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블로그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21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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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가하마 유이는 겨우 오키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생일 기념작】

 

※ 이 작품에 나오는 로컬 네타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 시점으로 본 로컬 네타입니다!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 주세요!

   참고로이 작품에서 나온 기업이나 단체,지명은 실재합니다.

   문제가 되면 죄송합니다.

 

 

 

 

 

 *봉사부실*

 

 

「유키농힛키야하로!」

 

「안녕유이가하마양」

「……아아」

「……다행이야평소 대로야」

「문화제 일이라면 신경 쓸 필요 없다오히려 정리 때문에 좋았을 정도다」

「엄청 끌고 있잖아……. 그래도 정리할 게 많았는데 오전 중에 끝나서 다행이야유키농네 반은 어땠어?

J반은 패션 쇼였으니당일에 쓴 의상을 제외하면무대세트만 철거했을 뿐」

「유키농패션 쇼에 나갔어?

「그런 것에 나갈 생각 없어」

「어째서? 유키농의 패션쇼보고 싶었는데,맞아! 담에 옷 사러 가자! 이번 토요일! 그래서 유키농 예정 물어볼 생각이었어!

「유이가하마양나는 그 날 학원이 있어」

「그럼 학원 끝나고 가자! 힛키도 함께!

「하?

「어째서 히키가야군이?

「어차피 힛키 탓에 유키농 패션쇼에 나갈 수 없던 거 아니야? 그러니까 힛키도 함께!

「내가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라오히려 나는 이용당한 입장이니까」

「에―? 괜찮잖아! 그럼 코마치짱도 함께!

「코마치도 라니 어차피 강제 아닌가……. 그보다그 봉투는 뭔가?

「흐~이거? 보고 싶어?

「보란 듯이 들고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만」

「저기힛키여름방학 때 오키나와 여행하러 갔었잖아? 힛키 집에 사브레 맡기고」

「아아그것이 뭔가 있는 건가?

「혹시오키나와 여행할 때 찍은 사진일까?

「응! 디지탈 카메라로 찍은 거 사진집에서 현상했어! 두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아침부터 흥분한 건가

「두 사람은 오키나와 간 적 없는 거야?

「나는 없다」

「나도 없어」

「힛키는 어쨌든유키농이 간 적이 없는 건 의외네……

「그럴 생각이 들면 갈 수는 있지만딱히 이유가 없으니까」

「그럼봉사부 중에선 내가 가장 먼저 오키나와 간 거네」

 

「유이가하마그건 아니지」

 

「히라츠카 선생님무엇인가 용무가 있습니까?

 

「아니특별히 없어거기의 있는 문제아가 변함 없이 건강하게 썩고 있는지 확인 하러 왔을 뿐이야」

「나는 몸도 마음도 신선합니다」

「그런 눈으로 말해 봐야 설득력이 없는데…….그런데 유이가하마봉사부에서 오키나와에 가장 먼저 간 건 나다」

「그야선생님 정도로 쓸데없이 나이 먹고 있었다면 오키나와 정도에는 갔을 겁니다」

「히키가야오키나와를 무대로 한 작품이 좋아서 다행이구나」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말해야 해?

「아니요괜찮습니다……

「선생님은 오키나와에 간 적이 있는 건가요?

「대학 서클 활동으로 말이야몇몇 써클과 합동으로 오키나와에 갔는데이 녀석도 저 녀석도 러브러브……칫」

「선생님……」

「빨리 누군가 받아 줘라……

 

「유이가하마는 가족 여행인 건가?

「네가족끼리 오키나와에 갔었어요오늘은 그 사진을 가지고 왔어요같이 보고 싶어서」

「호오어디 보자나도 봐도 될까?

「물론이에요선생님도부디!

 

 

 

 *국제 거리(国際通)*

 

 

「오키나와의 햇빛은 치바하고는 전혀 달라뭐라고 해야 할까까랑쩌억 하는 느낌?

「전혀 모르겠다」

「오키나와는 아열대 기후인 현이지당연히치바와 비교하면 햇빛 질이 전혀 달라오키나와에서 탱크 톱으로 돌아다니면 2시간 만에 숯이 된다」

「엣그랬나요?

「아니 너 갔다 오지 않았는가?

「그게 자외선 차단제도 발랐고……그러고 보니 파파가 타서 목욕하기 힘들다고 그랬어」

「내 써클 동료도 그랬지국제 대로를 지나가던 무리가 목욕탕에서 따끔거리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어꼴 좋다」

「선생님같이 국제 거리에 갈 사람도 없었습니까……

「히키가야유키노시타어째서 그런 불쌍한 눈으로 나를 보는 거지?

「아니선생님의 학생 생활을 조금 이미지

「하하지만 국제 거리에 가도 선물 가게는 어디나 똑같……

「잘 지적했구나유이가하마확실히 그렇긴 한데 어느 의미로는 터부야국제 거리의 체면과 관련된 거와 말이지」

「선물 가게가 뭐 그렇지……

「뭔가 다른 가게는 없었을까유이가하마양」

「다른 가게……맞아소금 전문점이 있었어」

「소금?

「마마가 가 봤는데이것 저곳에서 모은 소금을 팔고 있었대제일 인기 있는 게 눈소금이라고……

「눈소금?

「주로 미야코섬에서 생산되고 있는 소금이야.매우 질이 높은 소금으로친스코(ちんすこう)에도 쓰고 있어」

「친스코라면한 번 맛을 봤는데 맛있었어」

「유이가하마아게하마 염전 제법(あげ浜塩田製法) 소금은 있었는가?

「그게 뭐야?

「쿠쥬쿠리하마(九十九里浜) 앞바다에 있는 바닷물로 만들어진 소금이다치바의 소금도 있었냐고 물은 거다.

「으~이름 까지는 기억 안 나지만치바의 소금도 있었던 거 같아」

「꽤 하는구나오키나와 소금가게」

「그리고 블루씰이라는 아이스크림가게가 있었는데거기 바닐라 아이스 맛있었어∼. 편의점에서도 잔뜩 팔았고오키나와에서는 제법 유명하대」

「현 특산품이란 거겠지. ……아아사브레를 받으러 올 때 유이가하마가 조금 둥글게 보인 것은 그 탓인가」

「나 그렇게 먹지도 않았어!

「오키나와 식사는 기본적으로 칼로리가 높다고 해」

「유키농까지!?

「괜찮아 유이가하마양내가 볼 때 당신 체형은 합숙에서 봤을 때와 다르지 않아」

「고마워 유키농정말이지힛키는 정말 매너가 없어……

「그 쪽 정식가게는 가격에 비해 나오는 양이 너무 많으니까 말이지오키나와 정식가게에 가면 돈까스 정식만은 시키지 마라그것을 먹는 것만으로 잘 때까지 식욕을 잃을 정도이니까」

「듣고 나니엄청 나온 거 같네요……

 

 

 

 *시키나엔(識名園)*

 

 

「예쁜 곳이지오키나와 같고」

「일본 정원을 중국 정원과 혼합한 느낌이구나」

「류큐 왕가 별장휴양이나 접대할 때 썼다고 하니역할은 일본 정원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황실 별장 같은 곳을 말하는 걸까?

「황실 별장?

「천황이나 황족이 가지고 있는 별장을 말하는 거야현존 하는 황실의 별장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토치기에 있는 나스 황실의 별장이고」

「유키피디아는 치바 이외의 지식도 검색이 가능한 건가?

「이 정도는 일반 상식이야당신도 국어 3위라면 좀 더 공부하렴」

「내 성적을 의심하는 건가?

「전에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1과목만으로는 학력의 지표는 되지 않아문과에 갈 거면 적어도 지리나 역사는 공부하렴그전에 상식부터 해야겠구나」

「마치 내가 비상식적이라는 거 같다만」

「상식을 의심하는 것 같은 행동을 계속 하는 건 누구일까나..

「글쎄」

「저기두 사람 모두 사진이라도 보면서 진정하자」

「그렇네거기 썩은 눈을 보는 것보다 눈요기가 될 테고 말이야」

「그렇구나유이가하마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엣힛키는 정말싫다―……에헤헤」

「………하아」

「………이러니 히키가야는」

「어이나 무엇인가 말한 건가?

「아니아무것도 아냐!

「히키가야군역시 당신은 비상식적이구나」

 

 *츄라우미 수족관 해양박공원 (海水族館 海洋博公園)*

 

 

「단번에 북부까지 이동 했구나」

「츄라우미 수족관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오키나와 본섬 위쪽왼쪽으로 크게 튄 부분 있지 않아? 그 끝이야」

「북부라고 해도 오키나와이고 거기서 거기 아닌가?

「힛키 오키나와를 너무 몰라오키나와는 제법 차도 많고고속도로 타지 않으면 반나절은 걸리는걸?

「에오키나와에 고속도로가 있는 건가? 그렇게나 작은 섬인데?

「히키가야유이가하마가 말하는 대로 너는 오키나와를 너무 작게 보고 있어오키나와현은 차가 중요해고속도로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고속도로 타면나하에서 나고까지 1,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

「역시 작지 않습니까?

「작기 때문에 더더욱 도로의 존재가 중요하지.오키나와에는 모노레일 밖에 철도가 없으니까 원거리를 이동할 거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야」

「그래서갈 곳까지 간 곳이 수족관이 있는 본부라는 곳입니까?

「본부라고 쓰고 『모토부(もとぶ)」라고 불러」

「오키나와는이상한 지명이 많대 집에 무()라고 쓴 곳도 있고보험의 보에 영양의 영을 쓰고,  『병』이라고 부른대」

「뭔가 그건. DQN 네임의 지명판인가」

「류큐 왕국은 히라가나 표기가 주인 것 같지만,시마즈 번의 손으로 측량책이 만들어 졌을 때에 읽기나 의미에 대응한 한자가 할당되었지그래서 읽을 수 없는 지명이 산만큼 있어병 말고도 손님()이라 쓰고 『실착(じっちゃく)』이라고 부르는 장소도 있을 정도니까참고로 둘 다 버스 정류장이다」

「……조금 전부터 듣고 있었는데선생님대단히 자세하네요」

「서클 활동이 오키나와 여행이었으니자세할 수 밖에 없지」

「……어쩐지 내가 오키나와의 사진을 꺼낼 때마다 선생님이 불쌍하게 되어 가는 거 같아」

「유이가하마양에게는 죄가 없어히라츠카 선생님이 멋대로 자폭하고 있을 뿐이니까」

「정말누군가 받아줘……

「……그래서어땠을까수족관」

「아맞아 맞아 수족관 이야기였지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거기 눈이 썩은 남자 탓이야」

「결국 나인가……

 

 

 *니시하라 마린 파크 니시하라 키라키라 비치(西原マリンパク 西原きらきらビチ )*

 

 

「오키나와라고 하면 역시 바다네」

「음음오키나와라고 말하면 역시 바다지」

「오키나와는 바다가 유명한걸」

「주위에 바다 밖에 없으니까 그렇겠지」

「그렇지만 유이가하마양수영복이 아니구나」

「으~수영복을 입으려고 했는데현지 사람과 파파에게 제지당했어」

「당연한가태워지고」

「오키나와 사람은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지 않아. T셔츠와 반바지로 비치에 있는 사람이 몇 명 보이지아마 현지 사람일 거다」

「현지인의 지혜라는 건가ㅏ」

「그래서 나수영복 입지 않고 놀았어」

「유이가하마양이 흠뻑 젖은 사진은 그 탓이었구나……

「그래도 그 덕분에 조금 밖에 안 탔어수영복이 아니라 미안해 힛키」

「아니나는,, 그 뭐랄까합숙할 때도 봤고너가 즐거웠다면 그걸로 좋지 않을까 한다만」

「아고마워……

「그렇지만정말 좁은 곳이구나깊이는 제법 있는데사용된 면적이 적어」

「아―그래오키나와에는 하부쿠라케 라는 위험한 해파리가 있어비치까지 오기도 한다는 구나그래서 수상 스포츠하는 사람 이외의 비치 이용 손님들은 보호 공간에서 놀 수 밖에 없지」

「아깝군요이렇게 깨끗한 바다인데」

「그렇지만 슈노르헬 쓰면 내려갈 정도로 깊어.거기까지 헤엄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유이가하마양슈노르헬 쓸 수 있니?

「나도 쓰는 거 처음이었지코치가 제법 상냥하게 가르쳐 주었다」

 

「 「 「……코치?」」」」

 

「아! 아니여자이니까!? 오해하지는 말아줘라!

「뭔가요?

「하지만수영하는데 남자가 말을 걸어도……

「이 경우오히려 남자가 좋지 않을까 한다만..

「기기다려남자와 여자는 폐활량이 다르고,헤엄치는 방법도 달라무엇보다 유이가하마는 초심자다안심할 수 있는 상대에게 코치를 받는 게 좋을 거란 이야기지」

「그그렇네요! 과연 히라츠카 선생님」

「……제법좋은 분위기까지 갔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이제 그만둬 시즈카짱」

「히키가야하루노 같이 말하는 건 그만둬라제법 아프다」

「언니……히라츠카 선생님을 이렇게 취급했었구나……

「어쩐지 상상이 바로 되어서 싫구나……

「잠깐 기다려니들 아까부터 나를 불쌍한 취급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내내 여행기일 텐데선생님의 반성회 같이 되었어……

 

 

 

 *오키나와 에이사 대회(エイサー大会)*

 

 

「이걸로 마지막이구나」

「오키나와 축제인가어떤 축제였나?

「에이사라고 오키나와 무용 축제 대회가 있었어그것을 보러 가는 것이이번 여행의 목적파파와 마마의 학생시절 친구의 아이가 나와서응원 하러 가고 싶었대지금 힛키가 들고 있는 사진에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로 있는 사람」

「꽤 어려 보이는구나코마치와 같은 정도 아닌가?

「응중학생이래올해 수험생으로고등학교는 현지에 있는 고등학교로 갈 예정이고」

「그 녀석에게 들은 건가?

「돌아갈 때비행기에서 마마가 가르쳐 주었어.그것이 무슨 일이야?

「아니어째서 너의 부모님이 이 녀석을 응원하러 가고 싶었는지 신경이 쓰여서 말이다친구의 아이라는 것만으로는그럴 수 없겠지」

「그렇네부모님의 친구가 나온다면 모를그 아이라면 뭔가 이상하네」

「으~듣고 나니 그렇네무엇인가 다른 목적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지」

「그렇지만 축제라고는 해도정말 에이사만 볼 뿐이었고다른 것은……

「정말로 에이사만 일까나?

「정말로 에이사만 이었어나도 파파도 마마도,쭉 함께 사진 촬영하면서 에이사를 봤고그 다음에는 포장마차에서 오키나와 소바를 먹었던 것 정도일까―. 포장마차 소바는 어쩐지 맛있었어」

「나도 같은 의견이야단지 고기가 작은 것이 아쉬울 뿐이지」

「아그래도 부탁 했더니 고기 하나 주던데요?

「……! 이이것이 고등학생인가……내가 부탁했을 때는」

「이제 상관없지 않습니까히라츠카 선생님」

「……유키노시타적어도 끝까지 말하게 해 줘라……. 하지만나는 알 것 같구나유이가하마의 부모님이 너와 에이사를 보러 간 이유」

「알고 있는 건가요?  선생님」

「그야 알지국제 대로를 걷고슈리성이 아니라 시키나엔에 가고 고속도로를 타고바다에서 놀고지역 전통 무용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많은 곳을 보러 간 거 같지만아마부모님은 너와 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 뿐이 아닐까? 유이가하마」

「가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여행하는 게 아닙니까선생님」

「너희들은 아직 몰라부모라는 것은아이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하지유이가하마그 루트는 부모님이 정한 거야?

「그렇긴 한데…… 아」

「이제 안 건가그 루트라면 보통으로 여행사를 이용해도 괜찮을 거다그러나너의 부모님은 자기들이 여행 계획을 전부 짜고 너를 데려갔어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친구 자식 공연을 보러 간다고 말한 거고이에 관해서는,나도 부모님에게 사과를 해야겠구나」

「어째서 선생님이?

「그야 그렇지나는 딸의 여행보다 먼저합숙이라는 명목으로 며칠 간 너희들을 치바 마을에서 캠프를 시켰지부모님이 봤을 땐 어땠을까그러니까유이가하마가 조금이라도 즐거워할만한 계획을 짰을 거다」

「거기까지 하는 것입니까부모는」

「거기까지 하는 게 부모다」

「……유이가하마양의 부모님은훌륭한 사람들이군요」

「으오늘 집에 돌아가면 파파하고 마마에게 고맙다고 말할래선생님가르쳐 주어서 감사합니다」

「고맙긴봉사부라면 내가 너희들의 부모이니까부모의 기분은 부모가 아는 거야」

「언젠가 진짜 부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어이 히키가야그것은 어떤 의미인 건가? ……뭐 됐어나에게 아이가 생긴다고 해도너희들 나이까지 자라는 것은 언제가 될지아직 모르고」

 

 

「……히라츠카 선생님제안이 있습니다」

 

 

「뭔가유키노시타?

「기회가 있으면한번 더 봉사부에서 합숙을 합시다」

「뭐야 갑자기?

「가능하면그러니까…… 이번에는 우리들 넷이서」

「……생각해 두마최대한 빨리해보자」

「그래! 그럼 이번에는 나와 유키농이 여행 계획을 짜자!

「어머나히키가야군은 괜찮은 걸까?

「응! 힛키는 괜찮아!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어이나 무지 슬프다만」

「힛키는 안돼왜냐하면이것은 힛키를 위해서 짤 거니까」

「……하?

「이번 문화제 때 정말 노력해준 아무개 씨를 위해 생각해준다는 거야! 유키농도 괜찮지?

「이런유이가하마일정과 루트를 생각하는 것은 유키노시타가 아니라 나다」

「히라츠카 선생님하고 인가요?

「유키노시타도 문화제 때 노력한 사람이니까.히키가야와 유키노시타두 사람을 위해 생각해보자」

「아……그럼 나와 유키노시타는」

「일정과 루트가 정해지면 보고하지그 때까지는 기다려라」

「……유이가하마양」

「괜찮아나와 히라츠카 선생님하고 둘이서즐거운 여행 계획을 짤게!

「그렇지만」

「유키노시타우리는 기다릴 뿐이다모처럼 생각해 준 거니까」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다고 합니다유이가하마히라츠카 선생님」

「힛키 절대로 참가해야 해참가하지 않으면 코마치짱에게 명령할 거야」

「알았다절대로 가마」

 

「그럼오늘 봉사부는 해산이다아무것도 하지 않지만앞으로 체육제다가까운 시일 내에 누군가 올지도 몰라」

 

 

 ―――소부 고교 문화제가 끝나고 다음주 화요일.

 이렇게봉사부의 부활동이 끝났다.

 

 ―――그 주 금요일.

 

 어떤 국제 교양과 이름 미상 탐정 소녀가 돌격한 것은또 다른 이야기이다.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20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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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10권 네타가 있습니다.




【등장 인물】



마나츠루 마코토---2년 J반 소속. 타칭:탐정소녀


카나가와 와카나---2년 J반 소속.


하야마 하야토---2년 F반. 하이 스펙 훈남



 다음 페이지부터 본편입니다.







[newpage]



 "유키노시타양" 이 누구를 가리키는 지는 모른다. 그런 핑계를 대게 하지는 않겠다. 그러니까 굳이 애매한 말투로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 그에게는 충분하다.

 그 정도나 되는 인물이니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이다. 만약 여기서 얼버무린다면, 그는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남자다. 그 사랑은 결코 이룰 수 없고, 언젠가 버림 받는다. 내가 본 그 자매라면 볼 것도 없다.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양이 사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소문이 예전에--- 일부에선 지금도, J반 여자들 사이에서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에게 말을 꺼낸 것은 10월 무렵이었을까. 문화제가 끝나고, 나는 그를 불러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겸 물어 보았다. 그 때, 그는 그런 이야기가 퍼지면 폐가 되니까 주의해달라고 했다.


 어쩌면 나는 그 때부터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 연애 뇌에 대해 그는, 그 때 같이 놀란 듯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 보고 있다.


「지금 그거, 관계 있는 거야?」?

「이야기 하다가 다른 여자 이름이 나오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은 아니야」

「……그것 치고는 너무 예민하지 않아?」

「별로 이로하나 유키노시타양에 한해서 하는 말이 아니야. 히키가야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은 그 밖에도 있어. 유이도 이전하고 비교하면 크게 바뀌었지」


 ―――더 강해졌다.


 라고 말하듯이 하야마 하야토가 말했다.


 어느 시점과 비교해서 바뀌었는지, 거기까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유이가하마 유이에 관해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사람을 바꾼다.

 행동과 세계를 변화시킨다. 사랑 때문에, 사람은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바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럼, 특별히 그런 감정이 있는 건 아니네?」

「그렇다고 해도, 그런 것만은 아니야--- 싫어질 리가 없으니까」


 마지막은 매우 싫증나는 기색으로 단언했다.


「부정하지 않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딱히 상관 없다만」

「의심이 많네……」

「여하튼 미숙한 탐정이니까」


 상당히 중요하지만―…….



[newpage]



―――그렇다고는 해도, 바로 연애로 묶어 버리려는 것은 내 나쁜 버릇이다, 라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유키노시타양에게 탐정 소녀라고 닦달 당한 이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스스로 생각했다.

 제대로 해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되는 걸까, 라고.


 좋아하지? ,라고 당사자가 품은 해명할 수 없는 감정을 제 3자가 들이 대는 것은 때로는 기분을 자각시키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대체로는 거슬리는 말로 끝난다. 특히 그럴듯한 당연한 이유를 늘어놓으면서까지 감정을 단정 짓는 것은, 그럴 마음이 없는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성가신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애초에 자각하고 있다.

 하야마 하야토는 말하자면 전자도 후자도 아니다.


「그가 나와 같은 걸 물어도? 그래도 괜찮아? 너는」

「오히려 웃겨. 그런 것을 히키가야가 물어 볼까?」

「그것은……」

「말하지 마. 즐거움이 줄어드니까」

「아, 악취미……!」

「탐정 지망인 너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데」

「장래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어……」


 여기까지 서로 주고 받고, 나도 하야마 하야토도 얼굴을 마주보고 무심코 뿜어 버렸다. 웃음이 터져 나와, 급기야 웃음 바다가 되었다.

 어째서 웃는 걸까.

 너무 소리장도(笑裏蔵刀)해서, 못해 먹는 걸까.

 그래도, 히키가야 하치만이 나와 같은 걸 물어 본다니, 그것은 즉 『그런』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잖아? 그렇지만 하야마 하야토는 그런 느낌으로 두 사람하고 엮일 생각 만만이고, 그렇게 되면 여기저기 모든 인간 관계가 뒤집어지겠지, 역시 조금도 웃을 수 없다. 나에게도 불똥이…….


「대체로 알았어, 정말 재미있네. 만약 질문 받으면 나에게도 알려줘」

「싫어. 너에게 말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만큼 말했으니까 말해도 괜찮잖아」

「네가 먼저 물은 것뿐이겠지……」

「그, 그렇지만……. 그래도 겨우 네 얼굴이 밝아졌어」


 나는 아직 맹한 얼굴로 어째서인지 그렇게 말했다. 하야마 하야토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짓다가, 입가를 누르고 웃었다.


「나, 그렇게 음험했어?」

「너무 음험해서 질릴 정도였어」

「그런가. 신경을 쓰게 했네. 미안 마나츠루양」

「정말이지. 그렇다고 할까, 너 제법 유키노시타양하고 인연 있는 거 같은데, 옛날부터 아는 사이야?」


 전에 하루노씨와 만나 이야기했을 때나,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이니,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닐까?


「나와 유키노시타양은 같은 초등학교야. 중학교는 다르지만」

「에?」


 ……에?

 그랬어!? 


「그렇다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라, 예를 들어 가족 전체 교류라든가, 혹시, 그렇……다거나?」

「마나츠루양 잘 아네…….  맞아, 우리 아버지가 유키노시타양 회사의 고문 변호사야」

「에, 에에∼……? 거짓말이지……?」


 진짜로!?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하루노씨에 대한 태도를 보면 유키노시타양하고도 어느 정도 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초등학교부터, 는커녕, 집안 전체가 교류를 했었다니!?


 양가집 미인 자매와 어렸을 적부터 집안 전체로 교류한 적이 있는 문무양도 훈남이 정말로 있었다……전에도 생각했지만 정말로 라노베 주인공 같다……. 리얼하게 생각하면 이 녀석 굉장하다기 보다, 뭐야 이 녀석 이성 관계가 풍족하다가 지옥에나 떨어져라 같은 개인적 원한이 먼저 튀어나올 것 같다……. ―――안 돼, 진짜로 배가 아파.


「그런 환경에 있는데도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너 멍청하지!?」

「뭐야, 마나츠루양. 그것 무슨 의미?」

「말 그대로야! 우왓, 터무니 없는 우스갯소리를 들어 버렸어! 어쩐지 미안!」


 그야, 응, 아무튼, 그렇구나―………위험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 할거야 배가 뒤틀리면 어쩌지. 충격적인 사실이잖아!

 당시 그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고,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집안끼리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있고, 현재까지 왔다면 이런 저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마나츠루양. 그 이상 말하면 진심으로 화내」

「미안 미안! 비밀로 할 테니까 용서해줘!」


 박장대소 중인 나를, 하야마 하야토는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 보고 있었다.



[newpage]



 조금 전까지 그 답답한 공기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이미 부드러운 분위기로 변해있었다. 적당히 잡담을 하는 동안 코코아와 탄산음료 둘 다 없어졌고 테이블에는 음식을 먹은 자취만이 남아 있었다. 나와 하야마 하야토는 기분 전환도 할 겸 둘이서 드링크 코너로 가 쥬스를 따르고, 그대로 카운터에 피자를 시켰다.


「그런데 조금 전 이야기 말이야, 히키가야 하치만과 연관된 사람은 모두 바뀐다. 그것은 어떤 의미?」


 유키노시타양 이름이 나와서 그쪽으로 화제를 바꾸었지만, 그 전에 나온 이야기도 아직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을 떠올렸다.


「아아…… 말 그대로야. 적어도 내가 봐왔던 유키노시타양은,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진력하지 않아. J반에서는 어때?」


 아마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혹은 봉사부로서 히키가야 하치만, 유이가하마양 두 사람하고 활동을 시작하기 전일까. 그 때와 비교하면 이겠지.

 그것은 내가 모르는 모습.


「……보통이야? 그렇지만, 1학년 무렵하고 비교하면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느낌. 여기 최근까지는 계속 가라앉고 있지만……」

「그런가」

「역시 연관이 있는 거네」


 학생회 선거 시기는 수학 여행 이후. 유키노시타양이 가라앉아 있었던 시기는 그때부터였다. 그가 유키노시타양의 문제에 연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봉사부 문제라면 관여하지 않았을까?


「유키노시타양이 아니라 히키가야 쪽이지만 말이지」

「흠, 그쪽 말이네……. ……그래도 정말 보통이야. 아직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긴 한데, 모두 곤란한 일도 없고. 성실하게 공부도 하고 있으니까 수업에서 모르는 것도 물어볼 수 있고 ……연애 쪽에 대한 이야기도 없어서 그쪽 방면으로 안심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고」


 최근에는 듣지 못했다……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다행인 것에 J반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남학생들은 그녀가 있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라, 그 이유로 분위기가 흐려진 적은 없다. 뭐, 적어도 한 명은 없지만…… 그것은 그 녀석의 자업자득이고 별로 상관없다.

 여자끼리에 한 해선, 1학년 무렵에 비해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서는 반에서 봉사부 인지도 올라서 사정을 이해하는 여자도 늘어났고, 방과후 미팅이나 쇼핑에 어울려주지 않는다고 잔소리하는 여자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런가. ―――아직, 그런 입장인가」


 걱정도 동정도 아닌 그의 말 한 마디가, 그런 유키노시타 유키노라고 하는 여자에 대해 슬퍼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직, 그런가.

 그것은 시간을 나타내는 표현일까.

 아니면, 2학년 J반, 이라는 1년 반 이상이란 세월을 거쳐 형성된 반 분위기를 말한 걸까.

 그렇지 않으면.


「……별로 그렇게 적은 것도 아니야. 어디에나 그런 사람은 있고, 중3 때 나보다는 사교적이야. 그러니까」


 그녀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이 말하는 것, 이라고 할까 유키노시타양을 업신여기는 것 같은 말을 하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절대로 자기에게 문제가 있지 않아도, 날조 당하거나 여론으로 규탄 되어, 문제화되는 것도 있다.

 그 해결이나 해소를 남에게 맡기는 것을 본인의 변화나 성장이라고 부른다면.


「원인을 멋대로 히키가야 하치만로 단정 짓지 말아줘? 그런 말을 들으면 이쪽이 노력한 보람이 없어지니까」


 우리들 J반 존재는, 어떤 변화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에 대해, ―――조금은 나도.


「뭐, 이웃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인다는 이야기야」


 그런 마음을 가볍게 흘리며, 나와 하야마 하야토는 음료수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newpage]




 이웃 잔디가 더 푸르다--- 이것은, 우리들 세대가 안는 고민과 대체로 직결된다.

 리얼충이 뭉쳐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끼고 싶어지고, 신경이 쓰이는 이성이 다른 여자아이와 사이 좋게 있으면 다른 곳에서는 시기를 한다. 다른 학교 교복이 굉장히 귀여우면 부럽고---그 밖에도 산만큼 타인이 부럽고, 그 고리 안에 들어가고 싶어질 때가 많다.


 필경, 그가 하고 있는 고민도 굳이 말하자면 이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야마 하야토라는 남자는 풍파가 생기는 것에 너무 민감하다 치더라도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간단하게 손에서 떨어질 수 있는 모조품이 아니었을까?

 그에 비해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남자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결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결코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보물을 가진 것은 아닐까?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든 걸까.

 자기하고는 다른, 히키가야 하치만은 진정한 호의나 신뢰를 얻고 있고, 그것이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변해가는 이유라고, 그렇게 생각한 걸까.


「그래도 --- 그 말이야, 자기에게는 덕망이 없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마. 정말로 그랬다면 내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않아?」


 그의 태도가 신경이 쓰여 노래방에 온 것이긴 해도, 하야마 하야토가 아니면 이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인간성을 알지 못했다면, 노래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고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너를 좋아하게 되고, 바뀌게 될 여자도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사소한 변화라도 상관없다.

 그가 한 번 보고 싶었으면 해서 신경을 쓰거나, 잘 느끼지 못했었으나 다른 사람들하고의 접점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훌륭한 변화다.

 반대로 잘못된 방향으로 폭주 해서, 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을 밀어내려는 것도 변화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추리 연구부에 있는 탐정 소녀에게 의뢰해. 어떻게든 해줄게」


 어떤 의뢰든, 받은 의뢰는 확실히 조사하고 보고한다.


 그것이 탐정이다.


「……설마 너에게 격려 받을 줄은 몰랐어」

「그런 생각도 있어」


 내 행동은, 하야마 하야토에 대해서 어떤 감정도 없었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자타 함께 인정하는 연애 뇌이기에 내 연애 감정만큼은 굉장히 냉정하다.


 그러므로 속셈은 없다.


 일부 여자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기회인 둘만 있는 노래방, 그럼에도 나는 그럴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기에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면접 장소 같이 마이크를 하야마 하야토에게 향하게 하거나.


「노래할래?」

『아아』


 스피커로 맑은 목소리를 퍼트리며, 하야마 하야토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곡을 하나 선택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평소보다 혼자 있으면 쓸쓸해서, 평소보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어 버리는, 그런 조금 안타까운 밤이 점점 다가온다.



[newpage]



 노도의 범프 메들리에서 크리스마스송까지 부르고, 주문한 음식을 전부 먹고, 나와 하야마 하야토는 노래방에서 나왔다.


「아 노래 실컷 불렀어! 밥도 맛있었어! 여기 딱이네. 기억해야겠어」


 1시간 예정으로 잡았던 방이었는데 눈치 챘을 땐 수십 분은 오버해 버렸다. 꽤 이야기를 오래하긴 했지만, 노래한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송보다 애니송을 부르고 싶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무난한 곡만 골랐는데, 바람이 지나가는 길하고 렛잇고 밖에 애니송을 부르지 못했다……. 칫!


「이미 늦었네. 찍히기 전에 돌아가자」


 옆에서 걷고 있는 하야마 하야토가 말했다.

 시각은 이제 밤 10시. 거리는 『미성년자 거절』이라 말할 듯이, 이미 심야 분위기가 느껴지고 요염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렇네, 돌아가자」


 우리들 모두 전철로 돌아가기 위해, 함께 치바 중앙역으로 향한다. 각자 부담이라고 해도 군자금을 제법 써서 택시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역시 노래방 음식은 비싸다. 인생 1권 정도로 싸지면 좋을 텐데.


「오늘은 고마워, 마나츠루양」

「천만에」


 그의 얼굴에서는 이미 어두운 표정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그건 단순히 지금만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또 그런 표정을 지을 것이다. 이 시간에 지은 표정은 단순히 연기나, 속임수에 불과하다. 그의 고뇌는 무엇 하나 해결이 안 되었으니까,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야마 하야토가 의뢰를 할 때까지는, 평소대로 지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로 적당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역으로 걸어갔다.


「마나츠루양」


 치바 중앙 역에 도착해, 각자 도착할 역까지 가는 표를 사 홈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서


「나와 사귀지 않겠어?」


 그, 거기서…………거기서?


 하아?

 지금 뭐라고 그랬어?


「그, 그것은 친구로서 인 거지?」

「아니야. 연인으로서 사귀지 않겠냐고 묻는 거야」


 엣.  


「―――――무, 무, 무슨!?」


 하아? 뭐? 에? 무슨 일?


「나와 마나츠루양, 제법 궁합이 좋다고 생각해. 어때?」


 에,  에,  에,  에∼………?


「어, 어때, 라고 해버려도, 그, 가, 갑자기 말해도 곤란…… 조금 기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주세요」


 조금 기다리란 말이야!

 뭐, 뭐야!? 지금 흐름에서 어째서 내가 고백 받았는지 모르겠어! 설마 하야마 하야토는 실은 나를 좋아한다는 거? 아니 아니 아니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조금 전까지 내가 한 말은 어떻게 되는 건데!?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도 좋은 거겠지!? 더 이상 의미를 알 수 없는 전개, 참으면 안 돼!


「차, 참고로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는지요……」


 일단 물어 보았다.

 무심코 경어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게 보는 대로 보시는 바와 같이 나 냉정하지 않으니까 경어를 쓸 수 밖에 없잖아.


「마나츠루양, 나에게 전혀 서슴없으니까」

「그거야 그렇긴 한데……」

「서슴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하고, 나에 대해 꾸미겠다거나 그런 생각을 안 해. 나도 마나츠루양에게는 마찬가지이고, 오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충분히 귀엽고」

「잠깐, 다, 다른 사람도 있지 않아? 여자들 대부분이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든가 그럴 리는 없을 테고」

「그렇지만 나에게 이 정도까지 말하는 여자는 너나 히나 정도야」

「유, 유키노시타양이나 하루노씨 있지 않아? 아니면 유이가하마양이라든지, 아니면 더」

「있어」

「그, 그럼 왜?」

「말했잖아, 오래 있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에, 에에, 그……기다려!」


 나는 쏜살같이 자동 판매기로 달려가 차가운 주스를 샀다. 뚜껑을 열자 마자 마셨다. 엄청나게 차갑지만, 다시 한번 마신다. 심호흡을 하고 또 다시 힘차게 마신다. 그것을 몇 번인가 반복했더니 이래저래 식어서, 머리도 진정되었다.



[newpage]




 하―……어쩌지.

 이거 고백!? 그런! 인생 첫 고백을 이 남자에게 받을 줄은……. 확실히 거침없이 말한 건 사실이고, 그거 말고는 노래한 거 정도지? 


「확실히 쓰던 마이크 주거나 태연하게 노래방에 같이 가거나 했지만. 그게 아니라, 우우우, 잠깐 기다려. 침착해지자 침착해지자」


 기쁘지 않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만.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해…….

 내가 이런저런 말을 해서 복수, 라든지. 응, 있을 수 있어. 다른 이유가 없을 정도로 타당하다. 훌륭한 카운터가 될 수 있고.


 그러나, 하야마 하야토라는 남자는 좋은 녀석이다. 나도 비교적 순수하게 대할 수 있는 좋은 녀석이고, 훈남이고, 스펙 높고, 나와 비교할 것도 없다. 성격적으로도 오늘 같은 분위기로 괜찮다면 우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즐거운지 어떤지는 제쳐두고, 오케이 하고 사귀어 버리면 고등학교 생활은 완전하게 변해 버린다. 쭉 그의 곁에 있는 미우라 유미코의 존재가 조금 무섭지만, 그녀라면 입장적으로 내가 강하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그녀는 인상은 나쁘지만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철없는 여자가 사교장에서 주고 받는 소문 레벨이라면, 가끔 듣는다. 그럴 기분이 들면 나도 더러운 짓을 할 수 있다.


 연애는 선착순 한정 판매 같은 것이다. 놓치면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런 관계가 되면 절대로 화낼 아이가 한 명 있다.

 어째서 말해주지 않은 거야, 어째서 너가? 라고 갈색 머리 사랑스러운 츤데레(와카나)에게 혼나 버린다. 


하아, 하아, 심호흡을 해고, 대답을 정하고, 주스 캔을 버리고 돌아간다.


「……대답, 말인데……노래방에 들어가기 전, 데스티니 랜드에서 첫데이트를 한 커플은 헤어진다 고 말했었지? 실은 반대도 있어」


 데스티니 랜드에서 첫 데이트를 한 커플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헌티드 맨션에서 눈치채지 않게 첫 키스를 한 커플은 헤어지지 않는다는 징크스도 존재한다. 어둡고 독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겪는 공포 체험, 이라는 시추에이션에 의한 효과가 큰 것 같다.

 그것을 말하고,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 키스 한 커플은 오래 간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찍히지도 않고, 할 수 있으면 성공이다. 실제로는 게스트들을 감시 카메라가 항상 보고 있겠지만 아무튼.

 뒤는 아무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나에게 그런 감정을 품은들, 끊고 포기하라고.


「……정말이지, 너도 너 대로 심하네」

「그거야 진심이 아닌 고백을 누가 받겠어?」

「내가 상관없다는 말하면 어쩔 생각이었어?」

「그이 그녀가 되겠지? 너가 더 곤란할 것 같지만」


 왜냐하면 그건 아니니까.


 하야마 하야토가, 자신을 스스럼 없이 대하는 상대를 원한다면, 본래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무의식적인 조건으로 삼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귀찮은 것도, 숨기는 것도, 주위의 기대도, 그 인덕도, 전부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마음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그를 좋아해서 견딜 수 없는 여자가 적당하다. 그가 거부하려고 해도, 말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여자아이다.


 내가 아니다.


 지금 나에게 고백하는 것은, 마지막 수단을 포기 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도망이다.


「그렇, 구나」


 그도 역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차인 건 처음이네」

「나도 찬 건 처음이야. ……그렇지만, 역시 네가 느낀 건 잘 모르겠어. 익숙하지 않아」

「나도야. 익숙해져서는 안 되겠네, 이것은」


 그리고 다시 우리들은 서로 마주보며, 이번에는 참듯이 쿡쿡 웃었다.


 전철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newpage]




 온 기차를 타, 치바 중앙역에서 케이세이 치바역으로, 그리고 다른 열차로 갈아 탄다. 이나게 카이간역이 우리 집 근처역이라 케이요선을 탔지만, 하야마 하야토는 신치바에로 간다고 했으니 케이세이 치바역에서 작별이다.


「하나 의뢰해도 될까?」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내 옆에 앉아 있는 하야마 하야토가 말했다.


「의뢰라고 말하는 것은, 나에게 ---추리 연구부에게, 란 것으로 괜찮아?」

「아아. 너밖에 부탁할 수 없는 의뢰야」

「들을게」


 이곳저곳에서 여러 종류의 의뢰가 오고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것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의뢰까지 다방면으로 받고 있다. ―――대부분이 봉사부하고 연관되긴 했지만


「나와 유키노시타양이 같은 초등학교 출신에, 집끼리 교류도 있다고 말했지?」

「말어」

「우리집하고 유키노시타양가는 제법 연결이 강해서, 필연적으로 같은 장소에 갈 기회가 많아」

「그래. 그래서, 그 마음은?」

「만약 유키노시타양과 내가, 학교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그런 사이』라고 오해 받거나 하면, J반 에서 소문이 흐르는 것을 막아주지 않겠어?」


 오늘 이야기를 나눈 와중에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하야마 하야토가 말했다.

 그 의뢰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지도 모를 파란에 대한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것은, 너하고 유키노시타양이 사귀고 있다,그런 소문이 퍼지면 J반에서 그녀의 입장을 지켜 주었으면 의미로 들어도 돼? 확실히 너희들이 사적인 장소에서 같이 있는 걸 보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긴 하겠는데……」


 외모, 능력, 집안을 걸고 생각해 보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스타성이 있는 남자와 그림의 떡으로서 알려진 여자, 순정만화라면 최고의 조합이다.


 그게 다가 아니라, 연애와 별 연관이 없는 두 사람이기 때문에, 그 소문은 더욱 큰 센세이션을 야기할 것이다. 일찍이 히키가야 하치만의 존재가 사가미 미나미와 그 측근에 의해 왜곡되어서 소문이 퍼졌을 때 같은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두 사람의 원래 지명도를 고려하면 그 때에 비할 바가 아닐 지도 모른다.

 사람의 소문도 75일, 만약 1월 초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봄방학까지 이어질 것이다. 아니, 지명도와 영향력이 있는 그 두 사람이라면, 봄방학이라는 공백 시기를 거쳐, 그 소문이 상식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하야마 하야토는 그런 것 사태가 일어날 것을 상정하고 있었다. 컨트롤의 효과가 없는 주변에 끼칠 악영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것은, 자기들이 몸을 담고 있는 환경과 흥미로 굶주린 무리가 있다. 라고 말하는 걸로 들리기도 했다.


「J반만으로 괜찮아?」

「소문 발신원을 막아도, 한 번 퍼지면 조용해질 때까지 가만히 둘 수 밖에 없는 건 너도 잘 알지?」

「……뭐, 그렇지만……. 그러니까 적어도, J반만 이라도 라는 거지?」

「아아. 나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고, 너이기 때문에 더욱 할 수 있는 의뢰야. 나는 애초에, 사람이 사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을 호기심으로 조사하는 사람을 싫어하니까」

「……나는, 그 호기심으로 사람의 사적인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인데. 말하자면 너와 가장 반대되는 사람이야?」

「너는 달라. 히키가야에 대해서 조사했던 너라면 그런 무리에게 감쪽같이 휘둘리지는 않을 거야. 나는 그런 마나츠루양을 신뢰하고 있어. 그러니까 부탁는 거야. 그리고, 그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 학교에서 가장 귀찮을 것 같은 상대와 교섭할 수 있을 찬스를 놓칠 생각은 없으니까」


 의뢰를 받아줘, 라고 하야마 하야토가 다짐을 받으려는 듯이 말했다.


 ……그, 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가장 귀찮을 것 같은 상대라니, 우와, 나 엄청 높게 평가 받고 있어……. 그야 너가 말하는 대로 대체로 받은 의뢰는 며칠 내로 해낼 수 있는 자신은 있지만! 이상한 의뢰나 너무 간섭하는 것 같은 스토커 같은 의뢰는 퇴짜 놓거나 하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지만 의뢰는 제대로 고르고 있어!  위험해, 너무 분위기 탔어…… 진정하자. 진정하자.




[newpage]



하야마 하야토가 경계하는 사태에 대해, 유키노시타양 측면으로 고려해 보자.


 잇시키 이로하처럼 여자에게 미움 받는 여자라는 카테고리는 확실히 존재한다. 그 수는 처음에는 양손으로 끝날 정도라도, 단지 이성 문제가 엮이는 것만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우리 반에 있는 유키노시타 유키노도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일 것이다.


 유키노시타양은 압도적일 정도로 재색 겸비이고, 이곳 저곳에 속한 존재가 아니기에, 그 대상이 되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소문은 절망을 주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 관계에 대해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는 사람은, 뒤집어 보면 악의와 호기심도 모으기 쉬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는 반에서, 여자가 많은 반에서, 내가 소문을 눌러야 한다.


 나의 탐정으로서의 힘이 시험 받고 있다.


 유키노시타양에게 악의를 가진, 혹은 앞으로 가질 인물을 한 사람이라도 찾아내, 호기심 어린 시선에서, 악의에서 그녀를 지켜야 한다. 봉사부로서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맡는 것이다.


 정말로 힘든 의뢰다.


「좋아. 받을게」


 그것이 이 마나츠루 마코토에게 하는 의뢰라면 수리하자.

 탐정소녀이지만 가능한 탐정을 목표로 하자.


 그.래.도.


「그럼 선금하고 보수줘」

「……공짜가 아닌 건가?」

「설마―. 나도 리스크가 있는 일이고 보수 받지 않으면 단순한 따까리가 되잖아. 아, 현금은 받지 않으니까 안심해」


 라는 건 거짓말이지만.


 지금까지 추리 연구부에 온 사람들에게서 의뢰료를 받은 적은 거의 없다. 나에게 있어서, 추리 연구부에 온 의뢰를 정리하는 경험이 보수다. 의뢰서도 활동 개시한 지 반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오고 있다, 일부러 보수를 요구할 이유는 사실 없다.


「그럼 나는 무엇을 보수로 주면 돼?」

「그래…… 너가 품은 진자 기분을, 거짓 없이 들려줘」

 

 의뢰료가 필요 없는 탐정소녀가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인 흥미를 만족시키는 이야기.


「내 의뢰와 보수가 조금 불공평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의뢰의 시세는 대체로 이 정도야. 탐정은 의외로 밑지지 않는 장사라구」


 신경이 쓰이면 한 번 조사해라. 제법 비싸다, 탐정이나 흥신소에 내는 의뢰료. 덕분에 나는 무럭무럭 자랐지.


「그래서, 어때?」

「소문이 수습 되자마자는 안 돼. 이래저래 정리가 되고 나서는 안 될까?」

「응. 고마워, 하야마 하야토」


 사실은 보수를 받지 않아도, 유키노시타양이 위기라면 나는 하이 리스크 노우 리턴이라도 움직일 것이다.

 봉사부실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이 보여준 그 사진 한 장에 맹세하자. 그 꽃이 피는 듯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그 화단을 밟아 망가뜨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미숙한 탐정이라고 지적해준 그녀에게 빚진 것을 돌려줄 기회가 있다면 그 때다.

 할 수 있는 일은 적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탐정소녀로 불리게 계기가 된 사건에 필적할 이야기가 된다면, 리턴매치도 가능하다.

 이번에는 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교훈을 가슴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전철이 케이세이 치바역 홈에 왔다.

 눈치챘을 땐 상당히 시간이 지나 있었다. 길기도 짧기도 한 시간도 여기까지다.


 아마도 이제 나와 그가 이렇게 만나는 일도, 함께 놀 일도 없을 것이다. 수사 협력을 신청하는 일은 있어도, 오늘 같은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린다.

 다른 승객들이 좌석에서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철은 그대로 신치바로 가니까, 환승을 해야 하는 나는 여기서 내려야 한다. 하야마 하야토와 간단한 이별 인사를 하고 나서 전철에서 나갔다.


「마나츠루양」


 이름이 불려 돌아보니, 하야마 하야토가 서 있었다.

 이별 인사는 다 끝났다. 뭔가 못한 말이라도 있는 걸까? 


「그때에 되면--- 유키노짱을 부탁할게」


 실로 자연스럽게, 오히려 그쪽이 익숙한 듯한 폭탄이 투하되었다. 그 의미를 이해한 순간, 문이 닫혀졌다. 문 유리 너머 보여야 할 그의 얼굴은 빛이 반사된 덕분에 보이지 않고, 멍하니 있는 나를 매정하게 내팽개치듯이, 전철은 역을 떠났다. 전철의 빛은 어둠으로 빨려 들여가듯이 점점 사라졌고,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깐,  잠깐 기다려어어어어어!」


 그 호칭은 뭐야아아아아!

 아무리 그래도 허물없이 그런 호칭으로 유키노시타양을 부르다니, 경우에 따라서는 리얼 용사 시스템 형에 처해져도 어쩔 수 없다. 아, 아니,, 잠깐, 하루노씨도 그런 식으로 유키노시타양을 불렀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뭐랄까. 어쨌든 전력으로 천무법륜을 정해 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따지려고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받지 않는다. 받아!


 유키노짱이라니……. 미안,  나 실은 유키농 파야…….


「큭……아- 정말! 그런 말은 왜 한 거야, 거기에 말할 사람이 틀렸어……」


 나에게 의뢰를 한 그 동기도, 그가 말한 정보와 지금 한 발언을 토대로 생각하면 먼저 희미하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흥, 확실히 그 녀석은 나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진짜 무슨 녀석일까. 이 의뢰가 끝나면 그 녀석의 타이밍을 기다리지 말고 파헤쳐 주마. 역시 그 남자 성격 나빠…….


 그리고, 그 대사는 다른 남자에게 말해야 할 대사이겠지.

 지금, 그녀 근처에 가장 가까이 있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 유키노시타양을 부탁하고 싶으면 거기에 말해야 할 거 아니야. 나에게 말해서 어쩌라는 거야? 나는 어디까지나 옵저버!  탐정이지만, 그런 대행자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지 않으면, 라이벌시 하고 있는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고집일까?


 어쩐지 지금 걸로 엄청 피곤해졌다…….

 이럴 때 와카나가 있어 주었다면. 지쳤을 때는 와카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환자에게 푸념해봐야 어쩔 수 없다.

 이제 됐어, 돌아갈래.



[newpage]




 케이요선을 타고 이나게 카이간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무심코 꾸벅꾸벅 자 버려 깨어났을 땐 카이힌 마쿠하리역이었다. 서둘러 이나게 카이간역으로 다시 돌아가 집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벌써 22시 반이었다. 너무 잤다 …….


 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탕에 뜨거운 물을 받고, 몸을 담근다. 아아^~온천이 보글보글^~.

 bathdream roman 같은 목욕 타임으로 피로를 풀었다, 그러고 보니 갈아 입는 옷을 준비하는 것을 지금 깨달았다. ……오늘은 부모님이 없다. 그런 것으로 완전 알몸으로 깡총깡총 뛰면서 내 방 침대로 뛰어들었다. 재미있으니까 (의미심장) 조금만 더 뛰자! (깡총깡총)


 난방이 잘 된 방에서, 폭신폭신한 침대를 맨살로 느끼면서 오늘 하루에 대해 멍하니 생각해 보았다. 유리짱 데이트에 어울리면서 추리 연구부 의뢰를 완수했고, 집으로 가려다가 하야마 하야토와 만나서 노래방…… 최근 들어 가장 바쁜 하루 일지도 모른다.


 사랑인가……사랑이네―…….


 유리짱, 와카나짱 데려다 준 다음에 어떻게 했을까. 내일은 휴일이고, 전화나 메세지 보내는 것은 실례일까. 지금 정말로 유리짱에게 시노하라에 대해 묻고 싶지만. 만약 두 사람이……응, 좋아. 오늘은 두 사람이 가장 힘들었을 테니까 그만 두자.


 하야마 하야토는 변함 없이 무소식이다. 젠장―……농담으로라도 나에게 고백한 주제에…….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주소록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와카나의 전화다.


「네네」

『받는 거 빨라……. 아, 마코토? 아직 일어나고 있어?』

「와카나야말로 여태 안 잔 거야? 열 없어? 괜찮아?」

『아직 열은 남아 있지만 괜찮아. 이 상태라면 모레면 기운 차릴 거야. 거기에 샤워 안 하면 땀 때문에 위험해』

「……살았다. 기운 차려서. 이건 내 전화가 효력을 발휘한 거야?」

『유리짱 전화가 더 효과가 있었어. 감기 나으면 미팅 겸해 크리스마스 파티 한대. 마코토 빼고』

「하! 잠깐, 와카나 너 또 감기 걸리는 거 아니야?」

『너 빼고 크리스마스 파티 하는 건 상관 없나 보구나』

「그거 싫어! 나도 불러―!」

『절대로 말할 거라 생각했어……』


 이 녀석은 곤란하다! 어째서 나 빼고 멋대로 기획 진행하는 거야! 거기에 낫자마자 미팅이라니 몸에 나쁘니까 그만두어야 한다. 절대로.


『내 컨디션에 맞추겠지만, 실은 아직 파티 회장 정하지 않았어』

「진짜!? 나 정말 좋은 곳 알고 있으니까 거기로 하자! 치바 중앙역에서 조금 걸으면 있는 노래방인데---」


 기억해 둔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 하야마 하야토와 들어갔었던 독실도 그 나름대로 넓었고, 음원도 꽤 다양했다. 음식 가격도 적당하고 드링크 바도 제법 다양한 게 많았으니 미팅에는 안성맞춤이다. 와카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더니 반응은 양호, 내일이라도 유리짱을 통해 그 쪽 총무에게도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괜찮아?」

『무엇이?』

「유리짱 모처럼 그 이 생겼는데 미팅은…」

『아아, 시노하라도 함께 가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번 미팅, 그 보고도 겸하고 있고』

「그래?」

『그래. 그래서 몇 명 정도 모으는 거고』

「흐응……」


 점심에는 없었을 것이 확실한 미팅 기획이 갑자기 나온 거라, 내가 없는 동안 빛의 속도로 유리짱하고 시노하라가 파탄날까 걱정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다, 다행이다……」

『무엇이?』

「와카나와 이야기 하고 있으면 안심이 돼」

『………흐응』


 조금 전까지 긴장 엄청 했었지만, 지금은 알몸이고 해방감과 안도감이 충만하다. 즉 마음이 깡총깡총 뛰고 있다..


「저기, 와카나」

『무, 뭐야?』

「사랑이란 게 뭘까?」


 오늘의 내가 본 것은, 중학생 무렵부터 좋아했던 남자를 보기 좋게 자기를 바라보게 한 여자와,  그럴 기분이 들면 얼마든지 귀엽고 좋은 여자아이를 선택할 수 있는데 꼼짝도 못한 남자.


 두 사람 모두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을 결실을 이루었고, 한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


 나는 한 쪽은 응원하고, 다른 한쪽은 격려했다.



[newpage]



 그러나 나는,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모른다.


『뭐야 갑자기?』

「아니―, 그 있잖아. 오늘은 유리짱이 노력한 결실을 본 날이기도 하잖아. 거기에 미팅에서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르고…… 조금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성과가 없어서 그만 두겠다고? 애초에 너는 꽃보다 경단이잖아. 연애 할 생각 제로겠지』

「그, 그러지는 않을 지도?」

『아 니 야 절대로 그래. 왜냐하면 너, 미팅에서 주소 교환한 남자와 그 후 연락 한 번도 안 하잖아』

「」

『봐 ……너가 열중해서 좇은 상대는 히키가야 정도 밖에 몰라.』

「부, 부정은 하지 않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야」

『정말? 그렇게나 했는데?』

「응. 왜냐하면 유이가하마양이 히키가야 하치만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걸,  유키노시타양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도, 실제로 봉사부실에서 이야기를 할 때도-- 가슴이 조금도 두근거리지 않았어」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그런 것은 아니야.

 알고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정말로 신경이 쓰이는 상대라면 질투든 무엇이든, 가슴에서 피어 오르는 감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히키가야 하치만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 그럼 상관 없지만. 너가 진지해질 상대는 난 몰라』

「와카나라면 진지해질 수 있어. 카오―!」

『싫어』


 에―. 그렇지만 나는 포기 안 해? 


「그럼 와카나에게 있어 사랑은 뭐야? 나는 수 많은 감정들이 섞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하아……』

「어째서 한 숨이야?」

『마코토. 너가 인기가 있는데도 사랑을 못하는 이유를 알려줄게』

「네?」

『너 이럴 때면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 좀 더 간단한 거야』


 뭐야 그 어드바이스. 매그버리지 함장이야? 와카나가 순조롭게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 거 같다. 참고로 그 사람 그렇게 보여도 27살. 거짓말이지……?


「그래? 이래 뵈어도 제법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말하는 것은 그런 도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이야기. 알겠어? 마코토, 사랑이라는 것은 자각이 없어. 시간이 지나야 아아- 라고 알게 돼. 그리고, 일단 좋아하게 되면 벌써 걷잡을 수 없게 되어서 몸으로 표현해버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다리를 동동 굴리게 되고, 숨이 끊어질 정도고, 심장이 간지러운 느낌이야.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이따금 기침을 하면서도 와카나는 열띤 목소리로 단번에 마지막까지 가 결론까지 내었다


 도리로만 생각하면 길어진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정말로 자기가 사랑을 하고 있는지 어떨지는 몸이 가르쳐 준다.

 그것은 한 순간.

 그것이 사랑이다.


「……와카나, 대단해」

『누구라도 겪어. 나만 특별한 게 아니야』

「그래도, 대단해. 나는 그렇게 말 못해」


 진심으로 쾌재를 부르고 싶어지는 단순 명쾌한 이론은 충격이다. 와카나가 거리낌없이 말한 그것은, 그녀 자신도 겪은 것이겠지.

 그러나, 지금 그녀 입장에서, 그 불타는 마음은 이미---.

 와카나가 자주 미팅에 참가하거나 기획하고 있는 이유를, 어쩐지 알 것 같다.


『……고마워, 마코토』

「아니야. 가르쳐 주어서 고마워, 와카나」


 그럼 또, 다음에는 학교에서.

 그 말만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왼쪽 가슴에 손을 대자 심장의 율동이 손바닥으로 강하게 전해진다.

 알몸으로 있어서 일까? 어쩌면 와카나의 열이 나에게도 전염된 걸까? 아니면 감기 기운? 설마 난방이 지나친 걸까?  몸이 열을 띠고 있다. 그래도 그것이 좋았다..


 하야마 하야토에게 의뢰를 받은 것을, 와카나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자.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의뢰를 제대로 해내면, 하야마 하야토에게 묻자.

 크리스마스 미팅 장소에서 주역이 될 유리짱에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와카나의 첫사랑을 들어 보자.

 와카나에게 내 첫사랑도 이야기해 주자.


 유이가하마양하고도, 머지않아.

 유키노시타양하고는, 언젠가는.


 그전에 사람의 비밀을 멋대로 뒤지려는 호기심으로만 뭉친 군중들을, 한 번에 상대해야 한다.


 아아--- 해야 할 일도, 하고 있는 일도, 가득하다.


 우선 지금은 와카나의 감기가 낫기를 빌면서, 역시 오늘은 완전 알몸인 채로 오늘 수사 결과를 노트에 써두었다.



 "잇시키 이로하와 그녀와 협력 관계에 있는 봉사부에서는 의심스러운 행동이 보여지지 않고 있음. 약간 인원이 늘었지만, 합동 이벤트에 관한 『취재』에 영향 없음.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었던 조사 결과, 입장과 업무를 소홀히 한 행적은 발견되지 않았음. 이것으로 본 의뢰 조사는 종료, 의뢰인에게 보고. 이상.



 추가:신규 의뢰 (1건) 


 의뢰주:하야마 하야토

 의뢰:유키노시타 유키노를, 봉사부가 데려다 줄 때까지 악의와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에서 지켜라.


 수사 계획이나 의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별지를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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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 힘들었습니다.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9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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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10권 네타가 있습니다.





이래저래탐정소녀와 그는 노래방에서 노래한다. ()

 

 

<등장 인물>

 

 

마나츠루 마코토---2학년 J반 소속타칭:탐정소녀.

 

하야마 하야토---2학년 F반하이 스펙 훈남

 

 

 다음 페이지부터 본편입니다.

 

 

 

 

 

 

 가끔은 나도 데스티니 랜드를 원망할 때가 있다.

 

 데스티니 랜드 라는 것은치바뿐만이 아닌 일본 굴지의 테마파크다이름에 도쿄가 붙은 것이 짜증나 죽을 지경이지만관광 명소로 축제와춤이 명물인 치바에 있는 것이 당연한 레벨의인 테마파크다그러니까 치바스티니 랜드라고 해…… 그냥 도쿄로 부를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네이밍 센스에는 딱히 원한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데스티니 랜드는 정말 좋아한다춘하추동 각 계절 마다 한 번은 놀러 간다혼자 갈 때도 있고친구들과 갈 때도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벤트 기간이라면 더욱 더.

 

 나에게 데스티니 랜드의 좋은 점을 서술하라고 하면, 30만자도 부족할정도이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요약하자면데스티니재미있다매우 재미있다이상.

 

 내가 원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은즐거운 꿈나라로 있어야 할데스티니 랜드에서 범죄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이 마나츠루 마코토매우 불명예스러운 타칭 탐정소녀소녀만 빼면 탐정---이라고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닐 지도 모른다.

 

 용서 할 수 없는범죄를 당해 버렸던 것이다

 

 범인은 현재 도망 중.

 죄목은 치한 및 절도.

 현재 모든 수단을 구사해 범인을 수색 중.

 

 불행하게 피해를 당한가련하고 가련한 불쌍한 미소녀를 위해서라도나는 소우주를 태우고 범인의 제행을 단죄하지 않으면 안 된다그리고범인을 굴복시키고사회적 지위까지 박탈시키겠다.

 

 용서 못 해.

 

 지갑에는 학생증을 포함해서 이런 저런 게 있단 말이야! 변태! 치한소매치기 자식!

 젠장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아니확실히 나도 빈틈투성이이었던 것은 인정하지만꿈과 희망이 가득한 꿈나라에서 절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행복추구권은헌법이잖아어째서 이런 최에에~악의 기분이 아니면 안 되는건데이 꿈나라 자식. ――― 그렇다고 해도 그건 토에이이고.확실히 블루 스카이 왕국의 성과 조금 닮았지만죄로서 목숨을 하늘로되돌리는 거지……하핫 (날카로운 목소리).

 

 치한과 소매치기 피해를 당했다고 경비실에서 전부 이야기를 했더니연락처를받고는 내보내졌었다부모를 부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공교롭게도부모님 모두 일로 해외에 있으니 별 수 없다경찰은 범인이 잡히면 연락을 하겠다고 했지만이 인파다.그다지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나는 지금 데스티니 랜드 밖에 있는 역에 있다.

 

 랜드 스탭에게 교통비는 받았기에 집에 가는 데는 문제 없다스탭은택시를 탈 것을 권했지만케이요선을 타기로 했다나를배려해서 택시를 권유한 것이겠지만전철로 가면 차액이 내 재산이라는 이득은 간과할 수 없다치한을 당할 리스크도 있지만등가 교환 원칙을 생각하면 기쁘게얻게 될 돈과 동등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어라?  내 정조너무 싼 게 아닐까?

 

 물론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섣불리 했다간 입장 금지 처분을당하고 만다.

 

 와카나에게 전화로 이야기를 했더니,  「미안먼저 돌아가 버려서」라고드물게 미안해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별로 와카나가 나쁜 것은 아니다그런 문제가 아니다치한과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내 빈틈이 원인이고오히려 와카나가말려 들지 않은 것이 다행인 일이다.

 

「몸 상태는 어때?

『……내일도 이럴 거 같아종업식,괜찮을까……? 

「아니나에게 물어도유리짱하고시노하라가 바래다 주었으니 괜찮지?

『……응』

「그 두 사람은?

『나와 같이 내 집에 들어와서잠깐 남아서 돌보는 중』

「그렇다면 안심이네. ……그렇다고는 해도 오늘 유리짱분발했으니까」

『그래어쨌든 괜찮아그럼너는부실에서 들은 이야기는 확인했어?

「응와카나가 집에 간 다음에』

『……에? 거짓말어떻게그 인파 속에서 찾았어?

「직접 발견한 건 아니야셋이 갈 것 같은 샵을 목표로 사람들에게탐문했을 뿐셋 모두 외모에 특징 있으니까 점원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 같아』

『그럼 정보 대로였다는 거네』

「그 셋이 취재에 동행 하고 있다면 땡땡이라는 건 희박할 거야그보다」

『응?

「학교 행사나지금까지 추리 연구부에 오는 의뢰를 조사 하다 보면빠짐없이 그 부활 맴버가 나오는 건 어째서 이냐고……?

『아―……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이상해이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의뢰 받는 건 밀정이나 조사 같은 굉장히 정당한 탐정다운 일이었는데막상의뢰를 받고그 수사 선상에 부상하는 것이 정해진 무리라면 뭔가 음모가 느껴진다슬슬 업무 제휴한다고 해놓고 서로 정보를 부정유출 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

 

「빨리 나아줘?

『……너가 신경 쓰면 악화 돼종업식진짜로 늦을지도』

「잠깐무슨 말이야?

『시끄러워 이제 잘래』

 

 그럼이라고 짧게 말하고는 와카나가 전화를 끊었다타이밍 좋게 전철이 와서 탔다

 

 케이요선에 흔들리며 러브러브.

 

 다행히 돈은 많이 있다과연 택시 요금그만큼 돈을 주는 데스티니도 배짱이 크다덕분에 22시에 귀가하기 전에 놀 수 있다.그럼 어디에 가볼까라고 생각해 봐야 결국 갈 곳은 평소의 그곳으로 정해져 있다.

 

 

 

 

 

 

 전철에서 내려역을 나와거리로간다여기라면 놀 곳도 먹을 곳도 많다.

 서점도 있어서 자주 혼자서 오곤 한다대체로 쇼핑을 하거나책을 사고 무엇인가 먹고 돌아가는 것이 기본 코스다오늘은 영화를 볼 시간은 없으니까어디에서 무언가 먹고 나서뭐라도 사고 집으로 가자.

 

 맛있을 만한 집을 찾아 역 주변을 적당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인파속에서 눈에 익은 사람이 보였다.

 

 약 한 달 전내가 어떤 남자의 소문에 대해 조사하고 좌절했을때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소문은 너무 심할 정도로 왜곡되어 그렇게 간단하게 수정도 종식도 할 수 없는 억울함 투성이이었다소문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지금은 아무도 그화제를 꺼내지 않는다.

 

 3일 동안나는 그소문에 대해 조사했었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탐문을 하고불법 침입이나 도촬반 친구를 상대로 조르기에 교실 습격도--- 정말 굉장해무엇 하나 합법적이지 않아.

 그렇게 해서마침내 진실을 밝혔다고 생각했더니 단순한 연애 뇌전개로 되다가마지막에 조금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개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경사 났네 경사 났어.

 

 가 아니지.

 

 그 소문을 조사한 3일 동안 만나 교류를 하기 시작한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발견한 눈 앞에 있는 남자그 녀석에게 말을 걸기위해 다가갔다.

 

「야하로―」

 

 어느 눈이 썩은 남자 말로는 머리 나쁜 것 같은 인사로 말을 걸었다그녀석은 순간 놀라더니나를 알아보자 본래 상쾌한 표정으로 돌아 왔다.

 

「……뭐야너 였어유이라고생각했어」

 

 훈남 오브 훈남운동 능력도 훈남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훈남소행조차 훈남당연히 시선도 훈남목소리도 훈남에 둘러싸인 오라도 훈남그런 게슈타트 붕괴용 병기 망할 훈남 하야마 하야토가 그곳에 있었다길다…….

 

「유이가하마양이 좋았어?

「아니유이의 인사라서 놀랐을 뿐이야무슨 일이야이런 곳에서?

「데스티니로 갔다 왔어너와 똑같이」

 

 그렇게 말하며나는 그가 들고 있는 소지품을 가리켰다하야마 하야토가 들고 있는 것은 데스티니 랜드 안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상품이다.

 

「너도 갔다 왔구나혼자서?

「도중에 와카나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돌아갔지만」

「와카나……아아카나가와양인가함께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았어?

「나 말고도 유리짱하고 시노하라……시노하라는 유리짱의 남자친구야그 두 사람에게 와카나를 맡기고나는 남았어」

「……친구인데 함께 돌아가지 않았구나」

「나와 와카나가 데스티니 데이트를 서포트 하는 것보다둘이서 와카나를데려다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네가 친구를 데리고 가고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는 게 낫지 않았어?

「아니두 사람을 남기면 안 돼」

「응?  어째서?

「데스티니 데이트가 첫데이트면헤어진다…… 들은 적 없어?

 

 이것은 생각보다는 유명할 것이다데스티니 랜드에서 첫데이트를 한커플은 오래가지 않는다이유는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징크스라고 할 만큼 그만한 커플들이 깨진 걸까뭐 이번에는 다른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거기에 유리짱시노하라와 오래 있고 싶어서 분발했으니까헤어지고 싶지 않을 거고」

「……징크스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아? 두 사람이 정말 좋아한다면」

「생각에는 생각아직찬스는 있어크리스마스도 가깝고연말연시도 있고」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는 첫 데이트 아니었어? 이래서야너희들이 엉망으로 만든 거하고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그것도 그런 이유로」

 

 

 …………?

 

 어째서 이 녀석이 대꾸하는 거지?

 

 

「시노하라가 먼저 말했어와카나가 힘든 것 같으니까 해산하는 편이좋지 않을까라고꽤 몸이 안 좋다고 하기에 나 혼자서는어떻게 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두 사람에게 와카나를 맡기고나는다른 일이 있어서 남아 있었을 뿐이야세 사람 모두 집이 비슷한 곳에 있고」

「네 생각이 아니었구나」

「그런 것은 와카나가 잘 해」

「……그런가역시 J반에도그런 게 있는 건가」

「아니어디 반에나 있을걸……. 너만큼재주 좋게 평등하게 대하는 거 무리이니까인간 관계를 등가로 간주한다니 무리이니까」

 

 중요한 말이라 두 번 했다하야마 하야토라면 정말로 할 수 있을것 같다.

 그런데 그 하야마 하야토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뭔가 애련한 미소를띄우더니

 

「그것이 가능해도 좋은 건 아니지. ……나로서는 무리야」

 

 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지금 이 목소리는 이전에조사를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들었던 목소리에 비슷하다전화 너머로 하야마 하야토가 『불필요한 일을 했을지도 몰라』 라고 말했을때의 목소리그러나 이번에는 전화 너머가 아니라 직접 들었기에그때보다 생생하다.

 

 확신했다.

 역시 상태가 이상하다.

 

 이 녀석이런 녀석이었나? 전에는좀 더 온화해 보였고사가미 미나미에 대해 물었을 때도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한다말꼬리를 잡지도 않았고괜스레 어두워지는 타입도 아니다.

 

 데스티니 랜드에 갔다고 했는데……. 뭔가 쇼크라도 받은 걸까?

 

 아아 정말 나도 이상해졌다.

 

 배도 고프고뭔가 짜증도 나고,이럴 때는 발산하는 것이 제일이다.

 

「저기」

 

 왜 그러는지 내 일이 아니니까 난 잘 모른다하야마 하야토의 사정은모르지만이럴 때는 발산하는 게 최고다.

 

 그럼갈 곳은 하나.

 

 

 

 

 

 

 아노래 부르는 건 정말 좋다!기분도 전환되고즐겁다!

 

 치한을 당했을 때나 데스티니에서 돌아갈 때 탄 전철이 혼잡했을 때는 우울했지만스트레스 발산 된다.

 눈앞에 있는 것은 그 하야마 하야토훈남과 둘이서 노래방! ―――과연 남자와 독실에서 둘이서 있는 것은 긴장된다혀를 몇 번이나 깨물었다.

 

 노래를 다 부르면 인사를 한다홍백 노래 자랑에서도 노래를 한곡 다 부르면 인사를 한다격식 있는 전통은 지켜야 한다는 듯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포터! ……어라번역 다시 하고 싶구나님파도라 통스를 영화에서 봤을 땐 배지터같은 여성이었다.웃어라 배지터.

 

다음에는 무엇을 노래할까생각하며터치 펜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하야마 하야토가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테이블 위에 쟁반을 두고내 옆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을건네 주었다.

 

「코코아 괜찮아?

「고마워」

 

 내밀어진 컵을 받아후우후우 불고 나서 한 모금 마신다코코아의 온도는 약간 뜨거운 정도로 홀짝홀짝 마시기에는 딱 좋다.그렇지만물이 많아.

 

 하야마 하야토가 마시고 있는 것은 차가운 탄산음료한 모금 마시더니테이블에 놓여진 리모콘을 집었다.

 

「나도 부를게」

 

 하야마 하야토가 터치 펜으로 번호를 입력했다화면에 제목이 뜨다가간주가 흐르기 시작한다알고 있는 곡이다.

 

「마이크---

「자」

 

 하야마 하야토가 마이크를 집으려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기에나는들고 있던 마이크를 건냈다.

 

「괜찮아?

「무엇이?

 

 그냥 써이 곡 간주 짧으니까 테이블 반대쪽에 있는 마이크를 가지러가기엔 늦을 거란 말이야.

 

「……그럼쓸게」

 

 그 생각이 통했는지그는 포기하고 마이크를 받아 노래를 부르기시작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그런 밤이 나에게도 있지만--, 나도 이곡은 좋아한다특히 C파트그렇다고 해도이거 나에게 책 잡히고 싶지 않은 거라는 생각이든 건 지나친 생각인 걸까?

 

 하야마 하야토가 노래를 다 부른 뒤에나와 하야마 하야토누가 높은 점수를 받을지 한 곡을 골라 승부하기로 했다결과는내 승리후후과연 언젠가 J반 노래방 모임에서 최고 득점을 얻은 바람이 지나가는 길(カゼノトオリミチ). 처음 노래 부르지 않아 다행이다.

 채점 중주문한 요리가 왔기에,노래를 다 부른 우리들은 피자와 치킨을 먹었다끝내줘

 

 내가 꾸역꾸역 위에다 요리를 넣고 있는데역시라고 할까하야마 하야토의 표정은 뭔가 가라앉아 있다때때로 웃거나 농담을말하거나 토베나 유미코가 어떻든가 이야기를 하거나 하지만무엇 하나1분을 넘기지 않는다.

 

 서서히 분위기가 무거워 지는 것 같다.

 

 내가 노래 부를 때도 그렇다노래 부르기 시작할 때는 나를 그미소를 지으며 바라 보았지만곡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니라 뒤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가있고때때로 자조 하는 듯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곡이 끝나면 마치즐거웠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바뀐다.

 

 이 차이

 

 조금 전부터 생각했었는데이 녀석 이런 녀석이었어?

 

 하야마 하야토라는 남자는그럴 기분이 들면 노래방 앞에서 놀고있는 중고생 남녀 그룹을 방으로 불러 들일 수 있는 레벨이다.뭣하면 중고생 그룹이 먼저 하야마에게말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다가게에 들어갈 때여자들의열렬한 시선을 받았고.

 

 남자로서 둘도 없는 무기를 자랑하지 않는 인격에탁월한 커뮤력과스펙으로 모든 분위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믿음직한 리더.

 

 그것이 하야마 하야토일 것이다.

 그런데 나 한 명을 상대로 이렇다니.

 

「―――뭔가있었어?

「에? 아무 일도 없는데」

「흐~계속 그 표정이라서가면인 줄 알았어」

 

 시험 삼아 빈정거려 보았지만역시 미소는 무너지지 않는다.

 

「하하아니즐겁지않을 리가 없잖아우연히 마나츠루양도 만났고」

「나는 조금도 즐겁지 않아」

 

 무심코 발끈했지만효과는 있는 것 같다그의 얼굴이 순간 바뀌었다.

 

「이 나에게 그 정도 되는 표정이 통할 거라 생각해? 너와 하루노씨가관계 있다는 것내가 하루노씨의 외관을 간파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데」

 

 표정 변화를 읽고 심증을 생각하는데는 익숙하다문화제와 히키가야하치만의 소문을 조사할 때도사람의 표정을 통해 힌트를 얻어 그 근거를 찾는 작업을 여러 번 했다.

 그러니까 너가 무언가 안고 있는 건 단박에 알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게그것도 탐정의 일이고」

 

 탐정소녀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는 이제 버리고 싶다탐정은 탐정이다일단 실적도 있다특히 어떤 두 여학생에 관한 의뢰에 대해서는완전 숙달 되었다그러고 보니 겨우 아무도 오지 않게 되었네……. 그대신귀찮은 의뢰가 지금 현재 엄청 오고 있지만―……일손이부족하니까 누군가 입부해 주세요(간절히 원함).

 

 아직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하야마 하야토의 일희일비를 관찰한다.

 그는 미소를 거두고 눈을 감았다단지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있을뿐인데마치 출진하기 직전인 사무라이가 좌선을 하고 정신 통일을 하는 분위기이다.

 

 또 오래 기다려야 하나 생각했는데눈을 천천히 뜨더니말했다.

 

 

 

 

 

 

 하야마 하야토가 이야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잇시키 이로하 라는 축구부의 매니저에게 이끌려 데스티니 랜드에 갔다잇시키이로하 말고도 다른 친구나 반 친구까지 해서, 8명이서 데스티니 랜드에서 놀고 있었다고 한다.

 

 대충 어트렉션을 돌아 보고밤이 되어 불꽃이 휘날렸을 무렵.

 하야마 하야토는 잇시키 이로하에게 끌려 나가그녀에게서 고백을받았다.

 

 그러나 하야마 하야토는 그녀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찼다.

 

 잇시키 이로하가는 눈물을 참으며 하야마 하야토를 떠났고그 이후일은 함께 데스티니에서 놀고 있었던 무리들에게 맡기고 그는 먼저 나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이상이 그가 이야기한 내용이다우선 말하지만잇시키 이로하는 우리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학생회장.

 오늘은 그녀가 속한 학생회가 추진하고 있는어느 크리스마스 이벤트의기획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 데스티니 랜드를 취재하러 간 것 같았다.

 

 

 ……뭐야그 건이었구나.

 

 

 소부 고등학교와 카이힌 종합 고등학교 합동 이벤트의 속사정이라면추리연구부에 의뢰가 왔었기에 대체로 알고 있다.

 잇시키 이로하가아니학생회장과관계가 기피은 부활동---봉사부가잇시키 이로하와 함께데스티니 랜드에 갔었다는 이야기라면 이미 학생회 내부에 있는 의뢰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오늘 유리짱하고시노하라의 첫 데이트 라는 핑계로 그 정보를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뭐야하야마 하야토도 같이 있었잖아.

 의뢰인에게선 취재에 봉사부가 협력하고 있다는 말밖에 못 들었는데하야마하야토도 있었다는 것은그가 말한 대로라면그를 포함해3명 더그렇다면하하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다봉사부 세 사람잇시키 이로하하야마 하야토……그렇담미우라 유미코는 확정일 것이다나머지두 사람은 잘 모르겠다그 쪽도 무슨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봉사부 셋이 합동 이벤트 취재와 관계가없는 하야마 하야토 일행을 동행시킬 이유는 전혀 떠오르지 않으니까잇시키 이로하가 권유했다고 봐도되겠지아니면 우연히 만났다든지.

 

「하나 질문너는 잇시키 이로하가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 알고있었어?

「전부터나와 토베에 대해 이로하의 대응이 전혀 달랐으니까」

「흐음역시그렇지만처음부터 사귈 생각은 없었다?

「이로하는 자기가 고백한다든가 그런 타입도 아니었고나도 그렇게알고 있었어그래서 내가 뭔가 말한 것도 없고특별 취급도하지 않았지이로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하야마 하야토 말로는부활 중,자진해서 타올이나 드링크를 주거나 자기가 부에 늦을 때는 직접 부르러 오고집에 갈 때나휴일일 때 권유 받거나 상당한 어택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일선을 넘어 오는 것 같은 기색은 없었다고 한다오늘 일은 아무래도 하야마 하야토도 예상외였던 것 같다.

 

 혹시 모른다..

 그 정도인 훈남고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어쩌면 초등학교 때도필시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오늘 일 같은 건 어쩌면 자주 있었을 지도 모른다.

 

「여자 찰 때 항상 이랬어?

「에?

「언제나 이런 느낌에 신경과민인지 묻는 거야너라면 그런 경험 많을테고서로 상처 받지 않게 적당히 대응할 수 있지 않아?

「그거 칭찬이야?

「나로서는 너가 그렇게 고민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경험도 많을테고잇시키 이로하가 휴일에 데스티니 랜드에 같이 가달라는 시점에서 예상 범위 아니었어?

 

 자기에게 이전부터 호의를 품고 있는 상대가 데스티니 랜드로 같이 가자고 한다---이런알기 쉬운 플래그가 섰다면어느쪽이든 각오를 하게 된다.

 

 고백하는 쪽과 받는 쪽차일 각오와 찰 각오혹은 그 반대.

 

「확실히 그렇게 다가온 여자도 있었어고백 받은 적도 있어하지만죄악감을 품은 건 처음 몇번뿐…… 그것도 익숙해졌어이로하가 오늘 고백한 것도분위기로 눈치 챘었고」

 

 하야마 하야토가 담담하게 말했다.

 

 어이……익숙해졌다니이녀석 얼마나 고백을 거절한 거야무슨 일이든 경험이 풍부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고백을 거절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잖아……. 고백센서그런 게 단련 되나?

 

「경험이 풍부한 데도 거절할 정도라면오늘 고백을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무리야」

 

 그렇게 말하더니하야마 하야토는 단호하게

 

 

「내가 이로하를 여자로서 좋아하게 될 일은 없어. ―――절대로」

 

 

 차갑고 날카롭고잔혹하게 잘라 버렸다.

 

 평소에는 온화하게 사람을 대하는 그런 사람이 말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냉철한거절

 이 기습 같은 한 마디에 무심코 뒷걸음질쳤다.

 마치 처음부터 잇시키 이로하아니지금까지 그에게 고백한 여자들이그에게 있어 아무 것도 아니었던건가그렇게 의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이잇시키 이로하가 싫었어?

「아니오히려 좋은 후배라고 생각하고 있고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지만 무리다?

「아아무리야」

 

 그가 또 냉정하게 단언한다.

 가속도가 붙은 채 부풀어 오른 의심은 어디까지나 의혹이라 단정했다등에흐르는 차가운 무언가를 느끼며나는 식어 버린 코코아를 마셨다.

 

 

 

 

 당분을 보급하고그가 말한 것에 대한 의미를 더 이상 생각하지않기 위해라도 잇시키 이로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학생회의 의뢰 때문에 잇시키 이로하도 어느 정도 살펴 보았기에잇시키이로하라는 여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물론성격도인간 관계도 가능하면 조사했다.

 

 성격은 이른바 천연 비슷한 캐릭터에 가깝다브랜드 지향에남자에 대한 어필은 매우 타산적. 1학년이면서도 많은 남자를 꿰차는것 같고같은 또래 여자들은 별 신경을 안 쓴다그리고그렇게 무시당한 여자들의 악의에 의해알지도 못한 사이에 학생회 회장 선거에 후보 등록이 되어 있었다.

 

 남자들에게 사랑 받고 여자들에게 미움 받는 여자.

 

 그렇다고는 해도나에게 의뢰를 하러 온 학생회 임원은 그녀를 신용하지못하는 것뿐이지대놓고 싫어하진 않았다그녀가 속한 C반 여자 중 일부는 그다지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다는것도 탐문에 의해 밝혀졌다.

 

 내 조사에 실수가 없다면 제대로 그녀의 좋은 면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야마 하야토도 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도 하야마 하야토는 그녀를 거절했다.

 

 이유는 모르지만연애뇌인 나로서는 이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잇시키 이로하는 하야마 하야토에게 차였을 때 울었다고 한다.

 만약 그가 누구와도 사귈 생각이 없다고 해도지금은 연애에 흥미가없어서 잇시키 이로하를 찼다면그녀 같은 성격을 가진 여자라면 그것을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하지만 울만큼 쇼크를 받았다는 것은 그 기회조차 없다는 것일 것이다상당히지독하게 차였다든가혹은 그에게 자기 마음이 닿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든가

 

 그래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

 

 라든가.

 

「……그것도 있어」

 

 아직 거품을 내고 있는 새까만 탄산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하야마 하야토는 말했다.

 흠시원스럽게 인정하다니 조금 의외다있는 걸까좋아하는 여자……와카나가들으면 낙담할 것 같다와카나는 거의 팬 수준이라서

 

 그렇다고는 해도, ""라는 거네…….

 

「그 여자 말고 다른 여자하고는 사귀고 싶지 않다라는 거야?

「아아」

「그렇지만너가 그러는 거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니야?

 

 나는 더욱 추궁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찼다잇시키 이로하는 어쨌든고백을 거절하는데 익숙해졌다는 남자가 낙담할 이유가 아니다..

 

 잇시키 이로하도 원래 체념하고 있었을 것이다자신이 『그』 하야마하야토와 사귈 수 있을 리가 없다반드시 많은 여자들이 품고 있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브랜드 지향인 그녀라면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었겠지.

 

 그것을 자각했기에두 사람은 신사 협정을 체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갈라졌다.

 

 그녀가 자신이 상처를 받아도 좋다는 각오를 했기에.

 상처를 감안하고 도전했기에.

 

 무언의 협정 파기하야마하야토를 좋아하는 마음을 능가하는 감정이 잇시키 이로하에게 싹트고 있었다는 것이다그것은 그 좋은관계를 타파할 만큼 다른 무엇인가가 그녀 마음 속에 생겼다는 것이다

 

「너 질투하는 거지?/ 자신에 대한 호의로는 움직이지 않았는데시원스럽게 그녀의 마음을 바꾸어 버린 녀석을」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너가 잇시키 이로하에 고백 받고 그렇게 낙담한 이유를 생각한 것 뿐이야」

 

 뭐랄까--- 단순한 감이지만하야마하야토의 머리 속에서는 잇시키 이로하에게 어떤 영향을 준 인물의 모습과 이름이 이미 떠오른 것이 아닐까?

 그것을 나에게 말해야 할지 말지우물쭈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잇시키 이로하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 짐작이된다.

 

 그리고 나는 리모콘을 들고 선곡을 한다어떤 밴드 노래 중그 인물이 연상되어지는 곡을 골랐다.

 

 이곳은 노래방이다입을 다문 상대에게 가장 유효한 무대와 장치가구비된 시설.

 

 죽은 물고기 눈의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음은 정말 튼튼하다고--, 이노래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야마 하야토를 바라보자그는 굳은 미소로화면에 표시된 점수를 읽었다

 

「대단해오늘 최고 득점이네」

「당연해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불렀으니까당연히 고득점이지. ……그래서어때? 이야기할 마음이 생겼어?

「……정말이지너도 굉장해이런곡이 있었다니..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여하튼 범프는 위대하다, J-POP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더 좋은 곡도 많다뭣하면 그대로 내가 가진 돈 다 쓸 때까지 부를 수 있다.

 효과가 있는 걸까하야마 하야토는 제법 표정이 안 좋아졌다그야눈치채지―……가사도그렇고눈치채 주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쪽팔리니까눈치채주면 좋겠는데..

 

「마나츠루양알고 부른 거지?

 

 왓―화내고 있다그것도엄청그렇다고 해도 그가 기분이 나빠지는 건 계획의 일부이고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야 그게 더 이야기가 빠른걸아무튼 관련 있는 거지? 히키가야 하치만군하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남자히키가야 하치만--- 오늘을 포함해 최근 1개월간,잇시키 이로하를 상대로 다방면으로 서포트를 한 남자와 관련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와 잇시키 이로하는 현재 개최 중인 이벤트 때문에 협력 관계다지난달학생회 선거를 시작으로학생회가 기획 중인 합동 이벤트 등 외부 서포터로서 지금도 도와주고 있다그것은 오늘히키가야 하치만이 잇시키 이로하와 함께 데스티니 랜드에있던 것을 목격했으니 틀림 없을 것이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잇시키 이로하에게 협력한 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아니무슨 영향을 준 것일까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그녀를 당선시킴으로서잇시키 이로하는 그를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장 선거는 그녀 밖에 입후보자가 없었기에 신임 투표였다그 때문에당선시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그녀에게 의욕이 없었고 거기에 규약에 의해 철회도 불가능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잇시키 이로하는 당선해서소부 고등학교 학생회장이되었다.그 배경에는 히키가야 하치만그리고 또는 봉사부가있었을 테고잇시키 이로하에게 어떤 어프로치를---예를들어 본인을 설득시켰다든지아니면 트위터를 이용해서 목적 불명인 예비 선거를 했다든지--- 했고그렇게 해서 이로하의 심경이 변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런 그는 학생회장의 외부 보좌로서 반 정도 그녀를 당선시킨 책임을 지는 듯한 형태로 현재 진행 중인 두 학교간크리스마스 합동 이벤트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몇 주간 동안에 잇시키 이로하에게 그만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면최근잇시키 이로하와 관계가 깊은 히키가야 하치만일 확률이 커」

「히키가야? 어째서 아는 거야? ……또조사한 거야?

「다른 건 때문.., 클라이언트는 비밀이지만이번에는 제대로 의뢰인이 있는 수사야덕분에 약 1개월 동안 일어난 잇시키 이로하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어.학생회 선거부터지금까지」

 

조사한 것을 근거로잇시키 이로하와 연관 있는 인간들 중 하야마 하야토를 동요시킬 수 있는혹은간과할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낸 존재가 히키가야 하치만일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었던 신사 협정을 박살 낼만한 강렬한 존재가 있다면 1개월 동안 그녀에게 접근해 신용을 얻은 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그의높은 공격력은 이 내가 몸으로 알고 있고무엇보다 잇시키 이로하의 행동뿐만이 아니라지난 주까지는 묘하게 침착해 보였던 유키노시타양의 분위기까지 변했다거의동시에 일어났으니 우연일 리도 없다.

 

 두 사건을 이을만한 선이 있다면 히키가야 하치만이나유이가하마유이 밖에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의외이네그 정도로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대항의식을 불 태우고 있을 줄은 몰랐어실적이야 있지만모든면에 있어 너가 그를 능가할 텐데」

「하하그럼 좋았겠지만…… 만약정말로 내가 히키가야보다 위라면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것은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를 상처 입힌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제 사건에 대해서인가그렇지 않으면 고백 받은 것에 대해서인가.

 얼굴을 찡그리며거품이 일지 않는 탄산음료를 노려 보고 있는 그의얼굴이그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잘 수습할 수 있었다는 거?

「나에게 그만한 재주가 있었다면」

「……그거 무섭네」

 

 상상이 안 된다.

 그 정도나 되는 스펙에 인간 관계까지 재주 좋게 다룰 수 있다면 무적이다히키가야하치만에 의한 잇시키 이로하의 변화사람의 변화조차 막을 수 있는 인심장악력을 눈앞에 있는 남자가갖추게 되면대체 어떤 마물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만 그것도 변명이며그의 본심은 좀 더 단순하다.

 나는 아주 심플하게 번역하면 된다.

 

「뭐그거네싫은 녀석탓에 후배가 움직인 게 분하다」

「싫은 녀석?

「그렇다고 생각하는데혹시 좋아했어?

「그럴 리가 있을까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데……

 

 숨은 호모입니다라고 죽어도 말할 수 없다……. 그 말대로라면 세상에 있는 모든 남자는 호모가 되어 버린다.

 

 썩은 이야기는 제쳐 두고그의그에 대한 감정은 지적했던 대로.

 자신은 할 수 없었던 것움직일 수 없었던 것어쩌면 좀 더 손이 미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시원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지금까지 자기가 쌓아 올린 그 무언가가 위협 당하고 간파당했다.

 

「질투라든지경고라든지아니면부러움이라든지그런 거 아니야?

 

 ……나의 지나친 생각인 걸까.

 하지만 이 정도로 지나치지 않으면 이 남자와 이야기할 수 없다.

 

「아니나는 히키가야가 싫다」

 

 라고 불쾌하게 하야마 하야토가 말해 버렸다.

 

「그 녀석만큼 싫은 녀석도 그렇게는 없으니까」

「……어떨까나나 그다지 모르고」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모른다문화제나 체육제에 대해그와 그를 둘러싼 학생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수학 여행 전에 한 번 봉사부실에서 본인과 이야기를 한 것이 다이다.. 아니 잠깐그거 말고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

 그렇기에 나는 잘 모른다증오도 관심도 품을 만큼 깊은 감정이있는 것도 아니고그만한 시간을 공유한 기억은 없으니까.

 

 그가 한 말은 어떻게 들으면 호모가 한 말로 들릴 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그는잇시키 이로하를 찼다는 것보다 그 뒤에 있는인물을 더 신경 쓰고 있다.

 

「조금 전 것 인정하지만부정할게」

「응?

「질투」

 

 그러나 그 이유는 경고 같은 악감정은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더라도그 누군가는 나를 원동력으로 삼지않아. ―――이로하는 이미나보다 히키가야를 선배로 보고있다인간으로서 선배로서나보다 존경 받고 있어---

 

 적의라는 형태로.

 혹은 기피라는 형태로.

 딱 잘라 말하자면 혐오 하고 있다.

 

 그렇기에 동경하게 되어 버린다.

 그것이 더욱 분하게 만든다.

 

「히키가야는 달라그 녀석과 연관된 사람은 반드시 변해그것도 빠른 속도로유키노시타양도……

 

 자기의 신분과 상대의 존재 사이에 있는 괴리.

 그렇지만 마지막에 새어 나온 여자의 이름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이전이랄까문화제때 처음 물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문화제 직후어떤 소문이 J반일부에서 퍼진 것 말이다그 때 그의 표정은……조금 잊어버렸지만매우 의외로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한다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그것이 나를 내몰리게 한 계기였는데..

 

 나는 한 숨을 쉬고전에 그랬던 것처럼 물을 수 밖에 없는 것을물었다.

 

「유키노시타양을 좋아해?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9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예외편】 역시 J반 탐정소녀는 수학 여행 때도 추리한다 




[newpage]


어느 날.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 2시간 정도 후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코트 입고 돌아왔지」

내가 모은 유명 사건에 대한 리포트를 둔 선반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와카나가 말했다.

「아아…… 그 이야기 말이네」

 와카나를 듣고 싶은 것은 전에도 이야기를 했었던, 유키노시타가 수학 여행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 였다.

 여자들의 입욕 시간이 끝나고, 우리들 J반은 면면으로 한 방에 모여 시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가 되자 유키노시타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더니, 2시간 후에 히라츠카 선생님의 코트를 걸치고 왔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유키노시타가 나갔다 돌아올 때까지 뭐하고 있었을까, 말이지?」

「맞아 그거. 매점 가서, 히라츠카 선생님과 진로 상담 했었다고 말이야 했었지만……」

유키노시타가 방에서 나가 버린 뒤, 1시간 반정도 지났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들은 유키노시타가 방에서 나간 것을 곧 깨달았지만, 뭐 바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랑 이야기를 계속했었다. 그러나, 너무나 유키노시타의 귀가가 늦었기에 나와 와카나 두 사람이 아츠기 선생님에게도 협력을 받아, 호텔 안을 뒤지게 되었다.

휴대폰을 방에 두고 갔으니 멀리 가지 않았을 거라 판단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유키노시타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방도 봤지만, 아무래도 애초에 여자들이 머무는 플로어에 없는 것 같았다. 아츠기 선생님과 상담해서 밑에 있는 남자들이 머무는 플로어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려고 했는데 아츠기 선생님에게 히라츠카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 유키노시타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키노시타가 모습을 드러내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츠기 선생님이 캐물었더니, 유키노시타는 기념품 판매점을 둘러 본 뒤 밖에서 산책하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유키노시타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빌렸다고 하는 코트를 아츠기 선생님에게 건네준 후, 선생님에게 한 두마디 하고는 우리들과 함께 방까지 돌아갔다.

이전에도 와카나는 나에게 묻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마음에 걸린 것 같다.

「사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설마 실은 히라츠카 선생님이 아니라 히키가야와 어딘가 돌아다녔다든가 그런 이야기?」

「아―, 그것은 그것대로 잘 먹었어……가 아니지. 아니야. 우리들에게 매점 간다고 말하고 나갔으니까」

유키노시타가 나간 뒤 「저거 절대로 선물 사러 갈 생각이야―!」라는 핑크빛 소리와 그것을 구경 하러 유키노시타를 따라 가려는 무리를 막는데 정말 고생하긴 했지만.

그리고, 유키노시타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가 거짓말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매점에 가서 히라츠카 선생님과 함께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이 사실이라도, 그것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거 같아. 예를 들어, 그렇네……실은 호텔 바깥에서 외식하고 돌아 왔다든가」
「외식? 그렇다는 건 밖에 나갔다는 거?」

「그래. 아마 히라츠카 선생님과, 아니면 누군가 한 명 더 같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누군가는 누구?」

「간단한 추리야. 순서를 쫓아 설명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예방선을 쳐둘게」

상황 증거로 추리가 되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에 너그럽게 냅두자.

「우선 실내복……그리고 목욕 후 나가고 나서 두 시간 경과, 히라츠카 선생님의 코트가 포인트일까. 이것 만으로도 제법 추측할 수 있어. 우선 유키노시타는 처음에는 밖에 나갈 생각은 없었을 거야」

「무슨 말이야?」
「여자들이 목욕을 마치고, 유키노시타가 방을 나올 때까지 30분도 지나지 않았어. 아무리 도망간 것이라도, 그런 상태로 밖으로 산책하러 갈 수는 없어. 방한하지 않았으니까 곧 돌아와야 해. 그 말은,  유키노시타 혼자서는 외출한다는 발상은 나오지 않는다는 거야. 감기에 걸릴 테니까」

유키노시타가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어져 호텔 밖을 나간다고 해도, 우연히 순찰 같은 걸로 히라츠카 선생님이 유키노시타를 찾아 내서 코트를 주었다고 해도, 방에까지 코트를 입고 올 정도로 몸을 차게 두지는 않았겠지.

길게 서서 이야기했다거나, 걸으면서 이야기했다고 하면 이번에는 코트를 빌려 준 히라츠카 선생님의 몸이 차가워져 버린다.

쿄토 가을 긴 밤에 코트 없이 걷는 것은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도 힘들 테고, 유키노시타가 공기를마시고 싶은 것뿐이라면 곧바로 호텔로 돌아가, 코트를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돌려주었을 것이다.

즉 상황적으로 모순이 생긴다.
모순이라기 보다, 기온의 문제일까.

「그렇지만 2시간 동안의 외출이 이 모순을 해소해」

「에, 어째서?」


[newpage]


「히라츠카 선생님이 유키노시타를 택시 같은 걸로 어디로 데려갔다거나, 호텔에서 걸어 10분 정도 되는 곳에서 식사를 섭취했을 경우야」

이것이라면 히라츠카 선생님이 코트 없이 걸어도 체온 조절이 가능하다. 기념품을 둘러볼 시간을 포함하면, 딱 좋게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유키노시타 혼자서 쿄토를 걷게 둘 거란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히라츠카 선생님도 함께였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라? 그렇다면 히라츠카 선생님도 유키노시타와 같이 왔다는 거네 그렇지만 코트는……」

코트를 걸치고, 유키노시타는 호텔로 돌아왔다.

물론 그것도 설명이 가능하다.

코트를 걸치고 돌아왔다는 것은, 즉 밖에서 히라츠카 선생님과 별개의 행동을 했다는 증거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잠시 동안은 코트가 필요 없게 되었기에, 유키노시타는 코트가 필요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별개의 행동.
아츠기 선생님 경유로 코트가 반환된 것이 그 근거다.

「코트를 돌아온 것을 보건대, 유키노시타가 돌아온 시점에서는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직 밖에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까 반대……유키노시타가 히라츠카 선생님보다 늦게 들어왔을 리는 없어. 그렇다면 직접 돌려주러 갔을 테고」

「아―……확실히 아츠기 선생님에게 코트 건네줄 때, 유키노시타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던 거 같네……」

「그건 아츠기 선생님이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었을 때 조금 기분이 안 좋아진 것하고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유키노시타가 호텔 바깥에 나갔는데도 조금 밖에 주의 받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일 거고」

대체로 예상이 되는 건, 돌아갈 때 무엇인가 술이라도 사 들고 가겠다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학생들 취침시간을 지나면 선생님들끼리 술잔치 같은 걸 자주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설마 아츠기 선생님이 실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마음이 있어, 전화가 걸려 와서 기분 좋게 되었다는 아이 같은 이유도 아닐 테고. 만약 사실이라면 혐오할 자신이 있다.

 ……아니지? 그치?

「아아, 과연……. 그리고, 히라츠카 선생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건?」

「과연 쿄토 밤 거리를 유키노시타 혼자서 내보낼 만큼 히라츠카 선생님이 학생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야. 누군가와 시중. 아니면 택시로 호텔 근처까지. 그리고 유키노시타의 성격상, 히라츠카 선생님이 외식 가자고 해도 거절할 것 같은 생각이 드니까, 그 사람에게 말려 들어가는 형태로 유키노시타가 붙잡혔다고 생각해. 그 누군가는……」

「유키노시타가 같이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될만한 인물, 이겠지?」

「히키가야 하치만, 유이가하마 유이. 아니면, 봉사부 의뢰인. 정도 일까, 그것도 아니면 가족이나 친척」

뭐, 이 경우 누구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성립된다.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는 누굴까?」

「그야- 누구겠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유키노시타를 밖에 데리고 나갈 정도라면 가족일지도. 히키가야 하치만이나 유이가하마 유이는 그런 시간에 밖에 나갈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이 몰래 맛있는 가게로 가기 위해 잡았다는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술과 손잡이를 사러 가는 김에 맛있는 가게로 먹으로 가는 것이라면 그 선생님이라면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그만두자. 어쨌든 누군가 데리고 나가 어딘가로 먹으로 간 거다.

「우선 히라츠카 선생님 말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었을 거라 생각해」

「호오……. 그렇지만 말이야, 그 정도라면 식사하러 갔을지도 모르겠네. 누군가와 약속을 했다든가,  부활 문제로 히라츠카 선생님의 힘이 필요했었을지도 모르고」

「유키노시타는 뭔가 먹고 왔어. 단언해도 좋아」

「근거 있어?」

「응. 왜냐하면 유키노시타, 돌아오자마자 이 닦고 있었어. 그걸로 근거는 충분해」

「이, 이?」

와카나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하고 잇는 거다. 유키노시타가 돌아와 이를 닦고 있었을 때, 우리들도 이를 닦고 있었다. 유키노시타가 어디에 갔었는지 물어 봤던 것도 양치질 중이었기에 와카나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할까 취침 전까지 1시간 정도 있었지만 자기 전에 이를 닦는 것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입욕 시간 전에도 유키노시타는 이를 닦았어. 잘 생각해 봐. 우리들이 목욕을 마치고 방에 돌아갈 때 무엇을 했는지」

「무엇이라니……먼저 목욕했었던 사람들과 함께 수다하고, 우노하고, 야츠하시 먹고…… 아!」

그녀도 깨달은 것 같다.

유키노시타는 사기누마가 가져온 야츠하시를 먹지 않았다.

와카나의 말 대로 자기 전에 이를 닦는 것은 당연하지만, 목욕 전에 이를 닦고, 2시간 가량 후에 또 이를 닦는다. 저녁식사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굳이 두 번 닦을 이유가 없다.

「뭔가 확실히 먹고 오지 하지 않으면 이빨 닦을 필요 없지 않아?」

「유, 유키노시타가 이빨 관리를 정말로 철저히 한다든가……」

「그렇다고 해도 돌아오자 마자 이를 닦을까? 자기 전까지 겨우 1시간 남았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취침 한 시간 전에 닦을지도 모르지만, 다음날 유키노시타는 취침시간 20분 전에 이를 닦고 있었다. 평소 유키노시타의 생활 리듬까지는 모르지만, 그 날 유키노시타는 반 친구가 가져온 과자를 확실히 먹었었다.
그런데도 20분 전이었다, 참고 정도는 충분히 되는 사실이다.

「………뭔가 맛이 진한 음식이라든가, 이빨에 낄 것 같은 음식을 먹었을 거야. 우리들 야츠하시 마구 먹었으니까 유키노시타가 양치질 한 거 신경 쓰지 않았지」

와카나도 납득하며 수긍했다.

그렇지만 다시 말해 두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며,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유키노시타도 히라츠카 선생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추궁할 의미도 필요도 없다. 누가 나서지 않는 한 탐정의 차례는 없다.

그렇지만 만약 상대가 히키가야 하치만이었다고 한라면.

그와 그녀가 돌아가는 것을 망상 하지 않을 수 없다.

뭐, 됐나.


[newpage]

「말이 통해. 과연 나의 조수」

「……탐정소녀도 할 땐 한다고 조금 전까지 감탄 했었는데」

「거기는 감탄해서 겉치레라도 하나 정도는 말할 수 있잖아!? 그보다 탐정소녀 라고 말하지마」

부끄러운 것도 있어, 이 탐정소녀라는 애칭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아)이 조금 싫어 졌다. 우우, 아니, 확실히 미숙하다고 스스로 말하긴 했지만 말이야. 적어도 여탐정이라든가 명탐정이라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거야! 실제로 어떤지 나는 모르고, 알아도 뭔가 변할 리도 없고」

「그렇네. 그럼, 나 돌아갈래」

「잠깐 반응 빨라! 아직 부활동 끝나지 않았잖아!」

「부활이라니 너 말이야, 추리소설 읽고 그 감상을 쭉쭉 들은 끝에 그 리포트를 읽는 내 입장이 되어봐! 정말이지, 내신에 플러스가 될 것 같아서 입부 했더니만 손해 봤어」

「상관없잖아 나, 리포트는 제법 자신 있는걸! 봐, 오른쪽 위 둘째 단 선반에 있는 지하철 사리--」

「기다려.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어도, 애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취급하면 그것 만으로도 문제가 되니까 그만해」

「일본어가 이상해……」

칫, 그 리포트는 당시 신출내기 탐정으로서 교단을 뒤쫓고 있었던 아버지에게도 호평이었는데 그것조차 받아주지 않다니……! 이 조수, 편집자로 두면 안 되는 타입이다. 아마. 아니 그 진짜로 자신 있는걸, 그 리포트.

「그래도 와카나, 그래도 이래저래 메일 와주잖아. 고마워」

이렇게 말하자, 와카나는 딱 움직임을 멈추고는, 하아, 한숨을 쉰다.

「너가 매일 종례 끝나면 끌고 간 탓이야……」

「거짓말―. 나 알고 있는걸? 내가 감기로 쉰 날이라든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방과후 비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날에도, 와카나가 부실에 있었던 것 정도는」

「뭣!?」

 끼긱 의자 소리를 내며 와카나가 일어선다.
 후훗, 듣고 놀라라.

「꼬리가 있단 말이지―? 선생님에게 열쇠 받았었다는 것도 들었고, 내가 쉰 날에 조금 나른한 듯이 열쇠 받으러 간 것도」

「! 누, 누가 그런 짓을? 증거가 없잖아」

「유키노시타가 거짓말 할까? 조수」

최강의 인적 소스, 유키노시타의 이름이 나오면 더는 단념하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와카나가 귀여운 소리를 내고 있다.
귀까지 새빨갛게 되었다. 뭘까 이 조수도 말이지, 정말로.

「이 츤데레」

「이, 일단 부활이니까……」

「성실하네. 고마워」

「큭……, 너 말이야, 가끔 그런 점이 비겁해……」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와카나는 도망치듯이 부실에서 나갔다.
아- 사랑스럽다.
이런 비겁이라면 얼마든지 해도 괜찮을지도. 와카나가 남자라면 벌써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말이야, 조수.

너, 가방을 두고 갔는데 괜찮아?

탐정소녀인 내 앞에 그런 것을 두고 가도 괜찮아? 정말?

그렇구나, 와카나가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힐끔 가방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후후후후후.

복도에 사람 기척이 없는지 경계하면서, 속셈 가득 욕망이 향하는 대로 와카나의 가방에 손을 뻗어, 살며시 열어 그 안에 있는 소중한 옷을---


「가방 잊었다!」


문이 힘차게 열리며, 숨을 헐떡이는 와카나가 나타났다.


「아」

「아」


나와 와카나의 시선이 맞는다.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정확하게는, 내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체육복, 에.

「아, 너란 녀석은∼~~~!」

「아니야 와카나 오해야! 이, 이것은 그, 와카나의 가방도 혹시 4차원 수납 아이템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어서」

내가 변명을 늘어놓자 와카나가 억지로 가방과 체육복을 강탈한다.

「역시 나 이 부 그만둘 거야! 여기에 너와 둘만 있으면 내 정조나 처녀가 위험해!」

「나는 레즈가 아니야!?」

「그 『?』는 뭔데! 물음표는 왜 붙인 거야!?」

「미안해 와카나∼! 사랑하고 있으니까 나가지 말아줘!」

「이제 나갈 거야! 신세를 졌습니다! 나는 귀가부로 돌아갑니다!」


「그럴 수가, 와카나아∼!」

 체육복과 가방을 강탈한 와카나에게 매달리는 나. 뭐야 이 멜로드라마?

아니 벌써 정말 뭔가 씌었을 뿐이고! 나 레즈 아니고! 제대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이라니까!

라고 말하며 필사적으로 와카나의 배에 얼굴을 비벼대고 있었는데, 똑똑, 벽을 노크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와카나도 움직임을 멈추고, 노크 소리가 난 쪽을 보자---

「너희들, 즐겁게 노는데 미안하지만 좀 더 조용히 해라. 복도까지 목소리가 다 들린다」

질린 얼굴로 히라츠카 선생님이 서 있었다. 그녀 뒤에는 히키가야 하치만이 있었다. 그는 변함 없이 썩은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보, 보여져…….

「아, 아하하……」

「우……」

복도까지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은, 대체로 전부 들렸다는 것.

즉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나도 와카나도 부끄러워져서, 두 사람 모두 빨개졌다. 딱히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이런 소연극 같은 게 보여졌다니 조금 부끄럽다.

그 상황을 보고 생각이 났는지, 히키가야 하치만이 이렇게 불쑥 중얼거렸다.

「메로스와 세리눈티우스인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더욱 더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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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번역한 파트말인데... 제가 백합을 자주 번역해서 배정된 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들어 버렸습니다 -_-

백합은 아니지만요 -_- (그냥 잘 먹었을 뿐)

일단 번역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목차 구성, 픽시브에 기재할 말, 작업을 마치고 소감과 보고해야할 것 작성, 작가님에게 메세지 작성.. 할 것이 남았네요

[...........]


그렇다고 해도.. 일단 완결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8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newpage]

- 언젠가는 끝맺을, 잃어버린 나날에 행복 하라는 웃음을 보낸다 (Epilogue)

그 뒤로 시간이 흐르고, 지금에 이르렀다.

멍하니 돌아본 시간이 꽤나 길었던 듯, 하늘에서는 이미 해가 잠기고 있었다. 얼마나 생각에 잠겼던 걸까 혼자서 딴죽을 날리며 와카나를 찾아보니, 맞은편 자리에 앉아 북 커버가 씌워진 책을 읽는 갈색 머리 여자아이가 있었다. 집중하고 있는 건지, 내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도 반응이 없다.

일정한 페이스로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당분간 이어진다. 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 묘하게 그림이 되네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와카나가 내 시선을 깨닫고 말을 걸었다.

「……왜?」

「그거, 무슨 책이야?」

「……추리해 보시지?」

뿌리치듯이 말하고서, 와카나의 시선이 책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딱 재미있을 전개에 다다른 거겠지. 빨리 대화를 일단락 짓고 싶었는지 말이 빨랐었고.

「좋아. 다 읽고 나서 감상 들려줘」

「………」

와카나는 딱 한 순간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응, 하고 자그만 목소리로 말하고서 책의 세계로 돌아갔다. 그런 그녀를 보면, 이 부실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된다.

추리연구부실은 특별동, 봉사부 부실에서 한 층 아래 있는 3층, 국어준비실. 여기가 새로 부여된 방과 후 활동의 장이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만 활동했었기에 부실을 받을 필요 없이 도서관을 거점으로 활동 했지만, 정식 부로서 인정받았으니 정착할 땅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그 때 봉사부에 데려가 주지 않았다면, 유키노시타를 필두로 봉사부가 수완 좋게 대응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방과후는 없었겠지.

와카나가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완전히 하교시각이었기에, 나는 그녀가 읽던 책을 추리하지도 못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와카나도 책을 덮고 돌아갈 준비를 마쳤고, 하교를 재촉하러 온 고문 선생님에게 열쇠를 돌려주고, 우리들은 교문을 향해 걸었다.

「저기. 와카나 말이야, 어느 대학 갈 거야?」

벌써 고2 겨울이다, 고등학생이라면 이 시기가 되면 진로도 어느 정도 내다보고 있겠지.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고 싶어졌다.

「나? 나는…… 말해도 웃지 말아줘?」

「안 웃어. 나도 진로엔 진지하고. 그래서, 어딘데?」

내 짐작으론 와카나의 성적이라면 꽤 좋은 곳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국제교육과 학력 레벨과 남은 1년이란 공부기간을 생각해보면 지방 국공립, 구 제국대학(舊帝大 : 도쿄, 교토, 오사카, 홋카이도, 토호쿠, 나고야, 큐슈 대학. 간단히 말해 Top7) 수준도 사정권 내다. 나와 달리 치바를 떠날 이유도 없을 테고, 지방 국립인 관동권 어딘가 이겠지.

「극동 연방 대학」

「……어이 진짜 어딥니까 거기」

처음 듣는 대학 이름이다. 최근 진로에 대해 정보를 모으러 움직이는 나조차 그 대학 이름은 들은 적이 없다. 설마 와카나 정도 되는 여자가 F랭……

「러시아의 국립대학.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어」

와카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들은 적도 없는 대학이길래 순간 F랭크인가 생각했더니만 터무니없는 곳이 튀어나왔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 해외 국공립이었어!?

「와카나, 유학 가는 거야!?」

「응」

내 경악하고는 반대로, 와카나는 지극히 냉정하게 대답했다.

「……꽤나 멀리 가버리네. 뭔가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싶은 거라…… 자취?」

「에―, 그거 교토에서도 할 수 있잖아. 어째서 일부러 외국까지 가서……」

「너랑 떨어지고 싶어서」

「………저기, 나 그렇게나 스토커 기질 있어?」

확실히 와카나는 좋아하지만 레즈 레벨까진 아니야? 가까운 예를 들자면 샤를이 전학 온 직후의 완사마씨(One Summer → 一夏, 이치카)의 텐션과 비슷한 레벨이 지금의 와카나에 대한 호감도. 그렇지?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레즈 아니야. 그치?

「하지만 와카나의 진로를 내가 정해버리다니, 나 얼마나 죄 많은 여자인 걸까……」

「그럼 벌로 넌 교토대 떨어져줘. 하향 지원한 것들도 전부 떨어져서 재수해버려」

「호―오호오, 그렇게나 내가 교토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 거네! 알았어 알았어, 제 2지망은 홋카이도로 해줄 테니까! ……그렇다고 할까, 정말 어째서 러시아야? 유학이라면 거기 말고도 많이 있잖아」

라고 묻자, 와카나는 멋쩍은 얼굴로, 으~응 신음한 후, 머뭇머뭇 이렇게 말했다.

「……외교관이 되고 싶어」

「외, 외교관?」

이건 또 터무니없는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네.

하지만, 듣고 보니 뭔가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혹시, 나랑 문화제 자료 조사했을 때 형법인가 뭔가 말했던 게 이거랑 관계 있었어?」

「일단은. 좀 성급했던 걸까?」

「아니. 전혀. 와카나 다워」

「아, 고마워. 저기 말이야…… 딱 작년 이맘때쯤인데」

「1년 전? ……아, 혹시」

또 하나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와카나는 1학년 딱 이맘때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던가 해서 학교를 쉬었던 적이 있었다.
와카나의 할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외교관으로서 일본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는 나날을 보냈다는 것 같다. 꽤 수완 좋은 외교관이었던 것 같아서, 냉전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적게 하려고 온갖 수를 쓰셨다던가. 노후에는 바둑에 몰두해서, 와카나도 어렸을 때 실컷 뒀다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 유품 정리를 거들다 보니 외교관 시절 사진이라든가 잔뜩 나와서…… 조사해봤더니, 할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셨어. 초 굉장한 외교관이었다는 이야기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한테서 실컷 들었지만…… 그 때는 어렸으니까 헛바람 불어넣는다고 생각해서, 도중부터는 한 귀로 흘렸었는데……」

그것을 후회하듯이, 와카나의 왼손이 약하게 주먹을 쥐었다.

「나, 할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는지 뒤쫓아보고 싶어. 어떤 세계가 보였던 건지 나도 보고 싶어. 그리고」

「할아버지의 유지를 잇고 싶어, 라든가?」

「……뭐, 그런 거야」

「좋은 이유잖아」

정말 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이유를 듣고서 웃으려 드는 사람은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웃는다면 『탐정소녀 탈피』를 내걸고서 교토에 가려고 하는 내 쪽이 훨씬 더 우스꽝스럽다.

그렇다고 해도, 러시아――― 해외에, 와카나는 가는 걸까.

「그럼, 나와 와카나의 추리연구부는 내년으로 끝나네」

「……그렇네」

내년이고 뭐고 지금은 2학년, 수험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활동도 할 수 없겠지.
추리연구부는 1학년 신입 부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처음부터 끝이 보일 부활동이었다.

그런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말로 하자니, 긍정하자니, 뭐라 하기 힘든 애절함이 가슴 속에서 터질 것 같다.

「섭섭해?」

「전혀. 너랑 연을 끊게 돼서 홀가분해」

「조금은 슬퍼하라고!?」

「내가 왜. 딱히 부가 사라진대도 교실에 가면 여하튼 얼굴 볼 수 있잖아. 거기에」

「거기에?」

「……1유로 지폐, 아직 안 받았으니까」

퉁명스럽게 말하는 와카나.
한 발 앞을 걷는 그녀의 등은, 언제나 교실에서 앞을 보고 있을 때와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뻐서, 나는 무심코 뺨이 풀어졌다.

아아, 나 이거 졸업식 날에는 대성통곡하겠구나…….

「1만 루블 벌 때까지 기다―――」

「유로화 환율 낮을 때」

잠깐, 지금 시기부터 엔화 비싸고 유로 쌀 때라니 가망성 낮잖아! 몇 년 뒤냐고, 정말…….

하지만 기다릴게.

그렇게 훌륭한 미소로 약속해 줘 버리면, 기다려주는 것이 친구의 의리다.

나도 최고의 미소를 그녀에게 보내며, 둘이서 함께 교문을 지나갔다.


[newpage]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시간도 이제 얼마 없다.

1년 하고 3개월.

실제로는 수험이라든가 휴일이라든가 포함하면 1년도 안 되는 시간이, 나와 와카나에게 남겨진 공유 가능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비관하지 않아.

이 시간은 추억이 아니라, 미래에 다시 해후할 약속을 맺은 시간이니까.

멀리 떨어지더라도, 약속만 기억한다면 러시아라도 교토라도 치바라도 괜찮아.

미래에도 와카나와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비관하지 않아.

그래도, 조금 쓸쓸하기는 해.

다시금, 와카나와의 추리연구부가 앞으로 1년하고도 조금 더 뿐이듯이, 유키노시타의 봉사부도 그 셋이서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앞으로 조금이구나, 하고 문득 생각한다.

추리연구부도 봉사부도, 학교든 부활동이든 제한 없이 모였다가 헤어지지만, 또 내년 3월이 되면 우리들은 예외 없이 소부 고등학교에서 떠나게 된다.

서로서로 여기저기 뿔뿔이.

유키노시타 일행의 봉사부는 대체 어떤 결말에 도달하게 될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며 이 학교를 돌아볼까.

돌아보지 않고 곧장 어딘가로 나아가버릴지도 모른다.
의외로 깔끔하게 잊고서 과거의 추억으로 삼으며, 조만간 적당히 떠올릴 뿐인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일생의 파트너를 만나, 청춘을 구가한 곳으로서 감사의 말을 남길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뭐라 해도, 언젠가 끝은 온다.

사람과 사람의 연은 의외로 무르다. 아주 작은 계기로 깨끗이 와해되고 단절된다. 그렇기에 지금 있는 누군가를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일 지도 모르고, 어차피 지금뿐이라고 딱 자르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지금까지의 관계를 모두 버리고서 소부에 찾아온 예도 있다.

어쩌면, 단절된 관계를 다시금 이어 붙여 서로의 마음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와 미래의 약속을 나눌지도 모른다.

‘~지도 모른다’의 대 연쇄.

그런 청춘이 아직도 나를 기다린다.

졸업까지 앞으로 대강 1년 4개월의 시간 가운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만한 상대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으니까.

그 와중, 만난 누군가와, 지금은 고등학교 동안만의 친구일지도 모르지만, 이별을 겪은 뒤에도 어딘가에서 반드시 만날 날이 올 거라는 불확실한 희망을 안으며, 남은 1년하고도 몇 개월을 이 소부고에서 보내게 되겠지.


분명 지금은, 그런 시기다.

누구라도.





―――역시 J반 탐정소녀는 잘못 되었다. 문화제 수사록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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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해서 본편이 끝났습니다..

번역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외전을 번역하겠습니다.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8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newpage]

-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미숙한 탐정은――― 



부실 문이 닫힌 것을 보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생각한다. 

수학여행에서 막 돌아온 참이지만, 내 동호회―――에서 부활동으로 랭크 업한 추리연구회, 기본 명칭, 추리 연구부에 의뢰를 하러 온 사람이 생겼다.
주로  2학년이 남녀불문 들어와서, 어떤 공통된 안건을 나에게 의뢰하면, 적당히 대응하고 돌려보내는 나날들을 요 최근 보내고 있다. 조금 전까지 추리 연구회 상황을 생각하면 의뢰인이 늘어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의뢰내용이 이렇게 같으면 대응이 곤란하다.

바로 그 의뢰 말인데―――공통적으로 「유키노시타 유키노, 그리고 유이가하마 유이 근처에 남자 그림자가 있으니까 조사해줘.」 이다. 

...... 한두 명이면 그래도 우연이란 범위이지만 이걸로 아홉 명째. 슬슬 얼버무릴 수단도 고갈되는 수준인데도 의뢰가 쇄도하고 있다. 그중 여덟 명은 남자. 이상하게도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유이, 반반으로 의뢰하러 오는 형태다. 유키노시타는 원래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해도, 유이가하마 유이의 인기가 이 정도로 높았다니 놀랐다. 문화제에서 라이브 뿐만아니라 체육대회, 그 준비 기간 동안에도 나름대로 활약해서 일까, 조금 경쟁력이 높은 여자아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이야....... 

천객만래라 기쁘지만 말이지.
......누구의 것인지 한방에 알만한 의뢰를 이렇게나 많이 들고 와주지 말아주었으면 하는데? 

「그렇게 신경 쓰이면 먼저 스스로 알아보란 말이야...... 그나저나, 문화제 소문에 대한 건 벌써 잊은 거냐고......」 

남의 말도 석달, 이라는 속담도 상대가 백전연마 스텔스기라면 상대도 안 된다.

문화제도 체육대회도 수학여행도 아직 75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아무도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한 소문을 알지 못한다. 소부고 학생들의 관심 유동이 심한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관심 없는 녀석을 건드리는 것에 질려 버린 탓일까...... 후자일 것이다, 아마도. 

「소문도 체육대회도 얼버무리다 덮어버린 느낌이네. 유키노시타에게 스토커가 있었다는 소문도 깨끗하게 사라졌고, 대충 짐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히키가야의 이름을 연상하는 사람은 없겠지? 」

추리 연구부의 또 다른 부원인 그녀도 같은 감상을 말한다. 
문화제 일들을 나와 함께 같이 조사해준 츤데레 조수도, 이 소문이 너무나 빨리 조용해지는 것에 어이없어하는 듯 하다. 

「혹시 그 일을 다시 떠올리고 조사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너 정도 일까, 그런 변덕스러운 녀석.」

「그거 참 미안하네 변덕스러워서.......그렇게 말해도 조사하면 조사한 시점에서 실연 확정이네. 특히 유이가하마 유이라면」

「너 정말 유이가하마 유이가 히키가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이든 아니든, 본인에게 직접 확인 받았고......」

「에? 언제?」 

「체육대회가 끝나고 잠깐, 슬쩍 말이지.」

우연에 우연이 겹쳐, 어느 날 나는 유이가하마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었다. 
노리고 접근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우연히, 그녀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날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러브레터로 위장한 파파라치 고발 글을 넘기는 등, 그날에 대해, 언젠가 그녀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 나는 물었다. 「히키가야 하치만을 좋아하지?」 라고. 

유이가하마 유이는 당황해 하면서 서둘러 부정하려 했지만, 어느 남학생에게 고백 받았던 그 사건과, 내가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도시락을 건네줬을 때의 반응, 내가 처음으로 F반에 찾아왔을 때 느낀 다른 시선에 대해 순서대로 설명하니 깔끔하게 포기해 주었다. 

「그때 말한 거 맞았네?」
 
「......그 어느 남학생이 유이가하마에게 차일 때 말한 그거?」
 
「그거야! 어때 ?내 감도 굉장하지!?」
 
「아 네 네, 굉장합니다...... 저기, 히키가야는 정체가 뭐야? 알면 알수록 어째서 아싸.....가 아니라, 처지가 스팩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하야마 같은 레벨은 아니더라도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몇 명은 있지 않을까? 2학년 F반 구성원 중에는」

하야마 하야토는 문화제 조사를 통해 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았다. 미우라 유미코는...... 모르겠지만, 유이가하마 유이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토츠카는 친구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2학년 F반에 들이 닥쳤을 때 반응이 다른 녀석들과 달랐던 에비나 히나, 히키가야 하치만의 이름을 꺼냈더니 당황했었던 카와사키 사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나도 뭐,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맘 편하게 물어 본 거지만...... 테니스라든가 유도라든가  꽤 잘하고, 얼굴도 눈이 썩은 것만 빼면 미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레벨이고, 국어는......」

「3 등이니까 너보다 위네.」

「...... 그렇단 말이지......젠장.....」

참고로  2위는 하야마 하야토. 
어이, 뭐야 그 반 스팩만 생각하면 훌륭한 인물들만 지나치게 모여 있잖아. 그 반만으로도 소설이나 드라마가 완성될 정도로 인재가 집약되었다.
테마는 문화제, 주인공은 히키가야 하치만, 히로인은 유이가하마 유이&유키노시타 유키노......맙소사, 이미 배역은 정해져 있었다. 그 김에 내 활약도 세트로 부탁한다. 투병생활? 있었네 그런 것이. 

「이제 너도 할 말 없네. 어이~ 거기 4등하고 자랑했던 사람~」
 
「시, 시끄러워! 와카나는 등수 밖이잖아! 어이~ 거기 등수 권외!」
 
「중간고사 수학 10등, 영어 2등, 물리 9등, 과학 12등, 지리 9등」
 
「 윽..」

재빨리  그녀가 언짢은 얼굴로 담담하게 테스트 결과를 읽어준다. 
...... 흥이다, 나도 영어랑 지리 정도는 나름대로 점수 나쁘지 않다고! 

「신체능력 테스트 B」 

「우..」 

이..이건 그거다, 1학기에 측정한 데이터이고 반년이나 지났으니 믿을만한 데이터도 아니고.....! 

「특기 요리는 닭 조림, 중학교 때는 수예부에서――――」

「............ 이, 이런 우수한 조수를 획득한 나도 정말 우수하네! ......정말로 분해...... 」

「내 입장으로는 국어는 높은데 다른 과목 점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네가 더 신기한데......」

그러게  말이다...... 이, 이상하네. 국어는 모든 교과의 기초가 되는 과목이니까 국어를 잘하면 다른 교과 성적도 좋아야 하는데...... 어라? 전체적으로 보면 나 충분히 상위권에 들어가......? 

「아, 그렇지! J반에서 수학이 최하위인 것 뿐이니까」

「최후의 공격 떴어!? 그런 사실은 알고 싶지 않았어!」 

국어 한 개라도 내 위에 3 사람밖에 없으니까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이래 뵈어도 나는 성적 우수, 수재들만 모인 J반의 여자라고요!? 
깔보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간단히 보통과 녀석들에게 지면  J반으로서의 프라이드가.....! 



[newpage]

「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 상황 말인데」


아까만 해도 잡담하던 분위기였는데 화제가 사라진 것인지, 한순간 진지한 어조로 그녀가 물었다. 나도 그 순간에 마음가짐을 바꾼다. 

「내 눈으로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냐고?」
 
「응」
 
「...... 너랑 같은 생각이야. 지금까지 하고는 분위기가 달라. 기분이 언짢은 지......어느 때보다 쌀쌀해진 거 같아」

「...... 역시 수학여행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지막 날 유키노시타 조금 이상했었고. 셋째 날의 유키노시타의 모습이 뭐라고 할까, 저녁 식사 때 뭔가 바뀐 점 같은 거 있었어?」
 
「으~응.......같은 반 애들이 어디 갔냐고 물어보긴 했던 거 같은데, 그 외에는 별로 바뀐 점이 없었을걸. 그래도 역시 저녁 식사 후에 뭔가 있었던 것 같고......」

수학여행 마지막 날. 자유 행동을 허락 받은 그날, 유키노시타는 아침부터 어느 새 모습을 감추었었다. 

아침 식사 시간 그녀가 없어졌단 걸 눈치 챈 반 일원이 연락을 시도했을 때는, 그렇게 멀리 떨어지진 않은 곳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에도 유키노시타는 우리들과 행동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까지 어딘가에 있었던 모양이다. 저녁 식사 후에도 모습을 감췄던 그녀에 대해, 다른 맴버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유키노시타가 넷째 날 독자 행동을 했을 때 말야, 나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연락을 했었어. 그랬더니 유키노시타 뿐만 아니라 히키가야 하치만도 같이 있다고 하더라, 아 이거이거 봉사부 활동이구만 했지.」

아무래도 수학여행 때도 봉사부는 활동했었던 것 같다. 따라서 저녁 식사 후에 빠져나간 이유는 대체로 상상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까진 역시 듣진 못했지만, 거기까지는 괜찮았었다. 

거기까지는, 말이다. 

교토역으로 향하는 버스 집합 시간 아슬아슬하게 유키노시타가 돌아왔다. 얼핏 보기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던 유키노시타였지만, 나는 그녀가 내던 무척이나 무거운 오라를 감지하고 말았다. 이전에, 내가 유키노시타와 옥상에서 대치했었을 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으로 가라앉는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었다. 

그녀 ―――카나가와 와카나도 그 변화를 눈치 챈 사람 중 하나이었다. 

「이제 어떡할래? 또 문화제 때처럼 조사할 거야?」 

「이미 했어」
 
「엣」
 
「이번엔 유키노시타에게 직접 물어봤어. 히키가야 하치만, 유이가하마 유이 두 사람, 그 두 사람이 이번 의뢰인과 뭔가 하지 않았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랬더니?」
 
「당신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어, 라는 한마디만 들었어」
 
「뭐, 네가 벌린 일들을 생각하면 그렇겠지. 애초에 너, 관계없는 사람이고. 어차피 또 물고 늘어지고 그랬지?」
 
「이 이상 추궁해봤자 증거도 잡히지 않으니, 이야기를 듣고 나선 그만뒀어. 이전처럼 길게 대화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래도」

알려줄 이유는 없다―――이 대답은, 봉사부에서 뭔가 일어났다는 걸 긍정한 것 뿐만 아니라 큰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 것과 같다. 
유키노시타 답지 않은 대답이다. 
이전에도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 라는 한마디면 됐다. 유키노시타 정도 되는 머리라면 적당한 말을 골라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기에 , 수학여행 셋째 날 저녁 식사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예정이었는데――――. 

「역시나 무리. 단서가 너무 적어, 봉사부 활동이라면 내용적으로도 숨길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어. 」

「헤에. 이번은 탐정소녀도 대책이 없는 거네」
 
「......큭, 한 달 이상 지났는데도 아직 네타 되는 거야..... 그래도 단서 같은 것은 있어. 어쩐지 또 F반 분위기가 이상해졌대」

「또?」
 
「저기, 또 말이야. 히키가야 하치만 맹비난 하고는 다른 분위기가 된 것 같아, 하야마 미우라 그룹이 상태 안 좋아 보이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데. 내부 분열이 아닐까 싶어...... 이상이 단서」
 
「거기에 봉사부가 연관 됐다는 보장은 없는데」

「어디까지나 단서 같은 거니까 말이야. 수학여행 가면 다른 반도 인간 관계나 그룹 안에서 여러 일이 있는 케이스는 많으니까, 하야마 미우라 그룹도 똑같았다고 생각해. 봉사부 운운하지 않아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이럴  때에 어중간하게 도움이 되는 남자 하야마 하야토에게 물어 보기도 했지만, 또 다시 흐지부지하게 넘어갔다. 이 시점에선 그룹 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지만, 봉사부가 관련되었는지는 아직 읽어낼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은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직접 말을 거는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으려나...... 

「내 흥미 본위가 되어 버려서, 파고들게 된 단 말이지......」

「의외로 연애에 관한 거 아닐까?」

「아닐 거야. 그건 옥상에서 유키노시타와 이야기했을 때 이미 부정 당했어」

「그래도 유키노시타, 우리들이 사랑 이야기 했었을 때도 도망갔잖아. 그거 절대로 그거라니까! 너가 말한 건 한 달도 전에 한 이야기 아니야? 그 사이에 유키노시타가 마음을 바꿔도 이상하지는 않아」

「단순히 유키노시타가 그 화제에 끼고 싶지 않았던 거 아니야?」

「아냐 아냐. 왜냐면 사랑 이야기 화살이 유키노시타에게 향했을때, 유키노시티가 문화제에서 누구랑 데이트했는지 물었더니, 유키노시타 말도 안 해주고 나갔잖아. 의식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 그럴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으~응......」

이제 와서 의식하는 걸까?

혹시 체육제나 체육제 회의 때 본격적으로 뭔가 있었다든지...... 행사 때가 아니라도, 어딘가에서 연애 이벤트가 있었다든지....... 그 옥상에서 완전히 부정 당한 이상, 있을 수 없다 고 말하고 싶기는 하지만 가설로는 가능하다.
생각해 봐, 어딘가에 있는 시계형 마취총 주인도 자주 인용하잖아? 완전히 불가능한 일들을 제거하다 보면, 남은 것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해도, 절대 틀리지 않아――― 그래도, 뭔가 일어났을지도 모르니까 인용해봤자 의미 없다.

그래도 혹시 사실이라면 이미 그때 추리로 끝났던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된단 말이지.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연애뇌 웃기지마(의역) 라고 했지만, 연애라는 문제에 얽힌다고 판단되는 이상 아주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 봐야 유키노시타에게 단락적이라고 지적이나 받겠지.

하지만 그 상황은 뭘까......? 사랑 이야기에서 도망갔으니 그 말대로 인 걸까......?


「「알 리가 없나......」」


나와 그녀가 함께 한숨을 쉬고, 일단 지금부터 할 일을 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로 한다.

의뢰인들에게 의뢰 받은 안건은 이미 오래전에 조사해 놓았기에, 내가 의뢰인들에게 보고 해야 할 때가 온다면 유키노시타가 뭔가 큰 움직임을 보였을 때다.
예를 들어, 그래,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고백했다, 이런 빅뉴스가 나올 때라든가.
곧 열릴 학생회 선거에서 봉사부가 모종의 움직임을 보였을 때라든가.

그 기회를 천천히 기다리듯 활동일지를 넘기며, 수학여행 전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멍하니 회상해 본다.



[newpage]

우선, 그날의 뒤처리부터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후, 나는 히라츠카 선생님과 6교시를 보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유키노시타 일행의 라이브를 볼만큼 보고 난 후 교실로 돌아갔다. 속옷은 내가 봉사부실에 있는 동안 세탁과 건조가 다 되어 있었기에, 돌아가는데 불편은 없었다.

그럼, 내가 이것 저것 저지른 짓 때문에 야기된 사건의 전말에 대해 결과 만은 여기에 기록할 필요가 있겠지.

먼저, 2학년 F반에 대해.

3교시 쉬는 시간에 내가 들이 닥친 사건에 대한 것인데, 유키노시타에게 지적 당한대로, 그의 평판에「 J반 여자를 찬 히키타니」 라는 마이너스의 효과가 더해지고 말았다.

내가 고백 같은 언동을 한 것과, 내가 히키가야 하치만과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 이를 옆에서 보고 어떤 추측을 세웠는지 생각하는 것 따윈 어렵지 않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나름대로 입지가 있는 인물이었다면 몰라도, 그 때 그는 소외된 자다. 그런 녀석이 고백한 여자를 찼다고 하면 악평이 퍼지는 것은 명백했다. 다행이었던 건, 하야마 하야토가 이것을 F반 내부에서 어떻게든 막아주었던 것. 다른 반이라면  몰라도 J반 여자가 상대여선, 사가미 미나미와 그녀의 졸개들도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사태 수습을 하기 위해 하야마 하야토와 토츠카, 유이가하마 유이가 나섰던 모양이지만, 그 정도의 사건이었던 만큼 그렇게 간단히 지나갈 사태가 아니었던 탓일까, 세 사람의 힘으로도 잠시 동안은 수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잠시 동안, 이라고 해도 다음 주 월요일에는 이미 피크가 지나갔기에, 일이 커지지 않았다고는 했지만......

이것 만은, 내 생각이 모자란 탓에 생긴 과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다.

정말로 어리석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 F반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접근해서, 「미움 받는 녀석이 누군가에게 고백 받다니 이상하다」 라며 사소한 것이라도 그의 평판에 의혹을 던지는 것으로, 그가 문화제에서 한 행동에 대해 의문을 느끼게 한다.
그 직후, 유키노시타와 답 맞추기를 해서 더욱 유키노시타의 연모를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하루노 회의록을 해방시켜 형세역전 권선징악 만사해결 완전승리로 끝을 낸다.

그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실패했을 때의 백업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멋대로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정말로 무른 생각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나중에, 제대로 히키가야 하치만 본인에게 (유키노시타에게 감시& 연행 아래) 사과하러 갔었지만...... 용서 한다 용서하지 않는다 이전에 어찌 되었든 상관 없는 투였기에, 나는 더 반성했다. 그나저나 유키노시타,  그토록 화났으면서  히키가야 하치만과의 연애 감정이 없다니 역시 거짓말이잖아....... 거짓말한 것은 그 파파라치 자식에게 유키노시타의 별자리가 염소자리가 아닌 물병자리라고 말한 나로 충분한데 말이야.

그럼, 그 파파라치 자식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것도 일단 언급해두자.

현장에 숨어 조용히 자초지종을 보고 있었던  와카나의 말로는, 내 꿍꿍이대로 그 장소에는 그 파파라치 녀석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있었고, 뿐만 아니라, 어째서 인지 미우라 유미코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파파라치 사진들. 

히키가야 하치만이 파파라치 사진에 찍혀있던 것 이상으로 유키노시타의 도촬 사진이 나돌고 있었다는 사실에 유이가하마 유이가 분노, 같이 온 미우라 유미코 함께 그 자리에서 철저하게 그를 규탄했다고 한다. 
잠시 후 히키가야 하치만도 그 자리에 왔고, 점점  심해져서 ――― 와카나가 말하길 「그렇게 불쌍한 장면을 볼 줄은 몰랐다」라며 눈물 없이 말할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 녀석은 그날 방과 후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연행 당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 말하면 불쌍해지니까 말하지 말자.

다행히 사회적인 죽음 '만은' 면한 것 같다....... 그런 것이다. 이해해주자. 

――――라는 느낌으로, 내 탐정 행위는 훌륭할 정도로 내가 바라는 성과 없이, 오히려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사태를 진전 시켜 버렸다. 

그럼, 그 후에 나는 무엇을 했는가.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뭔가 하려고 움직여도 저지 당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지.

하루노 의사록을 해방하지 못한다면, 히키가야 하치만와 만날 일도 거의 없고, 사가미 미나미 일파의 험담을 없애지도 못했고, 정말로 유감스럽게도 정말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지금이다. 그날 밤과 주말, 정말로 행동을 할 지 말지 고민하고 고민했었지만 .......

어쩐지 모르게, 그 봉사부실에서 본 사진이 「괜찮아」 라고 말한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의 옆에는 그녀들이 있고, 그녀들의 옆에는, 그가 있다.

내 생각 이상으로, 그는 사람들의 원의 중심에 있다. 그러니 괜찮다.

게다가 만일의 경우에는 히라츠카 선생님이 있다. 샤워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분명 히라츠카 선생님 나름의 결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만일 그에게 해가 되는 무언가가 일어 난다면, 한 교사로서 싸우고, 지킬 생각을. 하루노 선배도 그런 무서운 물건을 두고 갈 정도이고. ...... 결국 유키노시타에게 들켜버렸고, 쓰지 못했지만 말이지. 

그렇게나 불편한 교실이지만 토츠카라는 천사와 히키가야 하치만의 계획을 알고 있던 하야마 하야토가 있다. 조금 서있는 위치가 미묘하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상황을 악화 되는 것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유이가하마 유이도 있다. 그녀만 있어도 일단 히키가야 하치만이 완전히 고립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내가 교실에서 퍼포먼스를 벌였을 때 신경이 쓰는 듯한 반응을 보여준 사람이 몇몇 있다. 결과적으론 상황은 약간 되었을지언정, 약간이라도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진 걸까?

뭐어, 즉, 그, 뭐지? 

어떻게 생각해도 내가 나설 자리가 없다, 라는 듯한......

생각 이상으로 히키가야 하치만의 가드는 단단하다, 같은.

오히려 방해였습니다, 같은?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이 비겁하다고 말했지만 말이지,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한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건 전원 비겁하단 말이야. 젠장, 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단 말이야.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하루노 회의록를 풀어 사태를 혼란 시키는 정도 ――――아니 그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여러 가지로 백업 체제가 지나치게 만전이라 필요가 없어서 곤란하다. 내가 끼어 들어갈 자리 하나 정도는 비워 달란 말이야. 뭐냐고 이건, 통곡의 벽이냐고. 처녀자리 혼자라면 무너질 수밖에 없잖아.

그런 한심한 결과로 끝이 났기에, 사흘 간 실컷 데리고 굴린 와카나에게는 미안한 짓을 해 버린 걸까, 생각했지만 「너 따위가 유키노시타에게 이기려고 했다니 백년은 일러, 바보」 라고 말했으니 없던 걸로.
그 다음 토요일, 파세라에 가 허니토스트 먹으면서 데드하울링과 킹스로어를 힘차게 부른 것도 좋은 추억이다.

―――그렇게 한가했던 것도 잠시 뿐이었다.

실제로는 봉사부가 또 다시 체육제 라는 큰 이벤트에 수뇌부로서 개입했고, 문실 뒷바라지와 필적할 정도로 귀찮은 일이 또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진심으로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또 사가미 미나미가 일의 발단――― 아니 이번에는 그녀 책임이 아니라, 오히려 사가미 미나미 자신이 앞장서서 사태 수습을 하러 나섰다고 하는. 평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였었다. 하지만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한 「사람은 인생에서 두 번 이상 반드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라는 한마디가 묘하게 머리 속에서 울린다.


......어이 어이, 재촉하는 거 아닙니까......

혀 뿌리도 마르지 않은 상태라는 건 말 그대로 이런 거다.
그렇다고 해도, 사가미 미나미는 지지리도 인망이 없구나 ...... 그보다, 이 학교 실은 대규모 행사 같은 거 정말로 싫어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학생들 단결력이 없다.

이렇다는 것은 학생회 선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라며,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일말의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참고로 그 체육 대회인데 사가미 미나미는 의외로 노력했던 것 같고, 히키가야 하치만과 약간 정도는 화해를 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키노시타가 그때 말한 대로 사죄하게 했을 지도 모른다. 어떤 방법이었는지는 몰라도 좋을 것이다. 그녀 문제다.

그렇다고 해도, 히키가야 하치만.
그 반칙패는 ......... 좀 참아줬으면 했는데 ...... 같은 홍팀으로서 .......


[newpage]

그 파세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자자리인 와카나의 킹스로어에 완전히 패한 나는 벌칙으로 드링크 바 멜론 소다를 가지러 갔는데, 본 적 있는 얼굴들이 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
우리 J 반 친구 몇 명.
니시노, 츠유리, 카네자와 등 몇 명. 
그 후로는 그대로 흐름을 타 그녀들까지 낀 채 가라오케 파티를 하게 되었다. 

...... 우우, 와카나와 단 둘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 어쩔 수 없네, 여기서는 세이야 메들리를 불러 그녀들을 쫓아 보내는 작전으로 가자. 페가수스 환상에서 미래 성투사 Ω 까지 단번에 불러 주겠다! 시대는 락이라고 늑대 자리 닌자도 말 했어! 

그런데.

「자,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J 반, 아니, 소부고가 자랑하는 초 절정 재녀,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친밀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어느 소식통을 통해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는, 최근 열린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에서 유키노시타와 데, 데, 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단 누구 그 남자에 대해 짐작이 가는 사람 거수!」

나에게 마이크를 빼앗은 니시노가 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다.

네 ~! 그 녀석 HKGY 라는 녀석이야! 증거도 확실히 있어! 유키노시타와 HKGY는 문화제에서 각 반을 돌았고 둘이서 함께 점심도 먹었어! 이건 뭐 이미 커플이라고 봐도 틀림없겠네! 두 사람은 같은 부활 동료라고 하는데, 그건 루즈하게 바큠한 러브 키스를 경험할 가능성도 있어! 

......라곤,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지 ....... 그런 말 해봐라, 내일 유키노시타 손에 의해 나는 그 두동강 난다. 엑스칼리버와 도미네이션 랭귀지를 가지고 있는 염소자리에게 잘도 승부를 걸었구나, 나 진다고. 그나저나 이제 슬슬 와카나와 둘이서 노래 부르고 싶은데 ......

적어도 솔져 드림은 부르게 해줘 ,라고 한탄하면서, 일단 모르는 척하며 니시노에게 물어 보았다. 

「...... 유키노시타가 남자와 데이트? 문화제에서?」

「그래! 마-짱은 듣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문화제가 끝난 뒤, 히키가야 라는 녀석한테 유키노시타가 스토커 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

그것도 아는 이야기다.
또 다른 소문인 애인설과 마찬가지로, J 반 여자 중에서는 내가 누구보다도 자세하게 말할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하면 유키노시타에게 어떤 말을 들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
모처럼 이므로, 이 이야기에 대해 의견을 모아 보자. 

「그게 뭐야?」

「아 그런가, 마-짱 문화제에 없었으니까 모르겠네? 저기 말이야, 문화제 이틀째, 어떤 남자와 유키노시타가 함께 걷고 있었다는 정보가 나돌고 있어서―――」

조금 캐물어 봤지만, 니시노의 정보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이에 관해선 실제로 조사한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와카나처럼 문화제에 떠돈 소문을 기억하고 있는 무리가 있긴 했는데, 그녀들은 그런 집단이었다.

의외였던 건, 그녀들이 그 건에서 나온 남자의 성을 틀리지 않았던 점이었다. 그러나,

「그러니까, 확실히 히키가야에 야와타 제철소의 야와타를 써서 히키가야 야와타 라고 하잖아. 그 유키노시타와 함께 걷고 있었던 남자 이름」

(역주 : 八幡을 읽는 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잠깐 기다려 누구야 그 사람.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는 학생은 있어도 히키가야 야와타이라는 학생은 ...... 어라? 기, 기다려 이것은 서술 트릭의 일종이다. 아소 시게요시와 아소 나루미 정도로 다르다는 거니까.즉 히키가야 하치만이란 학생은 이 학교에 없다! ...... 응? 

(역주 :(麻生成美) 成美 이름이 두 가지로 발음된다.)


「문화제에서 유키노시타를 스토킹하고 있었던 녀석인가 보네, 그 히키가야라는 소문의 남자」

「에엣!? 어떤 느낌의 소문이었어!?」

「위원장을 괴롭히기도 했었데. 하야마에게 징벌 받은 것 같지만 ......」
 
「그게 뭐야 -. 그런 거랑 사귀다니 유키노시타 취향 나쁘지 않아?」

「아니 그래도 유키노시타야? 남자 백 명 찰 것 같은 유키노시타와 함께 있는 남자가 있다는 시점에서 쉬운 볼거리가 아니지!」

「생각해 보면 가능하지 않아? 학년 제일 미움 받는 녀석과 학교 제일 미인 커플! 뭐야 이거 순정 만화?」

여자들이 꺄-꺄  들떠있는 와중, 조금 마음이 괴로운 듯이 입을 연 것은 유리였다.

「나, 유키노시타에게 그이가 생겼다니 기쁜데」

그 목소리가 뚝 그치고, 사기누마가 「무슨 말이야?」 라고 유리에게 물었다.

「A 반에 있는 시노하라, 있잖아? ...... 나 말이야, 시노하라와 같은 중학교 나왔는데 그 ...... 유키노시타를 ...... 」 

「그렇구나 ...... 유리 너, 시노하라 좋아하는구나」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탓일까, 질문자인 사기누마의 분위기가 조금 날카로워진 것 같다.

「유키노시타가 신입생 시절에 남자를 차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 시노하라에게도, 고백해도 무리니까 그만두라고 말했지만, 그 녀석 들어주지 않았단 말이야 ...... 그러니까 유키노시타에게 그이가 생긴다면, 시노하라, 유키노시타를 포기하지 않을까 해서...... 」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유리가 심경을 드러냈다.

이 시점에서 조금 전 이야기를 꺼낸다만, 유키노시타 및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접근하는 남자 그림자의 정체에 대해 의뢰하러 온 아홉 명 중, 여자가 한 명 있었던 것은 결코 그 여자가 레즈비언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렇다, 유리와 같은 이유로 온 것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이 둘 중 하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만약 그 두 사람이 누구와 사귀고 있다면 그걸 규명해서 포기하게 만들고 싶다는 의뢰.

물론 의뢰인 여자는 그런 걸 말하지도 않았지만, 레즈가 아닌 한 여자가 여자의 남자 사정에 발을 담을 이유 따위 정해져 있다. 여자의 연애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견제다. 유리도 또한 그렇다, 그 시노하라라는 녀석을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우리에게 견제를 넣고 있는 것이다.

「좋아, 유리를 위해서라도 유키노시타와 히키가야란 녀석을 이어주자!」

자마가 유리를 격려하려는 듯이 힘차게 외친다. 유리는 기쁜 듯이 고마워 라고 자마에게 말하며 「좋 - 아, 힘내 자 -!」라며 분발하고 있다.
가게 안에서 '유리를 응원하자!' 분위기 그대로, 어떻게 두 사람의 접점을 만들 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저기 말야, 히키가야는 하야마랑 같은 반 이지? 그럼, 다음 달에 체육제 때, 유키노시타와 히키가야를 같은 조로 만든다는 건 어때?」

「그거 좋네! 너희들도 생각해 봐! 유키노시타에게 애인이 생길지도 몰라?」

라며, 니시노가 나와 와카나에게도 토론에 참여하라고 했다. 우리는 「그 두 사람은 접점투성이인데 어떻게 할까?」라고 눈으로 대화한 후, 뭐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 라며 합의한 후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 으~응, 뭐가 있을까? 」

「미팅 어때? 하야마라도 불러서 말이야」
 
「그거 좋을 지도! ...... 아, 안 돼 그건. 남자 모두 유키노시타를 주목할 거라 생각하면 재미없어」
 
「아, 그렇게 되나. 어쩔 수 없지, 유키노시타 미인이고」

「그럼, 이 중 누가 유키노시타를 초대해서 놀고 어떻게든 히키가야를 불러내, 두 사람만 있게 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건 어때?」
 
「꽤 고전이지만 좋네! 그거 채택!」
 
「우리들이 히키가야에게 어택해서, 유키노시타가 질투하게 하는 건 어때?」

「그것도 좋네! 그래도 그거 유키노시타가 히키가야를 좋아한다는 게 전제잖아? 질투 같은 거 할까나? 」
 
「문화제 때 함께 돌았잖아? 잘 모르겠지만 개회식 때도 무언가 있었단 거 같고. 절대 질투한다니까!」
 
「그럼 누가 히키가야의 연락처 얻은 후에, 행동하는 건 어때?」

「좋아!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까나?」

「돼! 자맛치, 귀엽잖아, 뭐 제대로 같이 미인계라도 하면 연락처 얻을 수 있을 거야!」

「에-? 어쩔 수 없네, 유키노시타를 위해 팔 좀 걷어볼까」

「좋아 결정됐다! 마-짱도 부탁할게!」

「난 패스......아마, 갑자기 도시락을 건네주는 걸로 괜찮지 않을까?」

「오옷! 기습인가! 그것도 받을게!」


......어쩌지, 태클이 본문을 못 따라간다.
여러 가지로 무리잖아, 그 계획......

옆에 있는 와카나를 보니, 열기를 띄며 치솟는 회의에 정나미가 떨어진 것 같았다. 내가 살짝 접근하니, 모두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귓속말을 해주었다.

「.......저거, 네가 대부분 했던 거네」

「그렇네.......내가 먼저 했으니 전부 대책 뺐어 갔다고 생각하게 된단 말이야......그리고 별로 효과도 없었고 말이야」

「그런 이벤트 준비하지 않아도, 그 두 사람 매일 부활동 때문에 얼굴 보는데 말이지」

「미인계라고 해도 유키노시타 뿐만 아니라 유이가하마 유이도 있고 말이야. 게다가 봉사부에 상담 메일을 받는 컴퓨터도 설치한 모양이니까, 싫어도 초 근거리 대화도 가능하고」

「의미 없네, 이 회의......」

「애초에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을 그런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 회의, 시노하라란 녀석이 유키노시타를 향한 마음을 꺾게 하기 위한 회의인데, 그렇다고 하면 유리를 위한 회의가 아닌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유리를 위한다면, 유키노시타를 향한 마음을 유리에게로 바꾸려는 노력,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왕도일 터.

만약 이후에, 유키노시타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유리와 시노하라가, 사귀는 미래가 있다고 치자.
그러나, 유리는 시노하라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는 상태에서,  시노하라가 아닌 남자가 유키노시타의 그이가 되는 상황을 이끌어낸다는 말이 된다.
그걸 시노하라에게 알려준다면, 과연 그와 그녀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는 걸까.

―――뭐, 작전회의 내용은 이미 내가 먼저 실행했었고. 어차피 물거품이 될 거니까 내버려둬도 괜찮겠지. 와카나도 그걸 알고 있는 모양이고, 나중에 적당히 유리와 시노하라를 이어주는 방침으로 가자. 그쪽이 훨씬 건전하다.

지루한 듯이 있었던 와카나가 내 옆에 붙더니, 「네가 이야기하면 전부 해결되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

「선택지를 부술 뿐이야. 그리고 나 한테까지 번질 것 같아 싫어.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가장 많이 접근한 여자는 J반에서 유키노시타 다음이 나이고, 분명히 번거로운 요구를 강요받을게 분명해.」

「자업자득이거든요......」

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유키노시타와 히키가야 야와타의 플래그를 세우자」 작전이 실행되려  했었지만, 내가 체육제 운영 회의에 그 두 사람이 참여한 것을 눈치채자 궤도 수정을 강요받게 되었다. 수정안도 몇 개 제시됐지만, 체육제 운영이 힘든 상태가 된 것을 포함해서 실행하지 못하게 되었고, 얼마 안 가서 작전은 붕괴되었다.


[newpage]


그런 느낌으로, 문화제를 조사하던 그 사흘은 저 멀리, 체육제도 무사히――― 웃기지마 자식들아 일해! 라고 분개하는 마음으로, 나에게도 주위에게도, 딱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무렵. J반을 포함한 2학년들은 일주일 앞둔 수학여행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수학여행지는 교토. 너구리라든가, 변재천이라든가, 사이토 슈타로(모리미 도미코의 '달려라 메로스' 의 주인공)라든가, 이 세계에서 교복 소녀가 날뛴 일본의 고도(古都)다.

참고로 내가 노리고 있는 대학도 교토에 있어 보러 가려고 생각 중이다.
소부 고등학생 라는 진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 혹은 이렇게 노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꽤 이름이 알려진 대학이다.

사실 대학에 가지 않고 탐정 사무소에서 수행할 작정 이였지만――――그 한 달 전 사건을 계기로, 대학에 가서 지식을 쌓고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칠칠치 못하고 미숙함이 넘치는 탐정으로선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채로 진짜 탐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사건은 나 자신의 진로를 바꿔서 다행이다 라고 할 정도로 나에게 있어 좋은 약이 되었다.

탐정소녀에서 벗어나자

이것이 당면 나의 목표이자, 지표이니라.

탐정 업무와, 성적에서 좋은 점수를 따는 과정은 똑같은 것이다.
닥친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끌어 낸 대답을 쓴다. 의뢰인이 문제를 가져오고, 해결하기 위해 힘을 다하고, 보고한다. 본질적인 과정은 같다. 대학 수험부터 대학 졸업까지 이것이 반복 될 테니, 그렇다고 하면 레벨이 높은 곳에서 노력하는 것이 수행이 되지 않을까. 필연적으로, 높은 학력을 가진 녀석들과 교류하면, 그것 만으로도 지식과 견문이 넓어질 테고, 친해질지도 모른다. 관서 지역은 전국적으로 봐도 이름 있는 진학교가 많으니까, 그런 저런 이유로 그곳을 택했다.

그곳이 교토.

그리고 나는 교토로 간다.

그곳에서 나는 탐정소녀에서 조금씩 허물을 벗어 나갈 것이다.

진로를 확실히 정한 것을 진로지도 선생님에게 말했더니 많이 놀랬다. 문화제 전에 진로 희망표를 제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적혀 있는 대학과 내가 가고 싶은 대학 이름이 달라 어떤 바람이 분 거냐고 물었지만, 이유를 설명하니 어쨌든 납득은 한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학력과 학비 면에서 불안 요소가 있었기에, 그 점을 포함해 상담을 받았다. 학비보다 우선 학력이 먼저라는 것으로,  우리 학교 학생도 상당수 다니고 있는 학원을 소개 받았다. 들어보니 유키노시타도 다닌다는 학원 답게, 학력  향상을 위한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지금 내 학력, 특히 이과계열이 조금 힘들긴 하지만 거기서 열심히 한다면 매울 수 있는 범위 안이라고 해주었다.

학력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J반 여자란 이름은 겉멋이 아니다.

그런 것으로,  진로지도실에서 그 학원 팜플릿을 받은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선생님이 들어오세요 라고 말하자,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아」

「앗」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녀는 나의 얼굴을 보고,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가 겹쳤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아는 사이야?」 라고 물었다. 아는 사이라고 하면 아는 사이지만, 꽤 일방적인 아는 사이라고 하자.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는 건 저쪽도 마찬가지인 듯, 손가락을 뺨에 대고 쓴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상담 끝난 거 맞죠? 다른 학생이 있으니까 전 이만.」


나도 쓴웃음 지으며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어색한 듯이 그녀와 엇갈리며, 진로지도실 문을 닫았다.

「......아니, 그, 역시 긴장돼」

그녀와 접촉할 기회가 그 사건 이후에는 없었기도 했고, 동시에 성대하게 오해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있어서 아무래도 피하게 되었었다. 문화제 수사가 막바지를 맞이하고 있을 때 그녀를 있는 대로 이용해 버린 빚까지 있다.

그러나 모처럼 기회다.
인사하기에 이렇게 좋을 때도 없다.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다시 문이 열리고, 나와 엇갈려 들어온 여학생이 퇴실한다. 그 타이밍을 재고 말을 걸었다.

「수고했어」

「아, 고마워―――에에에에에엣!?」

그녀가 조금 오버 리액션으로 놀랐기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해버렸다.


「미안해, 놀래 킬 생각은 없었어.―――유이가하마 유이」


「깜짝 놀랐어~  그.. 그러니까, 분명히 J반의......」

「한 달만, 일까? 날 기억해줘서 다행이네」

「......탐정소녀?」

「......우우, 뭐, 그 탐정소녀야」

이, 이건 내가 유이가하마 유이 앞에서 탐정소녀 라고 자칭한 것이니까, 그녀도 나를 탐정 소녀 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거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것이니까 일시적으로, 탐정......소녀라고 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니, 얼마나 탐정소녀 라고 불려지고 싶지 않은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그녀가 나를 들여다보듯 보고 있었다.


「......혹시 날 기다린 거야?」

「응, 그날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서」

「괘, 괜찮아!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힛키도 유키농도, 별일 없었다고 했고......탐정소녀가 나에게 사과할 필요는」

「아니야, 유키노시타를 불러내기 위해서 같은 이유로, 오해할만한 짓을 많이 한 건 사실이야, 미안해」

나는 유이가하마 유이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녀는 어디에서 어떻게 봐도 내 피해자다. 사실은 좀 더 빨리, 당일 안에,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에 사과했어야 할 상대였다. 이렇게까지 질질 끈 건 내 태만, 상황이 나쁘다며 도망쳤기 때문이다.

「저, 저기...... 일단은, 장소 바꾸지 않을래?」

아직 곤란한 걸까, 유이가하마 유이가 나를 중앙동 외부 복도로 데려갔다.


[newpage]

「.........」

「.........」

지금, 나와 유이가하마 유이는 중앙 정원 벤치에 앉아 있다. 서로의 손과 손이 닿지 않는 뭔가 어색한 거리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멍하니 석양으로 물드는 교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소를 바꾼 뒤로, 뭐부터 말해야 좋을까 찾아 보았지만.
그런 침묵 중, 처음 입을 연 건 나였다.

「그, 정말로......그러니까......나에 대해, 유키노시타에게 들은......거, 지?」

「으, 응......유키농의 반 친구이고, 힛.......무, 문화제에 대해 조사하고 다녔다고. 그래서 그런 일을......」

「정말로 미안해, 휘말리게 해서」

「괜찮아! 난 벌써, 그, 엄청 놀라긴 했지만......오히려 내가 답례 해주고 싶을 정도로. 유키농의 사진에 대한 거라든가, 힛키에 대한 거라든가」

「힛키?......아아」

히키가야 하치만, 그 중 앞 글자 히키를 따서 힛키......켁, 꽤 싫은 별명이네...... 그래도 어째서 일까, 그때 교실에서 본 그에게는 딱 맞는 별명일지도......

「앗! 아, 아니야. 그게 아냐! 단지 내가 멋대로 힛키를 힛키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라, 모두가 그렇게 부르는 건―――」

「괘, 괜찮아! 유이가하마뿐인 거지? 히키가야 하치만을 힛키라고 부르는 건. …그치?」

「맞아 맞아 나만이야 나만!......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고」

「문제 없어! 나도 말이야 사람을 풀네임으로 부르는 버릇이 어떻게든 해도 고쳐지지 않아서......」

서로 헤헤헤, 얼굴을 마주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뭘까, 이 손으로 더듬는 듯한 느낌은

「―――고마워」

유이가하마 유이가 자세를 고치고,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답례라니 그럴 거 없어. 그런 감사 받을만한 일 하나도 하지 않았어. 그러기는커녕, 히키가야 하치만의 입장을 더욱 나쁘게 했어......유이가하마에게 무슨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히키가야 하치만과 같은 F반, 같은 부 일원으로서, 내 기습과 다름없는 돌격은 꽤 민폐였을 터. 파파라치의 증거를 건네준 것 만으로 없었던 일이 될 리가 없다. 게다가......

「너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고백 같은 말을...... 정말로 미안해!」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하마 유이가 몇 초 동안 굳어지고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도시락을 건네줬을 때 난투극 같은 반응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마음 속에서 비가 내린 듯한 표정으로 누구보다도 불안하게 나와 히키가야 하치만을 보았던 그녀.
내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누구의 몸을 걱정하고 있었는지, 어떤 말을 듣고 싶지 않았는지, 그 의뢰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을 테니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잠깐, 나 별로 힛키를 좋아 하는 게......!」

「......그리고, 실은......」

현재 앉아있는 이 벤치에서 문득 떠오른 그 일.
문화제 수사 이튿날, 난 그녀가 어떤 남학생에게 고백 받고 있던 것을 자초지종을 엿듣고 있었다. 그 때 유이가하마 유이가 남학생을 찬 일련의 흐름을 떠올리며, 2학년 F반 돌입 할 때를 생각하며 하나씩 설명해 나간다.


「―――너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좋아하는 걸 알고, 그런 짓을 해서 정말 미안해」

얼추 말을 끝내니, 유이가하마 유이는 감탄한 듯한 표정으로,

「......굉장해, 정말 탐정이라서 뭐든지 알아맞히는 거네......」

라며, 날 칭찬해 주었다.
음. 역시 내 연애 사고는 추리적으로 친화성이 높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자리에 유키노시타가 있었다면, 유키노시타에게 말했다면 또 다시 NG 내버릴 것 같은 증명이네.......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

「까놓고 물어봐도 돼? 어떤 점이 좋아?」

「엣―――!......그, 그게 믿어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상냥한 점, 이라 든가......일지도......」

조금 망설이는 듯이, 유이가하마 유이가 말했다.

「탐정도......힛키를, 좋아하는 거지?」

「잠깐―――! 아니 아니! 그건 너희들 봉사부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시험해보기 위해서 한 거고, 결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호의를 가지고 그런 건 아니야!」

물어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부정하겠다. 히키가야 하치만을 조사한 것은 정말 이틀 뿐이고, 그 이후로 만난 건 우연히 마주친 정도가 고작이다. 고작 이 정도로 그를 안다고 해도 그를 좋아하게 되진 않는다.

「그, 그래도, 유키농이 가지 않았더라면 힛키와 도시락을.......」

이번에는 걱정하는 듯이 말꼬리를 흐리며, 쭈뻣쭈뻣한다. 우우, 이건 확실히 오해를 풀지 않으면.

「유키노시타가 오지 않았어도 혼자서 밥을 먹었을 거야. 히키가야 하치만에게는 옥상에 오지 않도록 여러 가지로 손도 썼었고......그러니까 그, 히키가야 하치만을 남자로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너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해서 유키노시타와 연계하도록 유도를 한 것 뿐이고......」

 결코 그런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단언한다. 뭔가, 변명 하는 듯한 문구가 되어버렸다...... 거봐, 유이가하마 유이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어, 라니, 내가 나쁜 거잖아.

「그, 그렇네. 힛키에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라며, 유이가하마 유이가 안심한 듯이 웃었다. 그러 게나 말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라니 아무것도 아닌 듯이 히키가야 하치만을 디스하고 있잖아 이 아이.

참고로 연애에 대해서 라면, 나는 지금까지 그런 유쾌하고 친한 이성과의 만남은 없다. 여자가 9할인 J반에 있는 데다가, 부원 수 제로인 추리 연구회에 소속된 있는 이상 남자와의 접점이 있을 리가 없지.

그래도, 지금으로선 그이가 필요하다든가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는 확실하게, 히키가야 하치만은 나에게 있어 내 마음을 흔드는 남자였다.
고작 사흘 동안 수사를 하면서, 그가 저지른 짓을 조사하고, 그 결과로서 얻은 것과 잃어버린 것을 알고 말았기에, 어쩌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비슷한 감정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애 감정인지 흥미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유이가하마 유이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기, 어째서 힛키에 대해 조사 한 거야?」

「......유키노시타에게 안 들었어?」

「조금은 들었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그래도 신경이 쓰여서」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옥상에서 바라본 유키노시타는, 내가 일 년 반 가깝게 본 것 중에서 가장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데다가, 이야기 내용도 쉽게 말할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유이가하마 유이로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어프로치를 받는다면 놀랄 테니, 유키노시타가 말하고 싶든 아니든 알고 싶을 테고.

「들어도 어이없을 뿐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는 듣고 싶어」

그녀는 다짐한듯한 어조로, 그러나 시선은 교정으로 향한 채로 말했다.

「......딱히, 이렇다 할 강한 동기 따윈 없어. 아무도 오지 않는 추리 연구회 활동에 질려서, 우연히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휩싸여 이것저것 조사해 보았을 뿐」

조사하고 조사해서 깊이 들어가고, 멋대로 자폭하고.
그 후 다시 생각해 봐도, 결국 나는 나 자신을 만족 시키기 위해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화제에서 저지른 일련의 사건을 조사하고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조사 욕구, 행동 욕구, 살짝 스파이 같은 활동――― 그렇지만, 만약 깊고 강한 동기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처지와, 과거 내 처지를 겹쳐 보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옛날 이야기를 해도 괜찮아?」


[newpage]

유이가하마 유이는 묵묵히 내 시선과 같은 곳으로 몸을 돌렸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소부고등학교가 자랑하는 안 뜰, 리얼충들이 점심시간에 꽃을 피우는 쉼터다. 지금은 우리들만 있고 아무도 없다. 석양 때문일까, 옆에서 본 그녀는 어쩐지 슬픔을 띤 늠름한 표정이었다.

「유이가하마는 말이야. 친구란 건 어떤 계기로 잃는다고 생각해?」

엣, 입에서 놀라는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이 들렸다.


「아, 뜬금없었겠네. 뭐, 됐어...... 나는, 정말 사소한 계기였어. 중학교 3학년 봄이었을까. 1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비교적 친한 사이가 되었었지만」

내가 한 말이지만, 였다, 라는 형태의 과거형을 쓴 것에 움찔한다.

「반 편성 때문에 서로 다른 반이 되었었어. 교실 위치도 멀었고...... 」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다르게 교실이동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 반을 지나치며 이동할 만한 곳은 가정과실과 음악실 정도 밖에 없었고, 3학년이라 이것저것 할 것도 많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얼굴을 보는 일이 줄어 들었다. 당시에는 휴대폰으로 방과후에 연락을 하는 일도 드물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그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반편성 전까지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본심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그 아이가 있는 반을 지나가게 되었는데.......그 아이, 험담으로 들떠있었어」

교실에 몇 명이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꽤 큰 목소리로 특정인물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었던 건 기억하고 있다.
신체적 특징이나 행동,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이나 있는 일 없는 일, 웃을 수 없는 이런저런 일을 우습게 여기며 모두 같이 비웃는다. 
 
문 하나 두고 일컬어지는 『특정 누군가』 는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정말 최악이었어. 『다른 반이 되어서 다행이다~. 그 걸래 년, 나를 따라오는 물고기 똥 같아서 역겨웠어』라든가 말이야.」

 아직 약한 편이었을까. 듣고 싶지 않은, 들으면 쓰러질 것 같은 것을 차례차례 말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농담이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례차례 심신을 날카롭게 배는 말들이 귀로 뛰어들었다.

그녀들은 내가 엿듣고 있다는 걸 모르는 채, 험담을 더욱 늘어 놓는다. 울기 전에 한마디라도 하려고, 교실에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아, 만류해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저 녀석들 말이 심하네. 내가 한마디 해줄게」 그렇게 말하고 기세 좋게 교실 문을 열고, 그녀들에게 주의시켜 주었다.

그러나

일단 주의한 다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금붕어 똥 말이야, 교실 앞에서 부들부들 울 것 같은 얼굴로 떨고 있었어」 라고, 사람을 바보 취급한 말이었다. 웃음이 터져 나와, 조롱하면서 교실 문 앞에 서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고함칠 기력도 잃고, 포기한 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반편성이 이루어진지 2주 후 벌어진 일이었다.

「14년 동안 살면서 처음 알았어, 진짜 쓰레기가 있다는 것을 말이야. 무서웠어, 정말......그래서 생각했어. 듣기 좋은 이야기도, 우정도, 돕기 위한 정신도, 그런 건 가면으로 사람을 판단할 뿐인 녀석들의 헛소리다, 라고.」

그 후 관계개선은 보이지도 않고, 언제부터일까, 이름조차 서로 기억못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바보 같은 이야기야」

그렇다고 해도, 사돈 남말 할 수는 없겠지. 그 녀석이 나를 전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막상 본심을 들으면 배신당한 듯 한 기분이 든다―――라는 자기 멋대로인 감정.
그녀들하고 그걸 계기로 완전히 연을 끊고, 남은 중학교 생활은 공부로 지냈다.
부활동도, 연애도, 방과 후에 어딘가에서 노는 것도 그만두고 공부해서, 자기 말고는 아무도 다닐 수 없는 레벨의 학교를 찾았다.
반 편성으로 인한 인간관계에 변동이 없다면 나름대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통학가능범위 중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소부 고등학교 국제교양과, J반이었다.

「여기서 지금까지의 인간관계를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주겠어. 라는 게 중학교 3학년 때 내 마음의 버팀목이었어.―――고교데뷔하러 온 거야, 소부고에는」

J반을 고른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딱히 외국에 흥미도 인연도 없는 내가 들어가, 의식에 차이인지 뭔지 그런 이유로 대립 할 것이라는 건 쉽게 상상이 되었고, 반편성이 없다는 것은 반의 의지와 결정적으로 적대 비슷한 걸 하게 되는 순간, 이곳 생활은 끝난다.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반이라고 하면 모두 단짝이니 아가씨라니 망상을 펼치는 남자들이 흔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문제가 일어나면 가장 음습하게 되기 쉬운 환경이다.
그래도 또, 친구를 잃어버릴 수―――아니, 친구라고 생각했었던 상대가 실은 친구가 아니었던 것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일심으로, 성가신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소부고등학교를 목표로 했다.

너무 겁쟁이인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지금도 가끔은 생각한다.

아무 일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친구라고 부를만한 상대와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치 않다. 오히려 그 반대 케이스가 더 많다,

「그래서일까,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로, 그는 소문대로의 인간인 것일까.
실은 폄하되고 있는 건 아닐까―――그렇다면 내가 정의의 탐정으로서, 모든 걸 파헤쳐 주겠다고.

히키가야 하치만이 소문대로의 인물이라면, 유키노시타 유키노, 혹은 사가미 미나미를, 바로 내가 지키겠다고.

그래도, 그런 애 같은 마음보다도, 이 소부 고등학교도 중학교와 마찬가지로―――겉모습 밖에 보지 않는 녀석들이 넘치는 장소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그때 나......아니, 이것도 아니구나. 정말 그런 장소가 싫다고 생각했다면,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을 들었던 시점에서 소문 그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는 게 보통이겠지.

『―――그래도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면, 다시 한 번 묻겠어..―――당신의 최종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말해 보렴』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했었던 그 질문 지금, 대답하자――― 한때 자신의 구제.

그와 나를 맞추며, 그를 돕는다.
히키가야 하치만을 향한 악의 있는 속삭임을 멈추는 것보다 우선 해버린 감정.

그건 사람 돕기도 탐정 일도 아닌, 단순한 영웅소망 성취나 다름 없었다.

아무리 봐도 자기만족.
듣기 좋은 것만 보려고 했다는 것은 잘 안다.

분명 그런 감정을 유키노시타는 간파했던 것이다. 내 행동이유를 물은 이유가 나에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겉모습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상대할 생각이 없다.

그렇기에, 소문에서 진실 근처까지 도달한 내 진의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판단하려고 했던 것이다.

마나츠루 마코토가 진짜인 가짜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히키가야 하치만을 정말 제대로 본 걸까?』

그녀가 정말로 묻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 같이 헌신은 할 수 없어. 그래서...... 조사해서, 그가 했던 것을 알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녀석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반드시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그는 분명 마음 깊숙한 곳에 정말 소중히 해야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생각해 보아도, 나는 아무 것도 떠올릴 수 없었지만 말이야.

내 이야기를 마치자, 이제까지 계속 조용히 있었던 유이가하마 유이가 입을 열었다.



[newpage]

「탐정은, 힛키가 평소에 어떤지 알아?」

「평소 히키가야 하치만?」

「힛키는 말이야 평소엔 엄청 불성실해. 전만큼은 아니지만 부활동도 나랑 유키농이 있는데도 슬쩍 돌아가려고 한 적도 있었고, 뭔가 생각했다 하면 놀랄 정도로 힘 빠지는 아이디어나 내고, 그렇지 않아도 평소 소극적인데다가, 나도 유키농도 꽤나 질리기도 하고. 항상 뭐랄까 나는 전업주부가 될 테니 일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고, 하나 하나 옛날 일을 말하면서 자폭하고, 뭔가 있으면 날 바보취급하고. 분명 꼴사나운 점이 더 많아, 힛키는」

라고, 빠른 말로 그녀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평소 모습을 말했다. 마지막 부분은 완전히 푸념이었다. 그래도 지적하자, 잠깐 기다려봐. 전업주부는 뭔데 전업주부는.

「저기 들어줘, 힛키는 말이야 지난 번 체육대회에서――――앗 이건 말하면 안 되는 거었네」

「머리띠 색 속인 거?」

「엣, 어떻게 아는 거야!? 혹, 혹시 본 거야?」

「봤다기 보단 눈에 띄었어. 우연히 백팀의 봉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서 말이지......지켜보고 있던 건 아니니까.」

다시 말하는데. 정말이야?
유키노시타와 너가 열심히 무언가 보고 있던 모습이 신경 쓰여서 나도 모르게 시선 끝을 따라 갔을 뿐이야?

그리고 그 반칙은 솔직히 조금 그랬다. 그런 수가 있었다니 하고 꽤나 감탄했어. 다른 학생들 반칙이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는 괜찮았는데. 치바전에서 해버렸다면 좋았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고 말이야.   

「그렇구나......」

유이가하마 유이는 가슴을 살짝 쓸어 내렸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래도 이상한 곳에서 성실해서 꽤 신경을 써 버려, 힛키는. 그렇게 이래저래 얼버무리려고 해」

라며, 푸념이 아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세세한 걸 잘 눈치 채고, 닿고 싶지 않다고 상대가 생각하는걸 알고 접촉하지도 않고, 말하지 않아. 그게 정말 고마울 때도 있지만......그래도 정말 얼버무리면 안 되는 것은, 힛키는 절대 하지 않아. 뒷맛이 나빠도, 자기 나름대로 끝내려 해. 그때도......」

「그때......?」

윽, 나도 모르게 추궁했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앗 하는 표정을 짓고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꼬았다. 물으면 안 되는 것이었구나 하며 취소하려고 했는데 유이가하마 유이가 말을 이었다.

「약간 이전 이야기인데, 힛키와 서먹서먹해졌을 때가 있었어. 그때 나는 봉사부에 있을 수 없게 되어서 도망쳤었어.  지금까지 내가 힛키를 상처 입혔던 것과, 힛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려서......
그때 유키농이 없었다면, 나와 힛키는 분명 타인 같은 관계가 되었을지도 몰라」

「유키노시타가 너희 사이를 다시 돌려놓은 거야?」

「힛키는 전부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는데 말이야. 끝내려고 하고 잃으려고 하고...... 난 그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동정이라든지 그런 마음으로 대한 적 없는데. 그때 힛키도, 사과할 때 힛키도, 뭔가 책임감 덩어리 같았어. 그래서 말이야, 나는 내가 힛키를 무리 시킨 게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어. 지금도......」

말하면서 유이가하마 유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울 것 같은 풀 죽음이 아니다.
어딘가 그늘진 모습, 마치 예전에 그녀 자신이 눈물을 흘려버렸던 당시를 말하는 듯 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유키농이 곤란해지면 도와줘, 라고 힛키와 약속했었으니까」

「......그런 약속을 했었어?」

「응..... 조금 이것저것이 있어서」

아 역시나.

유키노시타와 옥상에서 마주했을 때 봉사부에 불화가 있었다는 걸 지적했었지만, 내 추리대로 무언가 있었나 보다. 그것에 대해 파고들 생각은 없다만,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화제 때 한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상당히 넓고 큰 의미를 지녔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가미 미나미를 구제하기 위해
문실을 소생시키기 위해
유키노시타 유키노에게 손을 뻗는다.

여기까지는 추리였었다. 그가 움직인 이유는, 거기에 또한 『유이가하마 유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는 동기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약속이 히키가야 하치만을 괴롭힌 것이 아닐까, 라고 그녀는 생각하는 듯했다.



[newpage]

「……힛키가 자기를 위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건 알아. 그렇지만, 자기를 희생하려고 한 것이라는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야. 전에도 그랬었어…… 나는…… 이제 힛키가 자신을 희생시켜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보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해도, 힛키도 이제 싫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나와 한 약속이 힛키가 그렇게 하도록 움직인 마지막 동기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 굉장히 무서워」

그녀는 자기 때문에 무리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같은 입장이라면 그 정도까지 고민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와카나와 내가 무슨 약속을 하고, 그 결과, 와카나가 터무니 없는 취급을 받게 된다면 자신을 탓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무서운 것은 상대의 질책이 아니다.
재난을 불러 버린 자기 생각이나 감각에 무서움을 느껴버리는 것이다.

옥상에서 대치하며 『진실』을 말했을 때의 유키노시타도 마찬가지로, 그녀도 또한 그가 당시 처한 상황에 대해서 뭔가 자기 책임을 느끼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히키가야 하치만이나 사가미 미나미만이 부의 감정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진심을 알든 모르든, 내가 아는 사람 중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하루노 선배 정도다.

그래도, 그 책임 소재가 사실은 어디에 있는지는 듣고 있다.

사건의 책임을 지는 존재는 봉사 부원 누구도, 문실 누구도 아닌 감독하고 있었던 어른에게 있다고 하면.
 아이를 지켜야 할 책임을 완수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내가 동경하는 선생님은 말했다.
 궤변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것이 책임이라고.

 그렇지만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이것을 말해도 반드시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유이가하마」

그래도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 나이기에 더욱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나는 맹장염 때문에 문화제에 참가 할 수 없었어. 퇴원해서 J반에 돌아왔더니, 모두 입을 맞춰 문화제가 즐거웠다는 말했어. 내 눈앞에서」

아무튼 부러울 따름이었지만 마음 속에서는 명왕 왕림이었으니까. 견삭(羂索)을 손에 넣었다면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하면서 단단히 묶여라. 특히 문화제를 계기로 사귀기 시작했다든가 하는 커플 같은 건 수수께끼의 단죄를 받아 버려라! 바사라단 깡!

어쨌든 문화제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이었다는 것이다. 너무 부러워서 행동을 저지를 정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처지에 나 자신을 겹친 것도 있지만, 반 친구 입에서 전해지는 열광하는 모습이 나도 즐기고 싶어서 행동을 저질러 버릴 만큼, 좋은 문화제였던 것이다.

……실제로는 뒤에서 이런저런 것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많은 학생들에게는 별개의 이야기.

「그것은 유이가하마와 히키가야 하치만과 약속을 한 덕분이야. 약속을 지켜, 유키노시타와 문실을 부활시켰어……그 결과 모두가 즐겁다고 해주었으니까」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행동은, 약속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있었냐고 외치고 싶어질 정도이니까.

유키노시타의 말 그대로 그 자신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형태로  유이가하마 유이와 한 약속을 지켰을 뿐이다. 그녀도 또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기 자신을 탓하고 있다.

「그야 무리 했어, 그는 말이지. 문화제 자료와 증언만 뒤쫓은 나라도 알고 있는걸」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문화제 수사 중, 그와 연관된 사람---하야마 하야토, 토츠카 사이카, 시로메구리, 유키노시타 하루노, 유이가하마 유이, 모 파파라치 자식, 유키노시타 유키노,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들은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나도 그런 결말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 밖에 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시켜 주지 않는 것이 히키가야의 비겁한 점이라고.

「그렇지만, 너가 약속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바뀌지 않은 채로--- 그건 아닐까」

유이가하마 유이의 고민에 대한 나의 회답은, 심할 정도 막연한 대답이었다.
아무 해결이 되어 버려 않는다.
오히려 그는 많은 일그러짐을 받아, 모든 걸 바꾸어 버린 제물이라는 것을 긍정하는 것 같은 발언이다.

 하지만 실은,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애초에 그녀의 고민은 제대로 말하자면 고민할 것도 없는 것이기에.

「유이가하마는, 유키노시타가 힘들어 했기에 히키가야 하치만과 약속을 한 거지?」

「……응, 그래」

「그렇다면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돼」


[newpage]




「……어째서?」

간단한 일이다.
책임이라는 둥, 자기가 한 말 때문에 무리했다는 둥,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대답은 아주 심플하다.


「힘들어 하는 친구를 보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너도, 히키가야 하치만도」


말하자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약속을 지켰던 것도 유이가하마 유이가 약속을 했던 것도 모든 것은 그 마음 때문이다.

누군가 힘들어 하면 돕고 싶다.
그것으로 좋지 않은가?

「……그래도, 그래서 힛키는 그렇게 고생했고」

「그렇지만, 유이가하마가 한 건 아니야. 나는 봉사부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 어색했던 거지? 그런데도 유이가하마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유키노시타가 힘들어 한다면 도와달라고 약속했어. ……이게 뭐가 잘 못된 거야?」

이런 결단, 두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관계를 한 걸음 더 내디딜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두 사람을 생각하고, 앞으로를 생각하고, 약속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다.

「그래도 너가 그의 행동에 책임을 느낀다면---또 같은 미스를 일으키기 전에, 아니, 다시 같은 미스를 범한 후에, 그와 함께 틀리지 않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빌려서 말한다면, 인생에서 두 번, 같은 미스를 저지른다.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하는 시추에이션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 틀린 것은 행동의 결과이고 취소가 되지 않는다. 한번 잘못을 저지르면, 거기서부터 반격을 꾀할지, 잘못된 채로 방치해 두다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든지.

선택해야 할 길은 둘 중 하나.

「대체로 그 때 말이지 히키가야 하치만도 엉망진창 힘들어 했을 거야. 그럴 때--- 돕고 싶다고, 힘이 되고 싶다고 나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그것은, 이미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니까 유이가하마 유이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행동은 어쨌든,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틀린 게 아니니까.
해답은 이미 얻은 채였다.

「거기에, 문화제에서 일어났었던 일,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한 소문의 진상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유이가하마가 결정적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야? 유이가하마가 없었으면, 너가 두 사람을, 두 사람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으면, 나는 쭉 오해한 채로, 잘못된 채로---문화제를 아쉬워 했을 거야.

 그러니까, 말하게 해줘.

 유이가하마양은 제대로 두 사람 사이를 채워주고 있어.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내가 가슴을 피며 보장할게!」

가슴은 그렇게 없지만 말이지.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에게는--- 유이가하마 유이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나만이 아니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그녀와 한 약속에, 유키노시타는 그녀의 배려와 염려에, 후회도 주눅도 꺼림칙함도 없이, 정말로 순수한 감사를 품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이 세 사람과 친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소문으로, 자료로, 추리로 생각한 것뿐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안다.

왜냐하면 기쁘니까.
그런 사람이 있어 주었다는 것이.

유이가하마 유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조금 바라보다가 아래를 바라본 뒤, 하늘을 보며 살며시 말했다.

「……유키농도, 이런 기분이었을까나……」

저녁 하늘로 사라질 듯한 작은 목소리로.

언제를 생각하고 한 말인지 나는 모른다. 그럼에도 무언가 납득 한 것처럼 그녀는 미소를 띄우며 저녁 하늘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그녀가 생각하는 누군가들에 대해 생각하고는, 하나 묻고 싶어졌다.

이런 걸 물어보는 나는, 역시 유키노시타의 말을 아직 납득하지 못한 걸까.

「저기, 유이가하마, 만약---」

유키노시타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실은 좋--- 라고 이야기를.


「…………」


훗, 마음 속으로 자신을 쳐 말을 멈추었다.

하아.

이런 건 내가 물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또 무엇을 말해버릴 생각일까, 나는. 아무리 묻고 싶어도 마음 속에 넣어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물어서, 뭔가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을 넣는 것은 안 된다. 내 탓에 귀찮은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악업이다.


[newpage]






「―――혹시, 글러먹은 남자 좋아해?」

「하, 하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힛키가 그럴지는 모르지만,그렇다고 글러먹은 힛키가 좋다든가 그런 거 아니야」

「나, 히키가야 하치만 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아. ………,흐  흐름 상 힛키 이야기잖아! 별로 글러먹은 힛키가 좋다든가 그런 건……그래도 그런 말을 들어도……?」

혼자 사고의 미궁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후훗, 웃는다.
아, 이 아이 굉장히 괴롭히는 보람이 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안뜰을 조금 바라며 이런 말을 했다.

「정말 유이가하마는 재미있네. 그렇지, 히키가야 하치만?」

「에엣!?」

 당황해 하면서 유이가하마 유이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에 사람 그림자가 있는지 찾는다. 물론 거짓말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채고 유이가하마는 푸우- 그런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성격 나빠-」

「미안, 무심코 먼가가 씌어서……. 그렇지만 정말로 그를 좋아하네」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랑스럽다. 이건 절대로 남자에게 인기다. 절대로 남자들은 보지 못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 얼버무린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만일 물어서, 어떤 대답을 했다고 하자. 그러나 유이가하마 유이에 대답하게 해 버리면, 생각 하게 하고 말하게 해 버리면 향후, 유키노시타를 대할 때 태도가 바뀌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제일 악질인 것이라면, 그 사태를 부른 원인이 나라고 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망칠 만큼 망치고, 무관계를 가장하면 된다. 실제로 거의 나는 세 사람과 무관계이고.
 이런 녀석이 탐정이 목표라면 악취미이고, 이거면 신용도 실추해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유키노시타에 대해 묻는 건 악질이다.

 만약 나중에, 그에 가까운 전개가 세 사람 앞에 기다리고 있더라도 나는 그곳에 없으니까.

반드시 내가 방관할 수조차 없는 장소에서 적막하게 끝장난다. 수라장을 부를 필요도 의무도 없다.

그가 누구를 선택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비록 그 경위에 대해 조사할 때가 온다고 해도, 아마 보고서로 정리할 때는 오지 않겠지. 조사할 뿐인 촌스러운 취미라는 나쁜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그런 것 미궁에나 빠져 버려.
그런 것이야말로 탐정의 영역에서 빗나가--- 아니, 2학년 J반 탐정소녀, 마나츠루 마코토이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을 경우 나는 어느 쪽을 응원해야 될까.

할 수 있을까.


 ―――아마 오지 않는다, 그 기회도.

 
「그럼 나 부활 있어서. 지금쯤 유키농도 힛키도 부실에 있을 거야」

「그래. 이런 이야기에 어울려 주어서 고마워」

「아니야. 유키농의 반 친구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기회는 그다지 없고」

「교실에 있을 때의 유키노시타에 대해, 조금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괜찮아?」

「그럼 또 이야기하자, 아! 맞아 부활 가기 전에 주소 알려줘! 그럼 언제라도 이야기 할 수 있지?」 

「괜찮아?」

「탐정이 괜찮다면」

그렇게 말하며 유이가하마 유이는 스커트 주머니에서 데코폰을 꺼내 나에게 보여 준다.
정말이지…… 그 웃는 미소는 비겁하다.

「……고맙게 받을게」

블레이저 코트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프로필 화면을 보여주고 그대로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전한다. 그러자 유이가하마 유이가 눈을 깜빡 거리며, 의아한 듯이 스마트폰을 받고는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1분 후에 받은 스마트폰에는 방금 받은 메일이 한 통. 유이, 라는 제목으로 번호와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다.

「잘 부탁해, 마나츠루. 만약 뭔가 고민이 있다면 언제라도 봉사부에 와줘. 나도 유키농도 힛키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쪽이야말로. 유이가하마. ……그렇지만, 괜찮아. 나는 나대로 해볼 테니까. 거기에 유키노시타에게는 환영 받을 거 같지도 않고」

「에? 유키농, 마나츠루를 싫어하지 않을걸?」

「엣?」

그래?
그토록 철저하게 뭉갰기에, 나 쭉 유키노시타가 싫어할 거라 생각했는데.

「마나츠루, 괜찮으면 지금 나와 부실 가지 않을래?」

「그렇지만 나 봉사부에 의뢰할만한 고민은…… 거기에 부실로 가서 실례하는 것도 좀」

「실은 체육제가 끝나서 의뢰가 없어서 한가해, 봉사부. 그러니까 마나츠루가 놀러 와도 괜찮아」

「하, 하지만 뭔가 의뢰가 있을 지도 모르고……」

거기에 내가 봉사부실에 들어갔을 때의 유키노시타의 리액션이 생생하게 상상되니까 싫다.
하지만 유이가하마 유이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재촉한다.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그럼 가자!」

그녀의 기세에 떠밀리는 형태로, 나는 오른손이 잡힌 채 특별동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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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감히 말하건데.. 이 부분이 가장 긴 부분일 겁니다... 게다가 중요한 건 다 뒷부분에 있어서 몰입도 안 되고 -┌

우드락님 수고하셨습니다... 이것도 감안했어야 했는데...


1.
작업하면서 저도 위안을 많이 느꼈습니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제가 이 작업을 하는 건 순전 두 사람 때문입니다. 물론 첫번째는 작가님, 사실 저로서는 불가항력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고, 대처를 바로 할 수도 있었는데 안 했다는 건 역시.. 저로선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분이 회색빛잔영님... 그렇게 열망을 보여주셨기에... 사실 총대를 좀 나중에 멜 생각이었는데 빨리 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만 말하는데.. 전 다른 분들에겐 중재의 마음가짐으로 보냅니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고...헌데 이 작가님에게는 '교섭'의 마음가짐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맘에 드셨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런 이유로 케이카 웹코믹 2화 기대하겠습니다.


2.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탐정소녀님은 강습 시리즈에 덧글을 자주 다십니다. (츠유리가 나오다니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힘내겠습니다. 그전에 일단 커피를;;;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7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newpage] 


- 아무 것도 아니게 된 그녀는 전설의 순간에 그저 통곡한다.



일어설 기운이 정말로 없다.
무슨 엄살을 피고 있냐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일어설 수 없다.

그야 그렇지 않겠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낸 추리가 그저 억측에 지나지 않았던 데다 더 구제불능, 아니 손조차 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의기소침하겠지.
히키가야 하치만도 옥상에 안 오고.
그도 그럴 것이 오지 않도록 한 게 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5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이번 시간은 뭐였지, 아아, 선택이과이었나. 그럼 이동교실이네. 그렇다는 건 교실에 돌아가도 아무도 없다는 뜻인가…….
그 애 정도는 찾으러 와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고. 박정해라…….
어쩜.
그걸로 됐어. 날 찾으러 일부러 이런 곳까지 찾아올 필요 따위 없는걸.
수업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착실히 수업에 가야지. 이런 곳에서 젖어있는 나한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렇게 생각한 때였다.

닫혀있던 옥상 문이 열린 것은.

「여기 있었나?」

하고 침입자가 말했다.
찾지 않아도 될 나를 찾고 있었기라도 한 말투였다. 그 목소리는 내가 정확히 한 시간 전에 들었던 목소리.
4교시 때 유감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나에게 주의를 준 목소리.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쭉 뻗은 장신의 미인이 서 있었다.

「……히라츠카 선생님」

“또 만났네요.” 라고 평소라면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 속에서 얼핏 떠올랐다 사라져 갈 뿐.
흠뻑 젖은 나의 이름을 부른 히라츠카 선생님은 트레이드마크인 백의를 벗어 돗자리 위에 던졌다. 선생님은 그다지 서두르는 기색 없이 나를 향해 조금씩 다가온다.

「……감기 들어요, 히라츠카 선생님.」

겨우 짜낸 한 마디에 선생님은 무척 따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공교롭게도 나는 교사가 된 이래 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다. 흠뻑 젖은 네가 말해도 설득력도 없고 말이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건가요. 선생님, 5교시 수업은 어떻게 하고요.」

「그런 건 보이콧이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이 단언했다.
……여전히 여성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호쾌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 멋진 모습은 몰래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금방 비에 젖는다.

「이야기는 다 유키노시타에게서 들었다. 그리고 하루노---유키노시타의 언니는 알고 있으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그런가요.」

역시 그 사람, 내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던 건가. 정말이지, 자매 둘 다 방심할 수가 없다니까.

「교사로서 이렇게 말하는 건 조금 어떨까 생각한다만--- 넌 잘했다. 방법이 조금 지나친 면도 있었지만 수사로는 만점을 주고 싶다. 이렇게까지 히키가야에 대해 조사해준 인간이 있는데다가 확실하게 오해 없이 진실에 다다른 게 무엇보다 훌륭하다. ……그 쇼크는 컸던 모양이지만 말이지.」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신가요?」

「뭐가.」

「다 알고 있으면서! 이런……이래선 하나도 보답 받지 못하잖아요!
우리는 결국 「한 명은 모두를 위해」로 끝이라고요!
단 한 명에게 상처를 주고 진실을 감추는 희생양으로 삼고, 곤란한 건 축제의 소란이 어떻게든 해주겠거니 넘어가기나 하고, 다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돌만 던지고! 그걸 이야깃거리로 삼는 우리들이 못난이잖아요! 이런 아무런 구원도 없는 결말 따위 괴롭기만 해요!」

「진정해라. 네가 난리 쳐도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가 무슨 꼴을 당하는지 선생님이라면 알잖아요! 전 무리라도 선생님이라면 분명 그 소문을 어떻게든」

「할 수 없다. 히키가야가 아무런 잘못 없이 지금 같은 취급을 당하면 몰라도 교육자로서 본 히키가야의 행동은 도저히 칭찬할만한 게 아니야. 소문이 직원회의에서 거론되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그럼 지금 나돌고 있는 소문이 거짓이라고 말해주세요! 일이 일어난 다음이라면 늦는다고요!」

「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전파된 소문을 막을 재주는 없다. 처음 퍼트린 사람을 밝혀서 주의 주는 게 고작이겠지. 분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어떤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으면 손을 댈 수가 없다.」

「……우리란 건 다른 선생님들도 아신다는 말인가요.」

「아니, 알고 있는 건 나와 교사 중 일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소식을 접해도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아.」

「……그러고도 교사인 거냐고.」

「무시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나돌고 있는 소문은 좀 그렇지만 학생들끼리의 커뮤니티 내에서 처리해야 할 범주를 넘지 않아. 너도 조사했다면 알겠지. 히키가야의 이름도 반도 모르는 녀석들이 히키가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아요! 방치하는 게 해결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요! 선생이라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반에서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잖아요! 그럼 뭐라도 하라고요!」

「역효과다. 만약 내가 움직여봤자 수면 아래로 숨어들 뿐이다. 히키가야가 자기 위치를 걸고 만들어낸 결과를 내가 부술 수는 없는 거다. 교사로서, 한 학생만 특별히 봐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특별히 봐준다니.」

「우리는 특별히 봐준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주변에서는 그렇게 보이겠지. 그리고 힘으로 누르면 반발도 강해진다. 나한테 향한다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그 정도로 배짱 있는 놈은 없을 테고.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


알고 있다. 갈 곳 없는 마이너스 감정은 약한 곳으로 흐른다는 것을. 힘으로 누른다면, 더욱 강하게.

「미안하지만 내 한계다. 정말이지, 이래선 사가미도 함부로 혼내지 못하겠군.」

「……!」

히라츠카 선생님이라도……무리인 건가. 그렇다면 손쓸 방도는 없다. 이 비와 같이 언제 걷힐지 모르는 의혹을 그는 앞으로도 계속 잊혀질 때까지 품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점점 더 답답해진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인데도 선생님의 다음 말은 확실히 전해졌다.

「하지만 히키가야에게 위안이 될 일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가라앉는 내 감정에 손을 뻗어 주는 듯 강하게, 확신에 찬 듯이 선생님이 말했다.

「……설 수 있을까?」



[newpage]

히라츠카 선생님은 백의를 내게 입힌 뒤, 일단 젖은 옷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말하고서는 체육관 샤워실로 데려갔다. 그 동안 나는 아무 말도 않은 채, 히라츠카 선생님의 뒤를 따라갈 뿐이었다.
흠뻑 젖은 교복이 백의를 조금씩 젖게 하고 있었지만 그 미약한 온기가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탈의실에 들어간 히라츠카 선생님이 옷을 벗었다.

「너도 빨리 벗거라.」

「……아, 저는 갈아입을 옷이 없는데요.」

「괜찮다. 갈아입을 옷이라면 지금 준비하마. 이럴 때를 대비해 학년마다 학교 측에서 예비 체육복이 몇 벌씩 비치하고 있으니까 말이지. 아, 나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육체노동용 옷이라면 몇 벌인가 갖고 있으니.」

「……이런 시추에이션, 그렇게 자주 일어날 리 없는데도 잘도 준비하셨네요.」

「유비무환이다. 아, 잊을 뻔했군. 오늘 생리 중인가? 혹시 그렇다면 그것도 준비하마.」

「……아니, 괜찮아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갈아입는 데 필요한 것이 없는지 한바탕 묻고는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가 두르고 있는 백의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도 흠뻑 젖은 교복과 속옷을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선생님이 말한 바로는 몸을 닦을 수건도 이쪽에 있을 거라고 했기에 먼저 샤워실로 들어갔다. 곧바로 히라츠카 선생님도 들어와 내 옆에서 샤워하기 시작했다.

「들리나?」

벽 너머에서 히라츠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샤워 소리가 울리는 데도 선생님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린다.

「아직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일단은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둬야겠다.」

제일 처음 선생님이 꺼낸 것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경우 문화제 건을 시작으로,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한 소문을 포함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히라츠카 선생님은 우선 그 부분을 확실히 한 뒤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싫어질 만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가미를 너무 나쁘지 말하지 말아라. 그녀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학생이지만 이번 일이 결국 좋은 약이 되었을 것이다.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지금과 다른 대처를 할 거라고 믿는다.」

「………그래도 사가미 미나미는」

「나쁘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 문화제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잘못했지만, 그들은 아직 성장 중이다. 실수 하나 없이 성장하는 녀석이 있을 리 없으니까 말이지. 우리 성인이 똑똑히 봐주는 동안에는 그들도, 그리고 너도, 마음껏 잘못해도 된다.」

「……그래도 과오를 회고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지금은 말이지. 그렇지만 아직 너무 비관적으로 볼 수준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미스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어떤 인간이라도 인생에서 분명 두 번 이상, 대부분 같은 미스를 범하기 마련이지. 그때 아 그렇게 할 걸 하는 시추에이션이 반복되어도. 사가미에게는 그 첫 번째가 지금 왔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그건 너희 학생이 아닌 나와 아츠키 선생이 짊어져야 하겠지. 추궁해야 할 건 사가미도, 히키가야도, 실행위원들도, 하루노도 아니다. 문실을 감독해야 할 입장에 서있으면서도 유키노시타가 쓰러질 때까지 상황을 방치한 내 감독책임이다. 나는 하루노를 말리는 일도, 위원회에 오지 않았던 무리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었으니까. 실로 탓해야 할 건 바로 이 나다.」

「선생님, 그건.」

「그게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자의 입장이다. 지나친 간섭이라고 하든 말든 참견을 했어야 했었지. 그렇게 했다면 불만과 불화가 조금이라도 우리 교사를 향했을 거다. 그러지 못했던 나는 교사로서도 최고 지도자로서도 부족한 존재다.」

 ……최고 지도자.
하루노 선배는 적의 개념을 그렇게 표현했지만 나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다.
삐줍이로 있어줬으면 했다.

「비겁한 남자네요.」

「그렇구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빼는 주제에 내가 할 일을 다 뺏어갔다. 장래에는 훌륭한 사축이 되겠지. 취직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교사가 사축이라고 말하면 안 되지 않나요?」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농담이란 걸 알면서도 매우 구체적인 미래상이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지. 너는 히키가야를 조사하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갑자기 주제를 바꾼 까닭에 순간 어안이 벙벙해져 내 생각 그대로를 말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진심으로 최악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문이 소문이니만큼 뻔한 악역이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저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모두 어째서 인지 애증을 갖고 있더라고요. 문화제 자료를 조사하는 동안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어서……」

그래도 뭔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조사를 계속했다. 그 결과 소문대로 입이 거칠고 초 자기중심적인 데다가 교만하고 삐딱하기만 한 쓰레기는 절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유키노시타가 그런 그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대화를 나누면서 단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결국 나는 쓸데없는 걸 쓸데없이 알았을 뿐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걸로 됐다.」

자기혐오에 빠질 찰나에 내 생각을 읽은 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이 대답했다.

「히키가야는 그런 남자라 솔직히 장점다운 장점을 찾기 힘들다. 무척이나 삐뚤어져 있으니까 똑바로 쳐다보면 하나도 보이지 않지. 그래도 알고 싶다고 한다면 자기 단점을 드러내놓고 다가가야 할 거다.
히키가야 만큼이나 스스로의 용기와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상대는 내가 알기론 없거든.」

생각과 달리 그에 대한 평가가 높아서 놀랐다.
용기와 본질이란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상대가 한 명 있었다.

「……하루노 선배보다 말인가요.」

「하루노보다 더 성가시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키노시타와 유이가하마 같은 녀석들이 있지.」

「……이해자인가요」

「조금 다르다. 하지만 비슷하지.」

그건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관계보다도, 유키노시타가 얼버무렸던 관계보다도 훨씬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하나 묻고 싶다. 너는 히키가야와 문화제에 대해 조사했겠지. 이런 결과가 되었지만 후회는 없는 걸까?」

「후회 말인가요.」

「그래.」

「……없다, 라고는 못하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말고는요.」

이 또한 무슨 행동을 한들 내 자기만족으로 끝날 것이다.
누구도 원치 않는 행동이니까.

히라츠카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다음 말을 기다리는 기색도 없는 것 같았고, 그렇다고 선생님 쪽에서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닌 채, 샤워를 계속 하기만 한 시간이었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나는 머리를 감기로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해두었던 메이크업이 조금 망가져 있어 얼굴도 정성스레 닦았다.
대충 닦고 나니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있다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



[newpage]

샤워실에서 나가자 정말로 체육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지고 온 건 양호 선생님이었는데, 온화한 눈빛으로 나와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젖은 교복과 속옷 세탁과 건조는 양호 선생님에게 맡기고 나와 히라츠카 선생님은 체육관을 떠났다.

「쌀쌀하네요…….」

「미안하다. 아무리 그래도 속옷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뭐, 넌 공식적으로는 양호실에서 쉬고 있는 걸로 해두었으니까 6교시는 나가지 않아도 된다. 체육복이라 잘 모를 거라 해도 속옷도 안 입히고 수업을 받게 할 수 는 없으니까.」

「서, 선생님도 같은 처지시잖아요. 소, 속옷 없이 어떻게 하시려고요, 수업?」

「상관없다. 5교시는 그렇다 쳐도 6교시는 따로 할 일이 있다. 그것보다 자, 다 왔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안내한 곳은 특별동에 있는 한 교실이었다. 간판에는 아무 것도 없다……아니 정확히는 귀여운 스티커가 몇 개정도 붙어있지만 부실 이름은 쓰여지지 않은 간판이다. 히라츠카 선생님이 열쇠로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간다.

「이 곳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빈 교실이었다.

긴 테이블이 교실 중앙에 배치되어 있고 의자가 삼각으로 늘어서 있다. 교실 안에는 책상과 의자가 아무렇게나 쌓여있어 얼핏 보기에는 창고 같았다. 하지만 창가 근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티포트가 이곳은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교실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혹시 여기는……」

용도불명의 교실, 긴 테이블이 늘어서 있고, 삼각으로 배치되어 있는 의자, 히라츠카 선생님이 열쇠를 갖고 있다는 사실, 티포트, 간판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티커……이것들을 통해 연상되는 단어는 하나.

「직원실에 다녀오마. 금방 돌아오니까 적당히 앉아서 기다리도록. 춥다면 난방을 켜도 좋다.」

그 말을 남기고는 히라츠카 선생님은 교실을 떠났다. 아니, 저 사람 노브라 노팬티로 직원실 가는 거냐고……혹시 누가 눈치 채면 어쩔 생각인 건데. 히라츠카 선생님이 치녀라는 소문이 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 걱정이 되잖아.

뭐, 나도 노브라 노팬티으로 돌아다니고 있지만 서도.

「……여기, 인가」

다시 한 번 교실을 바라본다. 그렇게 지저분하지 않을 정도로 청소도 되어 있다. 쌓여있는 책상 근처에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지만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부장 성격을 생각하면 깨끗한 것도 납득이 된다.

여긴 봉사부실이겠지.

아아, 그렇네. 확실히 이 부실은 유키노시타가 말한 대로 누군가의 안내가 없으면 발을 들여놓기 힘든 부실이구나. 딱 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빈 창고고, 간판 스티커를 봐도 여기가 부실이라고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이 그와 그녀와 그녀의 부실. 딱히 색다른 분위기가 나는 장소는 아니다. 의외로 산뜻한 분위기다. 이렇다 할 설비도 없고, 서가라도 놓으면 문예부실로 써도 될 정도다.

난 삼각으로 놓여있는 의자 제일 왼쪽 자리에 앉았다. 제일 가까운 데 있어 자연스레 앉았지만 이건 누구의 자리일까.

「……」

뭐, 상관없나.

하지만 나, 체육복을 입고 있다고는 해도 노브라 노팬티인데 앉아도 괜찮은 걸까……?
여기가 만약 히키가야 하치만의 자리라고 하면……아니, 무슨 생각하는 건데, 난! 유이가하마 유이든 유키노시타든 어느 쪽이라도 실례잖아! ……우우, 어, 어차피 안 들킬 테니까 상관없을 거야…….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하니 조금 춥다는 느낌이 들어 난방을 켰다. 잠시 앉아 있자 히라츠카 선생님이 노트북과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기다리게 했구나.」

「아니요, 별로 안 기다렸어요. 그거, 뭔가요?」

「아, 이거 말인가. 봉사부의 새로운 활동이다.」

「봉사부의……?」

「그렇다. 상담 메일을 접수해서 봉사부가 답장을 한다. 이름은 『치바현 횡단 고민상담메일』. 이후 봉사부 활동의 일부로 추가할 계획이다. 지금 있는 셋이라면 협력해서 각자 분발해 주겠지.」

「헤에……」

「그러니까 우선 지금 내가 할 건 실내에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거다. 뭐, 한 시간쯤이면 끝나겠지. 그 동안 너는 이걸 보도록.」

「이거?」

히라츠카 선생님이 종이봉투에서 CD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놓았다.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평범한 CD다.

「이건 문화제 영상자료다. 체육관에서 상영한 게 기록되어 있지.」

「엣」

역시 영상자료가 있었던 건가. 그렇구나. 영상과 사진을 각자 교사와 학생회에서 관리하고 있었구나. 흠, 확실히 다시 생각해 보면 체육관 스테이지에는 여러 학생 단체와 외부 단체도 있었으니까 분배하는 것이 교사 측에서 관리하는 편이 쉬웠겠지. 기록잡무일이기도 했고

「무슨 영상인가요?」
「보면 알 거다. 그리고 스피커 연결해라. 이건 큰 소리로 트는 게 나으니까.」

종이봉투에서 이번엔 작은 스피커와 라우터 박스를 꺼내 다시 책상 위에 놓았다. 아무래도 이 종이봉투는 내 점심도시락하고 같은 4차원 수납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들은 대로, 전원이 켜진 노트북에 CD를 세트 한다. 잠시 위이이잉 하는 기동음이 울리더니 자동재생이 시작됐다.


[newpage]

「……이건」

「그래, 우리 스테이지다.」

찍힌 건 한 라이브 영상이었다.

소부고 문화제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순한 시간 때우는 역할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훌륭하고 매력적인 라이브 영상이 흘러 나온다.
한가운데 서있는 게 유이가하마 유이. 그 오른쪽에 유키노시타 자매, 오른쪽에 히라츠카 선생님과 메구리 선배.

재생은 그녀들이 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하야마 하야토 일행이 철수한 부분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유키노시타의 라이브 같은 건 예정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체육관에 모인 학생들은 이제 축제 끝난다고 밝히고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술렁술렁 각자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공연장을 감싸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유키노시타의 등장으로 단숨에 바뀐다.
유키노시타는 야무진 표정으로 공연장을 바라 본다. 카메라도 서둘러 유키노시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유키노시타에 이어 유이가하마 유이, 하루노 선배, 히라츠카 선생님, 메구리 선배가 나왔다.
공연장에서 떠들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들이 한 명, 또 한 명씩 나올 때마다 「엣?」하고 놀란 목소리가 카메라 근처에서 들린다. 아마 촬영자의 목소리겠지. 역시 이 전개는 예상 외였던 모양으로, 카메라가 향하는 쪽으로부터 「프로그램에 없었지?」하는 대화가 맴돌고 있다.
그녀들은 그런 공연장에는 눈도 주지 않고 튜닝을 시작했다. 카메라에서 들리는 건 하루노 선배가 치는 드럼 소리와 히라츠카 선생님이 조율하는 베이스 소리뿐. 유이가하마 유이는 유키노시타와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유이가하마 유이와 유키노시타의 셔츠가 같은 것은 조명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영상으로 보니 분명히 커플복이었다.

「정말 사이가 좋구나……」

그 후, 하루노 선배가 유키노시타 앞에 있는 마이크를 손에 쥐고 소개를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내가 학생회실에서 들은 목소리와 똑같았지만 사람들의 텐션을 올리는 재주를 터득한 말투였다. 하루노 선배가 한마디 한마디 말할 때마다 체육관의 열기가 올라간다.

『이번에 드럼을 치는 유키노시타 하루노입니다!』
『……기타를 치는 유키노시타 유키노입니다.』
『저의 귀여운 여동생이랍니다!』
『언니, 자중해. ……다음에는 너야, 유이가하마.』
『에, 나, 나? 앗! 노, 노래하게 될 유이가하마 유이입니다!』

살짝 귀엽게 허둥지둥거리는 게 관객에게 전해졌는지, 공연장이 크게 달아오른다. 유이가하마 유이는 부끄러운 듯이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마이크를 넘기고는 다시 유키노시타에게 무슨 말인가 들었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이번에 또 베이스를 치게 된 히라츠카 시즈카입니다. 3학년은 한 번 봤을 테지만 이번에도 즐겨주길.』

『네~! 이번에 키보드를 맡게 된 시로메구리 메구리입니다! 다들 갑자기 나와 놀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신나게 즐겨주세요! 준비됐나요~!』

됐습니다~!
하고 공연장이 장단에 맞춰 대답 한다. 이런 자리를 불타오르게 하는 테크닉은 역시 메구리 선배답다고나 할까.
메구리 선배가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마이크를 돌려주고 나서, 다섯 명이 각자 자리에 위치한다.
마치 폭풍 전 고요함과 같이, 큰 파도 앞의 썰물과 같이, 폭발직전의 화약고와 같은 긴장감과 고요함이 체육관을 감싼다.
공연장이 거의 침묵한 그 때, 유이가하마 유이와 유키노시타의 눈이 맞았다.
둘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신호로 공연장의 정숙을 유이가하마의 힘찬 목소리가 깬다.

『자, 모두, 갈게요~! 1, 2, 1 2 3 4!』

이 순간, 모든 소리가 폭발했다.

선봉에 선 건 유키노시타의 기타. 더없이 정확한 음이 한 순간에 리듬을 만든다.
그에 이어 하루노 선배의 드럼과 히라츠카 선생님의 베이스가 어울려 전체 음악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메구리 선배의 키보드가 곡에 양념을 더한다.
관객이 음악을 묻어버릴 정도 큰 환성을 높여 열광하고,
유이가하마 유이의 노랫소리로 전부 완성된다.

각각 연주하는 멜로디가 저마다 교차해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공연장도, 그녀들도, 모두가 하나의 음이 되어 내 귀를 두드린다.

순간, 모든 것을 잊고 말았다.
그 정도로 아주 몰입하고 말았다. 빨려 들고 말았다.

그녀들이 연주하는 곡은 나도 알고 있다. 부르고자 한다면 이 자리에서 부를 수도 있는 유명한 곡이다.

「저 곡은 하루노가 재학 중일 때 했던 곡이다. 그러니까 나도 하루노도 시로메구리도 곧바로 연주할 수 있었지.」

하고, 라우터를 설치하러 갔던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다.

「유키노시타는?」

「하루노가 할 수 있는 것을 유키노시타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것도 그러네요.」

라이브는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첫 번째 곡이 끝났다. 공연장은 폭풍같이 앵콜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라이브의 진정한 목적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앵콜에 답하는 건 분명 불가능할 터이다.
아마 이 연주 사이에 사가미 미나미를 데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생각했지만 스테이지에서 그녀들이 떠날 기미가 전혀 없다. 유이가하마 유이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알겠습니다. 한 곡 더 부르겠습니다.』

하고 어째서 인지 유키노시타 스스로가 앵콜에 응하겠다고 선언 했던 것이다.

유이가하마 유이, 하루노 선배, 히라츠카 선생님, 메구리 선배는 전원 놀란 표정으로 유키노시타를 봤다. 유키노시타는 돌아서서 그들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다시 한 번 유키노시타가 공연장 쪽으로 돌아서자 4인 모두 의욕이 가득 찬 표정으로 다음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갑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연주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하루노 선배가 선봉에 섰다. 공연장은 한층 더 불타올랐고, 무수한 라이트가 어둠 속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다.

아까 곡과 가장 다른 건 유키노시타가 보컬에 끼어 완전히 음에 녹아 들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곡도 유키노시타가 중간중간 부르긴 했지만 두 번째 곡은 유이가하마 유이와 절묘한 호흡으로 듀엣으로 불렀기에 공연장이 더욱 더 달아올랐다. 유이가하마 유이와 유키노시타의 대조적인 음색이 곡과 하나가 되어 뭐라고 할까--- 계속 듣고 싶어진다.

이 곡도 또한 알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러브송이다.

하지만 이 가사는---.


[newpage]

라이브 영상이 끝나고, 엄청난 현장감에 압도된 난 잠시 멍하니 있었다.
굉장한 걸 봤다.
이런 라이브,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할 정도로.

「……또 하나, 너에게 보여줘야 하는 게 있다.」

스피커에서 나오던 음이 끝난 것을 안 히라츠카 선생님이 작업을 일단 멈추고, 종이봉투에서 B5 사이즈의 봉투를 꺼냈다. ……더는 놀라지 않는다. 나도 비슷한 아이템을 갖고 있다.

「이 봉투는 뭔가요?」

「하루노에게 부탁해뒀던 물건이 도착해서 말이다. 제일 잘 나온 걸 뽑았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어디선가 꺼낸 가위 (어디에 있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로 봉투 윗부분을 잘랐다.

나온 것은----

「사실 부활 때 개봉해서 건네줄 계획이었지만……예외다. 너에게는 모든 걸 알 권리가 있다.」

---사진 몇 장.

그걸 히라츠카 선생님은 한 장, 한 장, 무척이나 그리운 추억을 보는 듯, 마치 어머니와 같은 시선으로 사진을 훑어본다.

「……내가 말했을 거다. 히키가야에게 위안이 될 일이 없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네.」

「이 사진을 보아라. 이게 히키가야 하치만이라고 하는 남자다.」

그렇게 말한 히라츠카 선생님은 나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
사진관에서 프린트한 것보다 조금 큰 사진이다. 뒤집어 받은 것을 앞쪽으로 다시 뒤집는다.

그러자 거기에는.

「……이건……」


사진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듯이 늠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동급생 여자는 화려하게 핀 꽃 같이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천진난만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얼굴로 피스 사인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음험하다고 말한 언니는 생긋 웃으며 카메라 시선에서 여동생 옆에 서 있다.

중앙에는 천사 같은 소녀 같은 그녀---아니 그와, 안경을 쓴 꽤나 덩치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천사는 손을 흔들고 있고, 덩치 큰 남자는 팔짱을 끼고 있다.

그 두 사람 안쪽에는 주변 여성진보다 조금 작은 여자애에게 왼팔을 붙들린 눈이 썩은 남자가 서 있었다.


「……단체, 사진……」


히키가야 하치만을 중심으로 한 단체사진이었다.


[newpage]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유이가 옆에 있고, 그의 왼팔에는 그와 조금 닮은 여자애가 있고, 토츠카와 본 적 없는 남자가 있고, 히라츠카 선생님이, 하루노 선배가 있어, 전원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히키가야 하치만만은 웃지 않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어쩐지 기쁜 듯했다.

「너는 이미 알았겠지. 히키가야가 정말로 보답 받지 못하는 소년인지 아닌지.」

그렇다.
여기 있는 전원---두 사람 정도 모르는 얼굴이 있지만, 여기 있는 건 전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토츠카는 말할 필요도 없고.
아, 그러고 보니 자이뭐시기라는 사람이 친구라고 했는데, 이 남자가 자이뭐시기란 사람인 건가. 그렇군.
그럼 이 두 사람은 친구라고 하고.

하루노 선배는 어쨌든 자기 마음에 들었다고 하고.

유이가하마 유이와 유키노시타는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지만 두 사람 다 양쪽에 있는 이상 호의적일 게 분명하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히키가야 하치만을 바르게 평가하고 있고.

이 팔짱을 끼고 있는 애는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만큼, 그녀도 그를 좋아하는 거겠지.

분명히 그 또한 그와 그녀들을 좋아할 것이다. 


「어때? 이래도 아직 뭐라고 할 수 있을까?」

「………」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그의 주변에는 그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다. 그의 행동의 의미를, 마음을 이해해주는 이해자가 7 명이나 있다.

「……그러네요.」

가령 그가 온당하게 보답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낸다 하더라도 이렇게나 많은 동료가 그의 곁에 있다.
그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 아닐까.
이 사진 한 장을 보고 나서도 그에게 위안이 될 일도, 보답 받지도 못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라이브를 봐도 괜찮을까요?」

「보고 싶은 만큼 봐도 좋다.」

그렇게 말하고는 히라츠카 선생님은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라이브 영상을 본다. 처음 조율부터, 그녀들이 퇴장할 때를 확실히 보기 위해.

본다, 인가…….

그러고 보니 그도 이 환상의 스테이지를 어디선가 보지 않았을까

옥상에 박혀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부르는 곡은, 적어도 그녀들이 부르는 곡만은 그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어떤 내막이 있었다고 해도, 멀리 있었다고 해도, 가사와 노랫소리에 담긴 마음만큼은 전해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추리는 틀렸다.
하지만, 어떨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 또한, 그리고 그도, 그와 그녀와 그녀가 좋은 것이 아닐까.
연애적인 의미가 아닌, 우정도 아닌.
인연이라는 한마디로 말하면 간단하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말했다.
연애감정이라고 가볍게 판단하기는 아주 쉽다. 평범한 커플이 속삭이는 사랑보다 그들의 관계가 좀 더 친밀하고, 더 가깝다.
이 둘, 아니 셋은---.

아아.
그러고 보니 그와 그녀와 그녀의 관계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있었던가

봉사부.

이 셋의 관계를 말하는 데는 이 한 단어면 충분하다. 이 이상은 사족이고, 이 이하의 표현으로는 이미 관계 따위 없는 것과 같다.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을 친구조차 아니라고 말했지만, 어떤 의미로 그건 옳은 표현이겠지.
이 둘이 얼마나 나아간 관계인가, 혹은 나아가지 않은 관계인가. 어느 쪽이든 친구는 아니다. 이건 확실하다. 확정이다.

「알고 싶은 건 이걸로 다 일까?」

「……네, 많이도 틀리고, 부정당했지만.」

그렇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다시 한 번 라이브를 들어도 될까요?」

「괜찮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들어도 된다. 그리고……교사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너에게 말하고 싶다.
---히키가야를 찾아줘서, 고맙다.」

히라츠카 선생님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 없이 작업으로 돌아갔다. 나 또한 아무 말 없이 라이브 영상을 계속해서 보았다.

 

이걸로 히키가야 하치만의, 그리고 나의, 수많은 잘못으로 넘쳐난 문화제의 모든 것이----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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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일각여삼추님 번역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시즈카를 좋아하시는데 본의아니게 시즈카가 거의 유일하게 등장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배정한 거 같네요 -_-

완전 우연입니다..


남은 분량은 여태까지 한 것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로 많냐고 하면, 플랫 키보드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런 이유로 자리 좀 옮겨서 작업해야겠습니다. OTL 

다음 챕터.. 양이 상당히 많아서 오래 걸릴 겁니다.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6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newpage]

- 그렇기에 그녀는 탐정소녀라고 불리는 존재다.



봉사부.

이름만 보면 조금 수상쩍은 부활 이름이지만, 어엿한 소부고의 부활동인 것 같다. 인 것 같다는 건, 부활동 임에도 불구하고 활동 내용이 완전히 불명이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읽자면, 무언가에 봉사하는 부활동―――이름을 바꿨을 뿐인 자원봉사부인 것 같다. 하지만, 유키노시타가 학교 밖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유키노시타가 움직인다면, 우리들 J반이 알아차리지 못할 없기 때문이다.

그런 봉사부의 활동은 토츠카짱이 말하길, 고민거리를 품고 있는 학생이 고민거리를 해결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돕는』부활동이라 한다.

그리고 그곳이, 그녀―――유키노시타, 히키가야 하치만, 유이가하마 유이가 소속된 부다.

「이야, 토츠카짱한테서 듣긴 했지만 실재하는지는 의문이었어. 학교 홈페이지 부활동 소개 페이지에는 있었지만, 그것도 잘 보지 않으면 눈치 채지 못할 레벨로 스텔스였고. 무엇 보다, 부활동인데 어째서 동호회 한가운데에 끼여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부활동 내용도 전혀 파악할 수 없고.」

「무슨 문제라도?」

「우. 그, 그래도 정말로 어지간해선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스텔스였구? J반에서도 유키노시타가 부활동을 하고 있는 걸 아는 애, 거의 없지 않을까? 유키노시타도 그런 거 누구한테도 말 안 하고 말이지」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선전 정도는 해두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토츠카짱한테 듣기로는 봉사부는 학생들의 고민이나 해결 상담소  같은 느낌의 부활동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이렇게나 찾기 힘든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

「그 충고, 감사히 받아둘게.」

우와―유키노시타 이거 쿨링오프 할 생각 만만인 반응인데―.
것보다 일일이 물리치듯이 대답하는 거 조금 무서울지도.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봉사부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봉사부실은 히라츠카 선생님의 소개를 받든가, 유이가하마나 히키가야에게 안내 받아야 처음으로 알게 되는 구조야. 그 이외 학생들은 아마 시로메구리 회장이라도 모를 거고. 혹시라도 흥미 본위로 찾아 온  학생이 있다고 해도, 히라츠카 선생님이 면담 시점에서 쳐낼 테니까 딱히 문제는 없어.」

라고 한다.

「그래? 잘도 그, 히키가야 하치만이 입부할 수 있었네…….」

「그는 자기 의사가 아니라 히라츠카 선생님이 강제적으로 입부시켰어. 그 썩은 사고와 근성을 뜯어 고치기, 아니 낫게 하기 위해. 오히려 악화되고 있지만」

「……입부 시점에서, 이미 눈도 입도 끝장난 초 자기중심적이고 거만하고 삐뚤어진 쓰레기에 초 썩은 고2병 자식이었어?」

「당신, 나조차 그렇게까지 그를 나쁘게 표현한 적은 없었어. …… 말 그대로니까 처리하기 힘들기는 하지, 그 히키가야균은.」

말 그대로냐고!
것보다 히키가야균이라니 어이, 한마디도 사람 취급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내 표현보다 끔찍하지 않아?
게다가 나조차 라고 말하는 게, 역시 일상적으로 매도의 폭풍인 거잖아. 싫은 애정 표현이네…….

「……내 느낌이지만 레벨업한 거 아냐? 다이나믹한 쪽으로.」

「바이오 해저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 그게 바이오 리미디에이션이라면 좋았겠지만. 좋은 살균법이 없을까?」

「아니, 나한테 물어봤자…….」

적어도 제균이라고 하는 게 어떨까, 죽이지 않고 없애는 걸로. 그건 좀 다른가?
―――살벌한 봉사부에 유이가하마 유이가! 라는 것도 일상 다반사였겠지…….

「에, 그러니까 어디까지 말했더라……아아, 그래 그래, 히키가야 하치만의 결의와 봉사부의 관계에 대한 거였나」

이제 유키노시타가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한 애정 표현……아니 험담을 할 때마다 이야기가 탈선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내 손으로 레일 위를 달리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다시 런치백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다.
거기에는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이름과 이름은 선으로 연결 되어 있거나, 색깔로 그룹을 나누거나 하는 하나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히키가야 하치만.
유키노시타 유키노.
유이가하마 유이.
사가미 미나미.
하야마 하야토.
유키노시타 하루노.
시로메구리 메구리.
파파라치.
히라츠카 선생님.
그리고 에비나 히나.

보다시피, 주로 문실과 2학년 F반 관계자 목록이다.
이 종이 두 장은, 그들과 그녀들의 관계를 상관도로 그린 것이다. 이렇게 하면, 훌륭하게  유이가하마 유이가 중요한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유이가하마 유이가 그 밴드 멤버 중에서 붕 떠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시점에서, 너희들의 관계를 알아챘어야 했어. 이 경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혹은 입부 했는지도 알고 싶긴 하지만, 문화제와는 그다지 관계없으니 내버려둘게.
그럼, 히키가야 하치만이 자기희생이라 불리는 봉사를 행한 동기에 대해서 말인데.
그걸 말하기 전에 프리뷰라고 해야 할까, 그 흐름으로 사가미 미나미의 행동도 덤으로 쫓아보겠어.」

왜냐하면, 그녀 또한 봉사부의 관계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슬로건 건보다 훨씬 전, 문실이 스타트를 끊은 날부터 시작한다. 사가미 미나미가 위원장이 된 날부터다.

「어떤 위원회라도 맨 처음 하는 것은 우두머리를 정하는 대화야. 처음에는 유키노시타가 지목되었네. 하루노씨의 동생이기도 했고. 하지만 너는 그걸 거절했고 기록잡무에 배속되었어.  그 후 위원장에 사가미 미나미가 입후보했고, 다른 후보가 없었기에 그대로 결정.
하지만, 사가미 미나미는 문화제 위원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잘 굴러가게 할 자신이 없었어.」

「마치 보고 온 것같이 말하는구나」

「어디까지나 추리야. 그 후 운영상황과 하루노 선배가 날뛴 모양새로 판단한 것뿐.」

유력후보였던 유키노시타가 빠진 위원장 선거는 유감이지만 『그녀 이외라면 누구든지 좋다』상태가 되었다.
뭐 그런 거다, 반이 바뀐 직후에 선생님이 반장을 뽑는다고 할 때의 미묘한 분위기. 그거와 같다. 나는 J반이라 반이 바뀔 기회는 없었지만.

「거기서 유키노시타―――교사, 학생회가 경의를 표하고 있는 교내 제일 재녀인 너를 보좌로 시키기 위해 봉사부에 찾아오지 않았어? 너는 그걸 봉사부의 의뢰로 받아들였고, 그녀의 보좌에 가장 적합한 부위원장의 자리에 앉았어. 아니야?」

「아니, 틀림없어. 사가미가 봉사부에 의뢰한 건도 포함해서.」

그렇다는 건, 의뢰 내용도 대체로 맞다는 건가.

누구라도 유키노시타의 협력을 받을 수 있다면 행동으로 나설 거다. 나도 사가미 미나미의 처지라면, 자기 스스로 입후보했다고는 해도 큰 역할을 맡을 자신이 없다면 봉사부에 갈 거다.
그러니,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이야기이자 지극히 보통인 흐름이다.

「그렇지만 너의 솜씨는 위원장의 직무를 앗아갈 수 있는 차원으로 유능했어. 실제로 문실에서의 네 활약은 내 귀에 닿을 정도였으니.」

스카우트 후 어떤 수완을 발휘했는지는 모르지만, 사가미 미나미로선 당황했었을 것이 틀림없다. 설마 자기 보좌로 뽑은 사람이 문실을 통솔하기 시작할 거란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겠지.

「그러나, 그 상황에서 니 언니가 등장했고 사가미 미나미가 선언했어. 그게 네 일 솜씨를 평가해서, 이 정도는 문제가 안 된다는 판단에서 빚어진 행동인지, 위원장으로서의 처지를 지키기 위한 발버둥이었는지. 뭐 어느 쪽이든 이걸로 문실은 제 구실을 못하게 되었어」

그 이후에는 내 조사대로, 전체의 6분의 1밖에 문실은 가동하지 않았다. 이젠 유키노시타에게 확인할 필요도 없다.
사가미 미나미의 돌발선언으로 인해 문실은 붕괴 직전 상황에 빠져 버렸다.

「그 결과, 너는 컨디션을 무너뜨렸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어? 어째서 너는 컨디션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일한 거야?」


[newpage]


백옥에 흠집 하나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런 유키노시타도 유일한 약점이 있다. 그건 체력부족이다.
체력 테스트 정도 되는 측정이라면 충분히 좋은 수치를 내지만, 직후 산소부족으로 쓰러져 다음 수업을 한 시간 가량 양호실에서 보낼 정도로 체력부족인 것이 그녀의 최대 약점이다.
사무적인 체력과 운동적인 체력이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격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도 문제는 그게 아니다.
원래대로 라면, 유키노시타는 이렇게까지 체력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대답하지 않아도 돼. 유키노시타, 어째서 너는 봉사부 두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았어?」

부위원장 위치에서, 사가미 미나미에게 좀 더 참여할 것을 촉구해도 요구해도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우수한 언니 앞이라 해도 계속 긴장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 자리에는 히키가야 하치만도 있었으니까.

유키노시타는 눈을 내리 떴다.

「……그 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히키가야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었고, 유이가하마는 문실이 아니었어. 둘 다 각자 일이 있었으니까, 나는 내 일을 했을 뿐. 지금 생각하면, 무척 어리석은 행위라고 반성하고 있어.」

「누군가 지적한 사람이 있었던 거네」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너는 혼자서 사가미 미나미의 서포트를 할 생각이었어. 토츠카짱 건과 비교하면 대응이 다른걸.」

토츠카짱은 봉사부에게, 약소 테니스부의 기폭제가 될만한 의뢰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유키노시타가 코치로,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토츠카짱과 같이 연습하는 방식으로 점심시간 같은 빈 시간을 이용해 연습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의뢰자의 문제를 자기 해결――――자력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 봉사부의 부활동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여름방학 때도(자세하게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활동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그 때도 역시 문제 처리를 상대의 태도에 맡겼다는 이야기를 토츠카짱에게 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가미 미나미 건은, 이런 사례들과 다르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

「마치 유키노시타가 직접, 사가미 미나미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가미 미나미가 봉사부에 의뢰한 내용은 모르지만, 언제나 토츠카짱 같은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하려고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이변을 그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히키가야 하치만에 이르러서는 문실 안에서 그녀를 보기까지 했을 것이다, 파파라치 자식이 보면서 알아챈 변화를 그가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유키노시타는 그에게 의지하지 않고, 히키가야 하치만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 사이, 유이가하마 유이가 무언가 둘에게 간섭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도출되는 정답은 단 하나.

「이걸로 확실해졌네. 그 때 봉사부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었구나.」

세 사람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것밖에 없다.

「그것이 해결되었거나, 또는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가 된 것이 둘의 병문안이라고 추리할 수 있어.」

세 사람이 품고 있는 문제가 뭔지는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세 사람 모두 토츠카짱의 때와 비교하면 뭉쳐있지 않았다―――아니, 병문안에 대한 전화를 걸었다는 점에서 유이가하마 유이와 히키가야 하치만 두 사람은 나름대로 뭉쳐있었겠지. 하지만, 유키노시타의 행동으로 보건대, 그녀만이 두 사람과 서먹해진 상태였었다. 사가미 미나미의 의뢰 전부터 그 상태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외로 심각한 문제였을 것이다.

「내 추리지만, 그 때 너의 과로를 누군가 지적했어. 그 때, 히키가야 하치만은 문실을 박살 낼 결의를 굳혔다고 생각해.」

아마도 두 사람은, 그녀가 혼자서 계속 달리다 쓰러진다 해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겠지.
혹은 세 사람이 품고 있는 어떤 문제에 한 걸음 내 디딘 모양새가 되었다 든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유이가하마 유이 쪽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학교 안에서는 봉사부 말고는 유키노시타와의 접점이 없다. 그녀가 유키노시타의 친구라면, 설령 문제를 품고 있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유이가하마 유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모르지만, 어제 고백을 보건대, 성실하고 솔직한 여자애 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대로 누군가를 보고 있는 여자애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유키노시타의 결석을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들었을 때…….


[newpage]


여기까지 듣고도 유키노시타는 놀란 얼굴 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히키가야에게 무언가 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와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약한 소리를 할 정도는 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아냐?」

유키노시타 같은 하늘에게 사랑 받고 있는 여자가 만약 약한 소리를 한다면.
그걸 듣고 움직이지 않고 배길 인간이 있을까.

그녀를 계속 본 남자의 처지이라면, 그 마음이 어쨌든 간에.

그런 그녀는 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또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너를 보고 있던 사람이 말했어. 유키노시타는 슬로건 건 전후로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라고 말이지.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해.」

두 사람의 병문안이 그 계기가 되고, 히키가야 하치만의 슬로건으로 그녀 마음 속에서 걸린 것이 사라졌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게 히키가야가 움직인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네. 하지만 그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스스로의 처지를 위험하게 할 정도로―――」

「이걸 감정적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야? 그래도 말이야, 히키가야 하치만은 모든 계산을 끝내고 행동할 정도로 이성적이야. 너도 그걸 깨닫고 있었겠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지.」

지금이야말로, 그 질문에 대답할 때다.
학생회실을 떠날 무렵, 그녀가 나에게 「조만간 알게 돼」라고 말하며 남긴 그 질문.

정말이지 군중심리 라는 건 정말로 악취미다. 아주 자그마한 이변이 생긴 것 만으로 많은 것들이 없었던 일이 된다. 여태까지 행동이 모두 쌓였는데도, 멋대로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루노 선배가 나에게 말했어――――최고의 지도자는 누구일까? 라고.
그 답은 우수한 톱도 참모도 아니고, 집단에게 불편한 존재야. 즉, 적이야.
이건 잘 굴러가지 않는 집단을 뭉치게 하는데 최고로 빠른 방법이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아니 이미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서 나는 이 답이 질색이다.

그것이 그의 행동의 진의라 하더라도.

평범한 수단으로는 질서를 되찾지 못하고, 유키노시타――――그리고 사가미 미나미를 본래 있어야 할 모습과 위치로 한시라도 빨리 돌려놓기 위해, 그는 『알게 했다』.

결과――――그는 사람 째로, 문실을 바꿔 버렸다.

「당신, 히키가야를 높이 사고 있구나.」

「아니 아니, 그는 프라이스리스 하기엔 살아 있다고 생각해. 자기의 가치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몰라야 가능한 봉사.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네. 그만큼, 그에게 있어 너와 유이가하마 유이―――봉사부의 존재는 큰 거겠지.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라 히키가야 본인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한테 말해봤자, 대답하기 곤란해. 그저, 히키가야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같은 단어, 들은 순간 코웃음 치며 궤변을 늘어 놓겠지.」

「아니, 유키노시타 라면 알아. 그 자리에서 그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강하게 받은 게 너니까. 누군가 질투할 정도로 만면의 미소를 그에게 지은 게, 코웃음 칠 수 있다는 그가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야.」

「……마치 내가 그의 행위로 기뻐하고 있는 듯한 말투구나.」

「사실이잖아.」

「어이없어 웃음도 안 나는구나」

「그 자리에서 웃었던 건 너희 자매 뿐이지? 그래서, 어때?」

「정말로 글러 먹은 남자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본인도 어이없는 듯 손에 쥔 팩음료 빨대에 입을 갖다 댔다.

「……뭐, 그런 걸로 해둘게.」

솔직하지 않구나, 라고 느끼면서, 나는 그런 그녀를 따스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순간 섬뜩한 눈초리를 받았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 없나 라고 생각하며 조금 웃어 보였다.

정말이지 이걸로, 슬로건 건의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이 건에 대해 말할 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 답은, 이미 나왔다.

남은 것은 마지막 하나.
가장 복잡하고, 가장 모호하고, 몇 명 정도의 온갖 생각이 교차한 문화제 이튿날이다.


[newpage]

마침내 옥상 사건을 파고들 때가 왔다.
여기서도 역시 사가미 미나미의 행동을 봉사부의 시점에서 쫓는 것이 제일이다.

「사진을 조사하고서 안 거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사진이 그 8장밖에 없는 것처럼, 사실은 사가미 미나미가 찍힌 사진도 그 정도밖에 없어.」

히키가야 하치만의 사진은 풍경 일부에 뒤섞여 파파라치 된 것인 반해, 사가미 미나미는 제대로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찍혀있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쪽이든 장 수가 적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학생을 찍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당일 성황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기록잡무 서류 속에서 당일 증원 요청서가 있었어. 이걸 보면, 이튿날에는 20명이 저마다 시프트가 짜여 있었고. 이 정도 인원수라면 각 구역마다 한 사람씩 배치해서 순찰도 가능할 정도네.
그 총 매수가 이천 장 오버. 하루 천 장이라고 해도, 역시 그 중에서 위원장인 사가미 미나미의 사진의 매수가 개회식·폐회식 때를 제외하면 그 정도밖에 없다는 게 묘해. ……이런 사정인데 무슨 일인지 알아?」

하야마 하야토가 말하길, 사가미 미나미는 반에서는 그럭저럭 인망이 있고, 활발한 성격이라고 한다. 그녀의 외모도 또한 좋은 편이다. 그림이 되는 소재로 그의 말 대로인 인물이라면 좀 더 다양한 장소에서 찍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장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은, 애초에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본인이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사가미 미나미는 문화제를 즐기지 못했던 게 아닐까?」

뭐, 지금까지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런 기분이 되는 것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 자신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피했다.

「문실에서는 자기 이상으로 유능한 너희 둘, 2학년 F반에서는 에비나 히나가 중심이 된 것을 보고, 어찌할 수 없는 열등감 속에서 문화제를 맞이한 게 아닐까?」

반을 소중히 여긴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그녀가 서고 싶었던 자리에는 에비나 히나를 중심으로, 미우라 유미코가, 유이가하마 유이가, 카와사키 사키가 있었다.
에비나 히나의 방침 상, 출연진은 남자가 메인이었으니 여자가 들어설 여지는 없었다.

문실은 문실 대로 자기 보다 우수한 참모, 혹은 최악의 적의 손에 문실이 생명유지 되었던 실적이 있고, 아군이었을 터인 언니는 그 두 사람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과 그녀들에게는 있고 자기에게는 없는 것――――이룬 것도 없는 데다가, 주변의 평가에 대한 패배감.

그렇게, 어느 곳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 채 사가미 미나미는 문화제를 맞이했다.

「그래서 그녀는 옥상에 있었다고 생각해. 축제의 소란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어딘가로.」

혹은 그 반대로,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보다 높은 곳에서 문화제를 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위원장인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할, 있고 싶어했던 드높은 곳에 서서――――.
이 도피와 동일 시 되는 것이 사가미 미나미가 옥상에 있었던 최대의 이유……라면 너무 돌직구이려나?

「거기에 나타난 것이 히키가야 하치만이란 건데, 중요한 건 이전이야. 이걸 봐 줘.」

나는 팜플릿을 유키노시타에게 받고서, 런치백 (설명 필요 없음) 에서 꺼낸 붉은 마커로 엔딩 세레모니 전 두 항목에 빨간 원을 그렸다.
졸업생 연주회와 서클 공연.
이 둘은 유키노시타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체육관에 있었던 때 행한 항목이다.

「다음으로 이 사진을 봐줘. 이걸로 사가미 미나미가 옥상에 있었던 정확한 시간이 산출되거든.」

유키노시타에게서 타블릿을 돌려 받고, 사진 폴더 안에서 유키노시타 일행의 라이브를 찍은 한 장을 표시한다. 그걸 유키노시타에게 보여주고는 파일속성을 열어 촬영 시간을 확인하고, 두 사진의 촬영 시간과 팜플릿 상의 타임스케쥴을 대조했다.

이건, 팜플릿과 실제 진행이 20분 이상 어긋나 있었다는 증거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녀를 옥상으로 불러 냈다는 『세레모니 개시 30분 전』은 정확하게는 『본래 개시 예정 시각의 10분 전』이 되네. 히키가야 하치만은 하야마 하야토의 라이브 도중 사가미 미나미의 수색에 나섰고, 옥상에 있던 그녀를 발견했다고 추측할 수 있어.
자, 실은 여기서 사가미 미나미에 관한 유력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그녀는 그 엔딩 세레모니 개시 전, 방송으로 호출 받았을 거야. 소문대로 라면 그는 그 때 이미 사가미 미나미와 함께 있었겠지만, 그건 방금 전 완전히 부정 되었고.
그럼, 어째서 히키가야 하치만은 옥상에 있었을까?
이건 간단해. 방송대로 그 또한, 사가미 미나미를 찾아 나선 것 뿐이야.
이렇게 되면 그가 세레모니 3분 전에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으로 불러냈었다는 소문은, 방송으로 호출하는데 걸린 시간과,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녀를 누구보다 빨리 발견했다는 것에서 빚어진 오해네.」

거기에 그는, 아싸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서 수색을 한다는 수단을 취할 수 없기에 수색 수단이 한정되어 있다.
만약, 내가 그의 처지라고 하더라도, 그녀의 사고를 읽을 수 없는 이상 찾는 것은 어렵다. 옥상에 있을 가능성을 떠올려도, 마구잡이로 수색한 후에야 갈만한 곳이다.
그런 걸 그는 시간적으로 거의 한 번에 맞춘 것이다. 정말로 대단한 추리력이다.

「거기서 그는 사가미 미나미를 설득했겠지. 그러나 사가미 미나미는 문화제에서 진 빚으로 정신적으로 한계였어. 평범한 설득으론 글러 먹었겠지. 거기에 하야마 하야토가 그녀의 친구를 데리고 찾아왔지만―――남들이 볼 땐 어떨까?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가미 미나미의 앞에 선 히키가야 하치만. 이래 서야 오해도 안 생길 수가 없지」

슬로건 건도 있고, 그런 오해를 살만한 이유―――동기도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 하야마 하야토의 존재가 이 오해를 부정했어. 여기부터가 중요해.」


 
[newpage]

하야마 하야토는 히키가야 하치만을 인정하고 있다. 또 사가미 미나미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가 스테이지에 선 동안 사가미 미나미를 호출하고 있었던 것도, 히키가야 하치만이 움직인 타이밍도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옥상에 들어선 후에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을 것이다.
그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성격을 숙지하고 있다. 호의적이지는 않다고 하나,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를 발견했다는 것에 적잖이 안심했을 것이다. 다소 오해를 살 상황이 보인다 해도 금방 수습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야마 하야토의 등장으로, 사가미 미나미를 끌어낸 역할은 그로 바뀌었어. 그렇게 되면 히키가야 하치만은 쓸모없어 지지. 솔직히, 사가미 미나미에게는 하야마 하야토가 백마 탄 왕자님으로 보였겠지. 어떤 설득이 오고 갔을지는 모르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거기에 개입했어.」

남들이 볼 땐 쓸데없는 개입으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슬로건 건처럼 그는 생각 없이 쓸데없는 개입을 하지 않는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이렇게 말한 모양이야―――『이런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너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으니 너는 나보다 최악이다. 비극의 히로인 기분 내는 것으로 치켜 세워지면 만족하는 건가?』―――라고. 소문으로 떠도는 말이지만. 뭐, 슬로건의 전례가 있으니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이전 같이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겠지.」

――――유감스럽게도,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슬로건 건에서도 결국에는, 그의 행동은 오해가 있지만 『없었던 이야기』에서 나왔다.
즉, 그 발언은 당연히 어딘가 비뚤어져 있어도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란 거겠지.

「그 말, 정신적으로 빈사에 가까운 사가미 미나미에게 있어 추가타, 아니, 쐐기가 박히는 한마디였을 거야. 자기 행동을 자각하고 있는 만큼, 비극의 히로인 기분을 내고 있다고 하면 그야 울겠지. 뭐, 그녀는 비극을 초래한 쪽이지만, 슬로건 이상으로 통렬한 빈정거림으로 그녀의 귀를 맴돌았겠지」

그렇다면 그건 약간 마일드하게 되어서 전파되었다고 봐도 틀림없다.

만약 그 소문이 사가미 미나미에 대한 동정을 불러오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이것 만은 묘하게 속이면 무덤을 판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하면, 실제로 했던 말은 좀 더 신랄했을 것이고. 사가미 미나미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제대로 된 말로 변화했었을 것이다.

「이걸 듣고서 지나칠 수, 아니 용서할 수 없었던 하야마 하야토가 분노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사가미 미나미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한 그 이상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무언가를 듣기 전에 옥상에서 떠나야 했겠지. 결과적으론 말이지.」

아마도, 하야마 하야토가 말한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은 히키가야 하치만을 막은 일이겠지.
옥상에 들어선 시점에서, 하야마 하야토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거다. 동시에 또한, 그는 사가미 미나미의 소행을 문실의 임시 멤버로서 봐왔다.
그녀가 그런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것 쯤은 이해하고 있었겠지.
말하는 쪽도 그럴만한 자격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그는 지나치게 사람이 좋다.

말하는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쐐기가 꽂힌 사가미 미나미를 버리는 건 할 수 없었겠지.
그래서 히키가야 하치만을 막았다.
남들이 보더라도 하야마 하야토의 행동은 올바른 것이다. 내가 같은 처지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도 자기 행위가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한 비난으로 발전한 것은 본의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말한 걸까.

자기가 옥상에 들어서지 않고,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역으로 사가미 미나미에게 확실히 쐐기를 박게 두었어야 할까, 어느 쪽이 정답인지 모른 채, 흔들렸을 것이다.

헤아려 달라는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다.

「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런 발언을 한 동기 말인데, 사가미 미나미가 위로 받고 있는 모습에 열 받아서, 쌓였던 불만을 폭발 시켰다는 거는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그는, 역시 또한 슬로건 건과 마찬가지로 한시라도 빨리 사가미 미나미를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게 아닐까. 이런 곳에서 사가미 미나미를 둘러싸 위로하는 것보다, 싹둑 잘라버리는 쪽이 좋다고 판단했어. 모양새는 둘째 치고, 그는 사가미 미나미를 돌려보내는데 성공했어.」

그 대가가 지금의 그의 처지이지만――――꽤나, 열심히 로비하고 다녔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도망치고 도망쳐, 그에게 모든 뒤치다꺼리를 맡기고서 마지막엔 쓰레기 취급이라니, 경박하기 짝이 없다.

나는 타블릿을 들고 일어나, 실내화를 고쳐 신고서 펜스 가장자리까지 걸었다. 교정이 보이는 위치까지 걷고서, 한숨을 내쉰 후, 휙 하고 유키노시타가 앉아있는 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이상이 문화제에서 일어난 소문의 전모야. 이걸로 모두 파헤쳐 봤는데, 뭔가 질문이나 실수라도 있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있지만, 지금은 이걸로 끝이다.
유키노시타는 빈 도시락 상자를 도시락보로 싸고서, 시트에서 일어났다. 그저 일어선 것 뿐인데 무심코 그녀의 모습에 눈이 홀렸지만, 그 늠름함은 눈을 돌린 순간 날아갔다. 유키노시타는 문에 기대고 나는 펜스에 기댄 모습이 되었다.

「아까부터 들으며 생각한 건데, 사가미나 옥상 건에 대해 어째서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일까? 나도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건 아냐. 이것도 저것도, 히키가야에게 진위를 확인할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심코 귀를 기울이게 될 정도의 늠름한 목소리로,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당연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 질문은 상정한 상태다. 나에게는 유키노시타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아니 아니, 이건 유키노시타가 상대가 아니면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으니까 말이지.
내가 F반에 들이닥쳤을 때, 히키가야 하치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대화와 분위기를 훌륭하게 백지화 시키는 놀라운 남자였거든. 그래선 그에게 추리를 선보여도 재주 좋게 얼버무리고는 적당히 빠져나가겠지. 하지만 유키노시타 라면 그럴 걱정은 없잖아. 유키노시타, 그 애하고 달리 성실하니까.」

「……나를 히키가야의 대역으로 쓰다니 좋은 배짱이구나. 나도 얕보인 모양이네.」

「대역? 무슨 말 하는 거야. 그와 가장 가까운 유키노시타가 아니면 들을 수 없기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어. 내가 그저 문화제의 뒷무대를 파헤치고 싶었다면 하야마 하야토에게라도 말하면 끝날 이야기야. 하지만, 나는 유키노시타에게 추리를 선보이고 있어. 의미 없이 이럴 리가 없잖아.
지금까지는 유키노시타도 내 추리를 모두 긍정하는 거지? 그것 만으로도, 유키노시타와 이야기할 의미는 있어.
아, 그리고 사가미 미나미의 행동같은 건 요만큼도 흥미 없어.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을 더듬다 나온 체크포인트에 불과해, 그녀는.」

뜻밖에도, 사가미 미나미에 대한 내 취급은 상당히 가벼워져 있었다.
그저께까지 그녀의 처지를 동정했었던 나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일으킨 소동 속에 사가미 미나미가 있었을 뿐, 그 정도로 그녀에 대해 무언가 생각하려 한다든가, 그런 건 일체 없다.
그래서 F반 교실에서 나는 그녀에게만은 시선도 말도 전하지 않았다. 필요 없으니까.

그것을 들은 유키노시타는, 팔짱을 끼고서 눈썹을 약간 움직였다. 그 표정 변화에 조금 등줄기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마지막 질문을 유키노시타에게 던졌다.

이것 만은 유키노시타 유키노 만이 대답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질문이다.

「그럼 질문할게――――유키노시타에게,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떤 존재야?」



[newpage]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히키가야 하치만이지만, 그런 그도 이것 만은 알지 못한다.
그를 가장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인물의 객관적 시점―――이것 만은 유키노시타 밖에 모른다. 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그 기간 동안, 문실에서 유이가하마 유이 이상으로 긴 시간을, 문제를 품고 지낸 그녀 뿐.

그것은 동기의 보강―――그의 행동원리의 해명과 똑같이 이어진다.

무상의 사랑을 코웃음 치는 말 뿐인 농담인가, 본심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걸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대답하는 쪽이 당신이 납득할 수 있을까?」

유키노시타는 집게손가락을 머리에 대고서 조금 곤란한 듯이 말했다.

「아니, 나 때문에 사양할 건 없어. 유키노시타가 생각하는 대로의 그의 인상을 가르쳐줘. 일련의 소동에서 그의 원동력일지도 모르니까, 그게.」

「거짓말이네.」

「……거짓말?」

「아무래도 당신, 여러 말 중에 골라서 나에게 무언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끌어내고 싶은 것처럼 느껴 진다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그저 같은 부활동 부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같은 대답으로도 당신은 납득하지 않을 거잖아.」

「그만큼 소동을 벌여 놓고서, 네 심경까지 변화 시켰잖아? 같은 부 일원이라는 것 만으로 인식이 그쳤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유키노시타, 얼버무리지 말아줘.」

「얼버무리고 있는 건 당신 쪽이야. 그 증거로, 당신이 처음부터 내 심경을 멋대로 정해 놓고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있어. 나는 한 번도 긍정한 적 없는데도.」

「조용히 있었던 쪽이 잘못한 거야.」

이 한마디로 분위기가 팽팽하게 긴장되는 소리가 들린다.
이에 유키노시타의 눈썹이 다시 조금 움직였다. 나도 다시 지지 않기 위해 두 다리를 확실히 지면에 붙이고 섰다.

「정곡을 찔린 거지?」

「당신의 발언을 분석하고 있었을 뿐이야. 착각도 유분수이구나.」

「그럼 두 사람의 병문안 때 약한 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거야?」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야. 당신 사정으로 내가 약한 소리를 내뱉었다고 하고 싶다면, 딱히 그래도 상관없어.」

……시원할 정도로 얼버무리네.
이런 말로 추궁해봤자 소용없다. 모두 『내 사정』으로 유키노시타는 넘겨 버릴 거고.

하지만 나는 처녀자리여서, 찰거머리 같고, 지칠 줄 모르는 여자다. 예 그렇습니까 하고 물러서진 않는다.

「좋아, 그럼 내 사정이란 녀석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게 할 뿐이야. 너와 그의 진짜 관계를 파헤치자고.」

네가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 품고 있는 감정을 말해주겠어.
적어도, 그와 그녀의 관계가 고작해야 『부원』의 인연은 아닌 것을 지금부터 증명해주겠어.

그것을 위한 비장의 카드를 지금,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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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녀석을 꺼내면 이제 비장의 카드는 없다.

여기가 승부처다. 또 하나, 그녀의 문화제 건으로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엔딩 세레모니 전, 딱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를 수색하러 갔을 도중의 이야기야. 체육관 스테이지에서, 어떤 밴드가 돌연히 나타났었지.
대단한 퍼포먼스 능력을 가지면서도 누구 하나 그 존재를 알지 못했고 그 소부고 문화제가 열리기 전까지 숨겨져 있었어.
―――통설로는, 문화제 최대 서프라이즈로 기획 되었다고도  해. 마치 환상처럼 덧없고 아름답고, 화려하게 사라져가는 문화제의 최후를 장식하려고 등장한 최후의 집단―――그게, 너희들이었어.」

유키노시타, 유이가하마 유이, 히라츠카 선생님, 메구리 선배, 하루노 선배라는 쟁쟁한 멤버로, 좀처럼 볼 수 없는 얼굴들이다.

「사실은 네 말 한마디에 결성된 즉석 밴드였었지. 문실 사람들 중 누구 하나도 듣지 못했고, 위원용 타임스케쥴에도 기재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야. 엔딩 세레모니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결성됐으니까 그야 당연했겠지.」

하지만 유키노시타를 비롯한 다섯 사람의 라이브가 없었다면 정해진 시각 대로, 아니 조금 늦지만 오차의 범주 안에서 엔딩 세레모니가 개시 되었다. 하지만, 유키노시타는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

이유는 물론, 종적을 감춘 사가미 미나미를 누군가 데려올 때까지 엔딩 세레모니를 시작하지 않게 하는 것. 부위원장의 제안과 학생회장, 담당교사의 협력이 있으면 이 정도 공작과 지연은 문실의 의지로 받아졌겠지. 나중에 누군가 이유를 물어봐도 적당히 얼버무리면 어떻게든 된다.

사가미 미나미가 저지른 짓을 말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뭐, 지금까지 증언과 자료들을 합치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이야기야. 추리할 것도 없어.」

이쯤은, 사실은 하루노 선배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희미하게 생각했었다. 유키노시타나 히라츠카 선생님 성격 상, 스스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엔딩 세레모니를 늦추리라 생각할 수 없고, 그리고 스스로 스테이지에 올라갈 정도로 나서지도 않는다. 뭔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도 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상황이 상황이라도, 네가 스테이지에 오를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것 만은 어찌해도 이해할 수 없다―――아니 다소는 상상이 가지만 유키노시타는 즉각 부인하겠지.
유키노시타는 다시 이마에 집게손가락을 대고서 골똘히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더니, 아아, 뭔가 짚이는 것이 있는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 모르는 거구나.」

「……?」

「문화제의 마지막은 전통적으로 서클 밴드 중에서 가장 관중 동원력이 큰 밴드를 초빙하는 것. 엔딩 세레모니로 이행하려면  이쪽이 학생으로서는 이동 효율이 좋잖니.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소부고 문화제의 프로그램은 조금 변칙적이라는 것 같아.」

이제 와서 내가 모르는 사실이 나타났다. 뭐야, 그거 전통이었어?

「그, 그런 거였어?」

「언니와 히라츠카 선생님이 말했으니까 틀림없지 않을까?」

「진짜냐고……우와, 나 너무 불행해…….」

……의외인 전통을 이런 곳에서 알아 버렸다.
어이 어이, 그렇다는 건 나, 하필이면 초 성황인 문화제의 초 페스티벌한 부분을 두 번이나 참가 못한 거냐고! 거의 모든 전교생이 달아올랐다면 그건 하루노 선배가 전설이 될 만하기도 하고, 그 하루노 선배조차 「두 번이나 놓쳐서 유감이네」라고 나한테 말했었고……!

「……그, 그럼, 유키노시타가 밴드를 한 건…….」

「그런 면도 있구나. 실제로 효과가 있기도 했고. 하지만 우리들 경우에는 어디까지나 무대를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통을 따른 거지만. ……아, 그러고 보니 당신, 그날엔 입원하고 있었지.」

「으, 응, 그래, 나참……. 그건 그렇고, 확실히 그렇다면 학생 대부분이 체육관에 모여 있었겠네. 사람 수가 줄어들면, 체육관 밖에 있는 건 사가미 미나미나 방송을 들은 실행위원만 있을 테고 수색도 쉬워지고. 그런 거야?」

「그 말 대로야. 당신도, 갑자기 내가 스테이지에 서서 기타를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발걸음을 옮길지 않을까?」

「그, 그야 병원 탈출 해서라도 보고 싶을 텐데…….」

무진장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네. 아니 그야 유키노시타는 미인이기도 하고, 이 정도로 명성이 드높으니 남자라면 전원 달려 가겠지, 엄청나게 달아오를 정도의 퍼포먼스를 했다면 이 정도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말할만도 하지……우우, 나도 지금이라도 진짜 보고 싶어.
어째서 추출해낸 데이터에서 영상자료가 하나도 없냐고. 기록잡무 일해라.

「우리들이 스테이지에 선 것 만으로 학교 안에 있는 사람을 물리는 것도 쉬울 거라고 금방 생각해냈었어. 그 대신, 교내 학생들 대부분을 체육관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퍼포먼스가 요구되긴 했지만…….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그런 빗나간 어리석은 가설은 버리렴.」

라며, 그녀가 갑자기 나를 견제했다.
이미 내가 꺼낼 말을 짐작하고 있는 듯한, 실제로 짐작하고 있기도 한―――말투다.
칫, 들켰나. 자매 모두 너무 잘 꿰뚫어 본다고. 라고, 무심코 독설을 토할 뻔했지만 꿀꺽 삼켰다.

「……확실히 뭐,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었고 납득할만한 이유였어. 하지만, 내 추리의 보충이 되었을 뿐이야. 역시 그 라이브에는 좀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았어?」

「……결국, 그렇게 말할 셈이네. 이 이상 헛수고하는 건 차마 볼 수 없어. 그만두렴.」

「글쎄. 지금, 내가 모르는 뒷이야기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부터 내가 말할 것도 유키노시타가 모르는, 알고 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라면 무승부야.」

하아, 그렇게 질린 듯한 한숨을 내쉬는 유키노시타. 그 행동 하나하나가 어째서 인지 그림이 되지만, 전에 말했던 것처럼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이미 다 읽어냈다, 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으로 보여서 단숨에 색이 바랬다.

그렇다면 그 감정을 재인식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내 이야기에 어울려 줘야겠어.

「시계열로 추리해 보면, 사가미 미나미의 방송 후에 멤버를 모아 밴드를 결성했다고 추측할 수 있어. 방송으로 호출할 정도로 시간이 급박했다면 말이지, 아마 방송은 서클 공연 전쯤에 했겠지.
그래도 사가미 미나미는 스테이지 뒤편으로 오지 않았다. 그래서 네가 스테이지에 섰지만, 이 건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건 하루노씨와,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야.」

「……굳이 물어보겠지만, 언니는 그렇다 치고 어째서 히키가야와 유이가하마가 나오는 걸까?」

「네가 모은 인물들은 모두 히키가야 하치만과 무언가 관계가 있었으니까.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이 유키노시타가 이 인원들을 모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이가하마 유이, 히라츠카 선생님은 봉사부라고 할 수 있지만. 하루노 선배는 어째서 인지 그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고, 메구리 선배는 문실에서 그의 일솜씨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이 정도 인원에 맞춰, 히키가야 하치만이 움직이기 시작한 타이밍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 연출을 담당한 자의 이름도.

「바로 히키가야 하치만을 보내기 위한 결성된, 유키노시타와 다른 이들에 의한 히키가야 하치만을 위한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목적을 수행할만한 멤버 편성과 무대까지 합쳐, 모두 네 프로듀스지, 유키노시타.」

히키가야 하치만이 유키노시타와 같이 무대 뒤편에 있었던 사실은, 방송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밴드 결성 순간에 그가 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말하기 나름이구나. 모두 우연히 가까이 있었을 뿐이야.」

「헤에, 뭐, 운영 측인 메구리 선배와 히라츠카 선생님, 유이가하마 유이도 2학년 F반 애들 라이브가 있었으니까 무대 뒤편에 이상하진 않지. 하지만 하루노 선배는 어떨까? 연주회가 끝나면 부외자는 무대 뒤편에 남아있을 수도 없고, 그 후에도 체육관 안에 남아있다는 보장은 없지. 네 쪽에서도, 다급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싫어하는 언니에게 부탁할 정도이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시간적으로 봤을 때, 거의 즉시 결단을 내린 행동. 거기에 관여한 것이 봉사부 두 사람이야.」

「즉 두 사람이 언니와 대할 수 있게 뒷받침했다고? 유감이지만, 나는 두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두 사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나는 내 의사로 언니와 이야기했을 뿐이야.」

「그 말로 충분해.」

다시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가 굳은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간파하는 듯한 시선을 계속 보내고 있다.

「충분하다고?」

「그래, 라이브 결성이 네 의지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히키가야 하치만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만약 그가 얽혀 있다면 하루노 선배가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돼. 그 사람이라면 무대 뒤편에 온 순간, 아니, 너에게 연락을 받은 시점에서 모든 것을 알아 차렸을지도 몰라. 히키가야 하치만에 관한 일이라면, 그 사람이라면 기꺼이 했을 거고.」

그만큼의 통찰력을 어제 보여주었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이 발언으로, 마침내 유키노시타의 표정이 약간 변화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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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어설펐다. 약간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다.

만약 손에 총이 쥐어져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을 정도의 적의와 명확한 분노의 감정이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표정조차 험하지 않은, 평소 그녀의 표정이다.

「언니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한 것이 내가 아니라 히키가야? 이렇게나 날 깔보는 발언을 한 건 당신이 처음이야.」

「……네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겠지.
그보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스테이지에 설만한 동기를 줄만한 건 히키가야 하치만을 보내는 것 말고는 상황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어.
유이가하마 유이의 존재도 크지. 그녀를 불렀다는 것은, 봉사부원으로서의 관계 이상으로 밴드 보컬을 담당해도 좋을 정도로 신뢰가 쌓여있다는 것의 증명. 나란히 설만한 사람이 있다는 든든함. 그녀가 지탱해주리라 믿었기에, 하루노 선배를 설득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뭐, 그게 떠 민 거라고 한다면 떠 민다는 거겠지.
자, 돌이켜 보면 너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큰 은혜를 입었어.
그에게 그것을 갚으려면, 이 문화제 기간 뿐이지. 그것이 라이브로 시간을 끌기 전의 말썽이었어. 자신에게 있어 메리트가 없는 빚을 언니에게 지면서까지,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진 사람들을 모았어. 부른 만큼, 그 신뢰를 다른 의미로 갚을 의무가 너에게는 있었겠지.
―――어떻게 생각해도 그에 대한 신뢰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야.
그리고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도, 너희들의 분발에 답하기 위해 한 거라고 생각하면 모두 납득이 가!
자 유키노시타, 이래도 너와 그는 『그저 부원』같은 담백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몰아붙이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청 높여 유키노시타에게 따졌다. 이걸 긍정이라도 하려 한다면, 거짓말로 감정을 감추려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은 용서 못한다.

「이제 확실히 말할게, 그의 일련의 행동 또한, 모두 유키노시타를 위한 것이었어.」

「……….」

나에게 적의를 보내며, 유키노시타는 침묵을 지켰다.
격한 감정을 계속 보이고 있다는 것은, 내가 말한 것이 나름대로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결정타를 더 날려 본심을 끌어내 주겠어.
그게 싫다면, 내가 대신해서 말할 뿐.

「총명한 너라면 알고 있겠지. 그의 행동에는 자기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만약 모르고 있었다면 지금 말할게. 모든 것은 너를 위한 행동이었어. 너를 위해서, 너를 생각한 끝에 한 행동이야.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화제에서 일으킨 행동들에는 공통되는 인물이 꽤나 있지만, 그 중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너야. 무엇보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움직일 때마다 유키노시타의 도움이 되었다고.」

슬로건 건에서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유키노시타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옥상 건도 그렇다.
돌려보내는 역할은 하야마 하야토에게 넘어갔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이 가장 먼저 사가미 미나미를 발견했고, 그것은 책략 끝에 스테이지를 만든 그녀들의 신뢰에 답하는 형태가 되었다.

이것들은 결과이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변하지 않는다.

또 그는 자신이 일으킨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누구를 최우선으로 도울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는 일찍이 너와 테니스 페어를 짠 경험으로, 네가 체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야. 네 약점을 알고 있었기에, 재빨리 문제 해결에 나섰겠지. ……지금같이 비난 받을지는 몰랐겠지만.」

그렇다 해도, 슬로건 건으로도 상황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만약 그가 사가미 미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래도 그녀는 분명, 그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지 않았을까?

「너희들의, 너의 신뢰에 답한 거야. 그것 만은 확실해. 네가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지금에야 말로 결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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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화제는 실수 투성이 문화제야. 문실 태반은 땡땡이를 쳤고, 그로 인해 너는 컨디션을 망가뜨렸지, 히키가야 하치만은 거짓말 투성이 소문에 시달리고, 프로그램 마지막에 사고가 일어나기까지――――어떤 의미로, 사가미 미나미에게 철두철미 난자 당한 문화제가 되어버렸어.
하지만, 거기서 생겨난 모든 잘못과 마주 보고, 스스로 고치고, 이어나가고, 발전시킨 것은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 두 사람이야.
봉사부 세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음에도 너희들의 관계는 붕괴하지 않았어.
아니,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을 테고 오히려 더 강해졌겠지!
지금까지의 행동, 증거, 증언, 시간, 분위기, 결과, 그 모든 것이 말하고 있어!
너희 두 사람은 서로를 강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며, 강함을 인정한 사이라고! 그런 건 그저 부원일 뿐인 사이가 아냐!」

이렇게까지 갔는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제 아무리 그녀가 얼음의 여왕님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팽팽히 조이는 분위기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끓어오르는 무언가는 반드시 있다.
완벽하게 보이는 그녀라도, 나와 같은 고등학교 2학년 여자니까.

「그게 현저히 드러난 것이 이튿날 아니야?
히키가야 하치만의 봉사 결과가, 네 문실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문화제 이틀째를 보여주고 싶어서 히키가야 하치만과 함께 있었던 거 아냐?
문실에 틀어박히고 패션쇼에 나오지 않은 건, 사실은 히키가야 하치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편해서 그랬던 거 아냐?
히키가야 하치만이 너의 스토커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인컴을 듣던 녀석들이 무심코 참견할 정도로, 자신과 질투 섞인 소문이 나돌 정도로 그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있었던 거 아냐?」

유키노시타가, 히키가야 하치만이, 문화제에서 일으킨 모든 소동의 동기.
이것이, 나의 답.
소부고 문화제를 총평하며, 드높이 외쳤다.

「네가 이 옥상에 찾아온 것도, 사실은 내 공작 결과가 아니라, 내가 고백 같은 말로 히키가야 하치만을 옥상으로 불러낸 게 그 이유 아니야?
그렇게는 못 둔다면서, 나에게 선수를 치러 온 게 아냐? 유키노시타는 사실 히키」


「――――괜히 기대했어.」

내 말을 덧씌우 듯이, 그녀가 내뱉었다.

계속 불고 있던 바닷바람이 한순간 끊긴 그 때, 무척 아름답게, 갑작스레 믿기 어려울 정도인 본질을 꿰뚫는 것 같은 목소리.
냉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는 생각을 포기하게 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 모든 것을 제압할 정도로 아름답고 영리한 소녀가, 시선을 떨어뜨리고, 눈썹을 찌푸리며, 미간을 좁히고 서 있었다.

「이제 됐어, 말하고 싶은 건 모두 이해했으니까. 이 이상은 쓸모없어.」

지금까지와는 달리, 유키노시타의 표정에서 분노의 빛이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마음 구석까지 한순간에 얼려 버릴 것 같은 강렬한 냉기가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무나 큰 감정의 낙차에 목이 메었다.
F반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끝을 모르는 공포. 아니, 그런 건 이미 장난 수준이고 비교조차 우습다.
말할 수 없는 공포가 돌연히 찾아왔다.

그대로 팔짱을 끼고서, 나를 타이르듯 유키노시타가 말한다.

「그만큼의 정보를 가지고도, 단락적인 결론에 이른 거네.」

마치 무언가를 완전히 포기해버린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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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사흘 조사해서 여기까지 추측할 수 있었던 것은 칭찬해줄게. 아니, 정확히는 하루 반일까. 그 정도로 거기까지 조사할 수 있었던 데다, 히키가야의 행동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이 나올 거 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그 부분은 솔직하게 칭찬해줄게.
그래도, 답 맞추기라고 해야 할까?
그러네. 히키가야에 대한 소문을 부정 한다고만 한다면, 당신의 추리는 대체로 정답이야.
히키가야는 문실을 땡땡이치지도 않았고, 사가미에게 불쾌한 짓을 하지도 않았어. 내 스토커도 아니었으니까, 조사 능력에 관해서는 합격점을 줄게.

그래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개인적인 감정을 끼워 넣은 것이 네 실수야, 탐정.

쓸데없는 것만 생각하지 않았다면 든든한 아군이 되었을지도 몰랐을 텐데 정말로 유감이야.」

그녀의 눈에 이미 적의 따위는 한 조각도 없었다.
그저, 불쌍한 사람을 보는 듯한, 잔혹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다가온다. 마치 빙산 같은 거대한 냉기 덩어리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섬뜩한 감각이 피부에 퍼졌다.

「당신은 내가, 그리고 그 또한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와 나는 그런 사이가 아냐.

―――이제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친구조차 아냐.」

라며, 정말 담담하고, 평온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는 말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내 추리가 막 부정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잠깐.

지금, 유키노시타는 『친구조차 아냐』――――그렇게 말한 거야?

……그럼, 뭔데?
친구조차 아니고, 친구 이상의 관계에 이른 것도 아니고, 그저 부원 사이라는 것도 아니다.
그럼 두 사람은 그저 아는 사이――――?
아니, 그럴 리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어디 있겠냐고.

포기할 줄, 모르는 거 아니냐고.

「정확히는, 친구가 된다니 있을 수 없어. ……라고, 막 말할 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생각하는 감정으로 반드시 발전한다고 하기는 어렵네.」

――――있을 수 없다고?
이 정도 신뢰를 쌓아 놓고서, 있을 수 없다, 라니.
달리 할 말도 있을 텐데, 그저 아는 사이라고?


「지금까지 무슨 생각으로 문화제와 히키가야를 조사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말한 동기와 총평은 당신이 쓴 소설에서나 존재하는 형편 좋은 이야기에 불과해. 재미있는 책이나 놀이를 찾아 다른 사람을 휘말리게 하는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나에게 그것에 동의하게 하려고 한 시점에서, 당신의 총평은 틀렸어.
주관과 아집에 사로잡혀,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결론을 내지―――그것이 당신의 추리의 정체. 초등학생 독후감 쪽이 나은 편이구나」

다시 한번, 내 추리가 내 멋대로 한 것이라고 단언하고는, 총평조차 잘못됐다고 한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얼어붙어 버릴 듯한 내 몸이었지만, 이내 그녀의 언동에 의해 점점 몸에 열이 돌아오고, 녹는점을 넘어, 끓는점조차 한순간에 뛰어넘어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제 억누를 수 없다.

이 나의 총평이, 여기까지 해온 모든 것이, 초등학생의 독후감 보다 못할 리가 없잖아.

.....틀린 것은, 유키노시타, 너야!


[newpage]


「내 총평이 틀렸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그 라이브에서 너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네가 10분 이상 기타를 계속 연주했던 것은 어째서야?! 그럴 체력도 없는 주제에!
싫어하는 언니에게 빚을 지면서까지 불렀던 건?
모두 그를 위해서 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히키가야 하치만을 보냈다는 건, 그에게 빠져있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그렇기에 너는 그를 위해 라이브를 했어! 그가 반드시 사가미 위원장을 단상으로 데려올 거라고!
아니, 스스로 꼭 단상에 서게 해 달라고! 히키가야 하치만이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런 확신을 가지고 너는 스테이지에 섰을 거야!
그가 누구보다도 빨리 사가미 미나미를 찾아낸 것이, 그 신뢰의 증거야!」

더는 물불을 가릴 필요가 없었다.
이 정도로 증거가 있으면서도 부정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갑자기 들켜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부정하려는 초등학생 수준인 사람이? 그쪽이야말로, 다른 사람한테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잖아! 내가 독후감 수준의 꼬마? 자기소개겠지.

「……모두 추측이잖니. 나는 무엇도 긍정하지 않았으니까.」

「아아, 유키노시타가 말하는 대로, 내 이야기는 추측이고, 그 라이브 전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상상할 수 밖에 없어.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에게는 그럴 이유가 있었어. 그게」

「날 좋아한다, 라고? 미안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 고군분투한다니 그거야말로 웃음이 나올 일이구나. 히키가야가 그런 주변 머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주변머리가 없다고? 하, 유키노시타, 자기가 얼마나 도움 받았는지 알고서 말하는 거지?」

「그거와 연애 감정을 같은 선상에 취급하는 쪽이 어찌 된 게 아닐까. 알고 있기에, 히키가야에게 주변 머리 조각조차 없다고 말하는 거야. 애초에 당신이야말로 그의 무엇을 안다는 걸까? 어차피 자료와 사람에게 들은 것 만으로 그를 『안다』라니, 바보 같은 것에도 정도가 있지 않을까. 그럴 거면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사람들과 뭐가 다르다는 걸까?」

「그런 농담으로 그런 녀석들과 같은 취급을 받다니 뜻밖이네. 그럼, 네가 앞으로 그를 좋아하게 될 일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 거야?」

「논점을 흩뜨리지마.」

「아니, 흩뜨리지 않았어. 설령 히키가야 하치만이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는 달라. 그도 그럴게, 남의 일로 이렇게 열 받는 유키노시타를 보는 건 처음이라고? 히키가야 하치만을 평범한 부원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쯤, 지금의 네 모습을 보면 일목요연해.」

「그것도 억측이야. 망언도 적당히 해줬으면 한다만」

「시끄러워! 유키노시타, 똑바로 대답해! 아무리 필사적으로 부정해도, 너는 히키가야 하치만을――――!」

「응, 그러네. 당신 말대로.


나는 지금, 히키가야를 무척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제 만족했을까. 잘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게 했구나.」


구역질이라도 내뱉듯이, 유키노시타는 그 감정을 부정했다.

……웃기지 말라고 그거야말로 진짜――――!

라고.
말하려고 할 찰나, 전율이 느껴졌다.

유키노시타에게서, 아까 전 받았던 강렬한 적의 이상의, 이미 살의라고 할 만한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예리한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운 칼날 같다. 유키노시타는 그저 팔짱을 끼고 나를 째려보고 있을 뿐인데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있는 기분이다.

「큭……!」

비명을 내뱉을 것 같은 입을 막는다.

스윽, 급격히 식어가는 가슴 앞에 주먹을 대고서, 조금씩 냉정을 되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자신이 처음부터 준비했던 대답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그 자세.
사실을 쫓고 의뢰인에게 알리는 것이 당신에게 있어 탐정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만.
하지만, 지금 당신은 어떨까?
아무리 사실을 제시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배제하고, 그저 자기의 기분을 만족 시키기 위한 답을 나에게 말하게 하려는 것뿐. 자기의 이념을 잃어버린 탐정을, 누가 탐정이라고 부를까.
지금의 당신은 내가 아는 J반 친구도 아니고, 진상의 탐구자도 아냐.

아아, 마침 적당한 호칭이 있었구나.

―――탐정소녀.

F반에서 말한 호칭은 유이가하마에게 들었어. 어머, 처음부터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그 높은 자기분석 능력에는 감탄해 줄게. 나도 동의해. 수사능력은 높을지라도, 자기의 신념을 깔끔하게 왜곡하고, 잘못된 결론을 사실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당신에게는 적당해.」

그녀의 한 마디 할 때마다 한 동작을 취할 때 마다, 내 눈 앞이 바래져 간다. 그것을 배경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잘도 울려 퍼졌다.

……내 깊숙한 곳에 있던 무언가에.


[newpage]

확실히 귓가에 들렸을 텐데, 알아들을 수 없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 만은 알았다.
나는, 탐정으로서의 나의 의무를―――나 자신의 손으로 버렸다고, 그렇단 말?

그럴 리가, 없다.

차가워진 머리로, 유키노시타가 내뱉은 말들을 멋대로 반복 시킨다. 멈춰, 멈춰, 멈춰―――라고 생각할수록, 생각나는 말들.

「당신이 기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아서 유감이야. 하지만 이게 진실. 일찍이 당신이 찾고자 했던 흔들림 없는 단 하나의 진실이야. 이걸 인정하지 않는 한, 당신은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겠지.

그래도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면, 다시 한 번 묻겠어.
당신의 최종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말해 보렴.」

「……나, 나는」

무언가가 입 밖으로 나오려다, 멈춘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대체 어째서 히키가야 하치만을 이렇게나 조사하게 된 거였지?

처음은……그래, 그가 어째서 비난 받고 있는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문화제의 뒷무대를 더듬어갈 때마다 그의 양면성을 발견했다.

조사하면서, 그가 일으킨 행동이 세상을 바꾼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의 봉사를 알게 되자, 소문대로 싫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단 한 명 비난을 해 대도 누구도 그를 몰랐다.

그래도, 그런 그를 점점 알아가는 우월감과 탐정으로서의 행동에 충실을 느끼는 자신이 있었고.

그런데, 나는 결국, 모든 것을 알고서 무엇이 하고 싶었던 걸까.

탐정으로서가 아니라, 의뢰인으로서, 나는 결국 무엇을 바라고 있었지?

정말로 바라던 것은 사실 뿐이었을까?

빙글빙글 머릿속을 도는 말들이, 냉정해진 머리에 과부하를 건다.

그 가운데, 기억 속에 갇힌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중학교――――이제 와서, 어째서 생각나는 건데. 기다려, 지금은 잊어야 할 과거를 떠올릴 때가 아니다.

그런데도 기억과 히키가야 하치만의 모습이 겹쳐져 보이는 것은 어째서인데.

「당신은 결국, 어떤 목적도 없이 조사를 하고 있었을 뿐이네.」

「아ㄴ―――」

아니다,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위해서, 일찍이 가두었던 기분을 위해, 히키가야 하치만과 그 소문을 조사했던 것이 아니다.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어떻게 보았는지, 유키노시타는 한숨을 내쉬고서, 조금은 진정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 이 이상 잘못된 답을 내지 않기 위해서 라도 당신과 답을 맞춰 볼게. 저기, 히키가야가 투표 결과를 나에게 그대로 알렸다면, 사가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당신이라면, 어떨 거라고 생각할까?」

그런 간단한 것을 당신이 모를 리가 없어, 라고 덧붙이며, 이번에는 유키노시타가 나에게 『답』을 물어보는 쪽으로 돌아섰다. 헝클어진 머리인 채, 들으면서, 생각했던 대답을 말한다.

「……사가미 대신 유키노시타가 맡았겠지.」

「그래, 하지만, 나와 그가 봉사부라는 것, 사가미가 봉사부에게, 아니 나에게 의뢰를 했다는 것을 잊고 있어.」

「……잊지 않았어. 그게 어쨌다는 건데?」


아무래도 생각해도 요령은 전혀 없는 힌트다.
이제 와서 사가미 미나미의 의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녀가 의뢰한 것은 유키노시타를 자신의 보좌로 하는 것. 그 이외엔 없다.

……아닌, 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시타가 다시금 싸늘한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불쌍한 사람을 보는 듯이.

「―――정말 어째서 그렇게까지 조사해 놓고도 모르는 걸까. 히키가야가 행한 행위는 절대 날 위해서가 아니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렴, 히키가야가 행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newpage]

「그녀가 위원장으로서 얻었어야 할 충실감, 의무감과 책임감, 그리고 좌절.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를 모두 내가 얻어버려. 이래서는 사가미의 의뢰는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그녀의 문화제는 끝나버렸겠지.」

「……그런 거, 자업자득이잖아. 결과만 채간다는 형편 좋은 이야기, 참을까 보냐. 그것도 모자라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비난까지, 아무리 자기가 사랑스러워도 그래야 하는 거냐고……」

「맞아, 진상을 안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해도 무리가 아니겠지. 하지만, 만약 이게 알려진다면? 당신과 같은 의견인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녀는 어떻게 될까?」

「하루노 선배 회의록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자업자득이라고―――」

거기서 나는 말을 멈췄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뭔가 중대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하고.

어찌지 못한 그 실수에, 내 추리를 근본적으로 흔들게 한 무엇인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 연관성을 유키노시타가 풀었다.

「히키가야가 없었다면, 당신은 사흘도 걸리지 않았겠지?」

「뭐……!?」

아주, 정확하게.

잠깐, 기다려.

내 사흘 간이 없어진다는 건――――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조사했던 나날이 없어진다는 건, 즉, 계기가 된 소문이라는 이유조차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에게 쓸데없는 짓――――사가미 미나미를 막지 않았다면, 옥상에서의 사건이 없었다면.

유키노시타가 포기해 버린 일을 수습하고 끝내 버렸다면.

엔딩 세레모니가 끝나면, 문화제도 끝난다. 동시에, 문화제 실행위원도 해산한다.

그렇게 되면, 위원장인 그녀는 어떻게 되는가?

더 이상 어디에서도 자신의 오명을 씻을 기회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 히키가야 하치만과 사가미 미나미의 입장은 역전된다. 하루노 회의록이 풀렸을 때와 같이.

사가미 미나미는 문화제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자기가 저지른 짓에 시달리다, 마지막에는 그녀의 실패 모든 것이 문화제에 관련된 모든 학생들에게 퍼질 것이다. 역대 최고로 달아오른 축제의 발목을 잡았다면, 누구도 입 다물고 있진 않을 거다.

그것이야말로 현재, 히키가야 하치만이 처한 상황과 같다.

그의 스텔스 능력으로도, 그의 교실 내 입장은 위험한 상태다. 문화제의 표적이 되어야 하는, 히키가야 하치만 보다도 그녀는 그 중압 이상의 부하를 정말 견딜 수 있을까?

아니, 그래도, 잠깐, 잠깐만.

이렇게나 잘 굴러가고 있는 거야?

그의 행동은, 그 후의, 마치 지금의 상황마저 예측한 후의 행동이었다는 거야? 이렇게 될 것을, 예측하고서, 알고서, 그럼에도,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내가 당황하고 있는 것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유키노시타는 확신에 차며 말했다.

「이제야 알아챘구나.」

온화한 말투였다. 길고 긴 길을 걸은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와 같은, 안도의 목소리.

「그, 그럼, 히키가야 하치만은 최후까지 어떻게 될지 전부 안 채―――이렇게 될 것을 바랐다고 하는 거야?」

「그는 부정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믿을 수 없다.

혹시, 하야마 하야토가 말했던 것은 그런 것이었어?
쓸데없는 일의 진정한 의미는, 히키가야 하치만이 스스로 나선 것을, 그 결과, 이렇게 된 것을, 하야마 하야토 역시 알고 있었기에, 그래도 상황적으로 가담할 수 밖에 없었고, 흙탕물을 뒤집어씌울 수밖에 없었던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었나!
그래서, 그렇게나 시간을 들여서, 헤아려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거였어―――!

그 외에도 이 사흘 간, 아니 어제 만난 사람들이 말한 히키가야 하치만의 모습에 대한 것도 엄청난 속도로 설명이 된다.
토츠카짱이 「조금은 의지해줬으면 했어」라고 말한 이유도, 메구리 선배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하루노 선배가 어째서 그렇게나 히키가야 하치만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도, 하야마 하야토가 분노하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도, 모두 설명이 된다.

「진짜 이유는 시간 제한이었어.
이건 나도 『추리』한 것이지만. 만약, 문화제가 끝을 맞이하는 도중 호의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이 찾아 준다면, 그녀의 눈에 그 사람은 어떻게 비춰질까. 만약 사가미가 호의적 감정을 품고 있는 하야마가 먼저 만났다면 설득은 확실히 최고였을 거야. 히키가야 같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 찾아온 직후라면 더욱 더. ―――아마, 하야마는 실패의 연속이었던 사가미를 위로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녀는 그 시간을 끌었겠지. 되도록 오래, 하야마에게서 상냥한 말을 듣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나나 유이가하마가 엔딩 세레모니까지 시간을 끌 수 있었던 건 연주할 수 있었던 곡 문제로 10분이 한계였어. 하야마도 내심, 그런 그녀의 태도에 초조해 하고 있었겠지. 실제로, 사가미가 돌아온 것도 상당히 빠듯한 시간대였다고 무대 뒤에 있던 에비나가 보고했어.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히키가야가 서둘러 끊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타이밍이었다는 거지.
그 후엔 당신이 생각한 대로, 그는 일부러 악역을 연기했지.
가해자가 되는 것으로, 사가미는 피해자가 되었어.
무대 뒤로 돌아 왔을 때의 그녀는 그런 존재였어. 눈이 썩은 남자에게 매정하게 상처 받은 훌륭한 피해자.
본래 사가미에게 향했어야 할 혹평을 자신이 안고서―――사가미를 피해자로, 어물쩡 구해버렸던거야.
만약 그의 행동에 동기를 설명하고자 한다면……시간이 없었어. 그 뿐이야. 그리고 당신이 말한 『누군가를 위해서』한 행동이 아니냐는 질문은 진부한 답이긴 하지만, 나보다 사가미를 구하려고 한 행동, 이라고 정의 내리는 쪽이 정답이겠구나.
히키가야는 히키가야 자신을 위해서 움직인 결과, 사가미까지 구해버린 것에 불과해.
의도한 건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그건 나도 단언할 수 없어.」

놀라고만 있는 나에게, 답이 휙 하고 『내려』왔다. 하나하나가, 이것이 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론이든 뭐든 준비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답이었다.

부위원장인 유키노시타가 단상에서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위원장인 그녀가 책임을 버렸다고 암암리에 전해진다―――아니, 사전에 있었던 방송과, 그녀의 소행들을 생각해보면 금방 『전해져 버린다』.
그리고 문화제가 끝나면, 거기서 그녀가 잃은 명예와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게 된다. 돌아갈 장소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축제 후,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은 것은 자기중심적인 비겁자라는 오명과, 신뢰와 입장, 그리고 자신감의 상실.

기다리는 것이라고는 타락과 자기 혐오만 남은 암담하고 험한 길 뿐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서―――아니, 입장 그 자체를 대신한다면, 아니 빼앗아 버린다면?

개의치 않고 걸어갈 수 있다는 듯한 돌진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면?

「히키가야는 언제나 그렇게 문제 대처를 해. 중요한 때일수록 결코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상대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버리고서는, 마지막엔 자기가 책임을 멋대로 짊어지고, 상처를 떠맡아, 사람들의 말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 척을 해―――그렇게 누구든 구해버리지.
문제 그 자체를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한다. 그런 방식 뿐. 오해도 탄식도 듣지 않고 정색도 도망치지도 않게 만들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 그런 주제에 히키가야는 결코 칭찬 받지 않으며, 발길에 차이고, 규탄 당하고, 탄핵 당하고,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고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히키가야는 그렇게 사람의 약함을 긍정해.
자기도, 다른 사람의 약함도.
그런 사고방식을, 한때 나는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당신의 추리와 내 추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이해의 차이야.
알겠니? 이것에 연애 감정 따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존재할 리가 없어. 히키가야가 저지른 일련의 사건의 결과에 탄식하고 연애 감정으로 미담으로 만들려는 그 안이한 생각, 용서 이전에 그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총평이, 총평이 아닌 거야.
……라고, 유키노시타는 단언했다.


[newpage]

「히키가야의 행위를, 당신도 결코 칭찬해선 안 돼. 그의 행위는 어찌되었든 누군가를 상처 입힌 것은 사실이니까, 규탄 당하고, 탄핵 당해야 마땅한 것을 이해하렴.」

「……그건, 지금의 그의 상황을 용납한다는 거야? 유키노시타도, 그런 거야?」

「어리석은 질문이구나. 어떻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럴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히키가야의 비겁한 부분이니까.
예를 들어 당신이 행동을 일으켜도, 드러난 부분이 늘어날 뿐이지 사실이 변하진 않아. 그 경우 히키가야도 또 변변찮은 방식으로 대처할 거고, 결국 무의미해. ……사가미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이 책임을 물을 생각이지만, 나는 내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결착을 내겠어. 언니나 당신의 방식 만은 결코 하지 않아.」

「……!」

그런 말을 하길 원치 않았다.
그럼 이제 어찌할 방도가 없잖아. 이런 결말로는 내가 조사한 것에 의미 따위 정말 아무것도 없잖아.

「……이상해, 이상하잖아. 이런 건 봉사가 아냐. 이미 헌신이라고.」

혹은 희생.
봉사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큰 자기를 깎아내는 방법.
문화제에서 일어난 일을 문화제에서만 돌이킬 수밖에 없다고 해도 모두 사후약방문이다. 아무리 불합리한 결과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요구하는, 부조리한 결말.

나는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있을 여력도, 다가오는 유키노시타를 마주 볼 기력도, 지금의 나에게는 없다.

「헌신, 이라……. 하지만, 오늘의 당신의 행동은, 그것을 짓밟는 것이 아니었을까?」

듣고 나서 처음으로, 움찔 했다.

……그렇다, 유키노시타가 말한 대로다.
그녀도 말했다. 내가 F반에 다녀온 후 수업이 되지 않았을 정도였을 거라고.
내 행위는 그를 조소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이상, 나쁜 의미로 주목을 받는 것은 나 말고도 누구도, 아니, 나조차 그런 것은 바라지 않았다.

「히키가야만이 아니라, 유이가하마까지 말려들게 했어. ……이 정도로 머리가 아픈 날은 처음이야.」

――――유이가하마, 유이. 그래. 나는, 그녀가 그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그 마음을 이용했다.

누군가를 말려들게 한 행위.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소행이다. 탐정을 자칭하기 이전의 문제다.

마지막 한마디는, 탐정소녀라는 존재에 쐐기를 박기엔 충분했다.

「그거, 빌릴 수 있을까.」

허락을 하기도 전에, 검은 타블릿이 내 손에서 벗어난다.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텅 빈 손만이 싸늘한 아스팔트의 감촉을 느끼고 있다.
타블릿으로 유키노시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들 것도 없다. 분명 하루노 회의록이 있는지 찾고 있는 것이겠지. 애초에 그 자료 자체가 내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부 통째로 지워 버렸을지도 모른다.

「언니의 회의록, 복사를 했다면 그것도 지우렴. 그건 당신이 갖고 있기엔 너무 무거워. ……나는 지금부터 유이가하마에게 갈 거니까, 타블릿은 레저 시트 위에 두고 갈게. 그리고……뭐라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조금은―――」

무언가 한마디, 유키노시타는 나에게 말하고서 등을 돌렸다. 규칙적인 실내화 소리가 다시 귀에 들린다. 그것은 점차 더욱 멀어졌고, 문 소리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남기고 갔는지, 듣지 못했다.

옥상에 있는 건, 나 하나.

이제 더 이상 문화제를 조사할 수도 없고, 조사해야 할 안건도, 없다. 그러니까 여기서 끝이다.

아아, 최악이다.

확실히 진실의 자취는 누구라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달린 끝에 찾아낸 진실이, 그 사람의 뜻에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내가 도달한 진실은 내가 생각한 정도로 상쾌 통쾌하고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유키노시타가 말한 대로, 나는 탐정소녀로서 막다른 결론을 내고 말았으니까.

그래도 내 결론을 끈질기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는 유키노시타를 위해 움직였다. 이건, 지금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생각해낸 것이었다.

이것이 더 합리적이고 드라마틱 하지만, 그의 진의와는 다르다.

누군가를 구한다.
그것 뿐이다.
유키노시타도 사가미 미나미도 관계없다. 그는 그를 위해 움직인다고 유키노시타는 말했다.

그래서일까, 히키가야 하치만의 업적은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겠지.
보일 수도 없고, 보여서도 안된다.

이 나조차, 학생회실에 잠입해서, 하룻밤 동안 자료를 보고,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도착한 경지였다.
그래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렇다면, 이젠 무리다. 히키가야 하치만의 나쁜 소문은 발을 디디면 그것 만으로 나쁜 기분이 되어버리고, 한심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이외의 해결책은 없다는 것에 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야말로 그가 바란 상황이며, 가장 불화를 일으키지 않는 분위기이며, 그리고 누구도 상처 받지 않는―――그것이 형편 좋게 굴러가는, 오해와 기만을 긍정하는 세상의 완성이다.

나는 그 세상을 부술 수 없다.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어찌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어느새 우중충한 회색으로 가득 찬 하늘처럼, 기분이 더 나빠졌다.

하늘을 올려다 보던 중, 내 뺨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아무 말 없이, 흘러간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점점 늘어나고, 아스팔트에 무늬를 만들며 메우기 시작한다.

출입문과 그렇게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도, 대량으로 떨어지는 비 때문에 문이 보이지 않았다. 뺨을 타고, 어깨에서 스커트 뒤쪽까지 흐르는 물이 순식간에 교복을 적신다. 문득 보니 옥상에는 몇 개 정도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비 안 온다고 했잖아……」

젖어 가는 교복. 빨리 물을 닦아내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다음 시간으로 나가야 하는데도, 금방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조금만 더 젖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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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감상을 말하자면 작가가 생각보다 가차 없네요 -_-;;;;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래도 겨우 여기까지 했습니다.

픽시브 상으로는 20만자가 넘었는데...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_-; 

그건 제 작업량 이야기이고 이야기 상으로는 거의 막바지 입니다.


그리고 인칭 문제인데..  저는 유키노시타가 '너' 라는 걸 '당신'이라고 씁니다. 그렇게 수정했지만 미처 수정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적하시면 고치겠습니다.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5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newpage]

- 탐정소녀와 유키노시타 유키노는, 그의 악평을 파헤친다.



처음 한 답 맞추기는 『슬로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문실 내 모습에 대한 확인이다.
 좌우간 여하튼 이 건은 후에 일어난 이야기를 언급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다. 히키가야 하치만에 대해 퍼진 소문에서도, 악평의 기초, 혹은 포석이라 해도 좋을 에피소드인 이 사건은, 아무래도 유키노시타의 입으로 진위를 듣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양자의 인식에 차이가 있으면, 답을 맞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 아무래도 하루노 선배와 이야기한 것과 학생회에 숨어들어 데이터를 빼돌린 것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설명에 난항을 겪었지만.
 뭐, 대개 생각했던 대로 설명을 할 수 있었다.

「───이상이, 슬로건 건의 진상과, 이에 이르기까지 문실의 대략적인 흐름이야. 질문 있어?」

 유키노시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빨대가 꽂힌 팩 음료가 있었지만, 이야기 중에는 한 번도 그것을 입으로 옮기지 않았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는 증거다.

「……정말로 당신, 일주일 동안 입원하고 화요일 오후부터 등교한 게 맞는 걸까? 히키가야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이 수요일부터라고 생각해도, 그 조사 능력에는 감탄하게 되는구나」
「아니 아니, 칭찬은 영광이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아.
 네 언니, 하루노 선배가 메구리 선배를 학생회실에서 멀리 보내지 않았다면 자료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고, 그리고 하루노 선배가 당시 모습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히키가야 하치만의 봉사는 깨달을 수 없었을 테니까」

 솔직히 말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문실 자료를 찾아내 수사를 큰 폭으로 진전 시킨 것 자체가 기적이다. 만약 문실 자료 없이 청취 조사 만으로 문화제의 이면을 조사했더라면, 앞뒤가 달라지는 인물상에 휩쓸린 수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 사이 학생들의 관심은 문화제에서 체육제로 옮겨지고, 수사는 더욱 혼선을 빚었을 것이다.

 아직 문화제가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되었기에 신선도는 발군이라고 해도, 3일 동안의 조사만으로 유키노시타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수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수사를 최단 거리로 돌파하려 했다면, 하야마 하야토나 우리 반 남자 같은, 처음부터 진상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가장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하야마 하야토는 그런 사람이고, 우리 반 남자도 히키가야 하치만을 연적으로 생각하며 쩨쩨한 계산이나 하니까, 유익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진상을 알 수 있는 최단 거리였던 것이다.

「좋은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겠구나」

 매우 냉정하게, 눈을 감고 유키노시타가 말했다.

「이것이 당신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학생회에서 무단으로 데이터를 반출한 행위는 처벌 받아야겠구나. 이 건은 내가 시로메구리 회장에게 전해두겠어」

 자료 반출을 말한 시점에서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이상 그 자료의 산에 용무는 없다. 나는 유키노시타의 충고를 받아 들여 제대로 전해 달라고 말했다.

「아, 그래도 물품 관리 폴더에 있는 숨겨진 파일은 지우지 않기를 권할게」

「숨겨진 파일?」

「내가 서버에서 빼낸 데이터 중 숨겨진 파일이 하나가 있었어. 그 안에는 텍스트 에디터 프로그램───메모장 하나만 들어있었는데, 실은 그거 회의록이야.」

「회의록? 틀림없이 회의록은 모두 회의록 파일 내에……설마」

 벌써 눈치 챈 건가.
 역시 유키노시타, 이해가 빠르다.

「맞아, 하루노 선배가 집필해서 몰래 섞어두었던 회의록이야.
 하루노 선배의 외부 단체가 참여한 날부터 문화제 이틀째까지의 일이 매우 세세하게 쓰여져 있어. 유키노시타라면, 얼마나 자세하게 쓰여 있을지 알 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내용은 말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걸 『하루노 회의록』이라고 부르고 있어」 

 조수가 유지 단체 (외부) 활동 보고서에서 발견한 케빈·V·세브피아씨.
 그 "V Sevfir"부분에 빨간색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었다.

 답부터 말하지면, 케빈·V·세브피아 라는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종의 암호문이며, 이것을 풀면 서버 내에 숨겨진 파일이 존재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싶어!
 우연히 서버 안 파일 중 숨겨진 파일이 있는 것을 발견해서 열어 보니 하루노 선배의 마이 회의록이 있었다든지, 이게 암호라면 아무도 모른다고.

 아마 Server와 file을 적당히 조합하고, V는 영문 숫자 5, 거기에 언더라인이 그어져 있는 것은, 5번째 서버 파일 아래의 파일, 즉 6번째에 숨겨진 파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낸다……적당히 이유를 붙이면 이렇게 되지만, under에 『숨긴다』라는 의미는 없을 텐데─……?

 라고 유키노시타에게 설명하자,

「언니가 그런 허술한 암호를 만들었다고 하는 걸까? 농담도 적당히 하렴. 만약 언니가 암호문을 만들었다면 더 노골적이고 난해한 것을 생각했을 테니까」

 깔끔하게 기각 당했다.

 아무래도 언니와 사이는 안 좋아도, 언니에 대한 건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그 사람이 이런 걸 생각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로 케빈씨가 존재하고 있고, 스펠링 미스나 무언가로 인해 언더라인을 그었던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들지만, 생각해봐야 끝이 없을 것이다. 

 아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암호문 보다, 지금은 내용 쪽이 우선이다.

 이 하루노 회의록은, 공적인 기록으로써 히키가야 하치만이 남긴 회의록 이상으로 세세한 것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어떤 의미로는, 공식보다 정확한 기록일 것이다.

 만약 이걸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다음 학생회와 문실 멤버가 우연히 발견해서, 이번 같은 질서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가 될 지도 모른다.

 이 의견도 유키노시타는 버렸다.


[newpage]


「무의미하네. 그건 당신의 희망적인 관측에 지나지 않아.
 같은 조직이라도 인원이 바뀌면 방침도 바뀌고, 무엇보다 발견하더라도 내년 학생회가 문화제 기획 단계에서 발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 거기에 언니는 위원회에 매일 출석하지 않았으니까, 그 시점에서 언니의 회의록은 히키가야의 회의록보다 뒤떨어져」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보고서보다」

「지금 세대의 문제점을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견지로 생각하면, 언니의 보고서가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불확실하고 불안전 해.
 학생회 자료에 섞여 있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텍스트 데이터 같이 용량을 별로 차지하지 않는 것을 숨겨진 파일로 저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견 가능성이 낮아.
 추측이지만, 언니의 회의록에는 언니의 이름이 없지 않을까.
 그 허술한 암호문이 정말로 언니의 회의록을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언니의 이름이 회의록에 적혀 있지 않는 이상, 제 삼자는 누가 회의록을 작성했는지 몰라. 그리고 텍스트 편집기로 보존되어 있다면, 내용을 조작해서 당신의 희망적인 관측과는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어」

 듣고 보니, 유키노시타의 의견은 타당하다.

 그녀의 말대로, 하루노 회의록에는 중요한 집필자의 이름, 즉 하루노 선배의 이름이 없다. 미스터리한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회의록을 믿어도 되는 걸까? 라고 한다면, 확실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게다가 이것을 발견한 건, 내 컴퓨터가 숨겨진 파일을 모두 표시되도록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우연의 산물.
 텍스트 자체의 문장은 꽤 많지만, 텍스트 에디터로 보존되었기에 용량은 정말로 적다.
 나처럼 설정을 바꾸거나, 수치를 잘 살펴 보지 않는 한, 하루노 회의록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 한다.
 조작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당신 손에 있는 한 히키가야도, 하야마도 당신에게 따를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 엄청나게 위험한 내 비장의 수단이야.
 이런 것이 퍼지면 당시 문실 멤버 중 몇 명은 그냥은 끝나지 않을 위기에 빠질 게 명백하니까. 자칫하면 체육제가 역대 최악의 *축제가 될지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네」

(역주 : 원문은 화제(火祭)  즉, 화제(불)와 화제 발음이 비슷한 말장난)

「그렇다면, 더더욱 남길 이유가 없겠구나. 당신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도, 학생회에 있는 데이터도 곧바로 삭제 시켜야겠어」

「으~응, 다른 데이터는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렇지만, 내가 가진 건 적어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이 수습될 때까지는 보관하게 해줘.
 ……그에 대한 악의가 지금보다 강해지고, 무시할 수 없는 레벨의 피해가 발생할 것 같은 상황에 이를 경우, 나는 곧바로 하루노 회의록에 농땡이도 통계를 공개할 거야
 그런 의미로도 비장의 카드이기도 해, 이건」

 어쩌면, 하루노 선배가 생각한 본래 용도가 이것일지도 모른다.

 발견하기 어렵기 짝이 없지만, 한 번 찾으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재학 중인 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설령 체육제 후일지라도, 그토록 달아오른 문화제의 이면이 알려진다면, 소문을 퍼트린 사람들 입장으로는 확실히 잊었을 무렵에 온 시간차 공격이다.

 지금의 히키가야 하치만을 웃도는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무기다.

「괜찮아, 지금은 아직 하루노 회의록을 쓸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을.

 이처럼, 슬로건 사건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 그리고 듣고 싶은 건 그 후 상당히 뒤───문화제 둘째 날 일이야.
 그럼, 이제부터가 유키노시타의 첨삭과 의견이 필요한 『답 맞추기』가 돼. ───이유로서는, 둘째 날의 너의 행동이야.
 하나 물어도 괜찮아, 유키노시타?」


[newpage]

「새삼스레 뭘까」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에 관한 소문이 하나 있는 거 알고 계십니까?」

 유키노시타은 작게 고개를 젓는다.

「……모르는 거네. 뭐, 무리도 아닌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히키가야 하치만이 너의 스토커라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돌고 있어」

 유키노시타가 모든 움직임을 딱 멈추고는, 입을 조금 연 채 지긋이 나를 노려 본다.
 무섭다. 유키노시타의 저 눈 무섭다. 진짜 무섭다.

「어디의 누가 그 소문을 퍼트린 건지 가르쳐 주렴」

「추, 출처까지는 몰라! 나도 친구에게 들었을 뿐이고. ……실은 하나 더 있긴 한데」

「또 있는 걸까?」

「……그, 그래.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키노시타가 사귀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이야기야……」

「…………」

 유키노시타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내 어깨를 단단히 홀드했다. 
 우왓, 무서워.
 갑자기 히메가미(姫神 )가 강림한 듯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어깨를 잡지 마! 춤출 테니까 용서해줘!

「이이이이이건 그, 어느 쪽이냐면 내부 소문! 애, 애초에 이런 사진이 찍히는 유키노시타 잘못 이야아아아아! 자!」

 나는 조심조심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한 사진을 띄운다.
 태블릿에 띄운 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음식을 구입하고 있는 걸 유키노시타가 보고 있는 사진이다.

「당신, 이거……」

「나, 난 입원 중이라 없었어! 그, 보다시피, 파파라치가 있었던 것 같아……」

「누가 찍었는지 가르쳐 주렴. 어차피 벌써 알고 알고 있겠지?」

「……자, 잠깐 기다려 유키노시타. 만일 내가 여기서 범인을 밝힌다고 해도 역효과야!? 그런 짓을 하면 그런 관계 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다니까!
 ……그렇다고 할까 오늘 방과 후쯤에 유키노시타에게 직접 사과하러 갈 거야」

 도망쳐 봐야 유이가하마 유이의 손으로 직접 연행 당하겠지.
 인과응보라고 할까. 불쌍하다.
 유키노시타는 태블릿을 두 손으로 든 채 굳어져 있다. 잠시 후, 목만 끼기긱 움직이고는, 나를 째려보았다.

「그 사진, 데이터하고 같이 맡아도 괜찮을까? 그런 사진은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시로메구리 회장에게도 사정을 이야기해서 데이터 삭제를 신청해야겠구나」

「그, 나 사진 전부 봤는데, 히키가야 하치만이 찍힌 사진은 그 정도밖에 없었는데 전부 지우는 건 불쌍하다고 생각해……」

「그럼 증거품으로서 내가 보관할 필요가 있겠구나」

「그거, 히키가야 하치만의 사진이 갖고 싶을 뿐인 거 아니야? 유키노시타」

「…………이건 어디까지나 범인에 대한 증거품으로서 보관할 뿐. 일이 끝나면 처분할 예정이니까」

「……유키노시타, 갖고 싶으면 갖고 싶다고 말하면 되는데」
 
 봐, 그러니까 말했잖아. 에이트센시스에 눈을 뜨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어, 어쨌든 말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파파라치 자식의 존재가 아니라,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함께 행동하고 있던 사실에 대한 거야. 이 8장의 사진을 시간 순서 대로 배열하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은 적어도 한 시간은 함께 행동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거야.
 그 뭐랄까, 한 시간 이상이나 함께 있으면 연인설도 스토커설도 돌 만해. 그래서, 사실은 어때?」

「문화제 실행위원 업무로 있었을 뿐이야」

「정말이야?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데리고 돌아 다녀진 것이란 설이 유력한데」

「어머, 그 눈이 썩은 남자가 내 약점을 잡아? 잠꼬대는 영면하고 나서 말하는 게 어떨까」

「또 영면!? 얼마나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거냐고……」

 J반 여자의 매도 트렌드가 언제부터 영면이 된 거야!? 이걸로 이틀 연속으로 영면하라고 들었어…….

「그, 그럼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약점을 잡힌 것도 아니라」

「그러니까 쓸모 없는 헛소리는 그만 뒀으면 하는데」

「아니, 그것만 알면 됐어. 점심 식사까지 함께 하는 정도니까 사이가 나쁠 리는 없겠지」

「누구한테 그것을」

「……에, 진짜로 같이 점심 먹었구나, 유키노시타」

「…………」

 어이 어이, 진짜야? 지금 건 유도 심문도 뭣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시선을 홱 돌리고 노골적으로 침묵 하지마. 뭔가 나쁜 짓을 한 듯한 기분이잖아.

 하지만 이 반응, 방금 전하고 역시……꽤 좋은 걸? 무적 파워? 진짜 괜찮은 느낌?

 수상한데 말이야, 계속 추궁해 보자.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 들었어, 개회식이 한창일 때 히키가야 하치만과 만담했었다는 이야기. 인컴 너머로」

「다, 당신……!」

「누군가가 말리지 않았다면 끝없이 계속 될 기세였다고? 도대체 어떤 대화였을까. 나, 신경 쓰여!」

「그건 히키가야의 존재감이 희미했던 것이 잘못이야. 그에게 좀 더 존재감이 있었다면 연락 하나에 시간이 걸렸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히키가야의 잘 못 인 거지. 나의 완벽한 인선에 실수가 있었다면 히키가야을 타임 키퍼로 한 것일까. 히키가야 주제에」

「전력이라든지……」

「뭔가 불만이라도」

「아니, 없어. 대충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 상상이 돼. 뭐랄까 이걸로 그의 오해가 하나 더 풀렸네. 스토커도 애인도 아닌 동료……아니, 친구」

「미안하지만, 그건 무리」

「친구도 아닌 거야! 아?정말 귀찮은 관계네……」


 뭘까, 어째서 일까 히키가야 하치만이 이 말에 가차 없이 무시 당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거, 혹시 유키노시타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항상 매도 당하는 게 아닐까?
 우우,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매도라면 귀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유키노시타 답다고 할 수 있을 지도…….


[newpage]


 그건 됐고,

「정신을 가다듬고 설명할게. 어째서 내가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함께 행동했던 것까지 파고들어 조사했는지. 이건 히키가야 하치만이 미움을 받게 된 결정적인 에피소드가 된 옥상 건하고 관계가 있어.
 유키노시타, 솔직하게 대답해줘. 너는 어느 시점까지 히키가야 하치만과 행동───아니, 이 사진에서 찍힌 것 보다 명확할 거야.

 8장 사진 중, 마지막으로 촬영된 건 이 한 장.
 히키가야 하치만의 카메라를 너가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후에, 함께 체육관으로 들어갔어?」
 
 라고 말하고는, 나는 점심 가방에서 팜플릿을 꺼내, 체육관 스테이지 프로그램 상영 시간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펼치고 유키노시타에게 전했다. 정말 뭐든지 나오는 이 런치 백. 4차원 주머니인 거야?
 유키노시타은 팜플릿을 보고는, 상연 목록 중 어느 때에 체육관으로 들어갔는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키노시타의 손가락은, 졸업생의 관현악단 연주회를 가리키고 있었다.

「흐음. 이걸로 히키가야 하치만의 알리바이는 성립했네」

「알리바이?」

「그래. 메구리 선배에게 먼저 들은 것이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은 엔딩 세레모니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체육관에 있었다. 이로써 확정이네」

「그것이 무슨 일인 걸까?」

「……사가미 미나미와 히키가야 하치만이 옥상에서 싸웠다는 건, 알고 있지? 소문이 어떤지 알아?」

「………」

 또 다시 유키노시타가 침묵한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건지, 그렇지 않으면 모르는 건지.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내가 지금 말한다.

「엔딩 세레모니 개시 30분 전,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으로 불렀다. 그 이유는, 자기가 문실 내에서 입장이 나빠졌다는 걸 사가미 미나미에게 화풀이 하기 위해서.
 위기 상황에 처한 사가미 미나미는, 아슬아슬하게 나타난 하야마 하야토와 그녀의 친구가 구해서 살았다───라는 이야기야」

 이 또한 큰 오해를 품은 채 유포된 소문 중 하나다.
 아직 집안 싸움 범주에 속했던 슬로건에 비할 바가 아닌, 상당수의 학생이 이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성가신 건, 이 소문에서 회자되는 것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사실이라는 점이다. 

 유키노시타는 엄청 싫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눈을 전혀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니라, 그저 얼음처럼 싸늘하리 만치 냉정한 표정으로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그녀는 1mm도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틀림없다───그녀의 정말로 완고한 태도를 보고 그렇게 확신했다.
 하야마 하야토와도, 메구리 선배와도, 하루노 선배와도 다른 반응이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사실, 『답 맞추기』를 유키노시타와 실행할 때의 최대 염려 사항은 이 옥상 건이었다.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꽤 낮지만 있기는 했다.
 모은 정보 범위 내에서는,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 이면을 완전히 알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상황 증거와 내 추리를 통해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뿐, 사실은 무엇 하나 알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유키노시타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로써 겨우 답 맞추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newpage]



 엔딩 세레모니전 옥상의 건에서, 3개 정도 심하게 왜곡된 사실이 있다.

 먼저, 엔딩 세레모니 30분 전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사가미 미나미를 옥상에 불렀다는 것.
 파파라치 자식이 찍은 사진, 유키노시타와 메구리 선배의 증언이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기에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다.

「뭐, 호출에 관해서는 너와 만나기 전에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하지만, 그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였다면 너가 가만히 두지 않았겠지」

 이것으로 하나, 왜곡된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음은 그가 사가미 미나미에게 원한을 풀었다.

「……아쉽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증거가 없어. 이 건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어떤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뭐 확실치 않은 태도였다 보니……」

 하지만, 그의 태도를 보건대, 사실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는 있다. 딱히 하야마 하야토의 발언을 전면적으로 믿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야마 하야토는 사람의 욕이나 결점은, 입이 찢지 않는 한 말하지 못할 남자다.

「그런 당사자 중 한 명인 그가 히키가야 하치만을 우회적으로 감싸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도 부정할 수 있긴 해」

 두 번째는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곡된 부분을 똑바로 하려는 노력은 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
 소문으로는, 히키가야 하치만은 사가미 미나미를 피폐시킨 뒤 폭행을 할 의도였다는 말도 있어, 그것이 그가 미움 받는 최대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메구리 선배가 이를 부인했어. 매도 그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지만, 폭행 미수는 과장된 거짓이라고 단언했지. 그리고 또 하야마 하야토의 발언이지만, 그는 자기 행위를 『쓸데없는 일을 했을지도 몰라』라고 말했어. 여자의 몸에 위해가 가해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대사라고 할 수 있지」

 그가 그런 면에서 귀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이상의 이유로 세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오도된 것으로 단정했어.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이 저지른 짓은 사람도, 자료도 부정하지 않아. 그래서 분하지만, 일단 진실로 생각하기로 했어.
 해서, 우선 이것으로 문화제까지 일어난 사건의 복습은 종료야. 뭔가 질문이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하면서, 나 잘도 여기까지 조사할 수 있었구나 하며 나 자신에게 감탄했다.
 유키노시타는 갑자기 눈을 감고는, 이번에는 빨대를 입에 붙였다.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돌리고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잘 알고 있구나.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하나 질문해도 괜찮을까, 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최종 목표는, 히키가야의 악평을 멈추려는 걸까?」


[newpage]



 그것도 한 번은 생각했다.

「나는 그저 탐정. 탐정은 사실을 규명해 의뢰인에게 보고하는 것이 일. 그리고, 지금은 최종적이지만 아직 수사가 한창이야.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렇지만……모든 것을 밝히고, 어떻게 할지는 의뢰인 나름이지 하지만, 이 건에 대해 내가 한 마디 하게 해준다면───사람을 헐뜯는 게 그렇게 즐겁다면, 같은 꼴을 당해도 불평 없겠네? 정도?」

 무엇보다도, 그 의뢰인이 나 자신이란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탐정이다. 아무리 히키가야 하치만의 악평이 잘못된 것 투성이라도, 지금은 일개 탐정.
 사실을 쫓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녀를 상대로 답 맞추기를 해야 한다.

 의뢰인은 나다.
 그러나 탐정도 나다.

 그렇다면, 나는 절대 틀려서는 안 된다.

 모든 자료와 말이 진실로 이끌어도, 실수해서 틀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자신이 조사한 성과물을 진실이라고 멋대로 믿고 행동하는 건, 소문을 흘리는 녀석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 녀석들 또한, 자기가 들은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퍼뜨리는 거니까.

 그렇게 되는 건, 싫어.

「……여기서부터 내 추리가 되는데, 들어 볼래?」

「나를 꾀어낸 이상, 당신은 끝까지 나에게 자백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
 그 때문에 너를 꾀어냈으니까, 마지막까지 어울려주지 않으면 이쪽이 곤란하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폐에 공기를 보내고, 쌓여 있던 긴장을 밖으로 천천히 내보낸다.

 좋아, 가자.

「이야기는 슬로건 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문실은 이 사건을 경계로 크게 변화했지. 가장 큰 변화는 말할 것도 없이, 출석률의 변화와 농땡이도의 대폭적인 저하. 인원의 증가로 인해 하야마 하야토는 F반으로 돌아가고, 이후, 실전까지 이 체제가 계속 되었어.
 한 마디로 말하면, 의식 개혁에 성공해서 좋아진 거라고 할 수 있겠네.

 그 주인공은 틀림없이 유키노시타과 히키가야 하치만, 너희들 두 사람의 행동이지.

 왜 두 사람의 행동이 의식 개혁으로 이어졌을까?

 대답은 간단해.
 히키가야 하치만이 그들의 약점을 찔러 꺼림칙한 기분으로 만든 것을, 유키노시타가 곧바로 전원에게 강제 참가를 통지함으로써, 반강제적으로 일을 하게 될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는 거지.
 이 말은 마치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위를 너가 이용한 것처럼 들리지만───너희들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면 그건 반대라고 단언할 수 있어. 

 그렇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있어서는 굳이 그런 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지」

 어젯밤, 그녀도 말했었다. 그때 「균열을 만들어도 상관없었겠지」라고 나는 말했지만, 역시 냉정하게 생각 해보면, 히키가야 하치만은 어느 쪽이어도 타인의 원한을 사게 된다.

 자기 몸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집단적인 심리와 본능이 브레이크를 건다.
 히키가야 하치만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은 단순한 고등학생.

 집단에 만족하고, 분위기를 우선하고, 자기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걸 오기로라도 막는다.
 인간을 밀어내고, 깔보고, 이용하고, 궁지에 몰고, 비웃고, 경시하고, 배제하고, 으깨서 라도 자기 몸과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 그게 사람이다.

 집단이 되면 어떨까.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악역을 맡았다. 그 뒤에는 확고한 결의가 있었던 거지. 보통은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집단심리도 뛰어넘을 결의가」

 평범한 결의가 아니다. 완전히 각오한 후에 그는 행동한 거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아싸다.
 2학년 F반 돌격 때나 디폴트적으로 히키타니로 오인 되는 것 정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희생해도 괜찮을 만큼, 아싸가 자기 보신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완전히 반대다.
 아싸는 자기에게 해가 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리얼충에게는 접근하지 않고, 인간 관계에도 관여 하지 않는다. 유리 같은 예방선을 만들고 안쪽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그 안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이 나타나면?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만한 동기를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유키노시타. 문화제 기간 중, 한 번 학교 결석했던 적 있지?」

「있었네. 그러고 보니」

「그 날, 너네 집에 두 사람이 병문안을 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누구를 말하는 건지, 유키노시타는 알 것이다.
 동시에, 어째서 그런 일까지 알고 있는 걸까 묻고 싶어 하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과 이것과는 관계없을텐데. 내 사생활까지 조사하다니, 고소라도 당하고 싶은 걸까?」
「아니, 관계있어. 왜냐면, 병문안이야말로 전환점이라고 나는 생각하니까. 평범하게 생각하면 전혀 접점이 없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병문안을 오다니, 보통은 생각할 수 없어.

 그래서 조금, 너희들의 관계를 조사해봤어」

 같은 반 남자가  문실에 있는데도 그 남자가 아니고,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가 문병을 간 그 이유.
 유키노시타가  한 순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직후, 정말 기분이 안 좋은 듯한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지금까지 보여준 시선과는 완전히 다른 질───하루노 선배가 나를 평가하고 있었을 때보다 훨씬 차가운, 적의까지 느껴지는 얼음의 시선. F반하고는 또 다른 차가움.

 그렇지만 쫄지 않아.

「히키가야 하치만의 친구인 토츠카에게 이야기를 들었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의 관계에 대해서. 1학기 언제인지는 잊었지만, 테니스 코트 쟁탈전이 있었던 것 같네. 그 때 처음 너희들 셋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알고 있어」

 내가 천사 토츠카에게서 알아낸 건 F반 시간표만이 아니다.
 이 셋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는 토츠카의 아침 훈련에 실례했었던 것이다.

 유키노시타의 차가운 아우라가 조금 약해진 것 같다. 응, 쫄지 않은 덕분일지도. 이제 멀쩡하다.

「아, 그래 그래.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 상대는 미우라 하야마 페어였다는 것도 들었어. 화려하게 싸웠다고 말이지……그리고, 이겼다고. 토츠카는 어째서 랄까 『일단』이라고 말했는데…….

 이때, 토츠카는 너희들이 자기를 『도와줬다』라고 말했어

 대체 어떤 의미로 도왔는지 물었더니, 연습에 어울리거나 테니스 코트 건도 토츠카 관련 건으로 일어난 것 같더라. 
 약소부인 테니스부를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 세 사람은 토츠카의 연습 같은 걸 도운───그것이, 토츠카가 『도와줬다』고 말한 이유.

 너희들은, 그런 집단이야」


 그녀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위를 『봉사』라고 말했다.

 봉사란, 보수를 요구하지도 않고, 다른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사심 없이 노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단어에 대해, 이렇게까지 운명을 느낀 순간은, 과거에는 없었다.


 시립 소부 고등학교 문화제에서 진정으로 중심에 있던 집단이, 그와 그녀와 그녀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봉사부──── 너희들의 부활이야, 유키노시타」


 그래.
 모든 시작은, 이 수수께끼의 부활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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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BlueT님에게 사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리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_-;;

탐정소녀의 성격이나 이미지는 말을 하면서 정했습니다. 단지, 이 부분에서 탐정소녀가 유키노에게 말할 때가 문제였는데

아무래도 일본은... 존대말이 우리 나라하고는 다른 듯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 나라에서

한 반이라고 치면, 아무리 친하지 않아도 존대말로 말할 경우는 제가 아는한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러고 있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일본은 아무리 한 반이라도 친하지 않으면 높임법을 쓴다입니다.

설령 이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한 반에 친하지 않더라도 존대말 하는 걸 연상하기 매우 힘든 이상, 존대로 쓸 수 없습니다..


미리 확인했다면 이런 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오레가이루 팬픽/葵絵梓乃 - 탐정소녀 2015. 4. 2. 13:14 by 레미0아이시스
해당 작품은 葵絵梓乃님의 허가를 받아서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허가해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해당작품 본편은 회색빛잔영님, 2side님, 일각여삼추님, PsnPd님, BlueT님, 우드락님, Jemes님이 각기 번역해 주셨고,

번역 감수 및 외전은 저 아이시스가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의 협력  정말 감사합니다.



[newpage]
 
 - 오늘 탐정소녀는, 에너지 소비가 상당히 크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부탁해도 돼?」
 

드디어 그녀에게 부탁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현재 시각은 점심시간. 4교시 때 산만하다는 이유로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3분 정도 주의를 받았지만, 지금부터 할 일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오히려, 조금 정도는 무언가에 시간이 드는 게 형편 상 좋다.
  
내가 마지막으로 할 부탁이라는 것은,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러브레터를 건네준 의도를 전하는 것.
그리고, 옥상에 올 사람과 나를 둘만 있게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실은 지금까지 수고한 그녀도 옥상에 올 권리가 있지만, 여하튼 말하는 내용이 내용인 만큼, 나 말고도 진상을 아는 제 3자가 있다고 경계 받지 않기 위해서 라도, 지금은 그런 분위기 조성을 우선시하자. 말하자면 내 멋대로의 고집으로, 나 혼자 대치하기로 정한 거다.
  
  
「........이걸로, 됐어?」
  
「응. 그래도, 그 장소는 확실히......」
  
「그래. 그 장소라면 유이가하마 유이도 알 테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아. 그러니 스무스할 거야. 괜찮아. 어제 본 느낌으로는, 그녀가 거절할 땐 꽤 진지하게 거절하니까, 그런 점에 관해서는 걱정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성공한다고 생각해?」
  
「그것도 괜찮아. 하야마 하야토와 토츠카 짱한테도 수업 중에 메일로 지시를 내렸으니까」 

「잠깐, 언제부터 그 두 사람도 니 조수가 된 거야? 그보다 수업 중에 메일 보내지 마」
  
「내 조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 뿐이니까 질투하지 않아도 돼」
  
「나 말이야 , 처음부터 계속 조수가 아니었어」
  
「그럼 파트너?」
  
「불운하게도 니 앞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인 평범한 반 친구야」
  
「뭐야, 그거 정위치잖아. 운명이라고」

「정...... 그, 그래서, 어째서 그 둘에게 메일을?」

「당연하잖아. 그 반에서, 유이가하마 유이를 빼고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컨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둘 뿐인걸. 그 둘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히키가야 하치만은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너의 고백을 딱 거절하면?」
 
「정확히는 고백이 아니지만....... 그 가능성은 많다고 생각해」
  
「그런데, 왜 거기서 유이가하마도 떨어뜨려 놔야 해?」


그녀가 묻는 건, 어째서 러브레터와 그것을 건넬 상대를 만들어서까지 유이가하마 유이의 개입을 막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다.

참고로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건네준 러브레터의 발신인은 파파라치 자식, 인 것으로 되어 있다.

   
「러브레터로 지정한 곳에 그 자식을 파견시키고,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고백하게 하는 거지.」
  
「......유키노시타가 좋다고 한 애가 왜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고백하는데?」
  
「뭐, 시간 벌기와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서?」
    

작전 개요는 이러하다.
  
우선, 타겟과 유이가하마 유이를 러브레터로 떼어 놓는다. 타겟은 옥상에, 유이가하마 유이는 러브레터로 지정한 장소에 부른다.
유이가하마 유이가 올 약속 장소에는 파파라치 자식을 배치해둔다. 그 자식을 그곳에 유키노시타가 자기에게 볼 일이 있다고 불러두고 유이가하마 유이를 유키노시타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고백하게 한다.
만약 그녀가 유키노시타의 친구라면, 잘 되면 파파라치 자식은 체포된다.
즉, 파파라치가 발각되고 유이가하마 유이와, 중간에 낀 조수가 그를 심문하는 걸로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나와 타겟은 둘이서 옥상에서 대치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구멍 투성이 작전이다. 그녀도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 알고 있니?」 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이것은 타겟이 옥상에 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며, 그렇게 안 되는 것 만으로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그나저나, 그렇게 빙 돌려서 말 안 해도 유이가하마라면 끼어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일단, 만약을 위해서」
  
「만약을 위해서라..... 유이가하마가 끼어들면 안 좋은 거 있어?」
  
「안 좋다고 할까...... 난 전혀 상관없지만, 상대방을 생각한다면, 유이가하마 유이는 거기에 없는 편이 좋을까-해서」
  
「왜?」
  
「내 계획을 허사로 만들 수도 있는 존재니까. 너는 그 보충, 내가 답 맞출 시간을 벌어주면 좋겠어.」
  
「......즉, 나는 유이가하마를 그 자리에 묶어두는 역할이라는 거네」

「끝까지 성가신 일을 맡겨서 미안해.」
  
「오늘로 다 끝나는 거지? 그럼 됐어. 마지막이고」
    
교실에 있는 시계를 본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나서, 이미 5분이 지났다.
  
이 점심시간으로 모든 것이 정해진다.

  
[newpage]

「수업 끝나고 *파세라 가자」  (※ 파세라 : 노래방)

단지 3일간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정말 신세를 졌다.
그 보답이다.

「뭐야 갑자기」

「뒷풀이 파티 하자! 내일은 학교 쉬고, 피로나 다른 여러 가지 날려버리자!」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소문의 개요를 굉장히 늦게 알았을 것이다. 사람의 소문은 75일, 그리고 이후에는 체육제도 예정되어 있다. 그러니 소문은 좀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단 하루 이틀 정도의 소문이라 해도.
그 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며칠에 걸쳐 학생회실에서 빼낸 데이터를 혼자 분석하고, 해석하고, 통계 내고.......때려 쳤을 것이다.
유이가하마 유이가 고백 받는 곳에 마침 있지도 않았겠지.
내 나름의 감사인 셈이다.
  
「또 선심 쓰듯이 말한다..... 다음에야 말로 한 턱 내게 할 거야.」
  
「싫어, 더치페이가 좋아.」
  
「너 말이야..」
  
「1유로 정도만 내주면 좋겠는데」

「.......다음 시험, 나한테 진다고 약속하면 전부 가져도 좋아.」

「오, 그러면 잘 먹겠.......」
  
「국어 말고」

「잠깐! 그렇다면 나 져버리잖아! 국어만이 J반에서 내 무기인데!」

「궁상스러운 무기네......」
  
「흥~이다, 영어로 이길 거니까 상관없는 걸!」
  
정말이지, 여전히 그녀의 데레도 참 알아채기 어렵기 그지없다.
 
그런 수준의 대화를 기억하다니, 나도 이 아이도, 서로를 너무 좋아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등 뒤를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잘 부탁해」

「그쪽이야말로. 다녀와, 탐정」
  
최고의 조수의 지지를 받으며, 나와 그녀는 지금, 각자의 복도를 걷는다.

  

[newpage]

특별동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아직 문화제의 꿈의 흔적이 남아 있어, 아직도 난잡하다. 그 마경 앞에 있는 것이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이다. 
여전히 망가진 옥상 자물쇠는 무시하고 문을 연다. 나도 몇 번이나 옥상에 갔던 적이 있어서, 이미 익숙하다.

참고로 나는 지금, 피크닉용 시트를 까는 중이다.

「역시 옥상은 바람이 세구나......」

바닷바람은 서늘하고 정말 기분 좋을 정도로 차갑다. 덕분에 시트 모퉁이가 이따금 젖혀져서 곤란하다.

옥상은 양지가 넓다. 어느 정도로 양지가 넓은가 하면, 그늘이 있는 곳이 입구 주변 중 진짜 몇 안 되는 스페이스 밖에 없을 정도. ......원래대로 라면 그 정도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옥상이지만, 오늘 날씨는 흐림.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일기 예보에 의하면 비는 내리지 않을 것 같다.
즉, 문 정면에서 4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시트를 깔아도 햇볕으로 인한 골치를 썩힐 일은 없다.

바스락 소리를 내는 시트를 누르며, 나는 주변을 바라본다. 무엇 하나 장애물이 없고, 훤히 트여 있다.
살풍경이라는 것은 이런 옥상을 말하는 걸까.
  
히키가야 하치만은 이 곳에서 사가미 미나미와 대치했겠지.
  
여기서 그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소문대로, 마구 욕했던 것은 틀림없겠지만.
이것에 관해서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묻는 것 말고는 알 방도가 없다. 사가미 미나미와 그 주위에 있었던 하야마 하야토는 피해자와 목격자 인 입장이라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절대로 말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키가야 하치만도 분명 『잊었다』 라며 피하면서 말하지 않겠지. 다만 다행인 것은 소문으로 들은 것은 일부 왜곡된 부분을 빼고는 대체로 맞았으니까, 한 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믿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가서 소문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탐정으로서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탐정은 거기까지 다다를 수 없다.
탐정은 다만, 사실을 뒤쫓을 뿐.

그럼, 이제 슬슬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10분이 지났다.

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도시락을 다 먹었을 시간이지. 중학생 때, 남자가 급식을 빨리 먹고 있던 것을 떠올린다. 전원 잘 먹겠습니다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급식을 먹어 치우고는 한 그릇 더 받으러 가는 남자들의 광경.
뭐 아무래도 내가 기다리는 상대가 그렇게 빨리 도시락을 다 먹을 리는 없겠지만.

뭐, 시간이 시간이다, 초조해 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자.
도시락 다 먹은 뒤에 와도 만날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내가 문을 향해 등을 돌리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스마트폰을―――꺼내려고 주머니로 손을 뻗었을 때였다.

끼이이익, 하고,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침내, 왔다. 이 때가.
  
나는 뒤에서 다가오는 인물의 기색을 탐지한다. 그리 간단하게 뒤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온 인물이 누군지는 안다―――라고는 해도 그러고 보니 실내화였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발소리에도 그 사람의 개성이 있는 것 같다. 그 증거로, 다가오는 인물의 발소리에는 분명하게 리듬이 있다. 한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발의 음폭―――. 아마 실내화가 아니었다면 좀 더 알기 쉬운 발소리였을 것이다. 소리가 멈췄을 때도, 딱, 마치 연주가 끝난 것처럼 깔끔하게 멈췄다.

작전은 성공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는, 나는 뒤돌아보았다.
 
「―――역시 왔네? 기다렸어」
  
그녀야말로, 내가 정말로 『답을 맞추고』싶었던 인물이다.
 
「........이 정도로 예상대로 움직여주면, 어쩐지 말이야―......아,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 주어서 정말로 기뻐.

  


오래전부터 계속, 1학년 때부터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 ―――유키노시타」



[newpage]

100명 중 98명이 미인이라고 하는 사람이란 어떤 여자일까. 그 대답은, 유키노시타 유키노라는 내 반 친구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참고로 미인이라고 말하지 않은 나머지 둘은 여자에게 흥미 없는 진짜 동성애자다. 아니면 다른 동성애자는, 비록 동성애자라도 그녀를 아름답다고 칭송할 것이다.
미목수려, 성적우수, 행동거지는 꽃 같은. 하얀 벽의 흠집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그 정도로 유키노시타라는 여자는 압도적이다.
치바의 17살을 전부 모아도 그녀 정도의 소질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그런 그녀와 옥상에서 대치하는 것 만으로, 내 마음은 크게 요동친다. 아무런 특색도 없는 옥상이, 단번에 영화의 한 장면으로 생각되어질 정도로 변한듯한 기분이다.

1년 반, 같은 반에서 그녀를 본 내가 하는 말이다. 틀릴 리가 없다.

―――그런 내 마음의 요동과 감동을 눈치 채는 일도 없이, 방금 전 한 말에 유키노시타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들어보건대, 내가 여기에 올 것을 알았던 것 같구나.」

나는 끝까지 침착하게 대응한다.

「아니, 안다고 할까, 거의 90% 확률로 여기에 올 거라 확신했어.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 유이가하마 유이의 관계가 끈끈하다는 것이 전제였지만, 이걸로는 이미 확정이네.」
  
유키노시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수상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다.

정말로, 아주 간단한 계산이다.

내가 2학년 F반 전원에게 알리듯이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고백 같은 퍼포먼스를 실시한다.
그 직후에, 내가 J반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자초지종을 보던 유이가하마 유이는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유키노시타에게 연락한다.
이것으로, 유키노시타는 쉬는 시간에 F반에서 일어난 일 하나를 알게 된다. 그 때 유키노시타는, 내가 하루노 선배와 접촉해서 무언가의 정보―――이 경우에는 히키가야 하치만의 행동을 좌우할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름에 태양(하루)이 있는 언니』를 몇 차례나 말한 것은, 히키가야 하치만, 하야마 하야토, 사가미 미나미의 행동을 제한할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나는 하루노 선배를 알고 있다』라는 사실을 유이가하마 유이를 통해 유키노시타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언제 언니와 접촉을」

「어제 방과후야. 학생회실에 볼 일이 있어서 갔을 때 하루노 선배와, 잠깐 정도 이야기했어.」

「언니는 무슨 말을 했을까?」

「필요 없는 말만 했어. 진짜로, 필요 없는 말만」

하루노 선배의 말을 생각하면, 유키노시타는 언니와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문화제에서 관계 개선이 의도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언니가 신경 쓰이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거기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얽혔다면, 유키노시타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히키가야 하치만을 뒤흔들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내게, 유키노시타가 선수를 치러 올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F반에서의 소동이 유이가하마 유이를 통해서 유키노시타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그 경우는 히키가야 하치만을 불러서 옥상으로 오게 한다. 하루노 선배가 맡긴 무언가를 가진 나를,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겠지.
그래서 나는 유이가하마 유이를 러브레터로 떨어뜨려 놓았어.」

물론, 히키가야 하치만도 유키노시타도 아닌 유이가하마 유이가 옥상에 올 가능성도 있었다.
오히려 옥상에 올 확률로 따지자면 그녀가 가장 높았다.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은 그런 그녀가,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고백하는 듯한 어프로치를 한 여자의 존재를 방치할 리 없다.
장소 지정, 시간 지정이 된 런치 타임에 개입 혹은 저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문화제의 『답 맞추기』는 할 수 없다.

어느 정도까지 라면 대답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어디까지나 소문이 난 등장인물의 관계자일 뿐이다.
어느 정도 당시의 상황을 알고 있을지 애매한 상대에게 『답 맞추기』를 바라더라도 별 의미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러브레터라는 방법을 써서, 가장 높은 가능성을 봉했던 것이다.

그녀를 고백이라는 명목으로 불러 옥상으로 가고 싶어해도 발을 묶어 버리고 또 파파라치 자식의 사진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녀가 할 일을 하나 늘린다.
어떻게 할지는 그녀 나름. 그 카메라 애송이는 반드시 지옥을 보게 되겠지.

「히키가야 하치만이 여기에 오지 않는 이유는, 토츠카짱에게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를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전해주면 좋겠어』라는 것과, 하야마 하야토에게 『아주 잠깐 발 묶어 주고, 유이가하마 유이가 어떤 장소에서 J반 남자에게 고백 받는다는 사실을 전해주면 좋겠어』라는 2통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뭐, 즉, 나를 가장 빨리 만나러 올 사람은 유키노시타, 너밖에 없어.」

히키가야 하치만이 움직일 수 없고, 유이가하마 유이도 떨어뜨려 놓았다면, 내게 올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

가능성으로는 매우 적었지만, 사가미 미나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었다면 있었다. 하지만――――내게 뭔가 액션을 해봐야 메리트가 너무 적다. 그러니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일련의 계획을 듣은 유키노시타는, 역시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상당히 돌아가는 방법을 썼구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언니가 연관되었다면 바로 응했을 텐데」
  
「나도 처음에는 유키노시타에게 『문화제와 언니에 대한 일로 할 말이 있는데, 식사 같이 해도 돼?』이렇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유키노시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어디론가 가 버리고. 같이 밥 먹자고 권했던 적이 있었는데, 냉담하게 대답했었고......
거기에, 너와 히키가야 하치만과 유이가하마 유이의 연계가 얼마나 빠른지, 관계가 얼마나 깊은지 무슨 일이 있어도 확인하고 싶었어.
지금부터 말할 것은 너희들 셋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거니까」

요점은, 이 세 사람이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한 연극이었다는 것.

이상이 2학년 F반에서 실시한 퍼포먼스의 전모다.

  
[newpage]


유키노시타는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한마디.

「결국, 너희들의 책략에 우리들은 감쪽같이 빠져버렸다는 거구나」

「응. 내 이상에 근접한 형태로. 할 일을 하고 천명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

「그래서, 문화제와 언니에 대한 건으로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이 경우는, 너를 『탐정』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탐정』이 좋아. 오히려 추천이야.」

  
그것까지 유이가하마 유이에게 들었나. 뭐, 내가 그토록 허세력 만땅으로 『탐정소녀』라고 자칭하며―――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워서 참을 수 없긴 하지만, 탐정이라고 불러준다면 그것으로 좋다. 입장으로도, 행동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기에 서 있는 나는 탐정이다. 그런 생각으로 있다.

무엇보다 유키노시타가 나를 그렇게 인식해주고 있다. 같은 반 친구로서 이 정도로 고마운 말은 없다.

그럼, 답 맞추기를 시작하자.

하지만 그 전에.......

「도시락부터 먹지 않을래? 이럴 때야말로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서」

......실은, 아까 전부터 이미 에너지를 계속 써온 터라 배가 한계에 도달했었습니다. 네.

유키노시타는 질린듯한 얼굴로 또 다시 아까 전과 같은 포즈를 취했다. ........그거 습관이었어?

「식사 중에 말하는 것은 매너 위반이야. 거기에 너, 히키가야와 같이 도시락을 먹을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으~응, 그러고 싶은 마음은 첩첩산중인데, 히키가야 하치만이 언제 여기에 올지 모르게 되어서 먼저 먹어버리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괜찮아! 다 먹은 뒤에 히키가야 하치만이 와도 문제 없어! 왜냐면 그에게 준 도시락, 양 많으니까. 그리고, 그에게 『아~앙』해 달라고 해서 먹는 거야.」

「그만두렴. 그 남자에 대한 경험상, 그런 유혹에는 안 넘어가니까」

「에..... 유키노시타, 유혹한 적 있는 거야?」

「소름 끼치는 이야기는 그만두었으면 한다만. 이것은 언니 이야기야.」

「........역시 하루노 선배, 히키가야 하치만을.......」

「그것을 허락할 정도로, 히키가야의 방어는 무르지 않아.」

「너희들 자매는 얼마나 히키가야 하치만을 보는 거야...... 이제 됐어, 이 이야기는 또 다음에」
  
나중에 할 이야기가 늘어나 버렸다.
우선 지금은 도시락이다, 도시락.

「아, 맞다 맞아 히키가야 하치만이 『아~앙』해주는 계획은 반드시 실행할 테니까」

「..........정말이지, 마음대로 하렴.」

어째서 인지 묘하게 포기한 상태로 한숨을 쉬는 유키노시타.
우우, 그런 태도면 농담이라고 말도 못하잖아.........

그렇다고 해도, 유키노시타도 나처럼 식사할 준비는 해온 것 같다. 손에 도시락 통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는 런치백이 있다. 나와 같이 점심식사를 할 의사가 있다는 증거다. 뭐 히키가야 하치만과 둘이서 하는 식사를 막기 위해서는 자기도 점심을 준비해야만 했다는 거겠지.
정말로 대체 어떤 관계일까? 이 두 사람.
  
「시트 움직일게. 지금은 흐려서 태양이 가려졌지만, 벽으로 바람을 막을 수도 있고」

이만큼 바스락 바스락 시트가 젖혀지면 집중도 안 되고, 작은 소리도 알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어째서 옥상 같은 장소를 선택한 걸까, 난. 기세? 기세구나. 응. 기세였어.

시트를 정리하고, 문 부근 입구 공간에 들고 가서는 다시 깐다. 위에서 보면 가타카나의 コ 글자 같은 공간에서, 나는 옥상 공간을 뒤로, 유키노시타는 벽을 뒤로 두고, 각각 앉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나보다 길어서, 내가 지금 앉은 곳이라면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려 식사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라는 차원의 배려다.
........결코 그녀를 벽으로 몰아넣고 도망갈 곳을 없애자고 의도한 배치는 아니다.

포지션이 정해지고, 나와 유키노시타는 각각 런치백에서 도시락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둘 다 모두 좋아하는 것을 고른 밥과 반찬이 나왔다.

「유키노시타의 도시락, 맛있을 것 같네! 직접 만든 거야?」

「아니. 튀김은 냉동, 그 밖에 있는 것은 아침에 남은 것을 채워 넣었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유키노시타는 혼자 살았지. 튀김이야 어쨌든, 이 달걀말이와 샐러드와 채소 절임은 직접 만든 거지?」

「그래」

「대단해...... 그래도, 나도 지지 않아! 이 도시락은 아침에 남은 것을 담은 거지만, 히키가야 하치만의 도시락은 완전 내가 만든 거니까!」

「그래」

「뭐, 냉동 도시락으로 짠하고 채운 게 메인이지만」

「그건 직접 만든 거 라고는 할 수 없겠구나」

「무, 물론 냉동 말고도 만들어서 담았단 말이야! .......아침에 남은 거지만. 그래도 냉동 도시락 생각보다 맛 괜찮아. 냉동이니까 가격도 적당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아마 꽤~ 신세지게 되려나. 냉동 도시락. 유키노시타도 어때?」

「그래. 생각해 둘게.」

「.......우우, 이쪽은 이쪽대로 차가운 정도가 완전 달라........」

더 이상 말해 봐야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할 뿐이라, 나와 유키노시타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우우, 밥하고 샐러드 정도는 스스로 만들었단 말이야..... 잠 안 자고 깨어 있었으니까......

조금 정도는 더 잡담하고 싶은데.......

  
「저기 유키노시타」

「식사 중에는 말하지 않는 게 매너. 조금 전에 그렇게 말했을 텐데」
  
딱 잘라서 말했다.
의성어가 순간 보일 정도로 딱.

「네에........」

나는 이제 포기하고 도시락에 손을 댄다.

저기... 유키노시타, 식사할 때 말이 하나도 없으면 엄청 힘드니까 약간은 말하게 해줘.....

묵묵히 도시락을 먹기를 15분.
두 사람의 도시락 통이 비워진 것을 확인하고, 그녀와 마주 보았다.

「그럼, 이번에야 말로 답 맞추기를 시작해볼까, 유키노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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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분은 2side님이 번역해주셨습니다. 

수정한 부분이 세세하긴 한데 -_-; 일일이 밝히긴 힘들고

일단 줄 간격은 대폭 수정했습니다. 일단 줄간격의 기준은 회색빛잔영님의 것으로 할 생각이었기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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