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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4.12.24 꽃말 - (2) 11월·네리네
  2. 2014.12.24 꽃말 - (1) 6월·목서초
  3. 2014.12.23 승강 신드롬 - 4. 소광(消光)
  4. 2014.12.23 승강 신드롬 - 3. 성홍(猩紅)
  5. 2014.12.23 승강 신드롬 - 2. 창고(彰考)
  6. 2014.12.23 승강 신드롬 - 1. 조광(照光)
  7. 2014.12.23 마이 스페이스
  8. 2014.12.23 로망의 등불
  9. 2014.12.23 희미하게 눈치채다
  10. 2014.12.23 바다의 물보라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4. 12. 24. 12:41 by 레미0아이시스

 

(2) 11·네리네

 

「으~……

 

 길고 높은 목소리를 짜내면서타카카모 시즈노가 기지개를 편다.

 검은색 저지에서 화려하게 노출된 다리와 팔이 어두운 붉은색으로 덮인다사라지기 직전 눈부신 저녁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 힘이 빠져하품도 나왔다.

 

「피곤해?

 

 그런 그녀에게세라복에 입은 아타라시 아코가 말을 걸었다시즈노는 「그렇네」 라고 힘없이 대답했다.

 

「저기아코우리들 이제 실력 좋아진 걸까?

「응물론」

 

 그녀들은 요즘 매일아치가 여고 옛날 마작 부실에서 마작 특훈을 하고 있다.

 이 두 사람 외에 이전부터 알고 지냈던 마츠미 쿠로그 언니 마츠미 유우출석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사기모리 아라타이 다섯 멤버로 내년 인터하이를 목표로 특훈 중이다.

 코치는 아코가 맡았다그녀는 올 여름까지 중학생으로서 출전한 시합에서 제일선에 있었다다른 맴버들은 각자 공백이 컸기에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노도카와 노는 것』.

 중학교 2학년에 오르기 직전에 전학을 가 버린그리고 지금은 인터 미들 챔피언이 된 하라무라 노도카와 전국 무대에서 재회한다.

 시즈노아코쿠로셋은 재회한 장소에서 그렇게 맹세했다.

 

「좋아졌다면 괜찮지만……

「뭐야뭔가 있어?

 

 조금 그늘진 말에 그녀가 반문했다..

 

「……아니아코가 그렇게 말한다면 물론 그렇겠지만」

「그렇겠지만?

「……조금 불안해서」

 

 시즈노가 걸어서 아코 앞으로 다가왔다.

 작은 키에 등까지 뻗은 갈색 머리 포니테일하얀 허벅지를 대담하게 노출하고 있지만이미 익숙한 아코는 『춥지 않을까』 정도가 그 감상이었다슬슬 계절은 겨울이다.

 정확히 해가 완전히 산 저 편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그러나 그 저녁놀로 아직 주위는 밝았고아직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즈를 아코가 놓치지 않는다.

 

「『조금』이 아니잖아」

 

 아코가 좀 더 다가가시즈노의 포니테일을 잡아당겼다.

 

「잠깐」

「시즈는 키 변하지 않았네

「신경 쓰고 있는 것을……

「그렇지만 말이야변하지 않으면 안 돼」

 

 잠시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그 동안 아코는 시즈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따

 

「『조금이 아니다』 라는 것은……역시 실력 부족하다는 걸까」

 

 침묵을 깬 것은 시즈로낮은 목소리를 말했다.

 하지만 아코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면서밝은 억지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우리들은 바뀔 수 있어좀 더 강해질 수 있어」

「아코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겠지만」

 

 조금 전부터 반복하는 그 말이 아코는 매우 기뻤다.

 그것은 믿어준다는 증거이며떨어져 있었던 시기가 있었지만이렇게 또 사이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좀 더 힘내자좀 더 강해지지 않으면 노도카에게 갈 수 없어고민할 틈도 없는걸」

「……응!

 

 시즈노는 아코를 보며 만면의 미소를 띄웠다.

 마치 아이 같아-- 아코가 그렇게 생각한 그 때시즈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불가사의한 표정이 나왔다.

 

「무슨 일이야?

「뭔가보이지 않는 것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즈노의 다리가 움직인다아코를 지나그 뒤로 달렸다.

 아코는 시즈노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려다 움찔했다.

 어느 새저녁놀조차 없어져 있었다그라데이션 같이 조금씩 색이 진해지고주변은 캄캄했다.

 시즈노는 그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검은 저지 차림이 그 어둠에 녹아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아코는 말도 하지 못하고단지 그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한편 시즈노는어둠 속에서 피어 있는 꽃을 발견했다.

 깔때기 모양의 꽃잎은 유리 같아서그 꽃잎에는 옅은 신비한 핑크색이 흐르고 있었다.

 시즈노의 얼굴이 누그러진다그 색깔이노도카의 머리카락 색깔 같아서

 광택이 있는 이 꽃은다음날 아침 해를 보면 다이아몬드 같이 빛날 것이다마치완고한 결의를 한 시즈노처럼

 그리고 그녀는 이 꽃에 자기 마음을 말하고아코에게 돌아갔다.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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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4. 12. 24. 11:35 by 레미0아이시스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꽃말

 

 

(1) 6·목서초

 

 이제 슬슬일까병실에서 온죠지 토키는 조마조마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 위에서 그녀가 몸을 뒤척이더니옆에 있는 받침대 시계를 바라 본다. 4시쯤그렇다면 이제 올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정확하게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린다그것이 잠시 계속 들리다가그 소리가 문 앞에서 멈추고대신 노크 소리가 크게 울렸다.

 「부디」라고 대답 한다병실 문이 스륵소리를 내며 열렸다.

 

「토키상태 어떤기고?

 

 들어 오자마자 세라복 차림의 방문자가 침대로 달려온다..

 그녀의 등까지 자란 긴 흑발이 크게 나부낀다앞머리는 바쁘게 물결을 쳤다.

 

「많이 좋아졌데이」

「그렇구마다행이레이」

 

 안도한 표정으로 그녀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달라고 했다그녀는 고맙다고 말한 뒤그 의자에 앉았다.

 

「세라는?

「오늘은 연습이구마세이라는 개인전 대포도 하니께」

「류카도 단체전 레귤러이고남는 게 좋지 않다 아이가」

「그건뭐어차기 부장의 권한?

 

 시미즈다니 류카는 그렇게 말하고행복한 미소로 웃었다.

 블라인드 틈새를 통해 살며시 들어 오는 빛의 줄기는 아직 희고병실은 무미건조한 빛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공허한 공간에서 그녀의 미소는 확실히 청량제였다토키도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미안하데이 문병 때문에 연습도 못하고 말이제」

「어차피 토키를 두고 연습 제대로 못 한데이 신경 쓰지 말구마」

「그렇지만선배나 감독도 있지 않다 아이가?

 

 2학년인 류카는동급생 에구치 세라와 함께 단체전 레귤러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현 예선에서 화려한 성과를 올려 전국 대회 출장의 주인공이 되었을 무렵토키가 컨디션을 무너뜨려 쓰러져 버렸다.

 그녀는 생사를 헤맬 정도로 악화되었었지만어떻게든 겨우 회복해서 지금이다.

 그런 토키에게 류카와 세라는 종종 문병을 왔었다입원하고 있는 토키에게 있어 그녀들의 방문은 휴식이자얼마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레귤러가 전국 대회 출장이 정해진 후에도 연습을 종종 빠진다그것은 분명히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토키는 병실에서 친구의 내방을 기다리면서도미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니까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 그만두레이」

「그렇지만……

 

 거기까지 말했지만 다음 말은 하지 못하고토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녀에게 있어 두 친구는 동경의 대상이자희망이기도 했다.

 토키의 실력은 겉치레로도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그런 이유로 그녀는 언제나 친구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

 나는 무리이지만두 사람이 인터 하이에 가주었으면 한다--그런 작은 희망을.

 그것이 실현되었다그렇다면그 빛나는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남겨 주기를 원하는 건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족쇄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비굴해졌다는 건 아니지만병원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토키가 약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토키를 보고류카가 한숨을 쉬었다..

 

「……마토키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고?

「밖아아……의사도 허가 했데이」

「응그럼 가제이」

 

 류카가 일어 섰다그녀의 말은 토키에게는 너무 예상 밖에라토키는 입을 벌리고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는 기고?

「응……

「역시 도와주겠데이자」

 

 류카가 토키의 어깨를 잡고그녀를 살며시 침대에서 내렸다.

 

「혼자서 걸을 수 있는 기고?

「괜찮데이」

 

 토키는 아직 의아한 표정으로 류카를 보고 있었다.

 둘이서 나란히 복도를 걸어안뜰로 이어지는 계단을 걷는다햇살이 살며시 안뜰을 비추고 있었다.

 신발을 갈아신고 밖으로 나간다옅은 녹색 환자복이 햇빛에 비추어져토키가 너무나도 약하게 보인다.

 

「여기꽃이 피었데이」

 

 반 걸음 앞으로 나온 류카가 꽃을 가리켰다.

 그 앞에는 화단이 있었고 누가 기르는지 알 수 없지만참억새 같이 키가 큰 식물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꽃이게?

「목서라고 한데이줄기에 하나하나 붙어 있는 것이 꽃이구마」

「흠……」

 

 다가가 차분히 살펴본다멀리서 봤을 땐 장식을 붙인 크리스마스 트리 같았지만옆에서 보면 확실히 그것은 하나하나가 작은 꽃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바깥을 향해 피어 있었다흰색 꽃잎은 얇은 초록을 띠며 햇살 아래에서 가련하게 한창 피고 있었다.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구마」

「응목성 닮은 것 같은 달콤한 냄새가 나니께목서라고 한데이」

「박식하데이류카」

「이 플레이트에 써 있데이」

「니 지식이 아니었구마」

 

 류카가 웃었다조금 전까지 있었던 어색한 분위기는 무엇이었을까토키도 덩달아 웃었다.

 

「……저기토키내가 여기에 토키를 데려 오고 싶었던 것은이 플레이트에 쓰여진 말이 토키에게 딱 맞다고 생각하서레이」

「응뭐라고 써 있는 기고?

「목성의 꽃말『당신은 훌륭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소리 없이몹시 놀랐다.

 류카는 그런 토키를 한 번 보고앞에 있는 목서 꽃밭에 눈을 돌렸다.

 바람이 불자 그것들은 일제히 흔들리며 하얀 궤적을 공중에 그렸다.

 

「……나는모두와 함께 인터 하이에 가고 싶데이」

 

 바람이 류카의 말을 옮긴다.

 

「토키는 어떤 기고내와 세라와 토키와셋이서 인터 하이에 갈 수 있으면 재미있다 아이가?

「……재미있겠데이」

 

 작은 목소리로 토키가 말했다.

 

「갈 수 있으면……. 그야 좋겠구마」

「괜찮데이내가 있으니께」

 

 류카는 토키에게 다가가그 손을 잡았다.

 

「물론 세라도……. 토키가 노력한다면 동료 모두도……거기에지금도 토키는 노력하고 있으니께」

「고맙데이……그렇지만노력해도 닿지 않는 것이 있을 지도 모른데이」

「……괜찮데이」

 

 고등학교 2학년 여름토키에게 남은 대회는 봄과 여름 예선 한번씩뿐이고원래대로면 병원에서 입원할 틈도 없다.

 하지만 류카는 토키에게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그녀의 그 매력 속에위로 갈 힘이 있다고.

 

「나를 믿으레이그리고 모두를…… 무엇보다도자신을 믿으레이반드시 토키라면 할 수 있데이」

「……근거가 없데이」

 

 하지만 말하고는 반대로토키는 류카의 손을 잡았다.

 

「……나도 두 사람과 인터 하이에 가고 싶데이」

「토키……」

「고맙데이류카」

 

 노란 빛을 머금기 시작한 햇살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손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토키가 부에 복귀할 무렵--그녀는 자신 안의 『가능성』을 알아 챘다.

 토키는 생각했다반드시 이 힘은 모두가 준 것이라고.

 모두가미래를 바라는 내 마음에 부응해서 『1순 앞』을 보여 주게 한 것이라고

 그래서 더욱 생각했다.

 이번에야말로계속 봐 온 꿈을 실현하고 싶다.

 세라와 그리고 류카와 함께 전국에 간다는 꿈을.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4. 12. 23. 22:03 by 레미0아이시스

 

 

(4) 소광(消光) – 빛이 사라지다

 

 밤이라도 적잖이 따뜻한 시기가 되었다.

 이 거리는 밤에도 밝다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는내가 태어나서 자란 아치가의 거리 풍경과 비교하면 확실히 거목하고 잡초 정도로 차이가 있다.

 우주에서 쳐다 봐도 보일 것 같은 이 반짝이는 거리에는 별빛은 보이지 않았고반대로 거리가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아파트 원룸에 들어가 불을 키자아무도 없는 방이 뿌옇게 떠오르고황량함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크게 한숨을 쉬고 바닥에 깔린 이불에 뛰어들었다그러나 잠이 오지 않아잠시 동안 그렇게 있는데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것이 무슨 음악처럼 들렸다.

 팔을 뻗어 낮고 작은 둥근 테이블의 위를 만지작거렸다단단한 나무 감촉이 손가락에 닿았고나는 그 액자를 집어 내 눈앞으로 가져왔다.

 사진 속에는보라색 꽃잎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커다란 6장의 꽃잎은 좌우 대칭으로그 중앙에는 꽃술들이 마치 입맞춤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닫혀 있다.

 내가 기른 카틀레야가 피어 주었다하지만온실을 가꾸고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그래도그래도 괜찮다.

 그 온실은 둘도 없는 내 청춘이었다언제 어느 때라도 따스함이 느껴지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던 장소였다내 자취를 다른 사람이 보는 것도 어쩐지 부끄럽다.

 어쨌든그 카틀레야 꽃도 결국시들어 죽을 것이다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그 곳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도.

 나는 지금 이 현상에 불만은 없다이것으로 좋다아무 생각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이기에.

 액자를 덮었다어렸을 적 우리 자매들과 같이 있는 어머니가 거기에 계신다.

 

「안녕히 주무세요……

 

 책상 위에 그것을 두고나는 눈을 감았다.

 지금 막 들어온 참이라 목욕도 안 했고 저녁도 먹지 않았다잘 생각은 전혀 없지만옛날을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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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승강 신드롬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작가님 것을 제가 목표한 것까지 내일까지 다 번역하고 싶은데 그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_-;; 


페이스를 생각하면 너무 간당간당해서...



유우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인줄 몰랐습니다.


말하자면 성장통인데...


화자가 유우인 것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4. 12. 23. 21:40 by 레미0아이시스

 (3) 성홍(猩紅



 

 1월이 끝나고학교는 부산했다.

 교무실에는 끊임없이 학생들이 찾아 오고 있고다른 국어 선생님들은 첨삭을 위해 학생들의 글을 노려보고 있다센터 시험을 마치고다음은 2차 시험숨 쉴 틈도 없이 그녀들은 마지막 싸움을 향해 라스트 파트를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내 담당은 중등부였기에나 자신은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나는 올해가 처음인 신인 교사이고나에게 첨삭을 신청하러 올 학생은 아는 사이 정도였다. ――그래유우 같이.

 그 유우의 논술 첨삭을 마치고 나는 크게 숨을 쉬었다따로 지친 것이 아니다오히려지적할 부분은 하면 할 수록 적어지니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센터 시험이 끝났을 무렵에는 괴멸적이었지만눈에 띨 정도로 유우의 학력은 오르고 있다이대로면 좋은 선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가르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뭘 그리 웃고 있어요……?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눈치챘을 땐 몸집이 작은 아라타가 있어서나는 살짝 놀랐다.

 

「얼굴에 나왔어?

「응……

「아니유우의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서」

「아……그렇구나어때유우 언니오사카 국립 대학을 수험 친다고 했는데그곳 편차치 높다든가……

「으~논술이라면 그럭저럭 괜찮아교과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인 아라타는데스크 훅크에 걸려 있는 열쇠를 집었다.

 

「그럼……부활 갔다올게요」

「응나 일 끝나서 오늘은 회의까지 한가하니까 나도 갈게」

 

 스탠드를 끄고일어섰다그녀는 이 아치가 여고 마작부 부장이고나는 그 고문이다.

 아타라와 함께 널찍한 교무실 통로에 나가는 중에그녀의 다리가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라고 묻기도 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교무실 유리문 저 편에 잘 아는 사람이 보였다.

 아라타는벌써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그것을 얼굴 옆으로 들어 올려 작게 흔들었다하지만통하지 않았던 것일까그녀는 문을 열고 이쪽으로 걸어 왔다.

 

「쿠로열쇠는 벌써 내가 가지고 있는데」

「아그게 아니라..

 

 여기까지 온 쿠로는 고개를 가로로 흔들더니나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저기오늘……언니가 감기 걸려 버려서간병하고 싶어서 그런데오늘 부활 쉬어도 될까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쿠로의 언니결국은 유우에 대한 일이다.

 

「유우 언니 감기 걸렸어……? 괜찮아?

「응조심하는 것뿐이니까걱정해 주어서 고마워」

 

 그것을 듣고 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이 시기에 가장 무서운 것은 컨디션이 무너지고그것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인플루엔자 같은 거라도 걸려 버리면 시험 회장에 들어갈 수 없을 수도 있다. 1년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내 마음에 달라붙은 불안은 완전히 불식 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일단 이지만괜찮을까요?

 

 쿠로의 목소리가 귀에서 울린다어째서인지 미끄러질 것 같아서 있기도 힘들다순순하게 승낙할 수 없었다조금 전까지이대로 순조롭게 가면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날아가 버렸다유우가 걱정이 되어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

「쿠로너는 부활에 가내가 보러 갈 테니까」

「에?

 

 아라타가 놀라며 나를 올려다 본다쿠로도 마찬가지로 비둘기가 장난감 대나무 총을 맞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아아너도 춘계 대회가 가깝고연습은 하는 것이 좋아」

「그렇지만 선생님일은?

「오늘은 회의까지 한가해. 4시반 정도 까지는 있을 수 있을 테니까그 때까진 연습해줘」

 

 그렇지만이라고 말하는 쿠로를 제지하며 「유우의 논술 참삭도 전할 수 있고」라고 말했다.

 

「그럼……알겠습니다열쇠는 우체통 뚜껑 뒤에 있으니까요그걸로 들어가 주세요」

「응」

 

 나는 내 데스크로 돌아왔다서둘러 짐을 챙기고학교를 떠났다.

 

   ☆

 

 쿠로짱에게 폐를 끼쳤다--

 현관에서 열쇠 소리가 들렸을 때처음 생각한 것은 그것이었다.

 옛날부터 그랬다여름에도 코트와 머플러를 벗을 수 없었다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괴롭히기에 좋은 표적이기도 했다그렇지만 그럴 때마다,언제나 쿠로짱이 와서 나를 도와주었다.

 집에서도 요리를 만들거나 세탁하거나 하는 것은 쿠로였고나는 코타츠에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래서야 독립할 수 있는 걸까그리고 지금도 불안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린다어라나는 위화감을 느꼈다들은 적 없는 발소리였다그것이 다가오더니내 방 앞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노크 소리가 방 안에 작게 울렸다.

 

「유우하루에」

「선생님……?

「들어갈게」

 

 문이 열렸다거기에 서 있는 사람은 아카도 선생님이었다놀라서 상반신을 일으키려고 하는 나를 말리고선생님이 내 머리맡에 앉았다.

 

「어때상태는」

「많이……그런데어째서 선생님이……?

「간병하는 김에 첨삭한 것을 주려고쿠로가 좋았어?

「아아니요그런 건」

 

 말을 더듬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원고용지를 꺼냈다.

 

「다음에 자세하게 말해주겠지만꽤 좋아지고 있어」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그것을 나의 책상 위에 두고그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조용해졌다선생님은 「자도 괜찮아」라고 말했지만역시 이런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잠이 안 오지 않고어느덧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나는 문득내 이마 위에 누가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그 존재가 상냥하게 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나는 놀라 눈을 뜨고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유우」

 

 그 입술이 작게 열리며내 이름을 불렀다.

 무심코 숨을 들이쉬었다선생님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미려애수불안… 여러 가지 감정을 머금은 표정이었다.

 

「선생님……?

 

 방은 완전히 황혼색으로 물들였다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슬픈 빛하고는 반대로 방안은 난방으로 인해 따스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선생님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서그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나는 선생님에게 무엇인가 한 것일까단지 살짝 컨디션이 무너뜨린 것뿐인데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일까.

 방 안은 따뜻한데마치 얼어붙는 것 같았다멈춘 시간에서선생님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숨겼다.

 

「유우— 무리하고 있지?

 

 그리고 그녀가 한 말은 그것이었다시간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몸이 베이는 듯한 차가움은 변함없었다.

 그리고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무리하고 있어내가?

 

「어째서현 바깥으로 나갈 생각을 한 거야……?

 

 선생님의 목소리는그야말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쉬어 있었다오열이 목 안에서 울리는 것 같은 그런 목소리였다.

 

「저는……어른이 되고 싶어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쭉 쿠로짱에게 폐를 끼쳐 왔다아직 보답할 길도 없지만나는 이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선생님은……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나요……?

 

 잠시 후그녀는 내 이마에서 손을 떼어 놓았다.

 

「내가 어른이 된 건……답안에 동그라미를 치게 된 것 정도야」

「……잘 모르겠어요」

 

 그럴 거야라고 말하며선생님이 웃었다나는 영문을 몰라 단지 머리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대로 시간이 흐르고가실 때가 되었는지선생님이 일어섰다..

 

「벌써 26분이네가야겠다」

「감사합니다」

 

 일어나려는 나를 말리고열쇠는 포스트에 넣겠다고 말하고는 그녀는 나갔다.

 그리고구멍이 뚫린 방 안에서 나는 선생님이 한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그렇지만아무리 생각해도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있는 동안둑이 무너진 것처럼 졸음이 쏟아졌고어느 새 내 의식은 꿈 속으로 사라졌다.

 

   ☆

 

 현관에서 나가자딱 쿠로와 마주쳤다.

 

「아선생님언니는 어때요?

「기운 차린 거 같아재운 채로 두었지만」

「다행이다……감사합니다일부러」

「아니야그럼 이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는 쿠로에게 손을 흔들며 나는 현관을 나갔다태양은 이미 떨어지기 직전정확히 눈앞에 검은색과 오랜지색의 경계선이 그려져 있었다.

 

「저기쿠로」

 

 현관을 다시 바라 보았다쿠로가무슨 일이에요라고 대답했다.

 

「나는어른일까?

「선생님은 쭉어른 아니었나요?

「……그럴까」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쿠로에게 인사하고나는 마츠미가를 떠났다.

 그런가그런 것인가어쩐지 모르게 납득할 수 있었다나는 쭉 어른이었는가.

 자신을 옛 트라우마를 피할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다제자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은 꿈을 꾸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유우에게서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일부러 무리가 되는 길을 고르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무리하게 『어른』이 되지 않아도아이인 채라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은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다나와 유우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그것은 조금 전 유우에게 말한 나이 차이만이 아니다좀 더 근본적인 무엇인가가그 점에서 나와 유는 다르다.

 하지만 논리를 쌓으면 어떤 세계라도 갈 수 있다는 마법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안경이 흐려져 안 보이게 되는 것 같이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결국 그 정도인 것이다.

사키 팬픽/大宇宙ベムスターズ 2014. 12. 23. 20:43 by 레미0아이시스

 

 

(2) 창고(彰考) - 드러난 생각




 

 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돌아가셨다그 때문에함께 보낸 시간이 적었고 그래서 기억도 적다그 뿐만 아니라 나는 어렸을 때의 추억을 대부분 잊어 버렸다.

 어머니의 사진은 위패 근처에 있다매일 보고 있으니까 그 얼굴을 잊을 일은 결코 없다하지만그녀의 어깨 밑으로 그 전체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목욕탕 거울로 내 나체를 볼 때마다어머니의 몸은 어떤 형태였을까 무심코 생각하기도 했다내 가슴은 큰 편이다나에게는 쿠로 라는 여동생이 있지만그녀의 가슴도 크다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어머니도 그런 걸까.

 그런오래된 앨범을 펴면 간단하게 나올 것 같은 답을나는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다벽돌을 겹쳐 쌓듯이 생각을 더듬어 어머니의 허상을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한숨을 쉬자목욕탕 타일을 때리고 메아리를 쳤다잠을 유도하는 욕조에서 나와나는 주저하면서도 목욕탕 문을 열었다.

 작은 틈새로 팔을 뻗어옆에 있던 목욕 타올을 잡고바로 팔을 욕실로 되돌리고 문을 닫았다그러나 그럼에도 허무하게냉기가 살짝 침입했다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타올로 내 몸에 묻어 있는 물방울을 닦았다.

 코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매일 밤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다나는 이빨을 강하게 물고다짐을 하고문을 열어 탈의실로 나왔다욕실 안에 있는 난기가 김이 되어 천장을 간질였지만반대로 탈의실에 있었던 냉기는 내 온 몸을 찔렀다나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속옷을 입고 재빠르게 파자마를 입었다그것만으로는 춥기에 가디건도 입고 양말은 이중으로 신었다.

 목욕을 마쳤을 땐 그래도 온기가 남아 있어서 지금은 이만큼으로 끝나지 학교로 향할 때는 좀더 두껍게 입어야 한다나는 그 정도로 바깥 공기에 약한 체질이다.

 

   ☆

 

 시계를 봤을 땐시침이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발돋움으로 일어서방의 불을 끄자구석에 놓여진 책상 위에 있는 스탠드가 내는 따스한 노란 빛만이 의지가 되었다.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내일 준비를 했다방안은 난방이 되어 있지만책상은 창문 아래에 있기에어쩐지 모르게 차갑다.

 미리 깔아둔 이불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스탠드 전원을 껐다방이 단번에 어두워져 체감적으로 온도가 내린 것 같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창문을 가린 커텐에 손을 댔다그 순간차가워서 얼어 붙을 것 같았다그것을 펴자유리창 사이에 갇혀 있던 냉기가 방 안으로 퍼진다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창문 저 편을 바라 보았다자세를 낮추어 하늘을 바라 보자밤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리온 자리는 잠시 멈춰서 있었다빨강과 파랑으로 깜박거리는 두 별과 모래시계 한가운데를 묶는 세 개의 별하지만 오늘은그 안에서 흐르고 있는 모래를 볼 수 없었다.

 매일 밤 참고서와 눈 싸움을 해서 시력이 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내년 봄에는 안과 검진할 때 좀 더 두꺼운 렌즈를 쓰게 될지도라고 생각하면서나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년 봄--카틀레야는 죽어 버리지 않을까나는 이 장소에 남게 되어 버리는 걸까.

 이제 1월 초순이제 곧센터 시험이다.

 

   ☆

 

 방과후나는 온실로 발길을 옮겼다.

 안에 들어가자 따뜻함이 몸을 감싸서나는 정말 행복해졌다입구 부근에 걸린 온도계 습도계는 적절한 수치였다.

 문득여기에 살 수 있다면 좋겠다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무리도 아니다추위를 타는 사람인 나에게 온실은 매우 쾌적하다그 뿐만 아니라 풀과 꽃의 냄새가 피어 오르는 휴식 공간이다.

 이 온실은나에게 낙원이다.

 사람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조용하고아름다움과 따뜻함만으로 갇혀진 세계반드시이 낙원의 좋은 점을 알 수 있다면매료 당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샛길로 갔다도중에춤추듯이 휙 돌아 보았다이곳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아무도 보지 않으니까이렇게 마음대로 있을 수 있다최근에는 공부로 바빴다이럴 때라도 조금은 해방감을 맛봐도 좋지 않을까.

 이러는 저러는 동안에 카틀레야에 겨우 도착했다그녀는 오늘도 조용히 눈을 감은 채로 그 꽃눈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그렇게 있을 수 있구나」

 

 의자에 걸터앉으며 내가 말했다카틀레야는 대답도 하지 않고꿈쩍도 하지 않는다단지 잎을 크게 벌려 태양 빛을 받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일어서서 물받침접시에 고인 물을 버리기 위해 화분을 들었다.

 그 때뻗어 나온 초록색 중에 살짝 이상한 색이 보였다고개를 갸웃 거리며 화분을 테이블 위에 두고 나서 그 잎을 뒤집어 보았다.

 보고 나서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떼었다오한이 느껴지고식은 땀이 비오 듯이 쏟아졌다

 나뭇잎 뒤에하얀 알들이 빽빽이 달라붙어 있었다패각충이라는 해충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풀꽃의 나뭇잎이나 줄기에 부착해성장을 방해한다확실히 여름에 자주 발생한다고 하지만온실이니 계절은 관계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둘러 해충 구제용 도구를 가져왔다화분을 바닥에 두고조심조심 잎을 넘기며칫솔로 그것을 밀어냈다.

 땅으로 떨어진 해충을 보자다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그 해충이 나에게 매달린 것 같았다.

 나는 다른 나뭇잎도 확인해 보았고해충을 다 퇴치한 것을 확인하고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살충제를 뿌리고절차를 마친 후에 카틀레야에 물을 주었다.

 그녀는 감사의 인사 같은 건 하지 않고언제나 뽐내며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모습은평소보다 불안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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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1) 조광(照光) - 빛을 비추다

 



 그 방 안은 따뜻한 봄 냄새에 싸여 있었다.

 나는 그 독특한 공기를 들이 마셨다방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다조용하고환기 팬이 도는 소리만이 작게 울리고 있다천장은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태양 볕이 부드럽게 흩날리고 있다.

 마치 여기만 다른 세계인 것 같다나는 문을 닫으면서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입구 양쪽에는 풀꽃이 있어 내가 살펴보자이상하게 구부러진 샛길이 있었다그곳을 걷다가 초록색 가로수 길을 지나자 넓은 공간이 나타나고 그 가운데에는 새하얀 가든 테이블이 옥좌 같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화분 하나만이 있을 뿐이다그 안에는 깊은 녹색이어제처럼 물이끼에 매달려 있어나는 안심했다.

 

「지금물 줄게」

 

 물 받침 접시에 고인 물을 버리고 새로 준비한 물을 붓는다물론 이 식물은 인사 하나 하지 않고단지 나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을 뽐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나는 화나지 않는다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눈앞에 있는 화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굵은 줄기에검 같이 커다란 잎을 2장 뻗고 있는 이 식물은 카틀레야라는 서양란의 일종이다그 꽃은 색형태크기어떤 것을 봐도 훌륭해서난초의 여왕으로 불리고 있는 것 같다.

 이 화분 안에 있는 카틀레야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그 꼭대기에 어린 꽃눈을 지니고 있다지금은 침묵하고 있는 이것이 여리면평판대로 아름다운 꽃잎을 보여주는 걸까

 마음 속으로 심호흡하고 일어섰다방에서 나가려다가 뒤를 돌아한 번 더 바라 보았다.

 카틀레야는 변함없이태양 빛을 받으며 잎을 벌린 채로꽃눈을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온실에서 나오자바깥 냉기가 일제히 엄습한다무심코 몸을 떨다가움츠러든 채머플러를 둘렀다..

  12. ――벌써 겨울이다.

 

   ☆

 

 카틀레야를 봄에 피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카틀레야는 착생 식물로바위나 다른 식물 표면에 뿌리를 내려표면에서 미끄러져 흐르는 물을 취해 성장한다.

 성장이 진행되면카틀레야는 꽃눈을 형성하며 휴면기로 접어든다어느 계절에 개화하는지 그 길이는 미묘하게 다르지만대체로 11월부터2월까지 4개월 동안일 때가 많다.

 카틀레야는 원래 열대에서 피는 꽃이기에저온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꽃눈이 죽어 버린다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겨울에 꽃눈이 형성되면 봄에 꽃이 필 무렵에는끊임없이 온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되기에키우기 힘들다고 한다.

 단지 그 점에 관해 나는 행운이었다내가 다니는 아치가 여고에는 꽤 넓은 온실이 있었다온실은 온도 설정이 편해서꽃눈의 월동에는 안성맞춤인 장소다.

 나는 자주 그 온실로 가곤 했었다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있어 그곳은 오아시스였고돌아가신 어머니가 좋아했던 꽃도 많이 있었다그리고나를 껴안아 주는 그 향기로운 냄새는언제 어느 때라도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 온실에는 난초의 여왕인 카틀레야가 없었다.

 내가 카틀레야를 반입한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내 어머니는 난초를 좋아했다어릴 적에 나도정말로 좋아하는 어머니가 사랑하고 있었던 난초를 진심으로 좋아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중학교 고등학교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쭉 온실 당번이었던 나였지만지금까지 이렇게 행동한 적은 없었다

 내가 카틀레야를 온실에 두기로 결심한 것은후배들에게 그 아름다운 꽃을 남기고 싶어서였다봄이 되고 카틀레야가 꽃이 필 때는 보통 3월부터 5월 반성공할 수 있다면온실에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여왕이라 불리는 꽃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어쩌면내 뒤를 이어 열심히 온실 관리를 해 주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이 장소를 지켜졌으면 하는 것이내가 카틀레야를 반입한 또 다른 이유였다.

 나는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다졸업을 눈앞에 앞두고 있고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수험생이기도 하다.

 

   ☆

 

「네오늘은 여기까지

 

 학원 선생님이 수업이 끝났다고 하자교실 안이 웅성거리더니그 소리가 복도까지 퍼진다.

 학생 한 명이 문을 열자바깥에서 냉기가 흘러 들어가게 되고그 근처에 앉아 있었던 나는 무심코 눈살을 찌푸렸다교실에서 꾸불꾸불 소용돌이치고 있었던 온화한 따스함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가움과 섞여내 옆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피곤한 탓인지마음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었다안경을 벗어 케이스에 두고 책상 위를 치우고 쓰레기를 모아 교실 안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던 중에선생님이 뒤에서 말을 걸었다.

 

「마츠미」

「네」

「너의 그러한 점은 좋아하지만공부도 제대로 해야 한다?

「네……」

「지금 이대로는 어렵고센터까지 이제 1개월 밖에 없으니까기합 넣으렴ㅁ」

 

 마스크 너머로 힘없이 대답을 하자선생님은 내 어깨를 툭툭치고는 교실에서 나갔다.

 다 치우고 나서나도 아직은 사람들이 남아서 떠들고 있는 교실을 나갔다..

 매일 다니고 있지만복도는 동사할 정도로 추웠다학원을 나가자 추위는 더욱 살의를 더해가릴 수 없는 뺨이나 귀를 사정 없이 배었다..

 걸음을 서두르면 좀 더 차가워진다그렇다고 느릿느릿 걸으면 추운 시간이 길어진다매일 같이 빠져 있는 딜레마를 품으며아버지와 약속한 장소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이야기 하면서 달리는 자전거 두 대가 뒤에서 나를 추월했다나는 다시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고혼자로 밤길을 걸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은 초등학생부터 재수생까지 맡고 있다그 때문에매일 수업이 끝나는 시간대에는 학원 앞에 아이를 마중 나오기 위해 서 있는 차가 줄을 만들고 있다..

 내 아버지도 마중을 오긴 하지만혼잡한 것을 싫어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있다그 자체는 올바른 판단이지만나로서는 차가운 밤길을 혼자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걱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약속 장소 앞인 횡단보도에 도착해서일단 발을 멈추었다차는 전혀 다니지 않았지만신호를 무시하는 것도 싫었기에그대로 잠시 멈춰서밤하늘을 바라 보았다.

 머플러와 목 틈새로 이때라는 듯이 냉기가 침입했다추웠지만나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넋을 잃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밤하늘에서 흩어져 있는 별들은 가까이에 있는 별들에게 지지 않으려고강하게힘껏 빛내고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별자리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모래시계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오리온 자리는 찾을 수 있었다.

 단지 그 모래시계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작게 빛나는 모래들을 가두고 유구한 시간을 갈구하고 있다적어도내 눈에는 그렇게 비추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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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이 스페이스

 

 

 내가 처음으로 카이노 요시코와 만난 것은, 10살이설날이었다.

 

「내일은 하루의 사촌이 오니까제대로 인사해 주렴」

 

 신년 축하 회의 준비로 집 이곳 저곳을 바쁘게 다니던 어머니가 전날인 연말에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사촌?

 

「그래내 언니의 아이. 14세이니까중학교 2학년이겠구나」

 

「어느 쪽?

「어느 쪽이라니?

 

「언니 아니면 오빠……

 

 어머니는 하얀 이빨을 보이며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지금 생각하면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지은 것일지도 모른다.

 

「언니야요시코짱나는 두 번 정도만 만났지만이름하고 다르지 않게 좋은 아이였어」

 

 언제 만났는지는 모르지만매년 참석하고 있는 신년회에서 아직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는 투였다애초에 그녀의 어머니나의 숙모라는 사람하고도 나는 그 때까지 만났던 적이 없었고들은 적도 없었다무언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 했다어렸지만나는 이 키리시마신쿄가 어떤 장소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그 다음날경내에 첫 참배를 하러 온 참배객으로 북적거릴 때친척들이 차례차례 안방으로 왔다시중을 들고 있는 가까운 친척들은 연말부터 함께 있었지만먼 친척들은 새해가 되고 나서 인사하러 온다매년 수가 많아얼굴 좀 보여줄 겸 나도 심부름을 가고는 했지만좀처럼 숙모와 그 자식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저물고 달이 나왔다저택은 연회로 더욱 소란스럽게 되었고어머니는 그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마차를 끄는 말 같이 부엌과 다다미방을 바쁘게 왕복했다그리고 아주 살짝 시간이 빌 때마다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나는 어떤가 하면당시에도 또래 아이들과 사이 좋게 지내지 않았기에넓은 안방에서 노는 아이들과 떨어진 채로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다간신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코마키와 카스미는 어른들을 따라 다녔고하츠미는 꼬맹이들을 모아 즐겁게 놀고 있었다연회장에서 최대한 멀리 멀어진 툇마루에 앉아나는 단지 멍하니희미하게 들리는 웃음소리를 들은 척 만 척 좋아하는 흑설탕을 먹었다.

찌그러진 달이 남쪽 하늘에 떴다앞으로 2, 3 일이면 만월이 될 것 같은 형태였다하늘을 올려다 보면서그것을 사촌과 함께 보지 못하겠구나라고 쓸쓸하게 생각했다.

 이제 와서는당시 만난 적도 없었던 사촌에 대해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을까잘 알지도 못하겠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감수성이 부족한 나니까가슴을 설레 였다든가 기다릴 수 없다든가 그런 화려한 것은 생각한다그럼에도 반드시 즐겁게 기다렸을 것이라 생각한다같이 시중을 들고 있던 이와토 카스미와 이와토 아키세는 서로 사촌 자매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그녀들은 성격이나 자아내지는 분위기가 비슷했다자기와 사촌이라도 그러는 것일까-- 가까운 것 같으면서 먼 피를 나눈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새 귀로 들리는 소리가 변한 것을 깨달았다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웅성거림이었다말한 대로 나는 감수성이 부족한 아이니까,술에 취한 어른 탓에 트러블이라도 났을 것이라 적당하게 생각하고별 일 아닌 것처럼 흑설탕 봉투에 손을 넣었다..

 잠시 후복도 저 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보니어둠 속에서 어머니가 서 있었고나에게 손짓을 했다이 때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뒤를 따라 갔다.

 데려가진 곳은, 20 다다미 정도나 되는 넓은 다다미방으로 아이들의 식사를 위해 준비된 장소 같았다그러나 어른들은 별실에서 연회를 하고 있고 감시역이 없기에얌전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리도 없고테이블 위에 있는 접시 중에는 전혀 손대지 않는 것도 보였다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 특유의 열기가조금 전까지 툇마루에서 찬 바람을 쐬고 있었던 나에게는 몹시 답답하게 느껴졌다빈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기에저녁밥을 먹는 거라고 이해해서조용히 젓가락을 손에 들었다소란스러운 주위와 나는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흑설탕을 먹었으니까별로 배는 고프지 않았다젓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데갑자기 복도 쪽 문이 열렸다바깥 냉기가 들어온다나는 그 방향을 보지 않았지만순간 조용해졌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도 다시 원래대로 떠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서 고개를 들었다아이들은 말을 맞춘 것처럼 열린 문을 보고 있었다그렇다고 할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복도에 서 있는 사람에게시선을 빼앗겨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검은 세라복을 입은 여자였다정신을 빼앗긴 것은 그 모습 탓일지도 모른다순백의 무녀 의복이 기본인 이곳에만 있는 나에게는 전부 검은색 옷이라는 것이 신선하게 보였다.

 머리색은 저녁 하늘 같은 보라색방 안에 있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그녀는 가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리고 그 표정으로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내 곁에 다가와앉았다멍하니 있느라 물어보지도 못했지만빈자리였기에 앉은 것 같다나는 아이들과 조금 떨어져 있었으니,자리가 비어 있었을 것이다..

 문이 닫히고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은 그대로 조용히 있었다그 대신해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만 들리고그 쪽을 바라보자내 근처를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그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그녀는 차분하게 식사를 시작했다기가 막힌 것이지만--여기까지 와서야 나는 이 정체 모를 여성의 정체에 대해 감을 잡았다.

 

「요시코짱……?

 

 놀란 것처럼 그녀가 이쪽을 바라본다역시 그렇구나 하고 나는 납득 했다.

 

「어째서? 이름을」

 

「엄마에게 들었어……사촌이래」

 

「아아」

 

 그녀도 방금 떠올린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 너가하루」

 

「응……

 

 그녀가 입을 열자웅성거림이 커졌다그녀는 개의치 않는 것 럼 보였고 나 자신도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흑설탕 봉투를 들고 일어섰다그녀의 손을 잡고「같이 가자」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다다미방을 나와 잠시 동안 걸어아까 있었던 툇마루에 나왔다거기에 있는 짚신으로 바꿔 신고차가운 바깥으로 나간다경내로 갔다경내는 저녁까지 있었던 사람들이 마치 꿈인 것처럼 조용했다여기까지 오면 몰래 엿들으러 쫓아 오는 아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적당한 장소에서 발을 멈췄다.

뒤를 돌아 본다요시코는 나무 그늘 아래에 있었고복장도 어둠과 동화되어 있었다..

 

「하루는 추운 것을 좋아해?

 

 그녀가 이쪽에 다가가기 위해 그림자 밑에서 빠져나가자그 모습이 잘 보이게 되었다같은 높이 위에 서 있는 탓일까그녀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실제로 4살 차이이니머리 하나 만한 키 차이가 있다.

 그 질문에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대답했다.

 

「봄이 좋아……

 

「봄 계절을좋아한다는 거니?

 

 머리를 세로로 흔들었다.

 

「어째서?

 

「……꽃이 잔뜩 피어서 예쁘니까……

~요시코가 고개를 끄덕인다.

.

「나는 겨울이야그러니까 조금 전 장소 보다지금 여기 콜드한 공기가 좋아」

 

 이번에는 내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귤을 좋아하니까」

 

「귤……

 

「듣지 않았니? 나에히메에서 왔지만」

 

「못 들었어……

 

「그래」

 

 그녀는 그 후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부친은 외국인이고 모친은 일본인인 하프인 것아이가 생긴 탓에 모친이 집을 나온 것그 아이가 자신인 것숙모-- 나의 어머니가그렇게 해서 집을 나온 언니가 걱정되어서 찾아왔던 것.

그러고 보니 숙모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당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내가 멍하니 있자「우리 할아버지야」라고 말을 덧붙여 주었고이해할 수 있었다지금 생각하면 그녀는 그 말에 다양한 감정을 품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도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그랬더니 밥을 먹으라고 해서……

 

 그러는 중에처음 만난 사촌 여동생 덕에 식사가 중단되었다고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처럼 그녀의 배가 울었다.

 

「배 고파……?

 

「그냥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하늘을 올다 려보았다올해 설날은 날씨가 좋고구름도 많지 않았다달빛이 마른 공기를 타고 아낌없이 지상으로 뻗어 나와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밝다이곳에 가로등은 없기에경내를 비추는 달빛이더 밝아 보였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는 들었지만나는 돌아가야 할지 말지 망설였다. ―― 망설인 것은좀 더 둘이서 오래 있고 싶어서 였다몸을 찌르는 듯한 한기 같은 차가운 대화였지만어째서인지 끝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동안 우물쭈물 하다가나는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그것을 요시코에게 주자그녀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것을 받았다.

 

「뭐니? 어두워서 잘 안 보여」

 

「흑설탕……」

「흑설탕?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왜 가지고 있어? 좋아해?

 

 한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그럼받을게」

 

 요시코는 봉투를 열고 하나 꺼내 먹었다「맛있다」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 가슴 안쪽이 차츰차츰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나는 옛날부터,흑설탕이 칭찬 받으면 내가 칭찬 받는 것처럼 기뻤다.

 

「이거 카고시마의 특산품? 선물로 할까」

 

「……언제 돌아가」

 

「금방 갈 거야오늘은 호텔에서 하루 자고내일 아침 페리로 시코쿠에 돌아가」

 

 무심코작게 한숨이 새었다.

 나는 이곳을 시중드는 몸이었기에사적인 이유로 하산할 때가 거의 없었다요시코도 사는 곳은 에히메이고거기에 여기에 오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어머니는 몰래 그녀들을 만나러 나갈 수 있지만나는 아직 어리니까 그것도 어려울 것이다이것이 이승에서의 이별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생각해서고개를 풀썩 숙였다..

그러자 머리에 무언가 닿았다흠칫흠칫 눈을 올리자요시코가 쓰다듬고 있었다며시 떼어 놓고봉투에서 흑설탕을 하나 꺼내내 입술에 대었다입을 작게 열어혀 위에 놓자그 달콤함이 내 입 안에서 퍼졌다.

 

「반드시또 만날 수 있어」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응」

 

 그렇게어머니가 부르러 올 때까지 우리들은 조용히 있었다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아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단지 멍하니달 말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 침묵은달고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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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로망의 등불

 

 

 

「수고하셨습니다」

 

「안녕」

 

 오늘도하루가 끝났다.

 자기에게 인사하는 것을 붙임성 있게 전부 받아주면서유코는 방송국을 나갔다.

 심야 뉴스 프로그램이 있는 유코는 언제나 귀가가 늦다저녁밥을 만들 시간도 없어도중에 편의점에 들러 적당히 샀다.

 한눈 팔지 않고 바로 맨션으로 간다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결코 많지 않지만그녀에게 있어는 쉼터이다.

 완전히 밤이 깊었는데도입구는 밝다유코의 집은 18층 건물 최상층에 있다엘리베이터를 탄다몸이 억지로 들려진 느낌이라조금 기분이 그렇다기계 상자 속에 있는 동안에 18층에 도착했다..

 2LDK는 유코의 독신 생활에는 딱이었다너무 좁지도 않고 너무 넓지도 않고장소를 차지하는 듯한 물건을 가지지 않는 그녀에게는느긋하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불이 키자부드러운 빛으로 채워졌다가볍게 한 숨을 쉬었다방의 공기에 녹아 사라진 것 같다.

 슈트를 벗어 옷장에 걸고 탈의실에 있는 거울 앞에 섰다.

 머리카락은 옅은 밤색에좌우로 나뉘어져 이마가 크게 보인다블라우스 앞섬이 열려 있는 풍만한 바스트 골짜기를 노출하고 있다.

 유코는 자기 외모가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다그렇기에 인기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고이렇게 고급 맨션에서 유유자적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애초에 아나운서가 되기로 한 것도자신이 뛰어난 외모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간다샤워를 하면서그녀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나체를 가끔 쳐다 보았다.

 그녀의 몸은 아직 파릇하다하지만 곧 20대 후반으로 접어들 테고쭉 이대로 있을 수 없을 것이라 그녀는 걱정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나아름답게 있을 수 있을까……)

 

 머지않아 몸의 밸런스도 무너지고 지금 같은 아름다움은 사라질 것이다얼굴은 화장으로 속일 수 있다고 해도군살이 나오거나 가슴이 늘어지거나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인기 아나운서인 유코는 사진집을 내기도 했었다일단 모델 비슷한 활동도 하고 있으니까프로 의식을 가지고 어느 때보다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다. ――삼십을 맞이해도 그 권유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욕실을 나와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침실로 갔다침대 옆에 있는 스탠드를 켜자주황색 빛이 어두운 방을 비추고넓은 침대가 드러난다위에 눕자서늘한 시트가 목욕을 해서 더워진 피부에 닿아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 잘 생각은 없지만유코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간정말 빨리 가네……)

 

 또 여름이 왔다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이 빨라진다고 했는데정말 그렇다깨달았을 땐어느 새

 

(……이대로 아줌마가 되어 버리는 걸까)

 

 항상 그렇듯이 1년이 끝나고팬인 아이가 보내는 선물을 보고 1살씩 먹어가는 것이 느껴지고어느 새젊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것이 아닐까.

 현 상황에 불만은 없다생활에는 여유가 있고직장에는 그녀에게 호의를 품은 인간이 많다일하는데 스트레스도 없고그녀가 그럴 기분이 든다면 연인이라도 만들 수 있다결혼 상대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순풍이고중학생 무렵부터 목표로 삼았던 꿈은 실현되었다도대체 무슨 불만이 있을까

 하지만 유코는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가슴 속이 공허했다그렇게나 채워져 있는데도황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뭘까……)

 

 젊음이 사라져 버리고 있다는 초조함일까겉으로는 그러지 않아도빨리 결혼 하고 싶다는 무의식이 나오려는 걸까.

 유코는 냉소했다자신은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외모는 아름다워도본성은 추악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바다처럼 마음이 채워져도탐욕을 계속 요구하는 검은 인간.

 

(――그래도)

 

 용서 받을 수 있다그 바다에서 짚를 갖고 싶었다단지 조금당장 사라질 것 같은 작은 불길이라도그것은 등대가 될 수 있다그 불길을 찾을 수 있다면그 몸이 태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껴안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니오히려 마음이 태워지기를 원한다태워지고 태워져아플 만큼 뜨거운 마음을 유코는 느끼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그녀는 벌써 사회인이다그것도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졌다제멋대로인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그 불길을 추구하는 것 조차.

 하루가 끝나면또 하루가 시작된다그녀의 몸도 마음도이미 그 룰 안에 있으니까.

 

(내일 일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유코는 내일 예정을 확인했다.

 내일은전국 고등학교 마작 선수 대회 여자부 B블록 2회전 협의마작 실황을 하는 것은 처음이지만룰이나 기본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공부하기도 했고자세한 것은 해설에 맡기면 되겠지

 해설은 프로 작사로작년에 신인상을 탄 카이노 요시코원래 용병에 무녀라고 들었는데 괜찮은 걸까.

 

(고교생……부활……)

 

 그것은 그녀들의 청춘의 결정일 것이다단 하나의 옥좌를 목표로 스스로를 불태운다구석에서 볼 수 밖에 없지만그것은 반드시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로맨틱할 것이다.

 유코는 그런 청춘을 보내지 않았다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만 노력했다눈앞에 있는 순간에 불태웠던 적은 그녀는 없다.

 그런 이유로 유코는 감정이입 같은 건 할 수 없다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의 청춘을 돌아볼 수는 없다하지만,

 

 

(그 아이들이나에게 등불을 보여준다면--)

 

 반드시 여름 동안 만이라도 그 마음에 빛이 비춰질 것이라고유코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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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희미하게 눈치채다

 

 

 추운 밤의 고요어둠을 뚫는 것처럼 사각형 모양의 흰 빛이 공중에 떠 있다.

 그것은 창문을 지나간 빛그곳에서 소녀가 한 명책상에 앉아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다.

 

『그럼이야

 

「응또 보자」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

 사에는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둔다밝은 그 목소리가잔향이 되어 고막을 진동시키고 있다.

 ――우스즈미 하츠미카고시마에 있는 에이스이 여고 3학년도저히 18살로는 보이지 않는 키와 천진난만한 외모는 그녀가 신을 모시기 때문일까라고 생각하며사에는 혼자 히죽 웃는다.

 그녀와는 올해— 이미 작년이지만인터 하이 작탁에서 겨루었다사에는 상대의 화료를 『막는』능력으로 그녀를 억눌렀지만그 때 피로로 부장전이 끝나고 쓰러져 버렸다.

 그런 인연이 있었지만 시합 후에는 사이가 좋아져이렇게 자주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거나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

 

 사에는 의자에서 일어나옷장에서 코트와 머플러를 꺼내 입었다.

 방에서 나가 그대로 똑바로 현관으로 향한다거실을 지나갈 때 저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에어디 가니?」

 

「편의점곧 돌아와요」

 

「벌써 어두우니까 조심하렴

 

 대충 대답하고 집을 나왔다냉기가 얼굴을 찌르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오늘은 아직 따뜻하다그러나 내일 새벽부터 급격하게 온도가 내릴 것이라고 일기 예보에서 그랬다.

 

(카고시마는 계속 따뜻할까……)

 

 하츠미는 인터 하이에서그런 무녀 옷을 입고 있었고피부가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과연 겨울에도 그렇게 입을 수 있는 건가아니면 그녀의 사는 곳에 뭔가 오컬트 같은 것이 작용해서  언제라도 그렇게 얇게 입어도 되는 환경이 된 걸지도 모른다.

 

(……쿠루미라면바보 같다고 말할 텐데)

 

 쿠루미라면비록 남쪽에 있는 카고시마이겠지만 그렇게 얇게 입지만은 않을 거라고 부정할 것이다과연 하츠미라도 껴입을 테고하물며 노출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그런 그녀를 사에는 보고 싶지 않았다정확하게 말하자면자기가 모르는 하츠미를 보고 싶지 않았다.

 

(……)

 

 사에의 집이 있는 곳은 주택가이지만가옥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그 때문에 밤 늦은 시각이면 완전히 조용해지고넓은 길에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을 뿐인 한적한 곳이 된다.

 사에는 발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 보았다별은 잘 모르지만매우 독특한 오리온 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문득에이슬린이 떠올랐다졸업식도 아직인데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유학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모두뿔뿔이 흩어져 간다.

 6개월 전까지는 도쿄에 같이 있던 동료나친구들 하츠미하고 헤어지고 에이슬린과 헤어지고 그리고 지금그리고가까운 장래에.

 에이슬린은 지금같은 별을 보고 있을까. ――아아 그건 무리다그녀가 있는 뉴질랜드는 남반구같은 밤하늘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하츠미는일본에 있는 그녀라면 같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바보 같은 생각일까)

 

대체그것이 어떻게 되었다는 걸까떨어져 있어도 이어져 있고머지않아 또 만날 수 있다는 걸까그렇다고 해도 그 여름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에이슬린도 하츠미도지도 위로는 손바닥도 안 되는 곳에 있는데그런데도실제 거리는 너무나도 멀다.

 사에는 고개를 숙여 자조했다..

 

(조금부끄러운데)

 

 하지만자기 자신의 마음을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으니까사에는 그렇게 생각하고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아아이 밤하늘이나의 피부를 찌르는 냉기로 얼어 붙어 버리면 좋을 텐데.

 그럼에도지구는 야박하게도 도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사에의 소원도 허무하게이별의 순간은 점차 다가온다.

 ――그런 것희미하게 눈치챘다.

 그리고 사에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

 

 키리시마신쿄(霧島神境) 밤에 있는 것은 원초의 빛뿐.

 관목이 띄엄띄엄 있는 일본식 정원그러나 신사이기에 간소하다하늘을 도려낸 것 같은 달이 빛을 비추고온화한 파랑으로 주위를 물들이고 있다.

툇마루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 하츠미는바로 앞에 펼쳐진 남쪽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따.

 

(오리온 자리의 파란 별은……리겔이었지)

 

 그것은 잔혹하리 만큼 크게 빛나는 별그러나 밤하늘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얼어 붙어 있다불길조차 가두는 얼음의 어둠그것은 마치 견고한 철함 같다--

 

「핫짱」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하츠미가 움찔놀랐다.

 

「뭐 하는 거야이런 시간에」

 

「단순한 생각이에요―. 카스미씨이야말로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잠깐 세숫물을 말이야」

 

「그렇습니까」

 

 하츠미는 얼굴을 돌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뒤에서 카스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간다.

 

「하……

 

 내쉰 숨이 냉기 속에서 하얀 안개가 된다안개는 곧 어둠으로 사라져 간다결코 어디에도 닿을 리가 없다.

 눈을 감았다  밤보다 검은 어두운 곳우스자와 사에의 얼굴이 떠오른다.

 

(……우스자와씨)

 

 자신을 바라보는 짙은 녹색의 눈동자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보석 같이 빛나면서도투패할 때 유성이 떨어질 때 나오는 색을밤하늘에도 보이지 않는 그 색은지금까지 본 어떤 색보다 밝고 강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절실하게하츠미는 그렇게 바란다.

 

「어머나아직 있었네」

 

 다시 또 하츠미는 깜짝 놀랐다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스미를 보고는입을 삐죽였다.

 

「……심술쟁이군요카스미씨는」

 

「어째서 일까나?

 

 그녀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하츠미는 내심 악담한다처음 우연히 지나갔을 때는 우연이었겠지만이번에는 제대로 발자국 소리를 지웠다하츠미를 놀라게 하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다.

 

「뭐괜찮아요」

 

「그래」

 

안개는 떠나지 않고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얇은 달빛에 그녀의 피부와 장발이 빛나고 있었다.

 

「……가지 않습니까」

 

「방해일까?

 

「별로그런 건……

 

 고개를 돌리는 하츠미를 위로하듯이카스미는 그녀의 곁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엇입니까정말……

 

 하츠미는 평소 머리를 묶고 있지만자기 전에는 푼다어깨에 닿을 정도의 흑발을카스미가 풀듯이 빗어준다.

 

「그만두어 주세요……」

 

「……그래유감이구나」

 

 아쉽다는 듯이마지막으로 한 번 더 머리를 쓰다듬고는카스미는 손을 자기 다리 위로 되돌렸다.

 분해서 울 것 같다공주를 시중드는 무녀들그것을 한데 모으는 지위에 있는 것이 카스미그녀는 상냥하게부드러운 손놀림으로 하츠미의 마음을 녹이려고 한다.

 ――나라도희미하게 깨달았다.

 새장을 만들고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은 하츠미 자신이라는 것을카스미는 그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녀를 어떻게든 나오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카스미에 몸을 바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그런데도.

 하츠미는 알아 버렸다바깥 세계그곳이 정말 즐겁다는 것을카스미에게 마음을 열어 버리면공주를 평생 시중드는 사람으로서 여기서 나갈 수 없게 된다.

 

(……우스자와씨)

 

 눈물을 참고 하늘을 바라본다.

 ――만약같은 별을 보고 있다면나를 여기에서 꺼내 주세요.

 푸르게 불타는 리겔을 통해 그녀에게 닿기를떠오른 달에서 손을 뻗어주지 않을까.

 그럼에도지구는 야박하게도 도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하츠미의 소원도 허무하게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평선을 향해 저물어 갈 뿐.

 

   ☆

 

 ――반항할 수 없다는 것은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그녀들은별에 바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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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한 것임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大宇宙ベムスターズ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바다의 물보라

 

 

원제 : 바다 비말 - 파도가 칠 때 생기는 에어로졸 형태의 물보라

 

 

 오늘만큼 여름을 실감할 날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스자와 사에는 생각하고 있다.

 맑게 개인 푸른 하늘그곳에서 퍼져 있는 새하얀 뭉게구름가운데에 있는 것은 둘도 없는 태양으로, 8월의 열기를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그 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평원. ――바다그 위에 바람이 불거상쾌한 바다 향기가 코로 들어온다그리고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맨발로 선 모래 사장의 뜨겁고 부드러우면서도 까칠까칠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촉이 느껴진다수영복으로 감싸진 부분을 빼고 바깥 공기에 드러난 맨살이 태양이 내리쬐어 사에는 오감 모두로 여름 일색으로 물들어진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이와테 내륙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에는태어나서 한번도 직접 바다를 본 적이 없었고하물며 해수욕 같은 건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렇기에 지금그녀는 온 몸을 떨며 감동을 느끼고 있고이 순간을 동료들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그리고 이 날 그녀는그 동료들 중에서도 특별한 관계에 있는 어느 한 사람과 평생을 잊지 못할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

 

「지쳤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말을 하며코세가와 시로미가 쓰러졌다.

 

「괘괜찮습니까코세가와양……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진다이 코마키가 시로미의 어깨에 손을 댄다해수욕을 하러 온 에이스이 여고 모두 불안한 표정이다.

 

「괜찮아 괜찮아평소 일이니까」

 

 그와는 대조적으로또야 라고 말하며 웃는 것은 미야모리 여고 모두들그 중 한 사람카쿠라 쿠루미가 그녀 곁으로 다가가,

 

「시로이런 곳에서 자면 일사병에 걸려!

 

지금 상태가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무시하고 매몰차게 외쳤다.

 

「으----……

 

 시로미가 눈살을 찌푸렸다쿠루미는 일어서서사에와 마주보고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되면 그녀는 지렛대로도 움직이지 않는다그녀와 오래 지낸 두 사람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사에부탁했다」

 

「결국 나인가……

 

사에는 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팀메이트 토요네나 에이슬린에이스이 여고 멤들이가 도와줄까하고 물어 봤지만사에는 거절했다.

 

「이렇게 된 시로를 어떻게든 하는 것은 내 책임이니까모두 놀아줘」

 

 이제 평소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는지 에이스이 여고 모두의 표정이 풀어지고그리고 바다로 달려 갔다.

 미야모리 여고 셋도사에와 몇 마디 말을 주고 받고 나서 그 뒤를 쫓아 갔다.

 

「시로우선 파라솔까지 가자여기서 자고 있으면 정말로 일사병이 되어 버려」

 

「응……

 

 시로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내밀어진 사에의 손을 잡았다.

 

「어부바 해줘……

 

「어깨 빌려 줄 테니까걸어」

 

「귀찮아……

 

 팔을 당겨 일어선 시로미가 반 매달리는 듯한 형태로 사에의 어깨에 기대었다.

 사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언제나 이렇게 그녀가 어깨를 빌리는 것하고는 사정이 달랐다오늘 두 사람은 같이 수영복으로-- 피부가 크게 노출되어 있다이렇게 가까이 있으면맨살이 닿아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해버리는 자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사에는 파라솔에 도착했다.

 

「전세이니까 아무도 없지만짐이라도 지키고 있어줘」

 

 그렇게 말하고 사에가 뒤를 돌았다.

 

「사에……」

 

 사에는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시로미가손을 대고다리를 무너뜨리고머리를 기울인 채로평소처럼 무기력한 자세로 사에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에는 어쩐지 자기의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옷을 입고 있는 평소의 그녀라면딱히 뭔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수영복을 입고 있고피부를 대부분이 노출되어 있다복장이 변화한 것만으로도 보는 눈이 달라져 버렸다.

 사에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시로미의 알몸 자체는 몇 번 본적이 있다굳이 말하자면몸을 겹친 적도 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침대 위에서 서로 무드를 즐길 때와는 다르다너무나 다르다평소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의 모습은.

 

「이제들어가고 싶은데」

 

「에?

 

「조금피곤한 걸지도」

 

 변함 없이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시로미가 말했다무리도 아닐까라고 사에는 생각했다.

 그녀들이 인터 하이 단체전에서 진 것은 3일 전이다그 다음날에 수영복을 샀고바로 그 다음날비행기를 타고 여기 카고시마에 도착했다.

최근그녀들은 너무 바빴다토요네나 다른 아이들은 의욕에 넘쳤지만  시로미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사에는 알고 있다.

 

「알았어그럼……그러니까샤워하고 갈아 입으면 되겠지?

 

「아마……」

 

 처음 온 바다라 잘 모르지만그럴 것이라고 사에는 스스로를 납득 시키고 일어서서.

 

「혼자 갈 수 있어?

 

「아--

 

「어깨 빌려줘」

 

 시로미의 말을 막고사에는 다시 그녀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이 霧島神境 바다에는 소위 『바다의 집』 이라는 것이 없다튜브나 고무 보트를 빌릴 수 없어서 모두 투덜댔지만샤워실은 있다진짜 간단하게.

 

「이거토요네라면 다 보이겠네」

 샤워실은, 1미터 남짓 되는 나무 판이 지면에서 30센티 정도 떨어져서 설치된 형태였다. 2미터에 가까운 토요네라면 얼굴은 물론가슴까지 보일 것 같다.

 입구를 닫고 시로미는 재빨리 수영복 끈을 풀기 시작했다사에는 자기도 들어와 버린 것을 후회하면서몸을 딴 곳으로 돌렸다.

 문득어째서 이렇게나 부끄러워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시로미의 알몸은 몇 번이나 봤으니 별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을 텐데.

 ――역시시로만은 특별해서 일까.

결론은 그것이었다역시좋아하는 사람이기에좋아하는 사람의 알몸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반드시 그런 것이다언제나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녀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서 그렇게 머리 속 토론을 마친 사에가 위화감을 느꼈다샤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어쩌면아까부터 하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로--

 

 목만 돌려 뒤를 보려고 했는데그 때뒤에서 감촉이 느껴졌다작은 비명을 질렀다그것이 자기 목소리라는 것을 눈치채는데 조금 시간을 필요로 했다.

 제 정신이 든 사에는 감촉의 정체를 확인했다목에 팔이 감기고등에 부드러운-- 시로미의 가슴이 대어져 있었다.

 

「시로……?

 

「……사에」

 

 심장이 잡힌 것 같았다그 목소리는평소 시로미의 것이 아니었다달고숨이 샐 것 같은 소리

 시로미의 왼팔이사에의 등 위에서 스멀스멀 움직였다그 손가락이 피부에 닿자사에의 등이 움찔반응했다.

 

「뭐하는 거야시로?!

 

 사에가 목소리를 높인다그 말과는 반대로이미 시로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그녀는 알고 있다달고 뜨거운 숨결.정욕이 감도는 침대 위에서 밖에 몰랐던 그것을지금둘 만 있는 이 샤워실에서.

 사에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로미의 팔은 멈추지 않는다수영복이 풀어 해쳐진다수영복을 어느 정도 벗기고는해야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사에의 뺨에 얼굴을 대었다.

 사에의 뺨은 제대로 빨개져 있고드러난 유방을 순간적으로 팔로 감추고 있었다.

 

「안 돼누군가에게 발견돼……

 

 나무판에 둘러싸여 있다고는 해도 결국 다 보인다지금 이렇게 있는 것을 누군가 보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사에가 빌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의지도갑자기 귀에 들어간 한숨에 의해 무너진다다리가 떨리고사에는 서 있는 것이 고작이다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해 더위와 섞여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에」

 

 시로미의 손이 얼굴에 닿고 그녀의 얼굴이 다가온다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퍼진다눈을 감고 그것을 받아들인다그렇게 있자 사에의 등이 판자에 닿았다.

 키스가 깊어진다시로미의 혀가 입술 사이로 들어가 사에의 혀와 얽힌다눈을 희미하게 떴을 땐시로미의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짐승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길고도 깊은 키스를 했다서로의 입술을 핥고서로 바라듯이 목을 끌어 안았다.

 바다 근처 숲에서 매미 목소리가 들렸다물결 소리가 그에 섞인다사에의 안 좋은 기분이 날아가진 않았다귀 안에서 울린다 파도가넘실거린다돈다중력을 잊을 것 같다자기의 다리가 과연 모래를 밟고 있는지 불안해졌다현실에서 멀어진다입술과 손으로만 뭔가 느껴진다사에은 힘을 담아 시로미의 몸을 끌어 들였다두 사람이 밀착한다전신으로서로를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입술을 떼어 놓았다투명한 실이 이어지고아쉬운 듯이 끊어진다턱에 딱 달라 붙은 그것을 사에는 손으로 닦았다.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시로미가 그렇게 중얼거렸다사라지지 않는 추억을 둘이서 만들어 두고 싶었다고.

 

「이제충분해……

 사에는 어깨로 숨을 쉬었다.

 

「……미안」

 

「시로는추억이 되었어?

 

「응……매우」

 

「그럼 좋아」

 

 시로미가 뻗은 손을 잡고 사에는 일어섰다.

 

「나머지는다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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