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키 팬픽/小春

생각을 말로

레미0아이시스 2016. 3. 13. 15:24

해당 팬픽은 小春님의 허가를 받고 작업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小春님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생각을 말로

 

 

둘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말이 없어 어쩐지 어색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지만사키도 그렇게 생각해줄지 몰라 불안해진다물으면사키 답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언니와 함께 있어서 기뻐」라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줄까.

 

 그렇게 생각하지만역시 말을 할 수 없어말주변이 없는 자신이 새삼 싫어진다.

같은 방에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다지금까지에 대해 생각한다면지금 이러는 것만으로 대단히 행복하지만역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눈앞에 있는 책이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대신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힐끔힐끔 조금 전부터 내가 훔쳐 보고 있는 사키의 얼굴뿐책을 읽는 척 하면서그 얼굴을 바라볼뿐.

 

(…뭘 하고 있는 걸까)

 

 하아… 마음 속으로 한숨을 쉬고책에 책갈피를 끼고 일어선다그러고 보니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아무 것도 마시지 않았다나는 괜찮아도사키는 목이 마를지도 모른다.

 

「…목마르지 않아차가지고 올게」

「엣괜찮아 언니내가 가지고 올게!

「아니사키는 기다리고 있어」

 

 자기가 가져오겠다는 사키를 두고바로 부엌으로 갔다어쩐지 사키에게서 도망치고 있는 것 같지만사실 그렇다.

 

 방금 한 대화도차를 가져온다는 핑계가 없었다면꺼낼 수조차 없었다.

 

 

 사키는

 

 

 사키는 정말로

 

 

 이런 나와 있는 것이

 

 

 기쁜 걸까

 

 

 

「……」

 

 냉장고에서 차를 꺼내컵에 따른다어쩐지 자기 자신이 한심하다이렇게 고민해도 어쩔 수 없다걱정하는 것보단 생각 없는 게 낫다고들 하니까그렇게라도 자신을 위로하지 않으면 울어 버릴 것 같다.

 

 두 사람 몫의 차를 따르고통을 냉장고에 넣었다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평소처럼 붙임성 없는 표정을 하면사키도 내가 쓸쓸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어쩌지생각만 해도가슴이 아파)

 

 세수를 가볍게 하고기분을 진정시키자갑자기 뒤에서 무엇인가가 부딪쳤다따뜻하고부드러운내가 정말 좋아하는 향기가 난다.

 

「…사키?

「…저기언니」

 

 돌아 보자책을 읽고 있어야 할 사키가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안고 있었다무슨 일이야,라고 말하기도 전에사키가 입을 열었다.

 

「언니어째서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이야?

「…에?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어떻게..

「언니를쭉 보고 있었으니까」

 

 

――이 아이는나를 알아 주는 것일까

 

 

기뻐서정말로 기뻐서평소와는 다른 이유로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서 한없이 흘러 넘치는 것은짜디 짠 물로멈추는 방법은 모른다단지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그 눈동자만이희미해지는 세계 속에서도 제대로 보인다.

 

「…사키」

「응」

「사키」

「응」

「사키사키사키」

「언니무슨 일이야?

 

 울 것 같았던 표정 대신기쁜 듯한어린 아이를 어르는 것 같은 상냥한 얼굴로내 여동생이제일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었다.

 

 

――나는여기에 있어--

 

 그 한마디에조금 전까지 느꼈던 불안이 모두 사라졌다사키가 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기쁘다아직도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겁쟁이에 말주변이 없는 나에게도이렇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그 사실만으로가슴이 벅차다.

 

 이 기분을어떤 말로 전할 수 있을까?

 

 

 역시 몰라서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말 대신행동으로 전하자.

 

 

 힘껏 마음을 담아키스를 하자.

 

 

「어언니!?

 

 

 이렇게 하면제대로말할 수 있다.

 

 

「사키고마워」

 

 

 

 서로 붉어진 얼굴을 바라 보며둘 다 미소를 짓는다.

 

 아아행복하다.

 

 조금 미지근해진 차를 들고한번 더 둘이서 나란히 앉아 책을 읽을까.

 

 

 

 이제말이 없어도어색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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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春작가님은 제가 이전에 번역했던 칸코레 팬픽, '겁쟁이의 사랑 이야기'를 지으신 분입니다.

서술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번역 허가 신청을 했었고, 수락해 주셨습니다.


최근 거절만 당한 터라 더욱 반갑더군요. 


참고로 小春작가님은 마이히메를 주로 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