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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 小春'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6.07.10 부탁이니까 자각 좀 해
  2. 2016.07.10 돌아올 장소는 여기이니까
  3. 2016.07.09 봄잠
  4. 2016.07.09 8분하고도 조금
  5. 2016.03.13 겁쟁이의 사랑 이야기
칸코레/ 小春 2016. 7. 10. 17:19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부탁이니까 자각 좀 해

 


 

「카코… 너 그거거짓말이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키누카사가 부들부들 떨면서 눈앞에 있는 카코에게 그렇게 말했다눈썹을 치켜 올리고 눈을 크게 뜨고 있다입은 벌려진 채로 닫힐 줄 모른다그런 키누카사를 보며카코는 찔리는 것이 있다는 듯이 고개를 딴 곳으로 돌렸다그 표정은 「아차」 라는 심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키누카사의 시선은 어느 한 점을 바라보는 채 그대로다.

 

 

 오늘은 비번에 무더운 날이라는 것도 있어두 사람 모두 의장을 빗고 평소 입던 제복이 아닌 다른 옷을 입고 있다키누카사는 하얀 캐미솔 원피스에 얇은 가디건을 입고 있어시원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이다한편 카코는 숏팬츠에 탱크톱이라는그야말로 여름이라는 옷 차림이다.

 

 

 두 사람 모두 당분간 말없이 마주보고 있었지만그 침묵을 견딜 수 없게 되었는지 카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양손도 올려 항복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면키누카사는 어떻게 할 거야?

 

 

 아하하마른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한 카코는 어쩐지 정색하는 것 같다키누카사는 그런 카코의 태도에경악하는 표정에서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바뀌었다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는 것을새삼 생각하는 것 같다.

 

 

「…카코」

「응?

 

 

 이름을 부르면서카코의 팔을 꽉 잡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다심상치 않은 키누카사의 모습에카코는 내심 당황했다설마 자신이 거기까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이렇게나 키누카사를 동요시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시원스러운 표정과는 반대로식은 땀이 흐를 것 같다그런 카코에게 진지한 표정을 지은 키누카사가 부탁을 했다.

 

 

「브래지어사러 가자」

「에―그다지 없어도 되는 나는

「거부권은 없습니다!

「네

 

 

 탱크 톱 너머로 보이는 카코의 작은 돌기를 보며키누카사는 굳게 결의했다.

 

 

 이 게으름뱅이가 자기 자신이 여성이라고 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해라고.

 

 

 

 이렇게 해서 ,  키누카사에 의한 카코의 속옷 선택이 시작되었다.

 

 

 

 

 

 

 

 

 

 

 

 마침 비번이라 둘이서 거리로 나간다카코는 탱크 톱 위에 셔츠 하나를 입고 있다샌들을 질질 끌며둘이서 길을 걷는다내리쬐는 여름 햇살에서 도망치듯이,그늘을 가로지르며 간다비교적 시원한 나무 그늘 밑을 골라 걷고 있지만키누카사가 카코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고 있는 손바닥은 땀이 범벅이다더위 탓인가두 사람 모두 희미하게 얼굴이 붉다.

 

 

 잠시 동안 그리 걷다가목적했던 장소가 보였는지 키누카사가 갑자기 종종 걸음을 걷는다끌려가듯이 걷고 있는 카코가서로 맞잡은 손을 보더니 갑자기 뺨을 느슨해졌다두 사람은 어떤 가게 앞에 멈춰서 있다입구 간판에는 「란제리 숍」이라고 쓰여 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로딸랑 딸랑 소리를 내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 밖하고는 완전히 다른 시원한 공기가 두 사람을 마중한다어서 오십시오라는 점원이 하는 말을 들으며한 숨을 쉬었다

 

 

「아시원해이대로 자자」

「무슨 말하는 거야지금부터가 실전이야우선은 사이즈가 어느 정도인지 재야해」

「에귀찮아

「본 느낌으로는 B 정도라고 생각하지만사이즈에 맞는 걸 입어야 하니까」

「본 느낌이라니… 그렇게 빤히 쳐다 보면 곤란한데

「바보 같은 말할 틈이 있다면 빨리 측정해」

「농담인 걸 그렇게 넘기면 슬픈데 말이지」

「죄송합니다~! 잠깐 바스트 측정해도 괜찮겠습니까?」

「잠깐 뭘 그리 큰 소리로 묻는 거냐바보지!? 키누카사 바보 맞지!?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지켜보고 있던 점원이키누카사가 부르자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싱긋 붙임성 좋은 미소를 띄우며줄자를 꺼낸다자주 이리로 쇼핑하러 오는 키누카사와는 안면이 있는지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은 없다.

 

 

「그럼 탈의실에서 측정하겠습니다부끄러우시다면 같이 오신 분이 측정할 수 있습니다만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그럼 그걸로

「아니요부탁합니다측정해 주세요!

「뭘 그리 기합 넣는 거야!?

「기합넣어부탁합니다나는 측정하지 않을 거니까」

「그럼 이쪽으로」

「…네부탁드립니다~…

 

 

 마지못해 하는 모습으로 점원과 같이 탈의실로 들어가는 카코를키누카사는 만면의 미소로 배웅했다그리고 두 사람이 탈의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망설이지도 않고 어떤 코너로 향하기 시작했다오늘은 카코의 속옷을 고르는 것이 목적이지만키누카사 자신도 여름철에 입을 새 속옷을 갖고 싶었다다른 함선 소녀들에게서는 커서 부럽다고들 하는 키누카사의 가슴이지만그 크기 때문에 고생할 때도 많다특히 이 계절이 되면싫어지는 것이 많다.

 

 

 훈련 중에 흘린 땀이뺨이나 목덜미를 타 가슴 골에 떨어 진다그 정도면 닦기만 하면 되겠지만여름 철이 되면 가슴에 모인 땀이 기분 나쁘다중력에 따라 복부와 닿는 밑가슴에도 땀띠가 생기기 쉽다땀이 쌓이기 전에 닦아도소용이 없다그렇다고 해서 가슴을 위로 고정시키도록 브래지어 끈을 짧게 해도끈이 어깨에 먹혀 들어 어깨가 아파진다거기에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 가슴의 중량감 때문에 결국 끈이 늘어나 버린다그런 키누카사에게 있어속옷 선택이라는 것은 단순한 멋 부리기가 아니다얼마나 쾌적한 생활을 지낼지를 생각하면피할 수 없는 처녀의 고민이다.

 

 

 목적한 장소에 도착했는지걸음을 멈춘다그리고 눈앞에 있는 시원스러운 속옷을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키누카사가 보고 있는 상품 위에는 『이걸로 여름 철도 시원하고 쾌적환기성 흡수성 발군인 여름 브라!』 라고 쓰여져 있다외형도 그렇고 색도 물색 같은 시원스러운 것이 많다황색이나 오렌지 같은 밝은 색을 좋아하는 키누카사가 아직 가지고 있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이런 색은 확실히 시원스럽겠지만… 나에게 어울릴지는 모르겠네」

 

 

 지금까지 입지 않았던 색을 고르기란의외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그다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 거나 고르면 되잖아같은 그런 의견은 키누카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보이는 않는 것이기에 더욱 더 제대로 골라야 한다그것이 키누카사의 멋부림 좌우명이다키누카사가 그렇게 해서 당분간 머리 속에서 살지 말지 회의를 펼치고 있는 와중에살며시 뒤에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왓!

「꺄앗!

「헤헤-, 놀랐어?

「시심장에 나쁘잖아제대로 측정한 거야?

「어키누카사가 말한 대로여서조금 놀랐어」

 

 

 니시시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면서방금 전 바스트를 측정하러 갔던 카코가 대답한다키누카사의 생각보다 빨리 끝난 것 같다그 손에는 이미 상하 세트의 속옷이 2세트 있었다심플하고 장식이 별로 없는 하얀 속옷과 희미한 청색 꽃 자수가 새겨진 차분한 분위기의 속옷이었다어느 쪽도 화려하지 않은 것이카코답다면 카코다웠다그럼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는 해도자수가 새겨진 속옷을 카코가 선택한 것에키누카사는 많이 놀랐다.

 

 

「너도 멋 부리는 거 신경 쓰게 된 거야..?

「으~아무 거나 골랐는데 말이야그냥 이랄까?

「나에게 물어도 곤란해」

 

 

 의문을 품긴 했지만돌아 온 대답은 카코답다였다우선 살 것을 정한 카코가 키누카사 눈앞에 있는 브래지어들을 보자 마자 「오」라며 소리를 질렀다자기가 고른 것과 비교하고는시선을 키누카사의 앞가슴으로 향한다.

 

 

「역시 키누카사는 커」

「어딜 보고 말하는 거야변태」

「하지만 내가 사려는 거하고 키누카사가 사려는 걸 비교해 봐압도적인 차이잖아」

「이건 이것대로 큰일이야,  체중도 그 만큼 늘고

「그렇지만 말이야이렇게 크면 베개 삼아 자면 기분 좋겠는데」

「…그 시선은 뭐야?

「키누카사씨조금 부탁하고 싶은 것이

「싫어」

「교섭의 여지는」

「없어」

「에―」

「에―가 아니야다 골랐으면 계산하러 가자.

 

 

 그렇게 말하며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않은 키누카사의 팔을카코가 뒤에서 힘껏 잡아당겼다예상외의 카코의 행동에키누카사가 중심을 잃고 카코 쪽으로 쓰러진다생각했던 것보다도 강력한 힘에카코의 품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

 

 

 갑작스러운 일이라키누카사는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얼굴은 놀라움과 부끄러움으로 희미하게 붉어져 있다굳어져 있는 상태에서카코의 어깨에 키누카사의 머리가 닿았다당황하는 키누카사는 신경 쓰지 않고카코가 그대로 「그런데 말이야」라고 말했다.

 

 

「키누카사는 안 사?

「……사사려고 했지만어울리는 것이 없는 거 같아서

「그래이 물색 브라는 어때?  키누카사에게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데」

「…에?

「응어울려절대로 귀여울 거야」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카코가 단언하자키누카사의 심장이 더욱 크게 움직인다커다란 소리를 울리기 시작하는 심장 때문에 키누카사는 당황했지만카코의 놀리는 듯한 다음 말에 그 두근두근 거림도 쏙 들어갔다.

 

 

「키누카사가 사지 않으면 내가 사서 키누카사의 옷장에 몰래 넣을게」

「적어도 사준다고 해」

「그럼 내가 사면 받아 줄래?

「괘괜찮아 그런 거내가 직접 살 거니까 괜찮아!

 

 

 드물게 물고 늘어지는 카코 때문일까키누카사는 사는 것을 단념하려 했던 물색 브래지어를 집었다갈팡지팡 하고 있는 것을 카코가 눈치 않았으면 해서뿌리치듯이 키누카사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그 뒤를기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카코가 따라간다.

 

 

「걱정하지 않아도키누카사는 충분히 귀여운 여자이니까 어울려」

「……」

「아부끄러워하고 있네」

「시끄러워빨리 돌아가자!

「귀빨게 졌어

「아아~- 아무것도 안 들려!

「그런 점옛날부터 변함없네」

 

 

 키누카사와 비슷한 정도로 귀까지 붉게 물든 카코가눈앞에서 걷는 키누카사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놀라서 반응했지만 돌아 보지 않고 걷고 있는 키누카사를 보고곤란한 듯한그러면서도 기뻐하는 듯한 표정을 띄운다계산대까지 얼마 안 되는 짧은 거리조차특별한 시간 같아졌다화끈거린 얼굴로 걷는 키누카사의 가슴 속에서는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어려운 열이 빙글빙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여자라고 자각해야 하는 건,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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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코레/ 小春 2016. 7. 10. 14:39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돌아올 장소는 여기이니까



 

「아오바후루타카산의 이름이 뭐에서 유래되었는지 알아?

 

 

갑작스런 그 질문에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머리카락에 살며시 닿는 바닷바람이바다 향기 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서로의 향기를 전한다.

같은 항구 출신에누구보다도 후루타카와 깊은 관계가 있는 그 이야기를아오바가 모를 거라 생각한 걸까.

 

 

「물론이에요『옛날 작은 잎 배가 폭풍우 때문에 난파 하고 있을 때에 커다란 매 한 마리가 에타지마만으로 이끌고 그대로 날아가 버린 산』이잖아요」

 

 

일단 의문은 제쳐두고질문에 답한다.

아무리 아오바라도 모를 리가 없다.

후루타카에게 헌신하여 목숨을 구해주고 그 후도 홀로 살아남은 아오바의 최후를 바라본 것은그 후루타카산이나 다름없으니까.

함선 소녀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회를 했지만그 무렵의 기억이 퇴색될 리는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 아오바를 보며후루타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아오바대발견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굉장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후루타카를 보면서아오바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한다.

 

 

「그렇네요그 커다란 매는 정말로 굉장하지요」

 

 

마치 후루타카씨 그 자체다라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지만.

언제나 아오바 곁에 있고행선지를 비추며 용기를 준다.

아오바를 감싸어둡고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을 때조차 말이다.

『반드시 아오바의 곁으로 돌아갈게」라고 약속하며곁에 있지 않았을 때조차 지지해주었다.

그녀는 확실히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커다란 매 그 자체다.

하지만그럼 아오바는 도대체 뭘까.

 

 

(후루타카씨가 작은 배를 구하는 커다란 매라면아오바는 작은 잎 배 같네요)

 

 

무심코 자학하게 되었지만착각은 아닐 거다.

 

 

(아오바는 언제나 도움만 받고 있을 뿐이고후루타카씨에게 아무 것도 하지 못했네요)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얼마나 자신이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폐만을 끼친 것만 생각하게 되었다.

점점 바다와 같은 파랑과 군청을 섞은 진한 푸른 눈동자에그림자가 진다.

희미하게 어두워지고눈동자 색이 어쩐지 우울한 심해를 연상시킨다.

 

 

앞 날의 창창했던후루타카의 둘도 없는 일생을 도중에 끝내버리기에 적합한 존재였던 것일까.

그 커다란 매도 사실은배를 살리기 위해서 폭풍우에 삼켜져 버리고영혼만이 후루타카산으로 날아가 버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 밖에 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사고가 완전히 어두워져 버린 아오바의 귀에예상하지도 못한 말이 들렸다.

 

 

「으응―그것도 그렇지만작은 배도 굉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무심코 얼빠진 대답을 버렸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아오바를 두고후루타카는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뒤를 이어서 말했다.

 

 

「아무리 폭풍우 속에서 난파당해서 의지할 곳이 없다고 해도갑자기 나온 매를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은.. 보통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매가 어떤 건지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곰곰이 생각하면서조금씩 조심스레 말했다.

옛날 이야기에 이런 촌스런 지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지만후루타카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까 괜찮겠지.

 

 

 

만약 작은 배가 매를 믿지 않고 그 폭풍우 속에서 키를 계속 잡고 있었다면.

 

 

만약 작은 배가 매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폭풍우 속에서 방황했다면.

 

 

 

그것은아오바에게는 터무니없는 무서운 일이다.

 

 

그 광경을 상상하자갑자기 어두운 밤에 바다에서 홀로 표류하는 듯한 공포와 불안함이 엄습했다.

 

 

어둡고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차가운 바닷물이 찌를 듯이 아프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산소가 부족한 입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공포와 불안함이 아니라안심시켜주는 목소리가 아오바의 몸을 감싸 주었다.

 

 

「그래서 생각했어작은 배를 이끈 매만이 아니라매를 믿은 작은 배도 굉장하다고 말이야」

 

 

후루타카의 그 말은조금 전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인 촉촉한 온기가 되어 온 몸을 감싼다

 

 

「그런… 가요?

「응!

 

 

그럼에도 불안한 듯한 아오바가 한 말에후루타카가 단언한다.

 

 

「하지만 아무리 매가 배를 구하고 싶어도알아채주지 않으면 무리고믿어 주지 않았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그리고라며 말을 계속 하는 후루타카의 눈동자는 어쩐지 태양과 같이 눈부시다.

그 빛을 바라 볼 수 없어 무심코 숙여 버린다.

실례라고는 생각하지만고개를 들어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후루타카의 빛나는 왼쪽 눈을 바라보면아직도 약한 아오바의 전부가 들킬 것 같다.

그럼에도그런 아오바를 알면서도후루타카는 결코 아오바에게 실망하지도 않고아오바를 포기하지 않는다

너무 상냥해서

언제든지손을 뻗어 준다.

 

 

「아오바이니까후루타카산 이야기를 듣고 『아오바는 작은 배처럼 매에게 도움만 받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읽혀 버려무심코 고개를 들어 버렸다.

그리고아오바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상냥한 태양 색.

지금까지 느끼고 있었던 불안이나 공포가 단번에 녹아 버렸다.

 

 

 

 

「매는 반드시작은 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믿어 주어서 고마워요』

 

 

 

                      라고」

 

 

 

태양이 보여주는밝은 미소.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머리카락은마치 매의 깃털 같았고.

매의 눈동자는 그저 아름다웠다.

 

 

자애로운 눈매에서 흘러 넘치는 빛은마치 봄 햇살 같이 따뜻해서무심코 눈물이 흘러 넘칠 것 같다.

아니이미 흘러 넘쳤을 것이다.

떨리고 있는 뺨에차갑고도 뜨거운 것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 눈물을 닦지도 않고단지그 따뜻한 눈동자에 매료되어 있을 뿐이다.

 

 

「아오바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아오바의 눈물을 닦는 손에서온기가 느껴진다.

 

 

아아이 사람의 손은 이렇게나 부드럽고 따뜻했던 걸까.

아아이 사람의 눈동자는 이렇게나 예뻤던 걸까.

 

 

그것을 알아차리는데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내가 돌아오기를 쭉 기다리고 있어 주어서 고마워」

 

 

너무 눈부셔 볼 수 없었던 빛이바로 눈앞에 있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곳에

 

 

언젠가 아오바가 잃어 버린 그 빛이.

눈물로 번지는 세계에서도 놓칠 수 없는그 빛이.

 

 

「나를 믿어 주어서고마워」

 

 

그 순간.

 

 

아오바는 처음으로그 빛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후루타카씨」

「응」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생각한 적도 없는데.

멋대로 입이 움직였다.

 

 

 

「어서 오세요」

 

 

 

쭉 말하지 못 했던그 말.

『정말로 아오바 따위가 후루타카씨의 돌아올 곳이 되는 건지』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놀라서 눈을 크게 뜬 건아오바도 후루타카도 같았다.

서로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 말에놀라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놀란 건 한순간이고후루타카는 우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다녀왔어」

 

 

 

 

 

 

 

 

   * * * * * *

 

 

 

 

 

 

 

폭풍우가 지나간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

작은 잎 배는한번 더 그 바다로 나아간다.

 

 

자신을 도와준 매에게 또 바다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하고 싶어서.

그 무사한 모습이 산에서 잘 보이도록.

당신이 도운 생명이결코 쓸데없지 않았다고 자랑하려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 속에 품으며.

오늘도 작은 배는산에서 바람을 받아.

끝없는 수평선으로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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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봄잠

 

  

 

봄은 밤이 짧고 몸이 노곤해서 새벽이 와도 모르고 늦잠을 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확실히 봄의 밤은 잘 때 기분이 좋다.

아무리 일찍 자도늦잠 자버릴 때가 많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카코 자신이뼈 속 깊이 안다.

그렇기에드물게 자기 곁에서 아직도 자고 있는 키누카사를 보며 「키누카사도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며 상냥한 미소를 띄웠다.

그렇다고는 해도드문 일인지라 무심코 물끄러미 바라본다.

기본적으로 키누카사는 일찍 일어난다.

카코가 늦잠을 자는 것도 그 이유겠지만대체로는 키누카사가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한다.

잠은 카코가 더 빨리 자는데카코가 눈을 뜨면 키누카사는 이미 일어날 때가 많다.

그렇기에지금 이 상황은 정말로 드문 일이다.

평상시라면 떠있을 비취 눈동자는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닫혀진 눈꺼풀 끝에서 작게 떨리는 속눈썹이 보인다.

쿨쿨사랑스러운 숨소리를 내는 입술은마치 아이처럼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쩐지 모르게 뺨을 찔러 보면촉촉한 촉감과 탄력이 느껴진다.

 

 

「오오뭐야 이건부드럽잖아」

 

 

조금 힘을 주어 찌르자카코의 손가락이 간단하게 부드러운 뺨에 들어간다.

그리고 힘을 빼자약간 뒤로 간다.

 

 

「정말 말랑말랑하네」

 

 

만약 키누카사가 깨어 있었다면 「그렇지 않아!」 라며 눈을 뜨며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키누카사는 잠들어 있고키누카사의 뺨은 카코가 찌르는 중이다.

카코가 그대로 키누카사의 뺨을 즐기고 있으는데자고 있을 키누카사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었다.

눈썹을 찡그리며 몸을 만다.

너무 한걸까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카코의 손가락을 뗀다.

할 수 있다면 이 시간을 좀 더 만끽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통했는지키누카사는 그대로 깨어나지 않고 다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아―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보면역시 키누카사는 미인이야」

 

 

이번에는 깨우지 않도록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미끄러진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느껴지는 샴푸 냄새가 기분 좋다.

그 향기에 이끌리듯이키누카사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예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살며시 입술을 대었다.

키누카사가 깨어 있다면부끄러워서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입술을 대면서 무심코 생각해 버렸다.

 

 

만약키누카사가 이것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할까라고.

 

 

갑자기 피어난 호기심과 수치심에저울이 흔들거린다.

그 『만약』을 상상하니까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울렸다.

체온이 엄청나게 상승한 것 같다.

결국 수치심 쪽으로 기울어져쓴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떼어 놓았다.

살짝 키누카사의 얼굴에 눈을 돌리자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키누카사는 자고 있을 뿐인데어째서 자신이 이렇게나 좌지우지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엉뚱한 화풀이였지만그것을 뭐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애초에키누카사가 깨지 않는 게 나빠이렇게 기분 좋다는 듯이 자다니나보다 더 심하잖아」

 

 

아주 조금 전까지는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봄이어도 여자의 마음은 가을하늘이다.

이마를 맞대며토라지듯이 중얼거린다.

그럼에도키누카사의 눈은 닫혀진 채 그대로다.

키누카사의 뺨을 가볍게 잡자무슨 짓이야 하고 말할 듯이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그것뿐 일어나지는 않는다.

조금씩 카코의 기분이외로움으로 바뀐다.

그러고 보니깨어나고 나서 아직 한번도 키누카사의 눈동자를 보지 못했다.

그 비취 같이 빛나는 눈동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더는 참을 수 없었다.

잠자는 얼굴이 드물어서기분 좋게 자는 거 같아서.

그런 생각도어딘가 먼 곳으로 가 버렸다.

단지 키누카사의 눈동자에 자신을 비추고 싶다는 생각만이카코의 머리 속에서 이리저리 날뛸 뿐이었다.

 

 

「…… 더 답답해지기 전에깨어났으면 좋겠는데….

 

 

키누카사라고 마지막으로 이름을 부르고는얄미울 정도로 부드러운 숨소리에 한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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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8분하고도 조금

 

 

목욕을 마치고 나서 8분간그것은 나의 행복한 시간.

 

 

몸에서 흐르는 물방울을정중히 닦는다.

파자마 대신 삼아 입고 있는 셔츠로 갈아 입고찬장에서 그 물건을 들었다.

그대로소파에서 자고 있을 동거인이 있는 거실로 향한다.

문을 열면텔레비전 소리와 희미한 숨소리.

깊이 잠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광경도오랜 세월 같은 지붕 아래에서 지낸 나에게는정말로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

 

 

이 시간에 잘 거라면 아무리 카코라도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어떻게든 소파에서 자고 싶어 졌다든가

그렇지 않으면내가 목욕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어주었다든가.

진실은 지금도 눈감고 자는 척 하는 본인 밖에 모른다.

그렇지만카코가 이렇게 거실에 있어 주는 건 기쁘다

손에 느껴지는작은 기계의 묵직함조차 지금 나에게는 보물 같다.

아무래도 오늘은행복한 때를 보낼 있을 것 같다.

머리카락의 수분을 다 빨아들인 타올을소파에서 뒹굴고 있는 동거인에게 씌우면 준비는 만단.

타올의 차가움과 막힌 호흡에긴 흑발이 힘차게 일어난다.

활짝 열린 입에서 보이는 덧니가 보인다.

귀찮아 하는 듯한졸린 듯한그런 표정을 가장한 카코가소파 뒤에 서있는 나를 올려다 보며 「어쩔 수 없구나」 라고 말하며 웃었다.

 

 

「키누가사그대로 있으면 감기 걸려」

 

 

그렇게 말하고 자기 무릎을 툭툭 가볍게 두드리는 그녀에게 나는 오늘도 응석부린다.

고양이 같이그녀의 품 안에 들어가 무릎에 앉았을 때는들고 있었던 기계는 어느새 카코가 들고 있었다.

코드가 필요 없는 대신바람을 조금 밖에 낼 수 없는 작은 드라이어.

동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머리카락은 알아서 마르니까 드라이어 안 써도 돼」 라고 말하던 것을목욕을 마쳐도바로 소파에 눕는 카코를 「소파에서도 침대에서도말릴 수 있는 거니까」라고 설득해서 산 것이다.

그 후희미한 물색의 작은 드라이어를 쭉 애용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닌 내가조금이라도 이 시간을 길게 느끼기 위한 소중한 보물.

 

 

책상 구석에 놓여져 있는작은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즐거움의 시작이다.

똑딱똑딱도 틱틱도 아니다.

솨아아아아……, 가는 모래가 흐르는 소리가 난다.

핑크색의 귀여운 모래가조금씩 모래산을 만든다.

귀찮다고 말하는 그녀의 손이타올 너머로 나의 머리카락에 닿는다.

가끔 목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차가움에어깨가 조금 튄다.

그런데도다리와 등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몸에서는 힘이 빠지고그녀에게 기대어 버린다.

장난감 선풍기와 같은 온풍이머리카락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손가락이 몇 번이나 머리카락 사이를 왕래한다.

뿌리까지 잡아당겨지는 자극이 기분 좋다.

책상 위를 바라보자방금 전 뒤집은 모래시계가 1/3정도 남아 있다.

조금 더 있으면이 행복한 시간도 끝난다.

아주 조금만조금만 더이대로 그녀의 온기에 싸이고 싶다.

모래시계를 한번 더 뒤집을 때까지의 로스타임오늘은 어디까지 늘릴 수 있을까.

카코의 의식이 모래시계로 향하지 않도록머리를 조금 움직였다.

핑크색 작은 모래가졸졸 흐른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카코의 의식이 모래시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목욕을 마치고 8분간더 없이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조금은 꾀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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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겁쟁이의 사랑 이야기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무한하게 펼쳐진 것 같은 푸른 하늘.

 그리고.

「카-언제까지 잘 거야?

「……4개월은 더」

「너무 길어!

 활기 차게 뛰어 다니는두 갈래 연보라색.

 

 

 

「카코는 어째서 맨날 자?

「하아갑자기 뜬금없이」

「심심한걸」

 평온한 낮잠을 방해 받은 요 며칠카코는 하품을 감추지도 않고 눈앞에 있는 소녀를 노려본다그렇지 않아도 평소 나른한 눈빛이 더욱 가늘어진다그러나 소녀는 그런 카코를 보고도 아랑곳하지도 않고카코의 뒷머리를 즐겁다는 듯이 잡아당긴다그리고머리카락에 이끌려간 반동 탓에카코의 얼굴이 저절로 위를 향했다눈에 비치는 것은조금 전 같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청결한 천장이 장소를 관리하고 있는 사람의 애정이 잘 느껴진다.

「내가 언제 어디서 자든 내 자유지」

 그리고 심심하면 입보다 손을 움직여 꼬맹이.

 그렇게 말했더니소녀는 연보라색을 흔들며 「화났어」라고 말할 듯이 뾰로통해졌다.

「나 꼬맹이 아니야키누카사야」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카코가 어린애야.

 기분 나쁘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는 키누카사였지만그래도 카코가 말한 대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손을 놓고부엌 바닥 위에서 구르고 있는 감자를 집었다.

「그래 그래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싶으면 빨리 커져라꼬맹이」

 많은 함선소녀를 거느리고 있는 이 진수부는 요리 하나를 해도 많은 식재가 필요하다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는 카레조차사전 준비는 중노동이다기본적으로 호쇼가 진수부내 부엌 사정을 책임지고 있지만역시 한 사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그 때문에이 진수부에는 착임한 지 얼마 안 되는 함선 소녀는 연습이나 출격을 하기 전에우선 진수부에 익숙해지게 한다는 명목으로 요리 보조를 맡기는 규칙이 있다카코는 진수부 내에서도 최고참 중 한 명이지만그 곁에 있는 키누카사는바로 엊그제 건조된 신입이다훈련도도 최하이고연습도 아직 참가하지 않았다키누카사의 신체는 그야말로 어린 소녀 그 자체다.

 배였을 무렵의 기억이나 지식이야 있겠지만정신적으로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다이것이건조와 드롭의 차이이기도 하다.

 자재를 써서 건조해서 태어난 함선소녀는 대체적으로 심신 둘 다 어린 경우가 많다반대로 해역에서 드롭된 함선소녀는훈련도가 낮아도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이다어째서 건조와 드롭에 이러한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았다과거와의 연결이 어쩌구 인과율이 어쩌구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딱딱한 윗사람들의 몫이다내가 알 바 아니다그렇게는 생각하지만막상 이렇게 아이 그 자체인 키누카사와 같이 있으면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본래라면이렇게 키누카사와 감자 껍질을 까야 하는 건 그 자매함인 아오바다기본적으로 자매함이 있는 함선소녀는자매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다한쪽이 견습이면다른 한쪽이 표본이 되어 이끌어 준다하지만 카코도 키누카사도자매함인 후루타카나 아오바가 아직 없다필연적이라고 해야할까가장 친한 관계라는 이유로준자매함인 카코가 키누카사의 지도역으로 선정 되었다역시 네임쉽은 드롭이 어렵다라고 제독이 중얼거린 것을비서함을 하고 있었을 때 들었던 것 같다건조는 자재를 모으기 위해 잠시 동안 중단이라고 했던가.

 지금까지는혼자서 멋대로 늘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빨리 아오바가 왔으면 좋을 텐데그런 생각을 하면서카코는 세는 것을 포기한 감자의 산에 손을 뻗었다생각해 보면후루타카가 와 주어서도 괜찮겠다후루타카라면 내가 이것저것 하지 않아도 일을 착착 해줄 거 같고후루타카나 아오바의 착임에 대해 생각하며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카코를 키누카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카코손이 멈추어 있어」

「너도 그렇잖아」

「잘난 체 하면서 할 말이 아니지?

「그렇게 한 눈 팔면 베이

「에와아앗!

「보라고위험하잖아!

 아아내 평온한 나날을 돌려줘라이래서야 안심하고 낮잠 잘 수도 없다.

 불평하고 있는 속마음과는 달리어쩐지 입가는 부드러운 호를 그리고 있다.

「감자가 끝나면 다음엔 당근이니까」

「……놀고 싶어」

「매력적인 제안이지만그 만큼 호쇼가 슬퍼할 거다」

「……그건 싫어」

 화내는 것도 아니고 슬픈 표정으로 미소 짓는 호쇼를 상상한 걸까작은 키누카사의 몸이 보다 더 작아진 것 같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귀엽다는 거다.

 조금 쉴까생각하며 감자를 놓으려는 카코에게 작은 소리가 들렸다.

「카코가 곤란한 건 좋은데」

 전언 철회.

 역시 귀엽지 않다.

「어이꼬맹이 당근 다음에는 양파 추가다」

「후에에에에엣죄송합니다!

「그보다 지금 거 일부러 나 들으라고 말한 거잖아!

「카코 안 놀아 주잖아미 안 해!

「용서 못해카코 스페셜을 받아라!

 카코와 키누카사가 떠드는 소리가밖으로 흐른다떠들썩한 작업장을 들여다 보러 온 호쇼가어머 어머입에 손을 대며 「사이 좋네요」라고 기쁘다는 듯이 웃고 있는 것이어쩐지 마음을 간질인다.

 

 

 키누카사가 건조된지 몇 주일째어느새 키누카사는 카코에게 붙어있기만 한다카코가 키누카사의 지도역인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카코가 어딜 가면 뒤를 따라 걷는다그 광경을 본 다른 함선소녀들이 「부모 자식 같아」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 것도히죽히죽거리며 「인기녀는 대단하네」 라고 놀리는 것도이미 일상이 되었다.

 뭐가 인기녀가 큰일인데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랑 바꿔라그 말은카코가 한 번 했을 때뒤에 있었던 키누카사가 눈물을 흘리며 「나카코 곁에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을 본 뒤로절대로 꺼낼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는 카코를 포함한 함선소녀들이 키누카사가 울음을 그치도록 필사적이었다그러다 결국 「옆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카코가 말했고키누카사는 더욱 응석부리게 되었다.

 아차이미 늦었다.

 카코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혹시 이 녀석 소악마가 아닐까속았다라는 생각으로 채워진 머리가어쩐지 날아갈 것 같기는 했다만.

「어째서 그렇게나 나에게 달라 붙는 거야확실히 나는 너를 돌봐주는 역할이지만하루 종일 붙을 필요는 없다고?

 세탁실에서건조가 다 된 옷을 개면서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카코가 키누카사에게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물어보기 어려웠던 건 나도 모르겠다.

「카코와 함께 있으면 좋은걸」

「그러니까그게 왜인데?

「으~좋아하는걸?

 왜라고 물으려는데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카코의 긴 뒷머리를 흔든다.

 강아지풀 같은 그 머리카락의 움직임에키누카사가 즐거운 듯이 장난을 친다「일 안해?」라고 말할 여유도 없다다만키누카사가 한 말이머리 속을 그냥 맴돌 뿐.

「그건 고맙구나」

 멋있는 대사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아그렇게 말했다그럼에도 키누카사는 카코가 답해준 말을 듣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카코를 좋아한다는 말에거짓은 없겠지그 말에 담긴 마음은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키누카사의 마음 그 자체.

 순수한 호의와 순진한 미소에두근카코의 가슴이 뛰는 것 같다.

「아또 웃고 있어―. 나 애 취급하는 거지?

「아이 취급이라고 해도꼬맹이는 애니까」

「또 꼬맹이라고 말했어몇 번이나 말해야 기억하는 거야나는 키누카사야!

 그렇게 정색하는 점이 애라니까하지만 키누카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애 취급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키누카사이지만카코는 변함 없이 키누카사를 꼬맹이 취급한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막힐 듯한 답답함이입을 통해 쏟아질 거 같다.

 얼마나 지나야 후루타카나 아오바가 착임하는 것일까.

 빨리 와 주지 않으면내가 이상하게 될 것 같다.

「카코는 언제나 이상해?」

「꼬맹이 정도는 아니지」

 카코가 무심코 중얼거리는 것을키누카사가 들어버린 것 같다직접적인 말은알기 쉽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쉽다카코가 무책임하게 한 말에키누카사는 카코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크하아아아악아파아프다고!

「카코가 실례되는 말을 하니까 그렇지!

「실례가 아니라 사실이잖아!

「또 말했어!

 언젠가 감자 껍질 깔 때와 입장은 다르지만변함 없이 즐거운 표정이다.

 카코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흐트러진 것 이외에는달라진 건 없다..

 

 

 그 날 밤카코는 꿈을 꾸었다.

 아마지금까지 꾼 꿈 중 가장 최악인 꿈일 것이다.

 느릿느릿 일어난 카코가 주변을 둘러봤다아직 어둡다바로 곁에서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카코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지금까지 꾸던 꿈의 계속.

 어린 소녀가팔을 뻗는다.

 실 한 오라기 감싸지 않은 부드러운 신체는껴안으면 바로 사라질 것 같다.

 숨소리가 달아서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카코」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는몹시 달콤하다.

 응석꾸러기인 키누카사의달콤한 목소리.

「좋아해」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안기는 것은아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다키누카사는 아이다아직 훈련도가 낮은 아이나에게 기대는 것은자매함인 아오바가 없으니까 그런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카코는 심장이 잡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어둡고 깊은 바다에 다리를 붙잡힌 것 같은 불쾌감갑자기 눈물이 넘칠 것 같다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단지키누카사가 매번 「카코가 좋아」 「카코 좋아해」라고 말하며 웃으니까.

 그러니까이렇게나.

 ――사랑스럽다.

 누구에게도 건네주고 싶지 않다그런 추악한 독점욕을 품을 정도로.

「하아…… 무슨 생각이야상대는 꼬맹이야저런아이에게」

 이래서야마치.

「――크흑」

 떠오른 대답을 머리를 흔들며 날려 버렸다너무 힘차게 흔든 걸까머리 속이 흔들린다안 그래도 안 좋은 머리가 더욱 나빠진 것 같다거기에 어쩐지 토할 것 같다.

 밤바람을 쐬어 머리를 맑게 하려고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천천히 일어났다이런 때에도 키누카사를 신경 쓰는 것은이미 버릇것이다기분 좋게 자고 있는 키누카사를 깨우지 않으려고살짝 이불에서 나왔다차가운 밤 공기에몸이 떨린다그대로 방 문을 살며시 열자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다행히키누카사의 숨소리는 아직 그대로다아이는 푹 잔다이 때만은키누카사가 아이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했다.

 

 

 훈련장에서 들리는떠들썩한 야전 훈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앞 일을 생각한다.

 반드시 머지않아 키누카사는 연습에 참가할 것이다제독이 한 이야기에 의하면키누카사는 2단계 개조가 가능한 전력으로 충분한 배라고 한다지금은 아직 애지만훈련도를 올리다 보면 심신 모두 성장할 것이다혼자 싱겁게 가라앉아 버린 나하고는 다르다출격을 반복하다 보면언젠가 후루타카나 아오바와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그 때라면  키누카사는 지금 같은 아이가 아닐 것이다.

「……키누카사는대단하구나」

 키누카사의 훈련도가 올라 개2가 되면카코가 키누카사를 지도할 일도 없다키누카사가 성장하면반드시 함대에서 가장 큰 전력이 될 것이다2가 된 키누카사가용감하게 의장을 짊어지고 수평선을 향해 진격할 것이다.

 카코가 상상한 그 광경은사실은 기뻐해야 할 일인데키누카사의 등 밖에 볼 수 없는 자신이 작아 보여 카코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꿈으로 본자신이 철덩어리였던 무렵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신체가 파괴되어 끝없이 가라앉기만 한 자신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호흡을 하려고 해도입을 열 때마다 들어 오는 것은폐를 뚫어버릴 만큼 차가운 바닷물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가라앉는 나를 멀리서 포위하며 웃는다.

 철덩어리에 손발이 있을 리도 없고호흡도 할 리가 없을 텐데그렇게 떠올려지는 것은 지금 이렇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가지마나를 두고 떠나지마혼자는 싫어혼자는 외로워싫어싫어키누카사키누카사귀여운나의나만의 키누카사.

「하아……안 돼자자」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자자이불에 누우면이런 기분도 가라앉을 것이다꿈이 없는 잠이카코에게는 가장 큰 약이다자면시간이 알아서 간다누구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상대할 필요도 없다그렇다나는 누구와도 관계되고 싶지 않다자다가가끔 출격하고대충하다가 혼나고누구도 보살피지 않는다그런 일상도언제부턴가 멀리 가버렸다이제 카코의 일상에는한 소녀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머리를 식히려고 나왔는데쓸데 없는 생각만 더 하게 되었다덕분에 카코의 머리 속은 엉망진창이고몸만 차가워졌다하지만 신기하게도 방에서 자고 있을 키누카사에 대해 생각하면가슴 안쪽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그리고 동시에 울고 싶어질 것 같아가슴이 아프다.

「키누카사」

 입에 나온 이름은누구에게 닿는 일 없이 밤바람에 날아간다.

 

 

「……?

 방문 앞에 도달한 카코가갑자기 발을 멈추었다들어가려는 거니까 딱히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멈춰 선 카코의 귀에작은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설마라는 생각을 하며 카코가 귀를 기울이자아이가 흐느껴 우는 것 같은 소리가확실하게 들렸다당황한 카코가한밤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힘껏 문을 열었다.

「키누카사왜 그래무슨 일이..

 야?.

 그렇게 어어질 말은카코의 베개를 꼭 껴안아 흐느껴 우는 키누카사의 울음소리에 사라졌다.

「흑흐으윽……카코카코어디에있어……우에엥」

 눈물을 흘리며 엉거주춤으로키누카사가 카코에게 달려들었다.

 키누카사가 아직 애라서 그럴까자고 있을 때 온기를 그리워해서 인지 카코의 이불에 들어갈 때가 많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온기 때문에카코의 이불에 들어갔다하지만그런 키누카사를 맞이한 것은 익숙한 온기가 아니라텅텅 빈 이불뿐이었다단번에 깨어난 키누카사가 주위를 둘러봐도카코가 보이지 않는다화장실에 간 걸까라고 생각하며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그리고 드디어 어린 키누카사의 마음은 한계를 맞이해버린 모양이다.

 온기가 없는 어둡고 추운 방에 혼자 있는 상황은 아이에게는 공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코에게 매달린 키누카사의 몸이 와르르 떨리고 있다.

「……키누카사」

 그런 키누카사를 안심시키려고카코가 꼭 껴안았다.

 그 온기에 겨우 안심한 것일까키누카사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아직 흐느껴 울지만서도몇 번이나 「카코카코」라며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다온 몸으로 카코를 원하는 그 모습에조금 전 뿌리쳤을 꿈이 다시 떠올랐다.

 두근심장이 크게 움직인다.

 두근두근.

 폭력 같은 충동이카코의 몸에 퍼진다체온과 바깥 공기의 지나친 온도 차에내쉬는 숨이 새하얗게 밤을 물들인다폐가 탈 듯이 뜨거워서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다아무리 차가운 공기를 들여 보내도 그 열기가 식을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오히려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키누카사의 향기에머리가 어지럽고 혈액이 끓을 것 같다.

「카코착한아이가 될 테니까이제어리광 피우지 않을 테니까그러니까가지 말아줘두고 가지 말아줘」

 싫어하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며 필사적으로 달라 붙는 키누카사를 보며.

「――키누카사!

 카코 안에서 무엇인가가끊어졌다.

「카코……으읍!?」

 처음으로 주고 받은 입맞춤은눈물 맛이라짰다.

「으응,  ……아」

 짐승처럼 숨을 내쉬면서작지만 매끈한 입술에 혀를 넣었다.

「카카코뭐하는히야웃!

 사랑스러운 소녀가 우는 것이 슬퍼서눈물 자취를 몇 번이나 핥았다.

 강아지처럼 몇 번이나 빨자간지러웠던 것일까키누카사가 웃는다그 소리에안도를 했다.

「키누카사키누카사……두고 가지 않아그러니까」

 그러니까키누카사도나를 두고 가지 말아줘.

 지금부터 카코가 하려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 키누카사가 순진하게 웃는다.

 이름을 불러준 것이 기뻐서 함께 있는 것이 기뻐서순수한 마음으로 카코에게 안긴다.

 그런 키누카사를 보며 카코는순진한 소녀를 범하려는 자기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맛본 적 없는 배덕감에 흥분하고 있었다눈치 채지 못했다,카코의 입가가 호를 그린다자꾸 숨이 난폭해지고키누카사에게 닿고 있는 부분이 뜨거워진다소리를 내며 귀 뒤쪽이나 뺨에 입맞춤을 떨어뜨린다목을 간질이듯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키누카사의 작은 어깨가 움찔거렸다.

 겨우카코와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챘는지키누카사가 살며시 카코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카코저기카코무슨 일이야?

「응?별로 아무 것도 아니야그것다,. 키누카사벗을래?

「어어째서옷 벗으면 추워지지 않아정말 무슨 일이야어쩐지 이상해!

 진짜 키누카사의 피부는어떤 감촉일까어떤 목소리를 내줄까꿈에서 본 키누카사와는향기도 맛도 다를까.

 빨리빨리키누카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이 어린 소녀에게자신의 증거를 새기고 싶다.

「내가 이상한 건지금만이 아니잖아?

「아아니야카코달라!

 무심코 뒷걸음을 치려는 키누카사의 허리를카코가 힘껏 잡았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힘으로 끌려간 키누카사가카코의 앞가슴에 닿았다.

 그리고카코가 키누카사의 옷에 손을 뻗어.

「어이카코키누카사무슨 일이야!?

 열려진 문에서익숙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깨로 숨을 쉬면서땀도 닦지 않고 애용하고 있는 칼을 잡은 채로.

「텐류무슨 일이야그렇게 당황하고는」

「아앙여기서 소리가 들렸으……! 어이뭔 일 있었어!? 키누카사 울고 있잖아!?

「……에?

 그럴 일은 없다.

 왜냐하면키누카사의 눈물은내가 전부.

「전부…… 응키누 카사?

 훌쩍훌쩍.

 이 훌쩍거리는 소리는도대체 누구의 소리이지?

 어째서키누카사가 또 울고 있는 거야?

「이바보 자식눈 감아라!

 퍽카코의 몸이 키누카사에게서 떨어졌다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카코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뺨을 문질렀다아픔이 느껴져겨우 텐류에게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코피를 흘린 채멍하니 울음을 그치지 않는 키누가사를 바라본다천천히 키누카사에게 하려고 했던 짓을 떠올린다.

 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그것을 키누카사에게 말하면그녀는 어떻게 받아 들여줄까.

「――!

 소리가 되지 않는 절규가대기를 진동시킨다.

 돌이킬 수 없는 짓에후회가 밀려 닥친다.

 키누카사의 시선만이 무섭다조금이라도 경멸이나 혐오하는 색이 섞이는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다들리는 오열이키누카사의 것인지 자기 자신의 것인지카코는 이미 알 수 없게 되었다

 미안.

 그 한마디가 제대로 소리가 되었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의식이 떨어지기 직전카코의 눈에 비친 것은그럼에도자신에게 손을 뻗으려는 아이의 팔이었다.

 

 

「여기분은 어때?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푸른 하늘도 두 갈래 연보라색도 아니라새하얀 의무실 천장이었다.

「……키누카사는?

「너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야?

 뭐어쩔 수 없나.

 카코가 누워 있었던 침대 옆에서텐류가 기막히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그것을 보고카코는 어젯밤 사건을 떠올렸다그리고격렬한 두통과 구토가 느껴졌다.

「우윽」

「어이괜찮아?

「……괜찮아」

「……그래」

 괜찮아 보이지 않지만텐류는 그 이상 카코에게 묻지 않았다얼핏 보기엔 냉랭한 반응 같아 보이는 텐류였지만깊게 파지 않은 배려가카코는 매우 고마웠다.

 침묵이잠식한다.

 먼저 말을 건 것은텐류였다.

「……아―그 뭐지키누카사 말인데」

!

 키누카사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카코의 어깨가 움찔거렸다맨 먼저 일어나자 한 말이 키누카사였는데도역시 직접 듣는 건 무섭겠지어젯밤을 생각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다고 텐류는 생각했다하지만카코에게는 말이다카코만이 아니라키누카사도 원할 것이다.

「울다가 지쳐서지금은 내 이불에서 푹 자고 있어아아타츠타가 봐 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너가 의식을 잃은 후 쭉 카코와 함께 있겠다고 아우성치긴 했는데……쓸데 없는 짓을 했을까?

「……아니고마워.

 텐류가 한 말에카코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카코도 텐류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단지시계 소리만 울린다잠시 후두 번째 침묵을 깬 것은 카코였다천천히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키누카사에게 심한 것을 하려고 했어아니심한 일이라고 해야할까의미 없구나하핫키누카사를……그런 작은 아이를범하려고 했어바보같아키누카사가 말했어애취급 하지 말아줘라고아아~, 그 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애취급 하지 않으면 그러고 싶어진다는 거미움 받는 것이 이렇게 무서웠다니키누카사를 상처 입히는 거에 비하면 사소한 건데」

「바보다」

「아아바보야」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하지만 키누카사 녀석」

 끝까지니 이름을 불렀다고.

 의무실의 공기는너무 깔끔해서 가슴이 답답하다맑고순수한 그 소녀가 떠오르게 된다텐류의 말이망상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아 눈물이 나왔다그렇게 심한 짓을 해 버렸는데그런데도 「카코」라고 이름을 부르는 키누카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침대에 웅크려 소리를 죽여 울었다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닫혔다아아텐류가 나간 걸까머리 속 이성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 맞춘다철덩어리 무렵부터 전우였던 동료의 배려에카코는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감사했다.

 이제깨닫지 못한 척 할 수도 없다.

 애취급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나는이렇게나.

「……키누카사를 좋아하니까」

 인정하자 마음이 안정된다.

 너무 늦은 연정에 대한 자각은큰 아픔과 함께 소녀의 마음에 새겨졌다.

 

 

 그 후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날짜만 지나갔다.

 바뀐 것은 키누카사가 연습에 참가 하고심신 모두 순조롭게 성장했다는 것 정도다그날 밤 이후카코는 키누카사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가급적이면 피하려고 했다키누카사는 납득할 수 없는 것 같았지만단번에 연습이나 출격 증가한 탓에 피곤해서카코에게 뭔가 말하기 전에 자 버릴 때가 많았다그렇게 출격을 반복하는 동안아오바가 겨우 착임을 했고키누카사와 제독은 정말 기뻐했다남은 건 후루타카뿐이다라고 말하며 아이처럼 뛰는 제독의 목소리도카코에게는 들리지 않았다예상하고 있었던 그 광경에카코는 가슴이 아팠다.

 이것으로아오바와 키누카사는 같은 방에 배정되고나는 후루타카가 올 때까지 혼자다.

 그렇게 생각하며카코가 외로움과 안도가 섞인 복잡한 한숨을 쉬었던 것도 한 순간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후루타카형과 아오바형으로 방이 나뉜 것을 기념해야 할 밤이었을 텐데키누카사가 자기 이불을 안고 후루타카형 방으로 들어 왔다후루타카형의 방이라고 해도실제로 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직 카코뿐이다카코 혼자서 기막혀서 굳어진 틈에키누카사가 카코의 이불 옆에 자기 이불을 깔았다제 정신이 든 카코가 당황해서 키누카사에게 따졌지만키누카사는 들은 척도 안하고 누워 버렸다.

「저기―키누카사씨당신의 방은 옆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오바가 기사 편집해야 한다며 늦게까지 일한다고 해서방해하면 안 좋을 거 같고」

「아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대답에카코는 뭔가 실망스런 한숨을 쉬었다아니실망이 아니다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기대할 권리도 없다고이미 버릇이 되어 버린 자기 혐오에 내심  고개를 숙였다살짝 카코가 곁눈질로 키누카사를 바라보았다그 어린 소녀는 이미 훌륭하게 성장했다키도 커지고몸매도 여성스러워졌다머리 위에 있는 두 갈래 연 보라색 만이남아있는 어릴 적의 모습이다확실히슬슬 개2가 될 수 있는 훈련도에 도달할 때가 된 것 같다두 번째 개장을 받은 함선소녀들은대부분이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 단번에 여성다워지는 것 같다키누카사도 트윈테일을 풀고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카코를 아는 걸까 알지 못하는 걸까키누카사가 내일 날씨를 이야기한 듯한 느낌으로특대 포격을 했다.

「아저기카코슬슬 개2가 될 거 같은데」

「응」

「각오해줘」

「……응?

「그날 밤의 계속은내가 할 거니까」

「……하?

「그럼잘자~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드는 키누카사를 단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키누카사가 한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지금뭐라고 말했어?

 그날 밤의 계속이라고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키누카사가 먼저 하겠다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몇 초인가 몇 분인가얼마나 지난 걸까키누카사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방에서천천히 카코의 얼굴이 붉어졌다―, 말로 할 수 없는 신음이 새었다이 전신을 덮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열기를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족한 머리로 어떻게든 이해한 것은 정말로 아주 조금뿐.

 하지만그 아주 조금이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아무래도 그날 밤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어린 소녀의 「좋아한다」 그 마음은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카코가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키누카사가 이렇게 돌려줄 줄은 몰랐다.

「아―어쩌지……키누카사가 좋아서어떻게든 되어버릴 것 같아……

 간신히 서로 맞닿은 연정은자리에 누워도 사라지지 않고다만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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