 것이, 없다.
신조라고 가슴을 피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때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썼다.
모두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그 때 나는,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그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고. 그런 자신감,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은 없다. 그야, 보여주면 안 되니까. 보여 주면,사이 좋게는 지낼 수 없을 거 같아서.
옛날부터 자주 두리번두리번거리는 아이였다고, 엄마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눈치 빠른 아이라고 칭찬받았던 적도 있다.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 받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어도, 나인 채로, 역시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다.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친구의 안색을 엿보고 있다. 뭔가 비위에 거슬리는 말해 버렸을까 하고 불안에 떨거나 이상한 말을 들어 버려도 그것이 개그라면 흘려 들으려고 노력하거나. 그런 식으로 마음 속으로 벌벌 떨면서.
그렇게 사이 좋게 지내려고, 아마도, 필사적이었다.
필사적으로. 참았다.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런데도 잘못했을 때도 있었다. 필사적으로 얼버무리려고 해도 감출 수 없을 때도 있었고, 궁지까지 몰린 건 아니었지만 정말로 괜찮을까 하고 고민하고, 불안에 떨었다고 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정말 부러웠다.
처음으로 들어간 장소에서. 처음으로 만나서 이야기했던, 그 두 사람이.
유키농은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모르는 학생은 2학년 중에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머리도 좋고, 정말 예쁘고··· 나하고는 전혀 다른,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야기해 보면, 가까이 있다 보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것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멋있고, 조금 무섭고, 그렇지만 이따금 정말 사랑스럽고··· 그리고, 매우 상냥하다. 미소가 멋진, 여자다.
유키농에게 쿠키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유키농하고 친구가 되었고. 유키농의 집에 놀러 갔다. 유키농에게 에이프런을 받고, 유키농하고 문화제에서 함께 노래했고. 유키농이 타준 홍차를 마셨다.
유키농에게서 나는 얼마나 많이 받았을까. 이런 것은 답례하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제대로, 유키농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을까?
힛키도 알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힛키를 알고 있었다. 힛키에게 도움을 받은, 그 때부터.
그렇지만 이야기 해봐도, 가까이 있어도, 힛키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었다. 입이 거칠고, 자주 투덜거리고, 어쩐지 나를 바보 취급하고, 귀여운 여동생이 있고, 시스콘이고 ···생각하던 이상으로, 너무할 정도로 상냥하고. 굉장히 꼴사나운, 남자였다.
힛키에게 도움 받고. 힛키에게 쿠키를 주었고. 힛키에게 선물을 받고. 힛키하고 화해 하고. 힛키하고 불꽃놀이에 가고. 힛키와 문화제 때 전시회장 앞에 앉아서 허니토스트를 먹었고. 힛키와 도깨비 저택에서 들어갔고.
힛키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다고 생각해도.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모르게 된다. 조금만 눈길을 떼어도 당장이라도 멀어질 거 같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나는 옷자락만이라도 잡을 수 밖에 없지만.
두 사람이, 봉사부가 부러웠다.
두 사람은 정말로 자연스러웠고, 꾸며대는 것도 없었고,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에.
나도 그런 식으로 되고 싶다고, 그런 두 사람하고 가까워지고 싶다.
유키농에게 꾸중 들은 적도 있다.
―――그 주변에 맞추려고 하는 것 그만두었으면 하는데. 몹시 불쾌하구나.
힛키에 거절 받은 적도 있다.
―――신경 쓰여서 상냥하게 대하는 거 라면, 그런 것은 그만둬.
말하고 싶은 것은 뜻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전해지지 않고 안타까움만이 밀어 닥친다.
두 사람 사이에 낄 수도 없어, 바보같이 혼자 착각하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내가 지금까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두 사람 덕분이겠지.
유키농의 그 꽃이 피는 듯한 예쁜 미소가 보고 싶어서.
힛키의 그 너무 어쩔 수 없는 망언을 듣고 싶어서.
두 사람의, 그 서투르지만 따뜻한 상냥함을 느끼고 싶어서.
그러니까, 한 번 멀어졌어도 돌아올 수 있었다. 멀어지고 싶지 않다.
그렇게, 쭈욱.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그 장소에. 모두가 모두인 채로 있을 수 있는 그 장소에, 쭉 계속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두 사람과 함께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이같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
뭐가 잘 못된 것일까.
몇 번이나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결국,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 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모두, 자신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서, 그 결과를 낳은 것이니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누군가를 탓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탓이 아니다.
그렇지만,어째서….
저기, 유키농, 주변에 맞추는, 그런 것을 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은, 유키농이잖아.
그런데도, 유키농은 어째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거야?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나에게 그렇게 미소 지어 주는 거야?
무언가를 참으며 미소 짓다니. 그것은 유키농이 제일 싫어하고, 가장 서툰 것인데도..
내가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던 걸까.
유키농을 지키고 싶었다. 문화제 때 같이 되는 것이 싫었다. 유키농이 무리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유키농이 아무리 대단해도,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유키농은 성실하고 진지하니까, 반드시 무리를 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힛키를 지키고 싶었다. 수학 여행 때 같이 되는 것이 싫었다. 그대로 두면, 힛키는 또 심한 짓을 반복하게 된다. 자신에게 심한 짓을 반복한다. 그것이 효율적이라며 시치미떼고. 아무리 힛키가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을 리가 없다.
그리고 봉사부를 지키고 싶었다. 유키농이 있고, 힛키가 있는, 모두가 모두인 채로 있을 수 있는, 그 부활을 나는 정말로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정말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유키농하고 멀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힛키가 또 상처 입는 것을 보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봉사부에서 보내는 그 시간을 잃는 것이, 무서웠으니까. 그렇게 자기 멋대로인 이유로, 나는 할 수도 없던 것을, 하려고 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역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문제를 해소한 것은 힛키였고, 또 힛키는 자신이 한 짓에 상처 받고 있었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정도는 나도 알 수 있다.힛키는 그렇게 보여도, 거짓말이 서투르기 때문에. 반드시 유키농처럼, 거짓말이 싫기 때문에.
그러니까, 유키농도도 알고 있을 것이다.
힛키가 어째서 거짓말했는지.
그렇게까지 해서 힛키가 지키려고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래서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전부 해결된다면. 모든 것이, 이전 대로 된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여 버렸다. 의지하지 않으려고 했던 힛키의 상냥함에 매달렸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었기에.
그렇지만 유키농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반드시··· 거절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있는 것만, 생각하고 있구나.
아마 그 때 유키농은, 힛키나 나와 거리를 벌렸다. 그렇기에, 나는 유키농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정말로? 알 수 없게 된 거야? 알지도 않았던 것이 아니야?
나는 유키농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고양이와 판 씨를 아주 좋아하고, 개에 약하고, 책을 좋아하고, 요리를 잘하고, 홍차타는 것도 잘하고, 합기도도 하고 있고, 승부욕이 있고, 의외로 유령 같은 걸 무서워하고, 힛키에게는 독설을 하지만 즐거운 것 같고·· ·그리고, 그 밖에도.
그런데도, 부족했던 것일까. 유키농에 대해 알려면
예를 들어, 유키농의 집에 대해. 입학식날 아침, 눈앞에서 멈춘 검은 리무진. 유키농을 태우고 떠나던 차의 뒷모습. 불꽃놀이 날, 사실을 가르쳐 준 하루노씨의 당황한 듯한 얼굴. 상처가 없는 차체. 하루노씨가 때때로 말하던 「어머니」. 그것을 듣던 유키농의 반응.
그리고,
―――제대로 시작할 수 있어. ···당신들은.
어딘가 쓸쓸한듯했던, 그 때의 그 미소.
생각해 보면, 그 때도 유키농은 선을 그은 것이 아니었을까. 한 발을 빼듯이, 거리를 벌린 것이 아닐까. 우리들과 유키농 사이에 있는, 작고 깊은 도랑. 그런 것은 관계없다고 나는 믿어 왔는데.
그 때도, 그 때도, 그 때도.
···뭘까, 추억을 떠오릴 때마다, 답답하고 울컥거리는 이 싫은 느낌은.
의심?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오싹해 진다..
그런 것을, 유키농에게 품다니. 소중한 친구인데도. 친구를 순간이라도 의심하다니.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또 그 싫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 올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소중한 추억을, 전부 검게 칠해 버릴 것 같아서. 나는 추억을 지키듯이, 꽉 어깨를 껴안았다.
잠시 후, 간신히 진정되었다. 그런데도, 불안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유키농이 어느 날, 우리들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멀어져 가 버릴 것 같은, 그런 예감.
싫다. 그런 것은, 싫다.
이럴 거라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힛키 덕분에, 봉사부는 남아 있으니까. 모두 그대로 이고, 어제도 평소처럼 보낼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반드시 잘 지낼 수 있다.
아마도, 어려운 걸 생각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리고, 성격에 맞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힛키에게 의지할 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 힛키조차, 「몰라」로 밖에 말할 수 없던 문제에, 내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가 생각해도, 그런 건
―――그 인식을 고치렴.
···에?
나는 그렇게, 굉장히 차갑고, 날카로운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최저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재능 있는 사람을 부러워할 자격이 없어.
들은 것 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서투름, 보기 흉함, 어리석음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다니 부끄럽지 않은 걸까?
그것은 추억 제일 바닥에 남아 있던 말.
처음 만난 날에, 나에게 했던 말이다.
조금의 용서도 없이, 조금은 질릴 정도의, 거리낌 없는 말.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로 멋있어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서.
나는, 동경했다. 그런 유키농하고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네. 생각났다.
유키농은, 반드시 그런 것, 이제 말해주지 않겠지만.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유키농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것은 내가 움직이는 이유가, 나의 일부가, 이미 되어 버렸기에.
그러니까, 노력하자. 재능이 없으면, 노력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유키농에게, 또 혼날 거야.
나도 생각하자. 생각해 보자.
다음에는 제대로 한다. 다음이야말로,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심하고 싶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나는 추억이 아니라, 지금 현재, 유키농이 웃어 주었으면 하니까
그 눈이 녹을 듯한, 따뜻한 미소를 보고 싶으니까.
거기에 나만으로 무리라면, 누군가와 같이 생각하면 된다.
나는 의지가 될 사람을 알고 있다.
싫을 정도로 삐딱한 이론만을 말하고, 싫을 정도로 위태롭지만, 싫을 정도로 상냥한, 남자를 알고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이야기를 하자.
말하고 싶은 것은 뜻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전해지지 않고 안타까움만이 밀어 닥친다.
그런데도. 가슴이 아프도록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나는 제대로 전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알아 줄 때까지 이야기를 하자. 서툴러도 좋으니까, 전하자.
그러면 반드시, 힛키에게도, 유키농에게도, 닿을 것이다.
전하지도 않았는데 포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모두 사이 좋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말은 할 수 있어도, 믿지 않을 말.
사실은, 가벼운 기분으로 말하면 안 되는 말.
힛키라면 믿지도 않을 테고, 그런 말을 해버린 날에는 나를 멋대로 바보 취급해 버릴 것이다. 자기의 억지이론으로, 그런 결론에 도달할 거라고 상상할 수 있다.
유키농도 반드시, 곤란한 얼굴로 나를 볼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생각하면서 나를 설득할지도 모른다. 그 곤란한 얼굴도, 나는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힛키가 부정해도, 유키농이 수긍하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은 나의 신념이다. 가슴을 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아무 근거도 없지만, 조금은 강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모두 변하기 시작했었다.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그 가운데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거기서 맞부딪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엇갈릴 수도,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보답 받을 때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말이.
반드시 어디엔가 있을 것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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