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겁쟁이의 사랑 이야기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무한하게 펼쳐진 것 같은 푸른 하늘.
그리고.
「카-코! 언제까지 잘 거야?」
「……4개월은 더」
「너무 길어!」
활기 차게 뛰어 다니는, 두 갈래 연보라색.
「카코는 어째서 맨날 자?」
「하아? 갑자기 뜬금없이」
「심심한걸」
평온한 낮잠을 방해 받은 요 며칠, 카코는 하품을 감추지도 않고 눈앞에 있는 소녀를 노려본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나른한 눈빛이 더욱 가늘어진다. 그러나 소녀는 그런 카코를 보고도 아랑곳하지도 않고, 카코의 뒷머리를 즐겁다는 듯이 잡아당긴다. 그리고, 머리카락에 이끌려간 반동 탓에, 카코의 얼굴이 저절로 위를 향했다. 눈에 비치는 것은, 조금 전 같은 푸른 하늘이 아니라 청결한 천장. 이 장소를 관리하고 있는 사람의 애정이 잘 느껴진다.
「내가 언제 어디서 자든 내 자유지」
그리고 심심하면 입보다 손을 움직여 꼬맹이.
그렇게 말했더니, 소녀는 연보라색을 흔들며 「화났어」라고 말할 듯이 뾰로통해졌다.
「나 꼬맹이 아니야. 키누카사야」
이름도 기억 못하는 카코가 어린애야.
기분 나쁘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는 키누카사였지만, 그래도 카코가 말한 대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손을 놓고, 부엌 바닥 위에서 구르고 있는 감자를 집었다.
「그래 그래,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싶으면 빨리 커져라, 꼬맹이」
많은 함선소녀를 거느리고 있는 이 진수부는 요리 하나를 해도 많은 식재가 필요하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는 카레조차, 사전 준비는 중노동이다. 기본적으로 호쇼가 진수부내 부엌 사정을 책임지고 있지만, 역시 한 사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이 진수부에는 착임한 지 얼마 안 되는 함선 소녀는 연습이나 출격을 하기 전에, 우선 진수부에 익숙해지게 한다는 명목으로 요리 보조를 맡기는 규칙이 있다. 카코는 진수부 내에서도 최고참 중 한 명이지만, 그 곁에 있는 키누카사는, 바로 엊그제 건조된 신입이다. 훈련도도 최하이고, 연습도 아직 참가하지 않았다. 키누카사의 신체는 그야말로 어린 소녀 그 자체다.
배였을 무렵의 기억이나 지식이야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아기다. 이것이, 건조와 드롭의 차이이기도 하다.
자재를 써서 건조해서 태어난 함선소녀는 대체적으로 심신 둘 다 어린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해역에서 드롭된 함선소녀는, 훈련도가 낮아도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이다. 어째서 건조와 드롭에 이러한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았다. 과거와의 연결이 어쩌구 인과율이 어쩌구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딱딱한 윗사람들의 몫이다.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렇게는 생각하지만, 막상 이렇게 아이 그 자체인 키누카사와 같이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본래라면, 이렇게 키누카사와 감자 껍질을 까야 하는 건 그 자매함인 아오바다. 기본적으로 자매함이 있는 함선소녀는, 자매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쪽이 견습이면, 다른 한쪽이 표본이 되어 이끌어 준다. 하지만 카코도 키누카사도, 자매함인 후루타카나 아오바가 아직 없다. 필연적이라고 해야할까, 가장 친한 관계라는 이유로, 준자매함인 카코가 키누카사의 지도역으로 선정 되었다. 역시 네임쉽은 드롭이 어렵다, 라고 제독이 중얼거린 것을, 비서함을 하고 있었을 때 들었던 것 같다. 건조는 자재를 모으기 위해 잠시 동안 중단이라고 했던가.
지금까지는, 혼자서 멋대로 늘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빨리 아오바가 왔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코는 세는 것을 포기한 감자의 산에 손을 뻗었다. 생각해 보면, 후루타카가 와 주어서도 괜찮겠다. 후루타카라면 내가 이것저것 하지 않아도 일을 착착 해줄 거 같고. 후루타카나 아오바의 착임에 대해 생각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는 카코를 키누카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카코, 손이 멈추어 있어」
「너도 그렇잖아」
「잘난 체 하면서 할 말이 아니지?」
「그렇게 한 눈 팔면 베이―」
「에, 아, 와아앗!」
「보라고, 위험하잖아!」
아아, 내 평온한 나날을 돌려줘라. 이래서야 안심하고 낮잠 잘 수도 없다.
불평하고 있는 속마음과는 달리, 어쩐지 입가는 부드러운 호를 그리고 있다.
「감자가 끝나면 다음엔 당근이니까」
「……놀고 싶어」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그 만큼 호쇼가 슬퍼할 거다」
「……그건 싫어」
화내는 것도 아니고 슬픈 표정으로 미소 짓는 호쇼를 상상한 걸까, 작은 키누카사의 몸이 보다 더 작아진 것 같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귀엽다는 거다.
조금 쉴까, 생각하며 감자를 놓으려는 카코에게 작은 소리가 들렸다.
「카코가 곤란한 건 좋은데」
전언 철회.
역시 귀엽지 않다.
「어이, 꼬맹이 당근 다음에는 양파 추가다」
「후에에에에엣, 죄송합니다!」
「그보다 지금 거 일부러 나 들으라고 말한 거잖아!」
「카코 안 놀아 주잖아! 미 안 해!」
「용서 못해! 카코 스페셜을 받아라!」
카코와 키누카사가 떠드는 소리가, 밖으로 흐른다. 떠들썩한 작업장을 들여다 보러 온 호쇼가, 어머 어머, 입에 손을 대며 「사이 좋네요」라고 기쁘다는 듯이 웃고 있는 것이, 어쩐지 마음을 간질인다.
키누카사가 건조된지 몇 주일째, 어느새 키누카사는 카코에게 붙어있기만 한다. 카코가 키누카사의 지도역인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카코가 어딜 가면 뒤를 따라 걷는다. 그 광경을 본 다른 함선소녀들이 「부모 자식 같아」라고 말하며 미소를 짓는 것도, 히죽히죽거리며 「인기녀는 대단하네」 라고 놀리는 것도, 이미 일상이 되었다.
뭐가 인기녀가 큰일인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랑 바꿔라. 그 말은, 카코가 한 번 했을 때, 뒤에 있었던 키누카사가 눈물을 흘리며 「나, 카코 곁에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을 본 뒤로, 절대로 꺼낼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는 카코를 포함한 함선소녀들이 키누카사가 울음을 그치도록 필사적이었다. 그러다 결국 「옆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카코가 말했고, 키누카사는 더욱 응석부리게 되었다.
아차. 이미 늦었다.
카코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혹시 이 녀석 소악마가 아닐까. 속았다, 라는 생각으로 채워진 머리가, 어쩐지 날아갈 것 같기는 했다만.
「어째서 그렇게나 나에게 달라 붙는 거야? 확실히 나는 너를 돌봐주는 역할이지만, 하루 종일 붙을 필요는 없다고?」
세탁실에서, 건조가 다 된 옷을 개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카코가 키누카사에게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물어보기 어려웠던 건 나도 모르겠다.
「카코와 함께 있으면 좋은걸」
「그러니까, 그게 왜인데?」
「으~응, 좋아하는걸?」
왜, 라고 물으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카코의 긴 뒷머리를 흔든다.
강아지풀 같은 그 머리카락의 움직임에, 키누카사가 즐거운 듯이 장난을 친다. 「일 안해?」라고 말할 여유도 없다. 다만, 키누카사가 한 말이, 머리 속을 그냥 맴돌 뿐.
「그건 고맙구나」
멋있는 대사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아, 그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키누카사는 카코가 답해준 말을 듣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카코를 좋아한다는 말에, 거짓은 없겠지. 그 말에 담긴 마음은,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키누카사의 마음 그 자체.
순수한 호의와 순진한 미소에, 두근, 카코의 가슴이 뛰는 것 같다.
「아, 또 웃고 있어―. 나 애 취급하는 거지?」
「아이 취급이라고 해도, 꼬맹이는 애니까」
「또 꼬맹이라고 말했어! 몇 번이나 말해야 기억하는 거야. 나는 키누카사야!」
그렇게 정색하는 점이 애라니까. 하지만 키누카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애 취급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키누카사이지만, 카코는 변함 없이 키누카사를 꼬맹이 취급한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막힐 듯한 답답함이, 입을 통해 쏟아질 거 같다.
얼마나 지나야 후루타카나 아오바가 착임하는 것일까.
빨리 와 주지 않으면, 내가 이상하게 될 것 같다.
「카코는 언제나 이상해?」
「꼬맹이 정도는 아니지」
카코가 무심코 중얼거리는 것을, 키누카사가 들어버린 것 같다. 직접적인 말은, 알기 쉽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쉽다. 카코가 무책임하게 한 말에, 키누카사는 카코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크하아아아악! 아, 아파! 아프다고!」
「카코가 실례되는 말을 하니까 그렇지!」
「실례가 아니라 사실이잖아!」
「또 말했어!」
언젠가 감자 껍질 깔 때와 입장은 다르지만, 변함 없이 즐거운 표정이다.
카코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흐트러진 것 이외에는, 달라진 건 없다..
그 날 밤, 카코는 꿈을 꾸었다.
아마, 지금까지 꾼 꿈 중 가장 최악인 꿈일 것이다.
느릿느릿 일어난 카코가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어둡다. 바로 곁에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카코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지금까지 꾸던 꿈의 계속.
어린 소녀가, 팔을 뻗는다.
실 한 오라기 감싸지 않은 부드러운 신체는, 껴안으면 바로 사라질 것 같다.
숨소리가 달아서 취한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카코」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는, 몹시 달콤하다.
응석꾸러기인 키누카사의, 달콤한 목소리.
「좋아해」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안기는 것은, 아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다. 키누카사는 아이다. 아직 훈련도가 낮은 아이. 나에게 기대는 것은, 자매함인 아오바가 없으니까 그런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카코는 심장이 잡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어둡고 깊은 바다에 다리를 붙잡힌 것 같은 불쾌감. 갑자기 눈물이 넘칠 것 같다. 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키누카사가 매번 「카코가 좋아」 「카코 좋아해」라고 말하며 웃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나.
――사랑스럽다.
누구에게도 건네주고 싶지 않다. 그런 추악한 독점욕을 품을 정도로.
「하아…… 무슨 생각이야, 상대는 꼬맹이야. 저런, 아이에게」
이래서야, 마치.
「――크흑」
떠오른 대답을 머리를 흔들며 날려 버렸다. 너무 힘차게 흔든 걸까, 머리 속이 흔들린다. 안 그래도 안 좋은 머리가 더욱 나빠진 것 같다. 거기에 어쩐지 토할 것 같다.
밤바람을 쐬어 머리를 맑게 하려고,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천천히 일어났다. 이런 때에도 키누카사를 신경 쓰는 것은, 이미 버릇것이다. 기분 좋게 자고 있는 키누카사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짝 이불에서 나왔다. 차가운 밤 공기에, 몸이 떨린다. 그대로 방 문을 살며시 열자,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다행히, 키누카사의 숨소리는 아직 그대로다. 아이는 푹 잔다. 이 때만은, 키누카사가 아이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했다.
훈련장에서 들리는, 떠들썩한 야전 훈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앞 일을 생각한다.
반드시 머지않아 키누카사는 연습에 참가할 것이다. 제독이 한 이야기에 의하면, 키누카사는 2단계 개조가 가능한 전력으로 충분한 배라고 한다. 지금은 아직 애지만, 훈련도를 올리다 보면 심신 모두 성장할 것이다. 혼자 싱겁게 가라앉아 버린 나하고는 다르다. 출격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후루타카나 아오바와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라면 키누카사는 지금 같은 아이가 아닐 것이다.
「……키누카사는, 대단하구나」
키누카사의 훈련도가 올라 개2가 되면, 카코가 키누카사를 지도할 일도 없다. 키누카사가 성장하면, 반드시 함대에서 가장 큰 전력이 될 것이다. 개2가 된 키누카사가, 용감하게 의장을 짊어지고 수평선을 향해 진격할 것이다.
카코가 상상한 그 광경은, 사실은 기뻐해야 할 일인데, 키누카사의 등 밖에 볼 수 없는 자신이 작아 보여 카코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꿈으로 본, 자신이 철덩어리였던 무렵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신체가 파괴되어 끝없이 가라앉기만 한 자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호흡을 하려고 해도, 입을 열 때마다 들어 오는 것은, 폐를 뚫어버릴 만큼 차가운 바닷물.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가라앉는 나를 멀리서 포위하며 웃는다.
철덩어리에 손발이 있을 리도 없고, 호흡도 할 리가 없을 텐데, 그렇게 떠올려지는 것은 지금 이렇게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가지마. 나를 두고 떠나지마. 혼자는 싫어. 혼자는 외로워. 싫어. 싫어. 키누카사. 키누카사. 귀여운, 나의, 나만의 키누카사.
「하아……안 돼, 자자」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자자. 이불에 누우면, 이런 기분도 가라앉을 것이다. 꿈이 없는 잠이, 카코에게는 가장 큰 약이다. 자면, 시간이 알아서 간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상대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 나는 누구와도 관계되고 싶지 않다. 자다가, 가끔 출격하고, 대충하다가 혼나고, 누구도 보살피지 않는다. 그런 일상도, 언제부턴가 멀리 가버렸다. 이제 카코의 일상에는, 한 소녀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머리를 식히려고 나왔는데, 쓸데 없는 생각만 더 하게 되었다. 덕분에 카코의 머리 속은 엉망진창이고, 몸만 차가워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방에서 자고 있을 키누카사에 대해 생각하면, 가슴 안쪽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울고 싶어질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키누카사」
입에 나온 이름은, 누구에게 닿는 일 없이 밤바람에 날아간다.
「……?」
방문 앞에 도달한 카코가,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 들어가려는 거니까 딱히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멈춰 선 카코의 귀에, 작은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설마, 라는 생각을 하며 카코가 귀를 기울이자, 아이가 흐느껴 우는 것 같은 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당황한 카코가, 한밤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힘껏 문을 열었다.
「키누카사! 왜 그래? 무슨 일이..」
야?.
그렇게 어어질 말은, 카코의 베개를 꼭 껴안아 흐느껴 우는 키누카사의 울음소리에 사라졌다.
「흑, 흐으윽……카코, 카코, 어디에, 이, 있어, 흑……우에엥」
눈물을 흘리며 엉거주춤으로, 키누카사가 카코에게 달려들었다.
키누카사가 아직 애라서 그럴까, 자고 있을 때 온기를 그리워해서 인지 카코의 이불에 들어갈 때가 많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온기 때문에, 카코의 이불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키누카사를 맞이한 것은 익숙한 온기가 아니라, 텅텅 빈 이불뿐이었다. 단번에 깨어난 키누카사가 주위를 둘러봐도, 카코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간 걸까, 라고 생각하며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어린 키누카사의 마음은 한계를 맞이해버린 모양이다.
온기가 없는 어둡고 추운 방에 혼자 있는 상황은 아이에게는 공포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카코에게 매달린 키누카사의 몸이 와르르 떨리고 있다.
「……키누, 카사」
그런 키누카사를 안심시키려고, 카코가 꼭 껴안았다.
그 온기에 겨우 안심한 것일까, 키누카사의 몸에서 갑자기 힘이 빠졌다. 아직 흐느껴 울지만서도, 몇 번이나 「카코, 카코」라며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다. 온 몸으로 카코를 원하는 그 모습에, 조금 전 뿌리쳤을 꿈이 다시 떠올랐다.
두근, 심장이 크게 움직인다.
두근, 두근.
폭력 같은 충동이, 카코의 몸에 퍼진다. 체온과 바깥 공기의 지나친 온도 차에, 내쉬는 숨이 새하얗게 밤을 물들인다. 폐가 탈 듯이 뜨거워서,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한다. 아무리 차가운 공기를 들여 보내도 그 열기가 식을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숨을 들이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키누카사의 향기에, 머리가 어지럽고 혈액이 끓을 것 같다.
「카코, 나, 착한아이가 될 테니까, 이제, 어리광 피우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가지 말아줘, 두고 가지 말아줘」
싫어하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며 필사적으로 달라 붙는 키누카사를 보며.
「――키누카사!」
카코 안에서 무엇인가가, 끊어졌다.
「카코……, 으읍, 읍―!?」
처음으로 주고 받은 입맞춤은, 눈물 맛이라, 짰다.
「으응, ……아」
짐승처럼 숨을 내쉬면서, 작지만 매끈한 입술에 혀를 넣었다.
「카, 카코? 뭐, 뭐하는, 히야웃!」
사랑스러운 소녀가 우는 것이 슬퍼서, 눈물 자취를 몇 번이나 핥았다.
강아지처럼 몇 번이나 빨자, 간지러웠던 것일까. 키누카사가 웃는다. 그 소리에, 안도를 했다.
「키누카사, 키누카사……두고 가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키누카사도, 나를 두고 가지 말아줘.
지금부터 카코가 하려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 키누카사가 순진하게 웃는다.
이름을 불러준 것이 기뻐서 함께 있는 것이 기뻐서, 순수한 마음으로 카코에게 안긴다.
그런 키누카사를 보며 카코는, 순진한 소녀를 범하려는 자기 자신에게 혐오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맛본 적 없는 배덕감에 흥분하고 있었다. 눈치 채지 못했다,카코의 입가가 호를 그린다. 자꾸 숨이 난폭해지고, 키누카사에게 닿고 있는 부분이 뜨거워진다. 소리를 내며 귀 뒤쪽이나 뺨에 입맞춤을 떨어뜨린다. 목을 간질이듯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키누카사의 작은 어깨가 움찔거렸다.
겨우, 카코와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챘는지, 키누카사가 살며시 카코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카코? 저기, 카코. 무슨 일이야?」
「응?별로 아무 것도 아니야. 그것다,. 키누카사. 옷, 벗을래?」
「어, 어째서? 옷 벗으면 추워지지 않아? 정말 무슨 일이야? 어쩐지 이상해!」
진짜 키누카사의 피부는, 어떤 감촉일까. 어떤 목소리를 내줄까. 꿈에서 본 키누카사와는, 향기도 맛도 다를까.
빨리, 빨리, 키누카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
이 어린 소녀에게, 자신의 증거를 새기고 싶다.
「내가 이상한 건, 지금만이 아니잖아?」
「아, 아니야, 카코, 달라!」
무심코 뒷걸음을 치려는 키누카사의 허리를, 카코가 힘껏 잡았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힘으로 끌려간 키누카사가, 카코의 앞가슴에 닿았다.
그리고, 카코가 키누카사의 옷에 손을 뻗어.
「어이, 카코, 키누카사! 무슨 일이야!?」
열려진 문에서, 익숙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깨로 숨을 쉬면서, 땀도 닦지 않고 애용하고 있는 칼을 잡은 채로.
「텐류.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당황하고는」
「아앙? 여기서 소리가 들렸으, 니, 까……! 어이, 뭔 일 있었어!? 키누카사 울고 있잖아!?」
「……에?」
그럴 일은 없다.
왜냐하면, 키누카사의 눈물은, 내가 전부.
「전부…… 응? 키누 카사?」
훌쩍, 훌쩍.
이 훌쩍거리는 소리는, 도대체 누구의 소리이지?
어째서, 키누카사가 또 울고 있는 거야?
「이, 바보 자식! 눈 감아라!」
퍽, 카코의 몸이 키누카사에게서 떨어졌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카코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뺨을 문질렀다. 아픔이 느껴져, 겨우 텐류에게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피를 흘린 채, 멍하니 울음을 그치지 않는 키누가사를 바라본다. 천천히 키누카사에게 하려고 했던 짓을 떠올린다.
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키누카사에게 말하면, 그녀는 어떻게 받아 들여줄까.
「――!」
소리가 되지 않는 절규가, 대기를 진동시킨다.
돌이킬 수 없는 짓에, 후회가 밀려 닥친다.
키누카사의 시선만이 무섭다. 조금이라도 경멸이나 혐오하는 색이 섞이는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다. 들리는 오열이, 키누카사의 것인지 자기 자신의 것인지, 카코는 이미 알 수 없게 되었다
미안.
그 한마디가 제대로 소리가 되었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의식이 떨어지기 직전, 카코의 눈에 비친 것은, 그럼에도, 자신에게 손을 뻗으려는 아이의 팔이었다.
「여, 기분은 어때?」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도 두 갈래 연보라색도 아니라, 새하얀 의무실 천장이었다.
「……키누카사는?」
「너, 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나.
카코가 누워 있었던 침대 옆에서, 텐류가 기막히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것을 보고, 카코는 어젯밤 사건을 떠올렸다. 그리고, 격렬한 두통과 구토가 느껴졌다.
「우윽」
「어이, 괜찮아?」
「……괜찮아」
「……그래」
괜찮아 보이지 않지만, 텐류는 그 이상 카코에게 묻지 않았다. 얼핏 보기엔 냉랭한 반응 같아 보이는 텐류였지만, 깊게 파지 않은 배려가, 카코는 매우 고마웠다.
침묵이, 잠식한다.
먼저 말을 건 것은, 텐류였다.
「……아―, 그 뭐지. 키누카사 말인데」
「!」
키누카사, 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카코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맨 먼저 일어나자 한 말이 키누카사였는데도, 역시 직접 듣는 건 무섭겠지. 어젯밤을 생각하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다고 텐류는 생각했다. 하지만, 카코에게는 말이다. 카코만이 아니라, 키누카사도 원할 것이다.
「울다가 지쳐서, 지금은 내 이불에서 푹 자고 있어. 아아, 타츠타가 봐 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가 의식을 잃은 후 쭉 카코와 함께 있겠다고 아우성치긴 했는데……쓸데 없는 짓을 했을까?」
「……아니, 고마워.」
텐류가 한 말에, 카코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카코도 텐류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시계 소리만 울린다. 잠시 후, 두 번째 침묵을 깬 것은 카코였다. 천천히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 키누카사에게 심한 것을 하려고 했어. 아니, 심한 일, 이라고 해야할까, 의미 없구나. 하핫, 키누카사를……그런 작은 아이를, 범하려고 했어. 바보같아. 키누카사가 말했어. 애취급 하지 말아줘! 라고. 아아~, 그 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애취급 하지 않으면 그러고 싶어진다는 거. 미움 받는 것이 이렇게 무서웠다니, 키누카사를 상처 입히는 거에 비하면 사소한 건데」
「바보다」
「아아, 바보야」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 하지만 키누카사 녀석」
끝까지, 니 이름을 불렀다고.
의무실의 공기는, 너무 깔끔해서 가슴이 답답하다. 맑고, 순수한 그 소녀가 떠오르게 된다. 텐류의 말이, 망상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아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심한 짓을 해 버렸는데, 그런데도 「카코」라고 이름을 부르는 키누카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침대에 웅크려 소리를 죽여 울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닫혔다. 아아, 텐류가 나간 걸까. 머리 속 이성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 맞춘다. 철덩어리 무렵부터 전우였던 동료의 배려에, 카코는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감사했다.
이제, 깨닫지 못한 척 할 수도 없다.
애취급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나.
「……키누카사를 좋아하니까」
인정하자 마음이 안정된다.
너무 늦은 연정에 대한 자각은, 큰 아픔과 함께 소녀의 마음에 새겨졌다.
그 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날짜만 지나갔다.
바뀐 것은 키누카사가 연습에 참가 하고, 심신 모두 순조롭게 성장했다는 것 정도다. 그날 밤 이후, 카코는 키누카사를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가급적이면 피하려고 했다. 키누카사는 납득할 수 없는 것 같았지만, 단번에 연습이나 출격 증가한 탓에 피곤해서, 카코에게 뭔가 말하기 전에 자 버릴 때가 많았다. 그렇게 출격을 반복하는 동안, 아오바가 겨우 착임을 했고, 키누카사와 제독은 정말 기뻐했다. 남은 건 후루타카뿐이다, 라고 말하며 아이처럼 뛰는 제독의 목소리도, 카코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예상하고 있었던 그 광경에, 카코는 가슴이 아팠다.
이것으로, 아오바와 키누카사는 같은 방에 배정되고, 나는 후루타카가 올 때까지 혼자다.
그렇게 생각하며, 카코가 외로움과 안도가 섞인 복잡한 한숨을 쉬었던 것도 한 순간. 꼭 그렇지 만도 않았다.
후루타카형과 아오바형으로 방이 나뉜 것을 기념해야 할 밤이었을 텐데, 키누카사가 자기 이불을 안고 후루타카형 방으로 들어 왔다. 후루타카형의 방이라고 해도, 실제로 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직 카코뿐이다. 카코 혼자서 기막혀서 굳어진 틈에, 키누카사가 카코의 이불 옆에 자기 이불을 깔았다. 제 정신이 든 카코가 당황해서 키누카사에게 따졌지만, 키누카사는 들은 척도 안하고 누워 버렸다.
「저기―, 키누카사씨. 당신의 방은 옆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오바가 기사 편집해야 한다며 늦게까지 일한다고 해서, 방해하면 안 좋을 거 같고」
「아, 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대답에, 카코는 뭔가 실망스런 한숨을 쉬었다. 아니, 실망이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할 권리도 없다고. 이미 버릇이 되어 버린 자기 혐오에 내심 고개를 숙였다. 살짝 카코가 곁눈질로 키누카사를 바라보았다. 그 어린 소녀는 이미 훌륭하게 성장했다. 키도 커지고, 몸매도 여성스러워졌다. 머리 위에 있는 두 갈래 연 보라색 만이, 남아있는 어릴 적의 모습이다. 확실히, 슬슬 개2가 될 수 있는 훈련도에 도달할 때가 된 것 같다. 두 번째 개장을 받은 함선소녀들은, 대부분이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 단번에 여성다워지는 것 같다. 키누카사도 트윈테일을 풀고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것일까.
답답한 마음으로 신음소리를 내는 카코를 아는 걸까 알지 못하는 걸까, 키누카사가 내일 날씨를 이야기한 듯한 느낌으로, 특대 포격을 했다.
「아, 저기, 카코. 나, 슬슬 개2가 될 거 같은데」
「응」
「각오해줘」
「……응?」
「그날 밤의 계속은, 내가 할 거니까」
「……하?」
「그럼, 잘자~」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드는 키누카사를 단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키누카사가 한 말이 너무 충격적이라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지금, 뭐라고 말했어?
그날 밤의 계속이라고?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키누카사가 먼저 하겠다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몇 초인가 몇 분인가, 얼마나 지난 걸까. 키누카사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방에서, 천천히 카코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 말로 할 수 없는 신음이 새었다. 이 전신을 덮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열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족한 머리로 어떻게든 이해한 것은 정말로 아주 조금뿐.
하지만, 그 아주 조금이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
아무래도 그날 밤, 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어린 소녀의 「좋아한다」 그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카코가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키누카사가 이렇게 돌려줄 줄은 몰랐다.
「아―, 어쩌지……키누카사가 좋아서, 어떻게든 되어버릴 것 같아……」
간신히 서로 맞닿은 연정은, 자리에 누워도 사라지지 않고, 다만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