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교실에서 히터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그 굉음 속에서 작은 소리가 섞여 있다. 지속적인가 했더니만, 갑자기 멈추고. 대신 종이를 문지르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 외에 다른 소리는 없다. 이야기 소리도 없고, 문이나 창 밖에서 들려 오는 소리조차 이곳에는 없다.
동쪽 방향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어두운 밤. 거기에 마치 갈라지듯이, 교실은 백열등 빛으로 하얗다. 백열들이 비추고 있는 흰 벽에는 군데군데 얼룩이 져있다. 비취색 리놀륨 바닥 위에는 프린트가 가득 채워진 골판지상자가 구석에 있다. 교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커다란 책상으로, 서로 마주 보듯이 놓여진 것이 3열. 거기에 키가 큰 칸막이와 라이트 스탠드까지 있어, 교실은 거의 반 독실화 되어 있다.
교실은 거의 텅 빈 것이나 다름없다. 책상은 창문과 문에서 멀리 떨어진 두 군데 말고는 빈자리이라, 만약 누가 들어 오면 불이 켜진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순찰 시간은 아직 30분은 이르다. 벽에 걸린 시계는 11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이 자습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거의 다 집으로 갔고, 지금 있는 두 사람만이 언제나 마지막까지 자습실을 지키고 있다. 그 시간도 곧 끝난다. 샤프펜슬 소리가 서서히 줄어들다가, 그친다.
「으--……」
팔을 들고 등을 피자, 목소리가 나온다. 등받이에 체중을 싣자, 동시에 의자가 삐걱거린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긴장되었던 공기가 순간적으로 누그러졌다. 목소리 주인은 근처에 있는 시로미를 바라본다. 그녀는 책상에 턱을 괴고 있는 채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슬슬 돌아갈까」
시로미가 펜을 둔다. 펼쳐진 노트 위에 얼굴을 묻는다. 그자세로 대답을 하자, 목소리가 아무래도 흐려진다.
「귀찮아……」
「네네. 오늘도 수고했어」
필기구를 정리하면서 그런 시로미의 등을 문지른다. 그녀는 귀찮아 귀찮아 라고 말하면서도 사에가 돌아갈 때까지 같이 있어준다. 귀찮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제대로 공부하는 것을 보면, 역시 이런 점에서 우수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서나 노트도 모두 가방에 넣고,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감는다. 난방을 끄고 창문이 잠겼는지 점검한다.. 그리고 혹시 자습실에 남아 있는 것이 자기들만 있는지 확인해 본다. 만사 OK인 것을 확인한다. 자습실은 평소 대로.
늦게까지 정리한 시로와 자습실을 나와 불을 끈다. 문을 닫을 때 보면 자습실 안은 칠흑 같은 어둠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수험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이 순간이 무서웠다. 백열등으로 밝은 복도로 허둥지둥 나와, 어둠을 가두 듯이 문을 닫았다. 지금은 이제 익숙해졌으니까 그럴 일은 없다. 사에는 거의 매일 학원 자습실에 오고, 그리고 시로미와 같이 공부한다.
자습실에서 나가자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무심코 몸을 움츠린다. 코로 들어가는 공기도 얼어 붙을 만큼 차갑다. 최근 제법 추워진 것 같지만, 겨울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학원에서 나오자 더욱 추워졌다. 눈앞에는 도로가 펼쳐져 있지만 차는 보이지 않는다. 드문드문 놓여져 있는 가로등이 오히려 쌀쌀하다.
「피곤해」
「응……」
매일 말하는 것 같은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주차장으로 간다. 강사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차가 두 대, 주륜장에는 오토바이가 1대, 자전거는 방치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시로미 것과 사에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타고 귀가길에 오른다. 시로미와 나란히 달리지만, 보도에도 사람 그림자는 전혀 없에 상관할 것도 없다. 자전거 라이트가 도로 위에 2개의 타원을 만들며 매끄럽게 나아간다. 바람이 카마이타치처럼 얼굴을 밴다. 타이어 소리와 바람 소리 만이 밤의 정적을 어지럽힌다. 이야기는 없다. 시로미는 두꺼운 머플러에 얼굴을 묻어 추위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둘은 전혀 어색하다고 느끼고 있지 않다. 침묵이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기분 좋은 것이니까.
학원이 있는 마을을 빠져 나가자 주위는 더욱 고요해진다. 골목에 잇는 상점은 대체로 닫혀 있다. 교차점으로 나오자 신호가 빨강이었기에 멈추었다. 차나 자전거는커녕 인기척도 없다. 건널 폭도 좁으니까 그냥 갈수도 있지만, 서둘러 가고 싶은 생각을 둘은 전혀 하지 않았다.
「춥다」
「응……」
흐려진 목소리에 그런 대답은 매정하다. 그러나 시로미의 성격상, 그 말에 불만이나 불쾌의 뜻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보인다. 깜빡이는 별들을 이어보자 별자리가 나온다. 시야를 넓혀 전체를 바라 보면, 온 하늘은 밤하늘. 마치 보석 상자처럼 반짝인다.
겨울 하늘은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별이 보이는 것은 땅의 빛이 별로 없기 때문이고,그러니까 여름이라도 똑같이 아름다운 밤하늘이겠지만,겨울은 공기가 차갑다. 하늘이 얼어 붙어 있는 것 같아 특히나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가을이네)
사에는 마음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11월의 11일.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즉 그 만큼,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겨울이 끝날 무렵에는 사에나 시로미, 쿠루미와 토요네의 진로는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다. 유학 기간이 끝나는 에이슬린하고는 헤어지게 될 것이고, 그리고 사에도 다른 네 사람과 떨어질 수도 있다. 색은 시로미와 쿠루미와 같은 대학으로 진학하기를 원하지만, 토요네에게는 진로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 행선지가 불명확한 다섯 명이기에 더욱, 모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고 사에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수험 공부 때문에 잘 되지 않는다.
차가운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고 시로미의 집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고에 자전거를 두러 가는 동안, 사에는 아담한 문 앞에서 멈추어 기다렸다. 돌아온 시로미가 그것을 연다.
「그럼, 내일 또 봐」
장갑을 낀 오른손을 들어 흔든다. 시로미는 코 바로 아래까지 가리고 있는 머플러를 풀고, 입을 노출시켰다.
「또 내일」
「응. 잘자」
「잘자……」
시로미도 가볍게 손을 흔든다. 사에는 미소를 돌려주고 나서 땅을 찼다. 타이어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페달을 밟자 자전거가 달리기 시작한다. 강해진 바람의 무사가 칼을 시험하는 것을 맞으며, 짧지 않는 귀가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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