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6. 1. 9. 23:08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 아이의 등 뒤

 


 

(1)

 

 

 ──잘 수 없다.

 칸나는침대에 누웠지만 몇 번이나 뒤척였다.

 귓가에 벌레 소리가 들린다온화했던 의식의 물결이 순식간에 얼고 날카로워진다무시하려고 했지만다시 한번 더바보 취급한 것 같은 소리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겨우 갔다고 생각하면마치 마음을 읽은 듯이 찾아온다그때마다 짜증나서잠을 잘 수 없다.

「아아정말!!

 벌떡 일어나서침대 옆에 있는 스탠드를 켰다등색 빛 속에벌레 그림자가 있었다양손을 친다손을 열어 보았지만모기의 시체는 없었다.

(젠장)

 머리의 뒤에 깍지를 끼며소리를 지르며 누웠다조금 전보다 의식이 또렷해진 것 같다가슴 안쪽이 따끔따끔 거려 화가 나다그것도 저것도──

(그 녀석……)

 오늘 저녁받은 메일「그 녀석」 특유의암호문 같은 메일같이 있었던 시노가 해석을 해주었다말하자면 「아이돌 데뷔가 정해졌으니까라이브 보러 오지 않을래?」라는 내용이란다일부러 보낸 것도 짜증났지만그보다──

 시노는 기뻐했었다그녀는 그런 인간이니까 딱히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칸나는 다르다.

(어째서──)

 어째서「이제 와서」그 녀석은꿈을 단념한 것이 아니었던 것일까.

 칸나는 그다지 다른 사람이 꿈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비뚤어진 인간은 아니다그러나「그 녀석」에 대해서는 예외다특별이랄까칸나 자신도 잘 모른다나는 그 녀석에게 무엇을 바란 것이었을까그 녀석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둘이서 만난 12년 전부터──

「……아―망할!

 가슴언저리를 쥐어짜낸다그 안쪽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이요동을 친다쭉 그랬다그 녀석에 대해서 생각하면언제나 언제나──

 안절부절 할 수 없어칸나는 침대에서 일어섰다청바지와 양말을 입고쟈켓을 껴입는다열쇠를 들고 스탠드를 끄고방에서 나왔다현관 신발장 위에 있는 헬멧을 들고집에서 나온다맨션 계단을 내려 가면서 헬멧을 쓰고장갑을 끼고고글을 장착한다주륜장에 있는 검게 빛나는 드래그스타 250로 다가간다.

(뭐 하는 거야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이제 와서가 돌아가는 것도 그렇다바이크를 꺼내다가엔진 소리가 근처 시끄럽지 않을까 생각했지만서늘한 밤바람이 좋으니이제 와서 별 수도 없다.

 달리기 시작한다그렇게 달리는 동안칸나는 그 동안이라도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으니까.

 ──12년 전 그 때부터.

 

 

 

(2)

 

 

 월요일점심시간 교실쉬는 시간 중이지만다음 수업이 이 교실인 학생들은 여기에 모여 점심을 먹고 있다쿄우카도월요일 이 시간에는친구인 칸나와 항상 만나고 있다.

 계단식 강의실 한가운데북쪽 창문 옆평소라면 교실에 들어 오는 쿄우카를 보자마자 「여-」 그렇게 인사하는 칸나였지만그렇지 않고오늘 거기에 있는 것은엎드려 있는 칸나였다.

「뭘 하고 있어?

「……」

 칸나가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뭐야쿄우카인가」

 그런 말을 하며 또 자려고 하기에쿄우카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파아프다고……

「기분 나쁠 정도로 기운 없네무슨 일이야?

 칸나는 한 번 크게 기지개를 키고는눈을 비볐다눈 아래 기미가 있는 걸 보니아무래도 그냥 수면 부족 같다그 이유는── 알 것 같지만.

「어제하야리짱의 메일 본 거지?

 천천히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갈 거야?

「쿄우카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야」

「…………」

「그래서칸나는 어떻게 할 거야?

「……누가 갈까 보냐」

「그래」

 중얼거림과 동시에쿄우카가 갑자기 한숨을 쉰다.

 칸나는 언제나 이렇다하야리에 대한 건 아이 같아 진다사실은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는 주제에솔직하지 못해서심술궂은 말만 한다초등학생 때도 그랬지만대학생이 된 지금도 그렇다그녀가 하야리를 만난 12년 전──초등학교 4학년 무렵그 후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변함없이.

 그래도햐아리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 해서우리들과 멀어져 버리고 나서는칸나도 조금은 유해진 것 같다변함 없이 대충이고유에와 아이처럼 싸우기도 하지만역시 하야리가 없어진 것은 그녀에게 역시 커다란 사건이었을 것이다뭔가 송곳니가 뽑힌 것 같은패기가 없어진 것 같은그런 느낌.

「대답했어쿄우카는」

「나는 갈 거야.

「…………」

 하아큰 한숨을 쉬고는칸나는「아 그래」 그렇게만 말했다.

 

 

 

(3)

 

 

 대학생이라지만 4학년쯤되면 한가해지고오히려 취직활동이 더 중요해진다그래서만은 아니지만최근에는 어쩐지 강의도 지루하다오늘은 특히나 강의가 머리 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 녀석……)

 ──졸업 하면병원에 가기로 했어.

 ──연구자가 될 생각이어서…….

(그런 말 했는데……)

 ──아이돌이 된다는 건대체 무슨 소리야.

(어째서 이제 와서……)

 ──나조금지쳐 버려서…….

 힘없이 웃는그 얼굴「그 녀석」의 그런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대학이 시작되기 전 봄방학귀성한 그 녀석과 둘만 있었을 때 주고 받은 이야기──

(……)

 그것을 들은 순간 복받치는 분노로 마구 아우성쳐 버렸던 것을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분노를 느꼈는지는그 때의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쏟아지는 말을 단지 그 녀석 앞에서 퍼부었을 뿐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기억하고 있는 것은갖은 험담을 퍼부었는데도 여전히 웃고 있었던 그녀의 얼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어떤 심경 변화인지무엇 하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그 녀석은 언제나 그랬다괴로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다그 이야기가 유일하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다무엇이 그 녀석을 그렇게 만든 건지어째서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건지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녀가 보고 있는 세계에 대해칸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번도 그렇다그런 말을 한 주제에어째서 또 아이돌이 되기로 한 건지아니애초에 어떻게 데뷔하게 되었는지 그 경위조차 모른다어째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걸까모르는 사이에 앞길을 정하고어느새 머나먼 곳에 가버린다.

 솔직한 쿄우카나 유에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겠지만자기 입으로 묻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그렇지만 그 고집 때문에언제나 그 녀석의 등 밖에 볼 수 없어서──

 통증을 느끼며칸나가 제 정신을 차린다무의식 중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가볍게 한숨을 내쉰다칠판을 바라봐도암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그럼에도 손목시계를 보면강의가 시작된지 아직 20분도 지나지 않았다지금부터 시작될 길고 괴로운 고문에 머리가 아프다.

 지긋지긋해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누가 팔을 찔렀다놀라서 옆을 본다쿄우카가 웃고 있다전해 받은 쪽지를 보면,

『그냥 나갈래?

 그렇게 쓰여 있어무심코 칸나도 쓴웃음을 지었다강의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샤프를 들어그 아래에 이렇게 쓴다.

『한번 그래 볼까』

『호의를 받아서』

 강사의 서늘한 시선을 느끼며두 사람은 교실을 빠져 나갔다.

 

 

(4)

 

 

 오토바이 안장 가방에 가방을 두고칸나에게 받은 쟈켓을 입고 헬멧을 쓴다헬멧은 후르페이스라어떻게 생각해도 운전자가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칸나는 칸나로 흰 바탕에 금빛 별 마크가 들어 있는 반캡 디자인이 취향인 것 같고말해도 소용없을 거다.

(나를 소중하게 여겨서……)

 그런 강제적인 해석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리가 없겠지)

 그렇게 자조 기색으로 한숨을 쉬며바이크를 타고 있는 칸나를 본다. 7월 햇빛을 받아 빛나는 드래그스타 250. 부모에게 돈 받아 사기는 싫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해서겨우 산 중고품이지만이 윤이 나는 커다란 아메리칸 타입이그녀의 호리한 체형에 잘 어울린다장갑을 꽉 끼고고글을 쓰는 행동은분하지만 조금 멋있다.

「준비 다 됐어?

「응」

 칸나의 시트 보다 높은 2인승 시트에 앉고발판에 발을 싣는다칸나의 옆구리에 매달리자「그럼출발!」 구호와 함께 엔진이 울린다.

 아메리칸 타입그것도 배기량250 cc 클래스 오토바이 정도면 스피드가 그다지 없다고 하지만그래도 쿄우카에게는 아슬아슬 그 자체였다처음 쿄우카가 탔을 때위험을 피하기 위해 칸나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그냥 자기가 짐이라고 생각해 버려』

 결국칸나와 오토바이에 몸을 맡기라는 말.

 직선을 가르며 바람을 느낄 때커브에서 체중이 기울 때쿄우카는 오토바이를 통해 칸나와 일체화 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그것이 즐거워서쿄우카는 자주 그녀의 뒤에 타고는 한다그녀와 만나는 날은 정해져 있어서 바지를 입었다짐도 오토바이 안장 가방에 들어가는 정도만 가지고 왔다전부그녀의 마음에 은밀하게 닿을 수 있는이 즐거움을 위해.

(──그래도)

 그렇지만이렇게 달리는 동안칸나는 무심할 거라 생각한다그녀는 언제나 달리고 싶기 때문에 달리는 것뿐이고쿄우카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칸나는 친구로서 쿄우카를 소중히 생각해 주고 있다그렇지만그녀가 달리고 있는그 동안에는──

(그 시야에나는 없다──)

 쟈켓을 잡고 있던 왼손을 놓고살며시칸나의 헬멧을 만진다옆에 그려진금빛 별 마크그렇다그녀의 시선 끝에는언제나──

「꽉 잡아!

 얼굴은 앞을 바라 본 채칸나가 소리를 질렀다엔진과 바람 소리가 시끄러워서 큰 소리가 아니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손을 원래대로 되돌려자기도 큰 소리로 대답한다.

「미안!

 그리고등을 향해 한 마디만 더.

「……바보~

 

 

(5)

 

 

 짧은 투어링을 마친 두 사람이 쿄우카의 집에 도착했다헬멧을 풀고 있는 칸나를 곁눈질로 보면서쿄우카는 2인승 자전거 시트에서 내린다.

「하아지쳤다」

「수고했어들어 갈래?

「으응―……」

 약간 생각하다가칸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역시 됐어나도 곧 집에 가야하고」

「그런가」

「그러고 보니 말이야쿄우카」

「응?

「운전 중에나에게 『바보』라고 말했잖아그거 어떤 의미?

 쿄우카가 눈을 깜박였다.

「들렸어?

「그만큼 가까우면 들려·············. 그래서뭔데?

「……바보~

「하아!? 어이눈 돌리지마!

 모레에 대한 생각을 하면 말이지라고 칸나가 화를 내다가저절로 미소를 지었다그녀도 「……정말이지」 투덜투덜하면서사랑스럽게 뺨을 부풀리고 있다서로 미소로 맞댄 후쟈켓과 헬멧을 벗어 돌려주었다실컷 달려서 일까그것을 받는 그녀는여름 푸른 하늘 같은시원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래서쿄우카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칸나」

「응?

「역시하야리짱의 데뷔 라이브가지 않을 거야?

 허를 찔러진 듯이 칸나의 표정이 굳어지고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그러니까! 누가 저런 녀석의 라이브를──

「칸나」

 말이 끊어지자칸나가 고개를 숙였다이것은쿄우카의 평소 역할이다. (나는언제나 이렇게 ……) 아이를 어르듯이 칸나를 타일러자기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게 해왔다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에게 좋은 일이라고쭉 생각해 왔기에.

「칸나가 와주면하야리짱도 기뻐할 거라 생각해」

 칸나는  얼굴을 붉힌 채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오히려와주지 않으면 쓸쓸해 할 거야」

 칸나의 마음은 알고 있다. (곁에 있었으니까……) 그녀가 원하는 것도,  나아가고 싶은 방향도. (내가 제일칸나의 마음에 접해 있었으니까……) 쿄우카는잘 알고 있다.

「칸나」

~~!

  퇴로가 막혀그녀는 고개를 돌리며팔짱을 끼면서 입을 삐죽였다.

「어어쩔 수 없네! 쿄우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렇구나」

「뭐뭐야 그 얼굴!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이지!

 마치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이 칸나가 헬멧을 쓰고고글을 끼었다.

「조심해서 운전해」

「너가 내 엄마냐!

 듣고 나니 이상해서쿄우카가 실소했다.

「──그럼!

「응또 보자」

 배기음을 울리며 드래그 스타가 달리기 시작한다열기를 내뿜으며아스팔트 위를 바람처럼 달려간다찌는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것을 바라보면서쿄우카가 중얼거렸다이번에는칸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바보~

 그 말은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칸나의 등이순식간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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