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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이야기 2014. 9. 14. 00:36 by 레미0아이시스
이 이야기는 창작에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에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사실 묘사네, 서술이네, 라고 쓰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구분을 위한 용어인 것이지, 용어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글을 쓸 때, 아 이 때는 묘사를 해야지!, 아, 이 때는 서술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분이 그렇게 많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제 말은 구분을 일일이 하면서 쓰지는 않는다... 라는 취지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구분이 아주 의미가 없진 않습니다. 적어도 방향성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1. 묘사는 자세하다의 동일어가 아닙니다.

간혹 보다 보면, 묘사란 용어를 자세하게 쓰는 것 정도로 언급하시는 분이 계신 듯 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 말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사전을 보면
묘사 : 어떤 대상이나 사물현상 따위를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표현함. ‘그려 ’으로 순화.

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자세함이 아니라, 보이듯이 쓴다.. 라는 점입니다.

묘사는 말하자면, 간결할 수도 있고, 간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묘사가 있고 간략한 묘사가 있지, 묘사 자체는 자세하다의 동일어가 아닙니다. 단지 묘사의 이미지가 자세함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2. 제한된 분량에 얼만큼의 정보를 넣을 수 있는가

묘사든 서술이든 근본적으로는 설명입니다. 즉, 독자에게 독자가 상황을 이해할 만한 혹은 납득시킬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묘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고, 서술은 개념 등을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묘사나 서술은 이야기 전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라는 것을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 자체라고 했을 때,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만 전개하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독자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라고 간주해 버릴 것입니다. 

즉, 이야기의 호흡에 해당되는 문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로 깨끗한 하치만이란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은 묘사에 너무 치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작가는 농구 이벤트 자체를 사건으로 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농구에 대해서 묘사를 자세하게 했습니다. 문제는 농구를 너무 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거죠. -_-;;;; 

독자들이 깨끗한 하치만이란 작품에서 기대하는 건 하치만의 각성과 데레농과의 연애사정입니다. 실제로 농구에서도 그게 어필되긴 했지만, 너무 짧은 대다가.. 농구에 너무 할애한 나머지 진짜 사건인 유키노와의 사랑은 완전 뒷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말하자면 독자의 호흡과 작가의 호흡이 완벽하게 달라졌다... 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어째서 호흡 이야기를 했는가 하면, 확실히 자세한 묘사는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많이 할애하면 독자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한다 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세한 묘사가 나쁜 건 아닙니다. 때에 따라선 자세한 묘사가 더 이득일 때가 있습니다.



3. 예시


제가 번역한 것 중에서 묘사를 정말 잘하신다고 생각하는 분은 미야비님입니다.

미야비님의 작품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중 일부를 예시로 들 생각입니다.

중편쯤 되는 길이의 작품으로, 해당 부분은 작품 전체로 따지면 상당히 적은 분량이지만 상당히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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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라는 것은 무한하게 퍼져 있어 가능성의 수만큼이나 세계가 존재합니다갑자기 이상한 일에 휘말려 이세계로 떨어져 버린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 고금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 해당 문장으로 세계관을 설명했습니다. 

 

 일본이라 불리는 나라 안치바라 불리는 지방에 있는학교라 불리는 시설에는이세계로에서 온 한 남자가 섞여 있습니다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복장으로다른 언어로 말하는 그.

-> 그 라는 사람의 존재, 그리고 그 라는 사람의 상황 및 있는 곳을 설명했습니다.

 

 남자는 허리에는 은빛의 빛나는 검을 차고 있고군데군데 찢겨진 군복에 너덜너덜한 망토를 걸치고 있습니다망토에는 피가 묻어 있던 흔적도 엿볼 수 있습니다주위에서는 기이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만천성 탓에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 남자가 입고 있는 옷, 성격 등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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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독자는 필요한 최소 정보만을 익히고, 다음 장면으로 굉장히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간결한 묘사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글을 읽을 때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4. 결국엔

제한된 공간, 제한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혹은 얼마나 적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림과 글의 사정은 상당히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묘사를 장황하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생동감 있는 묘사는 아닙니다. 형용사 몇 개, 비유적 표현 몇 개, 그런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ㄱ. 그는 칼을 휘둘렀다.

ㄴ. 그는 칼을 45도의 각도로 초속 10cm의 속도로 휘둘렀다.

ㄷ. 그는 칼을 가볍게 휘둘렀다.

ㄹ. 그는 칼로 한 줄기의 섬광을 그었다.  [.....]


사실, ㄹ 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나스체의 이미지입니다. -_-; (순전히 제 이미지이기에 아닐 겁니다 -_-;)

ㄴ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쓴 문장입니다. 그러나 분위기 상 아웃입니다. 물론 이 문장이 해설에 쓰여있다면 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어 몇 개 혹은 형용사 몇 개로 인상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몇 개의 단어 혹은 형용사 같은 것이 '정보'의 양을 좌우합니다.



5. 묘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이는 그대로 ' 쓰는 것입니다. 자세하고 아니고는 나중 문제입니다.

단지, '보이는 그대로' 쓰는 건 좋지만, 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글을 씀으로 해서 독자에게 '제대로 설명한다' 라는 목적까지 달성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묘사든 서술이든

무엇을 묘사하는가? (서술하는가?)

어떻게 묘사하는가? (서술하는가?)

왜 묘사하는가? (서술하는가?)

에 대한 것 정도는 염두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일단 묘사의 대상입니다. 그것은 물건일 수도, 사건일 수도, 심리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묘사 방법입니다. 자세하게 할지, 간략하게 할지, 혹은 어디를 부각 시킬지, 문체는 짧게 할 것인지 장황하게 할 것인지

세 번째는 이유입니다. 묘사를 하더라도 그 이유가 없으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일단 묘사라는 건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필요한 정보를 줘야하지, 필요도 없는 정보를 전부 쓰면 작가는 만족할 지 몰라도 독자는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6. 지금까지 쓴 것은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썼지만, 이런 걸 일일이 염두해두고 글을 쓸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형태에 대한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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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음악, 게임 등에 대한 글을 쓰는 공간입니다. 현재는 역시 내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그리고 사키, 러브라이브, 신데마스, 섬란카구라, 아마가미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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