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5. 23:27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 팬픽은 마이 스페이스 속편입니다.

http://remi0aisis.tistory.com/entry/%EB%A7%88%EC%9D%B4-%EC%8A%A4%ED%8E%98%EC%9D%B4%EC%8A%A4




구원의 벚꽃

 



 

 

(*)

 

 

 맑게 개인 하늘 위에서눈 같은 흰색 조각들이 팔랑팔랑 춤춘다내밀어진 작은 손바닥 위에 그것은 떨어지고그 작고 귀여운 눈동자로 바라본다.

 새하얀 색이라 생각했었던 그것은술에 취한 뺨 같이 은은한 빨간색이 들어간조개 같이 완만한 선형내밀어진 손바닥 위로두 개세 개 떨어진다고개를 들자하늘 위로 펼쳐진 나무 꼭대기빽빽한 꽃잎이하늘을 가리고 있다.

 무녀 옷을 입은 소녀가 있는 곳은 벚꽃나무 아래나무에 기대어 다리를 핀 채 앉아 있다히하카마(무녀복 바지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감촉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서도저히 맨 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나무 밑에는 꽃잎이 쌓여연분홍색 융단을 만들고 있다좌우로 눈을 돌리면그것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은벚꽃 가로수로길 양측에 정연하게 나무가 줄을 서 있고각각 꽃잎을 만개하고 흩뿌리고 있다그것이 눈 같이 쌓인다손가락으로 찔러 보아도 지면에 닿지 않는다한 번백의의 소매를 어깨까지 걸고는 팔을 넣어 보았지만그래도 지면에 닿지 않는다.

 ――여기는 도대체무엇일까.

 산 속 깊은 키리시마 신경그 저택의 뒷문을 나와 숲 속으로 들어가 걸어서 도착한 곳그러나 일정하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5분도 안 되어서 도착할 때도 있다혹은아무리 걸어도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그러다가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 하면다음 한 걸음으로 도착하기도 했다.

 이 장소는 도대체 무엇일까평소 쓰지 않는 뇌를 열심히 굴려도결국 알 수 없었다. (이상한 곳……) 단지 그렇게 생각할 뿐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다시 둘러보면역시 이상한 장소다나무 사이는 안개가 걸린 것처럼 뿌여서저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그것은 하늘도 마찬가지여서밖으로 나갈 때 아무리 맑게 개인 날이라도여기에 오면 바로 흐려진다쏟아지는 꽃잎 탓에 설경 같다하지만춥지 않다그렇다고 더운 것은 아니고습도도 낮은 것도 높은 것도 아니다모든 것이딱 좋다.

 좌우길 입구와 출구에도 안개가 끼어 있어저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잘 보이는 것은 나무들로 포위된 길굳이 말하자면 긴 직사각형일까그 안 뿐이다.

 의아해서나무들 사이에서 나간 적이 있었다그러면 그곳은 보통 숲이었다나무가 하늘을 가려 어슴푸레한울창한 숲안개도 없었다돌아 보면벚꽃 가로수로는 사라져 있었다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으로 가는 도중또 가로수로에 돌아왔었다정말로모르겠다.

 다만모르긴 해도여기는 마음이 편안해진다새소리도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소리도 없다꽃잎이 떨어질 뿐인 온화한 장소쭉 여기에 계속 머물고 싶지만,그럴 수도 없다그녀는 신경을 시중드는 무녀로서의 일이나 수행을 해야 한다휴식 시간에 살짝 빠져 나온 것이니까있을 수 있는 시간도 그 잠깐뿐이다.

 그렇지만이 장소에 오더라도 그녀가 딱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춤추며 떨어지는 벚꽃잎을 단지 멍하니 바라볼 뿐달리 한다고 해도좋아하는 흑설탕을 먹는 정도다.

 오늘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소녀는 천천히 왼손목을 바라 본다손목시계를 보면휴식 시간도 슬슬 끝날 무렵 한숨을 쉬고 일어선다또 그 장소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마음이 무겁다.

 벚꽃 융단 위를 걸으며 입구로 향한다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가볍게 가라앉아발바닥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숲의 부엽토도 부드럽지만이 정도는 아니다.

 안개에 싸인 입구 앞에 서고는문득 뒤를 돌아 본다반대쪽 출구도 하얗게 서려 보이지 않는다평소대로인 풍경. ――소녀는 언제나그렇게 출구를 바라 본다그리고 뇌리에이 모습을 새긴다.

 지난날의 기억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는그녀 말고는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희미한그 상냥한 미소--

 작게 머리를 흔들고는소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안개 속에 들어가 몇 걸음 걸으면그것이 개인다조금 전까지 경치가 거짓말인 것처럼울창한 숲이다.

 걸을 때마다소녀의 버선에 붙어 있었던 벚꽃잎이 떨어진다마치 이정표처럼 점점이 이어지는 그것은나무들의 흔들림과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팔랑팔랑 흩날린다마치생명을 얻은 것처럼.

 

 

 

(1) 하루

 

 

 높이 솟아 오른 봉우리가 회색 하늘을 찌른다암석 같은 하늘에는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빛의 띠가 새겨져 있다우뚝 솟은 산은 어슴푸레한 곳에서 검디검은 그림자가 되어엄숙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그 정상에당당한 자태를 드러내는 신경 본전이 있다.

 하루는 그 건물 가장자리에 서서경치를 바라보고 있다.

 머나먼 저편에는 안개가 끼어 있다그 속에서 푸른 능선이 완만하게혹은 급격하게 능선을 그린다정상 부근 바위 산에는 식물은 보이지 않고참배길이 뻗어있다.

「하루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하루는 뒤를 돌아 보았다조금 멀리 안개가 끼어 있다.

「그런 곳에 있으면 위험해」

 도저히 13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침착한 음색으로그녀가 말한다멀리서 말을 걸어준 것도 하루를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대범하고 의젓한 미소는 앳되지만행동거지나 분위기는 이미 완숙하다.

「미안합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아그래도 조심해」

 카스미가 살며시 웃었다.

「이제 쉬어도 좋아」

 ――하루는그 미소가 싫었다.

 

 

   ☆

 

 

 이와토 카스미는, 6선녀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6선녀 라는 것은이곳 키리시마 신경의 공주를 시중드는 여섯 명의 무녀를 일컫는다.

 그리고 키리시마 신경이라는 곳은…… 실은잘 모른다.

 하루는 어렸을 때부터 6선녀 중 한 사람으로 뽑혔기에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날 까지는.

 일년 전 설날하루는 사촌인 카이노 요시코를 만났다그녀는하루의 어머니의 여동생--즉 숙모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것을 따라 온 것이었다그리고 하루와 만나 이야기를 했다그녀의 신상에 대해

 숙모는 젊었을 무렵외국인과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낳게 되었다그러나 그것은 신경을 시중드는 혈통으로서는 금기였던 것 같다그 때문에 숙모는 혈족에서 추방 당했고에히메로 가서 딸을 기르게 되었다그것이 하루의 사촌인 요시코그녀는그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딱히 그녀는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그러나하루으로서는 뭔가 걸리는 말이었다.

 이곳 키리시마 신경이 어떤 장소인지 아무리 하루가 어려도 알게 모르게 이해하고 있었다인습에 얽매여 불합리한 압력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그러나알고는 있었지만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런 곳에서 자랐으니,  「그런 거다」라고 납득했었기 때문이다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하루는 자기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신경은그 성격에 의해 둘도 없는 자기 사촌을 추방한 장소그것을 알지 못했었고지금까지 편히 살아 온 곳이라고요시코와 헤어진 후,하루는 당분간 그 생각으로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지금까지 쭉 여기서 지냈기에달리 말하자면 속박되었기에그것을 벗어나는 것은여기서 태어난 이상 곤란할 것이고아이 혼자서는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하다애초에 그녀가 신경을 떠난다고 해서요시코의 입장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결국죄악감을 쓸어 담으며하루는 그대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

 

 

 집으로 돌아가 손목시계와 흑설탕 봉투를 꺼내고는나가려고 하자또 다시 뒤에서.

「하루짱어디로 가니?

 부드러운 음색에 하루는 몸이 굳었다흠칫 거리며 뒤를 돌아보자차분히 미소 짓고 있는 카스미가 있었다안 좋을 때 들켰다고내심 탄식한다.

「……잠깐밖에……

 카스미는 미소를 지은 채조금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다.

「밖이라면숲에 들어가는 거니?

「……네」

 하루가 고개를 숙인다그녀는 변함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데도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어떻게든 변명을 찾으려고 하지만눈도 돌아 버릴 것 같다.

 잠시 후카스미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숲은 길을 잃기 싫으니까조심해」

 하루가 고개를 들었다설마 허락해줄 줄은 몰랐다.

 그러나아주 조금 표정이 밝아진 하루와는 대조적으로카스미는 여전한 표정이다.

「――알겠니? 절대로길 잃어 버리지 말아줘」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

 

 

 숲에 들어가 잠시 동안 걷자주위가 희미해졌다평소 일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걷자,  갑자기 개이고 시야가 열렸다벚꽃 가로수로에 도착한 것이다.

 부드러운 꽃잎 융단을 밟으며 만개한 벚꽃에 눈을 돌리면서왼쪽에서 4번째로 있는 나무에 다가간다좌우 양측에 7개씩 있으니까그것이 좌측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다그 나무 아래가 하루의 특등석이다여하튼그녀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지만.

 앉아서 나무에 기댄다짚신을 신고 산에서 걷는 것은 솔직히 힘들다버선은 쉽게 더러워지며나무 밑에 있는 잡초에 걸려 망가질 때도 있다통학용 스니커즈를 신고 싶었는데저택 현관에 있는 그것을 가지러 가고 싶어도남의 눈이 있어 꽤 고생스럽다.

 약간 거칠어진 숨을 정돈하고위를 올려다 본다.

 벚꽃이 지는 것이예쁘다.

 그것이 쌓여서 이 융단을--지층을 만들고 있다정말 예쁘겠다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그 본연 자체가 아름답다「변함없다」라는 것 때문.

 그러니까눈을 감고 있어도 이곳은 기분 좋은 장소이다아무것도 보이지 않고아무것도 들리지 않는그럼에도 아름답고기분이 좋은 곳.

 나무에 기대고 있었던 머리를 이동시킨다머리는 호를 그리며 지면에 닿는다부드러워서충격은 없다다리도 피고위를 향해 누웠다체중만큼꽃잎층이 가라앉는다마치 누군가에게 껴안기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있으면 뇌리에 떠오른다공주님을 시중드는 것을 하루에게 타이르는 모친의외로 나이가 가까워서 놀란공주와의 첫 대면다른 선녀들과의 대면.같은 혈연이라고 들었을 때 가슴이 크게 울린 것옛날에는 천진난만했던 카스미모두와의 수행어른스러워지는 카스미의 미소일년전 설날요시코의 미소둘이서 올려다 본그 일그러진 달--

 가슴 속엣차츰차츰 무엇인가가 울컥거린다.

(만나고 싶어……)

 몸이 뜨거워진다그 때이마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눈을 떠 보니춤추며 떨어진 벚꽃잎이었다.

 다시 눈을 감는다하나둘 떨어진다체온이 빼앗기는 것 같아 나른해졌다.

 

 

 

 

(2) 요시코

 

 

 요시코는 산을 걷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이미 황혼색이다겨울에는 해가 빨리 저문다이미 산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한 시간대지만그러고 싶지 않기에그녀는 무심히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

 아니무심하지 않다머리속은 혼란스럽다생각하는 것은 많은데생각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많아서안절부절 할 수 없어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행동만 보고 말한다면 무심했다.

 ――요시코이 학교는어떠니?

 가을어머니가 보낸 학교 팜플렛기숙사제 여고였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기에요시코는 쾌히 승낙했다애초에 그다지 이야기한 적도 없는 부모 자식이었지만어머니가 이혼하고 나서는 한층 더 심해졌다사실요시코는 그다지 까다로운 성격도 아니고어머니를 좋아했지만그것을 표현하고 싶어도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그것이 반대로 어머니를 괴롭히는 것이라는 듯이기숙사제 학교를 권유 받았을 때에는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합격 발표 날시험을 본 오죠인 여고는 굉장히 멀리 있고요시코는 학교에 가야 했기에어머니가 확인을 하러 갔다방과후「합격했어」라는 메일이 왔다.

 집에 돌아와혼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데어쩐지 쓸쓸해졌다석양이 비치는 낡은 단층집 거실빛 속에서 흩날리는 먼지가 마치 빛나는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그런 느낌이참을 수 없이 싫었다.

정신이 들었을 땐옷을 갈아 입지도 않고 집에서 뛰쳐나가 있었다집 뒤에 있는 산에 들어가마구 걸었다이제 누구에게도 발견되고 싶지 않다그러나 생각해 보면어머니가 찾으러 와줄 리도 없었다애초에 이미 이혼까지 했고피가 이어진 요시코마저 없으면 친가로 돌아갈 수 있다방해만 되는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자요시코는 심히 낙담했다.

방해가 되었기에그래서 기숙사제 고등학교로 보내 버리고자기는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설마라고 생각하지만있을 수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실제로 자기 존재가 방해가 되는 것은 변함 없다.

(딱히 상관없잖아……)

 발을 멈추고눈을 감았다어두운 곳에서목이 따끔거린다.

(이제혼자서 살아가자……)

 고등학교에 있는 동안뭔가 기술을 익혀졸업 하고 일을 하자최대한 빨리 어머니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제일 효도일 것이다.

(……)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요시코는 걷기 시작했다결심한 직후치고는발걸음은 무겁다마치 망연자실하듯이비틀비틀 걸었다.

 그러다가앞에서 뭔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우아하게 하늘을 나는 하얀 나비였다.

 요시코는어쩐지 모르게 그 나비를 쫓았다집에 돌아가는 것도 귀찮았다정말로 생각 없는 행동이었지만어쩌면 그 나비에 매료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그 모습을 관찰하다가나비 날개가 새하얗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고 배추 흰색 나비처럼 검은 반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전체가살짝 붉다몇 백배나 희석한 것 같은 희미하한 다홍색연분홍색라는 말이 어울렸다.

 그리고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요시코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주변이 흰색으로 되어 있었다.

 무심코 시선을 돌려주변을 둘러보았다전후좌우모든 곳이 자욱하다설마산불일까당황해하면서 손수건을 꺼냈다왔던 길로 돌아가려고 했지만어느 쪽이 왔던 방향인지 알 수 없다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여기에 머물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어쨌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연기는 개이지 않았다오히려 더욱 더 진해졌다발화점에 다가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방향을 바꿔도 변화는 없었다한 번 멈춰 서서 봤지만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확실히 오리무중이다서서히 연기가 나무마저 덮쳤다.

 몰리고 있다어느 새인가 둘러싸여이미 늦었다도망갈 장소가 없다이대로는 속수무책--그것만큼은 싫다한번 더더러워진 스니커즈에 힘을 싣는다.

 그 때다음 순간시야가 열렸다.

 

 

   ★

 

 

 요시코는 발을 멈추었다어깨로 숨을 쉬며눈앞에 있는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뭘까이곳은.

 그곳은벚꽃 가로수로였다전체적으로 색채가 부족한 인상이었지만나무들 사이를 보고 납득했다거기에도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어흰색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단지 이상하게도길 한복판으로는 들어 오지 않는다가로수로 안은 선명해서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다연기를 직사각형으로 도려낸 것 같은 형태인 것 같다.

 길의 폭은 10미터 미만 정도넓다그러나 깊이는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길다란 길이다그 양측에 나무가 7개씩 서로 마주 보며 서있다나무는 각각 정말로 컸고꽃도 많이 피어 있다품종도 한 종류가 아닌 것 같다벚나무처럼 꼭대기가 하늘로 향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버들 벚꽃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들은모두 만개한 상태였다아직 2월인데도확실히 겨울 벚꽃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개화 시기는 1월말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늘에는 끊임없이 꽃잎이 흩날리고 있고길은 그 떨어진 꽃잎들로 덮여 있다길 저 너머에는 안개가 끼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그러다가무언가 보였다.오른쪽 4번째에 있는 버들 벚꽃 뿌리연분홍색 길 위에다른 색이 섞여 있다선명한 빨강과 초록과--살색.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처럼 보여요시코는 다리를 들어 올렸다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위화감을 느꼈다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부드럽다발 밑을 보면 스니커즈가 가라앉아 있었다소름이 났다허리만 살짝 숙여 지면 위로 떨어진 꽃잎을 살펴 본다.  그 아래도 꽃잎이었다그 꽃잎을 손으로 집고던져 보았다연분홍색이 춤춘다한번 더발 밑을 바라 보았다.. 있는 곳은또 꽃잎이었다.

 식은 땀이 났다뭘까이곳은고개를 들자 한없이 떨어지는 벚꽃꽃잎그것이 쌓인 건가어떤 환상일까…….

 환상그 이외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다시 살펴보니이곳에는 소리가 없다단지 벚꽃이   바람을 타고 떨어지고 있을 뿐보통꽃은 떨어지면 죽어흙으로 돌아간다그럼에도 이 장소에서는 그렇지 않다죽음이 없는 생은 과연 생일까요시코에게는이 벚꽃이 어쩐지 두려워졌다마치 이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난 곳 같다어쩌면 자기는 이미 죽어서천국이나 아니면 다른 곳이 아닐까그녀는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우선--저기 쓰러져 있는 사람 그림자 같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자그렇게 결심하고요시코는 걷기 시작했다.

 

 

 

(3) 하루

 

 

 갑자기 의식이 떠오르고온 몸에 감각이 소생한다.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몸에 영혼을 되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로서는 관할 밖이라 잘 모르지만신경의 공주와 카스미는 공수를 한다신령을 몸에 빙의 시켜그 힘을 사용하거나 신탁을 받거나 한다.

 자기의 몸을 타인에게 명도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공주의 경우 그녀의 의식이 「잔다」 「일어난다」라는 듯하지만카스미의 경우는 어떨까.

 본래대로 라면카스미는 공수를 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나공주에게 내리는 신령들 중 하나그녀에게 부담이 되는 「무서운 것」을 대신 받기로 하고방법을 체득했었다공주와 피가 가까운 인간 밖에 할 수 없다고 하니오히려 그것만을 위해 신경에 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이 5 년 전그리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카스미는 점점 변했다분위기는 세련되어졌고, 6선녀의 통제역으로서 어른스러워졌다달리 말하자면신경의 색으로 물들어졌다그것은 어른의 손에 의해 바뀐 것이 아닐까하루는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아무튼하루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아이이니까어른의 비호 하에서 밖에 살 수 없는 약한 존재이니까그렇게 아무 것도 못한 채어느덧그녀가 싫어하는 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요시코짱……)

 빌듯이그녀는 생각했다.

(한번 더만나고 싶어……)

 그 때였다완전히 소리가 없던 세계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루?

 

 

   ☆

 

 

 눈을 뜨자버들 벚꽃이 보였다흐린 하늘에서 하얀 얇은 그림자가 떨어진다그대로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 보았다.

「……살아 있어?

 봄은 눈을 깜빡였다어쨌든그 광경을 받아들인다.

「하루……지?

 그리운 목소리몇 번이나 뇌리에서 재생한 그 목소리.

 그리고그리운 얼굴쭉 생각했던 그 얼굴.

「요시코짱……

 하루의 얼굴을 엿보는 듯이 서있던 소녀는다른 누구도 아닌 카이노 요시코.

「꿈……?

 아직도 믿을 수 없어그런 말이 나왔다.

「역시 꿈이야」

「……아마아니라고 생각해……

 머리를 갸웃거리는 요시코하루가 상체를 일으키자몸 위에 쌓여 있던 꽃잎이 뿔뿔이 떨어졌다.

「어째서……?

「응?

「어째서여기에 있는 거야……?

「여기?

「신경……」

 요시코가 눈살을 찌푸린다.

「신경? 카고시마의 키리시마 신경?

 고개를 끄덕이자요시코는 더욱 「잘 모르겠어」라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에히메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카고시마야?

「응……

「……노 웨이」

「그럼…… 카고시마라고 할까……

 6선녀나 공주는 카고시마현에 거주하고 있지만신경이라는 곳은 그곳과는 조금 다른 장소에 있다구체적으로 말하자면전세계 어느 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장소단 그것은 신경을 시중드는 인간 및신경측 안내를 받은 인간에 한한다요시코는 일족의 혈통을 잇고는 있지만 시중을 드는 것은 아니니까아마 후자일 것이다.

(내가만나고 싶다고 생각해서……? )

 우선 그에 대해 설명했더니요시코는 한번 더 「노 웨이」라고 중얼거렸다하지만바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튼……하루가 여기 있으니까…… 리얼리일지도」

 그렇게는 말을 했지만아직 반신반의하는 듯 하다그런 요시코를 바라보는 하루도 마찬가지로 반신반의하는 중이다정말로 현실일까아니꿈이 아니기를…….

「신경은 항상계절에 관계없이 벚꽃이 피어?

 하루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여기만……」

「……『여기』?

 요시코가 주변을 둘러본다만개한 벚꽃 가로수로.

「그럼,  『여기』은 무엇?

「신경의 숲 속……

 거기까지 말하다가 말문이 막혔다하루도이 장소가 현실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어쨌든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가지각색이다. 30분 이상과 5분 미만이라는 체감 시간도 그렇고언제나 같은 루트를 걷는 것도 아니니까 거리 문제도 아니다.

「나도잘 몰라……

 결국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요시코는 단념한듯이 한숨을 쉬었다하루와 마찬가지로벚꽃 뿌리 위에 앉았다.

「하루는 여기에 자주 오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요시코 옆에 앉았다확실히 존재감이 있다진짜 조금 옆그녀가 있다뭉클거려가슴 한 쪽이 쑤셨다.

「신경에는이런 스트레인지한 장소가 많이 있는 걸까……

 스트레인지는 무슨 뜻일까하루는 생각했다요시코는 부모 중 한 분이 외국인이라서 일까때때로 이상한 말을 한다하루가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어쩐지온 세상을 돌아 다니는 여행자 같다.

「……바다도 있어……

「바다?

 3년 전 여름공주와 6선녀 모두가 바다에 갔던 적이 있었다저택 정문에서 나와 산을 지나자,  갑자기 울창한 숲이 열리고거기에는 해변이 퍼져 있었다맑게 갠 푸른 하늘과 그것을 비추는 듯한 깨끗한 바다조용한 해안에 울리고 있는 물결 소리「신경의 바다」라고 카스미가 가르쳐 주었다그 때의 카스미는아직 아이 같았는데.

「의외로 가까워서놀랐어……

「보이거나 하지 않아? 여기도 그렇지만바다가 펼쳐져 있는 경치라든지」

 하루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본전은 산 정상에 있지만……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아……

 그것은 저택도 마찬가지다저택은 본전에서 꽤 멀지만잘 보이지 않는다경치는 안개에 전부 싸여있다.

「흐응……」

 요시코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이야기가 없어졌다하지만 불편하지 않다일년 전에도 그랬다두 사람은 말도 없이 달을 올려다 보며그 정적을 맛보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그 날둘이서 흑설탕을 먹었다.

「요시코짱……

 그것을 떠올리고가지고 있던 흑설탕 봉투를 내밀었다.

「먹을래……?

「아아그 때……. 고마워」

 한 알 입에 넣는 요시코를 보면서하루는 손목시계를 바라 보았다잊고 있었지만어느 새 깊이 잠들어 버렸다일도 있으니까 7시에는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돌아가는 길과 본전에 오르는 시간을 감안하면 6시에는 나가야 한다.

「지금 몇 시?

5시 50……

 지금은 2태양은 이미 완전히 가라앉았을 것이다숲 속으로 돌아가는 것은 곤란하지만가로수로를 나가 똑바로 걸으면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별로 문제는 없다오히려 요시코가 걱정이다그것을 생각했더니곧 그녀와 헤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우울해졌다모처럼 오랜만에 만났는데

「벌써 6시인데왜 이렇게 밝은 걸까……

 요시코가 하늘을 올려다 본다벚꽃 꼭대기가 하늘에 있는 균열처럼 뻗어 하늘을 숨기고 있다길 양측에 벚꽃이 있으니까 하늘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길의 폭이 넓으니까 한가운데 부근에서는 하늘이 보인다그러나 보이는 것은 항상 흐린 하늘그녀가 올려다 보는 지금 하늘도 그랬지만시간에 어울리지 않는다낮이면 모르겠지만밤이면 백야다.

「시간이 멈춘 거 같아……

 감탄 하는 듯이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신경의 숲은 언제나 이렇게 밝아?

 하루는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여기만……」

「흐응……돌아갈 수 있어? 밤의 숲은 데인져러스라고 생각하는데」

「괜찮아」

 그것을 듣고 요시코는 머리를 갸웃거린다조금 강하게 물었다.

「괜찮아? ……정말로?

「응……. 언제나 그랬으니까괜찮아」

「언제나 그랬다?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이지만……똑바로 걸으면 도착하니까……

 그렇게 말하다가하루는 카스미가 한 말을 떠올렸다.

 ――숲은 길을 잃기 쉬우니까조심해.

 그러나 하루는 그동안 혼자서 여길 오갔지만한번도 헤맸던 적이 없었다카스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하루를 신경에 옭아매기 위한 거짓말. ――아니만일 그렇다면 하루가 숲에 나가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그렇다면 그녀가 한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그럼」

 그렇게 생각하는데하루 옆에서요시코가 일어섰다.

「나도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4) 요시코

 

 

「벌써 돌아가는 거야……?

「이제 가지 않으면」

 그렇게 말하고요시코는 출구를 바라 보았다가로수로는 마치 연기에 포위된 듯한 형태여서 출구를 알 수가 없다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루는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하루가 입을 다물고고개를 숙인다.

「……아직 여기에 있고 싶은……니까」

「그래」

 매정하게 말하며요시코는 하루를 외면했다기분 나쁜 감촉을 느낀 채한 걸음씩 걷는데뭔가에 잡혔다하루가 옷을 잡고 있었다.

「……요시코짱」

 발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올려다 본 시야에벚꽃잎이 춤추며 떨어진다.

「괜찮아또 만날 수 있어」 그런 말을 하려고 뒤를 돌아 보았다하지만허를 찔려 요시코는 숨을 감추었다.

 가로수로에서 고요한 오열이 새었다하루의 몸이 떨린다.

「부탁해……」

 단지 그 말뿐그녀는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부탁해』……)

 그녀는요시코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

 꽃잎이 끊임없이 떨어진다마치두 사람을 숨기려는 듯이.

 

 

   ★

 

 

 일년 전하루와 만났을 때묘한 감회를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루의 어머니의 전 성은요시코의 모친과 같은 「카이노」다하지만 그녀는일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보다 신경의 피가 진한 타카미가의 신부가 된 것 같다.태어한 여자아이는 계획대로 선녀가 되었다그 경위를 알아서 였을까사촌여동생에 대한 이미지는 「경건한 교도」였었다반드시 윗사람들에게 교육을 있는 대로 받았을 것이라고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실제로 만났더니 그런 이미지는 완전히 뒤집어졌다신경에 용해되기는커녕오히려 떠 있는 것 같은그런 인상이었다.

 그렇기에자기 신상을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도착 전까지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애초에 사촌여동생과 만나서 이야기할 생각조차 없었는데도둘만 있게 되자알아서 말해 버렸다.

 그것은그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요시코는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결코 냉대 당한 것도 아니고요시코도 다른 사람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그럼에도 용해되지가 않았다주위에 진공을 두른듯한 이물감을요시코 자신도 자각하고 있었다하루의 첫인상이그런 자기와 비슷하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요시코는 어쩐지지금 하루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계절과 관계 없이 만개한 벚꽃계속 변함없이 지는 꽃잎시간이 멈춘 것처럼 밝은 가로수로이 압도적인 환상과 요시코가 헤맨 의미그것들은 하루의--그녀의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주저앉아 하루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 보았다.

「나는 가지 않으면 안 돼」

 숙인 얼굴에서물방울이 떨어졌다.

「하루도여기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고」

 그녀의 눈과 시선이 맞는다당장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그녀가 고개를 가로젓는다눈초리에 모여 있던 눈물이 진다.

「……하루」

 허리를 들어 하루의 머리에 손을 싣는다.

「……알지?

 하루의 몸이 순간 약간 떨렸다잠시 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시코도 고개를 끄덕이고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하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또만날 수 있어」

 ――다음에 만날 때는네가 행복해지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이마에요시코가 입맞춤을 했다.

 

 

 -----------------------


이 작가님 작품을 번역하면서 느낀 건데, 상당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십니다. 


작품 중에, 유우의 독백도 있고,  쿠로와 토요네가 꿈 속 사막에서 서로 만나는 것도 있고,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판타지는 아니지만 몽환적인 느낌을 상당히 많이 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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