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柊要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했습니다. 허가해주신 柊要님께 이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산소, 너의 색
「이런 말을 하면, 너는 화낼지도 모르지만…… 사실, 모모, 가장 너를 공기라고 생각한 것은, 아마, 나야」
겨울의 맑은 평온에 싸인 교실에서, 모모가, 멍한 얼굴을 한 만큼, 희미하게 공기가 흔들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교실에서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보면, 방과후, 드문드문 사람이 남아 있고, 내 앞에는 칸바라가 앉아 있었다. 12월, 기온이 갑자기 추락했다는 사실이 바싹바싹 스며드는, 추운 날이다. 지구 온난화는 어디에 갔냐고 앞에 있는 칸바라는 떠들지만, 온난화의 영향은 가을과 봄이 짧아지는 것이라는 알고 있기에, 일단 그 부분은 지적을 해야겠지만 대답할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 3학년의 12월이라는 것은, 빨강색 옷을 입은 노인을 눈을 빛내며 기다릴 달도 아니고, 하물며 연말의 소란스러움과 떠들썩함에 취할 달도 아니다. 중대한 안건이 있다. 그렇다, 새해가 되면 바로 앞에 있는, 센터 시험이다. 진학을 하려면, 피할 수 없는 길, 이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모두 한결같이, 피로와 싸우며 필사적으로 참고서를 보며 펜을 움직이고 있다. 아무래도 대학 수험쯤 되면, 고등학교 정기 테스트 같은 벼락치기가 통하는 시험과는 다르게, 1분 1초를 아끼기 시작하게 된다. 물론 나와 칸바라도 그 예외는 아니다.
――아니다, 인데.
「유미찡은 뭐랄까, 정말 고집이 세지」
「……무슨 말이야?」
빙글빙글 재주 좋게 펜을 돌리는 칸바라는, 변함없는 태평한 목소리로, 나에게 이런 말을 걸었다. 우리들이 현재 보고 있는 영어에 관한 화제는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지만, 방과후에 가르쳐달라고 해도 부족할 칸바라가, 평소 단조로운 웃음을, 작게 흘렸다.
칸바라의 그런 점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물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미간에 생긴 주름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청산유수와 같다, 라고 하든지, 라고 하든가, 어묵이니까, 같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이거 칭찬 아니다. 거기.
그렇다고 이런 말을 해버리면 이야기가 계속될 것은 명백했기에, 나는 앞에 있는 칸바라가 아니라, 영어 문제집을 보기로 했다. 아직 켄과 메어리가 동물원에 간 것까지 밖에 읽지 않았다. 주석이나 문제를 보건대, 그들의 이야기는 이후에 환경 문제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 가져야 할 의식이라는 주제까지 발전할 것 같다, 아직 멀었다.
조금 춥네, 나는 뭔가 따뜻한 음료라도 가지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줘 메어리. 어머 알았어요, 그럼 저는 저기에 쓰여 있는 이 동물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을게요. 자동 판매기에서 코코아를 한 개 뽑은 켄은, 너무 서둘러 마시다가 혀를 대었다. 메어리가 괜찮은 건지 걱정한다. 그런데 켄, 여기에 이 동물에 관한 생태가 써 있는데.
모르는 단어가 하나 나왔지만, 칸바라에게 물어봐야 억측이 나올 뿐이라, 얌전히 가방에서 전자 사전을 꺼냈다. 아이러니랄까, 그 대답을 예전의 나는 시원스럽게 믿어 버린 탓에, 덕분에 단어 몇 개는 기억이 나버렸지만, 그런 건 어묵의 물이다. 미묘하게 쓰기가 편해서 화가 난다.
「켄은 너무해, 자기 몫 밖에 사오지 않았어」
「……어째서 너가 내 옆에서, 문제집을 보는 거지? 칸바라」
「와하하, 춥잖아, 유미찡. 켄은 신사도가 부족해, 신사도가. 그 점에서 유미찡은 대단해요, 신사도 만땅이니까」
「사람을 정가 157엔 과자처럼 말하지마」
「그래도, 모모와 나갈 때는 언제나 굉장하리만치 에스코트 하지 않아―?」
「…………」
역시 그렇네, 라고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칸바라를, 무뚝뚝하게 입을 다문 채로 밀친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날뛸 정도로 비상식적인지 않은지, 추운데, 추운데 라고 투덜투덜 말하면서도, 그녀는 얌전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 방심한 것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조금 전--칸바라의 말에 반응해 순간 동요해 버린 것도, 전해지진, 않았을까.
집중 하러 돌아간 칸바라에 비해, 내 머리 속에 있는 시계는 조금씩 바늘을 되돌리기 시작하더니, 다시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나는 속수무책이다. 아이의 소란이나 야생의 향기, 그리고, 내 손을 잡아 당기는, 그 아이의, 느슨해진 입가.
나는 딱히 주의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니까, 만일 칸바라가 말하는 대로라면, 그것은 거의 그 아이 덕분이다, 라고 생각한다. 행위도 호의도 받아 버리는, 그 아이는, 모모는, 그 전부를 놓치지 않는다. 하나하나 품으며, 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기쁘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렇기에 따뜻해 지는 것은 그 아이가 아니라 나다. 언제나, 그랬다. 동물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 동물원 말고도 많다.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만났는데도, 그 아이는 언제나 웃어 주었다. 그것은 반드시, 그것은 반드시, 정말로, 내가, 행복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 시점에서, 나는 켄과 메어리에 대한 이야기가 완전히 머리에서 떨어진 것이나, 칸바라가 가만히 여기를 바라보며 뺨을 히죽거리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즉, 어느 쪽이든 칸바라를 밀친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은, 나 자신 탓이지만.
「으응―……유미찡은―, 굉장히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해, 나는」
「뭐야? 갑자기……칭찬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그래 그래, 조금은 스스로 생각했으니까 상관 없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뭔데?」
「아니, 좋은 녀석이지만. 좋은 녀석인 채 있는 것도, 힘들겠네―, 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나는 입을 다물고, 그리고, 펜을 두었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편리하다. 내 안에서 쌓이고 쌓여,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지저귈 것 같은 행복을, 조금은 털어주니까.
칸바라는 앞에서, 빙글빙글, 빙글빙글, 펜을 돌리고 있었다.
「……, 칸바라. 조금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응?」
「너, 실은, 공부하고 싶지 않은 거뿐이지?」
「……와하하, 들킨 건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 것이 칸바라 다운 상냥함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 녀석은 그런 자각도 없을 테니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이마를 찔렀다. 평소 행동 대로 하되, 미안해, 고마워, 주목에 그런 마음을 담아, 그녀의 이마를 쳤다.
밖은 춥다. 교실 유리창은 완전히 흐려졌고, 어떤 그림자라도 녹이는 걸로, 보인다. 교복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이, 신체에 스며든다. 따뜻해지고 꽃봉오리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 봄의 냄새가 넘쳐 나올 무렵,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서, 어떤 공기를, 마시고 있을까.
잘 모르지만, 적어도, 황혼이 잘 보이는 그 부실에서, 패가 울리는, 그 공기는 이제 두 번 다시 마실 수 없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항상 희미하게, 희미하게 스며들었던, 달콤하고 부드러운 공기, 하지만.
반드시, 더는.
그렇게 감상에 젖어도,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수험 일정이 늘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계는 발을 멈추지 않는다. 시간의 단절은 절대적이다. 조금 빨리 태어났다, 단지 그것만으로, 나와 모모의 사이에, 선명한 선이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학년이 다르다. 나는 3학년이고 그 아이는 1학년이니까, 내가 그 아이와 같은 부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나는 그 아이보다 빨리 수험을 치고, 학교를 나간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정해졌다. 그래 말하자면, 생각해 보면, 전부 당연한 것일 뿐이다.
「나란히 걷지도 못하니까, 손을 잡을 수도 없고」
나는 그 아이와 발을 맞출 수도 없고, 그 아이보다 앞에 있는 내가, 끌려갈 수도 없다.
그런 것, 정말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정해진 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조차도 전부 채우는 것이, 내게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우리들은 공기를 항상 마시고 있고, 스스로 숨을 멈추지 않는 이상, 조금도, 깨달을 수 없다.
그러니까 몇 번이나 돌아 보는 것도, 작게 너를 부르는 것도, 버릇이 되었다. 어디에도 없는데, 쭉 곁에 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나 희미한 냄새가,그 달고 상냥한 냄새가, 겨울 공기 틈새에, 숨어 있는 것 같다. 마약보다 더한,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중독될 것 같다.
이렇게 보여도 너를 찾는 것은 자신있다고 생각한다, 뭐니뭐니해도 너 자신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 주었으니까, 아무리 자신이 공기에 녹더라도, 너는, 나만은 찾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항상 찾았다.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산소였다, 하지만.
「이제, 너는, 없어」
「……지금은, 그렇슴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서, 꿈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칸바라가 돌아갔는데도, 조금도 진행되지 않는 영어에 기를 쓰다가. 한심하게 정신을 잃어서 책상 위에서 잠들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산소 부족에 허덕인 걸까, 라니, 너무 우스운 소리다..
「선배를 방해할 수는 없슴다. 선배는 선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좋겠슴다. 그것을 응원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임다」
그렇다고는 해도, 꿈 속에서도 모습이 안 보인다니 그 아이의 마이너스는 철저하다. 갑자기 웃어 버릴 것 같고, 웃음소리는 뭔가를 닮은 것 같다. 공기에 녹은 그리운 향기를 들이 마시는 것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짓을 해버리면, 더 심한 플래시백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최대한 들이마시지 않게 얼굴을 가렸지만, 꿈이기 때문일까, 모모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 정말 잔혹한 꿈이다.
「나만 보이기에, 알아 주시지 않는 것이 분하지만, 선배의 등은, 정말로 멋짐다. 그러니까 선배는, 제 앞에서 당당히 걸었으면 함다」
「……그렇구나. 그게 당연하겠지」
모모조차 알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이제 와서.
앞으로 계속 가주세요, 따뜻한 목소리로, 모모가 말해주었다. 앞을 향해 걸어주세요, 선배
「언젠가 절대로, 따라잡겠슴다!」
내가 귀를 막아 버린 그 순간, 그 순진한 미소를, 내 진짜 옆에서 지어 주었다.
아아, 정말로 곁에 있었구나 나는 네가 있는 공기를 마시고 있었던 건가.
「모모, ……」
그러나, 잠은 깬다. 조금 전까지 푹 엎드리고 있었다는 증거로, 지금까지 일이 모두 꿈이었던 것의 증명으로, 내 목이 아프다. 교실에 남은 학생은 이제 없다. 당연하다, 벌써 학교도 문을 닫을 시간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당히 적당한 꿈이다. 그 아이가 나를 한번 더 쫓아 와주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는데, 꿈 속이라고는 해도 시원스럽게 정했다. 내 이기심에 웃어야 할지, 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깨어난지 얼마 안된 몸은 차갑고, 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 밑에 있었던 영어 교과서에, 이상한 주름이 생겼다. 전자 사전을 떨어뜨리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일까. 제법 켜는 것도 힘들지만, 이제 와서 새로 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열리기만 하고 꺼져 있었던 그것을, 아무 생각 없이 켰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꼼꼼하다고 해야할 지 소심하다고 해야할 지, 끝낼 때는 언제나 초기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 내 버릇이다. 그러니까.
「……응?」
지우기 버튼을 누르려던 손이, 멈춘다.
입력란에, 단어로 보이지 않는 길이의 문자가, 쓰여져 있었다. 잠에 취해 버튼을 이리저리 누른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 문자를, 눈으로 더듬는다. 옛날 것이라, 백라이트도 없는, 어두운 무기질적인 화면, 그 위에.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선배〉
그 위에, 쓰여진 문자는, 너무나도, 너무나도 생생하게,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아아……그런가」
그런가, 너는.
「……, 모모. 이런 말을 하면, 너는 화내 버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내 곁에, 또, 와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