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키 팬픽/ 柊要

산소, 너의 색

레미0아이시스 2015. 5. 12. 12:30

본  팬픽은 柊要님의 허가를 받고 번역했습니다. 허가해주신 柊要님께 이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산소너의 색

 

 

 

「이런 말을 하면너는 화낼지도 모르지만…… 사실모모가장 너를 공기라고 생각한 것은아마나야」

 

 겨울의 맑은 평온에 싸인 교실에서모모가멍한 얼굴을 한 만큼희미하게 공기가 흔들렸다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교실에서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보면방과후드문드문 사람이 남아 있고내 앞에는 칸바라가 앉아 있었다. 12기온이 갑자기 추락했다는 사실이 바싹바싹 스며드는추운 날이다지구 온난화는 어디에 갔냐고 앞에 있는 칸바라는 떠들지만온난화의 영향은 가을과 봄이 짧아지는 것이라는 알고 있기에일단 그 부분은 지적을 해야겠지만 대답할 생각은 없다.

 고등학교 3학년의 12월이라는 것은빨강색 옷을 입은 노인을 눈을 빛내며 기다릴 달도 아니고하물며 연말의 소란스러움과 떠들썩함에 취할 달도 아니다중대한 안건이 있다그렇다새해가 되면 바로 앞에 있는센터 시험이다진학을 하려면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렇기에남아 있는 학생들은 모두 한결같이피로와 싸우며 필사적으로 참고서를 보며 펜을 움직이고 있다아무래도 대학 수험쯤 되면고등학교 정기 테스트 같은 벼락치기가 통하는 시험과는 다르게, 1분 1초를 아끼기 시작하게 된다물론 나와 칸바라도 그 예외는 아니다.

 ――아니다인데.

 

「유미찡은 뭐랄까정말 고집이 세지」

「……무슨 말이야?

 

 빙글빙글 재주 좋게 펜을 돌리는 칸바라는변함없는 태평한 목소리로나에게 이런 말을 걸었다우리들이 현재 보고 있는 영어에 관한 화제는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지만방과후에 가르쳐달라고 해도 부족할 칸바라가평소 단조로운 웃음을작게 흘렸다.

 칸바라의 그런 점은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물 같다고 생각한다결국내 미간에 생긴 주름도그녀에게 있어서는 청산유수와 같다라고 하든지라고 하든가어묵이니까같은그런 이야기가 아니다아니이거 칭찬 아니다거기.

 그렇다고 이런 말을 해버리면 이야기가 계속될 것은 명백했기에나는 앞에 있는 칸바라가 아니라영어 문제집을 보기로 했다아직 켄과 메어리가 동물원에 간 것까지 밖에 읽지 않았다주석이나 문제를 보건대그들의 이야기는 이후에 환경 문제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 가져야 할 의식이라는 주제까지 발전할 것 같다아직 멀었다.

 조금 춥네나는 뭔가 따뜻한 음료라도 가지고 올 테니여기서 기다려줘 메어리어머 알았어요그럼 저는 저기에 쓰여 있는 이 동물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을게요자동 판매기에서 코코아를 한 개 뽑은 켄은너무 서둘러 마시다가 혀를 대었다메어리가 괜찮은 건지 걱정한다그런데 켄여기에 이 동물에 관한 생태가 써 있는데.

 모르는 단어가 하나 나왔지만칸바라에게 물어봐야 억측이 나올 뿐이라얌전히 가방에서 전자 사전을 꺼냈다아이러니랄까그 대답을 예전의 나는 시원스럽게 믿어 버린 탓에덕분에 단어 몇 개는 기억이 나버렸지만그런 건 어묵의 물이다미묘하게 쓰기가 편해서 화가 난다.

 

「켄은 너무해자기 몫 밖에 사오지 않았어」

「……어째서 너가 내 옆에서문제집을 보는 거지칸바라」

「와하하춥잖아유미찡켄은 신사도가 부족해신사도가그 점에서 유미찡은 대단해요,  신사도 만땅이니까」

「사람을 정가 157엔 과자처럼 말하지마」

「그래도모모와 나갈 때는 언제나 굉장하리만치 에스코트 하지 않아?」

「…………」

 

 역시 그렇네라고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칸바라를무뚝뚝하게 입을 다문 채로 밀친다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날뛸 정도로 비상식적인지 않은지추운데추운데 라고 투덜투덜 말하면서도그녀는 얌전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 방심한 것을보여주지 않았을까조금 전--칸바라의 말에 반응해 순간 동요해 버린 것도전해지진않았을까.

 집중 하러 돌아간 칸바라에 비해내 머리 속에 있는 시계는 조금씩 바늘을 되돌리기 시작하더니다시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나는 속수무책이다아이의 소란이나 야생의 향기그리고내 손을 잡아 당기는그 아이의느슨해진 입가.

 

 나는 딱히 주의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니까만일 칸바라가 말하는 대로라면그것은 거의 그 아이 덕분이다라고 생각한다행위도 호의도 받아 버리는그 아이는모모는그 전부를 놓치지 않는다하나하나 품으며그것이 아무리 작아도기쁘다고 말하며웃는다.

 그렇기에 따뜻해 지는 것은 그 아이가 아니라 나다언제나그랬다동물원에 갔을 때도 그랬다동물원 말고도 많다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만났는데도그 아이는 언제나 웃어 주었다그것은 반드시그것은 반드시정말로내가행복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 시점에서나는 켄과 메어리에 대한 이야기가 완전히 머리에서 떨어진 것이나칸바라가 가만히 여기를 바라보며 뺨을 히죽거리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어느 쪽이든 칸바라를 밀친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은나 자신 탓이지만.

 

「으응―……유미찡은―, 굉장히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해나는」

「뭐야?  갑자기……칭찬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그래 그래조금은 스스로 생각했으니까 상관 없잖아…… 아니그게 아니라」

「그러니까뭔데?

「아니좋은 녀석이지만좋은 녀석인 채 있는 것도힘들겠네―, 라고생각했을 뿐이야」

 

 나는 입을 다물고그리고펜을 두었다작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편리하다내 안에서 쌓이고 쌓여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지저귈 것 같은 행복을조금은 털어주니까.

 

 칸바라는 앞에서빙글빙글빙글빙글펜을 돌리고 있었다.

 

「……,  칸바라조금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응?

「너실은공부하고 싶지 않은 거뿐이지?

「……와하하들킨 건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 것이 칸바라 다운 상냥함이다하지만 어차피 이 녀석은 그런 자각도 없을 테니까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이마를 찔렀다평소 행동 대로 하되미안해고마워주목에 그런 마음을 담아그녀의 이마를 쳤다.

 밖은 춥다교실 유리창은 완전히 흐려졌고어떤 그림자라도 녹이는 걸로보인다교복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이신체에 스며든다따뜻해지고 꽃봉오리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봄의 냄새가 넘쳐 나올 무렵나는 어디에있을까.

 어디에서어떤 공기를마시고 있을까.

 

 잘 모르지만적어도황혼이 잘 보이는 그 부실에서패가 울리는그 공기는 이제 두 번 다시 마실 수 없을 것이다그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그 안에서 항상 희미하게희미하게 스며들었던달콤하고 부드러운 공기하지만.

 반드시더는.

 

 

 

 그렇게 감상에 젖어도아무리 간절히 빌어도수험 일정이 늘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시계는 발을 멈추지 않는다시간의 단절은 절대적이다조금 빨리 태어났다단지 그것만으로나와 모모의 사이에선명한 선이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학년이 다르다나는 3학년이고 그 아이는 1학년이니까내가 그 아이와 같은 부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나는 그 아이보다 빨리 수험을 치고학교를 나간다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정해졌다그래 말하자면생각해 보면전부 당연한 것일 뿐이다.

 

「나란히 걷지도 못하니까손을 잡을 수도 없고」

 

 나는 그 아이와 발을 맞출 수도 없고그 아이보다 앞에 있는 내가끌려갈 수도 없다.

 그런 것정말로어쩔 수 없을 정도로이미 정해진 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그조차도 전부 채우는 것이내게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우리들은 공기를 항상 마시고 있고스스로 숨을 멈추지 않는 이상조금도깨달을 수 없다.

 그러니까 몇 번이나 돌아 보는 것도작게 너를 부르는 것도버릇이 되었다어디에도 없는데쭉 곁에 있는 것 같은그런 생각이 든다언제나 희미한 냄새가,그 달고 상냥한 냄새가겨울 공기 틈새에숨어 있는 것 같다마약보다 더한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중독될 것 같다.

 이렇게 보여도 너를 찾는 것은 자신있다고 생각한다뭐니뭐니해도 너 자신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 주었으니까아무리 자신이 공기에 녹더라도너는나만은 찾을 수 있다고그렇게생각해주고 있다.

 그렇기에항상 찾았다거기에 있는 것이당연했다.

 나에게 있어서그것은산소였다하지만.

 

「이제너는없어」

 

「……지금은그렇슴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서꿈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칸바라가 돌아갔는데도조금도 진행되지 않는 영어에 기를 쓰다가한심하게 정신을 잃어서 책상 위에서 잠들었다.  그럴지도 모른다.

 산소 부족에 허덕인 걸까라니너무 우스운 소리다..

 

「선배를 방해할 수는 없슴다선배는 선배가 하고 싶은 것을하면 좋겠슴다그것을 응원 하는 것이제가 할 일임다」

 

 그렇다고는 해도꿈 속에서도 모습이 안 보인다니 그 아이의 마이너스는 철저하다갑자기 웃어 버릴 것 같고웃음소리는 뭔가를 닮은 것 같다공기에 녹은 그리운 향기를 들이 마시는 것은할 수 없을 것 같다그런 짓을 해버리면더 심한 플래시백이기다리고 있다.

 나는 최대한 들이마시지 않게 얼굴을 가렸지만꿈이기 때문일까모모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정말 잔혹한 꿈이다.

 

「나만 보이기에알아 주시지 않는 것이 분하지만선배의 등은정말로 멋짐다그러니까 선배는제 앞에서 당당히 걸었으면 함다」

「……그렇구나그게 당연하겠지」

 

 모모조차 알고 있는데나는무엇을이제 와서.

 앞으로 계속 가주세요따뜻한 목소리로모모가 말해주었다앞을 향해 걸어주세요선배

 

「언젠가 절대로따라잡겠슴다!

 

 내가 귀를 막아 버린 그 순간그 순진한 미소를내 진짜 옆에서 지어 주었다.

 아아정말로 곁에 있었구나 나는 네가 있는 공기를 마시고 있었던 건가.

 

 

「모모,  ……

 

 그러나잠은 깬다조금 전까지 푹 엎드리고 있었다는 증거로지금까지 일이 모두 꿈이었던 것의 증명으로내 목이 아프다교실에 남은 학생은 이제 없다당연하다벌써 학교도 문을 닫을 시간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당히 적당한 꿈이다그 아이가 나를 한번 더 쫓아 와주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는데꿈 속이라고는 해도 시원스럽게 정했다내 이기심에 웃어야 할지분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깨어난지 얼마 안된 몸은 차갑고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밑에 있었던 영어 교과서에이상한 주름이 생겼다전자 사전을 떨어뜨리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일까제법 켜는 것도 힘들지만이제 와서 새로 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서열리기만 하고 꺼져 있었던 그것을아무 생각 없이 켰다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꼼꼼하다고 해야할 지 소심하다고 해야할 지끝낼 때는 언제나 초기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내 버릇이다그러니까.

 

「……응?

 

 지우기 버튼을 누르려던 손이멈춘다.

 입력란에단어로 보이지 않는 길이의 문자가쓰여져 있었다잠에 취해 버튼을 이리저리 누른 건가그렇게 생각하며그 문자를눈으로 더듬는다옛날 것이라백라이트도 없는어두운 무기질적인 화면그 위에.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선배〉

 

 그 위에쓰여진 문자는너무나도너무나도 생생하게내 마음을흔들었다.

 

「아아……그런가」

 

 그런가너는.

 

 

 

「……,  모모이런 말을 하면너는 화내 버릴지도 모르지만--

 

 이런 내 곁에와 주는걸까.