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7. 22:29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백의와 검과 과자

 


 

(프롤로그)

 

 

 ……으응.

 이것은조금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조금 생각을 해보자이제 쓸데없는 체력은 쓰고 싶지 않지만…….

 숙소를 나왔을 때컨디션은 아직 괜찮았었다잠깐 산책해 하다가스미레에게 말하고는봐두었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고…….

 ……응그걸로 모든 것은 끝나야 했다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좀 더 걸어갔더니 공원이 있었다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이 많고 떠들썩했다벤치가 있어서거기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으려고 했는데…….

 ……아아그건 비극이었다봉투를 열려고 하다가내용물을 전부 쏟아 버리고 말았다잠시 동안 사고가 얼었다아깝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쓸어 모아 휴지통에 버렸다.

 ……이거다가장 큰 원인은 이게 아닐까.

 그건 그렇고……결국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지도 모른다애초에 내가 과자를 다 먹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거기에지갑에 최저한의 돈밖에 입금하지 않았던 것도……아니이제 됐다이런 상태로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어쨌든쓰레기통에 버리러 간 나는 치명적인 미스를 범했다그것은 벤치에남은 과자가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잊어 버렸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돌아와 보면 벤치 위에 봉지는 없었다. ……정말이지범인은 못된 장난 정도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나에게 있어서는 문자 그대로 「치명적」이며불평도 못하고…… 아아,지금은 그런 건 됐다우선…….

 당황해 하면서 새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지갑에 돈이 없다이럴줄 알았으면 스미레의 지갑에서 만 엔 권 한 장 정도 빌릴 걸 그랬다……완전히 이제 와서다거기에그런 일 비인도적이다…….

 ……비인도적.

 조금 웃고 싶었지만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나는 숙소에 돌아가려고 했다그리고지금 이 상황이다.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어쩐지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어쩐지 거리 전체가 바뀐 거 같은……그런 의심이 머리를정확히눈앞에서 태양이 가라앉는 것처럼.

 말하자면 이것은 「미아」 라는 것이지만그런 의식은 나에게는 없었다내가 만전이면 지금쯤이면 숙소로 돌아가 스미레에게 돈을 빌려 다시 과자를 샀을 것이다. (만전이면 보충이 필요 없겠지만). 이것은 미아가 아니라단순한 「부진」백보 양보해서 미아라고 해도부진의 연장으로서의 미아다결코 나의 부주의가 아니며하물며 내가 방향치라는 것도 아니다.

 ……뭐그렇다고 해도그런 건당장의 위기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고…….

 어쨌든 나는 지금이 오사카의 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도쿄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미궁 같은 거리오히려내가 거점으로 하고 있는 곳이 시라이토다이 주변인 것을 귀감안 하면여기가 더 복잡하다.

 …땅거미 색이 짙어지고초조해진다.

 땀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곤란한 표정도 짓지 않는다이것은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이다공연한 참견으로 사람이 말을 걸다가내 정체가 발각되어 버리면 곤란하다어떻게 해서든지 혼자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깨달았을 땐눈앞에 느슨한 비탈이 있었다황혼 저녁놀에 물들어진 그 길은 한산했다반사적으로 그 쪽 길을 선택했다어차피어디를 걸으나 못 돌아간다. ……아아나는 괜찮을 걸까사고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이대로라면……아니그만두자괜찮을 거다……그렇게 믿고 싶다믿고 싶지만…….

 ……아아이것은.

 시야가 갑자기 희미해졌다직립 부동으로 참는다머리가 떨어질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좋지 않다일지도 모른다.

 우선다리를 움직인다. ……이미 비상사태다스미레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우선남의 눈이 없는 곳까지…….

 비탈 중턱 근처에 넓은 부지가 있어그쪽으로 향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몽롱한 머리를 들어 올려눈앞을 확인한다. ……그러자.

 ……아아큰일났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거기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시야가 희미해서 보지 못했다그리고최악의 두 글자를 봤다. ……병원. ……아아큰일났다.

병원 앞에서 넘어지다니제일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좋지 않다빨리여기서 떠나야 한다……. 그러나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야가 더욱 희미해진다. ……아아이제 다리도 움직일 수 없다몸 균형이 무너져……안면에 충격이.…… 눈앞에 어두운 곳이서서히 온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 간다……아아큰일났다……. 스미레에게 정말로 미안한 짓을 했다…….

 그 때 과자가하나만이라도 있었다면…….

 …………………….

 ……………….

 ………….

 …….

 

 

 

(1)

 

 

 케이가 학교를 나왔을 땐거리는 땅거미에 잠겨 있었다.

 국민 마작 대회 (국마대)를 몇 일 앞둔 9월 중순아직도 새단장은 이르지만저녁이 되면여름이 끝난 것을 실감할 수 있는그런 계절쥬니어 B로 북오사카 대표로 선출된 케이는 매일 늦게까지 부실에 남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국마대 쥬니어 부는 A B 2블록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A는 고2, B는 고3에서 대표가 나오게 되어 있다그 때문에 고1인 케이는 B. 올해 여름 인터하이 개인전에서 같은 작탁에 앉은 미야나가 테루· 츠지카이토 사토하는 같은 고2이니까국마대에서 얼굴을 맞댈 일은 없다개인전에서 빛나는 2위를 차지한 케이는 당연하게 유력한 B블록 우승후보이지만역시 방심은 할 수 없다인터 하이에서 지금까지그 약간뿐인 기간 동안 급성장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중학생 중에서 고등학생을 웃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케이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결코 교만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속내는,

(기대된데이국마대어떤 아가 나오려나?)

 어디까지나 「기대」 가 제일이었다그것이 케이가 강한 이유 중 하나였다.

(테루씨나 사토하씨와 못치는 게 유감이구마……)

 개인전 탑3 3학년이 끼지 못하게 한 테루·케이·사토하는 각자의 실력을 서로 인정해서인터 하이 이 후에도 서로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이야기는 거의, 사토하가 천연인 테루에게 딴죽을 날리고 그 상황을 케이가 즐기는 식이다.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테루는 단체전에서도 1학년부터 레귤러에 발탁 된 시라이토다이의 단체전 2연패에 크게 공헌했다작탁에서 보여주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하고는 다르게매스컴에 대한 대응은 매우 상냥했다그렇게 생각하면 케이나 사토하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고 또 다른어쩐지 허물 없는 면을 보여주는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처음에는 모두 당황했지만이야기해 보면 의외로 재미있어서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뭔가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데이셋이서 모인 것은 인터 하이 뿐이었고그도 재미있겠구마)

 테루는 시라이토다이사토하는 린카이 여고두 사람 모두 도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그 둘도 멀다면 먼 것 같지만오사카-도쿄 거리만큼은 아니다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 있고실제 인터 하이 이 후에 둘이서 놀기도 한 거 같다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케이는 언제나 불공평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도 두 사람하고 놀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하면뭔가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것을케이는 느끼고 있다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국마대 중간에 테루씨와 만나서사토하씨 만날까나)

 어쨌든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사토하의 반응이 어쩐지 예상이 된다.

 웃음을 참으면서 걷다가집 앞에 있는 비탈에 도달했다.

 완전히 밤이 되어 가로등이 쓸쓸해 보이는 그 비탈길을 오른다경사는 완만해서 힘들지 않지만그 만큼 거리가 길다간신히 중턱 부근에 왔을 때는 숨이 차 올랐다. ――그 때.

(뭐고……? )

 산 중턱에 있는 넓은 부지거기에 케이의 부모님이 원장인 아라카와 병원이 있다그 문 앞가로등 저쪽 편에서 사람이 쓰러진 것 같아 보인다.

 당황해서숨을 고르는 것도 잊고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케이의 다리는 서서히 느려졌다가까워지면서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쓰러져 있었던 것은 확실히 인간이었다신장을 보면 여고생 정도. ――그리고.

(……무슨……)

 갑자기 가슴 고동이 빨라지고머리 속으로 울린다어깨로 숨을 쉴 때마다 내쉬는 뜨거운 한숨이타는듯한 목이온 몸을 흐르는 혈액의 순환이머리 속에서 겹쳐공명한다그것이 그치지 않는다그런데도이상하게 의식은 또렷하다…….

 쓰러진 소녀는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다그것도돌아가면서 쭉 생각하고 있었던 그 사람을 닮은 것 같은 기분이…….

 케이는 비틀비틀 걸었다소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것은마치.

(설마……)

 부모님이 병원에서 일했기에케이는 어렸을 적부터 자주 병원에 왔었다병에 걸려서 그런 게 아니고병원이 일종의 놀이터이었기 때문이다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아가씨」라고 부르며 귀여워해주었다입원을 오래해서 심심할 것 같은 아이나 노인들을 상대해주기에환자들의 평판도 좋았다그러나병원이라는 곳이 그렇듯괴로운 장면을 보는 일도 많았다자식들도 떠나고 남편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가고독한 병원 생활을 보내다가 돌아가신 것을가장 먼저 발견한 적도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났다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그 날병실에 들어갈 때 느낀 것과 같은 감각이또렷이 생각났다. ……그리고그 소녀는그리고.

 곁에 서서얼굴을 들여다 본 순간케이는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거기에 쓰러져 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미야나가 테루그 사람이었다.

 

 

 

(2)

 

 

「테루씨!

 얼굴을 확인하고는 순간적으로 숙여 팔을 잡았다순간등에 냉수가 부어진 것 같은 소름이 끼쳤다.

 차갑다…….

 그것도오싹할 만큼이 차가움은 밤공기에 체온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좀더 근본적인몸 한 가운데에 있는 불길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애초에 이 시기의 밤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다피부에서 체온을 빼앗아 버릴 정도는 아니다.

 주뼛주뼛맥을 잡는다잡으려고 하지만…….

 맥이 없다…….

 몸이 떨린다정말로 현실인 것일까테루가 이런 곳에 있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고애초에 그녀는 정말로 테루인 걸까한번 더 얼굴을 바라 본다하지만 역시,테루 이외의 누구도 아니었다텔레비전에서잡지에서사진으로몇 번이나 몇 번이나 보았던 미야나가 테루의 얼굴이었다그렇지만혈색이 없다창백해진 그 색은마치…….

 입과 코 앞에 손을 대었지만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울 것 같았지만 몸을 위로 눕히고가슴에 귀를 대었다가만히 있었지만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찌할 바를 몰라 피하고 싶은 생각과 현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교착해서이중 나선을 그리며 머리 속을 휘젓는다케이는 후자의 생각에 자극은 받았는지 테루의 가슴에 양손을 포갰다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한다심장 마사지를 한동안 한 후턱을 들어 올려 인공 호흡을 한다다소 주저는 했지만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럼에도 테루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게다가소생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케이는 겨우 16세 소녀였다. 5분도 지나지 않아 팔이 저렸다그래도 그녀는 계속 마사지를 했다그러나 서서히 페이스가 늦어지고리듬도 무너진다거기에 따라그녀의 사고도…….

 희미하게는 알고 있었다이렇게도 차갑다는 것은사망한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이다그러니까이런 소생법은 아무 의미도 없고…….

 흘러 넘치기 시작한 눈물이 손등에 떨어진 순간팽팽하던 실이 툭끊어졌다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고현실감이 멀어지고, ……그러다케이는 테루의 가슴에 푹 엎드려 울었다.

(……어째서)

 어째서.

 단지 그것뿐이었다어째서 테루가 죽은 걸까어째서 여기서 테루가 죽어 있는 걸까어째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걸까. (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만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순간 새하얗게 되었지만.

 그 뒤에 머리 속은테루와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고등학생 마작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대형 신인으로서 테루를 처음 알게 된 건 중순식간에 앞다투어 잡지에서 취재했고과자를 좋아한다든가그런 뜻밖의 일면을 알게 되었을 때다음 해이번에는 쓰러뜨려야 할 상대로서 지구 예선에서 테루를 만났을 때개인전 결승작탁에서 싸워그 실력을 피부로 체감 했을 때시합 후사토하까지 합쳐 셋이서 이야기 했을 때테루가 야금야금 케이크를 먹어 치워서 몹시 놀란 것케이가 오사카에 돌아간 이후에도몇 번이나 두 사람과 서로 연락을 해서…….

 ――국마대 참가하러 오사카에 가면거기있는 케이크 가게도 가 보고 싶은데.

 아아그러고 보니그런 말을 했다가 보고 싶은 유명한 가게가 있으니까 기회를 봐서 가고 싶다……그렇게 그녀가 말했기에케이가 안내하겠다며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그러자 사토하가 불만스럽게 「나에게는 말 안 해주는 건가?」 그런 말을 하기에……케이는  「물론 사토하씨도 함께입니데이-」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런데어째서 이런…….

(과자……)

 그러고 보니 테루는 언제나 과자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던 것 같다좀 더 먹고 싶었을 것이다……그런데이런 젊은 나이에…….

 케이는 가방을 열어 초콜릿을 꺼냈다그것을 테루 입술 사이에 끼운다입 안에 들어가자문자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지고축 늘어졌다.

(그럴 리가 없데이……)

 우선 이것을 전해야……. 누구에게? ……아아이제 누구라도 좋다누구라도 괜찮으니까 그녀의 사체를 이런 곳에 방치하지 말고옮겨 주었으면…….

(……사토하씨에게는 알려야)

 휴대폰을 꺼내메시지 어플로 사토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가방에 넣었다. ……아아이제 누구라도 좋다누구라도 괜찮으니까 빨리 와줘……. 자기 뒤에 병원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케이는무릎을 움켜 쥐면서 그런 생각만을 했다.

 ……그러나그 때.

(――!?)

 케이가 고개를 들었다시선 끝에는 테루의 사체가. ……그것이.

「테루씨……?

 그것이 조금 전시야 한 구석에서움직인 것 같았다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착각이라고도 생각한다. 9할 9푼 현실적인 해석을 해도케이는 1푼의 가능성으로 다가갔다.

 테루에게 다가가손을 잡는다여전히 얼음 같이 차갑다그래도그래도그녀는 일말의 희망으로 가슴에 살며시 귀를 대었다. ……그러자.

 두근…… 두근…….

 그런 소리가 희미하지만 확실히 들렸다감격해서 의식이 멀어질 것 같다단번에 넘치는 눈물은 신경쓰지 않고케이는 테루의 어깨를 잡고힘껏 흔들었다.

「테루씨! 테루씨!!

 반응이 없다한번 더 가슴에 귀를 댄다. ……두근들린다두근 ……두근확실히 들린다환청이 아니다테루는 소생한 것이다그러니까, ――그러니까.

「눈을 뜨레이! 테루씨!!

 어깨를 흔들고뺨을 두드린다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더니테루가 갑자기 찡그렸다.

「테루씨!?

 미간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살짝 열린 그녀의 눈동자에는확실히 생의 빛이 깃들어 있어서--

「테……」

 무의식 중에 케이는 테루를 안았다.

「테루씨!

 끓어오를 것 같은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말이 울먹이는 소리가 되어입에서 넘쳐 나온다.

「바보 바보 바보! 틀림없이 테루씨가 죽었다고 생각했데이……테루씨 바보!

 몸을 떼어 놓고테루의 얼굴을 본다어쩐지 자고 일어난 듯한멍한 표정으로 케이를 보고 있다하지만 기분 탓인지 안색이 좋아진 것 같다손을 잡자체온이 돌아온 느낌이 있었다맥박도 확실히 있다.

 케이도 침착해졌는지,

「아여기 우리 병원입니데이-. 누군가 부를 테니잠깐 기다--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려고 했다그러나 그 때테루가 케이의 팔을 잡았다.

「……안돼」

 그렇게 말하고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케이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였다.

「안 된다니우야?

 그 질문에테루는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바로 케이의 눈을 바라보고는,

「어쨌든병원은 안돼」

 그렇게 우겼다잘 모르지만테루에게도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감각이 마비되어 있는 케이의 머리가 그렇게 생각하며 납득했다.

「그럼병원 뒤에 우리 집이 있으니거기 어떻나? 그 정도는 괜찮제?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케이가 말한다테루는 조금 망설이다가고개를 끄덕였다.

 

 

 

(3)

 

 

 테루를 어깨로 부축하면서 병원 뒤편으로 왔다거기에 케이의 집이 있었다.

 큰 서양식 이층 저택이다그렇다고는 해도 대저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외장도 수수하고어쩐지 겸허한 모습원장이라는 직함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닌 것을 간파할 수 있다실제로병원 바로 뒤에 집을 지은 것은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가려는 이유가 가장 컸다그 때문에 케이의 아버지는 항상 집에 없었지만딸은 그것 때문에 불만을 품은 적은 없다오히려장래에 아버지와 같이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다.

 집에 들어가자기 방까지 데리고 간다정리 정돈이 잘 된 널찍한 방에가장 안 쪽에 있는세미 더블 침대에 테루를 눕혔다.

「그럼 갈아입을 옷을 가져 올 테니기다리레이뭔가 필요한 거 있나?

 테루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과자……」

「알겠데이」

 살며시 웃으며케이는 자기 방에서 나갔다들어올 때도 알았지만부모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다두 분 모두 병원에서 근무하니까자주 그렇다.

 1층 거실에서 과자를 꺼내고객실에 있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고다시 방으로 향했다처음부터 객실에 재우면 좋을 지도 모르겠지만그녀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자신 방에 들어가는 것이 무의식 중에 중시되었던 탓일 것이다.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잠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옷을 벗으라고 지시한다그러자 테루의 얼굴이 굳어지더니떨듯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되는 거고?

「응」

「그렇지만……」  이번에는 물고 늘어지는 케이물론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어디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우선은 옷을 벗으레이」

 케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테루는 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그 뿐만 아니라「그전에 과자를……」 이라며 과자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것이 배알이 꼬였는지케이는 옷자락에 손을 댔다

!?

 테루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지만,

「안 되데이제대로봐야 하니께

 케이가 양팔로 억눌렀다병 직후--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특수하지만--의 몸으로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고허무하게 옷이 벗겨졌다.

 케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캐미솔 정도는 입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입지 않았었다그러나 그녀가 놀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시선이 어느 한 점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그것은배 한가운데배꼽이 있어야 할 장소지방이 부족한 하얀 피부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케이는 눈을 깜박였다착각이 아니다 거기에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

 평평한 복부에정확히 장보다 조금 작을 정도의 정방형이 그려져 있다잘 보면피부에 먹혀 있다말하자면 도랑이다.

 정방형 안쪽좌측 모서리 중간 부근에도 작은 직사각형이 있고거기도 도랑이 있다그러나 그 직사각형만은 주변 피부와는 질감이 다르다인간의 피부가 아니다뭐랄까밥솥의 개폐 버튼이 같았다.

「테…… 테루씨이거--

 그렇게 말하고 테루의 얼굴을 보았을 때였다케이는 깜짝 놀랐다테루의 팔을 잡고 있는 자기 왼손거기로 전해지는 체온이어느 새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맥을 잡아 본다그러나--

「테루씨……

 맥이 다시 사라져 있었다갑작스러워 패닉을 일으킬 것 같다하지만…… 어째서? 이것은 도대체?

 무의식 중에오른손이 멋대로 테루의 배에 닿아 있었다직사각형에 손가락을 대고 힘을 가한다반응이 있다직사각형은 피부 안에 들어가다가 어느 정도까지 가자찰칵이라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놀라 무심코 손가락을 떼어 놓는다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이제부터였다이번에는 정방형이오른쪽 말고도 다른 변이 약간 떠오른 것이다.

 흠칫흠칫피부와 정방형 틈새에 손가락을 넣는다망설이기는 했지만무서운 것을 보고 싶은 것 같은호기심이 이겼다결심을 굳히고문을 여는 듯한 요령으로 배를 열었다.

「…………」

케이는 말문 막혔다거기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었다. ……아니결코 내장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그것을 상정했다면 열지도 않았다단지막연하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실제로 보게 되면역시 현실에 근거한 사고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다. ……아니오히려,현실적인 사고를 해서 이상해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복부 안에 있던 것은 내장이 아니라잘 알 수 없는 기계 종류였다잘 모르지만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이것은 인간의 몸이 아니다인체에 기계를 이식하는 것은 페이스 메이커를 시작으로 확실히 선례가 있지만힐끔 봐도 이것은 그 정도를 넘은 거다.

 배의 뚜껑 부분을 보고케이는 뭔가 쓰여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Jandroid Prototype T-EL Hirose Group

 

 

「『T-EL……테루……?

 그것은「미야나가 테루」를 말하는 걸까

 이제뭐가 뭔지 모른다케이는 머리를 싸맸다역시 이것은 꿈은 아닐까테루가 병원 앞에서 쓰러진 것도있을 수 없는 상태에서 소생 한 것도그녀의 배 안에 기계가 차 있는 것도그렇다면 설명이 된다꿈이면 빨리 깨었으면 좋겠다테루의 배를 열어 그 안을 관찰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무서운 구도가 머리 속에 스치자케이는 그러기를 바랐다.

 ……아아그런데도.

 이상하게도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이 있다-- 희미하게 그렇게 느끼고 있다.

 즐겨서 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다만무엇을 해야 할까그런 사고가 새로운 지침을 내세우며몸을 움직이려 한다안절부절 못할 것 같다.

 결국 케이는그 충동을 거역할 수 없었다가져온 쿠키를 하나 꺼내적당하게 자른다그리고 그것을테루의 입 안에 넣었다.

 조각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다조금씩 넣다가, 5개째 테루의 몸이삐그덩움직였다물러나서,  상태를 지켜본다지금도 열려 있는 배 안에서 전자음이 희미하게 들린다그대로 잠시 후테루는 다시 눈을 떴다.

「테루씨……

 부르기는 했지만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더는 말할 수 없었다테루는 자기의 배가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지만아무 말도 하지 않고 뚜껑을 닫고 옷으로 숨겼다.

 그리고,

「과자있어……?

 라고 임종이 다가온 환자처럼 가냘픈 목소리로그렇게 말했다.

 

 

??

(4)

 

 

 가져온 과자를 모두 평정한 테루는침대 구석에서 의기 소침하고 있는 케이를 바라 보았다.

「케이」

「……네」

「봤어?

 잠시 동안 침묵하는 케이그러나 이 상황에서 발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네……」

 솔직하게하지만 무거운 말투로케이는 대답했다.

「그래」

 그 후테루도 입을 닫고눈을 감았다그 모습을 곁눈질로 엿본다무표정하지만어쩐지 그림자가 진 것 같아 보인다병실에서 혼자나른한 눈으로 밖에 있는 시든 가지를 바라보는 듯한 얼굴하지만 그 눈동자는 닫혀 있다눈시울 뒤로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잠시 후 테루가 조용히 눈을 뜨더니,

「……어쩔 수 없네」

 살며시그런 말을 했다.

 침대에서 물러나려고 하기에케이는 당황해서 만류하려고 한다.

「테루씨아직……

「이제 여기에 있을 수 없어」

「그래도」

「거기에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이를 두고 테루는 침대에서 일어나몇 발자국 걷더니거기서 뒤를 돌아 케이를 바라 보았다그리고작은 결의를 담은 목소리로이렇게 말했다.

「……지우지 않으면 안 돼」

 케이는 무심코 숨을 감추었다.

「미안케이에게 원한은 없지만」

 테루의 오른팔이 갑자기 드릴 회전을 시작하더니--

「그래도 알려진 이상지우지 않으면 안 돼」

 맹렬한 회오리 같은 기류를 팔에 감으며케이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테루가 오른 팔을 당긴다공기의 흐름이 바뀌고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그제서야케이는 겨우 제 정신을 차렸다테루가 주먹을 내민다떨어지듯이 침대에서 피한다다음 순간--

 격렬한 굉음과 돌풍이 케이를 덮쳤다.

 그러나 아프지는 않았다명중은 피할 수 있었다반사적으로 감은 눈을 뜨자시야에는 깃털이 꽃보라처럼 춤추고 있었다저 너머에서 보이는 테루의 모습옆 얼굴그 눈동자가 움직이더니케이를 번뜩 노려본다--

「――!

 당황해 하면서 케이가 달리기 시작했다넘어질 듯이 방에서 뛰쳐나온다그 뒤에충격음이 귀에 닿았다복도를 달리면서 뒤를 봤더니테루가 주먹으로 문을 부슨 것 같았다.

(테루씨 정말로 내를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나……? )

 그러자() ,  아직도 남아 있는 희망을 긁어 지우는것 같이 배후로부터 목소리가 날아 온다.

「――기다려!

 등골이 오싹해졌다균형이 무너질 것 같은 것을 어떻게든 유지했지만손발이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다숨이 찬다괴롭다. ―― 1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2단씩 뛰었고 마지막 5단 정도는 뛰어내렸다그러나 실패했다착지와 동시에 다리가 저린다뒤에서는 여전히 발소리가무모하게 다리를 움직였지만그런 상태로 걷는 것은 무리다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뒤에는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어떻게든 내려가서 뒤를 바라 보니테루가 계단을 걸으려는 참이었다오싹해서 한번 더 달리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프다울 것 같지만 현관을 목표로 달린다밖에 나가면밖에 나갈 수 만 있으면바로 병원이 있다사람이 많이 있다도움을 부르면 누군가 와 준다그런 생각으로 계속 달린다멈추면 두 번 다시 달릴 수 없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테루가 원활하게 추적할 수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이대로 방에 숨을까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상대는 벽도 깰 수도 있는 완력이 있다방구석에서 몸을 웅크리며 파괴음을 듣는 것도 정신적으로 무리이고애초에 발을 멈추면 바로 죽는다는 것이 케이가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현관에 도착하자 겨우 냉정해졌다다리를 감싸면서 밖으로 나온다병원 뒷문은 바로 저기다이제 사람을 부를 수 있다아픈 다리에 힘을 담아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디려 했다. ――그 때.

!

 뒤에서 굉장한 돌풍이 케이의 몸을 덮쳤다다리가 꼬이고 몸이 휘청거린다쓰러졌다바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

 ……다리가.

 다리가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곧이제 곧 인데--

「포기해」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몸이 조금씩 떨린다추운 것도 아닌데 체온이 사라져 없어진 것 같다그런데도 돌아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목만이 움직였다.너무나도 어색하게조금만 더 힘을 가하면 끊어질 듯한 움직임으로--

「미안해케이」

 테루가 다가온다오른 팔에는 변함없이 맹렬한 회오리가.

「――포기해」

그 팔을 저으며그녀가 달리기 시작한다

――죽는다죽어 버린다그 생각만이 든다그렇지만움직일 수 없다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눈도 움직일 수 없다케이의 시야에서 테루의 상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광선이 번쩍였다.

 

 

 (5)

 

 

 반사적으로 눈을 감은 케이는순간 날카로운 금속음을 들었다.

 질풍이 휘몰아쳐 케이의 머리카락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그 바람은케이의 얼굴 바로 정면에 맞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주뼛주뼛 눈을 뜬다멍한 시야그 가운데에--

 거기에누군가가 서 있었다.

 눈을 크게 뜬다바람에 흔들리는 장발어둠 속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칠흑.

 확실하게 있었다빛을 반사 받으며아름답게 빛나고 있는그것은--

「괜찮은 건가케이」

 어깨 너머로 여기를 돌아 보는 그 얼굴깊은 보라색 눈동자. ……아아어째서…….

「……사토하씨……

 거기에 서 있던 것은일본도를 들고 있는 츠지카이토 사토하였다.

「어째서이런 곳에……

「……」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테루는 바로 앞에 있는 테루를 바라 보았다.

「미야나가도대체 어떤 일이야?

「……」

「나에게는 네가 케이에게 덤벼 드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

 테루는 입을 다물었다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어이케이 어때?

「엣아아그렇습니데이」

 대답하고 나서 케이는조금 전까지 테루가 했던 말을 생각해 냈다.

「그렇지만왠지 『어쩔 수 없어』 그런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사토하는 다시 테루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하는데너는 할 말 없어덮친 이유에 대해서」

「아그것은--

 케이가 말하려고 하기 전에테루가 먼저 말했다.

「대답할 수 없어」

 테루의 눈초리가 험해진다.

「사토하에게 들킨다면사토하도……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나서단언했다.

「――지울 수 밖에 없어」

 그 말을 듣고사토하가 칼을 휘두른다.

「그렇다면그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상대를 해볼까」

 다음 순간두 사람은 충돌했다조가 주먹을 내밀면사토하가 그것을 칼로 흘린다그때 마다 불꽃이 나오고금속음이 울린다주위를 휘몰아 치는 폭풍 때문에 칼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아사토하는 아무래도 방어 일변도가 된다그것을 알아챈 듯이 테루는 차례차례 공격을 계속 한다테루의 일격의 무게는 알고 있기에 주의하면서 방어하는 사토하였지만그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칼을 휘두르는 것이 방해되지 않는 풍향이 되었다.

「――하앗!

 테루의 주먹을 튕기자마자사토하는 칼을 휘둘러 배었다.

!

 그것을 눈치챈 테루가순간적으로 팔을 치켜든다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바람 때문에,

「――!?!?

 ……사토하의 스커트가 올라가 버렸다.

「아…… 검정」

 속옷색은 케이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레이스…… 사토하씨꽤 섹시하게 입는데이)

 하지만테루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순간의 틈을 노려 칼을 튕겼다.

「아차--

 그 충격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져 쓰러진 사토하그 머리에 테루의 주먹이 날아가려고 할그 때.

「――이제 그만 두레이! 내를 위해 싸우지 말레이!

 갑자기 나온 말에과연 테루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사토하와 둘이서,

「너(케이때문이 아니야!

 라고 같이 소리를 질렀다케이가 웃기 시작했다멍한 얼굴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었지만그 타이밍이 또 동시였기에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테루도 사토하도 기세가 꺾여전투를 계속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테루는 팔을 내리고바람도 거두고 포기한 듯이 말했다.

「역시 나 두 사람을 때릴 수 없어」

「아니때리려고 했잖아」

「뭐그건 됐다고 치제이 커뮤니케이션은 우선 대화부터라고 누가 말했고 말이제-

 또한 눈물을 띄우면서 웃고 있었던 케이였지만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차분하게지금까지에 이른 경위를 사토하에게 설명했다.

「……………………」

 사토하는 뭐랄까완전 바보 취급하는 듯한 표정이었다어쩔 수 없기에 테루에게 보여달라고 했더니이마에 주먹을 대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테루씨의 정체는 결국 뭡니꺼?

 우선 사토하는 두고 테루에게 물었다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대체로 짐작은 가지만본인의 입으로 듣지 않으면 역시 납득할 수 없다.

 테루는 순간 주저하는 듯했지만다짐을 했는지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마작용 안드로이드 『쟝드로이드』 시험 제작기정식명칭은 『T-EL거기서 테루라는 가명을 만들었고인간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리고 있어」

「쟝드로이드……그런 물건은 들어 본적이 없지만시험 제작기라고 한다면 수긍은 가」

 실제로 봐서 일까사토하는 어찌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동력원은 과자그러니까 과자가 끊어지면 에너지가 끊어져 움직일 수 없게 돼」

「아! 그래서 내가 과자를 넣자 부활했구마」

 고개를 끄덕인 테루는자기가 어째서 아라카와 병원 앞까지 도착했고그리고 왜 쓰러졌는지 꽤 비장한 말투로 설명했다.

 하지만 케이는 납득이 되지 않았는지,

「으응―? 그렇지만시라이토다이의 숙소는 여기서엄청 멀다 아이가? 헤맨다고 해도 무리가 있는데……

 라며 의아에 했지만사토하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것을 부정한다.

「아니…… 이 녀석 방향치는 인간의 상상을 넘어그 정도라면 이상하지 않아」

「아혹시」

「아아……둘이서 만날 때라든지」

 납득은 했지만그거하고는 별개로「둘이서 만날 때」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그렇게 애매하게 말하면마치 둘이서 데이트 하는 것을 숨기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사토하씨도 연락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왔습니데이?

「엣……」

 무심코 심술궂은 말을 해버렸다사토하는 의표를 찔렀는지분수에 맞지 않게 동요했다.

「혹시 처음부터 다 본 거 아닙니꺼?

「아아니……

「실은 내를 놀래키려고?

「그그렇지 않아!

「그럼 어떤 이유로?

 큭말문이 막혔지만횡설수설 대답은 한다.

「우우연이야아니미야나가가 이 근처를 걷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헤에-

「정말이야」

「그럼그런 것으로 해둡니꺼……

「어이정말이라니까」

「그래서우리들을 죽이려고 한 것은?

 사토하를 무시하고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그러나 바로 그 본인은 그 질문을 듣고 놀라고 있다.

「『죽이려고』……?

「에?

 두 사람이 엉뚱한 소리를 냈다.

「아니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 아닙니꺼?

 터무니 없다라고 말하려는 듯이 테루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단지머리에 강한 쇼크를 주면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해서」

「…………」

「……『지운다』라는 것이 『기억을 지운다』 였습니꺼……

 케이와 사토하둘은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아무튼…… 이거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건 곤란한 거 아닙니꺼?

「응사실은 두 사람에게도 말하면 안 되지만……

 눈을 치켜 뜨고 보면서 둘을 바라보는 테루를 보며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세 사람만의 비밀로사토하씨도 괜찮제?

「아아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약속한다」

「케이…… 사토하……」

 케이는 생긋 웃으며새끼 손가락을 세웠다.

「약속새끼손가락 걸기!

「응」

 테루도 고개를 끄덕이고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나도 해야 하나」

 그리고둘의 시선을 받은 사토하도 마지못해 새끼 손가락을 얽는다.

「약속새끼손가락 걸기거짓말 하면 바늘 천 개..

 이상한 형태로 얽힌 새끼 손가락을 떼고셋은 각자 웃었다.

「……바늘 방석은 먹을 수 없을 거 같지만포키가 천개 박힌 케이크라면 먹을 수 있어」

「엉망이야」

 그런 평소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케이는 웃으면서 바라 보았다.

 

 

 

(에필로그)

 

 

 인터하이가 곧 멀지 않는 7월 중순.

 케이는 나라현 대표 아치가 여고 마작부를 맞이했다.

 레벨 업을 위한 특훈이라는 것으로 그녀들과 대국했지만고교생 마작계에서 유명한 케이를 앞에 두고 흥분했는지휴식 중에 다양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리고 작년의 인터하이가 화제가 되었을 때,

「아라카와씨는 챔피언과 싸웠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눈을 빛내면서 묻는 사람은 아치가 대장 타카카모 시즈노건강하고 귀여운 아이이네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어쩐지 장난치고 싶어져서.

 케이가 말했다.

「미야나가 테루는사람이 아니레이」

 뭔가 의미 심상한 미소를그 얼굴에 띄우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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