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칸코레/ 小春 2016. 3. 13. 11:49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겁쟁이의 사랑 이야기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무한하게 펼쳐진 것 같은 푸른 하늘.

 그리고.

「카-언제까지 잘 거야?

「……4개월은 더」

「너무 길어!

 활기 차게 뛰어 다니는두 갈래 연보라색.

 

 

 

「카코는 어째서 맨날 자?

「하아갑자기 뜬금없이」

「심심한걸」

 평온한 낮잠을 방해 받은 요 며칠카코는 하품을 감추지도 않고 눈앞에 있는 소녀를 노려본다그렇지 않아도 평소 나른한 눈빛이 더욱 가늘어진다그러나 소녀는 그런 카코를 보고도 아랑곳하지도 않고카코의 뒷머리를 즐겁다는 듯이 잡아당긴다그리고머리카락에 이끌려간 반동 탓에카코의 얼굴이 저절로 위를 향했다눈에 비치는 것은조금 전 같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청결한 천장이 장소를 관리하고 있는 사람의 애정이 잘 느껴진다.

「내가 언제 어디서 자든 내 자유지」

 그리고 심심하면 입보다 손을 움직여 꼬맹이.

 그렇게 말했더니소녀는 연보라색을 흔들며 「화났어」라고 말할 듯이 뾰로통해졌다.

「나 꼬맹이 아니야키누카사야」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카코가 어린애야.

 기분 나쁘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는 키누카사였지만그래도 카코가 말한 대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손을 놓고부엌 바닥 위에서 구르고 있는 감자를 집었다.

「그래 그래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싶으면 빨리 커져라꼬맹이」

 많은 함선소녀를 거느리고 있는 이 진수부는 요리 하나를 해도 많은 식재가 필요하다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는 카레조차사전 준비는 중노동이다기본적으로 호쇼가 진수부내 부엌 사정을 책임지고 있지만역시 한 사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그 때문에이 진수부에는 착임한 지 얼마 안 되는 함선 소녀는 연습이나 출격을 하기 전에우선 진수부에 익숙해지게 한다는 명목으로 요리 보조를 맡기는 규칙이 있다카코는 진수부 내에서도 최고참 중 한 명이지만그 곁에 있는 키누카사는바로 엊그제 건조된 신입이다훈련도도 최하이고연습도 아직 참가하지 않았다키누카사의 신체는 그야말로 어린 소녀 그 자체다.

 배였을 무렵의 기억이나 지식이야 있겠지만정신적으로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다이것이건조와 드롭의 차이이기도 하다.

 자재를 써서 건조해서 태어난 함선소녀는 대체적으로 심신 둘 다 어린 경우가 많다반대로 해역에서 드롭된 함선소녀는훈련도가 낮아도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이다어째서 건조와 드롭에 이러한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았다과거와의 연결이 어쩌구 인과율이 어쩌구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딱딱한 윗사람들의 몫이다내가 알 바 아니다그렇게는 생각하지만막상 이렇게 아이 그 자체인 키누카사와 같이 있으면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본래라면이렇게 키누카사와 감자 껍질을 까야 하는 건 그 자매함인 아오바다기본적으로 자매함이 있는 함선소녀는자매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다한쪽이 견습이면다른 한쪽이 표본이 되어 이끌어 준다하지만 카코도 키누카사도자매함인 후루타카나 아오바가 아직 없다필연적이라고 해야할까가장 친한 관계라는 이유로준자매함인 카코가 키누카사의 지도역으로 선정 되었다역시 네임쉽은 드롭이 어렵다라고 제독이 중얼거린 것을비서함을 하고 있었을 때 들었던 것 같다건조는 자재를 모으기 위해 잠시 동안 중단이라고 했던가.

 지금까지는혼자서 멋대로 늘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빨리 아오바가 왔으면 좋을 텐데그런 생각을 하면서카코는 세는 것을 포기한 감자의 산에 손을 뻗었다생각해 보면후루타카가 와 주어서도 괜찮겠다후루타카라면 내가 이것저것 하지 않아도 일을 착착 해줄 거 같고후루타카나 아오바의 착임에 대해 생각하며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카코를 키누카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카코손이 멈추어 있어」

「너도 그렇잖아」

「잘난 체 하면서 할 말이 아니지?

「그렇게 한 눈 팔면 베이

「에와아앗!

「보라고위험하잖아!

 아아내 평온한 나날을 돌려줘라이래서야 안심하고 낮잠 잘 수도 없다.

 불평하고 있는 속마음과는 달리어쩐지 입가는 부드러운 호를 그리고 있다.

「감자가 끝나면 다음엔 당근이니까」

「……놀고 싶어」

「매력적인 제안이지만그 만큼 호쇼가 슬퍼할 거다」

「……그건 싫어」

 화내는 것도 아니고 슬픈 표정으로 미소 짓는 호쇼를 상상한 걸까작은 키누카사의 몸이 보다 더 작아진 것 같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귀엽다는 거다.

 조금 쉴까생각하며 감자를 놓으려는 카코에게 작은 소리가 들렸다.

「카코가 곤란한 건 좋은데」

 전언 철회.

 역시 귀엽지 않다.

「어이꼬맹이 당근 다음에는 양파 추가다」

「후에에에에엣죄송합니다!

「그보다 지금 거 일부러 나 들으라고 말한 거잖아!

「카코 안 놀아 주잖아미 안 해!

「용서 못해카코 스페셜을 받아라!

 카코와 키누카사가 떠드는 소리가밖으로 흐른다떠들썩한 작업장을 들여다 보러 온 호쇼가어머 어머입에 손을 대며 「사이 좋네요」라고 기쁘다는 듯이 웃고 있는 것이어쩐지 마음을 간질인다.

 

 

 키누카사가 건조된지 몇 주일째어느새 키누카사는 카코에게 붙어있기만 한다카코가 키누카사의 지도역인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카코가 어딜 가면 뒤를 따라 걷는다그 광경을 본 다른 함선소녀들이 「부모 자식 같아」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 것도히죽히죽거리며 「인기녀는 대단하네」 라고 놀리는 것도이미 일상이 되었다.

 뭐가 인기녀가 큰일인데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랑 바꿔라그 말은카코가 한 번 했을 때뒤에 있었던 키누카사가 눈물을 흘리며 「나카코 곁에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을 본 뒤로절대로 꺼낼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는 카코를 포함한 함선소녀들이 키누카사가 울음을 그치도록 필사적이었다그러다 결국 「옆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카코가 말했고키누카사는 더욱 응석부리게 되었다.

 아차이미 늦었다.

 카코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혹시 이 녀석 소악마가 아닐까속았다라는 생각으로 채워진 머리가어쩐지 날아갈 것 같기는 했다만.

「어째서 그렇게나 나에게 달라 붙는 거야확실히 나는 너를 돌봐주는 역할이지만하루 종일 붙을 필요는 없다고?

 세탁실에서건조가 다 된 옷을 개면서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카코가 키누카사에게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물어보기 어려웠던 건 나도 모르겠다.

「카코와 함께 있으면 좋은걸」

「그러니까그게 왜인데?

「으~좋아하는걸?

 왜라고 물으려는데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카코의 긴 뒷머리를 흔든다.

 강아지풀 같은 그 머리카락의 움직임에키누카사가 즐거운 듯이 장난을 친다「일 안해?」라고 말할 여유도 없다다만키누카사가 한 말이머리 속을 그냥 맴돌 뿐.

「그건 고맙구나」

 멋있는 대사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아그렇게 말했다그럼에도 키누카사는 카코가 답해준 말을 듣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카코를 좋아한다는 말에거짓은 없겠지그 말에 담긴 마음은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키누카사의 마음 그 자체.

 순수한 호의와 순진한 미소에두근카코의 가슴이 뛰는 것 같다.

「아또 웃고 있어―. 나 애 취급하는 거지?

「아이 취급이라고 해도꼬맹이는 애니까」

「또 꼬맹이라고 말했어몇 번이나 말해야 기억하는 거야나는 키누카사야!

 그렇게 정색하는 점이 애라니까하지만 키누카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애 취급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키누카사이지만카코는 변함 없이 키누카사를 꼬맹이 취급한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막힐 듯한 답답함이입을 통해 쏟아질 거 같다.

 얼마나 지나야 후루타카나 아오바가 착임하는 것일까.

 빨리 와 주지 않으면내가 이상하게 될 것 같다.

「카코는 언제나 이상해?」

「꼬맹이 정도는 아니지」

 카코가 무심코 중얼거리는 것을키누카사가 들어버린 것 같다직접적인 말은알기 쉽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쉽다카코가 무책임하게 한 말에키누카사는 카코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크하아아아악아파아프다고!

「카코가 실례되는 말을 하니까 그렇지!

「실례가 아니라 사실이잖아!

「또 말했어!

 언젠가 감자 껍질 깔 때와 입장은 다르지만변함 없이 즐거운 표정이다.

 카코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흐트러진 것 이외에는달라진 건 없다..

 

 

 그 날 밤카코는 꿈을 꾸었다.

 아마지금까지 꾼 꿈 중 가장 최악인 꿈일 것이다.

 느릿느릿 일어난 카코가 주변을 둘러봤다아직 어둡다바로 곁에서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카코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지금까지 꾸던 꿈의 계속.

 어린 소녀가팔을 뻗는다.

 실 한 오라기 감싸지 않은 부드러운 신체는껴안으면 바로 사라질 것 같다.

 숨소리가 달아서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카코」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는몹시 달콤하다.

 응석꾸러기인 키누카사의달콤한 목소리.

「좋아해」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안기는 것은아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다키누카사는 아이다아직 훈련도가 낮은 아이나에게 기대는 것은자매함인 아오바가 없으니까 그런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카코는 심장이 잡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어둡고 깊은 바다에 다리를 붙잡힌 것 같은 불쾌감갑자기 눈물이 넘칠 것 같다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단지키누카사가 매번 「카코가 좋아」 「카코 좋아해」라고 말하며 웃으니까.

 그러니까이렇게나.

 ――사랑스럽다.

 누구에게도 건네주고 싶지 않다그런 추악한 독점욕을 품을 정도로.

「하아…… 무슨 생각이야상대는 꼬맹이야저런아이에게」

 이래서야마치.

「――크흑」

 떠오른 대답을 머리를 흔들며 날려 버렸다너무 힘차게 흔든 걸까머리 속이 흔들린다안 그래도 안 좋은 머리가 더욱 나빠진 것 같다거기에 어쩐지 토할 것 같다.

 밤바람을 쐬어 머리를 맑게 하려고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천천히 일어났다이런 때에도 키누카사를 신경 쓰는 것은이미 버릇것이다기분 좋게 자고 있는 키누카사를 깨우지 않으려고살짝 이불에서 나왔다차가운 밤 공기에몸이 떨린다그대로 방 문을 살며시 열자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다행히키누카사의 숨소리는 아직 그대로다아이는 푹 잔다이 때만은키누카사가 아이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했다.

 

 

 훈련장에서 들리는떠들썩한 야전 훈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앞 일을 생각한다.

 반드시 머지않아 키누카사는 연습에 참가할 것이다제독이 한 이야기에 의하면키누카사는 2단계 개조가 가능한 전력으로 충분한 배라고 한다지금은 아직 애지만훈련도를 올리다 보면 심신 모두 성장할 것이다혼자 싱겁게 가라앉아 버린 나하고는 다르다출격을 반복하다 보면언젠가 후루타카나 아오바와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그 때라면  키누카사는 지금 같은 아이가 아닐 것이다.

「……키누카사는대단하구나」

 키누카사의 훈련도가 올라 개2가 되면카코가 키누카사를 지도할 일도 없다키누카사가 성장하면반드시 함대에서 가장 큰 전력이 될 것이다2가 된 키누카사가용감하게 의장을 짊어지고 수평선을 향해 진격할 것이다.

 카코가 상상한 그 광경은사실은 기뻐해야 할 일인데키누카사의 등 밖에 볼 수 없는 자신이 작아 보여 카코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꿈으로 본자신이 철덩어리였던 무렵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신체가 파괴되어 끝없이 가라앉기만 한 자신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호흡을 하려고 해도입을 열 때마다 들어 오는 것은폐를 뚫어버릴 만큼 차가운 바닷물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가라앉는 나를 멀리서 포위하며 웃는다.

 철덩어리에 손발이 있을 리도 없고호흡도 할 리가 없을 텐데그렇게 떠올려지는 것은 지금 이렇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가지마나를 두고 떠나지마혼자는 싫어혼자는 외로워싫어싫어키누카사키누카사귀여운나의나만의 키누카사.

「하아……안 돼자자」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자자이불에 누우면이런 기분도 가라앉을 것이다꿈이 없는 잠이카코에게는 가장 큰 약이다자면시간이 알아서 간다누구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상대할 필요도 없다그렇다나는 누구와도 관계되고 싶지 않다자다가가끔 출격하고대충하다가 혼나고누구도 보살피지 않는다그런 일상도언제부턴가 멀리 가버렸다이제 카코의 일상에는한 소녀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머리를 식히려고 나왔는데쓸데 없는 생각만 더 하게 되었다덕분에 카코의 머리 속은 엉망진창이고몸만 차가워졌다하지만 신기하게도 방에서 자고 있을 키누카사에 대해 생각하면가슴 안쪽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그리고 동시에 울고 싶어질 것 같아가슴이 아프다.

「키누카사」

 입에 나온 이름은누구에게 닿는 일 없이 밤바람에 날아간다.

 

 

「……?

 방문 앞에 도달한 카코가갑자기 발을 멈추었다들어가려는 거니까 딱히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멈춰 선 카코의 귀에작은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설마라는 생각을 하며 카코가 귀를 기울이자아이가 흐느껴 우는 것 같은 소리가확실하게 들렸다당황한 카코가한밤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힘껏 문을 열었다.

「키누카사왜 그래무슨 일이..

 야?.

 그렇게 어어질 말은카코의 베개를 꼭 껴안아 흐느껴 우는 키누카사의 울음소리에 사라졌다.

「흑흐으윽……카코카코어디에있어……우에엥」

 눈물을 흘리며 엉거주춤으로키누카사가 카코에게 달려들었다.

 키누카사가 아직 애라서 그럴까자고 있을 때 온기를 그리워해서 인지 카코의 이불에 들어갈 때가 많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온기 때문에카코의 이불에 들어갔다하지만그런 키누카사를 맞이한 것은 익숙한 온기가 아니라텅텅 빈 이불뿐이었다단번에 깨어난 키누카사가 주위를 둘러봐도카코가 보이지 않는다화장실에 간 걸까라고 생각하며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그리고 드디어 어린 키누카사의 마음은 한계를 맞이해버린 모양이다.

 온기가 없는 어둡고 추운 방에 혼자 있는 상황은 아이에게는 공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코에게 매달린 키누카사의 몸이 와르르 떨리고 있다.

「……키누카사」

 그런 키누카사를 안심시키려고카코가 꼭 껴안았다.

 그 온기에 겨우 안심한 것일까키누카사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아직 흐느껴 울지만서도몇 번이나 「카코카코」라며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다온 몸으로 카코를 원하는 그 모습에조금 전 뿌리쳤을 꿈이 다시 떠올랐다.

 두근심장이 크게 움직인다.

 두근두근.

 폭력 같은 충동이카코의 몸에 퍼진다체온과 바깥 공기의 지나친 온도 차에내쉬는 숨이 새하얗게 밤을 물들인다폐가 탈 듯이 뜨거워서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다아무리 차가운 공기를 들여 보내도 그 열기가 식을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오히려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키누카사의 향기에머리가 어지럽고 혈액이 끓을 것 같다.

「카코착한아이가 될 테니까이제어리광 피우지 않을 테니까그러니까가지 말아줘두고 가지 말아줘」

 싫어하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며 필사적으로 달라 붙는 키누카사를 보며.

「――키누카사!

 카코 안에서 무엇인가가끊어졌다.

「카코……으읍!?」

 처음으로 주고 받은 입맞춤은눈물 맛이라짰다.

「으응,  ……아」

 짐승처럼 숨을 내쉬면서작지만 매끈한 입술에 혀를 넣었다.

「카카코뭐하는히야웃!

 사랑스러운 소녀가 우는 것이 슬퍼서눈물 자취를 몇 번이나 핥았다.

 강아지처럼 몇 번이나 빨자간지러웠던 것일까키누카사가 웃는다그 소리에안도를 했다.

「키누카사키누카사……두고 가지 않아그러니까」

 그러니까키누카사도나를 두고 가지 말아줘.

 지금부터 카코가 하려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 키누카사가 순진하게 웃는다.

 이름을 불러준 것이 기뻐서 함께 있는 것이 기뻐서순수한 마음으로 카코에게 안긴다.

 그런 키누카사를 보며 카코는순진한 소녀를 범하려는 자기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맛본 적 없는 배덕감에 흥분하고 있었다눈치 채지 못했다,카코의 입가가 호를 그린다자꾸 숨이 난폭해지고키누카사에게 닿고 있는 부분이 뜨거워진다소리를 내며 귀 뒤쪽이나 뺨에 입맞춤을 떨어뜨린다목을 간질이듯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키누카사의 작은 어깨가 움찔거렸다.

 겨우카코와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챘는지키누카사가 살며시 카코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카코저기카코무슨 일이야?

「응?별로 아무 것도 아니야그것다,. 키누카사벗을래?

「어어째서옷 벗으면 추워지지 않아정말 무슨 일이야어쩐지 이상해!

 진짜 키누카사의 피부는어떤 감촉일까어떤 목소리를 내줄까꿈에서 본 키누카사와는향기도 맛도 다를까.

 빨리빨리키누카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이 어린 소녀에게자신의 증거를 새기고 싶다.

「내가 이상한 건지금만이 아니잖아?

「아아니야카코달라!

 무심코 뒷걸음을 치려는 키누카사의 허리를카코가 힘껏 잡았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힘으로 끌려간 키누카사가카코의 앞가슴에 닿았다.

 그리고카코가 키누카사의 옷에 손을 뻗어.

「어이카코키누카사무슨 일이야!?

 열려진 문에서익숙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깨로 숨을 쉬면서땀도 닦지 않고 애용하고 있는 칼을 잡은 채로.

「텐류무슨 일이야그렇게 당황하고는」

「아앙여기서 소리가 들렸으……! 어이뭔 일 있었어!? 키누카사 울고 있잖아!?

「……에?

 그럴 일은 없다.

 왜냐하면키누카사의 눈물은내가 전부.

「전부…… 응키누 카사?

 훌쩍훌쩍.

 이 훌쩍거리는 소리는도대체 누구의 소리이지?

 어째서키누카사가 또 울고 있는 거야?

「이바보 자식눈 감아라!

 퍽카코의 몸이 키누카사에게서 떨어졌다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카코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뺨을 문질렀다아픔이 느껴져겨우 텐류에게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코피를 흘린 채멍하니 울음을 그치지 않는 키누가사를 바라본다천천히 키누카사에게 하려고 했던 짓을 떠올린다.

 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그것을 키누카사에게 말하면그녀는 어떻게 받아 들여줄까.

「――!

 소리가 되지 않는 절규가대기를 진동시킨다.

 돌이킬 수 없는 짓에후회가 밀려 닥친다.

 키누카사의 시선만이 무섭다조금이라도 경멸이나 혐오하는 색이 섞이는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다들리는 오열이키누카사의 것인지 자기 자신의 것인지카코는 이미 알 수 없게 되었다

 미안.

 그 한마디가 제대로 소리가 되었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의식이 떨어지기 직전카코의 눈에 비친 것은그럼에도자신에게 손을 뻗으려는 아이의 팔이었다.

 

 

「여기분은 어때?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푸른 하늘도 두 갈래 연보라색도 아니라새하얀 의무실 천장이었다.

「……키누카사는?

「너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야?

 뭐어쩔 수 없나.

 카코가 누워 있었던 침대 옆에서텐류가 기막히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그것을 보고카코는 어젯밤 사건을 떠올렸다그리고격렬한 두통과 구토가 느껴졌다.

「우윽」

「어이괜찮아?

「……괜찮아」

「……그래」

 괜찮아 보이지 않지만텐류는 그 이상 카코에게 묻지 않았다얼핏 보기엔 냉랭한 반응 같아 보이는 텐류였지만깊게 파지 않은 배려가카코는 매우 고마웠다.

 침묵이잠식한다.

 먼저 말을 건 것은텐류였다.

「……아―그 뭐지키누카사 말인데」

!

 키누카사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카코의 어깨가 움찔거렸다맨 먼저 일어나자 한 말이 키누카사였는데도역시 직접 듣는 건 무섭겠지어젯밤을 생각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다고 텐류는 생각했다하지만카코에게는 말이다카코만이 아니라키누카사도 원할 것이다.

「울다가 지쳐서지금은 내 이불에서 푹 자고 있어아아타츠타가 봐 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너가 의식을 잃은 후 쭉 카코와 함께 있겠다고 아우성치긴 했는데……쓸데 없는 짓을 했을까?

「……아니고마워.

 텐류가 한 말에카코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카코도 텐류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단지시계 소리만 울린다잠시 후두 번째 침묵을 깬 것은 카코였다천천히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키누카사에게 심한 것을 하려고 했어아니심한 일이라고 해야할까의미 없구나하핫키누카사를……그런 작은 아이를범하려고 했어바보같아키누카사가 말했어애취급 하지 말아줘라고아아~, 그 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애취급 하지 않으면 그러고 싶어진다는 거미움 받는 것이 이렇게 무서웠다니키누카사를 상처 입히는 거에 비하면 사소한 건데」

「바보다」

「아아바보야」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하지만 키누카사 녀석」

 끝까지니 이름을 불렀다고.

 의무실의 공기는너무 깔끔해서 가슴이 답답하다맑고순수한 그 소녀가 떠오르게 된다텐류의 말이망상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아 눈물이 나왔다그렇게 심한 짓을 해 버렸는데그런데도 「카코」라고 이름을 부르는 키누카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침대에 웅크려 소리를 죽여 울었다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닫혔다아아텐류가 나간 걸까머리 속 이성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 맞춘다철덩어리 무렵부터 전우였던 동료의 배려에카코는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감사했다.

 이제깨닫지 못한 척 할 수도 없다.

 애취급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나는이렇게나.

「……키누카사를 좋아하니까」

 인정하자 마음이 안정된다.

 너무 늦은 연정에 대한 자각은큰 아픔과 함께 소녀의 마음에 새겨졌다.

 

 

 그 후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날짜만 지나갔다.

 바뀐 것은 키누카사가 연습에 참가 하고심신 모두 순조롭게 성장했다는 것 정도다그날 밤 이후카코는 키누카사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가급적이면 피하려고 했다키누카사는 납득할 수 없는 것 같았지만단번에 연습이나 출격 증가한 탓에 피곤해서카코에게 뭔가 말하기 전에 자 버릴 때가 많았다그렇게 출격을 반복하는 동안아오바가 겨우 착임을 했고키누카사와 제독은 정말 기뻐했다남은 건 후루타카뿐이다라고 말하며 아이처럼 뛰는 제독의 목소리도카코에게는 들리지 않았다예상하고 있었던 그 광경에카코는 가슴이 아팠다.

 이것으로아오바와 키누카사는 같은 방에 배정되고나는 후루타카가 올 때까지 혼자다.

 그렇게 생각하며카코가 외로움과 안도가 섞인 복잡한 한숨을 쉬었던 것도 한 순간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후루타카형과 아오바형으로 방이 나뉜 것을 기념해야 할 밤이었을 텐데키누카사가 자기 이불을 안고 후루타카형 방으로 들어 왔다후루타카형의 방이라고 해도실제로 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직 카코뿐이다카코 혼자서 기막혀서 굳어진 틈에키누카사가 카코의 이불 옆에 자기 이불을 깔았다제 정신이 든 카코가 당황해서 키누카사에게 따졌지만키누카사는 들은 척도 안하고 누워 버렸다.

「저기―키누카사씨당신의 방은 옆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오바가 기사 편집해야 한다며 늦게까지 일한다고 해서방해하면 안 좋을 거 같고」

「아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대답에카코는 뭔가 실망스런 한숨을 쉬었다아니실망이 아니다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기대할 권리도 없다고이미 버릇이 되어 버린 자기 혐오에 내심  고개를 숙였다살짝 카코가 곁눈질로 키누카사를 바라보았다그 어린 소녀는 이미 훌륭하게 성장했다키도 커지고몸매도 여성스러워졌다머리 위에 있는 두 갈래 연 보라색 만이남아있는 어릴 적의 모습이다확실히슬슬 개2가 될 수 있는 훈련도에 도달할 때가 된 것 같다두 번째 개장을 받은 함선소녀들은대부분이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 단번에 여성다워지는 것 같다키누카사도 트윈테일을 풀고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카코를 아는 걸까 알지 못하는 걸까키누카사가 내일 날씨를 이야기한 듯한 느낌으로특대 포격을 했다.

「아저기카코슬슬 개2가 될 거 같은데」

「응」

「각오해줘」

「……응?

「그날 밤의 계속은내가 할 거니까」

「……하?

「그럼잘자~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드는 키누카사를 단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키누카사가 한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지금뭐라고 말했어?

 그날 밤의 계속이라고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키누카사가 먼저 하겠다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몇 초인가 몇 분인가얼마나 지난 걸까키누카사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방에서천천히 카코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로 할 수 없는 신음이 새었다이 전신을 덮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열기를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족한 머리로 어떻게든 이해한 것은 정말로 아주 조금뿐.

 하지만그 아주 조금이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아무래도 그날 밤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어린 소녀의 「좋아한다」 그 마음은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카코가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키누카사가 이렇게 돌려줄 줄은 몰랐다.

「아―어쩌지……키누카사가 좋아서어떻게든 되어버릴 것 같아……

 간신히 서로 맞닿은 연정은자리에 누워도 사라지지 않고다만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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