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졸업, 축하해
(1) 사와야
――사와야는 대학 어디로 갈 거야?
――그렇네. 여기에 남을 거야.
――나는 도쿄. 멀리 떨어지겠네.
――원래대로 돌아올 뿐이지? 후훗, 그럴지도.
――그렇지만…….
잠들 것 같은, 미약한 황혼 햇살. 나는 불도 켜지 않고 어슴푸레한 방에 혼자 있었다. 창틀에 비치는 호박색 사양에 별가루 같이 먼지가 반짝인다. 새벽부터 시작해 저녁에 끝나는 우리들의 시간. 그런 나날들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은 졸업식. 우리들 3학년이 학교를 떠나는 날.
유키네는 졸업 축하로 무언가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내일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 때문에 나 말고 다른 마작 부원들은 집에 들어가서, 오늘은 혼자다.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구워진 사과처럼 둥근 태양. 그에 물든 저녁노을은 마치 과즙 같다. 그 빨강은 마치, 아아, 그 때의 경치…….
(붉은 바다……)
플레어처럼 격렬하게 물결치고 있었던 그 바다. 그 색도 정말로 붉어서, 혈관 안이라면 이런 경치를 볼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퇴폐적이어서,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들썩이게 하는, 선명하면서도 어두운 빨강…….
(붉은 하늘……)
「지옥」이라는 이름의 그의 배경 같은 그 하늘. 모든 불길을 암시하는 듯한 꺼림직한 빨강.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의 붉은 눈동자가 필터가 되어, 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맞고, 어떤 의미로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본 그 「빨강」은, 확실히 내 눈을 통해서 밖에 볼 수 없는 경치다. 하지만 그 빨강을 만들어 낸 것은 내 인식이 아니라, 다른 존재다. 피바다 지옥 같은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낙지와 같은 생물.
그것은 「카무이」――아이누에서 신과 같이 우러러볼 수 있는 존재, 그 중 하나였다.
나는 타인과 달리 그것을 볼 수 있었지만, 어째서 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처음 본 것도 꽤 옛날 일이니까, 무엇이 계기었는지도 잘 모른다. 단지, 그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람을 같이 도와주거나 마작할 때 그 힘을 빌려주거나, 어쩔 땐 생명을 구해준 적도 있다.
(나는……)
나는, 그런 카무이들을 배반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 땅에 남기로 정했다.
조금 전 말한 대로, 내가 그들의 모습을 지각할 수 있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단지, 그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이제 거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그들의 존재 자체가 희박하게 되어 버린 것도.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 땅에 머물러 있어야 할 존재다. 내가 떨어지면 그들을 지각할 수 있는 인간이 사라져, 그 존재는 더욱 희미해져 버릴 것이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은 사라져 없어져 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멸망할 존재라고 해도--아니, 그렇기에, 나는 그들 곁에 있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지각하면 그 목숨을 보존할 수 있다. 그들은 나에게 힘을 빌려 주고 생명을 돕는다. Win-Win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나로서는 몹시 편안하다. 나만 다른 것이 보여 소외감을 맛본 적도 있었지만, 나 밖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반대로 고독감을 달래 주기도 했다. 어쩌면, 서로 의존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걸로 좋다. 후회는 없다. 별로 여기 있다고 불편한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토지에는 애착이 있다.
――그렇지만…….
……오늘 같은 저녁노을, 그 날.
둘이서 돌아가는 길에서, 그 때.
분수에 맞지 않게 조용하고 투명한 것을 말한 그녀의, 그 표정…….
――그것은, 조금 외롭네.
갑자기 한 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어」
그 감정은 조만간 누구나 느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저물 때까지 태양만을 바라 보았다.
(2) 치카코
부실 문을 열자, 사와야가 놀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하는 거야? 이런 곳에서」
「돌아가지 않았던 걸까」
혼잣말처럼 그녀가 말한다.
「나루카네는 돌아갔어. 그래서 왜?」
사와야가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었다.
「노을졌네」
「흐~응」
문을 닫고 부실에 들어간다. 사와야는 호박색 사양 빛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에 싸여 서 있었다.
부실을 둘러보면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우왓, 치카도 같이 황혼져?」
익살맞은 소리에 노려 보았다.
「그런 기분이 아니야」
「……미안」
사와야는 바람 때문에 날아간 모자를 바라보는 소녀 같은 쓴웃음을 짓고는, 다시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응」
고개를 끄덕이며 회상한다. 소원했던 소꿉친구와 생각지도 못한 재회를 한 1학년 봄. 또 다른 소꿉친구와 초중에서 함께였던 나루카가 입부해 준 것이 2학년 봄. 마작부라는 이름뿐이었던 활동. 그 가을, 유키코와 만나고. 제대로 마작부 활동 시작. 연습을 해서 도전한 지구 예선, 그리고 인터하이.
유감스럽게도 준결승에서 졌지만, 급조된 팀으로서는 대건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발점에서 일주한 올해 가을. 손에 담겨 있던 모래가 흐르듯이,내 마음 속의 무엇인가도 가을 바람에 조금씩 휩쓸려 가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네」
「……응」
그렇지만 결국 이런 감상 밖에 말할 수 없다. 끝나면 어떤 것이라도 억지로 모아야만 하는 잡다한 기억으로, 그 중 하나를 차분히 맛 본다든가 그런 건 힘들다.
이제 와서는 전부가 좋은 추억. 좋게 말하자면.
「나루카네는 괜찮을까……」
「괜찮지 않아?」
무책임한 대답에 초조해져.
「그렇게 무책임한--」
「무책임하지 않아. 아무개씨와 달리 나는 도와줄 수 있는 곳에 있고」
「윽--」
「그러니까, 괜찮아」
무엇인가 말대답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잠시 동안 반론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그럼, 잘 부탁해」
결국, 한숨을 쉬며 이 말만 했다.
「별로 보호자역까지 부탁 받을 생각은 없는데」
하지만 나오는 말이 이러니까, 한숨만 나온다.
「말은 잘하네」
「그럴까나?」
「그래」
사와야는 이런 인간이다. 이상한 중력으로 주위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를 따라가면 즐거울 거라 믿을 수 있고, 그것이 배신당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와 다시 만난 후, 나도 조금은 들떴을지도 모른다. 일년 후에 나루카가 우스잔에 입학했을 때 「치카짱, 바뀌었네요……?」라고 당황했었을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이지만.
(――아아, 그랬구나)
앞으로는 진학을 위해 도쿄에 가, 사와야와 헤어져도 그것은 「원래대로 돌아온」 것 뿐이다. 가을이 되고, 조금씩 없어졌던 내 안의 무언가는, 사와야의 존재를 잃는 것으로 완전히 소멸한다. 그리고, 원래 나로 돌아간다. 그것뿐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아아, 그래도. 그렇게 논리적인 말로 나를 채우려 해도, 그 결과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 시간조차. 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 나의 폐가 호흡을 할 때. 내 안에서 무엇가는 없어져 가고, 그리고, 새롭게 생긴 감정이 가슴 틈새를 채운다. 그 감정의 이름은…….
――그렇지만, 조금
「치카」
제 정신을 차리자, 바로 앞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차렸다.
어느 새 해가 가라앉아 버린 것 같다. 저녁노을을 가둔 것 같은 사와야의 진홍색 눈동자가, 나의 눈과 마주쳤다.
「어차피이니까, 마지막으로 하나 말할게」
희미한 곳에서 사와야가 미소를 지었다.
그 입술이 움직이고,
나오는 말은…...
「졸업,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